그림자
카린 지에벨 지음, 이승재 옮김 / 밝은세상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서른 여섯의 매력적인 여성인 클로에는 광고회사의 부사장으로 입사 5년만에 회장자리를 넘볼 만큼 성공을 위해 달려왔다.
성공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야근을 마다하지 않았던 그녀로서는 당연한 결과이긴 했지만 독선적이고 이기적인 질주에
적도 많은 편이었다. 그럼에도 그녀의 빛나는 미모와 매력은 모든 남자들을 홀리게 만든다.
그런 그녀에게 어느 날 검은 옷을 입고 후드모자를 쓴 '그림자'가 나타난다.
아니 나타나고 있다고 믿은 사람은 클로에뿐이다. 혹시 그녀의 성공을 시기한 사람은 아닐까.
회장자리에서 밀려난 선배 마르탱인지도 몰라. 클로에는 자신의 주변에서 서성이는 그림자의 존재에 대해 두려움을 느낀다.
그녀의 애인 베르트랑은 그녀에게 피로에 따른 망상이라고 일축하지만 클로에는 자신의 주변을 맴도는 그림자의 존재를
늘 느끼고 있다. 다만 자신에게만 보이는 그림자!



마흔 둘에 2미터에 가까운 키, 100kg에 육박하는 체중을 지닌 거대한 남자 고메즈는 강력계 형사이다.
그의 불타는 눈빛과 빨려들어갈 것 같은 카리스마는 주변을 압도하지만 넘을 수 없는 벽을 세운채 외롭게 살아가고 있는 사내이다.
오랫동안 병을 앓고 있는 그의 아내 소피는 이제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하지만 고메즈는 그녀를 잃으면 자신의 삶도 끝낼 것이라고 다짐한다. 그에게 소피는 인생의 전부이니까.
그가 남모르게 수사하고 있던 성매매업자 바슈킴을 추적하던 중 자신의 팀원인 애송이 라발이 사고를 당하게 된다.
지원요청도 없이 막무가내로 달려들었던 자신의 실책으로 어이없이 스물 다섯의 젊은 청년이 발이 절단되고 죽음에 사선을 오가게 된 것이다. 고메즈는 이 사건으로 정직을 당하게 되고 마침 경찰서로 스토커를 신고하러온 클로에와 맞닥뜨린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아내 소피를 닮은 클로에게게 관심을 갖게 된 고메즈는 그녀가 '그림자'에게 쫓기고 있지만 정신병이라고 치부한 
경찰서에서는 그녀의 신고를 받아주지 않고 있음을 알게된다.



프랑스 심리스릴러의 아이콘 '카린 지에벨'이 왜 책의 머리에 이런 글을 남겼는지 서서히 알게된다.
아무도 클로에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다. 단지 성공에만 집착하고 어린 시절 자신의 동생을 다치게 하여 장애인을 만들었다는 자괴감이
부른 망상증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다만 비슷한 상처를 지닌 고메즈만이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더 이상 클로에의 망상증을 이해해주지 않는 베르트랑도 떠나고 홀로 남게된 클로에는 오로지 자신의 말을 믿어주는 고메즈를
의지하게 된다. 아내를 잃은 상처와 어린시절의 상처를 공유하고 서로를 사랑하게 되는 고메즈와 클로에!
하지만 클로에를 소유하려는 '그림자'의 실체는 서서히 이들을 조여오고 클로에의 마음을 사로잡은 고메즈는 그림자의 목표가 
된다.

사실 누구에게나 조금의 망상증을 있다고 본다. 누군가 자신을 뒤쫓고 있다는 느낌이나 상상과 현실이 오가는 착각에 빠지는 경우.
하지만 텅비었던 냉장고에 누군가 장을 봐다 채워넣고 사진이나 그림이 뒤바뀌는 상황을 맞는다면..그리고 그림자의 정체가 드러나지 
않는다면 정말 미칠 노릇일 것만 같다. 결국 클로에는 그림자가 원하는데로 사로잡히고 말 것인지.

생각했던 결말보다 많이 비극스러워서 조금은 아쉽다. 과연 클로에를 쫓는 그림자가 누구인지 추측해나갈 수 있도록 깔아놓은
복선은 스릴러의 묘미를 살리긴 했지만.
사랑의 힘이 승리할 것이란 예측을 멋지게 비켜가고 말았다. 다만 거의 죽음에 다다렀던 라발의 부활이 희망이긴 하다.
그의 부활은 분명 '그림자'와의 대결을 예고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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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잘 시간이야 햇살 그림책 (행복한 꼬리연)
미즈 켈리 글, 메리 맥퀼런 그림, 우현옥 옮김 / 꿈꾸는꼬리연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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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여름의 끝자락이에요. 올 여름은 태풍과 잦은 비로 빨리 지나간 것 같아요.
여기 아주 귀여운 아이 '수지 수'의 이야기가 멀리 섬에 있는 우리집까지 날아왔어요.
이 이야기는 영국 어린이 협회에서 주는 베스트 그림책 상을 받기도 하고 세계 어린이들로 부터 사랑받고 있는 '미즈 켈리'라는
분이 만든 그림책이랍니다. 저는 글도 좋았지만 어렸을 때 귀여운 빨간 장화를 신고 웅덩이에서 철벅철벅 물장난을 즐겼다는
'메리 맥퀼런'의 그림도 너무 귀여워서 행복해졌어요.



잠 잘 준비를 하고 있는 '수지 수'가 너무 귀엽지 않나요? 이렇게 깨끗하게 이도 스스로 닦다니..정말 기특하네요.
사랑하는 테드를 꼭 껴안은 걸보니 수지가 가장 사랑하는 친구인가봐요.

 


 


그런데 잠자러 침대에 올라간 수는 하품을 하며 불을 껐는데..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았어요.
수의 침대에 누군가 누워있는게 아니겠어요?
자 수의 침대에 누가 누워있었는지 찾아볼까요.
귀여운 수의 침대를 찾아온 친구들은 침대가 좁아졌다고 난리가 났어요. 남의 침대에 온 친구들이 불평이라니.



과연 귀여운 수지 수는 자기 침대를 점령한 친구들을 돌려보내고 편하게 잠을 잘 수 있을까요?
모두 자기가 잘 침대가 따로 있다는 걸 모르나봐요.
수가 편안하게 자기 침대에서 잘 수 있도록 우리 응원하자구요.




아주 예쁜 비치볼과 함께 온 '잠 잘 시간이야'는 함부로 친구의 침대를 점령하면 안된다는 이야기인데요.
이름도 너무 예쁜 '꿈꾸는 요리연'이라는 출판사에서 온 책과 공 선물 아이들이 너무 좋아할 것 같아요.
추석에 이런 선물 어른과 아이가 모두 행복할거에요.
모두 자기 침대에서 편하게 잘 수 있는지 읽어보지 않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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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특별한 한 달, 라오스
이윤세 글.사진 / 반디출판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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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백 미터 달리기 최고 신기록 23초에 "좌향좌"에 오른쪽으로 "우향후"에 왼쪽으로 돌아선다는 그녀,
귀여니의 새 책이 라오스 여행기라니 일단 묻어갈 생각에 신이나지만 둔녀인 그녀의 여행 괜찮을까?
아주 어린 나이에 우연히 올린 글들이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아 작가가 되어버린 귀여니에게 찾아온 무력감과
초조함, 사실 이런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는 일이다.
뭔가 더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초조감은 오히려 압박감이 되어 쉽게 작품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이럴 때 필요한 건 뭐? 바로 여행이지.
두 번 다시 오지 않은 이십대의 마지막 해 그녀는 결국 배낭을 꾸려 인도차이나반도로 날아가기로 한다.
그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물가가 싸니까.



라오스, 베트남, 캄보디아를 돌아보는 루트가 라오스에서 딱 멈추어 한 달을 보냈던 건 라오스의 특별한 매력에 빠져버렸던것은 아닐까.
하긴 평생 살아온 우리나라도 못가본 것이 훨씬 많은데 생전 처음 들어간 나라를 며칠만에 본다는 것은 어려운 일일테지.
어쨋든 그녀와 함께 시작된 여행은 처음부터 어째 불안하다.
비행기값을 아껴보겠다고 방콕으로 가는 비행기를 탄 것까지는 그렇다치고 오히려 라오스로 넘어가기 위해 왕창 바가지를 쓴 택시비며
홧김에 들이킨 맥주값이 더 나왔다니 우습기도 하지만 조금 불안하기도 하다.
얼마 전 태국이 시위사태에 휩싸여 불안정 했다는데 당시에는 안전했던 모양이다. 그나마 그걸 위안할밖에.



얼마 전 읽었던 라오스 여행기에서 난 사실 심한 실망감을 느꼈었다.
여행이란 늘 새로운 나라에 대한 호기심과 여행경비를 절충해서 결정하는데 라오스는 저렴한 배낭여행자들에게 저렴한 물가로 선호
되는 편이란 걸 알았다. 하지만 오랜 사회주의에서 서서히 깨어나 자본주의에 물들기 시작한 라오스는 한마디로 바가지의 천국처럼
되버렸기 때문이었다. 이른 바 돈맛을 알았다는 이야기인데...동남아 사람들의 기질은 순진하고 게으른 편이라 얍삽함에 길들여진
우리를 어떻게 속이랴 싶었지만 이런 우리를 찜쪄먹는 상혼이 넘실거린다고 했다.
어리버리한 귀여니가 과연 이런 무시무시(?)한 상술에 온전히 살아 돌아올 수 있을까?



그림을 그리는 작가로서 흥미를 느낄만한 가게에 들어가 작품에 감탄하는 동안에도 "배워보지 않을래"하며 다가오는 가게주인 청년의
친절에도 5만킵의 비용을 요구하고 결국 순진한 귀여니에게 라오스의 음식비법을 가르쳐주겠다며 돈을 갈취(?)하는 상술을 애교로 
봐줘야하나? 하긴 언제 라오스 요리를 배워볼 수 있겠어. 



그래도 우수에 젖은듯한 청년의 기타솜씨만큼은 나도 꼭 듣고 싶어진다.

더구나 트리하우스에게 숙박을 하는 '긴팔원숭이체험'이라니...결국 긴팔원숭이는 만나지도 못한 여행이었지만 한화로 20만원이라는
이 체험을 나도 꼭 해보고 싶어진다. 안개에 휩싸인 나무위 집에서 어둠에 싸인 숲에서의 하룻밤이 조금 무섭긴 하겠지만.

여행객의 천국이라는 루아프라방을 제외하고는 그나마 여행객이 적은 라오스의 진짜 모습이 담긴 곳들을 찾아다닌 것 같아 즐겁다.
조금 따분하기도 했고 하필이면 우기인지라 빗속여행이 쉽지 않았겠지만 인생이 그런걸 뭐.
진흙속에 발이 빠지고 돼지똥에 젖고 가끔은 바가지에 속아도 그녀의 여행은 행복해보인다.
무리하지 않고 여유있게 쉬엄쉬엄 하는 여행이 진짜 여행이긴 하니까. 하지만 숙취로 뒹굴었던 시간은 사실 조금 아깝지 않았나?

그래도 참 다행이다. 그녀가 만난 사람들이 다 좋은 사람처럼 보였다. 엉뚱하고 흥정잘하는 이탈이라 청년 스테파니와 수란 이름을 가진
여자와 남자, 흑심을 품고 달려들었던 바위 청년때문에 잘하면 라오스댁이 될뻔한 사건도 나는 재미있었는데...귀여니는 식겁했을것야.ㅋㅋ 그래도 아직 이십대인데 이런 무모한 스캔들 하나쯤은 남겨야 여자지 안그래?



친절하게도 부록에 정보가 가득해서 더 맘에 든다.



이왕 떠날거면 그 나라에서 꼭 써야할 단어 몇가지쯤은 외어가는 것은 필수!
그리고 이렇게 바가지까지 써가며 한 달이나 둘러본 여행이 고작 170만원이라니..확실히 물가가 싼 라오스는 여전히 매력적인
나라이긴 하다. 더 돈독이 오르기 전에 얼른 다녀와야할텐데..우선 귀여니와 함께 한 라오스로 당분간은 만족해야겠다.
우울했던 시간을 털어내고 이 여행이 다시 활력이 되어 귀여니의 재치있고 유머스런 다음 작품을 얼른 만났으면 좋겠다.
아니 이 말도 스트레스가 되면 안될텐데..걱정스럽기는 하지만.
좌충우돌 숙취만땅 즐거운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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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약함의 힘 - 현경 마음 살림 에세이
현경 지음, 박방영 그림 / 샘터사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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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살아오는 동안 행복하고 편안했던 날들보다는 아프고 외롭고 고단했던 날들이 더 많았었다.
유독 올 봄부터 우리를 아프게 했던 사건과 사고가 끊이지 않아서일까...쉰 넘어 어렵게 넘어온 인생길이
또다시 묵직하게 짓누르는 것만 같았던 나날이었다.
뉴욕 유니언 신학대학원의 종신교수로 기독교 신학자이며 불교와도 친하게 지내고 있다는 작가는 매월 샘터에서
만나온터라 친구같았다. 그녀의 이름이 필명이 아니라면 나와 종씨라는 것도 친밀감을 느꼈던 이유가 될지도 모르겠다.
마치 차가운 마음에 봄빛을 뿌리듯 들꽃과 나비가 가득한 봄같은 책을 받아드니 일단 얼어붙었던 마음이 녹아드는 것만 같다.



소박한 내 집 돌담울타리에 수줍게 피어있는 사랑초조차 우주의 소중한 기운이라는 것이 느껴질만큼.
'연약함의 힘'이라는 제목보다는 '아름다움의 힘'이나 '사랑의 힘'이라는 것이 더 맞게 느껴질만큼 그녀의 글에는 온통 사랑과
아름다움에 대한 이야기들뿐이다. 
가끔 늙어가고 있는 시간이 느껴져 속상하다는 투정이 있지만 그 것조차 늙어감의 의미가 어떤 것인지를 알려주는 복선일 뿐이다.
그녀가 바라보는 우주와 지구, 그리고 우리들의 모습은 온통 사랑과 기적의 모습들이다.
인간에게 종교는 절대적이기도 하지만 그녀에게 종교는 구원을 넘어서 소통과 치유의 디딤돌 같기도 하다.
흔히 종교학자라고 하면 어딘가 꽉 막힌듯한 맹신과 얽매인 부자유가 느껴지지만 그녀에게는 온우주의 모든 사물과 소통하는 
자유와 발랄함이 느껴진다. 그녀가 믿는 하나님의 세상도 자비를 알리는 부처의 세상도 공평하게 보여 너무도 아름답다.
내가 원했던 참 종교인의 모습이 바로 이러했다.
종교가 교회안에서만, 절안에서만 머물러서는 안된다는 것. 그녀처럼 사방을 돌아다니면서 보여주는 모든 것이 바로 종교여야 한다는
내 철학과 너무나 맞아 떨어진다.



그녀가 만난 인권운동가들이나 심리치유사들, 그리고 여성운동가들의 모습은 사랑스럽고 아름다웠다.
아니 그녀의 눈으로 본 그들의 모습이 바로 그러했다. 마치 부처의 눈에는 부처가 보이는 것처럼.
얼마전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고 많이 슬펐노라고 하는 글에서는 얼마전 세상을 떠난 여동생이 떠올랐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다는 것은 어쨋든 남아있는 이들에게는 슬픔이다.
좀더 신과 가까운 세상에서 더 멋진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은 나같은 평범한 사람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어느 장례식에서 죽음은 빈곳을 내어주는 일이라는 목사님의 말씀에 위로가 되었다는 말에 나 역시 위로가 된다.
채우려고만 하는 삶에서 더러는 이렇게 빈곳을 내어주어 다시 충만케 하려는 우주의 섭리에 슬픔을 잊는다.

아직도 공부를 멈추지 않고 또 다른 도전을 하는 모습도 대단하다.
분단의 조국과 단절된 사랑에 대한 그녀의 염원도 아프게 공감된다. 
일 년에 한 두번 떨어진 기운을 보충하듯 고국에 돌아온다는 모습에서는 이국에서의 외로움과 고독이 느껴져 안스러웠다.
히말라야에서 만난 샤먼이든 쿠바의 샤먼이든 모든 걸 껴안는 그녀의 종교관은 지금 지구 곳곳에서 자신들의 종교를 앞세워
총을 쏘는 맹신의 폭도들에게 본보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늙어감을 감사하게 받아들이고 가끔은 죽음을 연습해보면서 그녀와 비슷하게 이 세상을 살다갔으면 좋겠다.
얼핏 그녀의 얼굴을 보니 어차피 신과 인간의 건넘돌 역할이 팔자임을 알게된다.
절대 연약할 수 없는 그녀의 사랑과 아름다운 힘이 내게 힘이 되주었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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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슨 씨앗일까? 2 샘터 솔방울 인물 15
황병기 외 지음, 유준재 그림 / 샘터사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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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한 알의 씨앗이 있어요. 과연 이 씨앗은 어떤 꽃을 피우고 어떤 열매를 맺을까요?
여기 일곱 선배의 꿈과 도전의 이야기가 있답니다.



이 세상에 태어난 우리들은 우주의 기가 모여져 소중하게 이 땅에 오게 되었답니다.
각 분야에서 인정받은 멋진 선배들도 처음에는 아주 작은 씨앗이었을거에요.
제가 아주 좋아하는 박완서작가님도 마흔이 넘어 등단하시고 작가로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다고 하는데요.
이렇게 뒤늦은 나이에 '늦깍이'로 시작한 한복 디자이너 이영희님의 이야기는 나이와 꿈은 아무 상관이 없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원색의 한복이 유행하던 오래전에 파스텔톤의 아름다운 옷감으로 옷을 지어내어 찬사를 받았던 이영희씨는 어려서부터 바느질에
남다른 재능이 있었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바느질과 염색의 세계를 알았다고 하는데요.
그렇지만 그저 평범하게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키우던 주부였는데 혹시나 빠듯한 살림에 보탬이 될까 싶어 시작한 이불장사가
오늘의 한복디자이너의 첫걸음이라니 놀랍기만 합니다.
재능도 중요하지만 좀 더 멋진 작품을 만들기위해 공부하고 자료를 찾아다니는 열정은 우리 어린 친구들이 꼭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어려운 가정환경때문에 중학교를 겨우 졸업한 소년이 집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었던 곤충에 대해 관심을 갖고 꾸준하게 공부하고 채집하여 진짜 박사들에게 '곤충 박사'의 호칭까지 들을 정도로 전문가가 되었다니 그 열정이 얼마나 대단한지요.
벌레를 무서워하는 나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이야기지만 어떤 분야든 열정을 가지고 노력하면 이런 결과가 나온다는 것은 존경스럽습니다.



우리나라에 여성 민항기 기장이 있었다니 정말 놀랍습니다. 이제 어떤 분야든 남녀의 구분이 없는 시대이긴 하지만 비행기를 조종하는
기장직에도 여성이 자리를 잡아간다니 같은 여성으로서 뿌듯하기만 합니다.
하지만 남자들도 힘든 훈련을 이겨내고 오랜 비행시간을 견뎌야 하는 신체적인 약점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정말 무엇이 되고 싶은지 스스로 길을 찾았던 신수진씨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비행기조종사를 길러내는 민간학교가 없다는데요. 미국까지 날아가 홀로 편견과 싸우며 꿈을 이룬 그녀의 비행기를 
타보고 싶어집니다. 머지 않아 많은 여성기장들이 나오리라고 기대합니다.

서울대 법대까지 진학할 정도로 뛰어난 수재였던 황병기씨도 우연히 접한 가야금에 빠져 홀대받던 국악을 우뚝 일으켜세우셨죠.
쉬운 길이 있음에도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일을 위해 과감하게 그 길을 포기한 그의 선택 덕분에 우리 국악을 세계에 알리는 업적을
남기게 된 것이 아닐까요. 

지금 이 순간도 컴퓨터에서 한글을 치고 있는데요. 이 글꼴이 아주 어렵게 우리에게 당도했다는 사실도 놀랍습니다.
1980년대 초까지도 이런 글꼴을 일본에서 수입을 했다니...정말 믿지 못할 정도로 부끄러운 일이었습니다.
한글 디자이너 석금호씨 역시 이런 사실에 충격을 받고 잘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내고 고난의 길로 들어섰답니다.
한글 글꼴을 개발하고 공급하는 그의 열정에 힘입어 이제 우리는 이렇게 편하게 그의 노력을 누리고 있네요. 정말 감사한 일입니다.

작은 텃밭에 씨를 뿌려도 씩씩하게 땅을 뚫고 올라오는 싱싱한 녀석이 있는가하면 영 크지 못하고 죽는 녀석들도 있답니다.
이렇게 자란 싹들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해줍니다.
지금 무엇이 될지 모르는 우리들의 아이들은 어떤 씨앗을 품고 있을까요.
그 씨앗이 잘 자라도록 물을 주고 잡초를 뽑아주는 것이 우리의 몫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많은 씨앗들이 건강하게 뿌리를 내리고 큰 열매를 맺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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