껌 좀 떼지 뭐 - 제3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 수상작
양인자 지음, 박정인 그림 / 샘터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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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소년같은 마음을 지녔던 고 정채봉작가를 기리는 '정채봉 문학상 대상 수상작' '껌좀 떼지뭐'는 권위주의와

획일주위에 젖어있는 어른들을 향한 아이들의 아우성이 그대로 녹아있는 작품인 것 같다.

 

 

작년에 새로 부임해오신 '깔끔파' 교장선생님은 매일 아침 '학교 청소 실태 보고'를 방송할 만큼 온 학교가 반짝반짝해야 직성이

풀리는 분이다. 바닥에 붙어있는 껌들은 아이들이 껌을 씹다가 그냥 버려서 생긴 것이라고 절대 학교내에서는 껌을 씹지 못하게 한다.

물론 껌을 씹다가 걸리면 바로 봉사활동에 들어가야 한다. 청소에서 벗어나려면 껌을 씹는 다른 아이 둘을 잡아와야 한단다.

5학년 이미나가 딱 걸려버렸다.

 

 

어디서 두 명을 찾아야 할까. 어린 후배들은 딱 걸린 순간 겁을 먹고 울어대는 통에 차마 신고할 엄두가 안나고 선배인 6학년은

미나가 겁이 나고 같은 학년 친구를 신고하자니 의리가 없는 것 같아 차마 잡지를 못하겠다.

그런 미나를 구해주기 위해 달려온 친구들의 입에 가득 껌이 들어있는데 슬쩍 뒤를 돌아보니 잠자코 지켜보고 있는 교장선생님!

용암이 터지기 전 미나는 소리친다. "껌은 휴지에 싸서 버리고, 수업시간에는 뱉어라!"

하긴 학교에서 껌을 질겅질겅 씹고 다니는 모습은 좋아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어린 아이들에게 다른 친구를 신고해야만 벌에서

풀어준다는 규칙은 왠지 비겁해보인다. 차라리 '껌좀 떼지 뭐'하면서 친구들을 감싸는 미나가 훨씬 더 어른스러워 보인다.

 

 

내가 살고 있는 섬에도 조부모와 살고 있는 아이들이 많다. 이런저런 이유로 부모없이 자라야 하는 아이들에겐 슬픔이 느껴진다.

승학이가 바로 그런 아이이다. 어두운 그림자를 북치는 것으로 해소하던 아이는 북치는 모습이 제아비를 닮았다는 말에 화가나서

그마저도 치워버린다. 하지만 풍물전수를 위해 마을을 찾은 여대생 승현이는 자신과 이름도 사는 모습도 비슷한 승학이가 자꾸

눈에 들어온다. 다시는 북을 치지 않겠다고 결심했지만 승현이의 격려로 다시 북을 치는 승학이. 다시 슬픔이 도망가는 것만 같이

신이 난다. 바닷가 마을로 풍물전수를 온 대학생들과 섬마을의 아이들의 이야기가 잔잔한 파도같다.

 

 

조금도 떠들어서는 안되는 교실이 있다. 심지어 노는 시간까지도 조용해야한다는 규칙을 만들어 놓은 담임선생님때문에 숨이 막힐것

같은 동민이. 결국 아이들은 선생님을 향해 봉기를 든다. 모두 입을 닫아버린 것이다.

"조용히 시킬 때는 떠들더니 왜 말을 안해 왜?" 화를 참는 선생님의 머리위에서 모락모락 김이 올라오는 것 같아 읽는 나도 얼마나

고소한지 모르겠다. 도대체 '규칙'이니 '원칙'은 누구를 위해 세워놓은 것인지..얘들아 잘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속터지는 일이 한 둘이 아니다. 늦잠꾸러기 녀석들, 게임에 목매는 녀석들 때문에 하루에도 열 두번씩 소리를

질러야 하는 일등...아직 어리고 속없다고 생각했던 녀석들 마음에도 꽃이 피고 열매가 맺혀져 가는게 느껴진다.

요령없는 어른들을 향해 큰 펀치 한 방을 먹이는 것만 같아 같은 어른이면서도 녀석들의 편이 되고 싶다.

우연히 자료실을 갔다가 내일 볼 시험의 시험지를 보게된 현석과 휘빈에게 내려진 벌은 천왕봉 등정이다.

살다보면 마음이 흔들리는 일이 많을테고 그걸 이기는 것이 진정한 공부라는 선생님의 말씀이 지혜롭다.

녀석들을 데리고 천왕봉에 올라 세상을 보게해준 그런 선생님들만 있다면 우리 아이들이 밝게 자랄텐데.

 

교사는 있지만 스승은 없다는 요즘 시대에 특히 교직에 있는 분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본다.

배려없는 규칙이나 원칙들이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고 획일적인 교육이 얼마나 비효율적인지 느꼈으면 하는 마음이기 때문이다.

동화집이지만 어른들이 더 읽어야 할 책이다. 정채봉작가역시 하늘에서 나처럼 그런 마음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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껌 좀 떼지 뭐 - 제3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 수상작
양인자 지음, 박정인 그림 / 샘터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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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소년같은 마음을 지녔던 고 정채봉작가를 기리는 '정채봉 문학상 대상 수상작' '껌좀 떼지뭐'는 권위주의와

획일주위에 젖어있는 어른들을 향한 아이들의 아우성이 그대로 녹아있는 작품인 것 같다.

 

 

작년에 새로 부임해오신 '깔끔파' 교장선생님은 매일 아침 '학교 청소 실태 보고'를 방송할 만큼 온 학교가 반짝반짝해야 직성이

풀리는 분이다. 바닥에 붙어있는 껌들은 아이들이 껌을 씹다가 그냥 버려서 생긴 것이라고 절대 학교내에서는 껌을 씹지 못하게 한다.

물론 껌을 씹다가 걸리면 바로 봉사활동에 들어가야 한다. 청소에서 벗어나려면 껌을 씹는 다른 아이 둘을 잡아와야 한단다.

5학년 이미나가 딱 걸려버렸다.

 

 

어디서 두 명을 찾아야 할까. 어린 후배들은 딱 걸린 순간 겁을 먹고 울어대는 통에 차마 신고할 엄두가 안나고 선배인 6학년은

미나가 겁이 나고 같은 학년 친구를 신고하자니 의리가 없는 것 같아 차마 잡지를 못하겠다.

그런 미나를 구해주기 위해 달려온 친구들의 입에 가득 껌이 들어있는데 슬쩍 뒤를 돌아보니 잠자코 지켜보고 있는 교장선생님!

용암이 터지기 전 미나는 소리친다. "껌은 휴지에 싸서 버리고, 수업시간에는 뱉어라!"

하긴 학교에서 껌을 질겅질겅 씹고 다니는 모습은 좋아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어린 아이들에게 다른 친구를 신고해야만 벌에서

풀어준다는 규칙은 왠지 비겁해보인다. 차라리 '껌좀 떼지 뭐'하면서 친구들을 감싸는 미나가 훨씬 더 어른스러워 보인다.

 

 

내가 살고 있는 섬에도 조부모와 살고 있는 아이들이 많다. 이런저런 이유로 부모없이 자라야 하는 아이들에겐 슬픔이 느껴진다.

승학이가 바로 그런 아이이다. 어두운 그림자를 북치는 것으로 해소하던 아이는 북치는 모습이 제아비를 닮았다는 말에 화가나서

그마저도 치워버린다. 하지만 풍물전수를 위해 마을을 찾은 여대생 승현이는 자신과 이름도 사는 모습도 비슷한 승학이가 자꾸

눈에 들어온다. 다시는 북을 치지 않겠다고 결심했지만 승현이의 격려로 다시 북을 치는 승학이. 다시 슬픔이 도망가는 것만 같이

신이 난다. 바닷가 마을로 풍물전수를 온 대학생들과 섬마을의 아이들의 이야기가 잔잔한 파도같다.

 

 

조금도 떠들어서는 안되는 교실이 있다. 심지어 노는 시간까지도 조용해야한다는 규칙을 만들어 놓은 담임선생님때문에 숨이 막힐것

같은 동민이. 결국 아이들은 선생님을 향해 봉기를 든다. 모두 입을 닫아버린 것이다.

"조용히 시킬 때는 떠들더니 왜 말을 안해 왜?" 화를 참는 선생님의 머리위에서 모락모락 김이 올라오는 것 같아 읽는 나도 얼마나

고소한지 모르겠다. 도대체 '규칙'이니 '원칙'은 누구를 위해 세워놓은 것인지..얘들아 잘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속터지는 일이 한 둘이 아니다. 늦잠꾸러기 녀석들, 게임에 목매는 녀석들 때문에 하루에도 열 두번씩 소리를

질러야 하는 일등...아직 어리고 속없다고 생각했던 녀석들 마음에도 꽃이 피고 열매가 맺혀져 가는게 느껴진다.

요령없는 어른들을 향해 큰 펀치 한 방을 먹이는 것만 같아 같은 어른이면서도 녀석들의 편이 되고 싶다.

우연히 자료실을 갔다가 내일 볼 시험의 시험지를 보게된 현석과 휘빈에게 내려진 벌은 천왕봉 등정이다.

살다보면 마음이 흔들리는 일이 많을테고 그걸 이기는 것이 진정한 공부라는 선생님의 말씀이 지혜롭다.

녀석들을 데리고 천왕봉에 올라 세상을 보게해준 그런 선생님들만 있다면 우리 아이들이 밝게 자랄텐데.

 

교사는 있지만 스승은 없다는 요즘 시대에 특히 교직에 있는 분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본다.

배려없는 규칙이나 원칙들이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고 획일적인 교육이 얼마나 비효율적인지 느꼈으면 하는 마음이기 때문이다.

동화집이지만 어른들이 더 읽어야 할 책이다. 정채봉작가역시 하늘에서 나처럼 그런 마음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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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14.11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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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1월을 참 좋아한다. 내 생일이 들어있어서이기도 하고 뭔가 이제부터는 휴식이 시작되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샘터 11월 미틈달이라는 표지를 보고 있자니 지난 여름의 노고가 떠올랐다. 그나저나 '미틈달'이라는 뜻이 뭐지?

가을을 힘차게 밀치면서 겨울로 향하는 뜻이라는데 나는 그냥 힘차게 밀치기 말고 이 계절에 머무르고 싶어진다.

 

그래도 어쩌랴 시간의 수레바퀴는 도저히 멈추지 않는 것을.

 

 

어쨋든 이 계절 어디 여행이라도 떠나보고 싶어지는데 볼거리도 중요하지만 먹거리도 챙기는 여행이 실속있어 보인다.

이제 다가올 겨울을 대비할 먹거리를 챙기는 장보기 여행이라니. 흠 둘러보니 오래전 단양에서 마늘을 사왔던 기억이 떠오르고

저 많은 특화시장중에 겨우 두어곳을 둘러봤을 뿐이라니 이 가을에는 김장에 쓸겸 강경의 젓갈시장을 들러 서해안에서 회나 한접시 할꺼나.



 

 

마침 10월말과 11월초에 팔도장터관광열차가 운행된다고 한다. 4일 나주 목사고을시장을 들르고 단풍구경까지 하는 코스가

확 마음을 끈다.

 

 

 

어느새 1년이 되었던가. 그를 추억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아파온다. 좀더 우리곁에서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어야 할 작가였는데

그의 죽음이, 그의 빈자리가 너무 크게 다가온다.



 


 

 

젊은 시절 그의 모습에서는 훗날 희귀암으로 고통스럽게 삶을 마감할 것같은 예감은 느껴지지 않았는데..

샘터에 연재되었던 '가족'들의 마음은 어떠할지. 그래도 아주 춥지도 아주 덥지도 않은 계절에 그를 보낼 수 있어 다행이었다.

지금쯤 몇 편의 장편은 써놓았을 것 같은데 언젠가 나도 하늘에 부름을 받는다면 그의 작품을 읽어볼 수 있으려나.

 

 

가을하면 역시 누렇게 잘 늙은(?) 호박이 떠오른다. 못생겼어도 맛만 좋으면 그만인데 영양까지 짱인 호박죽을 만들어볼까.

이 달의 부엌수업을 해주실 할머니는 도시생활만 하시다가 귀촌을 하신 우명희씨의 추억의 추어탕과 호박죽이다.

추어탕을 지방에 따라 여러방법이 있다는데 미꾸라지를 뼈째로 갈아 만든 경상도식 추어탕이 먹음직스럽다.

 


이달의 십자말풀이의 미션은 '청'자이다. 과연 청자가 몇 번이나 나올지 나도 열심히 풀어보기로 한다.

그저 두뇌회전하는데 이만한 놀이가 없다.

 

"독배를 마시면서 '악법도 법이다'라고 말했다는 소크라테스의 말은 어디에도 없었다."라는 그리스학자 유재원교수의

말은 무슨 뜻인지, 들어본 적 없는 나문재나물은 어떤 것인지 궁금하시다면 샘터 11월호에서 해답을 찾아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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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의 철학 퇴근길의 명상 -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겪는 실존의 문제 40가지에 답하다
김용전 지음 / 샘터사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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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생활은 고달픈 법이다. 하루에도 열두번씩 사표를 던지고 싶을 때가 많을만큼 스트레스도 많다.

하지만 이러한 스트레스조차 부러운 젊은이들이 넘쳐나는 시대이고 보니 '출근'이니 '퇴근'이니 하는 단어만

들어도 가슴이 무너지는 젊은이들이 안타깝기만 하다.

몇 년전만 해도 좋은회사에 취직하기 위해서는 스펙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요즘은 스펙이 중요한 시대가 아니라고 한다. 좀더 개성있고 조직생활에 적응이 빠른 인재들을 뽑는다고 하고

'최선을 다하는'사람이 아닌 '잘하는 사람'을 원하는 시대가 되었다.

 

 

저자 김용전은 KBS1라디오 [성공예감 김원장입니다]([성공예감 김방희입니다]로 시작)에서 최장수 인기 코너 ‘직장인 성공학’을 맡고 있으며 커리어 컨설턴트로서 6년간 직장인들의 다양한 고민을 상담해주고 있으며, 구체적이고 속 시원한 답변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런 그가 방송에서 다룬 400여건의 사례와 회사와 단체를 위한 강의에서 수집한 질문을 토대로 직장인들이 겪고 있는 가장 까다로운

문제 40가지를 추출했다.

하지만 이 책은 직장내에서의 문제뿐만이 아니라 인생의 문제 자체를 진단하고 해답을 찾아가는 책이다.

 

 

백 년 가게뿐만 아니라 천 년 가게도 존재하는 일본에서는 유명한 초밥집의 체인점이 없다고 한다. 혹시라도 질이 안 좋은 음식이 나올 수도 있고 이 가게가 안되면 저 가게에서 벌어 메우면 되겠지 하는 안이함이 생길 우려가 있기 때문이란다.

저자는 '두 개의 화살을 지니지 말라'라는 말로서 이와같은 우를 범하지 않도록 조언하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인맥을 중요시하는 나라는 많지 않을 것이다. 일단 나와 인맥이 닿는 인물에게는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내고 나와 출신이 다른 선,후배, 동료들에게는 등을 돌리고 있지는 않은지 묻는다. 어떤 '틀'에 사로잡혀 직장생활을 한다는 것은 결국 자신도 속박되어지는 것이다. 멀리보고 다양한 소통이 필요함을 역설하는 말이다.

 

 

오래전 전쟁으로 지친 보트피플등을 바다에서 구한 전재용선장의 일화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혹시라도 국제적인 분쟁이 벌어질까 당국과 본사에서는 모른척하라는 지시가 있었지만 전선장을 도저히 96명의 생명을 모른 척 할 수가 없었다. 보트피플중 우두머리였던 베트남인은 미국으로 이주하여 성공한 후 전선장을 수소문해서 찾아 17년만에 재회하기에 이른다.

전선장은 바다의 난민을 구조하게 되면 자신의 경력과 미래에 치명상을 입을 것임을 알았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그 어떤 경우에라도 생명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판단한 그의 용기는 존경이상의 존엄함이 느껴진다.

결국 그 일이 전선장 개인에게는 타격을 주었지만 멀리 미국 한인사회에서 베트남인들과의 우정으로 싹이 텄으니 그의 결정은 옳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그 경우라면...쉽게 승선을 결정할 수 있을 것인가.

 

이렇듯 누구나 일어날 수 있는 사례를 들어 다양한 해결방안을 제시하고 있어 든든한 멘토를 얻은 느낌이다.

단순히 직장생활의 어려움뿐만 아니라 인생 전반에 관한 저자의 조언이 요즘처럼 힘든 시대에 큰 도움이 되리라 믿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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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손 밀리언셀러 클럽 104
모치즈키 료코 지음, 김우진 옮김 / 황금가지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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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일본의 전통적인 스릴러나 미스터리물이라기 보다는 심리물에 더 가깝다고 얘기하고 싶다.

소설가를 꿈꾸는 무명작가 기스기 교코는 방대한 양의 소설을 써왔지만 아직 어디에서고 그녀의 존재를 알리지 못한다.

몇 몇 출판사에 원고를 보내려 하지만 산더미같은 원고뭉치에서 자신의 작품이 읽혀지리라는 생각은 할 수가 없다.

고향인 고베에서 올라온 교코는 유명 출판사를 전전하면서 자신의 원고를 읽어봐달라고 사정한다.

오래전 신문예사의 부편집장으로 있던 미무라는 묘한 분위기를 지닌 기스기 교코의 재능을 알아보지만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같은 그녀의 작품을 다듬어보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교코는 일단 자신의 손을 떠난 작품을 다시 수정하는 일같은건 전혀 관심이 없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흘러 미무라에게 고베의 한병원에서 근무한다는 의사 히로세로부터 전화가 걸려온다.

다카오카 마키라는 여성을 알고있냐고 묻고는 자신의 환자인 그녀가 갑자기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녹색원숭이'라는

작품을 보여주면서 미무라편집장의 이름을 대더라고 했다. 미무라는 '녹색원숭이'라는 제목을 듣는 순간 큰 충격을 받는다.

사랑했지만 지금은 사라진 교코의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과연 '녹색원숭이'라는 원고를 들고 나타난 마키는 묘하게도 쿄코의 버릇을 그대로 재현했다.

마치 쿄코의 영혼이 빙의된듯이.

 

주간지 기자인 미치코는 3년전 사라진 아이의 흔적을 쫓고 있었다. 연쇄유괴범의 소행처럼 보였던 사건중 4번째 아이만

다시 돌아오지 않았던 그 사건속에서 의문의 여자의 흔적을 발견하게 된다.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무명작가는 어디로 간 것일까?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발생한 유괴사건과는 어떻게 연결이 될 것인가.

 

 

사건의 중심이 된 소설가 지망생인 쿄코는 '신의 손'이라고 부를만큼 엄청난 속도로 글을 써내려 간다.

'소설을 쓴다는 것은 의식과 무의식 사이를 떠다니는 말들을 잡는 것이라고. 그리고 소설가란 마음속에 괴물을 한 마리

키우고 있다고. 그 괴물을 키우면서 작가가 되고, 그 괴물에 잡아먹힐 때 자살한다...라고요.' -본문중에서

 

작가란 마음속에 괴물을 키우는 일이라고 말했던 작가가 떠올랐다. 마치 무병처럼 도저히 글을 꺼내놓지 않으면 죽을 것

같다던 그 작가처럼 쿄코는 미친듯 글을 꺼내놓는다. 하지만 그녀의 재능은 어둠속에 묻혀 있었다.

원석을 다듬어 세상밖에 보석을 내놓고 싶어했던 미무라 편집장은 그녀의 광기를 이해했지만 도저히 잠재울 수 없다는 것을

알게된다. 그리고 또 하나 그녀를 사랑했던 옛애인이었던 남자는 그녀가 미무라에게 살해되어 어딘가에 묻혀있을 것이라는

심증을 갖고 미무라에게 의식적으로 접근하게 된다. 여러군데에 덫을 놓고서.

 

 

마치 이 소설의 저자 자신의 본능을 이야기하듯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고 본능에 충실한 인간의 삶을 부정하기 위해 문학이

태어났다고 외치는 것만 같은 작품이다.

사라진 쿄코의 진실은 이미 그녀 자신의 작품속에 해답이 들어있었다.

하긴 어느 정도 광기를 지닌 자여야만 빛나는 글을 쓸 수 있는지도 모른다.

 

사라진 쿄코와 유괴된 아이를 쫓는 이야기가 교차되면서 결국 한 점에 도달하게 된다.

광기여도 좋으니 이런 재능을 타고 날 수 있었다면..하는 아쉬움으로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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