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 2014.12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4년 11월
평점 :
품절


 

어느새 2014년 맺음달 12월호가 발간되었다. 세월이야 늘 너무 빨라서 시위를 벗어난 화살과도 같다더니 이제

말 그대로 다사다난했던 2014년도 마무리를 할 때가 되었나보다.

그래서일까. 이번호에는 그동안 알차게 지면을 채워주었던 몇 몇 코너의 작가들이 마지막 글을 올렸다.

사실 이런 맺음글들이 바로 시간의 아쉬움을 느끼게 하고 한해의 마지막을 느끼게 한다.

 

 

시간이 가는 것은 말할 수 없이 아쉽지만 2014년은 제발 빨리 없어지고 희망의 2015년을 기다려보게 된다.

 

 

이번호의 특집 '이렇게 끝나지 않았다'의 글을 읽으면서 문득 우리집에 온 진돗개 막둥이가 생각난다.

원하지 않았던 개 한마리가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보면서 나 역시 어려서 개에 물린 기억이 트라우마가 되어 개를 몹시 싫어해서

강아지를 키운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는데 어찌 어찌 우리집 울타리 안으로 들어온 막둥이가 이제는 너무 사랑스러워졌기

때문이다. 평생 개를 싫어하는 사람으로 살아갔을 수도 있었던 고미령씨와 더불어 나도 생명의 소중함을 누리고 있으니 남의 일같지

않았다.

 

 

'행복일기'에 '재활용품 창고 같은 수녀님'을 읽으면서는 어찌나 웃음이 나오던지 오랜만에 실컷 큰소리로 웃었던 것같다.

아무리 순진무구한 수녀님이라도 그렇지 수녀원 개 순이가 시도 때도 없이 짖어 고민이라는 수녀님의 말에 신부님이 '된장 발라

버려요'했단다. 그 날 이후 개 순이 코 위에는 된장이 듬뿍 발라졌다니...이건 정말 상상 이상이다.

보신탕의 뜻을 그렇게 받아들이신 수녀님의 마음이 얼마나 순수한지 감동스럽기까지 했다.

 

 

이번 달 나누고 싶은 물건에 올라온 김광현 투수의 사인볼은 정말 특별하게 다가온다.

우리 야구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서 큰 활약을 하고 있다는 소식이야 잘 듣고 있는데 이번에 김광현선수도 미국으로 진출하는 모양이다.

3년 전 우연히 얻었다는 이 사인볼은 분명 앞으로 큰 소장가치를 지닐터인데 어찌 선뜻 내놓을 수 있었을까.

늘 느끼지만 샘터의 독자들은 욕심이 없으신 분들이 너무 많으신 것같다. 나라면 많은 시간이 지난 후에 경매시장에 내놓을텐데..

 

 

이번호에 등장한 '고아들을 달래주던 생떡국'역시 아주 특별하다. 인정 많았던 어머니가 급하게 쌀가루를 익반죽하여 끓여냈다는

생떡국은 어떤 맛이었을까. 꼭 방앗간에서 뽑아온 가래떡이 없어도 이렇게 멋진 떡국이 될 수 있다는게 신기하다.

맛도 맛이지만 그안에 담긴 어머니의 정이 얼마나 많은 고아들에게 힘이 되었을지 연말이 되고 보니 그 뜻이 더욱 와닿는다.

 

 

하루에도 몇 장씩 받게 되는 영수증에 이런 물질이 숨겨져 있었다니 정말 우리는 언제나 안전한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

무심코 입에 물기도 하고 아이들도 만지게 되는 감열지 영수증에는 여성호르몬을 흉내내는 비스페롤A라는 물질이 묻어있다고 한다.

흠...이 글을 보시는 많은 독자들은 이웃에도 위험성을 알려 공유했으면 좋겠다.

 

대동령의 딸에서 아트센터 나비의 관장으로 대기업회장의 부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노소영씨의 인터뷰는 여러생각을 들게한다.

상위 1%의 삶이 주는 것은 무엇인지..그리고 나누는 삶에 대한 생각은 어떤지..로봇공방을 그 출발점이라고 해석하고 싶었다.

 

정숙자 시인의 샘터 에세이에서 만난 아주 특별한 선물을 보고 있자니 문득 부끄럽다.

사실 거창한 선물이 아니어도 이렇게 충분히 감동스러울 수도 있건만 마음이 가난한 나는 이런 생각도 못했다는 사실때문에.

올 크리스마스에는 나도 흉내좀 내볼까? 우리 아파트 경비며 미화원 아주머니를 위해 선물꾸러미를 꾸려볼까?

이번호에도 역시 나는 많은 것을 배워간다. 내년에는 또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까. 바뀔 필진이 너무도 궁금해진다.

샘터! 올 한해 감사했고 내년에도 부탁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참 좋은 인연 - 인생은 짧고 의술은 길다
정준기 지음 / 꿈꿀자유 / 201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전업작가도 아닌 분이 벌써 책을 세 권이나 내고 이번에 '참 좋은 인연'이란 타이틀로 네 번째 책을 냈다.

하긴 소소한 수필집 정도나 여행기 정도는 낼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 분의 글은 그저 소소한 정도가 아니다.

어찌보면 과학을 다루는 섬세한 직종을 가지고 있는 분이라 가능할 것도 같지만 감성만큼은 과학자의 지성을 넘어선 것이었다.

물론 저자가 인연을 맺은 분들 중에는 의사이면서 혹은 경제학자이면서도 책을 낼만큼 감성적이고 능력있는 분들도 있긴했다.

그리고 저자가 의사의 길을 걷게 되고 평생 변하지 않는 소신으로 살게 된 것도 사실 그가 감동적으로 읽었던 이광수의 '사랑'이었다니

그와 책과의 인연은 확실히 남다르긴 하다.

옷깃 한 번 스치는 것도 500겁의 인연이 있어야 한다는데 저자가 만난 분들은 도대체 전생에 얼마나 많은 만남이 있었던 것이었을까.

자신의 시상식을 위하여 멀리 독일에서 건너와 피아노 연주까지 해주었던 피아니스트의 인연은 20여년 전 독일의 하숙집에서 시작된

것으로 그냥 같은 하숙집에서 만난 같은 나라 사람정도로 끝날 수도 있었던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오랫동안 그녀와의 만남을 소중하게 이어옴으로써 마치 오빠같은 사이가 되었고 이렇듯 먼 길을 건너와 멋진 수상곡을

연주해주었던 것이다.

누군들 첫사랑에 대한 애틋한 추억이 없을까마는 나도 무척이나 좋아하는 프러스트의 시 '눈 내리는 저녁 숲가에 서서'라는 시에 얽힌

일화를 보면 그의 아련하면서도 풋풋한 첫사랑에 이어 마지막 귀절인 '잠자기 전에 몇 마일을 가야만 한다'를 자신의 남은 삶을 부지런히

한발자욱씩 움직여 죽는순간까지 소명을 다하겠노라는 의지의 다짐이 감동스럽다.

하긴 구구절절 따뜻한 이 수필집에서 그의 품성과 소신과 아름다운 인연들을 보면서 그가 마지막까지 어떻게 살다 갈지 짐작이 된다.

하다못해 어린시절 자신의 집에 세들어 살던 분들과 지금까지 연락을 하고 사는 걸 보면 그가 자신의 인연을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는지

알게된다. 심지어 거의 본적이 없는 감명깊에 읽었던 책이나 저자들까지도 그는 소중한 인연으로 여기고 있었다.

 

아직은 생소했던 핵의학분야에서 남다른 열정으로 노력해온 그의 과학자적 자세에도 존경심이 일어난다.

물론 그를 이끌었던 고(故)고창순 박사의 멘티도 그를 이자리에 있게 했을 것이다. 오래전 우연히 스승이 자신을 '금싸라기'같은

제자라는 말을 듣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누군가 자신을 금싸라기처럼 여기고 있는데 하찮은 삶을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처럼 그에게는 너무나 좋은 인연들이 있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역시 그 분들에게 너무나 소중한 인연이었다는 것이다.

이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아내의 음식이라며 은근 추켜올리는 모습을 보니 영락없이 팔불출의 모양이긴 하나 그 역시

감동스럽다.

책을 읽는 내내 그가 맺은 인연들과의 따뜻한 교류가 아름다웠고 또한 그의 박식함에 놀랐다.

역사며 경제 세상을 보는 직관까지, 아마도 그가 이런 책을 낼 수 있었던 것에는 얼마나 많은 책과의 인연이 있었을지를 짐작할 수 있다.

평생 노력하고 나누고 소통하는 그의 삶이 존경스럽기만 하다. 앞으로 그의 또다른 작품에는 어떤 따뜻함이 실릴지 다음작을 기대해본다.

작가 정준기의 작품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취록 - 조선 최고의 예언서를 둘러싼 미스터리
조완선 지음 / 북폴리오 / 2014년 10월
평점 :
품절


비취록: 비결을 모은책이란 뜻인 이 책은 실제하는 것일까?

책을 읽으면서 내내 든 생각이었다. 세상이 어지러울수록 사람들은 미래에 대해 알고 싶어한다.

몇 십년전보다 분명 잘 사는 세상이 되었지만 많은 사람들은 더 행복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풍요속의 빈곤이란 말이 딱 어울릴만한 그런 시대에 살고 보니 과연 앞으로 우리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지

더 궁금해지는 것이다. 더불어 종말론에 심취하거나 광신에 휩싸이는 사람들이 생겨나는 것도 이런 불안 때문일 것이다.

오래전부터 예언서들이 나오긴 했었다. 흔히 알고 있는 '정감록'이 그러했다. 하지만 이 정감록은 후대에 올수록 많이

오염되고 가감된 흔적이 보인다. 물론 지나간 사건들은 신통하게 맞아 떨어진 것이 많았지만 과연 미래의 일들은 정확히

예언되어 있을까? 소설에서 다루는 비취록은 1920년대 홍경래의 난이 일어난 후 민중들이 참여하여 제작된 비서라고

정의하고 있다. 정감록을 비롯하여 도선비기, 남사고비결등의 비결서와 지봉유설, 연려실기술, 해동이적등의 고문집에

실린 글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단다.

 

 

지단한 시간을 거쳐 교수직에 오른 강명준에게 어느 날 중절모를 쓴 사내가 나타난다.

'비취록'이란 제목이 쓰여진 고서의 진위를 알고 싶어 왔다는 노인은 위작이 아닐 가능성이 있다는 말을 듣고 흡족한 표정으로

사라지는데...노인이 남긴 10여장의 복사본에서 강교수는 심상치 않은 글귀를 발견하고 비취록이 범상치 않은 책임을 직감한다.

논문 표절로 교수직에서 해임될 상황이었던 강교수는 이 책을 빌미로 학장에게 다시 기회를 달라고 사정하기에 이른다.

책을 찾아 학교에 기증하게 되면 명예도 되찾고 자신의 연구로 이름도 드높일 좋은 기회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시 찾아오겠다는 중절모노인은 연락이 없고 낯선 사내에게서 조심하라는 협박전화를 받게 된다.

며칠 뒤 중절모노인이 실종되었다며 경찰이 찾아오고 강교수는 어느새 사건의 중심에 발을 딛게 된다.

결국 중절모노인인 최용만과 그를 살해한 것으로 보이는 안기룡마저 사체로 발견된다.

 

계룡산 깊숙이 자리잡은 쌍백사는 불교의 도량이라고 보기에는 수상한 구석이 많은 절이다.

오래전 예언서에 심취했다는 이유로 파계를 당한 형암은 20여년 전 쌍백사 들어와 비취록에서 예언한 '그 날'만을 기다리고 수행중이다.

과거 함께 수행했던 중허스님은 형암의 수상한 행적을 쫓기위해 제자인 해광과 경운, 유정을 차례로 쌍백사로 보내지만 비밀을 캐던중

의문의 죽음을 맞는다.

 

연쇄살인을 쫓는 경찰 오반장과 비취록을 찾기위해 쌍백사의 비밀을 쫓는 강명준은 점차 거대한 음모와 마주치는데..

 

 

과연 비취록에 씌여진데로 2015년 세상을 깜짝놀라게 할만한 일이 일어날까.

그리고 백성을 구하기 위해 새로운 진인이 나타난다는 보천교의 교리는 실제했던 것일까?

사실 이와 비슷한 역사는 실제로 많이 존재했었다. 증산도나 동학등은 도탄에 빠진 민초들에게 희망이었고 절대적이었다.

보천교 역시 허물어져가는 세상을 일으키고 백성을 구한다는 이념에서는 다를 것이 없다.

이 책이 순전히 상상으로만 구성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아마 우리나라 어딘가에서는 여전히 이 이념을 신봉하는

무리들이 있을 것이다. '그 날'을 믿고 자신들의 세상에 은둔중인 사람들.

 

어려운 고서의 글들을 해석하는 강명준교수를 통해 저자는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연구한 노력을 보여준다.

상상력의 부족을 사실(史實)로 때우려는 편법이었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비취서가 실제했든 아니든 저자는 아주 풍부한

상상력을 제대로 풀어내었다. 더구나 한자 공부도 무척 열심히 해야했을 것이다.

모든 것이 예언대로만 되는 것도 아니고 하늘이 돕고 사람이 행하고 기원이 같이 어우러져야 이룰 수 있다는 말이 위안이 된다.

과연 비취서의 말미에는 어떤 예언이 적혀있을까. 제발 우리 백성이 근심없이 평등하게 잘 사는 날이 오는 그런 예언이길

바란다면 욕심일까.

연쇄살인과 비취서에 얽힌 비밀을 풀어내는 추적이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해변빌라
전경린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이제는 찾아 오는 사람이 없는 텅빈 바닷가에 서 있는 것처럼 고독했다.

친부모라고 생각했던 고모와 고모부가 세상을 떠나고 유지는 작은고모라고 생각했던 친엄마 손이린의 집으로 들어간다.

해변빌라에서 마치 크레바스를 건너듯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그 사실이 못견디게 힘들었던 것이었을까. 유지가 생물교사인 이사경의 앞에서 옷을 벗은 것은.

파격적인 사건에 모두가 경악하고 둘의 사이를 의심하는 이사경의 부인에게 해명하기 위해 바닷가 이사경의 집을 찾은

유지는 오히려 이사경의 어머니인 노부인으로부터 일주일에 한 두번씩 집으로 와서 이사경의 아들인 연조에게 피아노를

가르치라는 명령을 받는다.

그렇게 이상한 관계가 시작되었다. 애초에 유지에게 속한 사람들은 모두 조금 이상했다.

친엄마를 두고 고모를 엄마를 알게 했던 사람들도 묘한 기운을 가진 이사경의 가족들도 그리고 사랑한다고 믿었지만 그녀를

떠난 오휘도. 왜 유지는 오휘의 청혼을 거절했을까.

오휘의 엄가가 자신을 찾아와 관계를 끝내달라고 했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오휘를 절절하게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일까.

엄마인 손이린과 유지는 이런 차가움이 닮았다.

 

 

 

어느 순간부터 유지는 이사경이 자신의 친아버지일지도 모른다는 믿음을 갖는다.

왜 이사경이 살고 있는 바닷가를 찾아와 닻을 내린 것일까. 손이린은. 그런 손이린과 이사경의 묘한 기운은 유지의 의심을 받고도

남음이 있다. 두 사람에게 흐르는 친밀한 기운들. 하지만 결코 뜨겁지 않아 마음은 데이지 않는 그런 차가운 열정같은 것들.

 

'사랑을 한 후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어. 쓰나미에 휩쓸려 사라진 모터바이크가 알래스카의 해안에서 발견될 수 있는 것처럼.

처음 시작한 지점으로 절대 돌아갈 수 없는 것이 사랑이야...'

이사경은 혹시나 친아버지일지도 모른다고 믿는 유지에게 이렇게 말한다.

이사경이 정말 사랑했던 여자는 누구였을까.

 

 

 

해변의 가능성이란 카페를 오고 갔던 사람들은 모두 조금씩 사랑을, 인생을 앓는 사람들 같다.

갓 내린 커피의 향이 가득한 카페에서 흐르던 클래식의 선율이 조금은 위안이 된다.

어느 바닷가 카페에서 유지와 새로운 연인이 마주앉아 맛있는 칵테일을 마시고 있을 모습이 연상된다.

적어도 자신의 어머니 손이린과는 다른 사랑을 나눌 수 있을 것 같아 다행스럽다.

텅빈 폐해수욕장 근처 해변빌라에 사는 남녀가 다정하게 바닷가를 산책하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책을 덮는다.

계절탓일까. 많이 쓸쓸했고 가슴이 시렸던 소설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해리 미용실의 네버엔딩 스토리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49
박현숙 지음 / 자음과모음 / 201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열 여섯살 강태산이 졸지에 고아가 되었다. 아빠가 57세, 엄마가 52세에 태어났으니 늦둥이도 한참 늦둥이었던

태산이는 아홉 살 되던 해 엄마를 잃고 아직 미성년이란 꼬리표도 떼기 전에 그만 졸지에 아버지마저 잃었다.

쌀 한가마는 거뜬히 들만큼 장사였던 아버지가 사라진 지금 그래도 '장사 쌀집'은 절대로 문을 닫을 수 없다.

목욕탕에서 때를 밀던 용식이 형을 일꾼으로 들이고 이웃인 떡집 아저씨네 부부의 도움으로 계속 쌀집을 하기로

했지만 태산이는 아버지를 잊을 수 없었다.

어느 날 집 문서가 든 상자에서 '해리미용실'이란 간판이 걸린 미용실사진이 발견되고 사진 뒤에 있는 '태산아 꼭 여기를 찾아가라'는

메모를 보게 된 태산이는 간판에 써있던 미용실 전화번호에 전화를 걸고 그 곳이 부산대학교근처에 있다는 것을 알게된다.

사진의 비밀을 알고 싶었던 태산이는 부산으로 향하고 유일한 절친인 기형이도 가세하게 된다.

개업당시부터 주욱 일을 해왔다는 주인 남자는 뭔가 이상했다. 특히 누군가를 추모하는 날이 가까워오면 그 증세가 더심해진다는

남자에게는 무슨 사연이 있는걸까.

 

고아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재산을 노리고 파리떼처럼 몰려드는 사람들때문에 회의를 느끼던 태산이는 담임선생님의 초대로 손재주가

뛰어난 사람들의 모임인 '손으로 말해요'동호회 행사에 참여하게 된다.

혼자 남은 태산이를 걱정하는 담임선생님의 마음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나는 네가 주어진 양파 껍질을 하나씩, 하나씩 벗겨내며 성장하길 바란다.'

이런 선생님이 있어 태산이의 미래는 어둡지만은 않을 것 같다.

결국 그 모임에서 '해리 미용실'의 비밀을 밝힐 수 있는 중요한 인물을 만나게 되고 태산이는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확인할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다시 부산으로 향한다.

 

한창 사춘기의 소년이 겪은 가족의 부재는 가슴아프다. 더구나 부나방처럼 돈을 보고 몰려드는 사람들을 물리칠 힘조차 없다.

과연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지만 선생님과 친구들은 그의 등을 힘껏 밀어준다.

어쩌면 새로운 가족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남기고 소설은 끝이 난다. 그래서 슬프지 않았다.

참아라, 꿋꿋하게 살아야 한다..라고 말해주는 것보다 '슬프지'라고 말해주길 바랬다던 태산이의 아픔이 절절하다.

그래도 사진을 비밀을 쫓기위해 낯선 길을 나서는 소년에게 희망이 느껴졌다.

아마 '장사 쌀집'곁에는 '해리 미용실'이 들어설 것 같다. 그리고 소년은 더 이상 외롭지 않을 것같아...다행이다.

태산아 힘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