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수도사 사형집행인의 딸 시리즈 2
올리퍼 푀치 지음, 김승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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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0년 1월 추운 겨울날 숀가우 근처의 알텐슈타트의  성 로렌츠성당의 안드레아스 코프마이어 신부가 사체로 발견된다.

먹을 것을 너무 탐하다가 죽은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 그는 독살당했다. 의사인 지몬은 신부가 아프다는 전갈을 받고 추위를

무릅쓰고 달려가지만 이미 죽은 후였던 것이다. 소문이 날까봐 두려운 성당지기가 거짓말을 한 것이었다.

 

 

전편에서 사형집행인인 퀴슬과 그의 딸 막달레나와 더불어 사건을 해결했던 지몬은 왕성한 호기심으로 이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신부의 편지를 받고 성당으로 찾아든 여인 베네딕타는 무척이나 아름답고 교양있는 여인이었다. 포도주 중개상을 한다는 그녀는

프랑스어에 능통할 뿐만 아니라 말도 잘모는 능동적인 여인이었고 지몬은 그녀의 매력에 푹 빠지고 만다.

지몬의 사랑을 받고 있던 막달레나는 심한 질투감에 사로잡히고 결국 약초를 구입하기 위해 아우구스부르크로 자원여행을 떠난다.

 

지몬과 베데딕타는 살인사건을 쫓게되고 이 사건의 중심에 오래전 사라진 것으로 알려진 템플기사단이 있다는 것을 알아낸다.

템플기사단은 한 때 유럽을 지배할 만큼 힘과 재산을 소유하였지만 어느 순간 지배력을 잃고 사라졌다. 하지만 어딘가 그들이

숨긴 보물이 있다는 소문이 돌았고 이 보물을 찾기위한 단서를 코프마이어신부가 발견하였지만 결국 살해당하고 만 것이었다.

중세의 어둡고 추운 겨울날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비밀스런 보물을 찾는 이들의 쫓고 쫓기는 싸움이 볼만하다.

더구나 약초를 구하기 위해 아우구스부르크로 향했던 막달레나는 이 모든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기사단과 맞닥뜨리고 죽음의

위협에 빠지게 된다.

역시 거대한 체구에 남다른 재능을 지닌 사형집행인 퀴슬이 이 모든 사건의 퍼즐을 맞추는 주인공이다. 물론 지몬은 퍼즐을 하나씩

주워오는 역할을 맡았다. 그는 의사보다는 탐정으로서 더 재능이 있는 것 같다.

베네딕타의 매력에 푹 빠져 사랑하던 막달레나가 등을 돌릴 위험에 빠지기도 하지만 베네딕타의 진짜 모습을 알게되고 다시 막달레나에게

달려가는 지몬의 모습이 애처로우면서도 귀엽다.

 

아직 의학이 발달하기전 주먹구구식의 치료와 온갖 약초의 등장이 이채롭고 작가의 정보수집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퀴슬집안의 후손이기도 한 작가는 이 사건의 무대였던 숀가우를 직접 여행하고 독자들에게 소개까지 해준다.

템플기사단에 대한 영화나 소설은 많았다. 과연 그들이 숨겨놓았다는 보물은 무엇인지 알게된다면 조금 허탈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종교를 신봉하는 자들에게 분명 보물일 것이다. 자신들의 종교를 지키기 위해 살인까지 서슴치않는 행동에 치가 떨리긴 하지만.

전편에 이어 박진감있게 펼쳐지는 스토리에 시간 가는 줄 몰랐던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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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짓하다 프로파일러 김성호 시리즈
김재희 지음 / 시공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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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섬이었다가 이제는 다리로 육지와 이어진 삼보섬. 세 가지 보물이 있다하여 이름 붙여진 이 섬에 여성 3명의 연쇄실종사건이

일어난다. 32세의 무녀 고희정과 25세의 운림산방 계약직 직원인 박민숙, 그리고 40세의 펜션 여주인 김희진.

살인사건같은 큰 사건이라고는 일어난 적 없는 조용한 섬이 발칵 뒤집힌다. 더구나 사건 4개월이 넘도록 범인은 물론 시신마저 발견되지

않는 난감한 사건이다.

서울경찰청 과학수사대에 프로파일러인 성호는 인터넷 커뮤니티 '주간파'의 공격대상이었던 성형괴물 하나리가 칼로 난자당한채 살해당한

사건을 수사하게 되고 주간파사이트에서 맨처름 하나리를 공격했던 열 여섯의 이준희를 취조하게 된다.

친구도 없고 아무에게도 관심받지 못했던 이준희는 컴퓨터에 몰입하는 은둔형소년이었고 유일하게 자신의 존재를 인정해주는 사이트의

회원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키기 위해 한 여자를 도마위에 올려둔 장본인이었다.

하지만 성호는 이준희를 수사하면서 그가 범인이 아니라는 심증을 갖게된다. 하지만 이준희는 스트레스에 못이겨 자실을 시도하고

억압수사를 벌인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은 성호는 팀장에 의해 삼보섬 실종사건에 투입된다.

 

 

범인이라고 짐작되는 인물이 보낸 편지의 필적을 감정하기 위해 여도윤학예사와 함께 동행하게 되고 성수기가 지난 쓸쓸한

섬에서 사건의 흔적들을 쫓게 된다.

한편 이준희자살사건이 매스컴에 보도되고 억압수사를 벌였다는 이유로 성호는 큰 곤경에 처하게 되고 사이버수사대의 이주영은

이준희사건이 시발점이 된 '주간파'사이트의 운영자를 만나 용의자를 탐색하지만 쉽게 정보를 얻어낼 방법이 없다.

이주영은 이준희사건외에도 김성호를 위기로 몰고있는 네티즌들을 찾아내는 수사를 병행한다.

 

성호는 뛰어난 추리와 과학적 사고로 점차 범인의 윤곽을 잡아나가고 결국 범인과 맞닥뜨리게 된다.

하지만 범인은 놀랍게도 오래전 자신의 기억속에 있던 인물이었다.

 

 

작가는 경찰청 소속의 프로파일러의 강의를 들으며 이 소설을 구상했다고 한다. 소설을 쓰면서 범죄자는 만들어지는가, 아니면

태어나면서부터 결정되는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사실 많은 경제학자나 의사, 성공한 사업가중에 소시어패스나 사이코패스자가 많다고 한다.

집중력이 강하고 범죄에 대한 도덕적 책임을 느끼지 않는 성격을 소유한 이들이 의외로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다면 이런 모습으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과연 이들은 타고날 때부터 범죄유전자가 각인된 것일까?

 

이제는 성공한 경찰청 프로파일러가 된 성호의 기억에서 그 해답을 조금쯤 찾을 수 있다.

가학적 성격이었던 그가 어떤 과정으로 변신하게 되었는지 단지 기억의 조정으로 완전히 다른 성격을 가질 수 있는지 의문을 던진다.

하지만 가학적 성격의 인간이 저지른 어린 시절의 일들이 어떤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지 확인하는 것은 씁쓸한 일이다.

단순한 미스터리물이나 스릴러가 아닌 인간의 본성에 대한 질문을 던짐으로써 독자에게 많은 숙제를 안기는 작품이다.

인간은 한 단면만 지닌 인격체가 아니다. 다양한 모습으로 때로는 자신을 숨긴채 선인처럼 살아가는 인간들이 더 많다고 본다.

지금도 어디에선가 위선자의 탈을 인간들이 누리고 있을 부와 명예 그리고 명성이 끔찍스럽다.

섬에서 살고 있는 나 역시 섬안에서 벌어진 사건을 보면서 흘깃 이웃들의 삶이 궁금해진다.

과연 누가 악인이고 선인인 것인가. 내 속에는 과연 선한 의도만 존재하는가...이런 의미를 생각케 해준 괜찮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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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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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으면서 왜 작가가 제목을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으로 지었는지 궁금해졌다.

사전적 의미로는 '대통령이 때때로(from time to time) 연방의 상태(state of the union)에 관한 정보를 의회에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한 것에서 유래된 말이라는데 소설의 내용과 연결시킬 의미를 찾을 수는 없었다.

아마도 소설의 전반부인  1960년대 중반에서 1970년대 초반까지의 시기는 미국에서 베트남 반전운동이 한창 거세던 때였고 주인공들이

이 반전운동과 상당히 밀접한 연관이 있는 인물들이어서 정치적인 의미로 그 시대를 대표하는 이미지가 작용된 것이 아닐까 짐작해본다.

 

 

제목보다는 표지의 이미지가 훨씬 소설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뭔가에 충격을 받은 듯 손으로 얼굴을 감싸쥔 여인과 등을 돌린 남자.

책을 다 읽고 나니 이 표지의 이미지가 딱이다 싶었다.

미국의 격변기라고 볼 수 있는 1960년대 중반 동부 메인주의 버먼트대에 다니는 한나의 아버지 존 윈드럽 래덤교수는 경찰에 체포될

만큼 열렬한 반전운동가이다. 더구나 잘생긴 외모때문에 바람둥이로 소문이 나있다.

한나의 어머니는 차갑고 자기중심적인 예술가로서 무조건적인 사랑을 자식에게 쏟아붓는 전형적인 어머니와는 거리가 있는 인물이다.

그런 영향으로 한나는 행동하는 삶보다는 가족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고를 갖게 된다.

더 화려한 삶을 위해 파리로 교환학생을 신청하라는 엄마의 요청도 거절하고 한나가 선택한 것은 첫사랑인 댄과 결혼을 하는 일이었다.

고작 스물 두살에 댄과 결혼하고 바로 이이를 임신하게 된 한나는 펠헴이라는 조그만 도시로 이사를 하게 된다.

어린나이에 엄마가 된 한나는 아들인 제프리를 키워야하는 일과 자신의 정체성때문에 우울증에 시달리게 된다.

배타적이고 소문이 무성한 시골마을 펠헴에 어느 날 아버지의 제자라는 남자가 찾아오게 된다. 무전여행중이고 메인주를 지나가게 되면

들러보라는 아버지의 조언으로 찾게 되었다는 남자는 사실 극단적인 반전운동가로서 수배중인 인물이었다.

마침 시아버지의 발병으로 남편 댄은 부재중이었다. 오랜 우울이 한나를 힘들게 했던 것일까. 뜻하지 않게 낯선 남자 저슨과 섹스를 하게

되었고 심지어 그를 미국으로부터 탈출시켜야 하는 입장에 처하게 된다. 그가 범죄를 저지른 범인임을 알게 된 한나는 경악하지만 만약

자신의 탈출을 도와주지 않으면 남편에게 불륜사실을 알리고 자신을 쫓는 FBI에게도 한나가 공범이라고 증언할 것이라는 협박에 못이겨

저슨을 캐나다로 탈출시키기에 이른다.

 

그리고 30년이 훌쩍 지난 후 이제는 중년이 된 한나, 원하던 교사가 되어 고등학생을 가르치고 있고 남편인 댄은 외과의사로 성공하여

부와 명성을 거머쥐고 아들인 제프리는 변호사로 딸은 리지는 억대의 연봉을 받는 펀드매니저가 되었다.

겉보기에 한나는 무척 행복해보였다. 하지만 어느 날 딸인 리지가 행방불명이 되면서 이 모든 행복은 끝이나고 만다.

잘나가는 피부과의사와 불륜사이였던 리지는 남자가 헤어질 것을 요구하자 어디론가 사라져버린다.

싫어하는 일을 하면서도 내색을 하지 않았다는 것과 기부를 많이 해왔었고 얼마 전 낙태수술을 받았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딸이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에 시달리던 한나는 30년 전 잠깐 바람을 피웠던 남자 저슨이 자신의 이야기를 소설로 출간한다는

사실까지 알게된다. 그것도 진실이 아닌 허구의 이야기를 끼워넣은 황당한 이야기를.

저슨을 너무도 사랑하게된 한나가 도망을 치려했다는 것과 적극적으로 나서서 저슨을 캐나다로 탈출시켰다는 왜곡된 사실이

알려지자 한나는 국가를 배신한 범죄자로 낙인찍히고 남편역시 분노하며 그녀 곁을 떠나고 만다.

'사람들은 마치 삶이 영원할 것처럼 살아간다. 언젠가 죽는다는 걸 알면서도 삶이 유한하다는 것, 즉 우리가 어느 날 세상에서

사라져야 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살아간다.' -본문중에서-

한나는 당당하고 이지적이었던 엄마가 알츠하이머병으로 죽어가는 현실을 보면서, 그리고 가장 사랑하는 친구 마지가 폐암으로

세상을 떠나자 이런 허무한 감정에 몰입하게 된다.

 

 

마치 어린 양을 공격하는 늑대들처럼 온갖매스컴과 이웃들은 한나를 공격한다.

불륜을 저지른 창녀, 범인을 도피시켜준 범죄자. 한나가 갈 곳은 없어보였다. 하지만 친구인 마지와 리지의 실종사건을

담당한 리어리 형사의 도움으로 그녀의 진실이 밝혀진다.

 

한나의 말처럼 인간은 살아남기 위해 무엇이든 붙잡게 된다. 그녀가 붙잡은 것은 친구와 사랑이었다.

남편은 떠나고 리지는 실종중이지만 다행스럽게 한나는 자신의 진실을 밝힐 수 있었다. 그리고 오래전 파리로 떠나는 것을

포기했던 기억을 떠올린다. 새롭게 시작하고 싶었던 한나는 파리행 비행기를 타고 프랑스를 향한다.

 

한나의 억울함을 밝히는 과정이 미스터리 소설을 보는 것처럼 흥미진진하게 펼쳐지고 거짓말쟁이였던 저슨의 만행이 천하에

밝혀지는 장면은 압권이다. 이 과정도 손에 땀을 쥐게 했지만 한나의 주변 사람들이 보여주는 인간의 여러가지 모습들은

많은 생각이 들게 한다. 자식이지만 자신을 믿어주지 않고 배척하는 아들, 그리고 정신적인 문제가 많았던 딸,

한나가 매스컴에 오도되자 등을 돌리는 사람들. 이제는 존재감이 없어진 도도한 화가였던 엄마의 모습.

암으로 죽어가면서도 친구인 한나를 위해 마지막 힘을 쏟아주는 진정한 친구 마지.

작가는 참으로 많은 형태의 인간상을 잘도 묘사했다. 그리고 정의가 어떻게 이기는지 보여줌으로써 세상은 아직 살만하다는

메세지를 던져준다. 그리고 소심하게 안주하는 삶보다는 진정한 자신의 삶으로 돌아가라고 한나의 등을 떠민다.

혹시 나도 이런 인생을 살고 있지는 않은지 궁지에 몰린 한나의 입장이 된다면 누가 도움을 줄것인지 혹은 등을 돌릴 것인지 고민해본다.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책을 놓을 수 없게 만든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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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 - 영혼이 향기로웠던 날들, 돌아갈 수 없는 시간으로 안내하는 마법
필립 클로델 지음, 심하은 옮김 / 샘터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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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 모든 사물에는 나름의 향기가 존재한다. 때로는 그 향기가 삶의 추억이 되기도 한다.

내가 기억하는 가장 따뜻한 향기는 어린 시절 한가한 일요일 아침 엄마가 끓이시던 동태찌개냄새였다.

그 향기에는 가족을 위해 이른 아침부터 생선을 다듬고 맛있는 음식을 하는 엄마의 사랑과 느긋한 어린시절의 나태와

평화로움이 들어있다.

  

 

이 책은 작가 클로델의 삶속에 녹아있는 향기에 관한 이야기이다. 누구나 자신이 기억하는 향기가 있을 것이다.

책의 제목은 불어로 '향기'를 뜻하지만 작가가 말하는 향기는 사람이 맡을 수 있는 온갖 사물에 대한 냄새의 의미이다.

심지어 병원에서 맡을 수 있는 수프의 냄새나 교도소에의 습하고 검은 냄새, 즉 감금이나 유폐의 냄새까지도 포함하고 있다.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떠올리면 손수 훈제로 만들어주던 베이컨의 냄새와 밭에서 뿌리던 두엄더미의 냄새와 지하 샤워실에서

면도후 바르던 에프터셰이브의 냄새가 느껴진다고 했다.

작가가 살던 보주지방에는 훈제 베이컨이 유명하다고 하는데 그에 얽힌 농담이 재미있다.

"염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난 베이컨이 제일 좋아!" 이런 엄마 아빠 보다 더 좋은 베이컨의 맛을 볼 날이 있으려나.

  

 

이제는 아무도 살지 않는 고향의 옛집에서는 더 이상 어떤 냄새도 나지 않는다. 다만 집을 덥히던 석탄의 그을림 냄새와 목공일을 하던

아버지의 모습과 처음 수음을 하던 자신의 어린시절의 추억이 존재한다.

'더는 어떤 냄새도 맡지 못한다는 건 슬픈 일이다. 거기, 추운 집, 페터 슐레밀이 자기 그림자를 잃어버린 것처럽 향기를 잃어버린 집 안에

있다는 것도 슬프다.' -163p

사물에게서 향기가 없다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하는 일일까.

 

그의 삶에서 기억하는 향기 곧 냄새는 인생 그 자체이고 추억이고 그리움이다.

나에게도 이런 향기는 수도 없이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에게는 어떤 향기가 스며있을까. 하나의 존재로서 나를 특정하는 향기가 분명

있을터인데 스스로는 맡을 수 없는 나의 향기가 문득 궁금해진다.

지금도 어디선가 수없이 많은 향기가 코끝을 스치운다. 아침에 요리해놓은 카레의 냄새가 진동하는 집, 이제 일어난 아들녀석은 그 냄새에

베어있는 나의 사랑을 기억해 줄 것인가. 세월이 흘러 녀석이 나를 떠올리면서 어떤 향기를 끄집어낼지 조금은 걱정스럽다.

제발 좋은 향기였으면 좋으련만. 인생에 베인 향에 관한 독특한 산문집에서 가을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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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마, 넌 호랑이야 샘터어린이문고 39
날개달린연필 지음, 박정은 외 그림 / 샘터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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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고양이나 강아지를 뺀 동물들을 보려면 어디로 가야할까요? 멀리 아프리카 초원으로 달려가 보면 좋겠지만 모두 갈수는

없어 가까운 동물원에 가게 됩니다. 호랑이며 사자 목이 긴 기린까지 정말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신기한 동물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가끔은 고향을 떠나 동물원 우리에 갇힌 동물들의 눈빛이 서글퍼 보이기도 합니다.

 

 

옛날 우리나라에도 호랑이가 많았다는데 지금은 멸종이 되었다고 하죠. 한 때는 시베리아의 밀림을 누비던 호랑이가 어찌어찌

우리나라의 동물원에 와서 새끼도 낳고 살다가 시름시름 앓다가 죽었답니다. 언젠가 고향인 시베리아로 갈 꿈을 이루지 못한채로.

그 호랑이가 낳은 새끼가 바로 천둥입니다. 하지만 낳을 때부터 몸이 약해 어른 호랑이 태풍과 그의 새끼 카카에게 늘 괴롭힘을

당합니다. 우리안에서 괄시를 당하던 천둥이는 5년동안 지방의 작은 동물원 꿈동산랜드에 팔려가 있었지만 다시 행복 동물원으로

되돌아옵니다. 고향으로 보내주겠다는 사육사의 말에 얼마나 기대가 컸는데...천둥이에게 고향은 자신이 태어난 행복 동물원일까요,

시베리아의 밀림일까요. 자신을 괄시하던 카카도 이제는 눈빛이 흐려진 채 맹수의 본능을 잊은 듯 합니다.

과연 천둥이는 엄마의 고향인 시베리아로 되돌아갈 수 있을까요? 가더라도 살아남을 수 있을지 마음이 아픕니다.

 

 

 

드넓은 습지에서 자유롭게 하늘을 날며 살아온 두루미 갑순이와 갑순이는 우리나라 호수공원으로 오게 됩니다.

'두루미는 가장 높이, 그리고 가장 멀리 나는 새란다'라고 말해주던 엄마의 말도 이제는 들리지 않습니다.

폭신한 풀위가 아닌 딱딱한 시멘트위를 걷다보니 바늘로 콕콕 쑤시는 것같이 아프기만 합니다. 결국 갑순이는 다리에 병이 생기고 맙니다.

두루미가 하늘을 날지 못하는 건 죽은 것과 다름없다고 생각합니다. 공원관리인의 아들 재운이는 하늘을 날지 못하는 갑돌이를 몰래

빼내어 같이 하늘을 날아오릅니다. 갑순이가 병원으로 떠난 뒤 밥도 먹지 않았던 갑돌이는 이제 힘이 나서 밥도 잘 먹습니다.

언젠가 자유롭게 갑순이와 함께 하늘을 날아 고향인 습지로 가는 희망을 품었기 때문입니다.

 

 

올해 아홉살이 된 코끼리 산은 아프리카가 고향인 엄마가 서커스단에서 낳은 코끼리랍니다.

어느 날 서커스단이 해체되자 동물원으로 오게 됩니다. 동물원에서 어릴 때 아프리카에서 온 꽁이란 친구를 만납니다.

꽁이는 사람들이 무자비하게 코끼리를 밀렵하는 현장을 본 기억때문에 아직도 마음이 많이 아프답니다.

코끼리떼의 리더였던 바바할머니와 엄마를 잊지 못하는 꽁이는 사람들에게 볼거리가 된다는 것이 속상합니다.

언젠가 다시 아프리카의 초원으로 갈 꿈을 꾸지만 글쎄요. 그 꿈이 이루어질까요.

 

 

천둥이와 갑돌이 그리고 산이를 통해 우리 인간이 동물들에게 어떤 끔찍한 일들을 하고 있는지 알게됩니다.

그렇다고 모든 동물들을 고향으로 되돌려 보내면 과연 살아갈 수 있을지 알 수 없습니다.

그저 우리안에 갇혀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삶으로 만족해야할까요?

 

그래도 말합니다. 잊지마, 넌 호랑이야. 그리고 하늘을 나는 두루미이고 아프리카 초원을 누비던 코끼리라는걸..

이미 우리곁에 온 동물들이라면 좀 더 자연과 비슷한 환경에서 살아가도록 돌봐야 할 의무가 우리에게 있습니다.

이제 동물원에 가면 더 따뜻한 마음으로 대할 준비가 되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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