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레스테롤 수치에 속지 마라 (2015 세종도서 교양부문) - 의사가 말하지 않는 콜레스테롤의 숨겨진 진실
스티븐 시나트라, 조니 보든 지음, 제효영 옮김 / 예문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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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통용되던 학설을 뒤엎는 새로운 가설은 한마디로 파격 그 자체이다.

사실 의학계에서는 돈벌이를 위한 모종의 음모론같은 것이 공공연하게 회자되곤 했었다.

몇 년전 전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었던 신종플루의 경우에도 거대 제약사의 음모였다는 설이 제기되었었다.

의학의 진화로 인간의 수명은 확실히 길어졌고 정답을 찾아내려는 연구도 활발했던 것은 인류에게 행운인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침소봉대같은 결과론으로 제약업자들의 배를 채워주었던 사실은 간과할 수가 없다.

'의사가 말하지 않는 콜레스테롤의 숨겨진 진실'이라는 부제를 단 이 책이 내 주목을 끌은 이유는 바로 흔히 좋지 않은 콜레스테롤이라고 알려진 LDL의 수치가 정상범위를 넘어섰다는 진단 후 고지혈약을 처방받아 먹어왔기 때문이다. 어머니에 이어 같은 증상으로 약을 처방받은 나로서는 유전적인 이유도 존재하지 않을까 궁금했었다.



넘쳐나는 의학의 정보속에서 요즘 사람들은 스스로의 건강에 대해 과신하거나 지나친 불안을 가지는 증상들을 갖고 있다.

하지만 막상 어떤 과학적인 증거(이를테면 혈액검사로 나타난 여러가지 수치들)로 측정되는 일반적인 진단에 대해 모른 척 하기는 힘들다. 나 역시 고지혈진단을 받은 것은 거의 10여년이 되었다. 매일 먹어야 하는 비타민제도 간혹 잊곤 하는데 반드시 먹어야 한다는 고지혈약을 자주 깜빡이는 바람에 내심 심장에 무리를 주고 있지는 않은지 불안하던 차였다.

물론 이 처방에 대해 한치의 의심은 없었다. 하지만 '콜레스테롤 수치에 속지마라'는 제목을 보는 순간 심장이 벌렁거렸다. 과연 내 처방은 옳았던 것일까?



보통 총콜레스테롤이 240mg/dl을 넘거나 중성지방이 200mg/dl을 넘으면 고지혈로 본다고 한다.



하지만 이 콜레스테롤이 생명을 유지하는데 꼭 필요한 물질이며, 간, 뇌를 비롯해 인체 거의 모든 세포에서 만들어지며 효소를 통해 비타민D, 성호르몬과 스트레스 호르몬을 포함한 스테로이드 호르몬, 소화와 지방흡수를 돕는 담즙산염으로 전환되어 체내에서 사용되는 물질이라는 것까지는 모르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한 마디로 인간의 생명을 유지하는데 꼭 필요한 물질이라는 뜻일 것이다.

하지만 이 콜레스테롤이 필요이상으로 많으면 혈관에 지질이 쌓이고 동맥경화가 일어나거나 심장질환을 유발하는 것일까?



이 책의 두 저자는 기존의 학설을 뒤집는 이 책에서 흔히 고지혈약으로 처방받는 스타틴계열의 약들이 확실히 콜레스테롤의 수치는 낮추지만 수많은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다고 주장한다.

코엔자임 Q10은 인체의 모든 세포에서 만들어지는 필수영양소로 세포의 에너지 생산에 관여하는 주요 화학 성분인데, 심장이 힘차게 펌프질하면서 혈액을 순식간에 내뿜는 기능에도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고 한다. 바로 스타틴이 코엔자임 Q10을 고갈시킨다는 것이다. 정말?

심장질환의 해답이라고 믿었던 스타틴이 사실은 심장의 운동을 돕기는 커녕 고갈시킨다니...참으로 놀라운 사실이다.

대부분의 고지혈환자들은 지방의 흡수를 죄악처럼 여기게 된다. 가능하면 육식을 피하고 채식이나 유기농 곡류등을 섭취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하게 된다. 하지만 저자들은 이 영양학적인 오류가 심장질환을 더 부추긴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채식과 곡류를 건강식으로 여겨 실천했던 사람들의 심장발작에 의한 사망율은 더 증가했고 황제다이어트와 같이 단백질과 지방의 섭취를 늘였던 환자들은 심장질환의 발병수치가 떨어졌다고 한다.



잘못 알고 있던 건강식들의 섭취로 콜레스테롤의 수치는 떨어뜨렸을지도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심장질환의 발작을 줄여주지는 않았다는 결론이다. 그리고 오히려 탄수화물롸 당의 지나친 섭취가 오히려 심장에 무리를 준다는 결과는 충격적이다.

물론 저자들은 이 모든 물질의 과다섭취와 약물에 의한 콜레스테롤수치저하에도 불구하고 가장 나쁜 것은 바로 스트레스라고 단정한다. 실제로 공복상태에서 잰 수치와 극심한 수술현장에서 빠져나와 다시 재본 수치에서는 아무것도 섭취하지 않았음에도 콜레스테롤수치가 엄청나게 증가했음을 스스로 증명해보이고 있다.

하긴 극심한 스트레스는 하룻밤에도 백발이 될만큼 치명적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어디 콜레스테롤의 증가만이겠는가. 심지어 급사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게 바로 스트레이스이다.


부랴부랴 내가 처방받고 있는 약을 확인하니 역시 스타틴계열의 약이었다.

이 책을 읽은 후 나는 약의 복용을 중단했다. 저자의 조언대로 혈액검사에서 LDL수치만 확인할 것이 아니라 LDL 입자크기를 확인해달라고 요청할 예정이다. LDL의 두가지 유형에서 부피가 크고 해롭지 않는 입자도 있고 작고 밀도가 높고 잔뜩 화가난 상태라 쉽게 산화되는 입자도 있다고 한다. 후자의 경우 혈관의 내벽을 구성하는 세포사이로 끼어들어가 염증을 일으키기 시작하고 이런 염증이 심장질환으로 이어진다고 하니 'NMR리포프로화일'이라는 검사에서는 LDL 입자의 크기를 분석할 수 있다고 한다. 사실 저자의 주장을 받아들여 스타틴계열의 약을 끊은 것도 불안하긴 하다.

과연 내 콜레스테롤수치는 안전한 것일까. 의학적인 지식이 없는 독자들에게도 쉽게 정보를 주는 좋은 책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불안하다. 나처럼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 약물을 복용하거나 가족력이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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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차를 타는 당신에게 - 마음을 다잡는 특별한 이야기들
서주희 지음 / 샘터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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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첫차를 타본적이 있는지요? 매일 출퇴근을 해야하는 직장인들도 첫차를 타는 일은 흔치

않을겁니다. 서울과 남해의 섬을 오가는 저는 오후에 출발하는 배시간을 맞추기위해 서울에서

6시에 차를 탑니다. 그 고속버스에 몸을 싣기 위해서 다시 지하철 첫차를 타야하는데요.

5시 20분 첫 지하철을 타기 위해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전혀 짐작을 못했었습니다.

 

 

더구나 매일 그 차를 이용하는 분들끼리는 서로가 잘 아는 모양인지 인사를 하면서 반갑게 아는척을 하는 모습이  참으로 정겹습니다.

몇 번 첫차를 타면서 그 분들이 궁금해졌습니다. 젊은이들 보다는 중장년과 노년층들이 많았는데 여자분들은 대부분 빌딩 청소하시는 분들이 많으시고 남자분들은 일용직이 많으시답니다. 물론 등산복을 입은 분들도 많았구요.

하긴 사람들이 출근하기전 청소를 끝내려면 일찍 나서야 할겁니다. 일용직도 언제 방송을 보니 새벽 5시면 인력시장이 선다고 하더군요.

아무리 일찍 첫차를 차고 시장에 나가봐야 일자리를 얻지 못하는 분들이 대부분이긴 하지만 어쨋든 첫차를 타고 삶의 현장을 향해 나서는 분들을 보면 숭고한 마음까지 듭니다.

 

희망을 가지라는 말조차 함부로 꺼내기에는 너무도 아픈세상에서 열렬히 응원을 보내고 싶어 이글을 썼다는 작가의 마음이 따뜻하게 다가오는 책입니다.

 

 

예전에 비해 분명 모든 것이 풍요로운 시대가 되었지만 정신적인 빈곤도 심각한 문제입니다.

다들 위로 위로 높은 곳을 향해 정신없이 올라가려는 시대입니다. 하지만 위로만 오르지 말고 아무도 가보지 않은 곳으로 멀리 떠나 개척자가 되보라는 작가의 말에 잠시 생각에 잠깁니다.

얼마전 읽은 책에서 정신없이 달리다 보니 내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모르겠더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우리들은 정말 너무 열심히 가난을 넘기위해 뛰고 또 뛰었습니다. 그리고 저 높은 곳을 향해 오르고 또 올랐습니다. 그 위에 무엇이 있는지 기어이 확인이라도 할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잠시 숨을 돌려 가보지 못한 세상으로 눈을 돌려보는 것도 좋은 생각이란 마음이 듭니다.

'정상에 오른다고 세상이 다 보이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더 멀리 보일 뿐입니다.'

세계의 최고봉 에베레스트를 등반하는 사람들과 늘 함께하는 셰르파족에게는 '정상'이란 말이 없다고 합니다.

아무도 에베레스트를 정복하지 못했던 시절 가장 먼저 에베레스트에 도달했으면서도 그 영광을 힐러리에게 양보한 셰르파 노르가이는 '에베레스트에 정상에 오른다고 세상을 다 보지는 못한다. 그저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를 알뿐이다.'

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합니다. 인간의 욕심이 얼마나 허망한 일인지를 말해주는 듯합니다.

 

 

이제는 슬슬 꾀도나고 새로운 것에 대해 호기심보다는 안주하고 싶은 꼼수만 부리게 되는 나이에 이르고 보니 '변화'라는 말이 두렵게 다가옵니다. 누구에게나 변화가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당신과 상관없이 세상은 지금도 변하고 있다는 작가의 말이 망치로 머리를 두드리는 것 같이 충격으로 다가옵니다.

 

지금 내가 타고 있는 차는 어디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지 이미 첫차는 놓친 것같고 막차라고 하기에는 아쉬움이 많습니다.

하지만 작가는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늘 첫차를 타는 마음처럼 삶을 향해 열심히 달려가라고.

첫차를 타기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달콤한 잠도 포기하고 찬바람을 맞으며 정류장을 향해 나왔을까요. 바로 그 마음으로 인생을 달려가라는 응원글이라고 받아들입니다.

역사속의 많은 일화와 사건들을 끄집어내어 힘든 시간을 버텨내는 우리들에게 등을 두드려줍니다.

'인생은 짧습니다. 나중보다는 지금 더 잘할 수 있습니다. 첫차를 타는 마음으로 오늘 시작하세요.'

누군가 내 손을 잡아주는 것같아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누군가 나를 잊지않고 바라봐 주는 것 같아 느슨해지려는 삶을 다잡게 됩니다. 늘 첫차에 오르는 마음으로 그렇게 살겠다고 다짐하면서 책을 덮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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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조 앤 새디 vol.4 - 완결|마조와 새디의 치열ㆍ낭만 육아 생활툰 마조 앤 새디 4
정철연 글 그림 사진 / 예담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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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완결이라니 완결이 어디있어. 말도 안돼! 아기다리 고기다리던 마조앤새디가 완결이라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과 함께 내 품에 왔다. 그들과 함께 한 시간이 얼만데..이건 배신이야.

 

 

이제 귀여운 깨비의 등장으로 더 재미있어지는데 말이지..역시 육아가 너무 힘들었던 것같아.

 

 

'뱃속에 있을때가 행복한거야.', '누워있는 애기는 천사지', '걷기 시작하면 지옥문이 열리는거지'같은 말에 기가 죽은게 확실해. 물론 나도 '미운 다섯 살, 죽이고 싶은 일곱살'이라는 말에 크게 공감하는 바야.

하지만 미리 기죽을 건 없잖아. 마조 앤 새디. 아무리 육아에 지쳐 수면부족에 집필시간이 안나도 그렇지 이건 아니잖아.

 

 

깨비가 태어나고 완전 찬밥이 된 마조가 우울증에 걸린게 틀림없어. 산후우울증이 새디에게만 온게 아니었던거야?

 

 

할리씨에 푹 빠진 서씨에게 도움을 좀 청해보면 어떨까? 하지만 역시 안되겠지? 내가봐도 서씨는 인도네시아나..뭐...말레이시아인같은 포스가 팍팍...깨비가 좋아할만한 비쥬얼은 아냐.

 

 

보통 '아이구, 장군감이네' 했다가 '여자예요' 하면 당황했던 기억들 누구나 한 번쯤은 다 있잖아.

그래도 깨비는 예쁘다며....마조를 안닮아 꽃미남이라며...그나마 얼마나 축복인데..이런 행운을 위안으로도 안되겠니?

 

2011년 '마린블루스 정철연의 미치도록 재미난 생활튠'으로 시작된 마조앤 새디1권으로 시작된 만남이 4편을 마지막으로 당분간 만날 수 없다는 소식에 4편의 완결판이 결코 반갑지만은 않았다.

심지어 우리 딸은 소장본으로 구입해서 대를 물릴거라고 할 만큼 왕독자인데..이렇게 끝내다니 사랑의 실연만큼이나 허전해진다.

아주 어린날의 자신에게 돌아가 리얼 주부의 모습을 보여주는 마조의 연기는 멋지지 않은가.

새디의 희한한 입덫에 대처하느라 힘들었지. 그래도 살은 왜 안빠졌던걸까. 최선을 다하지 않은건 아니고?

깨비의 육아기 나도 참 행복했다. 마치 내가 수면부족인 듯 몰입이 되어 지치긴 했지만 어쭈쭈 자식바보로 변한 이 부부의 모습 낯설지 않다. 나도 그랬거든. 때려 죽이고 싶은 일곱살이 지나고 또 어떤 복병이 기다리고 있을지라도 절대 부모의 본분을 다 할 것. 청심환이 상비약이 되는 순간이 와도 정신줄 놓지 말 것.

아마 오래지 않아 5편, 6편이 마구 그려지고 할말이 넘치게 될거야. 나는 믿어.

오랫동안 그래도 세상이 살만하구나...느끼게 해줘서 고맙고 해마다 올려준 Best of the year!도 아주 요긴했어.

마법의 가루로 꼽아준 그랜즈 레이디..발냄새로 구박받는 남편을 위해 벌써 장바구니에 담아뒀다는 걸 알려줄게. 이제 깨비도 태어났으니 신발캠핑같은 건 자제 좀 해야겠지? 마조?

부탁인데 깨비의 잉태부터 탄생을 지켜본 독자들에게 자라는 모습도 꼭 전해주길 바래. 기대할게.

그동안 수고 많았고. 곧 바로...to be continued....라고 돌아오길 바래! 아 터미네이터의 마지막 장면..엄지를 치켜들고 외쳤던 'I will back'이 마구 떠오르네..돌아와 그대 다시 돌아와...그대여 내게 돌아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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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객전도 - 멀쩡한 사람도 흡입하게 만드는 주당 부부의 술집 탐방기
오승훈 지음, 현이씨 그림 / 웅진지식하우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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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술이 급격히 땡기는 책이다. 흔히 '주객전도'라 하면 주인과 손님의 입장이 뒤바뀌었다는 고사성어인데 여기서의 '酒客顚倒'라 함은 술먹은 객이 엎어져 이마가 깨졌다는 뜻으로 해석하는 것이 좋겠다. 말그대로 두주불사, 취중진언의 고백서이니 맑은 정신으로 읽는 것보다 한 잔 하면서 읽으면 딱인 책이다.

 

 

나도 물론 오징어 한마리 구워놓고 술 한병 앞에 놓고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 뒤 몇 병을 마셨는지는 비밀이다.

술을 잘 먹는 남편을 둔 아내는 참 고달프다. 평생 술국을 끓여대면서 팔자타령이 늘어지는 아내의 모습이 일반적인데 여기 이 부부는 서로 술궁합이 잘 맞으니 평생 싸울일이 없을 것 같지만 걸핏하면 취하는 아내를 업어 날아야 하는 X기자의 신세타령을 보니 너무 잘 맞아도 걱정인가보다.

서로 술먹을 약속을 잡느라 아웅거리는 모습에 웃음이 절로 나온다. 중간에 낀 아들의 딱한 처지에 한숨이 나오기도 하지만 일찌감치 술의 오묘한 세계를 연습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쌀은 떨어져도 술은 떨어지지 않는다는 이 집, 아마도 생활비의 상당부분이 술값으로 지출 될 것인데 그래도 컬럼을 준비하면서 보조비가 지원되었다니 내가 다 안심이 된다. 나도 이런 행운이 함께 하면 좋으련만.

일본여행을 가서 '부어라 마셔라'하는 아내들 때문에 어린 자식들을 돌봐야했고 술을 사 나르느라 관광은 꿈도 꾸지 못했다는 남편들의 푸념에서는 '대박'이란 소리가 절로 나온다. 그래도 해외여행인데 볼건 봐야지.

 

 

아는 만큼 보인다더니 X기자의 술집 순례는 오로지 경험적 진실이라 가슴에 팍팍 와 닿는다.

유명한 맛집보다는 숨어있는 술맛집 소개를 염두에 두었다더니 은근 맛집 매니아인 나도 처음 듣는 술집들이다. 소개한 술집중 오로지 '온누리 장작구이'집만 가보았다. 흠..내공에서 나는 무릎을 꿇고 만다.

 

 

이북이 고향이신 부모님들 덕분에 냉면과 만두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입맛을 지닌 나로서는 '을밀대'며 '필동면옥'같은 냉면집 소개에 눈이 확 떠진다. 그러나 우리는 보통 냉면집에 가면 냉면이나 수육을 시키고 겨우 반주나 한잔 걸치는게 일반적인데-왜? 냉면집은 술집이 아니라는 편견이 있으므로- 이 부부는 늘 그렇듯 소맥을 들이킨다.

더구나 술내기까지? 여우같은 마누라 와잎의 꼬임에 빠져 공정한(?), 아니,공정하지 못한 술내기에 KO패 당하는 X에게 '까불지 말란 말이야, 나! 와잎이야.'하는 장면에서는 두 손 두 발 다 들고 만다.

X씨 그냥 져주고 사세요. 말년이 편한합니다. 쯧쯧...

 

 

꼼수 부리다 된통 당하기만 한 X의 유일한 복수는 그녀를 '임신'시키는 것!

아들 하나는 좀 외롭지. 애 하나 키우는데 돈도 많이 들어가긴 하지만 와잎의 임신거부의 진실은 '금주의 고통'일 만큼 그녀에게 술은 인생 그 자체라고 한다. 정말일까? X가 컬럼을 쓰기위해 오바한 건 아니고?

하느님을 믿는 시어머니앞에서도 '소맥'을 외친다는 그녀의 못말리는 소맥사랑을 다 믿어야 하나?

아무리 마셔도 건강검진에 OK사인이 뜬다는 그녀의 간에 찬사를 보낸다. 하지만 찌는 살은 어쩌나.

 

 

'오바이트도 좋다! 똥만 싸지마!'라는 처절한 외침이 절대 부풀린 말이 아닌 듯하다.

그 술값 다 모았으면 크루즈여행 열 번은 갔을걸....물론 여행백에는 소주팩 잔뜩들어간 여행이 되겠지만.

참으로 뜨겁고 얼큰한 술여행 이었다. 근래에 보기 드문 이 부부의 주객전도...취한다.

딴지일보 김어준의 말이 딱이다. 알코올 누아르이자 효모 미슐랭이며 누룩오페레타...

한마디 거든다면 소맥프리마돈나의 휘청아리아...언제 같이 한잔 하자구요. 알콜듀엣부부님.

추억의 치킨집 크리스터 아주 땡깁디다. 미리 얘기하는데 와잎의 신공은 절대 못따라가니 술내기는 사절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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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그렇게 작아져간다 - 길고 느린 죽음의 여정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
이상운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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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어머니는 열 아들을 잘 키울 수 있지만 열 아들은 한 어머니를 잘 모시지 못한다'라는 말이 있다.

언제까지나 내 곁에서 응석을 받아줄 것만 같은 부모님들이 우리곁을 떠나기 시작한지 10여년 정도가 된 것같다.

처음에는 아버지들이 먼저 세상을 떠나더니 작년부터 어머니들의 부고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한다.

이상하게 아버지들이 먼저 세상을 떠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글쎄 가장으로서의 부담이 너무 심해서였을까?

지금도 지인들중 9순을 넘기고 있는 부친을 둔 경우는 거의 없는 것같다.

아흔 두 살의 연세로 세상을 떠난 작가의 아버지는 상당히 장수를 누린 셈이다. 보낸 가족의 입장에서보면 100수를 넘긴 들 아쉽지 않을리가 없겠지만 그만하면 평균수명이상을 살다 가신 것인데 문제는 얼마를 사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잘 살다가 가는 것이 아닐까.

 

 

어머니와 늦게까지 해로하시던 아버지는 여든 여덟 살이던 해에 병석에 들어 아흔 두 살의 연세로 세상을 떠났다.

병석에 들기전까지는 관절이 안좋아서 걷는 것이 조금 불편했지만 정신도 또렷했고 새벽에 먼저 일어나시면 밥도 직접 하실 정도로 건강하셨단다. 하지만 노인네들은 하루가 다르다고 하더니 갑작스런 고열로 시작된 병원행은 겨우 열이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휠체어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신세가 되고만다.

아무래도 연세가 많았던 것같다. 그즈음은 이미 죽음의 경계선을 살짝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오랫동안 자식곁에서 건강하게 살아주셨으니 그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한 일이다.

 

 

각기 바쁜 자식들을 대신하여 조금쯤 자유로운 작가라는 이유로 아버지의 병구원을 떠맡게된 것이 한편으론 행복한 일이 아니었을까. 잠도 제대로 잘 수 없고 섬망증세로 주변사람들을 괴롭히는 아버지를 돌본다는 일이 얼마나 힘들겠는가 마는 그래도 아버지의 마지막 길을 세세하게 지켜볼 수 있었다는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남에게 폐를 끼치는 것도 싫어하고 깐깐했던 노인네가 오줌줄을 끼우고 기저귀를 차고 대변을 받아내는 현실이 얼마나 못견디게 싫었을까. 어느 누구도 자신이 나이들어 그런 모습으로 마지막길을 장식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한다.

'아버지는 자신의 사후 처리에 대해서도 아무런 구체적인 지침을 남기지 않았다. 이런 문제는 다루기 고약한 면이 있다.

나는 아버지가 건강할 때 스스로 우리들에게 어떤 지침을 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본문중에서

그렇다. 재작년 막내동생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을 때 내가 간절하게 후회했던 것이 바로 이 것이었다.

병원에 걸어들어갈 때만 해도 불편한 고관절만 나으면 바로 퇴원할 줄 알았었다. 하지만 걷기가 많이 편해지고 퇴원을 눈앞에 둔 어느 날 갑작스런 고열에 정신이 혼미해진 동생은 중환자실로 옮겨졌고 항생제치료에도 열이 떨어지지 않는 중에 의식을 잃고 말았다. 중환자실에 들어갈 때만 해도 의식이 있었고 대화도 가능했다고 한다.

나에게 연락이 왔을 때는 이미 기관지에 관을 삽입한 후여서 대화는 불가능한 상태였다. 그나마 의식은 있어서 눈짓이나 고갯질으로 소통이 가능했다는데 겨우 며칠 후 의식을 놓고 말았다.

나는 연락을 받고 며칠 후 싸하는 예감에 휩싸여 급히 제부에게 전화를 걸어 하루 두번 있는 중환자실 면회가 되면 기관지에 꽃은 삽관을 떼어내고 동생의 이야기를 꼭 들어보라고 했다. 하지만 제부는 치료중인 관을 어떻게 떼어내느냐며 곧 좋아져서 나갈 사람 에게 마지막을 생각하라니..가뜩이나 아내의 병 때문에 정신이 없던 제부는 나에게 서운하다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글쎄 내가 독하고 인정이 없는 사람이어서 그랬을까. 동생은 병원에 입원하고 급격히 상태가 나빠지는 순간에도 자신이 죽을 것이라곤 절대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중환자실에서 기관지에 관을 꽂고 말이 끊어지면서 어쩌면 죽음을 예감했을지도 모른다.

잠시...정말 잠깐만이라도 관을 빼고 마지막 말을 나눌수 있었더라면 그 뒤 의식을 잃고 며칠 더 산 시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귀한 시간이 되었을텐데..

 

 

동생의 죽음 이후 나는 심각하게 내 사후의 문제, 혹은 의식을 잃고 내 의견을 말할 수 없는 경우가 생긴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를 심각하게 고민했다. 작년부터인가 평화로운 죽음을 맞는 방법에 대한 책들이 많이 나왔었다.

주변에도 의식없이 몇 년 동안 식물인간으로 살다가 가족들에게 엄청난 고통만 남기고 떠난 경우를 봤기에 탄생은 선택이 아니었지만 죽음만큼은 선택할 수 있다면 존엄한 죽음을 택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사전의향서'라는 제도가 있음을 알고 나는 뇌사상태에 빠지면 호흡장치를 달지 말아달라고, 그리고 심폐소생술도 하지 말아달라고 적고 아이들에게도 당부를 해두었다.

작가의 아버님도 여든이 넘어갈 무렵 정정하셨을 때 미리 이런 대비를 해두었다면 자식들의 고통이 조금쯤을 덜어지지 않았을까.

 

그래도 참 대단하다. 덩치도 크셨다는 아버님을 위해 기저귀를 갈아주고 관장을 하고 밤새 뜬눈으로 병상을 지킨 아들이 몇이나 있을까. 몇 번의 입원으로 나는 병원생활이 얼마나 힘들지 알고 있다. 가뜩이나 까칠하고 비유가 약한 나는 절대 이 아들처럼 병상을 지킬 자신이 없다. 작가가 남몰래 알아본 요양원을 진즉 선택하여 짐을 덜어내려고 했을 것이다.

8순이 넘은 노인의 고열만을 주목하느라 정작 발의 근육은 무방비 상태로 두어서 결국 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과 정신적인 치료역시 병행하지 못해 섬망증세로 환자와 보호자 모두 고통스럽게 방치한 의료 현실에 분노가 치민다.

도대체 우니라나는 언제나 선진국의 대열에 들어설 수 있단 말인가.

나 역시 베이비붐세대로서 고작 10년 후면 노년의 시간에 진입한다. 그러나 나 역시 내 죽음에 아무 자신이 없다.

팔팔하게 살다가 삼일 동안만 앓고 죽자는 우스개소리는 절대 우스개소리가 아니다.

내 스스로 나를 통제하지 못하는 지경이 온다면 나는 아주 고통스런 마지막을 겪고 가족들을 고통속에 빠트린 줄도 모른 채 허망한 시간들을 보내다가 지긋지긋한 삶을 놓을 지도 모른다.

내가 낳고 키운 자식들은 절대 내 기저귀를 갈아주며 병상을 지키지 못할 것이다. 바라지도 않는다.

인간의 존엄성을 점점 상실해가는, 아버지로서의 성이 무너져가는 것을 아프게 지켜봐야 했던 4년여의 시간에 고개를 숙여 존경을 보낸다. 작가도 나도 인간의 존엄을 지닌 채 마지막을 맞을 수 있는 행운이 함께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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