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 2015.3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5년 2월
평점 :
품절


어느새 춘삼월이 가깝다. 하지만 한겨울 바람보다 꽃샘바람이 더 파고드는 요즘이 더 춥게 느껴진다.

봄의 따뜻한 기운을 기다리는 마음이 떠나기 싫은 찬바람의 기운조차도 지긋해지기 때문이겠다.


 

아무리 떠나기 싫은 겨울이라도 어느새 여기저기 봄기운이 스멀스멀 눈치를 보며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을 느낀다.

남해의 섬은 이곳은 찬바람을 뚫고 올라온 냉이며 달래가 어느새 지천이라 엊그제는 제법 캐다가 맛있게 무쳐먹었다.

봄이 오면 마음도 싱숭생숭해지기 마련이라 옛말에는 처녀가 바람이 난다고 하는데 샘터의 노란 표지를 보니 어느새 봄을 담은 듯 따스하게 맘이 덥혀진다.


 


요즘은 다시 서울과 섬을 오가는 생활을 하는지라 그동안 목말랐던 문화행사에 부쩍 관심이 많아졌다. 그런데 우리동네에 이런 협동조합이 있다닌 눈이 번쩍 떠진다. 동화속에 등장하는 주인공을 인형으로 만들다니..아이디어가 참 신선하다.

그림속에 인물을 현실로 끄집어내는 작업이니 아이들에게는 기적같은 경험이 되기도 하겠다.

'만원의 행복'이라는 프로그램으로 나만의 인형을 만들어볼 수도 있고 저렴한 수강료로 만들기 강좌에도 등록할 수 있단다.

바느질솜씨는 자신이 없지만 산책삼아 동네 햇빛공방에 수강신청을 해볼까.



오래전 콩나물시루같은 경춘선을 타고 대성리며 춘천을 오가는 여행조차도 행복했던 기억이 있건만 요즘 기차여행은 일취월장 변신이 대단해졌다. 족욕을 즐기고 온돌에 몸을 누인채 기차여행을 즐기다니 정말 깜짝 놀랐다.

더구나 개그 공연까지 볼 수있다니 일석 몇조란 말인가. 강을 따라 꽃이 가득핀 철길을 느긋이 즐기고 싶어진다.


 

2~3월안에는 온돈마루실 가격이 반값이라니 수다쟁이 친구들 한번 불러 모아야겠다.



책욕심이 많은 나는 평생의 소원인 서재를 가지고 한동안 뿌듯했다. 하지만 한달이면 수십권씩 쌓이는 책들이 어느새 걱정거리가 되었다. 좁은 공간에 쌓인 책들에 내려앉은 먼지를 보면 책욕심을 좀 내려놔야지..하면서도 엄두가 안난다.

개인이 운영하는 '국민도서관 책꽂이'은 내 책을 무료로 보관해주는 대신, 내가 맡긴 책을 남에게 빌려주는 도서 공유 서비스라고 한다. 아..내가 원하던 서비스였다. 그리고 꼭 다시 볼 가능성이 없는 책들은 기부를 해도 좋을 것같다.



오랜만에 만난 그녀는 살짝 살이 쪄보인다. 하긴 세월이 얼마인가. 나잇살은 너도 나도 어쩔 수가 없는 모양이다.

그래도 조금 후덕해 보이는 얼굴이 더 정답다. 요즘에는 관광객들에게도 잘 알려진 통인시장의 기름떡볶이를 그녀도 좋아한단다. 나도 이번에 서울에 가면 꼭 찾아가 맛을 봐야겠다. 정년없이 열정만 있으면 언제든지 무대에 오를 수 있는 그녀가 부럽다. 서구적인 마스크와는 다르게 한옥사랑이 남다르다. 나이탓인가. 나도 슬슬 한옥이 좋아지기 시작한다.

나도 어린 시절을 떠올릴 골목시장이 있다. 지금은 재개발이 되어 옛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지만 어려서 먹던 골목냉면이 너무도 그리운데...살면서 저렇게 찾아갈 추억의 시장이 아직 남아있는 것도 행복한 일이 아닌가.



늘 이코너는 유심히 보게된다. 아는 것 같지만 전혀 몰랐던 진실들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무심코 선택했던 수많은 간장들이 이렇게 엄청난 비밀이 숨어있다니..메주를 띄우고 된장을 건져내어 만든 재래식간장은 왠지 입에 맞지 않아 얻어두고도 즐겨 사용하지 않았는데 이제 입맛을 바꿔야 하는 것이 아닐까.

염산으로 분해하여 간장을 만들다니..이런 간장이 몸에 절대 해롭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내 집에 있는 간장들을 유심히 살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산분해간장인지 100% 양조간장인지 꼼꼼이 챙겨보자.


60년간 받은 200여통의 편지를 모아 서간집을 낸다는 최정호 석좌교수의 글을 보니 스마트시대에 사라져버린 손편지가 그리워진다. '지금 세대는 부모님 편지를 한 장도 가지고 있지 못할 것이다'라는 말에 가슴이 저릿해진다.

글쎄 나도 아이들에게 손편지를 쓴적이 있었던가? 나를 기억해줄 흔적은 모두 가상의 공간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닐지..

키보드를 두드리는 것이 익숙해진 요즘 꽃무늬가 그려진 편지지를 언제 봤는지 기억도 가물하다.

간직해줄지는 모르지만 올봄 물이 차오르는 삼 월에는 그리운이들에게 손편지라도 써야겠다.


여전히 창문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찬바람속에서 봄이 느껴진다. 시간은 우리와 상관없이 들이닥칠 것이고 짧은 봄이 가기전에 부지런히 마음갈이를 해야겠다. 이제는 시간이 무섭고 한없이 소중해지는 나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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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의 아이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영주 옮김 / 박하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영화를 좋아하고 비행기타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하는 작가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 '형사의 아이'는

1990년과 1994년 이미 출간되었던 소설이란다. 보통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 다시 재출간되는 경우는

그만큼 작품이 탄탄하다는 증거일 것이다.

20여년이 지나 재출간되었음에도 전혀 고루한 느낌이 없는 최신작같은 작품이었다.

도쿄 공립중학교 1학년인 야기사와 준은 부모의 이혼으로 경치성 수사 1과 형사인 아버지 미치오와  단둘이 살고 있다. 고토 구로 새로 이사를 온 두 부자는 마음 좋은 베테랑 가정부 가정부 하나 할머니의 보살핌을 받게 된다. 이미 예순이 훨씬 넘은 하나 할머니는 오랫동안 가정부생활을 하면서 익힌 말투로 준을 '도련님'으로 '미치오'를 주인어른으로 부르며 헌신적으로 준을 돌보지만 아주 영특한 두뇌의 소유자임을 뒤에 밝혀진다.



도심에서 약간 벗어난 지역인 준의 집이 있는 동네는 이웃에 대해 아직 관심이 많은 곳인지 얼마전부터 흉흉한 소문이 무성하게 돌고 있었다. 준의 가장 친한 친구인 신고와 이웃해 살고 있는 괴팍한 노인네의 집에 여자가 들어간 후 나오지 않았다는 것과 죽여서 마당에 파묻었다는 소문이었다.

소문을 조사하기 시작한 신고와 준은 그 집 주인이 유명한 화가 시노다 도고로 싸움꾼이라는 별명을 가진 노임임을 알게된다. 바로 그 무렵 동네하천에서는 토막난 여자의 사체일부가 발견되고 준의 집에는 시노다 도고가 범인이라는 쪽지가 배달된다.

하지만 연이어 다른 사체가 있다는 편지가 배달되어오고 다른 사체일부가 또 발견된다.

연쇄토막살인사건! 검시결과 둘 다 20대초반의 여성으로 성폭행을 당한후 살해되었다는 것이 밝혀진다.

사건을 맡은 미치오와 호기심강한 형사의 아들 준은 각각 이 사건을 향해 나름의 수사를 시작한다.



이 소설의 매력은 단순히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추리소설로서의 기법뿐아니라 사회의 그릇된 병리에 대해 고발하는 점이다.

일본은 유독 소년 살인사건이 많은 모양이다. 실제로 어린 아이를 살해하고 교문에 머리를 매달아 사회를 경악시켰던 범인이 중학교 소년임이 밝혀졌고 단지 소년범이라는 이유로 적은 형만을 받고 풀려났다고 한다.

그 소년이 자라 변호사가 되었다는 이야기는 시사하는 바가 컸기에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이 소설에서도 바로 이런 점이 포인트가 된다. 단지 소년범이라는 이유로 극형을 모면하는 것이 정당한 일일까.

미치오의 입을 통해 작가는 상상력이 없는 인간이 늘고 있음을 한탄한다.  자신이 죽인 사람이 사실은 사랑스러운 인간이었다는 것과 죽임이 없었더라면 얼마든 아름다운 삶을 살았을 수도 있는 인간이었음을 상상해내지 못하고  쉽게 살인을 저지르는 인간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에 대해 현대의 비극을 고발하고 있다.



차라리 연예인흉내를 내거나 오빠부대같이 자신을 표출하는 것이 더 낫다고까지 말한다. 소년범들의 특징은 응어리를 안고 사는 아이들...보통의 상식을 벗어난 방법으로 자기주장을 한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1935년 도쿄 대공습에서 겨우 살아난 남자는 끔찍한 그 기억을 그림으로 승화시켰고 자신을 구해준 남자에게 평생 속죄의 마음으로 살게 된다. 그 과거의 비극은 현재에 이어져 이 살인사건과도 연결이 된다.

연쇄 토막 살인사건과 자식을 위해 무조건 자신을 던지는 무분별한 요즘의 부모의 모습, 죄책감없이 상상력의 빈곤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아이들...과거와 현재를 잘 아우리면서 지금 이시대의 문제점까지 작 녹여놓은 수준 높은 작품이었다.

역시 발랄한 그녀다운 작품이다. 준과 신고의 다음 활약이 이어지지는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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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의 아이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영주 옮김 / 박하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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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좋아하고 비행기타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하는 작가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 '형사의 아이'는

1990년과 1994년 이미 출간되었던 소설이란다. 보통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 다시 재출간되는 경우는

그만큼 작품이 탄탄하다는 증거일 것이다.

20여년이 지나 재출간되었음에도 전혀 고루한 느낌이 없는 최신작같은 작품이었다.

도쿄 공립중학교 1학년인 야기사와 준은 부모의 이혼으로 경치성 수사 1과 형사인 아버지 미치오와  단둘이

살고 있다. 고토 구로 새로 이사를 온 두 부자는 마음 좋은 베테랑 가정부 가정부 하나 할머니의 보살핌을

받게 된다. 이미 예순이 훨씬 넘은 하나 할머니는 오랫동안 가정부생활을 하면서 익힌 말투로 준을 '도련님'으로

'미치오'를 주인어른으로 부르며 헌신적으로 준을 돌보지만 아주 영특한 두뇌의 소유자임을 뒤에 밝혀진다.



도심에서 약간 벗어난 지역인 준의 집이 있는 동네는 이웃에 대해 아직 관심이 많은 곳인지 얼마전부터 흉흉한 소문이

무성하게 돌고 있었다. 준의 가장 친한 친구인 신고와 이웃해 살고 있는 괴팍한 노인네의 집에 여자가 들어간 후

나오지 않았다는 것과 죽여서 마당에 파묻었다는 소문이었다.

소문을 조사하기 시작한 신고와 준은 그 집 주인이 유명한 화가 시노다 도고로 싸움꾼이라는 별명을 가진 노임임을

알게된다. 바로 그 무렵 동네하천에서는 토막난 여자의 사체일부가 발견되고 준의 집에는 시노다 도고가 범인이라는

쪽지가 배달된다.

하지만 연이어 다른 사체가 있다는 편지가 배달되어오고 다른 사체일부가 또 발견된다.

연쇄토막살인사건! 검시결과 둘 다 20대초반의 여성으로 성폭행을 당한후 살해되었다는 것이 밝혀진다.

사건을 맡은 미치오와 호기심강한 형사의 아들 준은 각각 이 사건을 향해 나름의 수사를 시작한다.



이 소설의 매력은 단순히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추리소설로서의 기법뿐아니라 사회의 그릇된 병리에 대해 고발하는 점이다.

일본은 유독 소년 살인사건이 많은 모양이다. 실제로 어린 아이를 살해하고 교문에 머리를 매달아 사회를 경악시켰던

범인이 중학교 소년임이 밝혀졌고 단지 소년범이라는 이유로 적은 형만을 받고 풀려났다고 한다.

그 소년이 자라 변호사가 되었다는 이야기는 시사하는 바가 컸기에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이 소설에서도 바로 이런 점이 포인트가 된다. 단지 소년범이라는 이유로 극형을 모면하는 것이 정당한 일일까.

미치오의 입을 통해 작가는 상상력이 없는 인간이 늘고 있음을 한탄한다.  자신이 죽인 사람이 사실은 사랑스러운 인간이었다는

것과 죽임이 없었더라면 얼마든 아름다운 삶을 살았을 수도 있는 인간이었음을 상상해내지 못하고  쉽게 살인을 저지르는

인간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에 대해 현대의 비극을 고발하고 있다.



차라리 연예인흉내를 내거나 오빠부대같이 자신을 표출하는 것이 더 낫다고까지 말한다. 소년범들의 특징은 응어리를

안고 사는 아이들...보통의 상식을 벗어난 방법으로 자기주장을 한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1935년 도쿄 대공습에서 겨우 살아난 남자는 끔찍한 그 기억을 그림으로 승화시켰고 자신을 구해준 남자에게 평생

속죄의 마음으로 살게 된다. 그 과거의 비극은 현재에 이어져 이 살인사건과도 연결이 된다.

연쇄 토막 살인사건과 자식을 위해 무조건 자신을 던지는 무분별한 요즘의 부모의 모습, 죄책감없이 상상력의 빈곤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아이들...과거와 현재를 잘 아우리면서 지금 이시대의 문제점까지 작 녹여놓은 수준 높은 작품이었다.

역시 발랄한 그녀다운 작품이다. 준과 신고의 다음 활약이 이어지지는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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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시간 2008-2013
이명박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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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예전의 왕과는 다르지만 현대의 대통령도 분명 천운을 타고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소명직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권력을 위해서 누군가는 부를 위해서 또 누군가는 소신껏 자신의 국민들을 이끌기 위해서 대통령이 되었을 것이다. 크건 작건 한 나라의 대통령은 그 나라를 대표하고 국민을 이끌어야 하는 리더가 분명하다.

난세가 영웅을 만든다고 하는 말은 난세를 극복한 명장이라면 분명 영웅일 것이라는 뜻외에도 난세를 헤치고 이끌어줄 영웅을 기다리는 간절함 같은 것이 더한 것은 아닐까.

대통령복이 지지리도 없다면 없는 우리국민들에게 대통령의 의미는 남다르다.

전후 극심한 가난을 이기고 경제국가로 도약해준 대통령역시 독재라는 오명을 쓰고 비참한 최후를 맞았고 한 도시를 지옥으로 만든 대통령이 있었는가 하면 임기후 자살로 생을 마감한 대통령도 있었다.

역사적으로 우리가 처한 상황만큼이나 극적인 대통령을 맞아야 했던 우리민족은 불행했을까, 행복했을까.  문득 지금 논란이 되고있는 이 책을 집어들면서 여러가지 생각으로 마음이 복잡해졌다.

누군가는 자기자랑으로 끝난 책이라고 비난했고 비밀유지서약을 깨고 쓰지 말아야 할 이야기를 썼다고도 했다.



가난한 어린시절을 거쳐 대기업의 회장과 서울시장을 지냈던 이명박 전대통령에게 나는 표를 찍었던 사람이다.

오랜동안 군부출신의 대통령이 휘둘렀던 권력이 싫었고 글로벌시대에 걸맞는 CEO같은 대통령의 이미지가 좋았던 것같다.

그가 대통령으로 있는 기간동안 소고기파동으로 연일 촛불시위가 있었고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여론이 들끓었던 시기에도 나는 그에 대한 믿음을 내려놓은 적이 없었다.

사실 능력있고 의욕충만한 누구라도 일단 대통령직에 오르면 생각만큼 나라를 통치한다는 것이 쉬울 수가 없을 것이다.

이제 좀 먹고 살만해진 나라가 되긴 했지만 언제 어디서 경제파동이 터질지, 핵으로 위협하는 북한을 어떻게 대처할지 특히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하겠다는 것은 자신의 수명 몇 년쯤을 내놓고 덤벼들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하며 대통령 후보에 나선 인물들을 안타깝게 바라보곤 했었기 때문이다.

글쎄 나같은 보통이하의 사람의 머리로 돈도 많고 이제는 누리기만 해도 살만한데 뭐하러 섶을 지고 불구덩이로 뛰어드나..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었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란 권력이 주는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매력이 분명 있는 모양이다. 역대 대통령들이 그러했듯 임기후 칭찬보다는 욕이 더 무성한 그 자리에 왜들 서로 가려고 하는지 지금도 이해되지 않는다.

하지만 현대 모든 나라가 그러하듯 누군가는 통치자가 되어 나라살림을 맡아서 해야한다. 운이 좋은 국민이라면 덕이 많고 능력있는 지도자를 만나 큰 고생없이 삶을 누릴 수 있겠지만 과연 이런 리더를 만난 나라가 얼마나 될까.



보통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후 전직 대통령들은 자서전을 준비한다고 한다. 지나온 시간을 회고하면서 한 나라의 리더로서 기록을 남겨야겠다는 숙제같은 느낌이 아닐까...하지만 대체로 누구의 자서전으 봐도 사실 자신의 잘못보다는 공을 위주로 적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이렇게 과학이 발달한 시대에 살면서 왜 인류는 몸무게를 재는 저울만 개발이 되었을까. 한 인간의 인생을 스캔하는 스캐너가 있다면 너무도 분명하게 재단이 끝날텐데..하는 생각이 들었다.

당쟁으로 얼룩진 조선시대의 왕조실록에도 비교적 진솔한 평가들이 남아있었듯이 현대의 대통령들에게도 사관이 필요한건 아닐까...하는 아쉬움이 몰려온다.

'내가 편하자고 잘못된 길인 줄 알면서 국가를 그 길로 인도할 수는 없었다. 그것은 나의 신념과 나를 뽑아줜 국민의 뜻에도 반하는 일이었다.'

운동권출신 학생이라는 이유로 취직도 어려웠던 청년 이명박은 명장 정주영의 발탁으로 해외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한다.

아무리봐도 적자로 끝날 사업임을 판단하고 어렵게 정주영에게 직언을 하고 폭동이 일어났을 때 다 모두 도망가버린 사무실에서 금고를 끌어안고 버텼다는 일화하나만으로도 그가 어떤 성격의 인물인지 판단할 수 있다.

자신이 믿는 정의라면 누구보다 앞장서 바로잡을 기개와 고집이 있었다는 말이다. 그런 그가 대한민국대통령이 되어 자신이 편하자고 잘못된 길로 인도할리는 없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 신념들이 먼 훗날 정당하게 평가받지 못할 일이었다면..과연 당시의 판단이 정의로웠다고 말할수 있을까.

이 문제는 대통령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결국 대통령도 한 인간이기 때문에 섣불리 대답하기 어렵다.



이명박정부시절에 대북정책은 그전과 그전전 대통령의 정책에 비하면 한마디로 얼음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이점에서도 나는 그의 정책을 지지했었다. 사실 댓가를 지불하고 얻어낸 정책들은 반드시 부작용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구는 열어두었어야 했다는 의견에도 강하게 반발하긴 힘들다. 그만큼 북한의 문제는 정답이 보이지 않는 어려운 일이다. 햇빛정책이든 얼음정책이든 분명 환영하는 의견뒤에는 반대의견이 존재할 수 밖에 없다.

다만 재난을 당한 동포들에게 온정으로 보낸 물품까지 군수품이나 지도층의 물자로 쓰여졌다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

'통일은 언젠가 도둑처럼 올 것이다'라는 의견과 통일의 댓가에 대한 준비를 철저하게 해야한다는 의견에 적극 공감한다.



재임초기 그의 발목을 잡았던 소고기파동을 보면서 그는 이 문제가 사실 전임대통령때 마무리짓지 못했던 미국과의 FTA문제를 매듭짓기 위해서 거쳐야했던 수순이라고 말한다. 말하자면 슬그머니 공을 다음 사람에게 넘겼다는 말인데

그런점에서는 그의 심정이 이해가 된다. 하지만 혹시라도 본인은 다음 대통령에게 공을 넘긴 문제는 없는지 묻고싶다.

임기내에 이루고자 했지만 시간이 부족하여 넘어간 일들도 있을 것이며 특히 그가 강하게 주장했던 4대강 사업역시 현정부에서도 고민인 것은 사실이다. 어제 보도에서도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재조사를 시작한다고 한다.

분명 이명박전대통령은 외국의 사례들을 보면서 강을 정비하고 미래를 대비하는 민족적인 사업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 사업이 시행되면서 흔히 말하는 끼리끼리 다 해먹었는지 수중보가 생태계를 엉망으로 만들었는지 나는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분명 문제가 있다면 다듬고 고쳐야 한다. 그가 전임 정부에게 물려받아 고심했던 세종시문제처럼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내 마음에 들었던 글귀이다.

'우리끼리 싸우면 우리가 상처를 입고, 과거와 현재가 싸우면 미래가 피해를 입습니다.'


나는 이 책을 읽기전 아무 전제도 없이 예단도 없이 스스로 판단하겠다고 마음먹었었다.

판매가처분청구까지 받았다는 이 책에 대한 판단을 제대로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자서전에 자신의 '과'를 쓰기란 어려운 일이겠지만 나는 그가 어렵고 힘든 상황을 이렇게 극복했다..라는 글보다 자신의 '과'에 대해서도 솔직히 썼으면 하는 바램이었다. 하지만 임기내 이루지 못한 아쉬움을 빼고는 자신의 업적을 나열하는 식의 글에서 다소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

실제로 임기후 그의 측근의 비리가 드러나 법의 심판을 받았음에도 그런 점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없었다.

결국 모든 것은 역사가 심판할 것이다. 지금 이 책에 대한 판단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제 박근혜대통령은 임기 3년차에 접어들었다. 이 책이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될 일이고 그런 점에서 자서전이 너무 일찍 나온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도 있다. 다만 이런 전직 대통령들의 족적들이 현재의 대통령과 미래의 대통령들에게 본보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모든 일에는 분명 잘하는 일이든 못하는 일이든 본받을만한 의미가 있기때문이다.

얼마전 보았던 연극 '염쟁이 유씨'에서 나온 대사가 떠오른다.

'그 사람의 성품은 설거지 할때 나오는 법이여...' 흔히 떠나는 뒷모습이 아름다워야한다는 말도 있다.

떠나는 뒷모습에 모두 큰 박수를 보낼 수 있는 그런 멋진 대통령을 기대해본다.


R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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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시간을 수리합니다 2 - 내일을 움직이는 톱니바퀴
다니 미즈에 지음, 김해용 옮김 / 예담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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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는 순간 오랫동안 생각에 잠겼었다. 표지는 에니메이션처럼 가볍게 느껴졌지만 제목에서 오는

묵직함은 뭐랄까...과거의 어느 시간은 정말로 수리받고픈 사람에게 희망을 갖게하는 힘이 느껴졌다.



이제는 퇴락해버린 상가의 거리에는 오래된 신사 쓰쿠모가 있고 간혹 열린 가게중에는 '추억의 시(時) 수리합니다'란 노트 정도의 크기로 된 간판이 걸린 곳이 있다. 할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수리가게를 운영하는 슈지는 '추억의 시계를 수리합니다'란 간판에서 '계'자가 떨어져 나간채로 두었기 때문에 졸지에 추억을 수리하는 가게라는 이름을 갖게 된 것이다.



그 가게에서 크로스 건너편에는 헤어살롱 유이가 있다. 얼마전 독립을 하여 이 도시에 자리를 잡은 아카리의 여동생 카나는 고등학교 졸업을 눈앞에 둔 어느 날 불쑥 이 거리에 나타난다.

미리 연락이 없이 헤어살롱 유이에 나타난 카나는 언니가 집에 없는 것을 알고 사무에차림의 이상한 젊은 남자가 추천해준 라임이라는 카페로 향한다. 그 곳에서 기모노차림의 묘한 느낌의 여인에게서 언니의 유품을 보관해둔 보관증을 받게된다.

열다섯 살 차이가 나는데다 어머니가 다른 자매였다는 그 여인은 본적도 없는 언니가 죽은 후에 자신에게 물려준 이 보관증이 부담스럽다고 한다. 이 시계는 10여년 전 그녀들의 아버지가 맡긴 것으로 수취인을 언니앞으로 해놓았었는데 왜 언니는 본 적도 없는 자신에게 이 유품을 맡겼던 것일까.


보관증을 떠맡기고 사라진 여인처럼 카나와 아카리역시 아버지가 다른 자매이다. 새어머니가 데려온 딸 아카리는 어머니가 같은 카나를 귀여워했지만 언제부터인가 서먹한 사이가 되었고 독립한 이후에는 서로 연락도 하지 않을 정도였는데 불쑥 그녀앞에 나타난 여동생 카나의 의도가 궁금해진다.



여러꼭지의 스토리가 펼쳐지는 무대는 퇴락해가는 쓰쿠모상가거리이다. 마을에도 나이라는게 있다면 여기는 젊은 시절을 그리워하면서도 여유 있는 행복에 젖어 있는 말년의 마을로 설정되어있다. 언제든 되돌아가고 싶은 추억의 마을같은. 바로 그 거리에 있는 오래된 시계 수리가게를 찾아오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감동스럽다.

오래전 학교동창이었던 두 남자와 한 여자의 사랑이야기는 서로가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를 했더라면 그렇게 오랫동안 상처를 지니고 살지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우정과 사랑의 묘한 경계선에서 한 여자를 사랑했던 두 남자. 하지만 사랑하는 남자와 야반도주를 하지 않고 어쩔 수 없이 자신을 선택했다고 믿었던 남자에게 여자가 진정으로 사랑했던 것은 바로 자신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남자는 오랜 오해가 너무도 부끄러워진다. 우리도 이런 오해로 쌓인 상처를 묻어두고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병에 걸린 아버지와 어미를 잃은 두 아들의 양육을 위해 급하게 여자들 들였던 모리무라는 아무도 거두어 줄 곳이 없는 여자를 진정한 아내로 대접하지 않는다. 누가 물으면 집안일을 거들어주는 식모라고 말했던 무뚝뚝한 모리무라였지만 자신을 거두어준 남편을 극진히 대했던 아내는 남편이 건네주었던 집안의 보물시계의 태엽장치를 가장 소중한 보물로 여겨 고이 간직하고 있었다. 어느 날 사라져버린 아내를 찾던 모리무라는 아내의 빈자리가 너무도 크다는 것을 깨닫는다.

자신에게 시집오기전 전남편과의 사이에 낳았던 딸을 잃었던 아내에게 딸의 이름을 가진 강아지를 선물할만큼 의외의 따뜻함을 지녔던 모리무라는 사고로 죽은 개를 대신하여 다시 강아지를 사주겠다고 약속한다.


꼭지마다 참으로 따뜻한 결말들이 있어서 마음이 푸근해진다. 어딘가 한쪽이 허전하게 느껴지는 아카리에게 맘깊은 시계수리사 슈지의 마음씀씀이가 대견스럽다. 슈지는 시계에 얽힌 스토리마다 해결사 역할을 하게된다.

오래된 시계에 얽힌 사연을 해독하고 자연스럽게 해답을 찾아가도록 길을 열어준다.

이 소설에서 가장 내 마음을 끌었던 인물은 승복 비슷한 차림을 한 대학생 다이치이다.

신사를 청소하고 관리하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인물로 나오지만 불쑥불쑥 선문답같은 말을 내뱉거나 산자와 죽은자의 경계를 넘다드는 것 같은 묘한 분위기의 젊은이다.

누구에게나 지워버리고픈 혹은 고치고픈 추억의 시간들은 있다. 정말 이런 시간들을 수리해주는 가게가 있다면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다. 너무도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두 동생들에게도 따듯한 기억을 좀 더 만들어주고 싶고 후회스런 선택의 시간들도 수리하고 싶다. 그리고 나로 인해 상처를 가진 사람들이 있다면 그 기억도 수리해주고 싶다.

어디엔가 분명 있었으면 좋을 쓰꾸모 신사 거리 상가의 추억의 시간을 수리해주는 슈지의 시계방을 알고 있다면 꼭 알려주시길..

아마 내 시간을 수리하려면 긴 시간이 필요할테지만 기어이 찾아가 매달리고 싶어지는 가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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