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 미국 진보 세력은 왜 선거에서 패배하는가
조지 레이코프 지음, 유나영 옮김, 나익주 감수 / 와이즈베리 / 201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주 오래전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법'이란 유머가 떠오르는 제목이다.

코끼리라니? 사실 (핑크)코끼리는 서로가 다 알면서 모른척하는 어려운 주제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말하자면 방 한가운데 분홍코끼리가 있는데 과연 아는 척을 할 것인가. 모른 척을 할 것인가에 대한 현대인에 고민을 빗대어 상징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우리들은 코끼리를 생각하지 않으려 할 수록 생각에 빠지는 아이러니를 경험하게 된다.

작가인 조지 레이코프가 10여년 전 초판을 출간한 후 다시 개정판을 내개 된 것은 대중의 몰이해 내지는 무관심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인듯 하다.

 

 

이 책에서 가장 중점적인 주제로 다루는 것은 '프레임'이다.

얼마전 읽었던 '프레임'에서도 다룬 주제이지만 대중은 일반적으로 이런 프레임에 갇혀 있을 경우가 많다고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은 어떤 틀속에 고정된 이미지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오바마케어'와 '저렴한 건강보험'은 같은 의미인데 대중들에게 어떤 단어가 더 긍정적인 이미지인지를 물었을 때 '오바마케어'가 훨씬 더 부정적인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더라는 연구결과를 보면 우리가 단어 하나에 어떻게 고정된 이미지를 갖게 되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워터케이트 사건의 당사자인 닉슨이 대중에게 '나는 사기꾼이 아니다'라는 말을 듣는 순간 모든 국민들은 그가 사기꾼임을 알게 되었다는 것도 언어가 대중에게 전달되는 힘을 알게되는 사례일 것이다.

 

 

특히 내가 주목한 것은 우리나라에도 현재 진행중인 이 현상 바로 '교육'에 관한 부분이었다.

'만족스러운 일자리가 급격히 사라지고 있는 까닭에 교육도 급격히 바뀌었다. 교육을 부나 만족스러운 일자리를 얻는 직접적 통로로 보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교양 교육이 가져다주는 무형의 지극히 중요한 개인적 풍요를 맛보지 못한 채 당장의 취업을 위해서 '교육받고'있다. 이는 교육을 도둑질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교육의 본질인 교양교육은 평생의 가능성을 열어주지만 취업을 위한 교육은 그렇지 못하다는 의견에 크게 공감한다. 현재의 일자리가 미래에 영원하리라는 보장도 없는 시대에서 이런 교육이 인간의 삶의 질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저자의 우려에 공감하게 된다.

 

지금 우리나라의 정치에서도 영원한 숙제인 '보수'와 '진보'에 대한 문제는 전세계적으로도 같은 의문을 갖고 있는 모양이다.

왜 평범한 시민들이 자기 이익에 반하는 보수정당에 투표하는가? 하는 의문과 진실을 알게되면 선택이 달라져야 하는데도 전혀 그렇지 않은 현실에 대한 의문도 저자는 명쾌하게 답하고 있다.

어느 나라든 상위 1%의 사람들이 이끄는 모든 분야의 우위에 대해서도 진실을 알게되면 허탈감이 밀려온다.

권력이나 힘을 가진 집단의 사람들은 대중의 의견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대중들의 머리속에 각인된 '프레임(틀)'을 교묘히 이용한다는 말에 힘이 빠진다. 말하자면 우리는 뭔가를 보고 있지만 전혀 보지 못하는 맹과니가 된 느낌인 것이다.

 

이 책이 주는 교훈은 먼 미래를 바라보는 관점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프레임'에서 벗어나 사고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첫 번에 읽었을 때 그동안의 지식이나 관념을 뒤집는 설명에 다소 당황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책은 아주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어야 할 숙제서이다.

기만당하지 않고 자주적인 사고를 하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이고 앞으로 10년 후 또 다시 개정판이 나올 책이기도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별까지 7일
하야미 가즈마사 지음, 김선영 옮김 / 시공사 / 201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얼마전 영화소개프로그램에서 보았던 '아무르'는 행복하고 평화로운 노후를 보내던 음악가 출신의

노부부 이야기로 언젠가 내가 겪을지도 모를 미래같아서 가슴 아팠었다.

갑작스런 발병으로 마비가 오고 반신불수가 된 아내를 돌보는 남편은 끝내 아내를 죽이고 자신도 죽음을

선택한다는 내용이었다. 우리나라의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도 치매에 걸린 아내와 함께 자살을 하는

남편의 이야기로 실제 이런 일들이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다.

거품경제의 끝 무렵 한창 오르기 시작한 부동산 열기의 와중에 무리하게 집을 산 가쓰아키와 레이코는

소망하던 집을 가졌지만 대출금과 이자를 내기에도 버겁다. 더구나 거품경제가 꺼지면서 급격히 떨어진

집값때문에 팔 수도 없다.

 

 

 

직장생활을 접고 사업을 하던 남편 가쓰아키는 남을 잘 믿는데다 소심한 편이라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데 아내인 레이코는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아르바이트를 하지만 쌓여가는 빚을 감당하기는 어렵다.

부부의 큰 아들인 고스케는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한 후 같은 직장에서 만난 미유키와 결혼을 했고 얼마전 미유키가 임신을 했다.

대학을 다니는 둘째 아들 슌페이는 학교가 멀다는 핑계로 독립한 후 알바를 하면서 용돈을 벌지만 엄마에게 손을 벌리는 철없는 아들이다.

어느 날 레이코는 건망증에 시달리게 되고 걱정이 된 남편의 손에 이끌려 병원에서 검진을 하던 중 뇌종양이 발견된다.

원인을 대략 3가지쯤으로 어떤 원인이든 생명이 얼마남지 않았다는 것에 충격을 받는다.

 

 

가망이 없다는 의사의 말에도 절망하지 않고 엄마를 치료해줄 병원과 의사를 찾아 헤매던 슌페이는 운이 좋게도 좋은 의사를 만나 한가닥 희망을 찾는다.

사실 얼렁뚱땅에 긍정모드인 슌페이의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희망이었다.

엄마의 발병으로 제각각 흩어져 있던 가족들이 모여 위기타파에 나선다.

어렵게 취직을 한 후 무심코 아버지 사업에 보증을 섰던 고스케의 ,200만엔을 포함하여 집안은 파산일보직전이고 시한부 선고를 받은 엄마의 남은 날은 바람앞에 등불처럼 위태롭기만 하다.

 

시집식구를 우습게 아는 아내를 달래면서 사건을 감당하는 고스케.

철부지로만 알았지만 정작 위기에 빛을 발하는 슌페이.

무능하게만 보이는 가장 가쓰아키.

그리고 얘기를 해주지 않아 자신의 상태를 알지는 못하지만 막연하게 이별을 준비하는 레이코.

  

'고귀한 의무, 나 요즘 그게 굉장히 좋더라, 가족 중 누군가가 힘들다면, 역할 같은건 따지지 말고 힘 있는 누군가가 어떻게든 하는거야.

주변에 큰소리로 힘들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만 있어도 상황은 어떻게든 굴러가.'

절망에 빠질 수도 있는 순간에 고스케는 말한다.

지구를 구한 독수리 5형제처럼 집안을 구하기 위해 나선 두 형제의 고군분투기가 너무도 아름답게 다가온다.

인간은 강한듯 하지만 정작 불행이 닥치면 도망가고 싶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없는 힘까지 짜내고 머리를 맞대 위기를 해결하는 가족의 이야기는 가슴 뭉클하고 부러웠다.

제목처럼 엄마의 발병을 알고 7일만에 세상을 떠나는 이야기는 아니다.

생각보다 해피엔딩으로 끝을 맺어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른다.

서로가 손을 잡고 위기를 헤쳐 나오면서 가족들은 성숙하고 사랑과 감사를 배운다.

과연 내가 이런 위기가 닥친다면 이 가족들처럼 헤쳐나올 수 있을까.

그저 나이가 들수록 이런 불행한 일로 가족들에케 폐를 끼치지 않고 살아가기를 기도할 뿐이다.

부부의 양가 부모 4명 중 1명은 치매가 된다는 세상이 되었다. 이 소설이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치매의 시절, 기억을 잃어가는 가족이 생긴다면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혹은 내가 그 당사자라면.

많은 생각을 하게되는 소설이다. 특히 경쾌하게 위기를 헤쳐가는 두 아들의 활약은 정말 부럽다.

내 아이들도 이와같이 가족의 소중함과 사랑을 알아갈 수 있게 잘 성장시켰는지 묻게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허즈번드 시크릿
리안 모리아티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1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호기심이 문제였다. 이 세상의 모든 재앙과 고통이 들어있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보지 말았어야 했다.

상자밖으로 쏟아져나온 고통은 세 딸의 어머니이자 타파웨어의 시간제 판매원인 세실리아의 인생을 뒤흔들었다.

 

 

오래전 유럽여행시에 구입했던 베를린장벽의 조각을 큰딸인 에스터에게 주기위해 다락방에 올라갔던 세실리아는 남편인 존 폴이 영수증을 보관하고 있던 신발상자에서 '반드시 내가 죽은 뒤에 열어볼 것'이라고 적힌 편지봉투를 발견하게 된다. 아이들에겐 더할 나위없이 다정한 아빠로 사회적으로는 인정받는 모범시민인 남편이 아내인 세실리아에게 왜 이런 편지를 썼을까.

 

시드니의 세인트 안젤라 초등학교에서 일하고있는 레이첼은 28년전 외동딸은 자니를 잃었다.

공원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자니는 목이 졸린 흔적이 있었고 범인에 대한 단서는 전혀 없었다.

사건은 여전히 미해결된 채 레이첼의 가슴속에 남았다. 어느 날 우연히 발견된 비디오테이프속에 자니와 함께 있었던 남자애가 범인일 것이라고 짐작한 레이첼은 그 남자가 자신이 다니고 있는 초등학교에 체육교사 코너 휘트비임을 알게 된다.

 

한편 남편의 비밀편지를 읽은 세실리아는 존 폴이 열 일곱살 어린시절 큰 범죄를 저질렀고 평생 죄책감에 시달려 왔음을 알게된다. 늘 밝고 모든 사람에게 긍정의 힘을 보여주었던 세실리아는 큰 고통에 빠지게 되고 시카고에 출장중이던 존 폴 역시 급히 돌아와 아내가 자신의 비밀편지를 열어보았다는 것을 알게된다.

존 폴은 죄책감으로 인해 더 열심히 모범적으로 살아왔고 심지어 스스로에게 벌을 주기위해 6개월동안 섹스를 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하기도 했다고 고백한다. 맙소사!

 

 

멜버른에서 남편인 윌과 사촌여동생인 펠라시티와 광고회사를 운영하고 있던 테스는 평소와 다름없던 어느 날 윌과 펠라시티가 사랑에 빠졌다는 고백을 듣게된다. 소심하고 내성적인 테스에게 유일한 자매이며 친구였던 펠라시티가 자신의 등에 칼을 꽂았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한 테스는 아들인 리엄을 데리고 엄마가 있는 시드니로 떠나게 된다. 리엄을 전학시키고자 세인트 안젤라 초등학교에 갔던 테스는 우연히 옛남자친구였던 코너를 만나게 되고 배신에 대한 복수인지 옛사랑에 대한 그리움인지 모를 사랑에 빠져 코너와 격정적인 섹스에 빠진다.

 

남편이 저지를 과거의 죄때문에 인생이 꼬여버린 세실리아, 경찰에 자수하겠으니 조금만 참아달라고 비는 존 폴. 살았다면 누렸을 자니의 시간들을 생각하며 코너를 의심하는 레이첼.

 

 

사촌동생과 윌의 배신으로 혼란스런 감정에 빠진 테스.

이렇게 소설은 세 군데의 시선으로 치열하게 펼쳐진다.

 

마흔에 접어든 중년여인들의 나른함과 조금은 느슨해진 부부간의 사랑, 그리고 새롭게 다가선 감정을 사랑이라 믿으며 새로운 사랑을 꿈꾸는 배신당한 여인의 방황이 교차되면서 오래전 저질러졌던 범죄에 대한 단서가 서서히 좁혀진다.

'너의 죄를 사하노라!'

과연 철이 없었던 시절에 우발적으로 저질러졌던 죄의 진실이 세상에 밝혀질 것인가.

아니면 평생 죄를 숨긴 채 스스로에게 판결을 하며 살아온 시간으로 죄가 사하여 질 것인가.

증오에 찬 레이첼의 복수극은 또 다른 죄를 불러오고 '너희들의 죄는 서로 상쇄됐느니라'로 귀결된다.

 

그저 오래전 일어났던 사건의 단서를 찾아가는 스릴러와는 다른 엄청난 소설이다.

프롤로그에서 밝힌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이야기에서 나는 경악하고 말았다.

우리가 안다고 생각했던 모든 것에 이런 함정이 숨어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만 했다.

인류의 역사에 이런 가정은 얼마든지 있었을 것이다.

신이 예정해 놓으신 운명을 인간이 어찌 알겠는가.

중년 여인들의 섬세한 감정과 부부간의 사랑, 살인사건의 미스터리등이 오묘하게 녹아있는 훌륭한 작품이다.

더구나 마지막 장에 펼쳐진 반전은 소설을 읽었던 독자들 중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반전이었을 것이다.

수십년을 이어온 증오도 진실도 사실은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는 것!

호주에 리안 모리아티라는 작가 앞으로 주목해야 할 사람이 될 것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운명을 열다 - 당신의 잠재된 운을 끌어올리는 개운법과 인생 솔루션
하늘산 지음 / 힐링스쿨 / 201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린시절 제법 어려웠던 책들을 읽으면서 과연 '운명'이 있는 것인지 의문이 생겼었다.

태어나는 순간 우주의 기운이 모여 마치 바코드처럼 인간의 일생에 '운명'이 각인되는 것인지 알고 싶었다.

그렇다면 인간은 이미 예정된 프로그램속에서 스스로의 선택이나 노력, 혹은 포기없이 예정된 길을 가기만 하면 되는 것일까? 어디에도 정답이 없었다. 그렇다면 '숙명'은 어떠한 것일까.

이 책에는 '운명'은 어느정도 인간의 힘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것으로 정의하고 숙명은 도저히 어쩔 수 없이 피하지 못하고 고스란히 맞아야만 하는 처지를 말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인간게게 부여된 운명은 어느만큼 달라지게 할 수 있을까.

내가 이 책을 선택한 이유였다.

 

 

흔히 사주팔자라고 하는 데이터로 운세를 점치는 주역을 나는  통계학이라고 본다.

삼라만상의 기운이 한 인간이 태어나는 순간 각인되고 어느 정도 예정된 프로그램으로 살아가게 되는 것을 수치처럼 표를 만들어 놓은 것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보면 '같은 시각에 태어난 사람들의 운명은 모두 같은가'하는 의문이 생긴다.

언젠가 다큐에서도 같은 사주를 가진 사람들의 운명은 어떠한지 추적하는 것을 본적이 있었다.

하지만 전혀 같지 않은 삶을 사는 것을 보면 사주로만 운명을 점칠 수 없다는 것을 알게된다.

이 책은 사주로 운명을 풀어주는 책이 아니라 얼마든지 운명을 변화시킬 수 있는 여러가지 요소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예를 들면 아무리 좋은 사주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이라고 해도 아무 노력이 없다거나 누군가를 증오하고 해한다거나 덕을 쌓지 않으면 좋은 복을 누릴 수 없다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일생동안 자신의 주변에서 함께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의 관계도 운명을 변화시키는 요소라고 말한다.

흔히 이웃을 잘 만나야 한다는 말일 것이다. 살면서 좋은 인연만을 만나면서 살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상대가 좋은 인연인지 나쁜 인연인지를 판단하는 일과 나쁜 인연이라면 무쪽 자르듯이 과감하게 절연하는 '코드뽑기'같은 일을 할 수 있어야만 좋은 운명을 이어갈 수 있다는 말이다.

 

 

심지어 '숙면'도 개운하는 방법이라니 전혀 생각지 못한 이야기였다.

잘 자고 잘 먹고 하는 일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알았지만 운명과도 상관이 있다니 놀라운 일이 아닌가.

하긴 잠이 부족하여 늘 피곤하면 만사가 짜증스럽고 정확한 판단을 하는게 어려울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좋은 운명이란 결국 어느 사주를 갖고 태어났든 좋은 인연들과 좋은 덕을 쌓으면서 업을 짓지 말라는 것이었다.

현세의 업을 닦지 못하고 다시 윤회의 수레바퀴에 갇히면 어떤 사주로도 운명을 바꿀 수 없다는 뜻이다.

좋은 시간에 기도하고 있는 것들을 서로 나누고 걱정없이 기쁜 마음으로 살아가면 저절로 운명은 좋아지게 된다는 말인데 사실 쉬운듯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그만큼 절실하지 않은 것인지 이 말을 믿지 못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한 치도 안되는 마음하나를 다스리지 못하니 내게 각인된 나쁜 기운을 떨쳐내는 일이 어디 쉬운가 말이다.

 

새해가 오면 올해 운수는 어떨지 보고 싶어지고 미래에 희망을 걸게 된다. 하지만 내 자신이 변화하지 않고 나무밑에서 열매가 떨어기지만을 기대한다면 좋은 운명이란 없다는 말로 이해하기로 했다.

주역을 해석하는 책이라기 보다 운명을 개선시키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안내해주는 책이라고 보면 되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문학이 사랑한 꽃들 - 33편의 한국문학 속 야생화이야기
김민철 지음 / 샘터사 / 2015년 3월
평점 :
품절


 

문득 고은의 시 '그 꽃'이 떠오른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참으로 간결하면서도 인간의 무심에 대한 성찰이 보이는 싯귀이다.

창밖으로 보이는 마른 정원의 나뭇가지에도 어느 새 꽃송이들이 자리를 잡고 봄을 노래하는 계절이 왔다.

한 겨울 앙상한 저 가지에 생명이 깃들 수 있을까 낌새도 없더니 봄은 잔인하지만 위대하다.

내가 읽었던 수많은 문학속에 기억나는 꽃들이 있었을까...기억해보면 전혀 떠오른 것이 없었다.

나는 올라갈 때 보지 못했던 꽃을 내려 오면서도 보지 못했던 모양이다.

 

 

원래 빵집하는 사람은 지나가다 빵집만 보이고 옷집 하는 사람은 옷집만 보이기 마련이다.

그럼 길가에 핀 꽃들이 보이는 사람들은 어떤 마음을 지닌 사람일까.

더불어 읽고 있는 책 속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꽃들을 지나치지 못하는 사람들은 어떤 심성을 가진 사람일까.

자연을 들여다보고 생명을 느끼고 사연을 느끼고 시간을 떠올리는 사람들은 그 어떤 작가들보다 뛰어난 감성을 지닌 사람들이라고 생각된다.

조선일보 사회정책부 차장으로 근무하고 있다는 이 책의 저자에게서 깊은 문학적인 감성과 작가 못지 않은 재능을 보았다.

잡초하나에서도 우주를 보았다는 말처럼 풀 한포기에도 나름의 세계가 있을 것이다.

그런 꽃과 풀 나무들이 문학에서는 어떻게 그려졌을까.

나처럼 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들에게 꽃은 그저 꽃집이나 인공적으로 꾸민 정원에서가 다이다.

어린 시절 자연과 함께 성장한 사람들이라면 이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꽃들과의 만남이 더 정겨울 것만 같다.

 

 

문순태의 '생오지 가는 길'에서 박태기 나무꽃이 결혼 이주여성의 부푼꿈을 보여주고 있다면 박완서의 '친절한 복희씨'에서 박태기나무는 처음으로 이성에 대한 떨림을 느낀 처녀의 환희를 상징하고 있다는 말에 분명 나도 그 작품을 읽었던 기억이 있건만 박태기 나무가 등장했다는 기억은 없었다.

 

 

 

'나는 내 몸이 한 그루의 박태기나무가 된 것 같았다...(중략)나는 내 몸에 그런 황홀한 감각이 숨어 있는 줄은 몰랐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 박완서는 어린 시절 개성에서의 추억속에 수많은 꽃들이 함께 했던 것같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같은 작품에서도 늘그막에 자리잡은 구리의 집에서 정원을 가꾸며 그렸던 글들에서 그녀와 꽃들에 얽힌 추억을 그렸었다. 생명에 대한 찬탄과 표현이 놀랍기만 하다. 역시 작가의 말처럼 박완서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내가 서울과 오가며 살고 있는 섬에도 풍란이 지천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누군가 다 캐어가서 귀해졌다는데 예전에 집에서 키웠던 난에서도 난  그윽한 난향을 맡은 기억이 없다.

너무나 재미있게 보았던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의 원작에서 액받이 무녀인 월에게서 난향이 베어있었다고 한다.

사실 어린시절 마주쳤던 연우인 월에게서 풍겼던 난향은 여성의 성적인 환상을 드러내는 것이라 했다.

 

 

난이 가장 청초하지만 음흉한 식물이라니...거실에 놓인 난의 모습이 새롭게 다가온다.

더구나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과 '규장각 각신들의 나달'까지 베스트셀러로 올린 정은권작가는 이름도 필명인데다 '이름 없는 작가'로 비밀에 쌓인 인물이라니 더욱 궁금해진다.

 

이 글을 쓰기 위해서는 수 많은 꽃들과 책들의 만남이 있었을 것이다. 더구나 글을 쓴 작가와의 만남도.

김연수며 윤대녕 양귀자같은 작가들을 다시 만날 수 있어 행복했다.

그리고 무심한 내 안목에 대해서 부끄러웠다.

앞으로 읽을 책은 무심해지지 않을 것 같다. 분명 작가들이 불러낸 꽃들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므로. '문학이 사랑한 꽃들'은 봄 날 꽃처럼 내게 온 소중한 책이 될 것같다.

그리고 길가에 핀 민들레 한포기 제비꽃 한송이에도 무심해지 않을 것만 같아 감사한 마음이 든다.

살수록 배워야 할 것이 많다는 것을 또 깨닫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