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 2015.5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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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해마다 5월이 되면 귓가에 '5월은 푸르고나 우리들은 자란다'하는 노래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어려서는 가을보다 더 풍요로움을 느꼈던 달이 바로 5월이었다. 따스하고 사랑스러운 꽃다발과 선물이

오가고 모두 행복한 달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른이 되고나서 5월은 '부담의 달'이다.

받는 일보다는 주는 일이 더 많아졌기 때문인데 풍성한 샘터 한 권이 그나마 선물처럼 다가와 위안이 된다.



이제 새잎이 나오기 시작한 담쟁이 덩굴옆 샘터 잡지의 표지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우수콘텐츠 잡지'라는 로고가 화려하다.

더구나 2015년 샘터상 당선작이 발표되었다니 응모한 사람들이나 작품을 보는 사람들이나 기대가 크다.



해마다 시상작을 보며 느끼는 것이지만 샘터상의 당선작들은 짜고 맵고 양념이 화려한 음식이 아닌 단순하면서 재료 고유의 맛이 잘 어우러진 시골 밥상의 느낌이다. 일부러 꾸며진 화려함이 아닌 진솔한 자연과 만나는 느낌이랄까.

사실 나도 저 정도는 쉽게 쓰겠네...싶을 정도로 담백하다. 하지만 막상 쓰려고 보면 온갖 수식어들이 단순함을 방해하는 것을 느끼게 된다. 잔뜩 채워진 마음을 비워내야 이런 글이 나오지 않을까 부러워진다.



서민 교수의 이달의 기생충이야기는 '국경 없는 기생충'이야기이다. ​사람 몸안에 든 기생충이 국경을 넘어 이국의 기생충과 조우를 해도 절대 싸우지 않는다는 말에 곁들여 뉴질랜드로 이주하여 리디아 고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골프선수 고보경에 대한 씁슬한 반응에 일침을 가한다.

비록 국적은 다르지만 대한민국 출신의 어린 선수의 활약을 기특하게 여기면 그만일 것을 국적문제로 시비를 걸다니..

암튼 우리나라 사람들 남 잘되는 꼴을 잘 못보는 경향이 있다. 그야말로 기생충만도 못한 사람들이 있다는 소리다.  시골 아저씨 같은 푸근한 인상을 가진 서민 교수에게도 언짢은 경험이었던 모양이다.



흔히 '믿고 보는'이란 수식어를 붙이는 예술가들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성석제의 작품이 그러한데 지난호에 이은 두번째 그의 작품은 '나이의 가치'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싸우다 흔히 내뱉는 말들이 '너 나이가 몇이야. 에미 애비도 없냐'이다. 엊그제 2시의 컬투쇼에서 실제로 버스에 탄 여성과 나이든 할아버지의 실랑이에서 바로 이 얘기가 나왔는데 대한민국 아줌마의 힘을 보여준 '네, 에미 애비는 다 돌아가셨어요.'로 제압을 했다는 이야기에 속이 시원했다.

나이가 벼슬도 아니고 지하철에서 자리 양보를 안한다고 호통치는 어르신들 제발 이 작품좀 읽었으면 좋겠다.

술에 취하고 피곤했던 5십 중반의 여인이 '장유유서의 예의도 모르는 것들'이라고 호통치는 할아버지의 설레발에 조용히 한 마디로 제압을 했단다...뭐라고 했을까? ㅎㅎ 뒤집어 지는 줄 알았다. 속이 후련해!



요즘 대세직업군중에 '디지털 청소꾼'이던가...사후 자신의 계정들을 정리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더니..

사실 분명 있지만 정작 보이지 않는 공간에 내 흔적이 너무도 많다. 특히 글을 많이 쓰는 나는 새 컴퓨터를 사도 얼마 지나지 않아 속도가 무척이나 느려지는데 비좁은 공간에 너무 많은 것들을 적체시키기 때문이란다.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사진'이다. 하지만 막상 정리하려고 하면 지나간 순간을 지우는 것이 너무 아쉽고..결국 창고가 비좁아지기 시작한다. '정리의 달인'에 나오는 사진 정리법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팁이다.


헤어스타일을 멋지게 변신시켜줄 고데기가 이달의 선물로 나와있고-난 항상 이렇게 선물을 보내오는 독자가 궁금하다- 우유나 마요네즈를 이용하여 천연살충제를 만드는 법도 나와있다. 이러니 어찌 풍요로운 5월이라 아니하겠는가.

무조건 받아가시라. 샘터는 늘 영원히 퐁퐁 샘솟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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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를 만드는 크리에이티브 - 진화를 꿈꾸는 대한민국 최고 크리에이터 4인방의 이야기 CJ Creative Forum 2 2
나영석 외 지음 / 자음과모음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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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중들에게 큰 인기를 받았던 TV프로그램들을 탄생시킨 주역들을 만났다.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그래서 성공할 가능성을 점칠 수가 없었던 프로그램들이 탄생되고 대박이 났다.

<슈퍼스타 K시리즈>, <응답하라 시리즈>, <꽃보다 시리즈>, <삼시세끼 시리즈>같이 지금껏 만나지

못했던 신선한 프로그램들을 탄생시킨 주인공들은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생각을 갖고 살아가고 있을까.



인생을 반백년쯤 산 친구들을 만나면 하는 이야기가 있다. 흔히 SKY 출신들은 거의 우리 나이쯤 은퇴를 해서 인생의 조로증에 시달리고 있지만 공부 못해서 '저거 커서 뭐가 되려나'했던 친구들은 아주 다양한 직종에 도전해서 잘 나가는 사람이 되어 있더라는 이야기이다. 여기 소개된 네 남자들은 기본적으로 교육은 잘 받았지만 아주 자유로운 영혼을 지녔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범생이 보다는 '저거 저래서 뭐가 되려나'싶은 골통짓을 많이 했다는 얘기이다.


연극인이 되고 싶어 대학내내 연극동아리에 빠져 살았다는 나영석 PD!

심지어 코미디작가에도 도전을 했단다. 결과가 나빴기에 우리는 지금 그가 만든 프로그램들을 신나게 보고 있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가 지나왔던 길들은 지금의 그를 이곳까지 인도했던 과정이더란다.



MAMA로 전세계에 케이팝의 위상을 높힌 신형관은 어디 한 곳에 꽂히면 끝장을 보는 '오덕'의 피를 찬양한다.

중학교 시절 야구 구단에서 주는 상을 받기 위해 집 한채 값을 들여 야구장을 들락거렸다는 에피소드에 심지어 그의 아버지는 그 해 핵심사업으로 선정해서 온 가족이 의기투합을 했다니 '오덕'의 피는 대물림이었구나 싶다.

그의 말처럼 한 곳에 집중할 수 있는 열정을 지닌 사람은 결국 뭔가가 되긴 하겠다.

'한 우물을 파라'는 속담처럼 말이다.



다소 소극적인 어린시절을 보냈지만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자신이 정말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찾았다는 김용범의 말은 알바직을 전전하며 고단한 청년시절을 보내는 수많은 젊은이들이 귀담아 들었으면 좋겠다.

지금 불안정한 길위에 서있지만 그 길도 후에 좋은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선배의 말이 기운을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놀 줄 알아야 한다' 잘 나가는 예능방송인들의 말에서 찾은 답은 바로 이것이었다.

하지만 무엇을 하고 놀 것인지...인생을 어떻게 즐기며 살아가야 하는지를 찾아야 하는 것이 우리의 몫인 셈이다.


'상황이 좋지 않을 때는 주위에서 나를 괴롭히는 것들이 많죠. 나쁜 사람, 나쁜 경험, 불행, 실패...그렇지만 꿈을 버리지 않고 계속 가지고 있다면 그 모든 것들이 나를 키우는 자산이 돼요.' -103p

김용범의 말에 200%공감한다.

'취업을 위한 공부, 직업을 위한 직업을 찾는 것보다는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더 많은 것들을 경험하는 것 중요합니다. 인생은 내 경험치만큼 높이가 쌓이고 넓이가 정해져요.'

참 멋진 말이지 않은가. 인생을 훨씬 더 산 나도 그의 이야기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대중들에게 사랑받고 감동을 주는 살아있는 프로그램을 만든 이 네명의 남자들에게 뭔가 특별한 것들이 있었다.

앞으로 그들이 창조해낼 또 다른 프로그램들이 많이 기다려진다. 웃음 40%에 감동 60%짜리의 진짜 드라마틱한 프로그램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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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C 힐러리 로댐 클린턴
조너선 앨런.에이미 판즈 지음, 이영아 옮김 / 와이즈베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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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빌 클린턴의 아내 힐러리...내가 기억하는 그녀의 이미지는 이런 것이었다.

재임동안 성추문으로 대통령이미지에 커다란 타격을 받았던 빌보다 그런 사실들을 지켜봐야 했던

그의 아내 힐러리가 무척이나 궁금했었다. 확실히 미국은 개인의 실수보다는 대통령의 자질을

먼저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정치적인 품이 넉넉한 나라임이 분명했다.



물론 그의 곁에 퍼스트레이디로서 힐러리가 있었기에 빌 클린턴은 재선에 성공하여 두번의 임기를 마칠 수 있었을 것이다.

명망있는 집안에서 최고의 교육을 받았다고 들었던 그녀가 왜 빌을 용서하고 끝까지 그의 아내의 자리를 지켰는지는 이 책을 통해서 알 수 있었다. 그녀에게는 아내의 자리보다 더 큰 야망이 숨어있었기 때문이다.

단지 대통령의 아내가 아닌 바로 그 자신이 그 자리에 오를 수 있는 자질과 야망이 충분히 있었음을 확인 할수 있었다.

2008년 드디어 힐러리가 대통령 경선에 나섰을 때 그녀가 오랫동안 꿈꿨던 야망이 베일을 벗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힐러리보다 정치적으로 덜 알려진 오바마가 대통령자리를 거머쥐었을 때 미국은 물론 세계가 경악하고 말았다.

미국에서 흑인이 선거권을 가진 역사는 불과 100년이 되지 못한다. 그런 미국의 역사에 흑인대통령의 탄생이라는 새로운 장이 열리게 된 것이다.

하지만 새 역사의 장에서 물러나야 했던 후보는 그 역시 당선만 됐다면 새로운 역사를 썼을 힐러리였다.

미국 최초의 여성대통령과 부부대통령이라는 역사가 씌어질 기회는 이제 내년으로 다가오고 있다.

엊그제 보도를 보면 대선경쟁 주자로 힐러리와 잽 부시가 부각되고 있다고 한다. 부시 역시 대통령이 된다면 부자대통령에 이은 3부자 대통령이란 새로운 역사가 쓰여질 것이다.

마치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기막힌 스토리가 이미 미국에서는 시작되고 있는 셈이다.



1947년생인 힐러리에게는 내년 선거가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다.

내가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과연 미국의 역사를 새롭게 장식할 차기 대통령후보 힐러리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책의 서막은 2008년 오바마에게 패배한 날로부터 시작된다. 우리나라와는 다른 선거방식때문에 이해가 좀 어렵긴 했지만 민주당 후보였던 힐러리가 공화당 후보인 오바마에게 이기기 어렵다고 판단한 후 오바마를 지지한다는 선언을 하는 것으로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게 된다. 초상집이 되어버린 힐러리선거캠프의 사람들과 적대적인 관계에 있던 오바마진영의 사람들.

하지만 이런 불편한 관계에 오바마는 뜻밖에 제안을 하게 된다. 힐러리를 국무장관에 임명하고 싶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 정서로 본다면 한 때 서로를 물고 뜯을 수밖에 없는 적이였던 두 사람이 자신의 정부의 요직을 맡아 달라고 제안하는 것이나 망설이긴 했지만 제안을 받아들이고 순전히 미국을 위해 그 사람 밑에서 일을 한다는 것은 둘 다 대단한 정치인이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힐러리진영의 사람들은 처음에 그 제안을 거절하길 바랬다. 누구라도 그러했을 것이다. 하지만 바둑을 두는 사람에게 이 선택은 후일 굉장한 포석이 될 것임을 힐러리는 알고 있었다. 그랬기에 자존심을 버리고 오바마의 제안을 수락한다.



상원의원직을 계속할 수도 있었지만 공직자로서 대통령의 요구에 응할만큼 그녀는 미국을 사랑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또한 자신의 결혼생활에 흠집을 냈던 남편 빌과의 정치적 동맹은 아주 이상적이기까지 하다.

빌 클린턴은 8년간의 대통령직을 수행할 만큼 능력있는 대통령으로 평가된다. 후에 누가 대통령이 되든 빌의 도움이 필요할만큼.

특히 경제적인 악재를 짊어지고 대통령직을 이어받은 오바마로서는 빌의 도움이 누구보다 필요했을 것이다.

더구나 힐러리의 가장 큰 지지자이며 동맹자인 빌을 자신의 진영으로 끌어들인다는 것은 또 다른 승리의 표시이기도 하다.

실제로 오바마는 빌을 영입하여 재선에 성공한다.  물론 힐러리의 지지와 도움역시 오바마에가 재선에 도움이 된다.

빌과 힐러리 혹은 그들의 사람들이 오바마를 지지하고 도움을 준 것은 역시 차기 대통령에 대한 포석임이 분명하다.

더구나 2008년 대통령 경선에 따른 빚을 탕감해줄 사람이 오바마이기도 했으니 서로가 윈윈정책을 잘 활용했다고 본다.



국무장관으로 재임했던 시절 힐러리는 오마바와 함께 훌륭한 파트너쉽을 수행하게 된다.

코페하겐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한 두 사람은 참석국가들이 미국을 따돌리고 비밀회의를 갖자 마치 연합군처럼 쳐들어가 미국의 힘을 과시한다. 그 장면에서 정치적으로 한 때 적이었지만 미국이란 이름 아래에서 그들은 똘똘 뭉칠 수 밖에 없는 동맹군임을 확인하게 된다. 더구나 재임기간 내내 힐러리는 오바마의 오른팔 역할을 충분히 해냈다.

비록 벵가지사건으로 그녀의 활약이 퇴색되어 보이긴 했지만 난 충분히 그녀가 미국의 국무장관직을 훌륭히 수행했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자신의 건강을 헤칠만큼 그녀의 행보는 엄청났지만 일각에서는 눈에 띄는 업적은 없었다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글쎄 이런 혼란한 국제상황에서 어떤 대단한 수완이 존재할 수 있었을까.



나는 그녀가 자신의 사람들에게 애정을 갖고 언제든 방패막이가 되어주는 장면에서 그녀의 따뜻하고 의리있는 마음이 느껴졌다.

아마도 미국사람들은 차기에 이런 따뜻한 마음을 가진 대통령에게 위안을 받을 지도 모른다.

'나를 앱처럼 사용하세요'라고 호탕하게 웃었던 힐러리의 말처럼 미국인들이 그녀를 가장 친근한 앱처럼 사용되는 상상을 해본다.

한 사람의 대통령이 탄생되기 위해서는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두뇌플레이가 필요하다는 것을 이 책은 여실히 보여준다.

그리고 적이었다가 동지가 되기도 하는 정치판의 미묘한 흐름에 대해서도 알게 된다.

미국의 대통령 후보인 한 여인에 대한 관심이 쏠리는 것은 그만큼 미국이 세계에서 차지하는 역량이 대단하기 때문일 것이다.

국무장관직에서 퇴임한 후 그녀는 서로 다른 내용의 편지를 811통이나 자신을 응원해준 사람들에게 보냈다고 한다.

이런 세심하고 단정한 그녀의 정치관이 세계의 평화를 지키는 씨앗이 되어 화려하게 꽃피워주기를 기원해본다.

이 책을 읽고 난 그녀가 충분히 미국의 차기 대통령이 될 자격이 있다고 판단했다.

미국의 대통령은 곧 세계의 대통령, 차기에 그 자리를 차지할 가장 유력한 후보 힐러리가 궁금하다면 꼭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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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의 묘
전민식 지음 / 예담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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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좋은 땅 즉 명당이 존재하는 것일까? 과학적인 사고로 본다면 허무맹랑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예전부터 조상들은 명당을 찾아 매장을 하고 후일 발복을 기원해왔다.

흔히 기가 쎈 땅이라거니 악혈이라거니 하는 말도 있고 보면 아주 무시할 수 있는 없는 이야기같기도 하다.

오랫동안 이어온 독재정치를 끝내던 어느 날에 일어났던 '땅뺏기'싸움이 이 소설의 이야기이다.

어려서 조그만 돌멩이를 손으로 톡톡 쳐서 땅을 넓혀 나갔던 '땅뺏기'싸움과는 비교가 안되는 생명이 걸린 땅뺏기 싸움은 말하자면 누가 빠져나간 권력을 잡을 것인가하는 피의 싸움이다.

 

 

땅의 기운을 읽어내는 명장 황창오의 아들 중범은 어린시절 아버지로부터 명당을 고르는 훈련을 받았다.

학교 공부보다 땅공부를 먼저 시켰던 아버지의 훈련이 지긋지긋하게 싫었던 중범이 결국은 아버지처럼 지관이 된다.

하지만 살림살이는 나아지지 않았고 좋은 터를 골라 몰래 이장을 해주거나 도굴등 옳지 않은 일들로 연명하고 있다.

그의 아내는 얼마전 아들을 낳았지만 집에는 쌀이 떨어지고 당장 분유값도 아쉬운 형편에 어쩔 수 없이 친형제와 다름없는 도학과 해명과 함께 황금이 묻혀있다는 터에서 도굴을 하던 중 의문의 남자들로 부터 쫓기게 된다.

나중에 알았지만 사실 그 날은 대통령이 의문의 죽임을 당하고 비상계엄령이 내려지던 날이었다.

도굴을 하려던 터는 오래전부터 명당으로 소문난 곳으로 대통령이 암살되고 막후 권력을 쥐려는 군부세력들에 의해 서로 이장을 하려는 터였다.

 

 

하지만 그 터보다는 더 기가막힌 터에 대한 비밀을 알고 있던 중범과 도학은 이 군부세력들에 의해 이용당하게 된다.

당장은 발복이 어렵지만 100년 200백년이 지나면 발복이 된다는 터. 말하자면 나라를 다스릴 왕이 태어난다는 터였다.

중범의 아버지는 암살된 대통령의 아버지 묘터를 잡아주었던 명지관이었고 이 것을 알게된 군부세력들에게 아들인 중범은 이쪽편에서 양아들인 도학은 저쪽편에 서서 땅뺏기싸움에 말려드고 만다.

평생 외고집쟁이 아버지와 집을 나간 어머니때문에 상처가 많았던 중범은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을 보지 못한 채 빨갱이로 몰려 살해당하고 만다. 중범을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던 도학은 결국 해외로 도피하는 길을 택한다.

 

 

사라졌던 중범의 아버지 황창오는 어디에 숨어있는 것일까. 자신의 아들이 비참한 죽음을 맞이하리라는 것을 알았던 것은 아닐까?

살아온 자의 생에 따라 폭군이 될 수도 있고 성군이 될 수도 있다는 명당터를 짚어내는 재주가 있었던 지관 황창오는 어쩌면 아들의 미래도 짐작했을 것이다. 막을 수 없었던 운명을 피해 멀찌감치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대통령 시해후 9일간의 터뺏기 싸움을 보면서 인간의 욕망과 권력의 씁쓸한 뒷모습들을 본 것같아 입맛이 썼다.

부나 권력을 가질 터가 분명 있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아마도 우리 조상들은 아주 평범한 터에 묻혀있는 모양이다.

그 어느 것도 내 것이 아닌걸보면. 독특한 소재로 인간의 욕망과 권력의 움직임들을 짚어낸 작가의 능력이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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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해도 될까요?
노하라 히로코 글.그림, 장은선 옮김 / 자음과모음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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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도 후회 안해도 후회한다는 것이 바로 결혼이다. 결혼을 한 사람의 입장에서는 절대 하지 말라고 할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새장의 새가 밖으로 나가고 싶어하는 것처럼 과연 새장 안의 세상은 어떤지 갇혀보지 못한 새는 궁금하고 기어이 한 번은 들어와보고 싶은 것이 바로 결혼이다.

하지만 한 집 걸러 이혼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혼은 이제 너무도 흔한 일들이 되어 버렸다.


 

여덟살 여섯살 두 아들을 둔 34세의 여성 시호는 조금은 이기적인 남편 때문에 늘 이혼을 꿈꾸고 있다.

멀리서 보면 큰 문제가 없는 남편이다. 흔히 이혼의 가장 큰 이유인 외도나 폭력도 없고 얼핏 성실하게도 보인다.

하지만 결혼생활이라는 것은 아주 단순한 것들의 총집합체라고 생각한다.

종교가 달라서 정치적인 색이 달라서 이혼을 하는 경우보다는 치약을 중간부터 짜는 습관이 싫어서 잔소리를 해도 양말을 뒤집어 내놓는 남편의 무심함이 싫어서 이혼을 하는 경우를 보면 아주 사소한 이유들이 모여 결국은 파국에 이르는

것을 보게 된다.

 

 


시호는 마켓에서 알바를 하면서 경제에 조금 보탬을 받고 있지만 실제 이혼을 해서 두 아들을 양육할 자신이 없어 쉽게 이혼을 결정하지 못한다. 요즘 새로 시작한 '이혼 변호사는 연애중'이라는 드라마를 보면 30년 넘게 이혼을 꿈꾸면서 아이들이 대학만 입학하면....결혼만 하면...남편이 퇴직만 하면...하는 식으로 참고 살아온 아내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된다.

아직은 보수적인 사고를 가진 우리 부모님 세대에서는 이혼한 부부의 자식은 결혼에 흠이 된다고 생각해서 남편이 외도를 해도 재산을 빼돌려 엉뚱한 짓을 해도 그저 참고 살 수밖에 없었던 결혼생활이 많았다.

결국 우리나라 고유의 이름이 붙은 '홧병'도 그래서 생긴 병일 것이다.

시호의 남편은 아이들의 양육에도 가사에도 아주 무심한 남편이고 아버지이다. 그저 성실하게 직장에 나가 돈을 벌어 살림을 지탱하는 것이 대단한 기여라고 생각한다. 하긴 모든 남자들이 이런 사고를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요즘 세대의 남편들이 이런 진부한 사고로 가정을 이끈다면 거의 파탄지경에 이를 것이다.

경제적인 독립이 두려워 이혼을 결심하지 못하는 시호!

더구나 그녀는 자신의 의견을 잘 나타내지 못하는 소심한 성격이다. 결국 어느 날 남편에게 쌓인 분노를 표출하지만 돌아온 것은 폭력이다. 대부분 부부싸움은 이런 형태로 파국으로 치닫는다.

 

 


얌전하고 순종적인 아내의 이혼선언에 놀란 것일까. 남편은 조금씩 달라진다.

하지만 시호는 여전히 마음을 놓지 않기로 한다. 언젠가 또 상처받을 일이 두렵기 때문이다.

다시 회복한 듯한 이들 부부의 결혼생활에서도 시호는 언젠가 반드시 이혼할 수 있기를 바라며 살얼음을 걷는 듯한 결혼생활을 계속한다.

심각한 가정폭력은 아니지만 시호 남편의 폭력적인 대응은 분노스러웠다.

우리나라는 특히 가정폭력에 관대한 편이라 더 큰 문제를 만든다. 하지만 시호의 소심한 대응도 답답하다.

자신의 주장을 똑부러지게 내놓고 남편과 대화를 유도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늘 이혼을 꿈꾸는 결혼생활은 지옥과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지금이라도 경제적인 독립을 위해 힘을 기르고 이혼을 대비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지만 결혼생활이라는 것에 대해 큰 기대를 접고 서로가 노력하는 자세를 한번쯤을 시도해보면 어떨까.

어차피 이혼후에 생활도 녹록한 것이 없다. 갇힌 새가 다시 자유를 꿈꾸지만 야생은 역시 살아남기 쉽지 않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서로 노력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시호 힘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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