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어떻게 설계되는가 - 경제학과 심리학으로 파헤친 행복 성장의 조건
폴 돌런 지음, 이영아 옮김 / 와이즈베리 / 2015년 5월
평점 :
품절


 

행복의 정의를 보면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믓함, 또는 그러한 상태' 라고 되어있다.

인간은 살면서 행복을 얼만큼 느끼고 살아가고 있을까. 지금 나는 행복한가.

이 책은 행복은 갑자기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설계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책이다.

 

 

흔히 생각을 바꾸면 같은 상황이나 환경에서도 행복을 느낀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바꿔야 할 것은 생각이 아니고 행동과 환경이라니 어찌보면 '발상의 전환'이랄까 파격적이고 실리적인 내용이 가득하다.

 

 

과연 내가 행복한가? 그 질문에 대한 피드백을 얻기 위해서는 행복일기를 쓰는 것이 좋다고 소개한다.

'조금 번거러워 보이지만 활동의 세부 내용이나 각각의 활동이 언제 시작되고 언제 끝났는지 정확한 시간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해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정답과 오답이 있는 테스트가 아니라 자신의 시간 사용법을 행복이라는 렌즈로 들여다보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본문중에서

 

 

'나를 가장 행복하게 만드는 것'에 대한 요소들을 죽 나열한 뒤 성취도를 표시하는 것이다.

돈, 새로운 경험, 섹스와 잠, 새집, 동료들....행복감을 주는 요소들은 많이 있다. 이 일지에 쓰여진 외에도 더 많은 것들이 존재할 수도 있다. 과연 그런 요소들이 내 삶을 얼마나 행복하게 만들어주는지 스스로 채점을 한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같다.

 

 

과연 이런 일지를 써나가는 사람이 있을지는 미지수이지만 하루하루 큰 의미를 찾지 못하고 행복함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라면 시도해봐도 좋은 방법같다. 실제로 나이가 들어갈 수록 이런 잣대로 삶을 재어보는 일에 무디어 지고 일상이 나른하기 마련이다.

새롭게 일상을 바라보다 보면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일 것 같다.

 

 

'하지만 진정한 행복을 찾기 위해서는 즐거움과 목적의식 모두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사람마다 행복하거나 슬픈 정도는 비슷할 수 있지만, 즐거움과 목적의식이 조합되는 비율은 저마다 다르다.

때에 따라 한쪽이 다른 쪽보다 더 필요한 경우도 있다....'

말하자면 마냥 즐겁다고 해서 진정한 행복은 아니라는 것이다. 어떤 목적의식이 있는가...이 두가지가 적절하게 만족되어야 진정한 행복이라는 말인데 나를 즐겁게 해주는 어떤 요인이 삶에 목적의식에 반영되지 않으면 큰 의미가 없다는 해석으로 들린다.

 

 

더구나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도 소중하게 다가올지도 모른다. '좋아하는 사람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 더 많이 행복해질 수 있는 거의 확실한 방법이라는데 한표 던지고 싶다.

바로 전에 읽었던 '블루베일의 시간'에서 말기환자들의 마지막 여정을 보면서 죽어가는 이들이 우리는 왜 좀 더 사랑하는 사람들의 존재를 알지 못했는지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하지 못했는지 후회의 말을 남기는 것을 보고 느끼는 점이 많았다.

혼자서는 아무리 많은 부와 명예를 가진들 진정 큰 행복을 느낄 수 없을 것이다.

서로 사랑을 나누고 행복을 나누면 더 많은 것들이 나의 삶을 윤택하게 할 것이다. 신앙이 사람들의 삶을 더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사회적 접촉이 많기 때문이라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우리는 좀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할 수록 경험치도 높아지고 혹시라도 상처를 받았을 때라면 상실감으로부터 좀 더 빨리

회복될 수 있다는 말이다.

 

막연히 감나무 아래에서 감이 떨어지기만 기다리고 있을 것이 아니라 평범한 삶을 살더라도 좀 더 행복감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방법들을 통해 진정한 행복을 찾아과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이미 우리가 해왔던 일들도 조목조목 들여다보면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게된다. 지루하다고 느꼈던 일상들이 늘 내곁에 있었던 사람들을 소중하게 느낄 수 있었던 행복한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블루베일의 시간 - 삶의 끝자락에서 전하는 인생수업
KBS 블루베일의 시간 제작팀 지음, 윤이경 엮음 / 북폴리오 / 2015년 5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나와는 참 인연이 깊은 책이다. 여고시절 가장 친한 친구가 바로 이 책의 배경이 되는

'마리아의 작은 자매회'의 수녀님이기 때문이다. 강릉에 있는 갈바리의원은 10년도 훨씬 전에

방문한 적이 있었고 아 수녀회에 또다른 호스피스 병동이 있는 포천에도 여러번 간적이 있었다.

수녀회에 거의 막바지로 들어간 친구는 그 시절 아직 '호스피스'개념도 없던 시절에 자신을

가장 적절한 곳에 쓰시기를 간절히 기도했다고 한다. 그래서 결정한 곳이 바로 이 수녀회였는데

지금도 전국방방곡곡은 물론 전세계를 다니며 '호스피스'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다.

 

 

몇 년전부터 '죽음'에 대한 책들이 많이 출간되었다.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죽을 것인가 하는 생각이 대중들에게 큰 공감을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죽음도 삶의 마지막 여정이고 삶처럼 고귀하게 다루어져야한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호스피스'나 '안락사'같은 단어들이 인식되기 시작했다.

젊은이들중에는 이런 주제가 낯설기도 하겠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주변에 죽음을 맞이하는 지인들이 늘어나고 나 역시 그 시간을 피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적어도 선택할 수 있다면 죽음의 형태만큼은 스스로 선택하리라 다짐했다.

이런 생각에는 재작년 먼저 세상을 떠난 여동생의 영향이 컸을 것이다. 죽음을 전혀 예기하지 못하고 병원에 들어갔던 여동생은 급격히 상태가 나빠지면서 호흡기를 꽂아야했고 결국 사랑하는 사람들과 아무런 대화도 나누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고야 말았다. 차라리 호흡기를 꽂지 말고 그 시간 조금 힘들더라고 가족들과 마지막시간을 보냈더라면 덜 아쉽지 않았을까.

 

 

강릉의 갈바리의원은 죽음을 앞둔 환자들이 조용히 마지막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병원이다.

말기암환자같은 시한부 인생들이 항암치료같은 의학적인 치료를 포기하고 남은 시간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보내면서 평화로운 죽음을 맞이하도록 하는 호스피스 병원인 셈인데 사실 죽음을 앞둔 환자나 가족들이 병원의 치료를 포기하고 이 기관에 들어오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다.

누구나 삶에 대한 욕망이 남아있기에 치료를 좀더 해보면 어떨까하는 실날같은 희망을 접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가족역시 죽음을 당연하다고 받아들일 수 없기에 갈바리의원에 들어오는 환자나 가족들은 아주 많은 생각과 번민이 있었을 것이다.

 

 

이곳에서는 죽음을 앞둔 이들에게 마지막이 다가오면 '파티'를 한다고 표현한다.

파티가 있는 날이면 병실마다 눈물바다가 되긴 하지만 수녀님들은 마음껏 우는 것도 파티라고 말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하늘나라로 보낸 사람들은 알겠지만 막상 마지막 순간이 닥치면 소중한 사람들에게 말 한마디 남길 수 없는 경우가 너무도 많다. 가는 사람은 가는 사람대로, 남은 사람은 남는 사람대로 후회가 남지 않도록 '파티'를 벌이는 것이다.

가는 사람에게는 사랑한다고 말하고 언젠가 다시 만날것을 약속하고 남는 사람들에게는 미래의 축복을 해주는 경건한 시간이 바로 '파티'이다.

 

평생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고 일만 죽도록 하다가 겨우 살만해지니 덜컥 죽음이 기다리고 있었던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가족들에게 제발 건강할 때 건강을 챙기자고 말하고 싶었다.

 

 

'아빠에게 시간이 조금 더 있고 건강이 허락된다면 다른 것 다 제쳐두고 너와 많은 대화를 나누고 싶구나.' 곧 세상을 떠날 아빠가 아들에게 뒤늦은 후회의 편지를 썼다. 죽음을 앞둔 많은 이들이 한결같이 좀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하지 못한 것, 사랑한다고 더 말해주지 못한 것, 그리고 남은 가족들을 부탁한다는 말들을 썼다.

돈이 필요한 일도 아니고 서로에 대한 관심과 사랑만 있다면 얼마든지 가능했던 일들이 후회로 남고 만 것이다.

 

 

나를 위해서 살아 본적이 없는 것도, 남을 위해 봉사를 좀 더 하지 못한 일들도 후회로 남았다.

과연 나는 지금 죽는다고 해도 여한이 없을까. 언젠가 지금 이 시간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떠올리지는 않을까.

 

다큐 3일에서도 이 병동에 관한 이야기를 다뤘고 독립영화 '목숨'에서도 감동스런 이야기가 펼쳐졌었다.

죽어가는 사람들이 남을 가족들에게 보내는 편지와 떠나간 이를 그리워하며 쓴 편지들을 보면서 자꾸 눈물이 흐른다.

'천년 만년 살 것 같았나 보죠...지금은 혼자 아무것도 못 하는데...'

죽음을 앞둔 이들의 쓸쓸한 말들이 가슴을 친다. 언젠가 우리도 가야할 그 길 죽음!

혹시라도 남을 이들에게 후회스런 일들을 하지는 않았는지 나를 위해 쓴 시간들은 있었는지 되돌아본다.

 

평화스러운 죽음을 맞도록 도와주는 수녀님들과 의사가 있는 갈바리의원에서는 지금도 죽음과 사랑이 교차되고 있다.

남은 시간을 헛되이 쓰지 말고 이렇게 선한 일을 하는 곳에 가서 봉사활동이라도 해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자책]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 무히카
미겔 앙헬 캄포도니코 지음, 송병선 외 옮김 / 21세기북스 / 2015년 5월
평점 :
판매중지


 

흔히 혁명가라던가 투쟁가라고 하면 체게바라나 카스트로같은 카리스마를 연상하게 된다.

우루과이라면 '우루과이라운드'가 얼른 생각나지만 남미국가중에서는 잘 알려진바가 없는 국가이다.

한때는 남미의 스위스라고 불렸을만큼 아름다운 풍광을 지닌 나라인데다 낙천적인 성격의 국민들이

순하게 살아온 나라라고 막연하게 생각했지만 무히카 전 대통령의 전기를 담은 이 책을 읽다보면

남미의 뜨거운 열정을 닮은 시간들이 있었음을 알 수있다.

 

 

이렇게 선한 미소를 지을 수 있는 할아버지가 한 때는 국민전선연합의 도시게릴라출신이라는게 믿어지지 않는다.

알에서 깨어나는 아픔같은 것들이 나라마다 있었던 모양인데 우루과이역시 60~70년대에 좌파와 우파의 대립이 극심했고 무히카역시 이 거센 흐름에 중심에 있었다. 군부와 대립하고 노동자세력을 대변하는 게릴라로서 지하 땅꿀에서 생사를 넘나들고 총탄을 맞거나 잡혀 투옥되기도 하는 등 그의 시간들은 지난하기 그지 없었다.

 

 

가난한 대통령을 갖는다는 것! 하지만 마음은 부자인 대통령을 갖는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사실 전세계에서 대통령을 지냈거나 지내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선택받은 교육을 받거나 환경을 지닌 사람들이 대다수이다.

심지어 가난한 출신은 거의 드물정도가 아닐까. 무히카는 말한다.

"우루과이에 가장 필요치 않은 사람이 바로 강한 사람이에요! 우리나라가 필요로 하는 사람은 똑똑한 사람이었습니다."

여기서 똑똑하다는 정의는 해결책을 찾기 위해 도움을 청할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라는 것이다.

흔히 난세에 영웅이 난다는 말이 있다. 태평시절에야 굳이 영웅이 필요도 없겠지만 해결책이 필요한 순간 짠하고 나타나 해결해주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영웅이라는 뜻일게다.

그런의미에서 보면 무히카는 적절한 시기에 나타난 우루과이의 영웅인셈이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아버지를 잃고 홀어머니밑에서 성장한 무히카는 일찍부터 사회와 노동계급에 관심이 많았다. 그리고 자연에 대한 관심까지도 많아서 대통령직을 잘 수행하고 물러난 지금도 꽃을 키우는 농부로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다. 자연을 사랑하고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은 절대 폭력을 행사하지 않을뿐더러 소외받은 사람의 상처까지도 보듬는 품이 있다고 믿는다. 그런 점에서 풍요롭게 부족함이 없이 자란 사람보다는 가난의 고통을 이해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같다.

하지만 우리의 역사를 보면 자신의 가난이 극심할 수록 권력을 잡았을 때 보상심리가 발휘되는 것을

보아왔다. 그런 점에서 무히카의 '큰 권력에는 책임이 따른다'라는 말에 공감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가 대통령에 오르기까지 지나왔던 길에는 수많은 폭력과 죽음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그도 인간인만큼 어찌 폭력과 죽음이 두렵지 않았을까.

그가 지금의 부인을 만나 부부의 연을 맺은 것도 같은 도시게릴라출신이라는 공통점과 대업을 위해 자신의 삶의 어느 부분은 포기해야 한다는 점을 서로 이해했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8순의 할아버지이지만 한 때 그는 열정적인 사랑에 빠지기도 했고 여러 여자들과 동거를 하기도 했다. 어찌보면 남미국가답게 당시로서도 파격적인 자유연애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가정을 꾸미고 아이를 낳는 것은 게릴라로서의 삶에서는 어울리는 일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한다.

사선과 맞닿은 자신의 삶에서 상처받을 가족을 만드는 일이 유일하게 그가 포기한 일이 아닐까싶다.

 

 

"혁명가 역시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욕망을 갖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욕구들이 아주 다른 환경에서 표출된다는 겁니다. 그래서 사랑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합니다."

그의 이 말에서 사랑의 다른 표현을 그가 깊이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부인과 편안한 노후를 보내고 있다니 다행스럽다. 대통령시절에도 반은 자신의 농장에서 농사를 짓고 지금도 전직 대통령에 대한 특별한 예후없이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모습을 보니 우루과이라는 나라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그만큼 그가 적의 보복이 필요없는 안정된 정치를 수행했다는 반증이기도 하거니와 아무 두려움없이 살아갈만큼 자신의 삶에 자신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엄청난 부를 도둑질해간 전직 대통령들의 사저에 여전히 경호원들이 둘러싸여있는 우리의 현실을 보니 참으로 답답하다.

우리도 무히카 대통령에게 보내는 우루과이국민들의 사랑만큼 전직대통령에게 무한 애정을 보내는 그런 시대가 오기는 할 것인가.

 

대체로 무히카가 지내온 시대는 전세계가 이데올로기와 경제의 급격한 변화에 정치적으로 불안한 때였다.

우리를 포함하여 수많은 나라가 독재정치에 휘둘리기도 하고 능력있는 지도자들에 의해 선진국으로 진입한 나라가 있는가하면 몰락한 정치인들도 부지기수였다. 그런 시대에 자칫 독재국이 되거나 빈곤국에 전락할 수도 있었던 우루과이가 무히카같은 인물이 있었다는 것은 큰 행운이 아닐 수 없다.

바로 곁에 있는 이웃 아르헨티나나 쿠바의 몰락을 보면 왜 우루과이는 행운이었는지를 쉽게 비교할 수 있다.

그가 걸어온 한 나라의 시간들을 돌이켜보면서 한 인간의 존재가 수많은 사람들의 운명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새삼 놀라게 된다. 가장 낮은 곳에서 국민과 함께 울고 웃어주던 무히카같은 대통령을 우리도 갖고 싶다.

지금 정치에 발을 담근 모든 사람들에게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벨과 세바스찬
니콜라 바니에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알퐁스 도데의 '별'이 생각나는 작품이다. 1943년 전쟁이 한창이던 알프스산맥의 마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보면서 버려진 사람이나 동물들에게 사랑이 얼마나 큰 치유의 힘이 되는지를 깨닫게 된다.

 

 

양을 치고 사냥을 하면서 평화로운 삶을 살던 마을에 독일군들이 나타나고 자유도 물자도 줄어드는 생활이 이어진다.

더구나 산에서는 양을 죽이고 사람마저 헤치는 괴물 '베트'의 출현으로 뒤숭숭하기만 하다. 실제로 사냥을 나갔던 마을주민 앙드레는 베트에게 공격을 당해 심한 부상을 입게 된다.

하지만 베트는 전에 양치기 주인에게 심한 학대를 당하다 도망쳐 야생성을 보이는 불쌍한 개일 뿐이다.

여덟살인 세바스찬은 어려서 엄마가 산넘어 아메리카로 떠났다는 할아버지의 말을 믿고 자라온 천진한 소년이다.

교육을 받아봤자 지금같은 시국에서는 도움이 안된다고 믿는 할아버지의 고집때문에 세바스찬은 학교도 다니지 못한다.

그저 할아버지와 함께 양을 돌보거나 젖을 짜고 빵집을 하는 누나 앙젤리나를 심부름을 하는 정도이다.

어느 날 우연히 마주친 괴물 베트에게 마음을 빼앗긴 세바스찬은 베트가 괴물이 아니라 심한 트라우마로 적대감을 가진 불쌍한 개라는 것을 알게된다. 베트에게서 자신의 외로움과 상처가 있다는 동질감을 느끼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이빨을 드러내고 적대감을 보이던 베트는 먹이를 주고 안심시키는 세바스찬에게 마음을 열게된다.

세바스찬은 베트가 암놈임을 알게되었고 벨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자신의 안식처인 대피소에서 돌봐주게 된다.

 

 

하지만 흉흉한 민심을 다잡기 위해 독일군장교 브라운중위는 마을사람을 모아 베트를 잡으라고 명령한다.

벨에게 위험이 닥친 것을 직감한 세바스찬은 벨을 숨기려고 하지만 벨이 괴물이라고 믿는 할아버지의 계략으로 벨은 마을사람들에 의해 총탄을 맞고 쓰러진다.

벨이 죽었다고 생각한 세바스찬은 할아버지를 미워하게 되고 다행히 발견된 벨은 심한 부상으로 죽음에 놓이게 된다.

어린 소년 세바스찬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벨을 치료하지만 벨은 서서히 죽어가게 되고 결국 의사인 기욤에게 달려가 벨을 살려달라고 애원한다.

사실 기욤은 의사이지만 레지스탕스일원으로 프랑스에서 스위스로 탈출하는 유대인들을 도와주고 있었다.

어느 날 그 장면을 세바스찬에게 들키고 서로에게 비밀을 묻지 않기로 약속하게 벨을 치료해 생명을 구해준다.

후일 늑대가 할아버지의 양들을 공격해오자 양을 구하기 위해 뛰어들었던 기욤이 발목을 다치고 심한 눈보라속에 죽을 위기가 닥치자 벨은 썰매에 기욤을 태워 마을로 데려오면서 은혜를 갚게된다.

 

 

앙젤리나를 좋아하던 기욤은 자신의 정체를 고백했고 부상때문에 탈출 가이드를 할 수 없게 된 기욤을 대신해 앙젤리나가 한 가족의 탈출을 돕게된다. 몰래 누나뒤를 밟았던 세바스찬과 벨의 도움으로 무사히 탈출에 성공하게 되는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눈보라가 몰아치고 얼음과 눈이 덮힌 산속에는 천길 낭떨어지인 크레바스가 숨어있다.

더구나 한밤중에 뒤를 쫓는 독일스키부대원들에게 잡히지 않기위해 사력을 다해 산을 넘는 장면은 손에 땀을 쥐게한다.

오로지 벨의 동물적인 감각만을 의지한 채 목숨을 건 탈출을 감행하는 사람들..거기에는 어린 소년 소녀도 함께 있다.

1960년대에 우리 드라마 '대장금'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렸다는 드라마의 원작이기도 한 벨과 세바스찬은 프란다스의 개에 나오는 네로와 파트라슈의 우정이 떠오르기도 한다. 학대받은 기억으로 괴물이 되어버린 벨이 세바스찬의 사랑으로 순한개로 돌아오고 결국 벨은 기욤을 살리고 탈출을 돕는 영웅으로 거듭난다.

크리스마스가 오면 아메리카로 갔던 엄마가 돌아올것이란 믿음으로 살아온 세바스찬의 비밀도 밝혀지면서 할아버지와 등을 돌렸던 세바스찬도 화해의 손을 내밀게 된다.

 

참으로 감동스런 작품이었다. 전쟁중이란 급박한 상황에서 의로운 자들에 의해 많은 사람들이 죽음으로부터 벗어나고 독일군이면서도 평화를 택한 브라운중위의 선행도 감동스럽다.

앙젤리나와 기욤 그리고 브라운중위의 삼각관계또한 흥미롭다.

이 작품은 여러작품을 떠올리게 한다. 심지어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의 이미지도 떠오르게 한다.

아마 이 작품의 배경이 되는 마을이 '마지막 수업'의 무대와 비슷한 곳이 아닐까 싶다.

늘 느끼는 점이지만 출판사 '밝은 세상'의 작품은 한번도 기대를 져버린 적이 없다. 오랫동안 감동이 남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스물아홉 장의 전당표 - 전당포 주인이 들려주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 29
친쓰린 지음, 한수희 옮김 / 작은씨앗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최근에는 전당포 간판이 많이 보이지 않는다. 이 책의 저자가 자주 언급한 것처럼 '전당포'란

이미지가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서일까? 아니면 생활형편이 나아져 전당포가 필요없어진 것일까?

'돈이 필요한 때에 물건을 가져가 돈을 빌리는 업'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던 내게 삼 십년 넘게 전당포업을

해온 저자의 '전당포이야기'에는 모든 인간군상의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녹아있었다.

 

 

예전에는 타이완에서도 오래전 우리민족에게도 있었던 '민며느리제'가 있었다고 한다. 가난한 집안에서 입 하나라도 덜어보자고 다른 집으로 보내는 며느리제도인데 말하자면 양녀처럼 들여다 일시켜먹다가 얼추 결혼할 나이가 되면 집안 아들과 짝을 맺어주는 제도이다. 이렇게 결혼을 한 부부에게는 큰 정이 없을 것 같다. 대부분 일꾼처럼 들인 제도라 고부간의 사이도 좋지 않았단다. 다첸의 전당포에 오래된 금비녀를 들고 나타난 할머니가 바로 이런 민며느리였다는데 친부모처럼 시부모를 섬기다보니 시부모가 감복하여 집안에 여인들에게 물려주는 금비녀를 물려받았단다.

하지만 아들이 얻은 며느리는 황 할머니에 눈에 차지 않아 몰래 금비녀를 빼돌리기 위해 전당포를 찾아온 것이었다.

자신이 죽어도 절대 아들내외에게 내어주지 말라고 신신당부하던 할머니. 하지만 전당포주인의 중재에 할머니와 아들내외는 화해를 하고 금비녀를 찾아갔다는 일화가 감동스럽다.

 

도박을 하기위해 뻔질나게 전당포를 드나드는 사람, 대학교 학비를 위해 자신의 입학통지서를 맡겼던 여학생, 저승가는 길에 쓰기위해 모아두었던 할머니의 수미전을 쓸 수가 없어 돈을 맡기고 돈을 빌려간 손자, 분단전에도 타이완으로 이주를 해와서도 군부의 영광을 누렸던 차오 장군의 일화는 중국의 근대역사와 함께 몰락한 장군의 일생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예전의 영화를 유지하기 위해 집안의 물건들을 전당포에 맡기면서까지 누리고 싶었던 안락한 삶. 하지만 아흔이 넘어서도 목숨은 남아있고 더 이상 맡길 물건도 없었던 차오 장군은 자살로 삶을 마감한다. 아마도 장제스장군이 훈장처럼 하사했던 브라우닝 권총을 사용했을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전당포업을 오래하면서 물건을 보는 안목과 더불어 사람을 보는 안목도 생겼다고 한다.

가짜인지 진짜인지를 물건에서만 짚어내는 것이 아니란 것이다. 약에 취한 사람, 도박에 빠진 사람, 신용을 지킬 사람까지 가늠해내는 재주가 있는 그는 '손님을 주의깊게 관찰하지 않으면 전당포를 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물건의 진위보다 사람의 진위를 감정하는 것이 전당포를 할 수 있는 중요 조건이라는 것이다.

하긴 남을 속이는 일이 너무나 빈번한 요즘 경제적인 손실과 더불어 사람에 대한 믿음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이런 마음가짐이 정말로 중요할 것같다.

 

 

전당포라는 업이 물건을 맡아두고 돈을 내주고 맡긴 만큼 이자를 챙기는 것으로 안다. 기한이 경과되면 판매를 통해 원금을 회수해야 하는데 이렇게 모인 돈을 투자도 하는 모양이다.

수출을 하려고 제작했던 컬러냄비를 못팔게된 사장이 전당포에 컨테이너째로 맡기고 돈을 빌어간다. 하지만 사장은 외국으로 도주하면서 컨테이너를 양도하게 된다. 저자는 이 물건을 아주 다양한 방법으로 팔면서 영업의 노하우를 알게된다. 사이즈별로 가격별로 가격표를 붙여 팔다가 혼자서는 감당이 안되자 아예 고객 스스로 돈을 넣고 잔돈을 거슬러갈 수 있는 돈통을 앞에 놓고 사이즈에 관계없이 갯수에 따라 50위안씩 정해 팔았더니 원금을 넘게 돈을 회수했고 자신만의 장사모델로 만들 수 있었다고 한다.

전당포뿐 아니라 장사수완도 있었던 셈이다.

 

 

'어떤 일에 종사하든 어떻게 사람을 대하고 일을 처리하든 나는 사람 감정이 물건 감정보다 중요하다고 믿는다.' 전당포 주인인 저자 천쓰린은 물건과 돈을 맞바꿔주는 사업자가 아니라 사람을 꿰뚫어 보고 사람의 감정을 중요하다고 믿는 정확하지만 따뜻한 사람이었다.

 

말레이시아의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부호의 외아들 다뚝 천의 믿을 수 없는 타이완 여행기와 볼품없는 중고 파커 만년필에 깃든 사세지간의 정에 얽힌 이야기를 보다보니 사람 사는 모습이 어디나 다 비슷하구나 싶다.

그래도 아버지의 사회사업정신을 이어받아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내어주고 기부도 하는 전당포 주인 천씨의 삶은 '개처럼 벌어 정승처럼 쓰는' 멋진 모습이다.

장물을 맡았다는 오해도 받고 감옥에 갈뻔한 일들도 있었지만 여전히 '전당포'간판을 걸어놓고 고객을 기다리는 그의 '다첸 전당포'에는 단순한 물건과 돈이 오가는공간이 아닌 감정과 온기가 존재하는 특별한 전당포이다. 천일야화처럼 사람사는 다양한 모습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