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거리에서 만나요 - 말이 통하지 않아도 괜찮아! 용감한 10인의 38개국 여행 이야기
강석환 외 지음 / 허니와이즈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참 세상은 넓고 할일도 많은데 가볼 기회가 없다.

그저 이렇게 누군가의 여행기를 읽으면서 갈증을 달랠 수밖에.

'용감한 10인의 38개국 여행기'라는 타이틀처럼 말이 통하지 않고 아직 여행객들이 뜸한

나라에도 척척 들어갔다 오는 이 사람들이 무척이나 부럽다.



세상 모든 곳에 이정표가 있는 것은 아니다. 가이드북이나 지도를 들고 발품을 팔아도 헤매는 일은 다반사!

그네들의 여행에는 하나같이 '설레임'이 들어있다. 낯선 타국에 대한 두려움과 설레임이 함께하는 묘한 긴장감속에 그래도 기죽지 않고 볼거 먹을거 다 누리고 미션을 완성하는 모습속에서 '청춘'을 본다.

오래전 프랑스와 스페인을 여행하면서 느낀점이지만 의외로 유럽사람들이 영어를 잘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하긴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이용하는 언어가 스페인어-에스파니아어-라고 하니 굳이 따진다면 영어보다는 스페인어를 배워야 마땅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만국 공통어라는 영어조차도 남미의 영어가 다르고 호주의 영어가 다르게 들린다.

그저 말보다 바디랭귀지가 훨씬 유용했었다는 기억은 이들에게도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일상을 내려놓고 짐을 꾸려 여행을 떠난다는 일은 사실 쉬운일이 아니다. 하던 일을 누구에겐가

맡겨야하고 다시 돌아와서 다시 자리를 잡는 일도 쉽지 않고 여행경비며 질병에 대한 두려움들이

어찌 없겠는가. 하지만 그 모든 어려움을 제쳐두고 나설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내가 가보지 못한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나와 다른 피부와 문화를 지닌 사람들과의 소통...그밖에도

그들을 여행으로 이끈 이유는 많았을 것이다.



동유럽의 조지아란 나라에서는 '삼거리(Samgori)'라는 역이 있다고 한다. 혹시 우리말이 실크로드든 어떤 경로로 오래전 그곳까지 도달한 것이 아닐까? 젊은 사람들도 쉽지 않은 여행에 노부부가 자식과 함께 하는 여행은 더 반갑게 다가온다. 혹시라도 길을 잃으면 '삼거리'역에서 만나요!

우리 인생에서도 길을 잃는 일은 허다하다. 그럴때마다 누군가 기다려주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그런 역이 있었으면 좋겠다.



 

길거리표 음식을 아무리 먹어도 아무탈도 안나는 위장이 가진 여행객들도 있지만 물갈이만으로도 배탈이 나서 고생하는 사람이 훨씬 많다. 화장실을 찾아 헤매는 여행객들의 에피소드가 참 재미있다. 화장실 그림이라도 그려가지고 다녀야 말이 통하지 않는 곳에서 유용하게 써먹지 않을까.


한밤중 산속을 헤매다가 만난 낯선 이에게 차를 태워달라고 부탁하면서도 혹시나 돌변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우락부락한 원주민들이 의심스러워 쭈뼛거리는 모습에서 어쩔 수없는 이국인의 두려움을 보지만 그래도 떠나지 않은 것보다 낫다. 그리고 이국의 먹을거리를 보니 아...떠나고 싶다.

이탈리아에서는 소매치기를 조심해야하고 인도에서는 식중독을 조심하면 된다고 했지.

돈이나 명예보다 이렇게 훌쩍 마음대로 떠날 수 있는 젊음이 한없이 부럽기만 하다.

남미의 어느나라에서 독한 술 한잔에 탱고춤을 추고 불같은 사랑한번 해봤으면 좋겠다.

단순한 여행기가 아닌 여행좀 다녀본 사람들이 전하는 진정한 여행의 맛과 팁이 정말 와닿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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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영의 책고집
최준영 지음 / 답(도서출판) / 2015년 6월
평점 :
품절


왕방울만한 커다란 눈을 갖고 있어 '왕눈이'라는 별명을 가진 나인지라 무섬증이 있는 편이다.

덩치는 산만하지만 물도 무서워하고 조그만 모기는 더 무서워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거의 무서워하지

않는 내가 딱 무서워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책 많이 읽은 사람!

돈이 많고 명예가 드높은 사람들중에 존경할만한 사람이 있다면 무섭기까지야 하겠냐만 책 많이 읽고

빵빵한 지식이나 지혜 더불어 넉넉한 품성까지 갖고 있다면 오금을 펼수가 없다.

그래서인지 글잘쓰는 작가중에도 책을 많이 읽어 티가 팍팍나는 작가라면 나는 나이고하를 막론하고

고개가 숙여진다.

몇 년전인가 노숙자들을 위해 인문학교실을 여는 분이 있다고 들었고 책을 냈다는 소식도 들은 것같았다.

바로 이 책이 그분이 쓴 책인데 제목처럼 이 책에는 그가 읽었던 수많은 책들이 등장한다.

물론 나는 300여편의 책중에 겨우 열권이나 읽었을까 싶다. 나도 제법 좀 읽는다고 하는 사람인데도 말이다.

거기에다 깊이가 다르다. 스토리나 흥미위주의 책들을 좋아하는 나는 인문학을 강의하는 인문학자의 책읽기 깊이에 당할 재주가 없다.



사실 방안서생처럼 책만 고집하고 읽고 사회에 환원하지 않는다면 말짱 도루묵이다. 자기만 행복한 일이니까.

하지만 저자처럼 적극적으로 거리의 사람들에게 자신의 지식을 나누고 행복, 희망을 전파하는 일은 쉬운일이 아니다.

심지어 노숙자들의 잡지 '빅이슈'의 창간을 돕다가 가산까지 탕진했다니 노숙자를 돕다가 노숙자가 될뻔한 사람이다.

책읽기란 그저 버릇처럼 길들여진 일이라는 말에 공감한다. 난독주의자처럼 활자체를 읽어내는 일이 어려운 사람을 제외하고는 책읽기는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특히 요즘같은 SNS시대에는 더욱 어려운 일이 되어가고 있다. e-book이 나오긴 했지만 난 여전히 말간 피부를 자랑하는 종이책을 사랑한다.

'글자와 글자사이, 행과 행 사이는 오롯이 독자에게 주어진 상상의 공간이다.'

참 적절한 표현이다. 이 시간만큼은 누구의 간섭도 없이 상상의 세계에서 수많은 것들과 만나고 대화하고 꿈꿀수 있다. 저자의 말처럼 이점이 바로 독서의 즐거움이다.



 


이중텐의 '품인록'을 얘기하다가 저자 나름대로의 품인록을 보고 박장대소를 하고 말았다.

여권과 야권에서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인물들에 대한 평을 썼는데 과연 책고집다운 제대로 된 평이었다.

당사자들이 보면 화를 낼지 들킨것 같아 부끄러워할지 몹시 궁금해진다. 자세히 읽어보시면 웃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확실히 인문학자의 눈은 깊다. 설사 이런 점들을 막연히 느끼고 있다해도 이렇게 적나라하게 핵심을 찌르듯 표현하기 쉽지 않다. 저자는 말한다. 잘 쓰려면 잘 읽어라!



내가 많이 좋아하는 김훈작가의 작품을 만나니 가뭄에 단비처럼 반갑다. 김훈역시 고집스런 작가이다.

책뿐만 아니라 세상에 대하여 정의에 대하여...그리고 문학에 대하여...

외국작가들과 작품들에 점령당한 지경에서도 벼락같은 축복처럼 나타난 김훈의 '칼의 노래'

그랬다. 마치 바람앞에 등불처럼 위태롭던 국운을 되살려낸 이순신처럼 김훈은 펜을 들고 침몰해가는 문학이란 배앞에서 진격을 외친격이다.  정약용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여 앞으로도 그에 대한 작품이 나올 것으로 안다.

특히 김훈의 문체는 정말 아름답다. 남성적인 힘속에서 고요한 바람같은 그리고 우물같은 시원함이 있다.

책고집인 저자가 나처럼 김훈작가를 이해한다니 더욱 반가운 마음이다.


작가 김운경의 '유나의 거리'를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에서 소외된 사람들에게보내는 따뜻함이 느껴진다.

나역시 이 작품을 드라마로 아주 감동적으로 만났던 관객인지라 그의 예찬이 마음에 콕 박힌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마이너리그의 주인공들이다. 깡패에 소매치기에 꽃뱀까지..하지만

그들에게도 인생이 있고 살아가야 할 이유가 있다. 그런 그들의 삶을 지긋이 바라보는 건 김운경작가뿐이

아니었나보다. 책고집씨도 '거리의 인문학자'라는 별호가 붙을 걸 보면 말이다.


'다시 읽는 우리문학, '내 맘대로 단편 베스트 10'에 꼽힌 작품들은 참 영광스러울 것이다.

책고집씨가 고른 작품이니. 그중에 겨우 두편정도를 읽은 것같다. 그가 꼽은 신경숙에 '세상끝의 신발'을

보자니 마음이 좀 복잡해진다. 신경숙의 소설집 '모르는 여인들'에 들어있는 소설이라는데 '신발 이야기를 해야겠다'로 시작되는 소설은 인용된 단 몇줄의 대목에서도 그녀의 문체가 빛난다.

'나는 누군가와 친해지고 싶어지면 그 사람 신발에 발을 몰래 넣어보고 싶다.'

저자는 누군가의 신발에 발을 넣어본다는 것은 상대를 이해하기 위한 작은 소망이 아닐까라고 썼다.

신경숙 참 난 작가인 것은 맞다. 어찌 이런 발상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난 누군가의 체취로 슬쩍 냄새가 나는 신발에 발을 넣어보겠다는 생각같은 것은 해본적도 없고 또 이런 마음으로 글을 쓴다는 것은 더욱 상상한 적이 없다.

요즘 표절로 문학계가 심상치 않다. 그래도 그녀의 탁월한 재주만큼은 의심하지 않고 싶다.

다독의 작가로도 소문난 그녀의 말처럼 문학에서 넘어졌으니 문학으로 일어나기를 기원한다.


책고집씨의 서재을 다녀오고보니 내 허접한 서재가 부끄럽다. 아무리 읽어도 그를 뒤쫓긴 글른 것같으니 말이다.

이렇게라도 그의 서재를 훔쳐오니 다소 안심이 되긴한다. 나누어주느라 비워졌을 그의 곳간에 부든 사랑이든 가득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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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아 옷장에 갇힌 인도 고행자의 신기한 여행
로맹 퓌에르톨라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5년 6월
평점 :
절판


확실히 스웨덴의 가구 '이케아'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브랜드인 모양이다. 작년이던가 우리나라에도

상륙한 이케아의 침대를 사러 인도에서 프랑스 파리까지 날아온 고행자 파텔의 여행기이다.

어머니는 자신을 낳고 바로 죽고 아버지는 고모에게 자신을 맡긴 후 사라졌다. 자신을 짐짝처럼

여겼던 고모보다는 이웃 아줌마의 보살핌을 받으며 컸던 파텔은 눈속임 마술로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못이 박힌 침대가 필요하다고 꼬득여 이웃들이 모아준 돈으로 파리로 날아온 것이다.

하지만 그의 주머니에는 가짜 위폐인 100유로가 전부였다. 공항에서 탄 택시에 '이케아'를 외쳤고

얼핏보아도 이방인임을 눈치챈 택시기사 귀스타브는 일부러 길을 돌아가 택시비를 많이 챙기려한다.

이케아에 도착한 파텔은 위폐 100유로를 지급하지만 간단한 마술(돈에 보이지 않는 줄을 매달아 다시

낚아채는)로 돈을 회수한다. 귀스타브는 그 사실을 업무가 끝난 후 정산하면서 알게되고 집시 특유의

집념으로 끝까지 그 인도 사깃꾼을 찾기위해 그의 뒤를 쫒는다.



이케아에 도착한 파텔은 자신이 카다로그에서 보았던 모델은 매장에 없으며 하루를 기다려야 한다는 말을 듣는다.

할 수없이 매장에서 하룻밤을 보내게된 파텔은 갑작스럽게 나타난 이케아직원을 피해 옷장에 들어가게 되고 그 옷장은 포장되어 영국으로 향하게 된다. 트럭에 실려 해저터널을 지나가던 중 트럭안에 수단인들이 영국으로 밀입국하려 몰래 숨어 탔다는 것을 알게되고 파텔과 수단인들은 영국 국경에서 들켜 결국 스페인으로 보내지게 된다.

왜 꼭 스페인이었냐는 장면이 아주 흥미롭다. 밀입국자들의 몸에서 부채가 발견되면 여전히 오늘날까지도 그 구태의연한 구식 선풍기를 쓰는 사람들은 스페인뿐이라는 알량한 판단으로 작은 나무 숟가락을 카스타네트조각이라고 우겨서는 스페인에서 온 사람이라고 못박는다. 이 표현들이 실제적인 사건인지는 모르지만 영국으로서는 가까운 프랑스보다는 스페인으로 추방시키는게 이롭기 때문에 어거지로 끼워맞춘다는 유머스런 설정이 아닐까 싶다.


이케아 매장에서 마리라는 아가씨를만나 사기를 쳐서 돈을 뜯어낸 파텔은 여행내내 그녀를 그리워한다.

마리역시 입술에 피어싱을 하고 가무잡잡한 피부를 지닌 파텔을 본 순간부터 가슴이 설레었다.

하지만 파텔은 영국으로 다시 스페인으로 추방되고 자신을 쫓아온 택시운전사 귀스타브를 피해 소피모르소의 옷가방에 숨어 이탈리아 로마로 향하게 된다. 그녀의 옷가방에서 파텔은 자신이 인생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고 정말 되고 싶었던 작가의 꿈을 기억해내어 아주 엉뚱한 소설을 자신의 옷에 쓰게 된다.

로마의 호텔에서 소피에게 발견된 파텔은 그녀의 도움으로 출판사 사장을 만나 첫소설의 판권을 팔게된다.

무려 10만유로에!! 하지만 역시 귀스타브의 연락으로 로마에 살던 사촌 지노에게 쫓겨 열기구에 타게되고 연료가 떨어진 열기구는 바다로, 지나가던 배에 발견되어 리비아 트리폴리로 향한다.

그야말로 9일동안 대장정을 하게 된 셈이다. 다소 엉뚱하고 유머러스한 여행이지만 파텔은 국경을 넘기 위해 목숨을 건 밀입국자들의 삶을 보며 큰 깨달음을 얻는다. 자신이 사라지면 세상은 그를 사깃꾼, 도둑놈, 다른 사람에게 아무것도 베풀지 않았던 사람으로 기억될 것이란걸.

파텔은 누군가를 도와주기 전에 죽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생각지 않게 얻게 된 10만 유로는 국경을 넘기 위한 사람들을 돕게되고 그리워하는 마리를 보기 위해 파리로 향하는 경비가 된다.



도움이 간절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준 순간 붕 떠오른 것같은 희열을 맛본 파텔은 다시 만난 마리와 결혼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글을쓰고 돕는 일을 하게 된다.


파텔의 여행은 사기로부터 시작되었지만 자신보다 더 불행한 삶을 사는 사람들을 통해 큰 깨달음을 얻고 작가로 거듭나고 도움을 필요로하는 사람으로 재탄생되는 이야기를 그렸다.

실제 이런 여행이 가능할 것같진 않지만 인도 촌뜨기 파텔을 통해 다른 나라의 국경을 몰래 넘어야 하는 많은 사람들의 고단한 삶을 이해하게 된다. 고행자란 명상과 달변에 능한 사람이 아니라 바로 이렇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줘야 하는 사람이다. 파텔역시 수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며 알에서 깨어났고 다시 누군가를 깨우는 사람이 된다.

38세가 될때까지 무려 31번을 이사할만큼 역마살 대왕인 작가의 경험이 아주 잘 담겨져있다. 또한 밀입국자들을 접하면서 느꼈던 인간적인 고뇌들이 이 작품으로 잘 승화되어있다. 이 소설의 해피엔딩처럼 파텔같은 괜찮은 고행자들이 그들의 손을 잡아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으로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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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혹의 러시아로 떠난 네 남자의 트래블로그 러시아 여행자 클럽
서양수.정준오 지음 / 미래의창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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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때가 아니면 안될 것 같았다'

모든 것은 다 때가 있기 마련이다. 언젠가 다시 기회가 올것이라고 막연하게 미루기만 하면 다시

기회가 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여행이라는 것은 시간도 돈도 여유가 있을 때 떠나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그런 기회가 오면 건강이 좋지 않다거나 열정이 사그러져 기회를 놓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서른의 고개를 넘었지만 여전히 불확실한 미래때문에 방황중인 남자 넷이 떠난

여행은 용기충만해 보인다.



저자들의 말처럼 러시아에 대한 정보는 많지 않다. 여전히 마피아와 타인종에 대해 무차별 공격을 감행하는 스킨헤드가 두려웠던 것일까. 동서진영의 이데올로기가 멸한 뒤에도 여전히 부자유스런 이미지를 벗지 못한 탓일까.

암튼 러시아는 우리나라사람들이 가장 닿지 않는 미지의 세상처럼 다가온다.



러시아의 수도는 모스크바이지만 좀 더 현대적인 분위기의 새로운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모습은 생각보다 자유롭고 아름다웠다. 두려움에서 시작된 여행이었지만 러시아에 홀딱 빠져버린 젊은이들의 모습역시 아름다웠다.

둥근 양파모양의 러시아식 건축물들이 특히 인상적이었는데 오랜 공산국가였지만 훌륭한 문화유산이 잘 유지되고 있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오히려 갇혀있던 곳이기에 보존이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오래전 스페인이나 프랑스에 갔을 때 영어로 소통이 어려워서 어려운 점이 많았다. 러시아의 독특한 문자와 언어를 가지고 있어 소통에도 제법 어려움이 많았을 것같다. 모스크바의 한 식당에 갔을 때 한국어 메뉴판에 '커피는 미국인'이란 메뉴가 '카페 아메리카노'를 영어 그대로 직역한 것이었다니...한참 웃었다.

차마 '미국인'을 먹을 수는 없어 주문하지는 않았다는 젊은이들 말이 더 웃긴다. 이 기억은 오랫동안 남을 것같다.



땅속 깊숙히 자리잡은 지하철과 지하철역이 미술관처럼 꾸며졌다는 것, 그리고 발레를 사랑하고 수많은 예술가들이 탄생된 러시아에 대해 나 역시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철의 장막이었던 러시아의 속을 제대로 들여다보니 보드카와 자작나무 그리고 예술적인 혼들과 오랜 공산국가였던 탓에 다소 무뚝뚝하지만 속깊은 정들이 느껴진다.

여행하다보면 꼭 이런 사람있다. 여권분실, 숙취만발....끝가지 볼쇼이 발레를 보지 못한 것을 다시 러시아로 찾아갈 구실로 승화시키는 모습에서 네 남자의 러시아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다.

'여행 하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 가장 좋은 건 마음과 눈빛을 나누는 순간'이라는 말에 공감한다.

만남과 이별에 설레고 아쉬워하는 그 모든 과정들이 여행의 참맛이 아니겠는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나 베네치아 못지 않은 수상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언제가 꼭 가고 싶은 도시이다.

젊음이 노력해서 얻은 상이 아니고 늙음도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라는 '은교'의 말이 가슴을 친다.

젊음과 늙음의 경계는 무엇일까. 떠날 수 있다면 아직 젊은 것이다. 그리고 그 시간들은 영원하지 않아 이 젊은이들의 좌충우돌 여행이 부럽기만 하다. 광활한 러시아에 아직 가볼곳이 많을테니 다음편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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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처럼 싸우고 꽃처럼 아끼고
디안 지음, 허유영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5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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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힘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 작품이었다. 100년도 채 살지 못하는 인생에서 다른나라의 문화를

다양하게 접한다는 것은 부럽기도 하고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나에게 중국은 중공이라는 것으로 더 각인된 나라이다. 공산국가였던 중국이(지금도 공산국가인지는

잘 모르겠다)급격한 발전을 이루고 개방되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내밀한 그들의 삶을 들여다 보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런면에서 디안의 이 소설은 '시끄러운 우리 가족 사용설명서'라는 부제에서처럼

한 가정의 가족사를 들여다보는 일이가도 하고 전형적인 중국가정의 일면을 들여다보는 일이기도 했다.



서른 살의 둥니는 장애를 지닌 한 살이 채못된 아들을 둔 엄마이고 이혼을 앞둔 유부녀이다.

이제 막 개발이 된 지역에서 꽤 큰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고 얼마전 카페까지 구입하여 개업을 앞두고 있다.

미국에서 함께 살았던 남편 팡징후이에게 도망쳐 고향인 룽청에서 작은아버지 내외와 그들의 딸 난인 그리고 둘째 작은아버지의 아들인 시줴의 보살핌을 받으며 살아간다.

여고시절부터 가장 친한 친구였던 장은 한 때 팡징후이의 여자친구였고 지금은 자신의 사촌남동생은 시줴를 사랑하고 있다. 흠..일단 복잡하게 얽힌 사이가 분명하다.

둥니는 집안에서도 자기 주장이 확실하고 드센 여자로 정평이 나있고 실제로 그녀의 생활을 보면 장애를 지닌 아들 정청궁을 제대로 보살펴주지도 못하고 자기 멋대로 구는 천방지축 철이 덜 든 여자라고 느껴진다.

그녀에게는 엄마에게 폭력을 행사하던 아버지와 자기애가 강한 엄마에 대한 상처가 깃들여있다.

심지어 어쩌면 친아버지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심으로 친자확인까지 하게된다.

그러던 어느 날 미국에서 남편 팡징후이가 아들인 정청궁을 데려가기 위해 그녀을 찾아오고 둥니는 아들을 데려가려면 재산의 반을 내 놓으라고 윽박지른다.

열 여덟살 대학입학을 미루고 싱가포르로 날아가 가수생활을 했고 옷가게를 하다가 우연히 가게앞을 지나던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했고 한때는 그를 정말 사랑한다고 믿었지만 그녀는 자신의 미천한 신분과는 다른 식물학박사인 남자를 만나 신분상승을 꿈꿨는지도 모르겠다. 결혼생활은 결코 화려하고 아름다운 것이 아니었다.

평범한 여자였다면 남편의 곁을 떠나지 않았을지도 몰랐겠지만 이기적이고 드센 둥니는 아이를 데리고 그의 곁을 떠난 것이다.

이 부분에서 그녀가 왜 결국 남편의 곁을 떠나야했는지 좀 의아스럽긴 하다. 부부사이에 불화는 늘 있기 마련이었고 견딜수 없을 정도의 결함이 남편에게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어쩌면 너무도 강한 둥니의 성격이 더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어쨋든 둘은 서로 아이를 차지하기 위해 협박과 타협을 하지만 돈을 받기전에는 결코 아이를 내어줄수 없다는 둥니의 고집때문에 무산되고 만다.


 



둥니의 얼핏 자유분망한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녀는 끊임없이 상대의 눈치를 보고 자신의 처지를 비교하기도 하면서 스스로 불행을 자초한다. 그런 그녀에게 스물 두살의 청년 렁산이 나타난다. 잘생기고 스마트한 그는 한 눈에 둥니에게 반하여 그녀에게 사랑고백을 한다. 산전수전 다 겪은 둥니는 그의 사랑이 한 때 지나가는 것임을 알지만 열정적인 그의 태도에 굴복하고

만다. 그렇게 시작된 사랑은 그녀의 독기를 녹여 남편에게 아이를 돌려주고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겠다는 결심을 하게한다.

'행복한 사람들은 수시로 불행한 사람의 처량한 신세를 곱씹고 되새겨야 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해서 자신의 행복에 또 한 번 완벽하게 도취되는 것이다.' -본문중에서-

나는 둥니의 이 생각에 동의하게 된다. 흔히 우리가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라는 말과 같은 뜻이다.

둥니는 상처받고 거친 여자이지만 섬세한 감각을 지닌 사람이다. 상대를 꿰뚫어보고 어떻게하면 가장 아픈곳을 찌를지를 안다.

하지만 둥니가 친구인 장이나 남편 그리고 남동생인 시줴와 난인등..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거친 악담을 퍼붓고 상처를 주는 장면에서 그녀의 포악함이 경악스럽다. 어쩌면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이 상처받을 것을 미리 땜질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사실 내 가슴속에는 불덩이 하나가 줄곧 이들대며 타오르고 있다. 그걸 남에게 말할 수도 없다.'

팡징후이처럼 가슴속에 불덩이가 없는 사람도, 렁산처럼 불덩이를 지닌 남자도 그녀는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한다.

사랑받지 못하고 자란 트라우마때문이 아니었을까.

중국은 한 자녀만 갖는 것이 허락된다고 알고 있다. 그래서인지 둥니나 난인같은 인물들은 조금 제멋대로같은 느낌이 든다. 그리고 사랑을 따를 것인가 출세를 따를 것인가로 고민하는 장이나 시줴를 보면서 금전주의에 물들어 가는 젊은이들의 모습이 지금 중국의 모습을 잘 대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들선호주의로 시줴에게만 재산을 물려준 할아버지의 모습이나 그런 할아버지와 평생을 살았지만 정씨 집안의 선산에 묻히기를 거부했던 할머니. 그리고 시줴와 쉐비(외할머니가 요양원에 가면서 맡아야 했던 외삼촌의 딸)의 출생의 비밀이 드러나면서 한 가정의 다양한 삶이 어느나라나 다를 것이 없구나 싶었다.

제목이 참 제대로였다. 가장 으르렁거리면서 누구와도 싸울듯이 덤비는 둥니의 모습과 사랑으로 가족을 감싸안았던 작은 어머니와 시줴의 모습이 제목과 딱 맞아떨어진다.

번역이 잘 된건지 모르지만 둥니와 친구인 장, 그리고 사촌끼리의 욕지거리가 중국에서는 별 것 아닌 모양이다.

아들선호사상이 있다고는 하지만 여성우위의 나라 중국에서 싸움꾼 둥니의 설전이 참으로 볼만했다.

중국의 젊은 여성작가의 시각이 신선했고 한 가정의 리얼한 모습과 상처를 지닌 여성의 절박한 삶이 잘 그려진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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