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노래
미야시타 나츠 지음, 최미혜 옮김 / 이덴슬리벨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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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악기는 사람의 음성이라고 한다.

특히 진심에서 우러나온 음성으로 부르는 노래를 듣노라면 가슴으로 파고드는 감동으로

눈물을 흘릴만큼 그 어떤 말이나 행동보다 아름다운 전달이 바로 '노래'가 아닐까.

여고를 졸업하고 이제는 각자의 길로 흩어진 여학생들의 삶이 펼쳐진 이 소설에서도

'노래'가 중요한 키워드이다.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인 엄마를 둔 레이는 사람들을 감동시킬 만큼 노래를 잘 부르지만 정작 자신은 노래를 잘 부르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그저 소망이 있다면 진심으로 노래를 잘 부르고 싶다는 것이다.

대학에서도 성악과를 전공하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을 오히려 두려워한다.

그런 레이와는 다르게 자신의 꿈을 향해 대학보다는 뮤지컬을 하는 극단에 입단해 가수의 길을 가고자 하는 치나츠. 누구보다 레이의 능력을 알아보지만 은근히 질투의 마음도 있다.

 

 

 

 

 

어느 날 레이는 치나츠와 함께 자주가던 카페에서 생일을 맞은 손님을 위해 노래를 부르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두 사람의 노래에 감동을 하고 레이는 용기를 내어 그 카페에서 알바를 시작한다.

사실 돈 보다는 카페에서 마주친 남자에게 더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자신의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주는 일이 행복하기도 해서 카페 사장의 권유로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곤 한다.

 

 

 

 

 

그러던 중 여고 때 반장이었던 히카리로부터 반창회 모임 엽서가 도착한다. 각자 개성을 가지고 있던 아이들이 목소리를 모아 감동적인 합창곡을 선보였던 추억을 지녔던 아이들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변했을까.

 

전작 '기쁨의 노래'를 잇는 이 소설에서는 그 후 각자의 길을 선택했던 여학생들의 모습을 비춘다.

도쿄 태생이고 좋은 대학을 나왔지만 지방의 변두리 기업에 취직한 아야.

그녀에게는 친부모에게 버림받고 양부모에게 입양된 아픔이 있다. 늘 귀에 이어폰을 꽂고 남들의 시선을 피하던 아야는 직장 선배인 나오짱의 눈에 들어온다. 뭔가 비슷한 아픔을 지니고 있을 것만 같던 두 사람은 서로의 아픔을 나누고 함께 치유의 노래를 듣는다. '너도 별이다 모두 모두'.

별 볼일 없는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 우리 모두는 우주에서 각자 빛나는 아름다운 별임을 깨닫는다.

남에게 말할 수는 없지만 묵직한 아픔을 숨기는 사람들 역시 빛나는 별임을 노래를 통해 위안을 받는다.

 

원하던 배역을 따기 위해 오디션에 도전했지만 떨어지고 만 치나츠는 늦은 밤 본가를 찾는다.

우동집 딸인 치나츠는 남동생이 끓여준 우동을 먹고 다시 힘을 내서 새로운 배역에 도전한다.

소심한 레이를 설득해 뮤지컬 배우로 도전하게 하는 치나츠.

스스로는 절대 힘을 내지 못했던 레이는 치나츠의 격려로 노래를 시작한다.

영원히 '끝나지 않을 노래'를.

 

살다보면 우리는 많은 것에서 위안을 발견한다.

책의 한 귀절에서 혹은 노래의 한 귀절에서도.

이 소설은 노래가 주는 기쁨을 그리고 있다. 아픔이나 소심함까지도 치유해주는 노래가 있어 삶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보여준다.

돌이켜보니 내 힘든 삶의 길목에서도 위안의 노래들이 있었다.

때로는 눈물 흘리며 불렀던 수많은 노래들이 내 귓가를 스쳐가는 시간이었다.

좋은 신발은 좋은 곳으로 데려간다는 말처럼 좋은 노래는 내 삶을 더 행복한 곳으로 이끄는 것만 같다.  아름다운 청춘들의 이야기에 귓가에 기분좋은 노래가 들리는 것만 같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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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음속에는 저마다 숲이 있다 - 자연에서 배우는 삶의 지혜 아우름 35
황경택 지음 / 샘터사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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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처럼 내 마음에도 숲이 있다면 내 숲은 황량하고 바스락거리는 낙엽만 가득할 것 같다.

나이가 들어가니 마음이 더 수척해지고 찬바람만 가득한 것 같아 왜 내 숲을 이렇게 내버려두었는지 후회가 밀려온다.

인간도 역시 자연에서 왔고 언젠가는 자연으로 돌아가야 하는 운명이다. 그래서인지 자연의 품에

안기면 고향에 온듯 편안해지곤 한다. 하지만 그 자연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남산밑자락 후암동에 자리를 잡고 살고 있다는 저자는 정말로 나무나 숲과는 인연이 깊은 사람인

모양이다. 아직은 싱그러움이 남아있는 곳에 터를 잡고 살고 있으니 말이다.

 

 

 

 

 

자연은 우리에게 무엇을 억지로 가르쳐들지 않지만 많은 것들을 가르친다는 것을 살다가 문득

깨닫는 순간이 있다. 식물학자나 곤충학자처럼 그것들의 삶에 대해 많은 것을 알지는 못하지만

자연의 섭리에 따라 돌아가는 삶의 순환고리를 보면 분명 어떤 거대한 힘이 존재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인간은 들에 피는 풀을 뽑고 나무를 베어 생명을 없앨 수 있는 힘이 있지만 자연은 우주의 기운을 담아 다시 순환의 섭리를 이루곤 한다. 하지만 지금 자연은 아프다.

 

 

누군가 자신의 팔을 잘라내어도 스스로 옹이를 만들어 치유하는 나무처럼 우리 인간도 이런 치유의 힘이 있음을 믿는다. 그리고 나 역시 대 자연의 거대한 섭리속에 속한 존재임을 깨닫는다.

만물의 영장이라고 우쭐대고 우주를 오가는 힘을 갖게 되었지만 우리는 여전히 자연의 거대한 힘 앞에서 미력한 존재임을 깨닫는 순간들이 너무도 많다.

 

 

휘어지기는 하되 잘 부러지지 않는 나무가 있는가하면 강력해보이지만 막상 잘 부러지는 나무도 있단다.

인간도 이와같아서 지금은 권력과 힘으로 군림하는 듯 하지만 쉽게 부러지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길가에 핀 야생초 하나가 더 강건할 수 있음을 아는 것이 자연을 바라보는 자세가 아닐까.

허물을 벗는 매미에게서 삶의 건강한 힘을 느끼고 애벌레 하나에도 치유의 힘이 존해함을 느낀다는 저자의 시각이 부럽다. 이와같은 사람들은 결코 교만하지 않으면서도 사물의 이치대로 살아가려고 노력할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지금 내마음의 숲이 한 겨울이라면 언젠가 봄이 와서 생명이 돋고 푸른 나무들이 그득할 것임을 희망한다. 언젠가 숨이 다하는 날까지 순환은 계속될 것이므로.

 

자연을 사랑하는 저자의 다정한 말 한마디가 어찌나 위로가 되는지 아끼면서 보게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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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에 기대선 여자 빙허각
곽미경 지음 / 자연경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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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필 자신의 호를 '빙허각'이라고 지었을까.

기댈 빙(?), 빌 허(虛), 각(閣).

'허공에 기대어 선다'라는 뜻을 지닌 빙허각이란 이름을 손수 지은 소녀는 평양감사를

지냈던 이창수의 막내여식 선정이었다.

조선에서 천재로 태어난다는 것은 도 아니면 모의 운명을 타고 난 것이고 그것도 여자로

태어났다는 것은 불행을 짊어지고 살아야 한다는 뜻이었을 정도인데 하필이면 선정은

그같은 운명을 지닌 여성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수없이 불행을 짊어지고 제명대로 살지 못한

숱한 천재녀들과는 달리 선정은 좋은 집안에서 학자인 아버지의 가르침으로 맘껏 학문을

익혔고 조선시대의 거문이었던 서씨 집안의 며느리도 들어가 제 능력을 거진 펼쳤던 행운녀였다.

 

 

 

 

  

별빛을 닮은 눈빛은 아름다웠고 한번 읽은 것은 제것으로 만들었던 선정은 스스로 호를 지어

자신이 삶의 주인이 되어 살아가겠다는 각오를 다진 당찬 소녀였다.

이 소설에서는 바로 위의 자매인 숙정이 가혹한 시집살이에 스스로 목숨을 끓는 장면이 나온다.

조선시대에는 먼저 삶을 마감한 남편을 따라 죽는 것이 미덕이었고 그 것을 가문의 영광이라고

믿는 어리석인 양반들이 득세하던 시절이었다. 그 죽음에 충격을 받은 선정은 스스로의 삶을

개척하겠노라고 마음먹는다.

선정은 마흔 아홉에 얻는 막내딸을 귀히 여겼던 아버지의 보살핌으로 감히 여자의 몸으로 동지사에 끼어 청나라의 연경에 다녀오게 된다. 한창 감수성이 예민할 나이에 세자였던 이산에게 청을 넣어 외국으로 향할만큼 도전적이었던 선정은 그 후 평생 삶의 지표로 삼을 뜻을 얻어오게 된다.

 

 

 

 

소설이 그려진 시대는 영조가 아직은 왕좌에 있었고 손자인 세손 이산은 생명에 위협을 느껴 밤에도 옷을 입은 채 잠이 들곤했던 혼란한 시기였다. 역사책에서는 조선의 가장 부흥한 시기라고 적혀있지만 인간 이산에게는 고통스런 시간이었을 것이다. 선정이 시집을 간 서씨 집안은 이산을 왕좌로 올리는데 크게 기여했고 심지어 세손의 스승이 나올 정도로 명망있는 가문이었다.

감사하게도 여성인 빙허각에게도 학문을 이어가게 도와주고 뜻을 펼칠 수 있게 후원했고 특히 남편 유본은 자신보다 더 능력있는 아내를 존경하고 사랑하는 조선의 남자였다. 다만 금슬좋았던 부부의 불행은 4남 7녀를 두었음에도 모두 죽고 한 명의 아들과 두 명을 딸만을 남긴 것이 한이었다.

정조가 죽고 집안이 몰락하면서 집안의 종이 천주교와 관련된 책을 훔쳐 고발을 하려다 빙허각의 기지로 책을 찾는 장면에서는 그녀의 영민함을 느낄 수 있다. 실제로 이러한 일이 일어났는지는 모르지만 그녀라면 능히 해내고도 남을 일이다.

 

 

 

 

 

기울어가는 집안을 일으키고자 동호(지금의 옥수동이나 금호동근처)에 차를 키우고 팔면서 식솔들을 책임지는 모습에서는 조선여인의 강인함을 지닌 빙허각의 의지가 대단하게 다가온다.

고달픈 삶의 여정중에서도 뜻을 굽히지 않고 조선의 여인들에게 힘을 실어줄 '규합총서'와 '청규박물지','빙허각고략'들을 편찬한다. 그녀의 이런 노력은 남편인 유본과 시동생은 유구에 의해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게 동지이면서 사랑이었던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나자 '절명사'를 짓고 그 뒤를 따르는 빙허각의 의지가 놀랍기만 하다. 아무리 사랑하는 남편을 따르는 일이기로 생명까지 포기하려 했을까.  하긴 그만한 의지가 있었기에 남자 중심의 조선에서 당당한 삶을 꾸렸을 것이다.

 

 

 

 

  

조신한 아낙네의 삶에 만족하지 않고 스스로 세상과 맞서 자신의 삶을 살고자 했던 빙허각에 대한 고증은 많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여류학자로 실학자로 조선에 족적을 남긴 흔적만으로도 대단한 삶을 꾸렸다고 생각한다. 차를 심고 덕어 파는 일을 부끄럽게 생각지 않았던 실리주의자.

하지만 먼저 떠난 남편을 따라 죽음으로 향했던 열정주의자.

다만 애지중지 낳았던 아이들을 먼저 떠나보내는 아픔을 겪어야 했던 불행한 시간들을 견디며

후세에 남길 책을 편찬한 멋진 여성을 만나 뿌듯한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그녀를 현세로 이끌어낸 작가의 애정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어느 것이 맞고 틀리고를 떠나 세상을 떠난 그녀를 불러내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

아마 수많은 고증을 찾아 밤을 새우고 과거의 그녀를 만나 수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세상에 당당하게 그녀를 불러냈다. 그래서 존경스럽다.

윤회에 법칙이 맞다면 빙허각은 지금 어디에선가 당당한 삶을 다시 꾸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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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백년 가게
이인우 지음 / 꼼지락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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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과이 좋아하지 않는 나라 일본이지만 부러운 것이 몇 있다.

다분히 일본풍이 담긴 에니메이션이 좋고 100년이 넘는 노포들이 있는 것이 그렇다.

노포뿐만이 아니라 대를 이어 가업을 잇는 젊은이들이 많다는 점에서도 부러운 건 어쩔 수 없다.

왜 우리나라는 이런 노포가 없고 이런 젊은이들이 없을까 생각중에 서울에도 백년가게가

있다는 제목에 끌릴 수밖에 없다.

 

 

 

 

조선 500년여년의 역사가 일본에 의해 잠식당하지 않았더라면 더 많은 가게들이 지금껏 전해오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개발이라는 전제하에 스러져간 수많은 노포들의 운명을 보면 옛것에 대한 소중함을 몰라봤다는게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서도 소개된 을밀대 냉면은 처음 그 자리에서 이웃 집들을 사들여 넓히는 것으로 잘 살아남았지만 서울 도심 재개발 일환으로 사라질 운명에 처한 '을지면옥'은 많은 사람들의 청원으로 일단 숨을 고르고 있다고 한다. 그 점에서 나는 피맛골의 재개발을 대입시키지 않을 수가 없다.

첫직장을 교보빌딩에 있는 다국적기업에서 시작한 나는 교보빌딩 뒷편에서 시작되는 피맛골 골목을 잊을 수가 없다. 큰길에서는 도무지 보이지 않는 그 골목길에 숨어있던 숱한 노포들.

지금은 재개발된 번듯한 빌딩속에 숨어 들었지만 그 때의 그 맛-반드시 입맛뿐이 아니다-은 느낄 수 없다.

그 경험을 잊지 말고 서울 도심의 고택들을 기어이 부수고 개발을 하겠다는 생각을 다르게 할 수는 없을까.

 

 

 

부모님이 이북에서 오신 분이니 태어나서 줄곧 서울에서 살았더라도 토박이라고 자부할 수는 없지만 소개된 노포들이 있는 길들을 훤히 알고 있는 나조차도 이런 가게들이 있었나 기억을 더듬어본다.

 

 

 

물론 피맛골에 있던 열차집은 기억이 나고 이전을 하고도 한 두번 가본 적이 있고, 학림다방이나

홍익서점등이야 익히 알고 있었지만 청기와 신사복점은 불광동에서 13년을 살았어도 기억이 가물거린다.

도장을 예술의 경지로 이끈 인예랑이나 문방사우의 자존심 구하산방은 인사동과 깊은 인연이 있음에도 가본 기억이 없다. 그러고 보면 나는 서울의 겉만 알았던 것 같다.

 

 

 

 

책이 끝나갈 무렵 만난 '세실극장'을 보니 코끝이 시큰해온다.

첫 직장이 있던 교보빌딩과 세실은 아주 가까운 거리였고 학창시절 연극을 하면서 한 때 '배우'를

꿈꿨던 나는 세실이 놀이터가 되었다. 내가 세실에 드나들던 때는 저자가 아주 자세하게 소개한

'이영윤'씨가 운영을 하고 있던 시기였다. 헝클어진 머리에 청바지를 즐겨입었던 보헤미안 기질이 다분하고 자유분망해 보였던 그였지만 아주 엄격한 편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세실극장에 직원들과도 친해져서 세실은 무시로 드나들던 난 당시 마당놀이로 인기를 얻고 있던 극단이며 배우들과도 친해졌었다.

매점에 있었던 '미스차'는 지금도 가끔 떠오른다. 왜 그녀와 연락이 끊겼는지는 모르겠는데 참 무던했던 그녀가 지금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영민이는. 당시 비서역할과 기사역할을 하던 직원은 내 친구와 결혼을 해서 살았는데 역시 연락이 끊겼다. 몇 번의 고비가 있어 사라진 줄만 알았는데 다시 살아났다니 반갑지 않을 수가 없다. 고즈넉한 성공회교회 뜰안을 다시 걸어보고 싶어진다.

 

다행인 것은 소개된 백년가게들이 대를 이어 서울의 명가가 되리란 것이었다.

전공이 달라도 과감하게 조부나 부친의 유지를 이어 가겠다는 의지가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싶다.

서울시에서 '미래유산'이란 프로젝트로 선정된 가게들이 있어 정말 뿌듯해진다.

재개발에만 목메지 말고 이런 숨은 노포들을 더 발굴하고 지원해서 후손에게 물려주었으면 한다.

'온고지신'이란 고사성어가 이럴 때 딱 어울리는 말이다. 지금은 서울에서 아주 먼곳에 떨어져

살고 있지만 오랫만에 고향소식에 푸근해진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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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나는 그들이 궁금해졌다 - 심리치료, 그 30년 후의 이야기
로버트 U. 아케렛 지음, 이길태 옮김 / 탐나는책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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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순 여섯살의 심리치료사 로버트 아케렛은 어느 날 자신을 찾아왔던 내담자들의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때는 1990년대 초반, 아케렛은 35년 전 자신을 찾아왔던 내담자들중 5명의 연락처를 수소문하여 여행을 시작한다.

자신을 스페인의 백작부인이라고 생각하는 대학생 나오미, 그녀는 성적매력이 넘치는 멋진 여성이었지만 유대인 부모밑에서 엄격하게 성장한데다 그녀의 섹시미를 천박하다고 믿은 부모의 학대를 당해 정신적인 문제가 생겼다. 전생에 스페인백작부인이라고 믿는 나오미는 스페인을 열심히 공부하더니 어느 날 부모를 떠나 멕시코로 향했다. 아케렛의 치료를 받는 동안 그녀는 움츠러있던 자아가 어느 정도 회복은 되었지만 과연 그 후의 삶은 달라졌을까. 아케렛의 치료가 그녀의 운명에 도움을 주었을까.

 

 

 

서커스의 북극곰을 향한 사랑의 열병에 빠졌던 찰스.

자신의 결벽증이 아버지를 죽였다고 믿었던 간호사 메리.

소설을 쓰기 위해 누군가를 끊임없이 사랑해야했던 프랑스인 사샤.

명문대를 졸업하고 잘 나가는 변호사였던 세스, 하지만 마약과 마약매매에 빠져 파탄이 난 사샤.

모두 심각한 문제를 지니고 있었던 이들의 35년 후의 모습이 너무 궁금해졌다.

 

 

 

대학생이었던 찰스는 부유한 집안의 늦둥이로 태어나 귀여움을 받았지만 제대로 된 양육을 받지 못했다.

아버지가 후원하는 대학의 심벌인 곰을 형상화한 북금곰 인형들이 그의 주변을 지켰고 부모들은 모든 사물을 북극곰으로 대비시켜 찰스를 키웠다. 찰스에게 북금곰은 가족이었고 사랑이었다.

결국 서커스단에서 공연을 하던 북극곰 지로에게 사랑을 느끼게 된 찰스는 곰과 성관계를 하기 위해 애쓰다가 공격을 다해 상처를 입기도 한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못하고 지로에게 열중하는 찰스.아케렛은 찰스에 대한 사랑이 비정상이라고 조언하지 않는다. 다만 그런 사랑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각인시킨다. 심지어 목숨을 잃을정도라는 것을.

 

 

 

찰스는 곰에 대한 사랑은 접었지만 다른 방법의 사랑을 찾아냈고 나름 행복한 삶을 살아가려고 노력 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아케렛은 과거 찰스를 그대로 두었다면 그의 삶이 달라졌을지 고민한다.

 

 

 

아버지를 죽였다고 믿었던 메리역시 행복한 삶을 살고 있었다. 나오미 역시 멕시코와 스페인을 거쳐 마이애미에 정착하여 잘 살고 있었다. 그들은 한결같이 아케렛을 은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케렛은 자신에게 자꾸 되묻곤 한다. 자신의 개입이 없었다면.

 

50년대 후반에 시작된 내담자들과의 만남은 몇 년동안 이어졌고 어느 정도 치료가 되었다고 판단된 순간 흩어진 내담자들의 삶이 왜 궁금해졌을까. 이제 생의 마지막을 향하게 된 심리치료사는 자신의 역할의 결말이 궁금해졌던 것 같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문제를 가지고 살아간다.

누군에겐가 말하지 못하고 비밀스럽게 묻어놓고 사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이렇게 상담가나 치료사를 찾아 노력을 하기도 한다. 과연 효과가 있었을까.

 

아케렛을 찾아왔던 5명의 내담자들은 하나같이 과거 어린시절부터의 상처가 있었다.

너무 완벽하고자했던 엄마의 간섭이나 무관심, 혹은 폭력까지. 결국 그런 가학적인 행동들이 자식을 얼마나 병들게 하는지 이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어른이 되지 못하고 스스로를 상처내고 남에게까지 피해를 주는 가엾은 내담자들의 삶을 보면서

심리치료사 아케렛은 많은 개입을 하지 않았다. 언제나 스스로 길을 찾도록 들어주는 것이 최선이었다.

결국은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인간의 생존능력에 대해 경외감을 느낀다.

아마 이 책의 저자나 사례자들은 이미 세상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도 우린 사샤나, 찰스나 메리처럼 문제를 안고 살아간다. 어디에 누구를 찾아가야 치료가 될 것인가.

인간의 경외스런 생존본능에 의하면 우린 스스로 문제를 해결한 열쇠도 갖고 있을 것이다.

사후관리까지 꼼꼼하게 해주는 아케렛같은 심리치료사가 있다면 도움을 받는 것도 좋겠다.

아케렛의 여정은 많은 궁금점들을 해소시켜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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