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노 사피엔스 - 스마트폰이 낳은 신인류
최재붕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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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에 너 있다'라는 대사가 유행인 적이 있었다.

지금 이 시대를 이 대사에 입혀 표현한다면 '내 폰에 온세상이 다 있다'라고 말하고 싶다.

책을 좋아하는 나는 집을 나설 때 항상 책을 가방에 챙겨 다니곤 한다.

버스를 타거나 지하철을 탈 때 이 책을 꺼내 읽는 것을 즐기는데 언젠가 일본 여행을

갔었을 때 많은 일본 사람들이 지하철 안에서 책을 읽고 있어서 내심 부러웠던 기억이

떠오른다. 아마 지금 일본도 우리나라처럼 많은 사람들이 폰을 들여다보고 있을 것이다.

아니 일본뿐이겠는가. 세계 어디든 거의 모든 사람들이 폰을 들여다보는 장면이 등장할 만큼

이제 폰은 지구인들의 필수품이 되었고 그걸 넘어서 '족쇄'가 된 것은 아닐까.

 

 

 

 

책의 표지부터가 참 남다르다. 폰안에 아기의 모습은 바로 신인류의 등장을 표현하고 있다.

스마트폰이 '뇌'이고 '손'인 시대에 이른 바 베이비부머 시대 사람인 나는 혼란을 느낀다.

나 역시 폰이 내 삶 깊숙한 곳을 차지하고 있지만 가능하면 폰보다는 책을 읽고 그 흔한

유투브 영상도 거의 보질 않는다. 압도 당하는 것이 싫기 때문이다.

그런데 때때로 폰을 확인하지 않으면 불안한 증상이 나타난다. 젊은 세대들 보다야 덜 중독이

되긴 했지만 역시 폰을 의지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가 없다.

 

 

 

 

저자는 호모 사피엔스가 인류의 기원이 되었고 인류는 수많은 문명의 파도를 넘어 지금에 이르렀듯

폰에 압도 당하는 지금의 시대를 '포노 사피엔스'로 표현하고 있다.

그것도 그동안 인류가 겪었던 그 어던 문명보다도 거대하고 엄청난 빠르기로 진격해오고 있는

이 '폰'의 힘을 무시했다가는 원시인으로 취급당할 것이라고 단언한다.

 

 

 

오늘 아침 뉴스를 보니 영국의 어느 화려한 거리의 모습이 비치고 그동안 불변의 성황을 누리던

가게들이 문을 닫는다고 보도했다. 심지어 백화점도 포함된 이 폐업속출에는 온라인의 힘이 작용했다고

한다. 유명한 식당까지 타격을 입고 있다니 도대체 눈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그 힘은 무엇일까.

바로 이 힘의 기원이 '포노 사피엔스'의 위력이라니 정말 놀랍기만 하다.

기존의 틀을 깨부수는 어마어마한 파도가 우리 시대에 온지 불과 10년인데 그 변화는 엄청나다.

 

 

 

 

알라딘이나 알리바바의 시작은 아주 미약했었다. 우버는 또 어떻고. 도대체 이 괴물같은 존재들은

어떻게 인류를 잠식하고 있는지 정말 알고 싶어서 꼼꼼하게 읽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괴물들을 즐겁게 받아들이는 '포노 사피엔스'들은 마치 게임을 즐기는 기분으로

이들과 교류한다고 한다. 아하 내가 왜 이들과 친하지 않았는지 알게 되었다. 난 게임을 싫어한다.

저자도 베이비 부머 세대에게 게임은 시간낭비고 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뒤쳐진다는 뜻이겠지.

 

 

 

 

코카콜라나 맥도날드가 더 익숙한 우리 세대의 사람들이 지금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이 책으로

꼭 알았으면 좋겠다. 적어도 '쉰세대'라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말이다.

하지만 힘이 부친다. 그 엄청난 파도를 견딜 힘이 없다. 그래도 타고 넘어야만 한다면 한번

마지막 힘을 짜내서 파도를 타야한다. 세상의 절반도 모른 채 도태되는 것이 싫다면 말이다.

 

이 책은 '포노 사피엔스'의 힘을 아직 실감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경고장을 보낸다.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나처럼 이 책을 읽고 나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적어도 내 아이들에게 앞으로 벌어질 어떤 것들...그리고 그 것에 맞설 힘을 어떻게 비축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알려주려면 꼭 읽어야 할 책이다.

이래서 나이가 들어도 마음을 내려놓을 수가 없다. '포노 사피엔스'는 경로우대증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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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19.4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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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엘리어트는 죽은 땅에서 생명이 움트는 4월을 오히려 '잔인한 달'이라고 노래했습니다.

희망의 4월을 왜 역설적으로 잔인하다고 표현했는지 시인의 속마음이 궁금해지네요.

암튼 그 잔인한 4월이 오고 있습니다.

엘리어트가 살았던 영국은 우리나라보다 봄이 다소 늦게 오는 모양입니다. 제가 사는 섬은

어느새 수선화가 피고 유채꽃도 흐드러지고 이름모를 꽃들이 방실방실 노래중입니다.

 

 

 

어려서는 봄을 좋아했는데 언제부터인지 봄보다는 가을이 좋아졌습니다.

일단 봄은 황사가 심하고 나이가 들수록 봄바람이 겨울바람보다 속으로 파고 들어 더 춥다는

사실을 알게되고 나서부터입니다.

그래도 봄은 나를 버리고 떠난 님이 다시 돌아온 것처럼 반갑고 설렙니다.

 

 

 

예수정이란 배우는 얼굴이 아주 익숙하고 연기를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예전 전원일기에 할머니로 나오셨던 정애란씨의 따님이셨네요. 언니도 연기자이고 형부가 한진희씨라는 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이분 꾸밈없이 솔직한 연기를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유전적으로 연기에 대한 재능이 숨어있었군요.

엄마의 성을 이어 '예수정'으로 활동할만큼 엄마에 대한 애정이 대단한 배우였습니다.

앞으로 그녀가 나오는 작품은 더욱 눈여겨보게 될 것 같네요.

 

 

 

제가 사는 전남쪽은 꼬막이 아주 유명합니다. 저야 기껏 삶아서 먹는 정도인데 여기 할머니의 부엌수업에 기가막힌 꼬막요리 레시피가 올라왔습니다. 그래도 할머니의 손맛만큼이야 나겠습니까마는 한번 도전해볼랍니다.

꼬막요리보다 할머니만 만들 수 있다는 손맛고추장이 더 궁금합니다. 파는 것 같으면 주문하겠습니다만.

 

30년 동안 주부로만 있다가 다시 직장생활을 하는 아내를 응원하는 남편의 글도 감동스럽고

오랜 군생활을 접고 이제는 목욕봉사를 하는 은퇴자의 이야기도 아름답습니다.

49년이라는 긴 시간을 견딘 '샘터'의 생일도 축하드리고 싶습니다.

탄생되던 해 그렇게 많은 일들이 있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네요. 59년, 69년까지는 축하 인사 드릴

자신이 있는데 100년 축하인사는 어렵겠지요? 그래도 오래 오래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샘터가 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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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다루기 수업 - 혜안 스님의 삶을 바꾸는 명상 이야기
혜안 지음 / 싱긋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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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안'이라는 단어의 뜻을 보면 '모든 현상을 꿰뚫어 보는 눈'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흔히 '혜안'이 밝다는 표현을 하는데 오랜기간 공부하고 수행해서 얻어지는 진리의 눈이

밝아진다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의 저자인 혜안스님의 법명이 이런 뜻이 담긴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글을 찬찬히 읽다보니 내가 아는 그 단어의 뜻을 가진 스님이란 생각이 든다.

'열 길 물속을 알아도 한 길 사람속은 모른다'라는 속담은 마음 한 자락의 깊이가 얼마나

심오하고 계산하기 어려운 존재인지를 말해준다.

이 책은 바로 이 '마음'이란 존재를 어떻게 다스려야 할지를 알려주는 책이다.

 

 

 

우주 어디엔가 있다는 블랙홀처럼 '마음'이란 존재는 그 깊이와 속을 알 수 없다.

그 속에 담긴 희노애락의 크기가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어서 비울 생각조차 먹지 않았던 것 같다.

쓰레기통에 담긴 오래된 쓰레기를 버리고 나면 얼마나 개운한지 알면서 마음 비우기는 결코

쉽지 않다고 단정하고 온갖 것을을 쌓아 놓고만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

 

 

 

오늘도 나는 책상 앞 다이어리를 보면서 스케줄을 체크하고 어느 순서로 무슨 일을 할지를

고민한다. 들어올 수입과 나갈 지출액도 맞춰야 하고 늦지 않게 처리해야 할 일들로 머리속이

그득한 것만 같다. 내가 감당해야 할 용량은 어느만큼인지도 모른 채 그저 살다가는 그 순간까지

이런 번잡함과 긴장감을 전혀 놓지 못할 것만 같다. 현대인들 상당수가 나와 같지 않을까.

오래전 농사를 짓거나 가축을 키우는 일로 생계를 이어갔던 사람들은 그 날의 날씨와 먹을거리만

걱정하면 되었을지도 모를만큼 지금보다 확실히 삶이 단조로왔을 것이다.

지금은 모든 것이 빠르고 넘쳐서 미처 따라가기 벅착만큼 혼란스럽다.

이런 시대에 나만 뒤처질 수도 없으니 메모를 해가면서 쫒아가느라 하루가 버겁다.

 

 

 

책장을 넘기다보니 마치 산사에 와 있는 듯 고요함이 밀려든다.

스님이 들었다는 새소리도 들리는 것 같고 해보지는 못했지만 명상이 가져다주는 평화를 맛보는

것만 같아 행복해졌다. 언제 기회가 된다면 스님이 머무시는 선원을 찾아 명상에 빠져보고 싶다는 생각이다.

풍요로운데 가난하고 넘치는데 모자라고 편한데 불안한 이 시대에 정말 '마음 다루기' 수업이

필요하다고 믿는다. 진정한 지혜라면 마음을 가볍고 평화롭게 한다는 말씀이 이토록 와 닿을 수가 없다. 지식은 넘치지만 지혜는 어렵다.

 

 

 

하루 단 5분만이라도 명상으로 마음을 정리하자는 스님의 말씀을 듣다보니 부처님이 전하시는

자애의 이로움이 얼마나 우리에게 필요한지 알게 된다.

편안하게 잠이 들어본 적이 언제인지, 그리고 사람들을 경계하지 않고 진심으로 받아들여본 적이

언제인지 기억에 나지 않는다. 언제든 누구에게나 닥칠 죽음의 순간이 어떤 모습일지도 자신이

없다.

 

'지금 이 순간이 최선'이라는 말씀처럼 과거나 미래에 연연하지 말고 지금 만족하고 즐기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것이 바로 행복의 길에 이르는 최고의 길임을 명심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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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양 샘터어린이문고 54
다이애나 킴튼 지음, 홍선주 그림, 이재원 옮김 / 샘터사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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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하하 그동안 내가 상상하던 외계인이 '초록양'이라니 너무 귀엽지 않은가요?

물론 지구 정찰병으로 오기위해 위장을 했다고 하는데 하필이면 하얀양도 아니고 초록양?

아하 초록풀밭에 어울리는 색을 선택한 것일까요? 정말 제목만으로도 궁금해집니다.

 

 

아빠와 주말에 카프렐 고지대의 독수리 둥지 사진을 찍으러 가기로 한 날, 갑자기 회사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고 나가느라 약속을 깨버린 아빠!

톰은 너무 실망하여 자신만의 아지트로 숨어버리는데요. 그 때 짜잔하고 나타난 초록양!

외계인 양이라니 그것도 초록색 옷을 입고 나타나면 더 눈에 더 띌 것이라는 걸 모르다니 말이죠.

인정많은 톰은 초록양이 다시 우주선으로 돌아갈 때까지 숨겨주기로 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 초록양이 잠이 들 때마다 복제된다는 사실!

 

 

한 마리가 두 마리가 되고 다시 네 마리가 되고 그 네 마리가 잠들면 다시 여덟마리가 된다구요?

만약 우주선을 타고 자기나라로 돌아가지 못하고 계속 잠을 잔다면 지구는 온통 초록양으로

뒤덮이고 말텐데...정말 걱정입니다.

 

 

 

바로 그 순간 외계인의 칩입을 눈치 챈 수상한 헬리콥터와 사람들이 나타납니다.

그 중에 바로 톰의 아빠가 있었습니다. 그럼 아빠는 나라를 위해 일하느라 톰과의 약속도 깼나봅니다.

톰은 과연 초록양이 다시 우주선에 탈 때까지 숨겨줄 수 있을까요?

요 귀여운 초록양은 자꾸 늘어나서 이제 숨겨줄 장소가 비좁아지는데 말이죠.

 

 

 

톰과 마을사람들이 즐겨보는 TV드라마를 외계인들도 꼭 챙겨보고 있다니 참 지구 친화적인

외계인들입니다. 그 드라마 촬영현장을 이용해 탈출계획을 짜는 톰과 초록양들!

아이들 동화라는데 책을 펴는 순간부터 책을 내려놓을 수가 없을 정도로 다음 장면이 궁금해지고

몰입됩니다. 요 귀여운 초록양이 자꾸 많아지면 어쩌지요. 들키면 어디론가 끌려가서 죽을지도

모르는데요. 너무 걱정스러워서 자꾸 책장을 넘기게 됩니다.

  

 

우주 최강 귀엽고 웃긴 SF 동화, 정말 재미있고 기발한 내용입니다.

아이들에게 읽어주다 엄마가 더 박장대소하게 되는 초록양의 지구 탈출기 강력 추천합니다.

그나저나 자꾸 복제되는 저 많은 양들을 태울만큼 우주선이 커야할텐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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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별자리는 무엇인가요 - a love letter to my city, my soul, my base
유현준 지음 / 와이즈베리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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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유현준을 알게 된 것은 '알쓸신잡'이었다. 차분하면서도 인문학자같은 품위가

느껴지는 그가 지은 건축들은 어떨지 궁금해지기 시작했었다.

이 책이 내집에 들어오는 순간 잠시 '유현준'이란 사람이 혹시 천문학자였던가?

그 프로그램에 천문학자가 출현한 것도 같아서 잠깐 기억을 더듬어야 했다.

그리고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야 왜 이 제목의 책이 나왔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동양학에서는 태어난 일시를 사주로 삼아 운명을 점치지만 서양에서는 별자리로

운세를 가늠한다. 내 탄생일에 맞춘 별자리로 운세를 점쳐보리라는 예견은 결국 틀렸지만

내가 그동안 눈길로 발길로 머물던 공간들에 선을 그으면 어떤 모습일지 그려보게 되었다.

 

저자 자신의 말처럼 격동의 베이비붐 시대를 참 무사히 지나온 것만 같은 그의 족적들이 일단

부러웠다. 구의동의 첫집부터 강남의 아파트를 걸쳐 대학때 친구들의 아지터였다는 이층 주택까지 적어도 그가 삭월세집을 전전한다든가 많은 형제들틈에 끼여서 등록금이 밀린 기억은 없어서이다.

학교 선생님이었던 엄마와 기자였던 아버지의 자식으로 태어났으니 출발이 좋았다.

어려서부터 홀로 있는 것을 좋아하고 조용한 곳을 찾아다녔다는 것을 보면 지금의 건축가가 아주

딱 자신의 운명인 것 같다. 더구나 이렇게 공간에 대한 에세이를 쓸 정도의 글솜씨가 있으니 축복

하나가 추가되기도 했다. 그래도 자신의 길을 잘 찾아서 이제 누군가의 집을 지어주는 사람이 되었으니 적어도 이 세상을 떠난 후에라도 자신의 별자리는 여러곳에 남길 수 있으니 어찌 부럽지 않겠는가.

 

 

 

 

내가 여러번 글에서도 말했듯이 '다른 나라의 도시에서 한달살아보기'는 내 소망이다.

그저 눈으로 훑고 지나가는 관광객이 아니라 현지인처럼 살아보는 것.

그래야 그 나라가 그 나라의 사람이 제대로 보일 것만 같아서이다. 건축을 공부하면서

여러나라의 공간들을 돌아봤을텐데 건축학도로서 내 소망과 같은 의견을 가졌다니 공간을

보는 감각에 '사람'이 담겨있어서 더욱 믿음직 스럽다.

 

 

 

내가 사는 섬에서 가장 높은 곳은 불탄봉이다. 처음 섬에 들어와 가장 먼저 올라간 곳이었는데

등산을 싫어하는 나도 막상 정상에 오르니 감탄이 절로 흘러 나왔다. 내려다보는 즐거움과

차오르는 뿌듯함이 인간의 권력과 상관이 있다니 공간의 위치에 따라 인간의 마음이 얼마나

달라지는지 깨닫게 된다.

 

 

 

겉에서 보니 그 사람 참 편하게 살았구나 싶겠지만 나름 고민과 상처가 없었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다만 하느님은 알아서 쓰임새 있는 곳에 인간을 배치하는 힘이 대단하셔서 이렇게 공간에 대해

사람에 대해 깊은 눈과 마음을 가진 사람에게 집을 짓게 하다니 감사한 일이다.

그저 뚝딱뚝딱 짓기만 하면 시세가 팍팍오르는 그런 건물이 아니라 자연과 공존하고 그 안에 있는 사람의 인생이 행복해지는 그런 건축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적어도 건축가 유현준은 내가 많이 좋아하는 남산순환도로와 두무개길의 멋짐을 알고 덕수궁 옆길의 고즈넉함과 건물숲속에 숨은 남대문 교회의 창연함을 발견하는 눈이 있으니 자신이 지은 건축들도 그렇게 남기려고 노력할 것임을 믿는다. 그런 의지가 보인다.

그가 세상에 남길 수많은 별자리들이 오랜 세월이 지나 역사가 되고 그 안에 담긴 사람들이 그를

기억할 수 있는 그런 멋진 집들을 많이 지었으면 좋겠다. 누군가는 사람들이 별이라고 했다.

집도 공간도 별이 될 수 있음을 깨닫는 시간이었다. 내가 남길 별자리가 어떤 모습일지 상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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