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 2019.9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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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9월이란 숫자만 봐도 조금 시원해지는 느낌입니다. 작년보다는 덜하다고 하는데 올해도

여전히 이렇게 덥네요. 말복과 입춘이 지났는데도 말이죠.

한 달 먼저 제 손에 도착한 샘터 9월호처럼 가을이 얼른 와주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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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결실의 계절이 온 것은 아닌데 이번호는 유독 실한 열매들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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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을 하루 앞둔 오늘 유독 이 꼭지의 사람이 그립고 안타깝게 다가옵니다.

하필이면 히로시마에 원자탄이 떨어지던 날 조선의 이우 왕자는 그곳에서 사망하고 맙니다.

일본은 조선의 왕족들을 교육이란 명분으로 일본으로 끌고가서 유배생활같은 삶을 살면서도

조선의 독립을 위해 남몰래 노력을 하던 중이었습니다. 조선의 왕족들중 드물게 잘 생겨

더 맘에 들어온 이우는 그토록 갈망하던 독립을 눈앞에 두고 일본을 멸하기 위해 떨어뜨린

폭탄에 삶을 마감하고 맙니다. 그의 일대기를 그린 소설을 언젠가 읽었던 나로서는 서른을 갓

넘긴 젊은 왕족의 죽음이 서글펐습니다. 74년 전 그 날로 돌아가 그의 삶을 붙잡고 독립의 그 날을 보여주고픈 열망에 시달립니다. '역사타임캡슐'에 실린 그의 기사가 더 와닿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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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이란을 여행한 젊은이들이 페르시아 시절 거상의 집을 방문하는 장면을 보았습니다.

그 사막 땅에 세워진 너무도 아름다운 집은 지표보다 낮게 지어진데다 희한한 바람구멍을 만들어

시원한 에어컨같은 기능을 하고 있었습니다. 예전 사람들의 과학적인 사고에 탄복했는데 인간의

지능보다 훨씬 낮을 것 같은 개미들이 지은 집을 보니 이런 과학이 있나 싶습니다.

비가 올 것을 미리 알아내는 재능부터 비나 뜨거운 열기를 피해줄 과학적인 아지트를 짓는 본능이라니.

실제 어떤 건축가는 이 개미집의 과학적 기능을 이용하여 집을 지었다고 하는데 에너지 비용이 엄청 절약되었다고 하네요. 한낱 미물같은 개미에게도 배울 점이 있어서 또 고개가 숙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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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를 즐겨보지만 웹드라마는 거의 본 적이 없어 사실 '이 남자가 사는 법'에 등장한 배우 김형석은 처음인데요. 배우가 되기 위해 무명의 시간들을 견디다가 사고마저 나는 바람에 오랫동안 힘든 시간을 보낸 멋진 배우더군요. 내 아들도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하고 있어서 인지 남의 일 같지 않았습니다.            

최근에 연극으로 연기력을 다지고 있다니 아들내미를 보는 마음으로 응원을 마구 보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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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부엌수업'은 맛있는 요리의 레시피보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우뚝 선 할머니들의 이야기가 더 맛깔납니다. 할머니들의 요리는 자식들에게 보내는 사랑과 미안함의 메시지들이 들어있습니다.            

가난한 시절 못 먹인 미안함에 지금도 다섯 딸에게 밑반찬을 바리바리 싸서 보낸다는 할머니의 마음에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그게 엄마 마음이지요. 자식이 회갑이어도 여전히 어린 자식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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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제는 종이보다 스마트폰으로 더 많이 만나게 되는 책들과 거리를 두고 종이를 고집하는

'종이잡지클럽'이 마포구 합정역 근처에 생겼다고 해서 반가웠습니다.

종이로 만나는 책의 질감을 어찌 이길 수 있을까요. 암튼 내가 서울에 있었다면 당연히 찾아갈 멋진 공간입니다. 아마 내가 애정하는 이 '샘터'도 그 곳에서 맑은 물을 퐁퐁 내뿜고 있지 않을까요.            

이 달에 특집은 '나를 바꾼 좋은 습관'입니다. 나를 바꾼 좋은 습관? 글쎄요. 책을 읽고 가끔 산책을 하는 정도의 습관 정도인데 다른 분들에게 어떤 습관들이 있는지 들어보는 것도 즐겁습니다.            

유독 9월호는 오래 붙들고 있게 됩니다. 좋은 기사가 많고 생각할 거리들을 많이 주네요.

내달 10월호를 손에 쥘 무렵에는 더위가 물러가고 시원해졌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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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하는 뇌 - 뇌과학자와 예술가가 함께 밝혀낸 인간 창의성의 비밀
데이비드 이글먼.앤서니 브란트 지음, 엄성수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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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지금 이 시간까지 진화하는데에는 수많은 뇌과학의 결과였다.

저자도 수차례 언급한 것 처럼 인류와 함께 해온 어떤 종(種)도 지금의 인류가 누리는 문명을

가지지 못했다. 원인은 바로 인간의 뇌와 다르기 때문이다.

뇌과학자인 저자 데이비드 이글먼과 그의 동료이며 작곡가인 앤서니 브란트는 인류가 진화해온

시간속에 존재했던 수많은 뇌과학의 흔적들을 과학적이면서도 예술적인 측면까지 열거해놓았다.

 

 

 

그중에서도 특히 내가 관심있게 보게 된 꼭지는 휘기, 쪼개기, 섞기등의 놀라운 뇌과학에 대한 예였다. 인간의 뇌는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이런 여러가지 능력을 발휘하고 결국 인류를 지금의 번영의 시간까지 이끈 것이다.

 

 

 

 

인간의 뇌는 자연스럽게 더 편리하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적응하는 것이다. 바로 이런 점이 어떤 종들도 해내지 못하는 영역이고 인간은 만물의 영장임을 입증한 셈이다.

 

 

 

물론 이 과정들은 어느 날 갑자기 선물처럼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라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패와 훈련을 통해 진화해왔고 결국 살아남은 많은 것들은 인간의 번영에 기여했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스티븐 호킹은 인류가 멸망한다면 그건 AI때문일 것이라고 예언했다.

그 AI조차도 인간의 발명품이다. 문제는 그 AI가 인간의 미묘한 뇌과학을 뛰어넘을 수 있는가다.

수많은 영화에서 보여주었듯이 인간의 뇌를 뛰어넘는 지능을 지닌 AI의 출연이 불가능하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어쩌면 인류는 더 이상 진화한 AI를 발명해서는 안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분명 인간의 멈출 수

없는 욕망은 절대 멈추지 않을 것 같다.

 

저자는 수많은 발명품과 예술품, 음악과 미술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뇌과학이 어떤 분야에서 어떻게 창조적으로 발전시켰는지 흥미롭게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 창의적인 작업을 이루기 위해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해야하는지를 제시한다.

과거 우리가 그래왔던 것처럼 미래의 인간들은 어떤 진화와 발전을 얻을 것인가.

무한한 뇌의 능력이 보여줄 미래가 희망과 행복이 가득찬 것이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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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 - 사막의 망자들 잭 매커보이 시리즈
마이클 코넬리 지음, 이창식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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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인터넷에 들어오기까지는 여러방식의 통로를 경유해야 한다.

단순히 검색만 하는 것이 아니고 자신의 블로그나 카페를 들어오기 위해서는 자신의 정보로 가입을

해야하고 들어올 때마다 비밀번호로 담을 넘어야 한다. 하지만 지능적인 해커들은 이런 여러가지의

담을 너무 쉽게 허물고 다른 사람들의 정보를 훔쳐간다.

웨슬리 커버는 MIT를 졸업한 수재였고 자신의 재능을 제대로 쓸 수도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 그는 많은 회사들의 홈페이지를 관리하고 그들의 정보를 관리해주는 '웨스턴 데이터 컨설턴트'에 근무하는 전문가였다. 데이터속에 흘러다니는 수많은 정보를 관리해주고 혹시라도 정보를 채가는 도둑들을 막는 역할이었다. 물론 커버는 전문가답게 그 일을 훌륭하게 수행하고 있었고 불행하게도 자신의 악을 위해 서슴없이 이용하는 악마이기도 했다.

 

 

 

10여 년 전 '시인'이란 사건을 소설로 써서 베스트셀러 작가로서 큰 각광을 받기도 했던 LA 타임스 기자 잭 매커보이는 해고통지를 받는다. 이제 겨우 2주후면 자신의 짐을 싸서 소설 인세로 마련한 집에서 소설이나 써야하는 한심한 처지가 된 것이다. 특별히 못한 일도 없었지만 퇴색해가는 신문사들은 마지막 몸부림으로 해고의 칼을 휘두르고 있는 것이다. 잭은 자신의 후임으로 선정된 앳된 여기자 안젤라 쿡에게 자신이 맡았던 일들을 넘기는 마지막 미션만 수행하면 된다.

그 순간 걸려온 어느 여인의 전화가 아니었다면 잭의 기자생활을 그렇게 막을 내릴터였다.

 

 

 

여인은 자신의 아들이 차 트렁크에서 발견된 여자시체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데도 잭이 확인도 없이 기사를 내보냈다고 분개하고 있었다. 늘 이런 일은 있었다. 하지만 이 트렁크사건이 연쇄살인의 시작임이 서서히 드러나고 잭은 FBI요원이면서 한 때 사랑을 나누었던 레이첼과 함께 사건을 쫓기 시작한다.

그 와중에 트렁크사건을 쫓던 애송이 후임기자 안젤라가 잭에게 검색에서 찾아낸 정보를 넘겨주고 잭의 집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잭 역시 트렁크사건을 취재하기 위해 라스베가스로 갔다가 죽음의 고비를 맞는다. 다행히 레이첼의 등장으로 죽음을 면한 잭은 안젤라의 시체가 발견되자 충격에 빠진다.

 

 

 

 

트렁크사건과 유사한 사건을 찾아낸 안젤라를 죽이고 잭과 레이첼까지 죽이려고 하는 범인은 누구일까.

잭은 그 연쇄살인의 뒤에 모든 데이터를 들여다보고 조작하는 해커가 있음을 직감한다.

그의 이름이 바로 허수아비!

 

 

 

잭이 쫓는 범인은 이미 책의 머리에서 밝히고 있다. 잭과 레이첼은 아직 허수아비의 진짜 정체를

모르지만 허수아비는 자신을 쫓는 두 사람을 알고 있다. 시시각각 두 사람에게 죽음의 그림자가

뒤따르고 읽는 나는 머리카락이 곤두서는 것 같은 아찔함을 느껴야 했다.

실제로 두 사람은 죽음의 직전까지 가야만 했다. 잭은 범인이 어쩌면 하나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것까지 짐작하지만 진짜 범인의 정체를 너무 늦게 알고 만다.

 

 

 

독자들은 범인을 쫓는 잭과 자신을 쫓는 잭을 손바닥위에 올려놓고 즐기는 연쇄살인마의 대결을

지켜보면서 애를 태워야한다. 그러다보면 잠시 폭염을 잊을 수 있고 서서히 다가오는 대단원의 막을 향해 책장을 넘기는 속도를 더할 수밖에 없다.

이미 한놈은 해치웠는데 도대체 한놈을 어떻게 찾을건데...그 놈이 남긴 마지막 메시지를 어떻게 해석할건데.  잭의 추리에 속이 탄다. 그가 너무 늦을까봐.

 

말복을 넘겼는데도 열대야가 기승인 오늘 잠시 더위를 잊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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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읽다 과학이슈 11 Season 8 과학이슈 11 8
임종덕 외 지음 / 동아엠앤비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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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줄 알았으면 학교 다닐 때 과학 공부좀 제대로 해둘껄.

대한민국 대표 과학전문기자와 저술가가 선정했다는 이 책은 사실 조금 어려웠다.

아니 조금만 어려운게 아니라 많이 어려웠다. 하지만 과거 공룡의 시간부터 미래 수소경제의 시대를 들여다보는 시간들은 의외로 즐거웠다. 뭐 딱히 과학적인 지식이 많지 않아도 즐길 거리들이 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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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지진의 원인이 지열발전 때문이었다는데 지구 깊숙한 곳에 숨어있는 열기를 끌어내는 기술이 미래 에너지원이 분명하긴 한데 지진이라는 복병이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은 꽤 위험해보인다.            

지열로 덮혀진 물이 에너지가 되는 것인데 물을 넣으면 지표에 균열이 생겨 지진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욕심이 나는 이 지열발전 에너지를 안전하게 이끌어내는 것이 과학자들이 할일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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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황우석박사의 줄기세포사건이후 우리나라에서는 이 연구가 거의 진행되지 못하는 것 같은데 이 유전자 편집기술은 다른 나라에서는 활발하게 진행되어오고 있다고 한다.            

유전자를 변형시킨 아기가 태어나는 문제는 좀 생각해볼 문제다. 이 연구의 처음 목적은 질병의 치유였다고 하는데 아예 생명이 잉태되는 순간부터 어떤 질병은 침범하지 못하게 유전자 가위로 유전자를 교정한다고 하니 이것은 인류의 진화일까 재앙일까. 난 재앙이라고 생각한다. 자연을 거스르는 일은 분명 미래에 재앙으로 작용할 것이라 확신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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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인류의 평생 해충인 모기를 자살유전자를 가진 모기로 박멸하겠다는 계획에는 환호한다.

아마 이 기술은 앞으로 인류의 식량이나 질병등 많은 분야에서 발전할 것으로 본다.

문제는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재앙을 부르지 않는 선을 어떻게 이어가는지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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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율표하면 괴로웠던 화학시간이 떠오른다. 이 주기율표가 탄생한지 150년이 되었다니 멘델레예프의 안목에 탄복하게 된다. 이 표를 꿈에서 보고 만들었다는 일화는 재미있기도 하다.            

인간의 간절한 바람은 꿈을 빌어서라도 해답을 찾게 되는 모양이다. 아마 그의 간절한 기도가 통한 것이겠지.

루게릭 이라는 참혹한 병에 시달리면서도 위대한 업적을 남기고 타계한 스티븐 호킹의 예언이 떠오른다.

만약 인류가 멸망한다면 그건 AI 일거라는 그의 예언은 과학의 미래가 어떻게 쓰여야하는지에 대한 해답이 될지도 모른다.

어려웠지만 인류의 미래를 예측해볼 수 있는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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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거 총을 든 할머니
브누아 필리퐁 지음, 장소미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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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을 읽는 동안 난 무던히도 버텼다. 하지만 결국 스톡홀름 증후군의 덫에 걸려들고 말았다.

연쇄살인범을 사랑하게 되다니 이건 정말 예감하지 못했던 난감함이었다.

102세라는 나이까지 살아온 사람이라면 신(神) 다음으로 믿어도 될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한세기를 넘어 버텨온 지혜와 경험의 축척치로만 보면 그렇다는 얘기다.

하지만 일곱 구의 해골과 8마리의 동물뼈가 발견된 지하실이 있는 집에서 백 년을 넘게 살아온

할머니를 찬양해야 하다니 이건 정말 불공평한 전개가 아니던가.

 

 

 

 

사건의 시작은 무자비한 폭력꾼 남편에게 고통당하던 여인과 불륜남의 도주로부터 시작된다.

사랑하는 연인의 남편을 죽이고 도주를 하던 남녀는 우연히 102세 할머니 베르트의 집으로 찾아든다.

도주를 위해 차를 훔치려던 연인을 발견한 베르트는 그들을 집안에 들이고 음식을 먹이더니 심지어 도주자금까지 지원한다. 아니 그럼 공범이 되는데...

자신의 허름한 차로는 멀리 도망가기 어렵다는 베르트의 말에 힘입어 두 연인은 옆집의 차를 훔쳐 달아나고 만다. 차를 도둑맞은 옆집의 드 고르는 총 세발을 맞고 쓰러졌다.

결국 경찰이 출동하게 되고 루거총을 들었던 베르트는 체포되고 만다.

 

 

 

 

1914년 태어난 베르트는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마저 집을 떠나자 할머니 나나의 손에 자란다.

한창 전쟁통이었던 프랑스의 경제상황은 엉망이었고 나나는 베르트와 먹고 살기 위해 독주를 빚는다.

지하실에서 만든 독주는 꽤 인기가 있었고 생계에 도움이 되었다.

베르트는 나나로부터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하는지를 배운다.

'너 자신한테 얘기하라고! 네 얘길 들어.....'

베르트는 눈부신 꽃처럼 피었고 성적인 호기심으로 일찌감치 처녀성을 버리고 성에 대한 열망에 들뜬다.

하지만 아버지의 부재는 남자를 보는 눈을 흐리게 했던지 첫 결혼은 무려 자신보다 스물 몇 살이나 더 나이 먹은 잡화상 주인 뤼시엥이었다. 섹시한 베르트에게 반해 청혼했고 결혼했지만 자신보다 성에 더 눈을 떠버린 베르트의 몸가짐에 실망하고 폭력남편이 되고 만다. 그래서 베르트는 칼로 그를 찔렀다.

그게 첫 번째 살인이었고 뒤에 이어진 살인들은 조금 더 쉬웠다. 프랑스를 점령한 나치놈이 그녀를 겁간하기 위해 바지를 내렸지만 삽으로 놈을 내리쳐 죽이고 얻은 루거총이 칼을 대신했기 때문이다.

 

 

 

이어진 두번 째 세 번째 결혼도 비극으로 막을 내린다. 죽어야 마땅할 놈들이긴 했다.

이탈리아 요리사였던 남편과는 아이를 갖기 위해 노력했지만 허사였고 남편은 다른 여자를 임신시켰다.

사랑대신 댄스로 열정을 불태우던 시절 만났던 남편은 고추가 너무 적은데다 그 열등감을 폭력으로 폭발시켰다. 나쁜 놈들. 그 와중에 베르트는 전쟁중에 프랑스에 주둔하게된 미국인 흑인 병사 루터를 만나게 되고 사랑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루터는 유부남인데다 곧 미국으로 떠나게 된다.

베르트에게는 평생 단 한 번의 진정한 사랑이었고 평생 그리움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그 외에 그녀가 선택했던 남자들은 다 쫄보에다 양아치에 가까웠다. 베르트는 생명을 주지는 못했지만 죽음을 주는 데는 뛰어난 여자였다. 그래서 죽음을 맘껏 흩뿌렸다.

 

 

 

 

다섯 번의 결혼과 죽임 그 사이에 세금을 징수하러온 사내가 끼어들긴 했다. 그렇게 그녀의 지하실엔 7명의 남자가 묻혔고 남자들이 남긴 유산으로 베르트는 그럭저럭 잘 지낸다. 우연히 접한 책을 통해 영감을 얻었고 여자도 존중받아야 하는 존재라고 인식하게 된다.

 

처음엔 옆집남자에게 총을 쏘고 살인자들의 도주를 도운 혐의로 경찰서에 온 베르트를 수사하던

벤투라는 점점 베르트에게 빠져드는 걸 느끼게 된다. 이제 곧 그녀를 법정에 세워야 하는데

그녀가 털어놓은 삶의 궤적들을 보면서 속으로 감탄을 하게 된 것이다.

벤투라도 나처럼 '스톡홀름 증후군'에 걸려든 것이다. 아무렴 그렇지 않고는 베기지 못한다니까.

 

베르트는 자신을 사랑해줄 남자가 필요했던 것 뿐이었다. 자신보다 성적으로 더 유능하다는 이유로, 적은 고추로는 그녀를 만족시켜줄 수 없어 폭력으로 대신했던 놈, 생활력이 강하니까 빈둥거려도 된다고

믿는 허접한 화가남편 놈, 다른 년을 임신시킨 걸레같은 놈들을 그저 그녀 방식대로 정리했던 것 뿐이다.

그런 그녀에게 오랜 시간이 지나 그렇게 사랑했던 루터가 찾아온다.

그 후 몇 년은 베르트에게 행복한 시간이었다. 마을에 찌질이 세 놈이 루터를 해치우기 전까지.

루터는 이 세상 유일하게 그녀를 제대로 사랑한 남자였다. 사랑은 그렇게 하는 거다.

 

꼬부라진 102세의 할머니 입에서 나오는 지난 시간들에 대한 고백들은 무서웠다가 통쾌했다가 그리고 슬펐다. 하지만 그녀가 숨긴 살인이 또 있다고?

 

폭염이 머리를 어지럽히는 와중에도 나는 집중해서 베르트의 얘기를 들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책 속에 그녀를 불러내서 꼭 안아주고 싶었다.

우리에게 그 슬프고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들려주기 위해 한 세기를 넘어 버티고 있던 집념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나는 베르트에게 돌을 던졌던 수많은 인간들에게 외치고 싶었다.

'두 가지만 기억해, 베르트를 위협하지 말것. 그리고 존중할 것.'

안녕 베르트! 루터와 함께 그 곳에선 외롭지 않기를. 그렇게 열망하던 뜨거운 밤들이 계속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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