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20년 - 엄마의 세계가 클수록 아이의 세상이 커진다
오소희 지음 / 수오서재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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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엄마로 살아간다는 것은 마치 마라톤을 완주해야하는 선수처럼

비장한 각오가 필요하다. 밥 해먹이는 가정주부에서 시댁이며 친정에 적절한 효도도

해야하고 수많은 정보를 취득하여 아이에게 적절한 교육을 코디해야하는 능력까지

발휘해야하는 전천후 전사가 되어야 한다.

 

                            

 

 

어려서는 딸로 태어났다고 서운함을 견뎌야했고 교육은 남자하고 똑같이 받아도 사회에서는

승진부터 월급까지 불이익을 받았던 기억들. 그리고 사랑과 결혼으로 드디어 차별이 끝났나

싶었는데 엄마가 되는 순간 다시 운동화끈을 조이면서 완벽한 양육에 뛰어들게 된다.

'20년 동안 뜨겁게 사랑하고 20년 후 쿨하게 독립하라'는 저자의 구호는 집착의 대한민국

엄마에게 던지는 화두이다.

 

 

 

 

 

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는 말은 아이를 키우는 일에도 적용된다.

나는 비교적 쿨하게 아이를 키웠다고 생각했다. 비록 아이를 강남의 학원으로 나르고 데려오는

일들을 하면서도 나는 다른 엄마에 비하면 정말 해준 것이 없는 것처럼 느꼈다.

이제 그 아이가 성년이 되어 가만히 생각해보니 어차피 아이는 나의 그런 노력없이도 자신의

길을 찾아갔던 것 같다. 물론 아주 조금의 영향은 있었을테지만.

'좋은 엄마'란 아이에게 모자란 것은 채워주고 넘치는 것은 덜어주는 것이란 말에 공감 한 표!

 

 

 

 

 

그러고보면 나는 경력단절의 시간들을 짧게 보내고 각고의 노력으로 다시 사회생활을 시작했었다.

물론 자기완성이니 하는 거창한 의미 보다 먹고 살아야 하는 일이 시급했기 때문이긴 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할무렵은 여성에게 참 혹독한 시절이었다.

결혼하면 사직하겠다는 각서를 쓰는 경우도 있었고 당연히 출산휴가같은 건 기대할 수도 없었다.

여성들은 아이를 임신하면 출산에 임박해서 거의 퇴직을 해야만 했다.

그러고 지옥같은 양육의 시간을 보내고 다시 사회에 복귀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었다.

그런데 문제는 3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이문제가 완전히 해결이 안되었다는 것이다.

견디다 못해 퇴사를 해도 문제, 끝까지 버텨도 문제.

그리고 참 더 비참했던 것은 남성위주의 사회구조에서 남성은 물론 여성의 적이 여성인 경우였다.

 

 

 

 

 

이 책은 페미니즘이란 단어가 비죽 사회의 모서리를 뚫고 올라오던 시대에서도 여전히

독립하지 못하는 수많은 엄마들에게 쿨하게 졸업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어차피 사회에서의 모순들은 시간이 필요하고 인내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엄마로서 아이를 품안에서 떠나보내는 일은 가능한 일이 아닐까.

아이의 인생에 집착하고 개입할 수록 자신의 인생은 복속되고 스스로 갇히게 되는 것이라는

것을 인지해야한다. 그래야 진정한 독립이 된다. 아이도 엄마도.

 

'엄마의 세계가 클수록 아이의 세상이 커진다.'라는 말을 많은 엄마들이 새겼으면 좋겠다.

세 살짜리 아들을 데리고 배낭여행을 할만큼 배포가 컸던 엄마였다.

그 수많은 발걸음에서 느꼈던 지혜들이 얼마나 많을 것인가.

나 역시 여행만큼 좋은 교육은 없다고 생각한다.

스스로가 소중한 존재임을 깨닫고 아이를 품안에서 내려놓을 수 있을 때 비로소

'엄마'가 아닌 '나'가 될 수 있음을 깨닫게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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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할머니 - 사라지는 골목에서의 마지막 추억
전형준 지음 / 북폴리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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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보면 우선 무섭다는 생각을 했었다. 이웃나라에서 고양이는 귀물로 대접을

받는다는데 이상하게 우리나라에서는 조금 무서운 령을 가진 동물로 인식되었던 것 같다.

최근에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조금 다른 대접을 받는다고 하지만

그만큼 길냥이들이 많아지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내가 사는 섬에도 길냥이들이 너무도 많다. 도시같으면 잡아서 중성화수술이라도 해줄텐데

어찌나 번식력이 좋은지 조그만 새끼 고양이었던 것 같은데 어느새 또 새끼를 낳아 그야말로

줄줄이 사탕처럼 몰려다닌다. 귀한 생명이건만 저렇게 길에서 자라도 되는걸까.

 

 

저자는 재개발을 앞둔 오래된 동네에서 마주친 고양이와 집사들과의 인연을 담고 있다.

이제는 자신의 삶처럼 꺼져가는 동네에서 생의 마지막을 함께 하는 고양이들.

87세의 찐이 할머니와 고양이와의 인연을 보면 가슴이 짠해진다.

자식도 없이 홀로 남겨진 할머니에게 유일한 온기를 주는 찐이는 자식 그 이상이다.

병원에 입원해서도 찐이 걱정에 매일 전화를 하고 혹시나 자신이 죽으면 찐이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걱정이 태산이다.

 

 

자신이 먹을거리보다 찐이가 먹을 명태를 사서 다듬고 가시를 발라 먹이는 그 애정은

흉내 낼 수도 없다. 아마 몇 년전이라면 사람이나 먹지 무슨 고양이에게 명태까지 사서 주냐고

타박을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게도 길에서 떠돌던 강아지 토리가 오면서 어떻게 하면

맛있고 영양좋은 음식을 먹일까 하는 마음이 생겼다.

그러면서 그동안 내가 하찮게 생각했던 동물들의 눈을 마음으로 들여다보게 되었다.

참 감사한 일이다. 더구나 주인없이 떠도는 길냥이들을 돌보는 집사들을 보면 존경의 마음마저

든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은 시켜서 되는 일도 아니고 경제적으로 각오도 필요한 일인데.

 

 

자신의 삶이 꺼져가는 걸 알게 되면서 찐이 할머니는 남겨질 찐이 걱정이다.

결국 이렇게 찐이를 사랑하던 할머니는 찐이를 두고 먼 하늘도 떠나셨다고 한다.

저자는 고양이와 할머니의 8년 동안의 이야기를 SNS에 올렸던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의 응원과 도움으로 찐이는 새로운 주인을 찾았다고 하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고양이는 개에 비해 의리가 없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동물들도 사람들의 마음을 기가 막히게

체득한다. 사랑을 주면 결코 사람처럼 배신을 하지 않아서 더 위로가 된다.

 

 

저자가 왜 고양이 사진에 이렇게 열정을 가지게 되었는지 전생에 혹시 냥이가 아니었을까.

녀석들의 먹을거리 요구가 귀엽다.

"털어서 나오면 사료 한 톨에 솜방망이 한 대."

기대없이 펼쳤다가 귀여운 녀석들의 생생한 표정에 압도되고 할머니와 고양이의 인연이야기에

잠시 코끝이 찡해지다 그만 불위에 올려둔 생선이 다 타버렸다.

잘 구워서 돌담위에 놓아두면 냥이들이 맛있게 먹었을텐데 아까워서 어쩌나.

찐이 할머니 찐이 걱정마시고 하늘에서 편안하게 지내시길.

찐이도 언젠가 무지개 다리를 건너 할머니 보러 갈거에요. 그 때 듬뿍 사랑 나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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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와 나오키 3 - 잃어버린 세대의 역습 한자와 나오키
이케이도 준 지음, 이선희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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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리더가 되는 것은 아니다.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대다수는 언젠가 자신이

리더가 되어 월급쟁이 생활을 청산하고픈 소망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반드시 리더가 되어야만 성공한 사람인걸까. 세상이 제대로 돌아가려면 리더만

있어서는 안된다. 여러곳을 채울 제각각의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야 돌아가는 것이다.

'나'를 알아봐주는 상사를 만나 삶의 한 부분을 함께 한다는 것도 큰 행운이다.

그런 점에서 뼈속까지 뱅크맨인 한자와를 만난 상사나 동료 후배들은 분명 럭키맨이다.

하지만 정의롭고 지혜로운 한자와를 좋아하는 사람들보다 싫어하거나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는 것은 인간의 치졸함을 보여주는 증거다.

 

 

속이 후련했던 1, 2편에 이어 3편에서도 사이다같은 활약을 펼치는 한자와.

이미 전작에 도쿄중앙은행에서 날카로운 활약을 펼쳤던 한자와는 오히려 자회사인

도쿄센트럴증권의 부장으로 좌천된다. 도쿄센트럴증권은 생긴지 얼마 안되는 회사라

실적도 변변히 없는데다 은행에서 파견된 직원과 증권맨으로 나뉘어 파벌이 있다.

전뇌잡기집단이란 IT회사의 히라야마 부부가 이 증권회사를 찾아와 동종업계에서

성공가도를 달리는 도쿄스파이럴을 인수하고 싶다며 자문회사가 되어달라고 요청한다.

 

 

경험도 없는 직원들의 모아 자문단을 꾸리지만 어찌된 일인지 히라야마 사장은 자문단을

취소하고 도쿄중앙은행의 이사야마부장에게로 넘어가고 만다.

자회사의 프로젝트를 채어가다니. 한자와는 모종의 음모가 있다고 직감한다.

도쿄중앙은행의 미카사 부행장은 이 프로젝트를 성공시켜 차기 행장을 노린다.

성공한 IT회사라고는 하지만 도쿄스파이럴을 인수하기 위해 1500억엔을 전뇌잡기집단에

지원하기로 한 도쿄중앙은행의 치밀한 작전으로 도쿄스파이럴의 주식 30%가 전뇌잡기집단에

넘어간다. 생각지도 못한 공격에 당황한 도쿄스파이럴의 사장 세나는 하필 사업분야를 더 키워

다변화하자는 창업초기멤버 재무부장인 기요타와 영업부장 가노와 의견충돌로 둘이 퇴사를

한 상태였다. 의지할 곳이 없던 세나는 두 사람이 주식의 지분을 전뇌잡기집단에 파는 일까지

생기자 극심한 스트레스에 빠진다. 이 때 어린시절 친구였던 도쿄센트럴증권의 모리야마와

재회한다. 모리야마는 한자와의 부하직원으로 도쿄중앙은행의 날치기에 분노를 느끼다가

한자와의 인간됨과 능력에 매료되어 옛친구인 세나와 함께 위기를 탈출할 팀을 구성한다.

 

 

이제 서로의 회사를 삼키기 위한 전쟁이 시작되고 여러 인간군상들이 등장한다.

도쿄중앙은행이나 도쿄센트럴증권처럼 한 회사안에서도 파벌이 존재한다. 그리고

언제든 상대를 박살내고 자신이 그 위를 차지하겠다는 욕망덩어리들의 실랄한 모습이

교차된다. 그 와중에도 고객우선이라나는 신조를 버리지 않고 정의를 위해 싸우는 한자와.

금융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충분히 이해할만큼 자세한 전개는 독자를 몰입하게 만든다.

그리고 밝혀지는 비밀들. 그저 실적하나를 위해 의리도 정의도 저버렸던 인간들의

비참한 말로들이 펼쳐지면서 독자들은 다시 시원한 사이다를 마시는 통쾌함에 빠진다.

하지만 자회사의 반란을 주도한 한자와는 다시 위기에 빠진다.

사회구조라는게 정의 보다는 명분이 더 우선하는 거니까. 위기를 알면서도 정의의

행군을 멈추지 않는 한자와의 모습에서 우리는 마지막 희망을 발견한다.

 

 

그리고 누군가는 반드시 마지막 희망을 가지고 이미 저질러 버린 앞세대의 잘못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한자와는 외친다.

이 소설은 세대를 뛰어넘어 누구나 읽어봐야 할 책이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느끼는

수많은 고뇌들과 약육강식의 실상을 보면서 욱하기도 하지만 한자와를 대리해서 느끼는

통쾌함에 잠시 스트레스에서 놓여날 수 있다. 한자와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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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에서 걸려온 전화
고호 지음 / 델피노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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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구초심: 여우도 죽을 때면 고향으로 머리를 둔다는 말이 있다.

나는 가 본적도 없는 '평양'이란 단어를 보기만 해도 가슴이 미어진다.

7순을 눈앞에 두고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아버지는 그 순간 훨훨 날아서

평양의 고향으로 날아갔을 것이다.

평양시 경제리 18번지. 호적에 남은 아버지의 고향 주소이다.

검색해보니 그 지명은 이제 평양시 중구역 경상동으로 바뀌었다.

주소명만 바뀐 것이 아닐 것이다. 아마 훨훨 날아 올라 고향으로 향했던 아버지의 혼도

고향을 찾지 못해 헤맸을지도 모른다. 너무나 변한 평양의 모습에 당황하셨겠지.

 

 

대학을 졸업하고 아직 취직을 하지 못하고 알바로 전전하던 주희는 어느 날 평양에서 온

전화를 받는다. 그것도 1996년의 평양에서. 그러니까 이 소설은 타임슬립 소설이다.

함경도가 고향인 할아버지는 이북에서 임신중인 아내를 떠나 국군이 되어 남하했다가

주저앉아 다시 결혼을 하고 주희의 아버지와 고모를 낳았다.

그리고 평생 그 뱃속에 있던 아이를 잊지 못한다. 이제 할아버지는 몸도 마음도 사그러지고

있다. 이산가족상봉신청을 했지만 번번히 떨어졌다. 아니 이북에 가족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

불가능하단다.

 

 

1996년의 평양. 설화는 몇 년전 폐병을 앓던 엄마가 세상을 떠나자 북한군대좌인 아버지와

영재로 소문나 국방대학교에 차석으로 입학한 오빠 학수와 함께 살았다.

중국으로 유학갔던 오빠가 자본주의 물이 들어 보위부에 끌려가고 그 영향으로 아버지는

군에서 강등되었고 설화역시 예능학교에서 쫓겨나고 만다.

 

 

설화는 어느 날 오빠의 스승이 사는 회령에 전화를 건다. 그 전화가 서울에 있는 주희에게 연결된다.

그렇게 시작된 통화들. 설화와 주희는 처음에 믿지 않았지만 통화를 거듭하다가 서울과 평양,

그리고 과거와 미래가 얽혔다는 것을 알게된다. 그렇게 시작된 평양과 서울의 이야기.

설화는 오빠의 실종으로 아버지마저 남파공작원으로 남한에 가게 되고 자신도 위험에 빠지게 된다.

결국 북한을 탈출하기로 결심하는데...

 

 

참 극적인 이야기다. 물론 실제할 수 없는 이야기지만 나처럼 평양에 핏줄이 있는 사람이라면

정말 이런 기적이 일어나기를 소망하기도 한다.

그저 단순한 전화연결같았지만 결국 나중에 밝혀지는 섬세한 비밀들.

무엇보다 이 작가는 1996 무렵의 북한을 너무 잘 묘사해놓았다. 마치 살다온 사람처럼.

그저 하루정도의 나들이였지만 평양의 하늘아래 섰다가 온 기분이다.

혹시 아버지의 핏줄도 남한 어딘가 머물고 있지 않을까.

아버지가 이루지 못했던 소망을 내가 사는 동안 이룰 수 있을까.

많이 변했지만 그래도 내 뿌리의 흔적을 찾아가는 시간이 오기는 할지 안타까울 뿐이다.

기적같은 스토리에 섬세한 당시 평양의 모습을 잘 입혀서 실감나는 감동을 선사해주었다.

마지막 오빠의 존재는 정말 극적인 반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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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어느 날
조지 실버 지음, 이재경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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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여정을 마치고 책을 덮은 지금 난 눈가에 남은 눈물을 훔치고 말았다.

아니 연애 소설로 눈물 흘린 적은 10대가 마지막이 아니었던가.

하지만 격랑의 여정이 마무리되어가는 마지막 10페이지를 남기고 나는 주루룩

흐르는 눈물을 느끼고 잠시 당황스러웠다. 그만큼 마지막 장면은 감동스러웠다.

 

 

운명적인 사랑이 있다고 믿는가? 난 있다는데 한 표! 특히 이 책을 읽고 난 지금은.

스물 두 살의 로리는 저널리스트가 꿈이지만 아직 자신을 불러주는 곳이 없어 임시로

호텔에서 일을 하고 있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어느 날 사람들로 가득찬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가던 중 버스 정류장 벤치에 앉아있는 남자와 눈이 마주친다.

그리고 믿을 수 없지만 바로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로리는 버스에서 내리지 못했고

눈이 마주쳤던 남자도 버스에 오르려고 했지만 버스는 출발하고 만다.

그렇게 로리와 '버스보이'의 첫만남은 끝이 났고 이후 로리는 그 남자를 찾아 헤매지만

어디에서도 만날 수가 없었다. 룸메이트이면서 절친인 세라가 자신의 남자친구라고

데리고 온 잭을 만나기전까지는.

 

 

로리의 다이어리는 해마다 새해의 각오를 적는 것으로 시작된다. 2008년 이후 로리의

소망은 버스보이를 만나는 것이었고 결국 소망은 이루어진다. 다만 세리의 남자친구가

되어 나타났다는 것이 비극이었다. 세라는 목숨처럼 소중한 절친인데 어떻게 그녀에게

잭이 자신이 찾던 그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결국 로리는 비밀을 간직한 채 사랑에 빠진 세라와 잭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리포터로 시작해 점차 뉴스진행자로 자리를 잡아가는 세라는 기가막힌 미인인데다 능력도

뛰어나다. 하지만 로리는 키도 적고 이제 겨우 원하던 직장에 자리를 잡아가는 보통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세라를 위해 비밀을 간직한 채 잭을 그저 친구로만 대하기로 마음먹었지만 잭도

이미 로리가 버스정류장에서 마주친 여자임을 알고 있다. 세라와 로리사이에서 고민하던 잭은

두 여자가 서로 상처받지 않을 선택을 한다. 세라를 연인으로 로리를 친구로.

하지만 마음이 끌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결국 어느 날 잭과 로리는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키스를 하고 만다. 물론 두 사람은 세라에게 깊은 죄책감을 느낀다.

 

 

마음을 정리하고 싶어 떠났던 태국여행에서 만난 남자 오스카가 로리의 허전한 마음에 들어온다.

부잣집 아들에다 은행가인 오스카는 멋지고 다정한 남자다. 세라의 남자 잭은 이미 로리에게

올 수없다. 로리와 오스카는 연애를 시작하고 결국 결혼에 이른다.

그 무렵 세라와 잭은 점차 멀어지게 되고 로리의 결혼식 전전날 로리는 세라에게 잭이 바로 그

'버스보이'였음을 고백한다. 충격을 받은 세라는 로리의 결혼식에 불참한다.

그렇게 로리의 곁은 떠난 세라. 잭 역시 런던을 떠나 에든버러에 정착하게 되고 로리는 오스카에게 전념하지만 벨기에로 발령을 받은 오스카는 늘 로리의 곁에 머물 수 없다.

자신의 아들을 빼앗아갔다고 여긴 시어머니의 질투와 일에 빠져 로리의 곁에 있어주지 못하는

오스카. 세라역시 새로운 애인의 고향인 호주로 떠나면서 깊은 상실감을 느끼는 로리.

원하는 임신마저 되지 않자 결국 로리는 큰 결심을 하게 된다.

서로가 간절히 원하지만 운명은 두 사람을 자꾸 어긋나게 한다.

사랑이란 것이 그렇다. 언젠가 콩깍지가 떨어져 나갈 때까지는 마지막 사랑인 것처럼 열정이

가득하지만 언젠가 끝이 보이면 이 세상 모든 불행이 나를 위해 있는 것만 같다.

지나놓고 보면 그것도 삶의 한 모습이라는 걸 알게되지만.

사랑해서는 안될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자꾸 돌아서지만 결국 다시 만나게 되는 기이한 사랑.

10년 이라는 긴 시간을 지나는 동안 두 사람은 엉뚱한 선택을 하게 되고 결국 원점으로 향한다.

에든버러에서의 마지막 씬은 영화의 한장면처럼 감동스러웠다.

마치 아껴두었던 케잌의 마지막 조각처럼 달콤했고 눈물이 나올만큼 행복했다.

어느새 한 해도 한 달도 남지 않은 12월의 어느 날!

잊고 있었던 사랑의 간질거림이 그립다면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이다.

그리고 나처럼 마지막 10페이지를 남기고 눈물을 흘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그렇다고 부끄러워하지 말자. 눈물 흘리는 나를 보고 걱정스럽게 다가와 안기려던 우리 반려견

토리처럼 누군가 당신을 안아줄지도 모른다. 창밖은 싸늘한 바람소리가 그득하지만 지금

내 마음엔 오래전 나를 스쳤던 '사랑'들이 떠오른다. '조지 실버'라는 작가 이름을 다시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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