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지만 잘 먹고 잘 삽니다
도란 지음 / 원앤원북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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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회에 발을 디딜 무렵 취직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골라 갈 수준은

아니더라도 지금처럼 백수들이 넘치는 세상은 아니어서 그럭저럭 결혼하기 전

몇 년정도는 버틸 직장을 구할 수 있었다.

물론 대부분 그렇게 잘 있다가 결혼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퇴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물론 남자인 경우에는 여자보다는 구속력이 더 하니까 오래 남아 버티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하지만 그렇게 버티던 남자들도 IMF사태 이후 대부분 떨려 나오고 그 와중에 살아남은

사람들도 조기퇴직이다 뭐다 해서 지금 내 나이에 아직 사회생활-주로 조직적인 회사같은-

을 하는 친구들은 많지 않다.

 

 

그 시절 선호하는 직장은 대부분 대기업이나 금융권같은 곳이었고 소소한 중소기업도 지금보다는

형편이 나쁘지 않아서 그럭저럭 살만하긴 했지만 어느 시대이든 완벽한 직장이 있을까?

누군가는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을 하면서 대우도 잘 받는 직장에 다니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

그저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품안에 사표 한 장 넣어가지고 다니는 사람도 많다.

실제로 사표를 내던지고 이직을 하거나 독립을 해서 성공한 사람도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사표를 던지는 일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여기 '도란'님은 -실제 본명이 도란인지 필명이 도란씨인지는 모르겠지만-용감하게 사표를 내던지고 프리랜서의 길로 들어선 씩씩한 사람이다.

기자에 작가라는 타이틀로 밥을 벌고 산다는데 실제 성격은 조금 내성적이고 호불호가 분명한 것처럼 보인다. 나는 외향적이고 호불호가 아주 많이 분명한 사람이다.

그래서 젊은 시절 다녔던 직장에서는 잘 지내기도 했지만 어렵기도 했다.

비교적 동료들이나 후배들과는 잘 지내는 편이었지만 상사들에겐 조금 껄끄러운 직원이었던 것같다.

 

 

 

이미 대학을 다니던 무렵 인터사원으로 시작한 직장생활은 마흔 무렵 퇴직으로 막을 내리고

오래전부터 준비해왔던 '독립'을 했고 지금 결산해보면 비교적 성공스럽게 사업을 이어왔던 것

같다. 다행이다. 내 능력보다 운이 좋았고 인덕 덕분에 이룬 성과라고 생각한다.

여기 이 책의 저자는 그 어렵다는 '프리랜서'의 세상에서 잘 살아남아 성공스런 프리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것 같다. 일단 능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니 능력면에서는 인정!

 

 

 

 

하지만 그녀가 걸어온 프리로서의 생활은 결코 만만하지 않았다. 성격상 조직생활에 맞지 않아

선택한 길이었지만 일을 구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성과에 대한 수입들이 다 좋았던 것만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이 책을 쓸만큼 자신의 선택에 대한 보람과 성과가 참 대견해보인다.

누구나 그녀처럼 이런 정도의 성과만 보장된다면 프리랜서의 길을 선택하지 않을까.

회식때 의자위에 올라가 추고 싶지 않은 춤을 춰야했던 자신의 모습이 괜찮다면 지금의 직장도

그럭저럭 괜찮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여흥을 즐겁게 생각하는 사람도 많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그녀가 남편의 입장으로 쓴 '프리랜서의 길'에 모든 해답이 들어있는 것 같다.

성실하게 시간표대로 생활할 수 있다면, 들쑥날쑥한 수입에도 대범해질 수 있다면

한 번쯤 도전해봐도 좋을 것 같긴하다. 하지만 요즘 이렇게 불안한 시대에서 미래가

불투명한 '프리랜서'의 길로 뛰어들 용기를 가진 사람이 몇이나 될까.

 

세상은 좋은 사람도 많지만 나쁜 사람, 아니 비겁하고 비열한 사람도 많다.

바로 일을 줄 것처럼 얘기하고 전혀 연락을 하지 않는 클라이언트는 괜찮은 편에 속한다.

일을 했는데 차일피일 지급을 미루는 회사, 그리고 독촉전화를 피하는 담당자.

특히 시절이 어려울 수록 그런 상황은 더욱 많을 것이다.

세상이라는게 능력만 좋다고 모든 걸 보상받는 것이 아님을 이 책을 통해 확인한 셈이다.

지금 사표 한 장 가슴속에 품고 사는 많은 사람들에게 '프리랜서'의 길이 어떤지, 선택의

기로에서 꼭 읽어보기를 추천하고픈 책이다.

물론 '도란'님처럼 제대로 일을 해낼 수 있는 능력은 기본이다.

자신이 정말 이런 능력이 있는지를 스스로 진단해 보고 운동화끈 질끈 묶고 뛰어들

준비를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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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지 않는 여름 2
에밀리 M. 댄포스 지음, 송섬별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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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두살이라면 아직 어린아이이다. 열 두살 캐머런은 교통사고로 한꺼번에 부모를 잃은

그 날 친한 친구인 아이린과 키스를 나눈다.

부모를 잃은 충격은 서서히 몰려오겠지만 캐머런은 혹시 자신이 아이린과 키스를 나눈 것을

알게 될까봐 그게 더 두렵다는 것을 알았다.

그 뒤 캐머런은 이성보다는 동성에게 더 마음이 끌린다는 것을 알게된다.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니지만 아니 어쩌면 캐머런은 탐닉했던 영화 비디오를 보면서

막연하게라도 동성애가 지탄받는 일이라는 걸 알았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상대가 달라지긴 했지만 사랑을 느껴가던 캐머런은 부모님을 대신하여 자신을 돌봐주기

위해 온 루스이모에 의해 동성애치료를 위해 '하느님의 약속'이란 시설로 보내진다.

 

 

 

동성애자였다가 이제는 치유가 되었다는 릭과 면담을 통해 치료를 한다는 리디아와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속 얘기를 하지만 캐머런의 사랑은 멈출 기미가 없다.

오히려 자신과 비슷한 성향을 지닌 아이들과의 연대감만 높아질 뿐이다.

 

 

 

 

리디아가 말한 동성애자라는 정체성은 과연 없는 것일까. 동성애라는 부정한 욕망과 행동으로

인한 고통뿐이라는 리디아의 말은 보통 평범한 사람들의 정의이기도 하다.

 

 

 

'하느님의 약속'에 감금(?)된 아이들은 나름 자신의 사랑에 자책감보다는 자부심을 느낀다.

마크처럼 자신의 성기를 자르는 자해를 하기도 하지만 말이다. 아마도 마크는 자신의 성기를

잘라냄으로써 죄책감을 덜어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동성애자라는 걸 느낀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동성애는 숨겨야할 죄이고 고통이라는 것을

캐머런은 마크를 통해 자각한다.

 

 

 

 

캐머런은 할머니와 루스이모의 기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성정체성을 달리할 마음이 없다.

오히려 룸메이트인 에린과 뜨거운 정사를 나눔으로써 극치감마저 느낀다. 죄책감은 없다.

캐머런과 그의 동지인 제인과 애덤은 탈출계획을 세운다.

억압적인 '하느님의 약속'이란 굴속에서 '자유'를 향해 뛰어나가기로 한 것이다.

그 세상에 어떤 것이 기다리고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리고 캐머런은 부모님이 돌아가신 퀘이크 호수로 향한다.

아직은 차가운 호수에 몸을 담그고 캐머런은 그동안 자신을 억눌렀던 죄책감이 무엇인지

마주보게 된다. 자신의 동성애가 아니었다.

하필 그 날 아이린과의 키스가 적어도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들키지 않았다는 사실에 더 안도했음에

죄책감이 들었던 거였다. 고해를 마친 캐머런은 자신과 함께 해줄 친구가 기다리고 있는 세상 밖으로

힘차게 나아간다. 과연 세상은 캐머런을 따뜻하게 받아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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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세계사 - 세상을 뒤흔든 역사 속 28가지 스캔들 테마로 읽는 역사 3
그레이엄 도널드 지음, 이영진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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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가능성은 없지만 만약 타임머신이 있다면 나는 인류사에서 미제로 남아있는 수많은

미스터리 현장에 가보고 싶다. 세계 7대 불가사의나 밝혀지지 않은 의문의 사건현장에

가보는거다. 그럼 얼마나 속이 시원할까. 그리고 그동안 주장되었던 수많은 오류들을

향해 큰 소리로 외칠 것만 같다. "누가 이따위 주장을 한거야, 거봐 이게 진실이라구".

하지만 이건 꿈이니까 그냥 이 책으로 만족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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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뒤흔든 역사 속 28가지 스캔들'이란 제목을 달은 이 책은 인류사에 획기적인 사건들을

비교적 과학적으로 진실되게 파헤쳐놓았다.

첫 장부터 파격적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잔다르트의 존재가 허구라니. 하긴 십 대 소녀가

전쟁의 리더가 되어 승리를 하고 성녀의 반열에 올랐다는 사실 자체가 좀 무리이긴 했다.

전쟁이라면 이골이 났을 전사들을 이끌만큼 카리스마가 있었다는 이야기인데 다만 조금

설득력이 있다면 잔다르크가 성녀들의 계시를 받았다는 부분뿐이다. 실제 성녀들의 계시를 받고

전장에 뛰어들었다면 인간의 힘을 뛰어넘은 능력을 부여받았을테니 당연히 승리를 거뭐질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저자는 잔다르크의 태생부터 의문을 제기한다.

저자의 말처럼 당시 프랑스에서 잔다르크같은 존재가 필요했기 때문에 허구로 만들어진 인물일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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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견문록'으로 유명한 마르코 폴로가 아예 중국에 가보지도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가정은

저자의 조목조목 반박 글에 공감을 이끌어낸다. 폴로가 방문했다는 중국의 모습이나 상황들이

맞지 않을 뿐더러 오랫동안 중국에 살았던 사람이 중국에 관련된 물건조차 거의 가지고 있지

않았다니 상당히 의문스런 부분이 많다. 저자의 말대로 중국을 오간 장사치들이 흘린 이야기들을

짜맞추어 지어낸 책일 가능성이 많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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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세계 7대 불가사의라고 일컬어지는 이집트의 피마미드에 대한 미스터리를 이렇게 제기한다. 첫 째, 당시 이집트에 유배와있던 유대인들이 피라미드를 지었다.            

유대인들이 이집트를 건너 간 시기와 피라미드를 지은 시기가 맞지 않고 알려진 대로 노예 신분이었던 유대인이 지은 것이라면 유적에서 발견된 주거지와 식당등의 규모나 질을 보면 절대 노예신분이었던 사람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피라미드는 파라오를 위해 당시 농한기를 맞은 이집트 농부를 비롯한 노동자들이 참여한 것으로 보는 것이 맞다고 본다.            

유대인들이 동원되었다는 주장은 이집트가 유대인을 핍박했다는 것을 주장하는 작가의 기록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또한 피라미드가 어떻게 지어졌는지에 대한 후대의 과학자들의 재현과정에서 아주 믿을만한 결과로 인해 그간 우리가 알고있던 사실들이 오류였음이 증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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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했다고 알려진 콜롬부스가 사실은 그 이전에 그 대륙을 먼저 발견했던 사람이 있다는 주장은 그동안 계속되었다. 당시 연결되어있던 알래스카쪽을 통해 몽골인이 아메리카 대륙을 건너갔다는 사실은 이미 확인이 되었고 그 전에 일본의 원주민인 아이누족이 건너갔다는 사실은 조금 의외였고 최초의 발견자는 바이킹일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에 동감한다.            

다만 당시는 해상의 주도권이 강한 국가임을 증명하던 시절이라 해상강국이던 스페인과 영국의

알력이 작용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긴 하다. 또한 대륙의 이름을 '아메리카'로 짓게 된 과정도

우리가 알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주장이라 귀를 기울이게 된다.

'아메리고 베스푸치'란 인물의 이름이 아닌 전혀 새로운 인물의 이름을 차용했다고 하니 그 인물에 대한 궁금증마저 생긴다.

과연 여교황을 존재했을까? 순수한 처녀의 피로 목욕을 했다는 드라큘라 백작 부인 바토리

에르제르에 대한 기록들은 진실인가?

이렇게 수많은 미스터리에 대한 진실을 밝히는 과정들은 아주 지단하지만 과학적이다.

과거의 사건이 오류였다고 해서 지금의 현실이 바뀌는 것은 없다.

하지만 잘못된 역사라면 오류를 정정하는 것도 지금 우리가 할 일일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저자인 그레이엄 도널드의 노력은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본다.

어찌 역사의 오류들이 이 책에 쓰인 28가지 뿐일 것인가.

흥미진진한 추리소설을 읽는 것처럼 재미있는 책이었다. 다만 번역의 강직함이 조금 아쉽다고

할까. 조금 매끄럽게 이어갔다면 읽기에 훨씬 편했을 것이란 아쉬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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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시 4 : 집 나가기 이야기 파이 시리즈
마르그리트 아부에 지음, 마티외 사팽 그림, 이희정 옮김 / 샘터사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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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편-집 나가기 편을 보다보니 내가 아장아장 걸을 무렵 엄마랑 주변의 아줌마들이

'넌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고 하면서 친엄마가 따로 있다고 놀렸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어린 아이에게 베개를 보자기로 싸서 등에 메줬다고 하네요.

그랬더니 그 어린 아이가 엄마 찾아간다고 대문밖을 나가더라지 뭐에요.

그 때서야 놀란 엄마가 다시는 놀리지 않았다고 하시면서 지금도 웃으시며 얘기하곤

하는데 난 기억에 없지만 순진한 아이가 친엄마를 찾겠다고 나서는 장면이 상상이 되어

저도 웃음이 나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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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시는 아무래도 자기가 주워온 아이라는 생각을 했던 모양이에요.

친엄마를 찾겠다고 여기저기 물으면서 다니는 장면을 보니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

이해가 잘 안되지만 아마도 오빠랑 언니가 자신과 닮지 않았다는 이유가 큰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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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제 아키시는 작은 할아버지가 살고 있는 프랑스 파리로 떠날 모양이에요.

확실히 더 좋은 환경이긴 하겠지만 친구들과 헤어진다고 생각하니 저도 마음이 아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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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아키시가 파리로 간다고 하니 친구들은 다들 서운해하는데 까칠이 선생도 이웃

아줌마들도 모두 기대가 큰 걸 보면 코트디 부아르 사람들은 프랑스를 몹시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아키시만 파리로 가는 걸 싫어해서 어떡하든 가지 않거나 같이 가기로 한

오빠 대신 부부를 데리고 가고 싶어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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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엄마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엄마가 사실은 친엄마 였다는 걸 알게되어 정말 다행이에요.

엄마 어릴 적 사진을 보니 자신과 똑같이 닮았지 뭐에요. 빼박 아키시는 친엄마의 딸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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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 그리고 아키시의 가출에 동행한 친구들이 배고프고 목마르고 가출이 쉽지 않음을 알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장면은 배꼽을 잡고 웃게 되는데요. 가출은 내일 계속하기로 하자는

아키시는 역시 명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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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만화의 무대가 되는 코트디부아르란 나라는 어디에 있는 나라인지 저도 이번에 알게 되었네요.  분명 아프리카 어디쯤이긴 한데요.

지도를 보니 가나와 기니 사이에 있는 나라였네요. 작은 할아버지가 프랑스에 살게 된 것도

오랫동안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이유도 있는 것 같아요. 공용어도 프랑스어인걸 보면 아프리카에

있지만 프랑스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는 나라인 것 같습니다.

이제 다음편에는 어쩌면 우리는 프랑스에 건너간 아키시를 만나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아키시 아프리카 무대는 너무 좁았던 것일지도 몰라. 프랑스를 들었다놨다 해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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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백 권읽기 1 한 권으로 백 권읽기 3부작 시리즈 1
다니엘 최 지음 / 행복우물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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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만에 책 백 권을 읽었다. 아니 사실 더 빨리 읽을 수 있었지만 야금야금 아껴 읽느라

이틀이 걸렸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내 서재안에는 책이 천 권 이상 진열되어 있다.

제법 책 좀 읽는다는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난 아직 멀었구나'였다.

 

 

 

책 좀 읽었다는 사람들에게 이 책에 언급된 백 권의 책중에 과연 몇 권을 읽었을지

물어보고 싶어졌다. 그냥 내가 책을 어느 정도 깊이로 읽고 있었나 알고 싶은 심정으로

말이다. 초반부터 50권을 넘어갈 때까지도 겨우 두어 권에 불과해서 초조해졌다면

우스운 이야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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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추려된 책 100권은 철학, 종교, 신화, 역사, 영화도서, 문학, 노벨문학상등으로 세밀하게

나뉘어져있다. 내가 주로 읽는 책은 문학쪽이라 앞쪽에 철학이니 종교쪽은 아무래도 읽을 기회가

없었다. 뒷편으로 갈수록 조금 의기양양해졌는데 그래도 겨우 20여 권 정도 건졌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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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내가 읽은 책을 대입해가며 몰두하면서 내가 읽지 못했던 책에 대한 호기심과

읽은 책을 떠올리며 잠시 추억에 잠기는 행복한 시간이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없다.

사실 한 번 책을 읽고나면 여간해서 다시 그 책을 집어들기가 쉽지 않다.

이미 읽었던 터라 내용을 다 알고 있어서이기도 하고 읽을 책들이 무궁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저자는 읽고 또 읽고 그리고 나서야 뜻이 이해되었다는 고백을 한다.

난 대체로 너무 어려운 책은 한 번 읽고 나면 다시 읽지 않는편이라 조금 부끄러웠다.

프란츠 카프카의 말처럼 책은 머리통을 내리치는 주먹처럼 우리를 흔들어 깨우는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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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책을 읽어드립니다'에서도 저자가 꼽은 책들이 등장했다. '멋진 신세계'와 '데미안', '호밀밭의 파수꾼'등인데 패널들의 진지한 대화에서 큰 도움을 받았다. 이 책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다만 많은 책을 소개하려니 좀 더 디테일한 설명이 부족한 것이 아쉽기도 하다.

그 것은 아마도 슬쩍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궁금하면 읽어보시게' 하는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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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은 중학교 입학무렵이었다. 그동안 동화집에 머물렀던

내 읽기는 중학교 도서관을 만나면서 일취월장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만난 책들은 '제인 에어',

'죄와 벌', '오 헨리 단편선'이나 최인호, 조세희같은 한국작가들의 작품들이었다.

당시 나의 가난과 고독과 방황을 잠재워준 고마운 존재.

한국의 가난했던 역사와 내 삶이 비슷하게 이어져왔고 지금의 풍요를 누리는 시간이 오기까지

나의 손을 잡아준 것은 '책'이라고 단언한다. 그러기에 난 이 책을 통해 그동안의 나의 역사들과

만나는 시간이 되었다. 그리고 읽어보지 못한 책들에 대한 그리움이 피어올랐다.

아마도 나는 저자가 건네준 목록의 책들을 분명 읽어볼 것이다.

내가 저자의 추천목록의 책들을 기어이 읽어보려하는 것은 이 세상에 수많은 책 중에 고작

백 권의 책을 추려낼 수 밖에 없었던 고충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물며 그렇게 골라낸 책중에도 이러저러한 아쉬움이 있다고 솔직히 고백하는데에서 더

큰 신뢰가 느껴졌다. 그리고 아쉽게도,

그 유명한 생떽쥐 베리의 '어린 왕자'가 없었다는 것은 심히 유감이다. 내가 애정하는 이 책이

끼어들지 못할 정도였으니 저자가 추천한 이 백 권의 책이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있지 않은가.

다음 또 백 권의 책들이 기다려진다. 분명 또 머리가 터질 것 같은 선택이 기다리고 있겠지만

덕분에 난 편히 앉아 또 다시 백 권의 책을 즐길 꼼수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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