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 2020.12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20년 11월
평점 :
품절


이제 정말 다사다난했던 2020년도 저물고 있습니다.

살면서 올해가 가장 우울했던 한해였던 것 같습니다.

겨우 1.5단계에서 벗어나 좀 살만하다 했더니 내일부터 다시 1.5단계로 격상한다고 하네요.

오늘 코로나 확진자가 300명이 넘으면서 더럭 겁이 납니다.

최근에 섬에서 나와 다시 서울에서 생활하고 있는데 다시 섬으로 내려가야 할 것 같습니다.

 

 

어제 밤새 비가 조금 내려서 그동안 뿌옇던 하늘이 좀 벗어졌는데 내일은 가을비가 심하게

내린다고 합니다. 주말에 한탄강변으로 단풍구경을 가려고 했는데 다 떨어지고 앙상한 풍경이

될 것같습니다. 이렇게 사방팔방 을씨년스런 모습뿐입니다.

내년 봄이 되면 마음에도 꽃이 필 수 있을까요. 올 마지막 샘터를 보면서 잠시 어둔 마음을

걷어내봅니다.

 

                                

 

2020년 '떠나보내고 싶은 한 가지'가 뭔지를 묻는 특집에는 나처럼 책을 읽고 싶었는데

귀한 책을 구할 방법이 없던 어린 소년의 가슴시린 사연이 실렸습니다.

당시에는 도서관도 귀해서 책을 구해볼 방법이 없었습니다.

잘살던 큰집에 가서 세계동화전집을 정신없이 보았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정작 큰집

동생들은 시큰둥하니 읽지도 않고 전시만 해놓았던 책이었는데 얼마나 갖고 싶었는지.

아마 이 소년도 그랬던 모양입니다. 왜 아버지는 큰집 조카에게는 책을 사주고 아들은

모른척 했는지 읽는 나도 울컥합니다. 이미 돌아가신 아버지지만 그 기억을 지울 수 없어

이 글로 이제는 지우고 싶다고 말합니다. 어린시절의 가슴아픈 추억은 의외로 꼬리가

길어서 잘라지지가 않는 모양입니다.

 

                                

 

팔순노모가 아끼던 오래된 라디오가 수명을 다하자 비슷한 라디오를 구하려고 동분서주하는 '역사타입캡슐'에서 내 엄마의 모습이 겹쳐집니다. 요즘에야 차를 운전할 때나 가끔 듣게되는 라디오지만 어려서는 라디오가 유일한 즐거움이었습니다. 엄마와 함께 '전설따라 삼천리'며 '마루치 아라치'를 듣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요즘은 뭐든 좋아졌는데 라디오 구하기가 쉽지 않은 시절이 되었다네요.

지금도 팔순의 엄마는 머리맡에 라디오를 켜놓고 꿈길을 걷곤 하는데 오래오래 엄마도 라디오도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고로케는 나도 좋아하는 음식인데요. 동태를 넣은 고로케는 처음입니다.

할머니의 부엌수업은 늘 그렇듯이 사랑 그 자체입니다.

마침 추석무렵 사다놓은 동태살이 있으니 저도 할머니의 레시피대로 한번 해볼랍니다.

정성이 아주 많이 들어가는 음식이라 걱정스럽긴 합니다만.

 

'내일은 여는 사람'은 레퍼 치타입니다.

TV광고에서 아주 섹시한 모습으로 진통제 선전을 하는 모습을 봤는데 가수보다 배우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어여뻐서 기억이 납니다.

가수가 꿈이었는데 큰 교통사고로 레퍼로 전향했던 사연이 있었네요.

내년 샘터에는 '고난의 시간이 지나고' 변한 것들은 무엇이고 활력이 도는 세상모습을 기사에서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마침 제 생일입니다.

친구가 보낸 문자가 가슴 따뜻하게 행복하게 해주었습니다.

'당신 참 애썼다. 사느라, 살아내느라, 여기까지 오느라 애썼다.'

코로나 시대를 살금살금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이 글이 위로가 되기를 바랍니다.

2020년 살아내느라 다들 애쓰셨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럼에도 불구하고 - 공지영의 섬진 산책
공지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래전 그러니까 내가 섬에 내려오기전이었으니가 거의 10년도 더 전에 만났던 그녀는 참

아름다웠다. 적당한 몸집에 찰랑거리는 머리에 얼굴도 예뻤다.

소설가가 어떻게 생겨야한다는 공식은 없지만 난 글을 쓰는 작가가 잘 생기거나 예쁘면

경외심이 생긴다. 그리고 질투심이 솟아오른다. 아니 재능에 미모까지?

                            

 

 

두어번 작가와의 만남에서 만난 그녀는 솔직한 사람이고 어색함 꾸밈을 싫어하고 선으로 치면

곡선보다는 직선에 가까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그녀가 쓴 작품은 거의 읽었다고 생각하는데 난 작품에서 만나는 그녀가 참 좋다.

사실 독자들은 작품을 통해 작가를 만나는 일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너무 좋아해서 갔겠지만

어떨때는 상상속의 작가가 실제와는 달라서 실망하는 경우도 많았다.

작품에서 빛나던 모습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불친절하거나 무뚝뚝하거나 이기적이기도 했던

모습들을 만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작가는 출판사의 강요(?)로 그런 시간을 갖을 수 밖에

없지만 몹시 두렵고 피하고 싶다고 고백하기도 한다.

 

 

착하고 부모말씀을 잘 들었던 형제들과는 다르게 좀 억세게 세상과 부딪히고 살았던 것 같다.

대학에서도 그저 곱게 학문만 연만했던 것은 아니었던 걸 알고 그뒤 매번 이슈에 오르는 몇 번의

결혼과 이혼.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당하게 세상과 맞서는 모습이 참 멋졌다.

심지어 자신의 그런 이야기를 유머와 위트로 버무려 작품을 써서 난 그녀가 아주 잘하고 살고 있구나 안심도 했었다. 이제 좀 편하게 살고 있구나 싶을 때, 기습적으로 검색순위에 오르내리는 그녀의 이름을 보면 가슴이 쿵 내려안고 때로는 실망감이 엄습하기도 한다. 그냥 순하게 살면 안되려나.

'모난 돌이 정 맞는다'라는 속담은 그녀를 두고 나온 말 같아서 그냥 둥글둥글 살았으면 싶었다.

 

 

몇년 전인가 지리산 학교에서 재미있게 사는 모습을 보고 지리산 언저리에 있던 그 유명한 지인들과

행복하구나 했고 내가 사는 섬에도 지리산시인과 함께 왔다 가기도 해서 미리 알았더라면 회라도

한접시 했으면 했었다. 분명 그녀는 나를 모르겠지만 나는 그녀를 아주 오랫동안 알아온 사람같아서

낯설지가 않았다. 사실 그녀는 그닥 사교적인 사람은 아니다. 이 책에서도 말했지만 -물론 그동안의

아픔으로 인해 변했을 수도 있겠지만-불쑥 찾아온 손님이 버겁고 연락없이 자신의 울타리를 넘어오는 사람이 싫단다. 나도 그렇다. 다만 나는 가능하면 내색을 안할 뿐이고 그녀는 적극적으로 하는게

다를 것이다. 그녀의 작품에서 만나는 그녀의 글들은 너무 좋아서 존경과 질투를 부른다.

그러나 그만큼 뾰족한 그 무엇 때문에 그녀 자신도 아프고 그녀를 사랑하는 독자도 아프다.

 

 

이 책에 실린 3명의 후배에 대한 이야기에서 난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그 어떤 고백서보다

정확한 자기진단서라고 확신한다.

언젠가 가본 지리산 자락의 평사리를 지명 그대로 아주 평온한 곳이었다. 그냥 평온하다기

보다 그 모든 번잡함과 속세의 어지러움을 잠재우는 아주 드문 지형을 한 곳이었다.

내가 아주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이 써진 곳.

그곳에서 바라보는 들과 강이 참 좋았다. 그 언저리에 지친 여인 하나가 언젠가 찾아들 것이란

생각은 못했다. 하지만 그 곳이라면 충분히 그녀를 안아줄 수 있는 곳이라고 확신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메시지가 참 좋다.

어느 드라마에서 했던 대사던가. 바람도 없고 비도 없고 평온하기만 한 날들이 계속되면

세상은 사막이 되어 버린다고...바람과 비가 없는 세상은 존재되어서는 안된다고...

많이 흔들리고 많이 젖고 아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텃밭도 가꾸고 차도 덕고 순댓국도 열심히 먹으면서 좋은 작품으로

많이 만나길 기대한다. 그게 그녀를 사랑하는 독자들을 향한 그녀의 답변서가 될 것이므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친정엄마 요리백과 - 집밥 서툰 딸과 세심한 엄마의 1:1 요리 문답
윤희정.옥한나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친정엄마'라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따뜻해지고 코끝이 시큰해진다.

나이가 들어갈 수록 '엄마'라는 말만 들어도 이제 같이할 시간이 많이 없겠구나 싶고

어려서도 엄마가 필요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도 '엄마'는 언제나 자식의 소중한 보호자임을

깨닫게 된다. 낼모레 환갑이 되는 나조차도 9순이 되어가는 엄마의 김장김치를 아직도

얻어먹고 있으니 면목이 없다고 해야하나 행복이라고 해야하나.

 

20201114_134006.jpg

 

평생 요리랄 것도 없는 음식을 하면서 살았지만 요리솜씨도 재능임을 알게 된다.

'엄마의 손맛'은 여전히 흉내가 안되고 언젠가는 맛볼 수 없을 그 음식들을 생각하면 막막해진다.

나뿐이 아니라 우리 가족 거의가 다 좋아하는 엄마표 양념게장은 아무리 흉내를 내보려해도

그맛을 낼 수가 없다. 얼마 전 딸아이에게 할머니가 양념게장을 하시는 날 동영상을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그렇게라도 엄마표 양념게장맛을 살려내고 싶기 때문이다. 그 시간이 멀리 있기만을

바라면서.

 

20201114_134158.jpg

                                

귀하게 큰 딸아이가 시집가서도 귀하게 대접받는다는 생각에 요리수업을 해준 적이 없다.

검색만 하면 레시피가 수두룩하니 어찌어찌 잘 해먹고 살긴 하는것 같은데 요런 엄마표 요리책이

있으면 정말 안심이 될 것같다.

가장 기본적인 썰기부터 요리천사가 쓰는 양념의 종류까지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20201114_134240.jpg

                                

요리소개는 물론 엄마의 비법까지 곁들여 있어 궁금했던 질문들까지 해결해준다.

연근조림을 윤이 나게 조리는 방법부터 콩나물무침에 소금을 넣을지 간장을 넣을지 같은

비법까지 알뜰히 알려주니 나이먹은 주부들까지도 큰 도움이 된다.

 

20201114_134329.jpg

                                

하긴 간을 할 때도 소금이 좋을지 간장이 좋을지 아니면 젓갈이 좋을지 늘 고민하게 된다.

젓갈이라면 멸치액젓이 좋을지 참치액젓이 좋을지도 마찬가지다.

요리에 따라 넣을 양념의 종류도 오랜 내공이 쌓인 요리천사님이 친절하게 알려준다. 감사!

더불어 초보주부인 요리천사의 딸의 또다른 요령을 넣어서 젊은 감각에 맞는 팁까지 곁들인다.

같은 요리도 두 세대가 어떻게 다르게 적용할 수 있는지 보는 재미도 있다. 두 가지 버전 다 해보지뭐.

 

20201114_124039.jpg

                                

마침 집에 콩나물이 있어 오늘 점심은 콩나물밥을 해보았다.

요리천사님은 여기에 김치와 돼지고기를 넣어 밥을 지었다. 부추를 넣은 양념간장으로 비벼 먹으면 정말 맛있는 콩나물김치밥이 될 것이다. 그냥 이렇게 콩나물만 넣어 양념장으로 비벼도 맛있으니 말이다.

 

가장 간단할 것 같은 콩나물국이나 무침에도 요리천사의 내공이 있어 놀랐다.

콩나물국은 멸치 다시마 육수를 넣어야 가장 시원하고 개운하다는 것과 콩나물 무침을 할 때는

두꺼운 냄비에 물과 식용유를 넣고 소금을 넣어주는데 물을 2큰술 정도만 잡아주어야 물이

흥건해지지 않으면서 아삭한 맛을 낼 수 있단다. 불조절이 무척 중요하다는 팁과 함께.

 

이 요리책은 나만 볼 것이 아니라 딸아이와 공유해야겠다.

마침 담주면 생일이라 집에 올텐데 이 요리책에 실린 요리를 같이 해볼 예정이다.

좋은 추억도 쌓고 맛있는 요리도 함께 나눌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이 될 것같다.

두고두고 물려줄 가보같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변두리 로켓 변두리 로켓
이케이도 준 지음, 김은모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주에 로켓을 쏘아 올리겠다는 꿈을 가진 남자가 있다.

오래전 아폴로호가 달에 착륙하는 장면을 보고 가진 꿈이었다.

결국 우주과학자가 되었고 로켓 연구원이 되어 하늘을 향해 로켓을 쏘아올렸다.

하지만 로켓은 떨어졌고 남자는 과학자의 길을 포기하고 아버지 회사를 물려받았다.

 

 

쓰쿠다의 아버지는 엔진부품이나 벨브등을 만드는 회사를 만들었고 아버지가 죽고 그 회사를

물려받은 것이다. 하지만 연구원에서 경영자가 된다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었다.

거래처인 대기업에서는 더 이상 거래를 하지 않겠다고 통보해왔고 그 소식이 전해지자 다른

거래처들도 하나 둘 떠나기 시작했다. 나중에 회사가 망하면 AS가 어려울 것이란 판단때문이었다.

쓰쿠다는 과학자였지만 아버지가 세운 회사의 능력을 믿었다. 부품 하나에도 장인의 정신이

깃들어서 대기업의 제품보다 더 낫다고 자부했던 것이다.

하지만 쓰쿠다의 회사를 위기에 몰고 그걸 기회로 싸게 인수하려는 대기업의 꼼수로 위기에 처한다.

 

 

변두리 공장을 이어받은 쓰쿠다는 큰 고민에 빠지게 되고 주거래 은행에서 파견나와 근무중인

도노무라의 위로와 기지로 버티게 된다. 일단 정기예금을 해약하여 자금을 조달하고 대출금을

얻기위해 동분서주 하지만 대기업에서 외면했다는 소문이 돌자 은행에서는 등을 돌린다.

거기에 자신이 등록한 특허가 특허침해라고 소송이 들어온다.

소송은 엄청난 시간을 소비할 것이고 그 때까지 버틸 힘이 없는 변두리 공장을 어찌하나.

 

 

과거 자신이 연구한 로켓 엔진에 문제가 있어 발사에 실패했을 때에도 곁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떠났었다. 인간의 본성은 궁지에 몰렸을 때 드러나는 법이다.

같은 연구원이었던 전처의 도움으로 기술분야의 특허소송에 탁월한 능력을 가진 변호사를

소개받아 특허소송은 위기를 넘긴다. 더불어 다른 특허로 대기업에 역소송까지 하게 된다.

대기업의 횡포는 끝이없다. 자신들을 도와줄 은행들도 눈치를 보면서 등을 돌린다.

그래서 많은 변두리 공장, 중소기업들이 나가 떨어지는 것이다.

 

 

이 와중에 변두리공장이 가진 특허가 꼭 필요한 대기업에서 특허를 팔지 않겠냐는 제안을 해온다.

소송에는 이겼지만 자금이 빡빡한 처지에 단비같은 제안이었다. 하지만 쓰쿠다는 다른 제안을 한다.

과연 쓰쿠다의 도전은 성공할 것인가.

 

계란으로 바위를 친다는 속담이 떠오른다.

거대한 자본으로 어려운 중소기업을 위협하는 속성에 화가 치밀어 오른다.

기계보다 더 정확한 장인의 솜씨로 명물을 탄생시키는 그 아까운 기술들을 날로 먹으려고 한다.

경영자로서의 능력은 거의 없었던 쓰쿠다가 직원들과 힘을 합쳐 위기를 헤쳐나가는 장면들이

감동스럽다. 책 속에 들어가 응원의 깃발이라도 흔들어주고 싶은 심정이 된다.

 

'한자와 나오키'의 작가 이케이도 준은 전직 은행원답게 경제의 속성을 제대로 꿰고 있다.

그래서 그의 소설은 생생하다. 언제나 약자의 편에서서 정의가 승리한다는 결론을 보여주는

멋진 작가이다. 마이너지만 진정한 메이저는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는 통쾌한 소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너로 인해 시인이 된다
김종영 지음 / 경향BP / 2020년 1월
평점 :
절판


'내가 너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너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라는 싯구가 떠오른다.

미미한 존재였던 내가 비로서 누구에겐가 각인되고 인정받고 사랑 받았을 때 꽃이 되고

주인공이 되고 우주가 되는 기적같은 힘. 그게 바로 사랑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이 시집의 제목을 보는 순간 왜 그 시가 떠올려졌을까.

누군가의 사랑이 관심이 시를 부르고 비로소 시인이 된다는 뜻이라 그랬을 것이다.

 

20201105_131243_HDR.jpg

 

뜨겁던 햇살이 슬며시 꼬리를 내리고 새파란 하늘에 찬기운이 더하면 쓸쓸함이 밀려온다.

그럴 때 차 한잔 곁들이면서 시 한수 읽으면 마음이 차오르는 것 같다.

 

20201111_123836.jpg

                           

가을은 추억을 부르는 계절이다.

어리고 돈 없고 철도 없던 그 시절의 사랑은 비루했지만 선했고 찬란했었다.

첫사랑의 그이와 영화를 봤던가. 아련하다. 둘이서 본 기억보다 우르르 일당들이

몰려가 함께 했던 기억속에 팝콘보다 오징어가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정말 밤새 마주 보고 얘기를 나누는 것 만으로도 행복했던 적이 나도 있었다.

 

20201111_123919.jpg

                          

사랑은 변한다. 영원할 것 같은데 그렇다. 아니 어쩌면 사랑은 불변인데 인간의 마음이

변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서로가 변했다고 미루면서 사랑을 밀쳐냈던 기억도 떠오른다.

수많은 만남과 이별들. 설ˠ고 아팠고 그리고 지금은 추억하는 시간들.

 

20201111_125626.jpg

                          

섬에 살면서 가장 싫은게 바로 바람이다.

햇살이 눈부셔도 마음속까지 파고드는 바람이 싸늘해서 참 싫다.

그럼에도 꽃들은 피고 흔들리고 존재한다고 팔랑거린다.

그 찬란한 꽃들도 어둠이 내리고 바람이 찬 밤에도 흔들리면서 버틴다.

그래서 참 용타. 그래서 참 소중해진다.

나도 누구에겐가 꽃이었던 적이 있었던가.

그 사람으로 하여 시인이 되었던 적이 있었던가.

가을하늘과 바다의 짙푸름이 경계가 모호한 이 시절 잠시 시에 취해본다.

'나는 너로 인해 잠시 추억에 젖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