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행복하라 - 10만 부 기념 에디션
법정 지음 / 샘터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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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스님이 입적하시면서 자신의 책을 더 이상 출간하지 말라는 유언을 남기셨다.

한동안 시중에 스님의 책이 절판되면서 오히려 스님의 글을 그리워 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스님의 바람처럼 책이 더 이상 나오지 않아 그리움이 커지고 살면서 가끔 따끔한 말씀으로

정화되었던 마음의 정체가 심해졌다. 과연 스님의 바람은 누구를 위한 것이었을까.

 


 

누군가는 스님의 이 책이 유언을 져버렸다고 나무랐지만 나는 그냥 스님의 말씀을 다시

만나는 것만으로도 다시 행복해졌다. 그러면 족한것이 아닐까.

 


 

종교를 가진 많은 이들이 오히려 허구적이고 속세적인 삶을 사는 경우가 더 많다.

매주 기도를 하고 돌아오면 다시 정화되는 것 같은 희열을 느끼면서 다시 죄를 짓는 우를 범한다.

하지만 무소유를 주장하셨던 스님의 삶을 보면 그런 허구에 빠지는 것을 극도로 경계했던 것을 알 수 있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산속 오두막에서 스스로 먹일 것을 끓이면서 행복하다고 하셨다.

그리고 향짙은 매화 한 그루가 유일한 사치였다고나 할까.

스님은 말씀하신다. 자기 그릇에 맞게 살아가라고. 욕심부리지 말라고.

 


 

언젠가 훌훌 육신을 버리고 떠나갈 이 세상, 소유의 늪에 빠지지 말라는 말씀에 물질만능에

길들여진 현대인들은 언뜻 받아들이기 힘들지도 모르겠다.

한정판 명품에 열광하고 좋은 차에 좋은 집을 성공의 증표로 인식하는 세상에서 무욕의

삶을 살라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마치 바닷물을 마시는 사람들처럼 더 목이 마르는 악순환을 계속하는 삶이

얼마나 깡마른지는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들이 더 잘 알고 있다.

 


 

스님이 살아계시던 시절에도 떠나신 후에도 정치는 나아진 것이 없다.

국민의 대표로 뽑아놓은 사람들은 서로를 물고 뜯고 싸우고 편을 갈라 으르렁 거리는

바람에 경제는 엉망이 되고 젊은이들은 갈 곳이 없다. 이번에는 다르겠지, 하는 바람은

또 여지없이 부서진다. 권력을 부드럽게 쓸줄아는 멋진 대통령은 언제나 나올까.

 

스님이 떠나신 이 나라는 여전히 힘들고 시끄럽고 분명 지난 달보다 풍요롭다고 하는데

배가 고프다. 허전하다. 그럼에도 스님은 다시 태어나도 이 나라에 태어나고 싶으시단다.

 

스님 책이 나왔다고 나무라지 마시고 지금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토닥토닥

등을 두드려줬다고 칭찬해주세요. 어느 덧 세상을 떠나신지 10 년인데 그리움은

더합니다. 다시 세상에 오신다면 -다시 이 땅에 태어나고 싶다고 하셨죠-

더 많은 중생을 위해 가르침을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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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다리 건너 또 만나자 - 세상을 떠난 반려동물들이 남긴 스무 가지 이야기
이시구로 유키코 지음, 박제이 옮김 / 문학사상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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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생명의 소중함을 알게 했던 내 사랑 토리.

유기견이었던 토리를 통해 나는 생각지도 못했던 기쁨과 다른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게 되었다. 어린시절 개에게 물려 너무나 싫어하게 된 강아지를 내가 키우게 된 것

부터가 기적이었다.

 


 

바닷가 도시의 컨테이너 밑에서 발견된 우리 토리. 우연히 근처 식당에 갔다가

쫄래쫄래 따라오는 토리를 만나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이제는 우리집 상전(?)이 된 토리를

보면서 삶의 다양함과 행복을 느끼며 살고 있다.

여기 나처럼 그런 행복을 느꼈던 반려동물을 키우다가 무지개다리를 건네보낸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

 


 

어려서부터 동물을 좋아하여 자연스럽게 가족으로 받아들인 사람도 있고 나처럼 우연하게

가족이 된 강아지와 고양이를 기르게 된 이야기. 그리고 함께했던 아름다웠던 시간들.

하지만 이렇세 소중한 녀석들은 길어야 20년의 수명밖에 타고나질 못했다.

언제까지나 함께 할 것이라 믿었던 아이들을 떠나보낸 아픔을 보고있자니 이제 4살이 된

토리가 언제까지 내 곁에 함께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걱정스럽다.

 


 

선천적으로 병을 안고 태어났다던가 가족이 되기전 감염으로 일찍 떠나버린 아이들도 있지만

대체로 수명 이상을 누리고 떠난 아이들을 보면 주인의 충분한 사랑이 있었다.

좋은 사료와 먹거리, 운동과 산책등으로 건강을 보살피기도 했지만 세심한 배려와 사랑이

수명에 더 영향을 끼치게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내 주변에도 사랑했던 반려동물을 먼저 떠나보내고 극심한 아픔을 극복하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

다시는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나도 남편도 우리 토리랑 뚱이가 세상을 떠나면 다시는 반려동물을 키우지 말자고 다짐했다.

코로나 이후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이 늘었다고 한다. 더불어 버려지는 동물도 늘었다고 한다.

어떻게 사랑스럽고 여린 아이들을 버릴 수 있을까.

 

여기 소개된 많은 반려가족들은 한결같이 얘기한다. 가족으로 받아들이기 전 충분히 생각하고 다짐해야 한다고. 그리고 가족이 된 이후에는 당연히 책임지고 보살펴야 한다고.

사람들의 보살핌으로만 살아가는 아이들을 키우다보니 언제 뭐가 필요하고 도움을 줘야 하는지 알게 된다. 어떨때에는 눈치를 보기도 한다.

그럼에도 아주 오래오래 내 곁에 함께 하기를 간절하게 바란다. 그만큼 열심히 보살필 예정이다.

여행도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집도 함부로 못 비우는 어려움이 있긴 하지만 말이다.

토리야 적어도 10년 이상 내 곁에 있을거지?

사람들에게 무한한 행복을 주고 무지개 다리 저편의 세상으로 떠난 아이들에게도 안식의 시간들이 함께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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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사람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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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인류가 가난했던 시절에도 지금처럼 번영을 누리는 시절에도 또는 잘 산다는

선진국이면서도 불공평한 일들은 여전히 일어난다.

믿었던 배우자가 자신의 상사와 바람이 나고 두 딸과 함께 집에서 쫓겨나야 할 처지에

빠진 사람이 우연히 발견한 장난감 총-분명 장난감총으로 보이는-을 들고 은행강도가

되기까지 그건 다 남의 얘기라고만 생각했었다.

 


 

두 딸을 학교에 보내고 권총을 들고 은행에 뛰어 들어 '6천 5백만 크로나'를 내놓으라고 소리쳤던 은행강도는 나중에서야 그 은행이 현금이 하나도 없음을 알아차렸다.

요즘에 아무리 인터넷이 발달했다고 해도 현금이 하나도 없는 은행이라니..믿어지는가.

암튼 현금탈취에 실패한 은행강도는 은행을 뛰쳐나와 마침 오픈하우스중인 아파트로 뛰어들었다.

그렇게 인질극이 시작되었다. 은행강도는 정말로 인질극을 벌인 의도는 없었다. 장담하건대.

 

그저 집구경을 하러 온 사람들에게 은행강도가 들이닥친 것은 누가봐도 억울하고 불공평한 일이다.

하고 많은 장소중에 왜 그 사람들이 있는 아파트였을까. 운명이었을까.

동성커플인 부부, 한 때는 잘나갔던 애널리스트인 아내가 이제는 너무 늦었겠지만 부동산 투자에 재능이 있는 남편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 함께 투기에 뛰어든 부부.

딸의 집을 구해주기 왔다는 노부인과 오랫동안 은행에 근무해왔던 사라.

사실 사라에게는 아픈 기억이 있다. 지구 반대편 어느나라에서 시작된 금융사태로 모든 재산을 잃게 된 남자가 다리에서 뛰어내린 사건에 그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사라는 수면장애와 불안증을 앓고 있었다. 그 병을 극복하기 위해 찾아낸 처방이 바로 오프하우스 여행이었다.

 



우연하게도 그 오픈하우스 아파트에 보인 사람들은 하나같이 불안감을 느끼고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만 그랬을까. 우리 모두 어느 정도는 다 불안감을 느끼고 살아간다.

코로나는 말할 것도 없고 이제 닥쳐올 불황과 경제위기는 또 어떻게 극복해야할지.

취직하지 못하고 있는 당사자는 물론이고 그걸 지켜봐야하는 부모들도 그렇다.

그저 살아가야 하니까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그 아파트에 모인 사람들도 그랬다.

어설픈 은행강도도 그렇고 인질이 된 그들도 그렇다. 하지만 인질들은 어설픈 은행강도의

사연을 듣고 그를 돕기로 한다. 그야말로 스톡홀름 증후군이 아닌가. 역시 스웨덴 소설답다.

 



 

그리고 은행강도를 구하기 위한 무대가 펼쳐진다. 심지어 은행강도를 잡으러 온 경찰까지

합세하다니. 놀라지 마시라. 사실 은행강도의 이름은 끝까지 밝혀지지 않는다. 그만큼

치밀하게 은행강도를 보호했다는 얘기다. 더구나...은행강도가 어떤 인물인지 반전을 보면

우리가 갖고 있는 편견이 얼마나 한심한지 확인하게 된다.

역시 프레드릭 배크만 답다. 그의 소설은 늘 그렇다. 아무리 미리 대비해도 당한다.

추리소설에서만 이런 반전을 끌어다 쓰는건 아니니까.

 

현대를 살아가는 불안한 사람들의 이야기속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갈 만한 세상임을

깨닫게 하는 소설이다. 그냥 흩어져있을 때에는 아무것도 아닐 것 같았던 퍼즐 조각이 자신이

속할 자리를 찾아 하나의 작품이 되고 그 가치가 생기는 것 처럼 여기 모인 인질들과

엉뚱한 경찰과 독자까지도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 같은 그런 감동스런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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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에서 온 남자 울릭 - 프랑수아 를로르 장편소설
프랑수아 를로르 지음, 지연리 옮김 / 열림원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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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의 이누이트족인 울릭이 세상밖으로 나와 겪는 사건들에서 인류가 걸어온 길과 나아가야 할 길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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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에서 온 남자 울릭 - 프랑수아 를로르 장편소설
프랑수아 를로르 지음, 지연리 옮김 / 열림원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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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 북극에서 이누이트의 아들로 태어나 살다가 부모님 모두 돌아가시고

삼촌집에서 자란 남자가 있다. 이누이트 고아들은 자칫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울릭은 살아남았고 곰을 연이어 사냥했다는 죄목으로 파혼당하고 이누이트

세상에서 내쳐졌다. 울릭은 카블루나 나라로 갔다가 대사가 되어 돌아오면 사랑하는

나바라나바와 결혼하는 조건으로 카블루나 나라로 날아올랐다.

 


 

카블루나 나라는 이누이크가 아닌 백인종이 사는 나라였다.

그 나라는 석유가 필요했고 울릭이 사는 마을에 석유기지가 들어섰다. 회사는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시킬 모델이 필요했다. 바로 울릭같은 남자였다.

고아로 자란 울릭은 카블루나 사람들에 보살핌을 받으며 성장했고 그들의 말을 할 줄 알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선진의 때가 묻지 않은 이누이크의 순종이었기에 그랬다.

 


 

울릭은 외로웠다. 그를 가이드해주는 마리 알릭스가 곁에 있었지만 외로웠다.

이누이크는 혼자 살아가는 종족이 아니었다. 마리알릭스는 울릭을 집으로 들여 함께

살기로 했다. 물론 언젠가 울릭은 이누이크의 나라로 돌아가야 했다.

마리 알릭스의 열 여섯 살짜리 딸 줄리엣과 열 살짜리 아들 토마스가 있었다.

이혼후 홀로 아이를 키우는 마리 알릭스는 이누이크 시선으로 보면 사냥을 하는 남자처럼

세상과 맞서 싸우는 전사였다.

 


 

마리 알릭스의 집으로 들어온 후 같이 침대를 쓰는 사이가 되었지만 줄리엣은 울릭을

경계하고 있었고 토마스는 자신의 세계에 갇혀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잘 몰랐다.

토마스를 돌보는 의사 꾸베박사를 만나게 되고 토마스의 문제와 자신이 이 나라로

와서 겪는 문제들을 상담한다. 카블루나 나라에서는 남자의 역할과 여자의 역할 구분이

없었다. 여자들은 굳이 결혼을 하려고 하지 않았고 남자를 꼭 필요한 존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누이트 세상에서는 남자는 생존 그 자체였는데 말이다.

 


 

석유회사의 사람들은 자신들의 사업을 합리화시키기 위해 울릭을 이용한다.

울릭은 이제 부자가 되었다. 하지만 이누이트의 삶을 잊은 것은 아니었다. 결국 울릭은

이누이트의 세상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그가 기억하는 이누이트의 세상은 없어졌다.

 

인간들은 더 편리한 삶을 위해 환경을 마음껏 파괴한다.

그 한가운데 서게된 울릭은 사랑하는 여자를 되찾기 위해 이기적인 세상으로 나왔지만

결국은 자신이 속할 세상으로 돌아가기로 한다. 하지만 그 세상은 이제 없다.

울릭은 어디로 가야하나.

 

울릭이 살았던 세상은 우리의 조상들이 살았던 세상이다.

공정하고 배려가 있었고 살기위해 사냥은 했지만 자연은 파괴하지 않았다.

울릭은 두 세상을 모두 보고 겪으면서 점차 파괴되어 가는 이누이트의 종족들을

슬프게 지켜보게 된다. 그리고 자신만의 세상을 찾아간다.

고전적인 성의 역할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현대사회의 인류들은 과연 행복한가를

묻게 되는 소설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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