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모르는 이야기 오늘의 젊은 문학 2
서장원 지음 / 다산책방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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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에 있는 사진부터 이름까지 작가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참 애매하다.

첫 편에 실린 '당신이 모르는 이야기'나 '프랑스 영화처럼'이 성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라

그랬을까. 왠지 작가에게 그런 느낌을 받았다면 너무 오바한 것일까.

암튼 '당신이 모르는 이야기'는 졸업이후 한 번도 만난적이 없는 동창이 전화를 걸어와서

소설을 써달라는 것으로 시작된다.

 


 

 

사랑했던 연인이 갑자기 죽었고 자신과의 사랑이야기를 소설로 써달라고 했다.

애인은 동성이었다. 뜬금없는 동창의 제안에는 과거 주인공이 자신과 같은 성정체성을

지닌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는 계기가 있었다.

 

 
 

돌이켜보니 주인공이 잠깐 마음이 설렜던 친구가 있었다. 하지만 그게 성정체성까지

논할 정도의 감정은 아니었다. 여고에서는 흔히 있을 수 있는 정도의 감정이었다.

하지만 과거의 시간속으로 돌아가보니 혹시 그애를 사랑했었나. 지금은 남편에게

그 말을 할 수 없는 것은 자신도 정말 그랬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있어서였을까.

 


 

 

시대가 변했다고 해도 여전히 우리는 성소수자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

유재는 그런 시선으로부터 좀 더 자유로운 프랑스로 가길 원했지만 코로나가 발목을

잡는다. 하지만 위기가 닥쳤을 때 진실은 더 보이기 마련이다.

프랑스에서 일어났던 일들은 그 나라가 결코 더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버지의 기대에 못미치는 아들이 어느 날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고 데려온다.

땟국물이 흐르는 잡종개를 집안에 들이겠다고? 아버지는 아들의 뺨을 때린다.

하지만 아들은 몰래 강아지를 돌보고 있었고 결국 더 열심히 공부를 하겠다는

각서를 쓰고서야 강아지를 키울 수 있었다.

하지만 공부는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결국 아들은 모의고사 성적표가 날아 오는 날

개를 버리겠다는 아버지와 실랑이를 하고 집을 나갔다.

그리고 바다에서 익사했다는 연락을 받는다.

 

'해변의 밤'에 등장하는 아버지는 그저 아들을 자신의 기대대로 키우고 싶었다.

여린 마음에 버려진 강아지를 키우고 싶어 각서까지 쓰고 집안에 들인 아들은

마음이 예쁜 애가 틀림없었는데...성적이 미치지 않는다는 이유로 아버지는

가혹하게 아들을 내몰았다. 결국 아들의 죽음에는 아버지의 책임이었을까.

 

 

9편의 단편들은 대체로 좀 쓸쓸했다.

누군가와 이별하고 떠나보내고 남겨지고...그런 이야기들이 좀 슬프고 애틋하다.

'당신이 모르는 이야기'에 담긴 이야기들은 대체로 슬프고 비밀스럽고 그게 맞다.

그걸 꺼내놓는 작가의 마음역시 조금 쓸쓸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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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의 방 - 법의인류학자가 마주한 죽음 너머의 진실
리옌첸 지음, 정세경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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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언젠가 뼈로 가득찬 성당을 본 적이 있다.

사실 뼈를 직접 본 적은 거의 없고 영상으로만 봤지만 그래도 매번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일까.

뼈는 죽음을 떠올리고 뭔가 어두운 기억을 연상시킨다. 그리고 그 뼈 하나가 누군가의 삶

하나라고 생각하면 그냥 지나치기가 쉽지 않다.

 


 

 

여기 뼈를 보고 죽음너머의 진실을 매일 경험하는 법의인류학자가 있다.

시신 하나를 마주하면 마치 수수께끼를 푸는 느낌이라고 얘기하는 그가 전하는 뼈의

말들을 보면 생전에 어떤 삶을 살았는지, 죽음의 원인은 무엇인지, 심지어 범죄의

가닥까지 짚어내는 과정이 담겨있다.

 


 

 

'뼈의 방'을 놀이동산이라고 얘기할만큼 뼈가 익숙한 법의학자들이지만 뼈 하나가

한 사람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숙연해진다는 말에 많은 생각이 든다.

누구나 언젠가 삶을 마감하는 날 뼈가 남겨지고 살았던 시간들은 사라진다.

하지만 법의학자가 만나는 뼈들은 평탄한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 많지 않다.

사막 한 가운데 누군지로 모른 채 버려진 뼈, 학살의 현장에서 무더기로 발견되는 뼈.

그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진실을 밝혀내는 일은 남아있는 사람들의 몫이고 유족들에게

전해야 할 말을 대신 전해주는 메신저는 꼭 필요하다.

사실 이런 일을 하는 사람들은 굉장한 사명감이 없으면 힘들 것이다.

 


 

 

하지만 수수께끼를 풀듯 뼈의 진심에 다가가는 과정은 흥미롭기도 하다.

'뼈 너머의 인간을 잊지 말라'말이 이 법의인류학자가 건네고 싶은 말일 것이다.

범죄의 현장, 범인을 추적해나가는 곳에 항상 등장하는 유명한 이수정교수가

강추하는 이유를 알게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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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카메론 프로젝트 - 팬데믹 시대를 건너는 29개의 이야기
빅터 라발 외 지음, 정해영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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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처럼 인류에게 위기가 닥친 과거의 어느 날, 흑사병이 창궐하던 도시밖으로 피신한

한무리의 남녀가 서로를 위해 들려주던 이야기를 모은 선집이 탄생되었다.

조반니 보카치오가 쓴 데카메론은 그렇게 탄생된 소설이다.

이 책 역시 인류에게 닥친 코로나 위기에 탄생한 선집이다. 단순히 시간을 때우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산길을 걷다보면 만나는 돌탑같은 책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염원이 담긴 그런 돌들이

모여 쌓아진 돌탑처럼 세계 작가들의 염원이 담긴 그런 소설집이다.

 

 

이제는 맘놓고 산책하기도 힘든 시기에 언젠가 이 모든 상황이 끝나면 가끔 산책을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담긴 짧은 글도 있고 방콕시대에 오히려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이웃의

얼굴을 비로서 알았다는 글도 있다.

 


 

 

해외뉴스에서는 가끔 베란다 음악회 소식도 들리고 방콕챌린지 영상이 인기를 끌기도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새로운 문화가 탄생하기도 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개는 비슷하게 살아간다. 샤워는 예전보다 덜 하게 되고 술은 더 자주 마시고

TV나 영화가 친구가 되는 그런 모습들.

 


 

그럼에도 코로나사태를 대응하는 각국의 모습은 달랐다.

철저하게 방역하고 거리두기를 하는 나라도 있는가하면 스웨덴처럼 자가면역을 증진시키겠다고 아예 마스크조차 권하지 않았던 나라도 있다. 심지어 브라질대통령은 표백제를 마시라고 했던가.

위기를 맞는 인간의 다양한 모습들이 담긴 소설을 보면서 그래도 하나같이 얼른 이 상황이

끝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염원을 보았다.

 

팬데믹 시대를 건너는 29편의 이야기를 보면서 문을 걸어잠그고 살아가지만 고만고만

느끼는 감정들은 비슷하구나 싶었다. 언젠가 이 책도 데카메론처럼 그 시대를 상징하는

하나의 역사가 되겠구나 싶었다. 그런날이 빨리 오기를 간절하게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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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금숙 만화
김금숙 지음 / 마음의숲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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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주면 그 이상을 되돌려주는 개와 인간의 사랑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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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금숙 만화
김금숙 지음 / 마음의숲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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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가장 친한 동물을 꼽으라면 단연코 개라고 답할 것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하는데 버려지는 동물도

그만큼 많아졌다고 한다. 오로지 사람의 처분만 기다리며 살아가야 하는 동물을

버리는 사람들이 있다니 생각만해도 분노가 치민다.

 


 

 

우연히 펫숍에서 만난 당근이를 입양하고 이어 감자를 입양하게 된 부부의 이야기가

감동스럽다. 가족이 된다는 것은 사람이나 동물이나 인연이라고 생각한다.

당근이나 감자는 그나마 정말 행운견이라고 할 수있다.

공장에서 태어난 개이든 유기견이든 일단 생명은 소중하다. 그 여린 생명을 책임져야

하는 일은 결코 가벼운 결정으로 할 일이 아니다.

 


 

 

일단 가족이 되면 중성화수술을 비롯하여 각종 예방접종에 사료에 영양제까지 그야말로

신경쓸 일이 한둘이 아니다. 예전처럼 울타리안에 묶어놓고 사람이 먹던 밥이나 주던

그런 시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막둥이는 섬 가두리에서 태어난 진돗개이다.

막둥이의 아빠는 남편이 어려서부터 키우던 개라 새끼가 생기자 기쁜 마음으로 입양을

했고 토리는 버려진 강아지였다. 토리는 조금 무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였었다.

이미 막둥이가 있는데다 생명을 책임진다는 것이 결코 가볍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이미 키우고 있던 개와 새로운 개가 잘 지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다.

예방접종비용이나 사료값같은 것도 부담이긴 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건 녀석들이

주는 기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처음 섬에 들어와 살 때 이웃이 기르던 개가 갑자기 없어지는 일이 있다 싶으면

보신탕이 되어 있곤 했다. 고기가 귀한 섬이다 보니 예전부터 개나 닭을 길러

고기로 먹었던 관습이 있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자신이 기르던 개를 먹다니.

 


 

 

이 만화의 주인공 부부가 새로운 가족을 다시 입양하는데 주저하는 장면이 나온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아니 그래야한다. 순간적인 감정으로 결정했다가 버려지는 일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휴가시즌이 되면 특히 더 많이 버려지고 버린 자리에서 주인을

기다리는 개들이 수없이 많다. 그런 장면이 방송되면 분노가 치밀면서 자꾸 눈물이

났다. 그들도 소중한 생명이라구.

 

사랑을 주면 언제나 다시 돌려주는 인간보다 더 따뜻한 생명들.

오로지 인간의 돌봄만을 받으며 살아야 하는 가여운 아이들에게 제발 가혹한

일들이 생기지 말아야 한다.

'개와 살며 다른 개들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주인공의 말에 이말을 더 보태고 싶다.

'개와 살며 다른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기 시작했다.'고.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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