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어제가 나의 오늘을 만들고 연시리즈 에세이 5
김보민 지음 / 행복우물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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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긴 글보다 더 많은 것이 담긴 짧은 글들이 있다.

나이의 숫자가 인격의 무게로 거짓없이 쌓이는 것이 아니듯 시 한줄에도

인생이 담길 수 있다.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은 산문집이다.

담담한 듯 하면서도 깊고 남의 얘기인 듯 하지만 내 얘기인듯도 하다.

 


 

글을 써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무병(巫病)처럼 쓰지 않고서는 아픈 사람들.

저자의 약력이 너무 간략해서 어떤 글들을 써왔는지 궁금해진다.

글 사이에 담긴 사진들도 참 좋다. 이 가을과 너무 어울리는 풍경과 차 한잔의 여유까지 담긴.  그래서 내가 안에 들어가 있는 것도 같은.

 


 

남쪽에 살아서 그런지 가을도 늦다. 여전히 나무들은 푸르고 고추꽃들이 아직도 핀다.

그러니 이 산문집으로 먼저 가을을 만나볼 밖에.

봄 보다 가을 냄새 물씬 풍기는 글들. 그림들. 그래서 반갑다.

나이가 들어가니 봄보다 가을이 좋아지는 것은 왜일까.

 


 

보이는게 다가 아니란 말도 있지만 똑같은 걸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존재가 달라진다.

나도 그렇다. 누군가 나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이 글을 보면서 문득 생각해본다.

나를 나보다 더 잘 아는 누군가가 있다면 묻고 싶다. 나는 어떤 사람이냐고.

 

가을을 기다리는 해변가에 앉아 읽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포켓 사이즈의 책이라고 가벼운 것은 아니다.

흰 종이위에 새겨진 검은 활자의 무게는 읽는 사람들의 마음 무게에 달렸다.

묵직한 울림에 마음이 고요해지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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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동 중인 119구급대원입니다 - 세상을 구하는 한마디
윤현정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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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위급한 현장에 출동하는 구급대원의 모습에서 감사의 마음을 느낀다. 세상을 구하는 소방관들이 무사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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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동 중인 119구급대원입니다 - 세상을 구하는 한마디
윤현정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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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는 가장 존경받는 직업이 소방관이라고 한다.

하지만 난 가족중에 소방관이 있다면 밤잠 못이루는 날들이 많았을 것이다.

가장 위험한 현장을 뛰어다녀야 하는 119구급대원들, 소방관들의 가족들이 다

이런 심정이 아닐까. 분명 위험한 직업이지만 누군가는 해야할 일.

그 현장을 뛰고 있는 소방관의 생생한 경험담들이 펼쳐져있다.

 


 

응급구조학과를 졸업하고 구급현장에서 일하는 여성. 사실 위험한 일을 하는데 있어

남성과의 구분은 필요없겠지만 아무래도 힘을 많이 써야하는 일이 많다면 여성이

상당히 불리할 것이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쓰러져있는 환자가 거구라면. 화재현장에 무거운 장비를 짊어지고 뛰어들어야 한다면.

더구나 출동 대부분이 주취자와 마주쳐야 한다는데 막무가내의 주취자를 상대하는 일은

여성이 더 힘들지 않겠는가. 성희롱에 폭행이 잦으니 말이다.

 


 

시대가 발전할 수록 직업에 남녀의 차이는 좁아지고 있지만 내 딸이 이런 현장을 뛰어다닌다고 생각하면 정말 마음이 조마조마할 것 같다.

저자의 말처럼 현장경험이 늘어날 수록 강인한 체력을 길러야겠다는 다짐은 그래서 나왔을 것이다.

 


 

멀쩡한 사람이 마치 119구급차를 택시타듯 부른다거나 몇 년전부터 열쇠를 열어달라는

신고는 더 이상 출동하지 않는다고 할 정도로 소소한 심부름꾼으로 여기는 사람들도 있다.

고독사를 당한 노인들의 사체가 늦게 발견되거나 분변이 어지러운 현장에서 환자를 수습하는

장면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저자의 말처럼 누구나 언젠가는 늙는다. 자신의 몸을 주체하지 못하고 119의 신세를

질날이 올지도 모른다. 이 험한 현장을 지키는 사람들이 없다면 이 사회는 어떻게 될까.

 


 

소방제복에 붙어있는 태극기가 부끄럽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에 감사한 마음이다.

현장을 뛰면서 생긴 트라우마로 고생하면서도 좀더 정확한 구조활동을 하기 위해 공부를 하고 노력하는 모습에 숭고한 마음마저 든다.

이 저자역시 누군가의 딸이고 귀하게 컸을 것이다. 익산 소방서에서 근무하다가 주취자의

폭행으로 숨진 여소방관의 사례를 보니 그 위험지수를 알 수 있다.

 

선진국 일수록 응급구조 체계가 잘 되어있다고 한다. 그 말은 큰 사건과 사고가 많았던

경험이 축적될 수록 응급구조의 역사도 발전되었다는 것이다.

화재현장에서 다치고 숨지고 심지어 트라우마로 자살까지 하는 소방관들의 얘기를

들으면서 우리는 그들에게 큰 빚을 지고 사는게 아닌가 감사한 마음이다.

 

부디 다치지 말고 건강하게 오래 시민들 곁으로 달려나가는 멋진 소방관이 되기를 바란다.

119구급대원 여러분, 소방관 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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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빠져드는 미술관 - 누구라도 빠져들어 내 것으로 남는 미술 교양
안용태 지음 / 생각의길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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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그림에 관한 설명서가 아니다. 역사서이고 문학이고 철학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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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빠져드는 미술관 - 누구라도 빠져들어 내 것으로 남는 미술 교양
안용태 지음 / 생각의길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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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전부터 그림에 관한 책들이 많이 출간되었다. 그림에 문외한이었던 내가 이 책들을

보고 제법 많은 지식을 쌓게 되었고 지금도 이런 책들이 나오면 가장 먼저 선택하게 된다.

내가 그림을 사랑해서? 가만 생각해보니 이 책들은 또다른 역사서이고 문학이어서 그랬다.

 

                                   

공부를 못했다고 할 정도는 아닌 학창시절 유독 역사시간이 좋았고 시험에서도 거의 올백을

받았다. 다들 어려워했던 그 과목이 왜 난 좋았던걸까. 살아보지 못했던 시절의 기록들이

그렇게 다가와서 그리고 그 역사에서 미래를 보았기 때문이 아닐까.

그림이 그랬다. 신화가 있고 역사가 있고 위트와 비밀스런 암호까지 더하니 그야말로 종합예술이었다.

대체로 화가들은 당대에 인정을 받아서 풍요롭게 산 적이 거의 없었다. 다행이 마네처럼 유산을

상속받아 가난한 화가들을 돕기도 한 화가는 드물었다. 하지만 어쩌면 이 치열하고 가난한

환경이 작품을 더 빛나게 했을지도 모른다. 사람을 먹어치우는 끔찍한 그림 '사투르누스'의

주인공 고야가 활동하던 시기 스페인은 이웃인 프랑스로 인해 그야말로 정신이 없는 상태였다.

당시의 시대성이 고스란히 그림에 담겨있는데 '마드리드의 알레고리'에 담긴 일화는 고야가

상당히 기회주의자가 아니었나 짐작케한다. 하긴 그 전쟁터같은 곳에서 살아남으려면 어쩔 수

없었을지도.

                                   

'풀밭위에 점심'은 당시 파격이었다. 벌거벗은 여자가 멋지게 차려입은 신사와 숲속에서

식사를 하다니. 마네는 이 파격에 더해 '올랭피아'까지 등장시킨다.

신화속에 등장하는 비너스를 모방한 듯한 이 그림속 여인은 창녀라고 짐작되었다.

당시 파리의 신사들은 내연녀 한 둘 정도는 예사였고 창녀와의 만남도 흔했겄만 막상 마네의 그림을 보고는 자신의 알몸을 들킨듯 기겁을 한 것이다.

그런 인간들을 조롱하는 듯한 마네의 파격은 아마도 그가 가난에 휘둘리지 않았던 여유가 한 몫을 했을지도 모른다. 누구 눈치보지 않고도 소신껏 그림을 그릴 수 있었기에.

                                   

저자도 언급했지만 아무리 그림을 모르는 사람이라도 한 번쯤은 본듯한 '만종'이나

'이삭줍는 여인들'은 가장 대중적인 그림이다. 밀레는 가난했고 한 때는 돈을 벌기 위해

누드화를 그리기도 했다는데 결국은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농촌의 풍경으로 돌아간다.

그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평화롭다. 화가가 누구든 상관없이 벽에 걸고 싶은 느낌을 들게한다.

그래서 가장 많이 본 그림이 되었다. 살아생전 가난에 시달렸던 밀레가 이제 겨우 명성을 얻어

돈을 벌만 하니까 세상을 떠났단다. 인생사가 다 그렇다.

그래서 이 책을 읽다보면 그림도 보고 한 인간의 서사도 보고 시대도 보고 깊은 사색에 빠지게

된다. 그래서 이런 책이 좋다.

어렵지만 어렵지 않고 명작들이 틈틈이 등장하니 지루하지도 않다.

어찌 보지않고 읽지 않을소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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