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 떨어지는 소리 눈물 떨어지는 소리 - 사라져가는 것들 사이에서 살아내는 오늘
박상률 지음 / 해냄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생을 반 넘어 살다보면 그리운 사람들이 있다. 만남과 인연 그리운 시간들에 대한 에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꽃잎 떨어지는 소리 눈물 떨어지는 소리 - 사라져가는 것들 사이에서 살아내는 오늘
박상률 지음 / 해냄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굳어가는 머리를 운동시키려면 스릴러물이나 미스터리물들이 좋은데 가끔은

쉬어가듯 담백한 산문집이 그리울 때가 있다.

예전에는 추운 겨울이 지나고 화사한 꽃이 피는 봄이 좋았는데 이제는 가을이 좋다.

감성도 나이따라 가는 것인지.

 

 

처음 저자의 이름을 보고 아 그 사람이로구나 했다.

내가 섬으로 들어와 살게된 인연이 되었던 한 작가가 가장 좋아하는 스승이라고 했던가.

일부러 찾아 읽어보았더니 다소 어렵기도 하고 심오하기도 하여 아 작가들이 좋아하는

작가는 이 정도의 필력이 있어야 하는구나 했다. 근데 그가 쓴 산문집은 어떤 느낌일까.

 

 

이 양반 앞으로 작품집이 나올 때마다 첫장에 '박상륭이 아니고 박상률 올시다'라는

서문이라도 올려야 할 모양이다. 나도 '박상륭'인줄 알았다가 이 글이 나오는 책 중반이

넘어서야 다른 작가임을 알았으니 말이다. 저자에게는 독일까 약일까.

 

 

반 넘어 살아온 흔적들이 아련하게 다가온다. 면접을 보기 위해 새벽열차를 타고 도착한 서울역.  하필 '쉬었다 가세요' 다가온 여자가 어릴적 동무 혜진이었다니...그 충격이 얼마나 컸을까.  가난때문에 어려서 서울로 올라온 동무는 어디서 늙어가고 있을까.

오지 않는 딸을 기다리던 어미는 딸을 만나기는 했을까. 가난는 자신이 선택한 길도 아니었건만 시든 꽃같은 길을 걸어야 했던 여자의 이야기가 가슴아프다. 그녀 또한 얼마나 놀랐을까.

 

 

날 때부터 약했던 몸으로 허우적 거리며 살아야 했던 남자.

요양을 위해 머물렀던 산사에서 만났던 스님들과의 이야기며 나라가 위기에 처해 있음에도

산속에서 요지부동했던 선사들의 비겁함에 일갈하는 그의 말이 묵직하거니와 시원하기도 하다.  과연 종교란 인간에게 어떤 존재인가.

내가 평소 부처를 흠모하지만 산속에 처박혀 중생의 방문만 기다리는 처지를 한탄했던 기억이 겹쳐진다.

 

마음속으로 흠모만 하다가 놓쳐버린 사랑들에 대한 이야기며 먼저 세상을 떠난 문우들에

대한 그리움까지 늦가을에 어울리는 에세이집이다.

저자의 나이쯤에 이르고 보면 이런 추억의 에세이 한 권쯤은 거뜬이 나오겠다.

나도 언젠가 이런 에세이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쓰기를 잘하고도 싶고 흠모하는 작가들과의 만남자리에 자주 참석하던 독자였던 내가

어떤 작가의 거의 모든 작품들이 자신의 경험과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나는 사실 당혹스러웠다. 이건 창작일까. 르포일까.

깊은 속사정까지는 모르겠고 그나마 뼈대만 리얼이고 곁가지 정도는 창작이었길 바란다.

그래서 그가 A급이었는지 B급이었는지는 본인만 알겠지만 나는 C에도 못미치고

D등급의 인간인 것 같아 씁쓸해진다. C정도의 성적표는 받고 싶은데 가능하려나.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말을 거는 영화들 - '조커'에서 '미나리'까지 생각을 넓히는 영화 읽기 생각하는 10대
라제기 지음 / 북트리거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빙점'을 쓴 일본의 작가 미우라 아야코는 평생 질병에 시달리다 숨을 거두었다.

그런 와중에도 작가로서 많은 활동을 하였는데 일본에서는 드물게 개신교 신자이기도

했던 그녀는 엄청난 고통에 시달릴 때마다 신에게 물었단다.

'왜 나에게 이런 시련을 주십니까?'

하긴 왜 아니겠는가. 살면서 죄를 지은 것도 없고 그렇게 믿는 신에게 기도를 했을텐데

말이다. 왜 그런 사람에게 회복될 수 없는 병을 주신 것일까.

                                    

태어나면서부터 큰 병을 지니고 나온 아이. 큰 수술을 몇 번 받으면서 평생 산소통을

끼고 살아야 했던 사람. 그런 그를 일으켜 세운 것은 가족과 친구와 그리고 신이라고 했다.

그는 신에게 물었을까. 왜 내게 이런 병을 주셨나이까.

그리고 답을 얻었을까. 가끔 난 왜 선한 사람들에게 신은 이런 고통을 주는지 묻는다.

내 기도가 부족하여 신은 내게 답을 주시지 못하지만 미우라 아야코에게 들려준 답은

'내가 너를 극진히 사랑하기 때문이다'라고 했단다. 그러니 더욱 의문이 생길밖에.

사랑했으니 병을 주었다니...

                                   

병약한 시인에게 다가온 신이 있어 다행스럽다. 왜 고통을 주냐고 원망을 할만도 한데

자신에게 온기를 불어넣어준 신에게 감사하다니...참 믿음이라는게 이렇게 대단하다.

그의 말처럼 신은 또하나 그에게 글쓰는 재능도 주셨나보다.

평생 병과 싸우려면 뭔가 붙들고 토해내고 덜어낼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걸 알았을까.

 

그런 아이를 지켜봐야 했던 부모님도 언젠가 산에 가고 싶다는 친구의 소망을 위해

알루미늄 지게에 친구를 싣고 번갈아 산에 올랐다던 친구들도 신이 보낸 희망이다.

멀쩡한 몸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임에도 삐뚤어지고 선하게 살지 못하는 불구자가

많은 세상이다. 또한 그들을 위해 기도해주고 짐을 나누어 질 사람이 없는 경우도 많다.

그런걸 생각하면 얼마나 따뜻한가. 다행이다.

                                   

병에 굴복하지 않고 시인으로 성장한 그 당당함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죽음을 늘 마주하면서 사는 사람에게 글 한줄 한줄은 마지막 유서처럼 비장하기도

했고 고인 아픔을 토해내는 탄원서같기도 하다.

지금껏 그래왔듯 잘 살아가기를...그리고 신이 늘 곁에 있다고 믿어서 하는 말인데

그 신에게 꼭 전해주시라. 제발 선한 사람에게 고통을 걷어가달라고.

그래서 남은 시간 더 많은 감사로 살아갈 수 있게 해달라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말을 거는 영화들 - '조커'에서 '미나리'까지 생각을 넓히는 영화 읽기 생각하는 10대
라제기 지음 / 북트리거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무심코 보았던 영화도 이렇게 안내서가 있으면 달리 보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말을 거는 영화들 - '조커'에서 '미나리'까지 생각을 넓히는 영화 읽기 생각하는 10대
라제기 지음 / 북트리거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류에게 철학을 생각하게 하고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들중에는 음악이나 미술,

연극이나 영화같은 문화가 있다. 만약 이런 예술활동들이 없다면 세상은 얼마나

삭막했을까. 특히 영화는 종합예술로 약 2시간에 걸쳐 담긴 이야기에 우리는 울고

웃고 생각하고 날선 삶을 잠시 달래보곤 한다.

 

 

몇년 전부터 불기시작한 K문화에 대한 열풍은 괜히 시작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미 오랫동안 태동되어 있었고 일정 수준 다듬어지고 있었기에 갑작스런, 혹은 우연히

시작된게 아니다. 우리는 그만큼 자부심을 가져도 좋지 않을까.

 

 

과거 언젠가는 동방의 나라를 세상 사람들은 알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세상은 대한민국에

열광한다. 엊그제 BTS의 공연이 시작되었고 최근까지 대한민국의 영화는 새삼 주목받고 있다.

봉준호의 기생충이나 정이삭의 미나리가 제대로 평가받기 전에 이미 세계 영화계에서는 우리

영화의 가치를 인정하고 있었다. 물론 자막으로 소통은 되겠지만 우리말을 우리 감성처럼 전달되기 어려움에도 왜 많은 사람들이 우리 영화를 주목하게 되었을까.

 

흥미위주의 영화도 좋겠지만 인간 본성의 모습을 투영하고 깊이 들여다보는 시각이 누구보다

뛰어나고 그걸 알아보는 감각이 뛰어난 민족이기에 말이 달라도 살아온 환경이 달라도 알아보기 때문이 아닐까. 여기 이런 영화에 미친 사람의 러브스토리가 등장한다.

 

 

어떤 영화는 보는 그대로 듣는 그대로 이해하면 되지만 또 어떤 영화는 수많은 비밀을

숨겨놓았다. 기생충을 보면서 등장하는 수석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아하

수석을 수집하는 권력가의 모습이 투영되었구나. 이게 바로 저자와 나같은 보통사람의

시각 차이이다. 그래서 이 책에 등장하는 영화가 다시 보고싶어졌다.

 

그냥 무심히 넘긴 장면들에 담긴 메시지를 이제서는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영화는 우리에게 수많은 문제와 정답을 알려준다.

그리고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역사이다.

그래서 읽는동안 내가 제법 인생을 들여다 보는 법을, 시간을 읽는 법을 안거 같아 조금

우쭐해진다. 영화에 미친 어떤 사람 하나가 잠시 내게 말을 걸어왔다.

'너 영화 어떻게 봤니? 제대로 보긴했니?'

아 이제 영화도 그냥 보기만 하면 안되겠구나. 또 하나의 숙제를 던진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