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는 백년손님 - 시부모가 처음인 시린이(?)가 반드시 읽어야 할 책
해날 지음 / SISO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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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위는 백년손님'이란 말이 있지만 며느리가 백년손님이라고?

사위는 어려운 사람이라 손님처럼 대접하지만 며느리는 같은 식구라고

생각해서 허물없이 대한다고 생각했는데 아마도 저자는 며느리도 귀한

손님처럼 대해주라는 뜻으로 이런 제목을 붙인 것이 아닌가 싶다.

 


 

남편은 어려서 부모님을 모두 여의었기에 흔히 말하는 고부갈등을 겪을 일은 없었다.

기가 센 편인 나를 그의 부모님들이 좋아하셨을까 라고 물으면 아주 잘해주셨을 것이라고 대답하는 남편을 보면서 '아닐걸'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부갈등'이란 말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말이 아닐까. 유독 아들에 대한 집착이 강한

어머니들이 며느리들과 갈등을 일으키는 문제는 우주선을 타고 달나라를 오가는 시대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같다.

 


 

속담에 며느리 사랑은 시아버지라고 하듯 주로 갈등을 일으키는 주범은 시어머니이다.

열달동안 품에 있다가 세상에 나온 아들은 내 소유라고 생각하는 것이 문제다.

'자식 겉을 낳았지 속을 낳았냐'는 말처럼 그저 잠시 내 몸에 머물다 나온 독립적 존재임을 인정하는 것이 고부갈등을 줄이는 첫번째 걸음이다.

나는 시집살이를 하지 않았으니 공평하게 내 며느리에게도 시집살이 시킬 일은 없다.

 


 

저자는 두 살 연상의 아내와 결혼을 하고 어려운 결혼생활을 해왔던 것 같다.

자신이 결혼을 할 때에는 부모님도 어려워서 도움을 받지 못했고 누나가 결혼을 할 때는 다소 도움을 준 것이 아내의 마음을 속상하게 했던 것같다.

누나와 아내는 동갑이라 말도 편하게 하고 그런 사이였는데 언제 그 문제로 폭발이 되어 서먹한 사이가 되었다고 한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잘사는 형제가 있으면 못사는 형제도 있다. 부모 입장에서는 못사는 자식에게 도움을 더 주고 싶어할 것이다. 하지만 자식들 눈에는 공평하게 비치지 않을 수도 있다.

나이가 들어가니 '어른노릇'하기가 얼마나 힘든지 깨닫게 된다.

입찬 소리 못한다고 나도 언젠가 꼰대짓하는 시어머니가 될지도 모르지만 반찬 만들어서 경비실에 맡겨두는 멋진 엄마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아니 아예 지들 살림은 지들이 하라고 멀리 떨어져서 응원만 할지도 모른다.

 

며느리도 누구인가의 귀한 딸이고 부족한 아들에게 시집와준것만도 고마워하면 안되려나.

고부갈등을 피해 13년 째 시집문턱을 넘지 않는 며느리는 정말 행복하기만 할까.

중간에서 셀프효도중인 저자의 마음이 퍽 안타깝다.

그래도 그렇게 하는 것이 평화공존의 방법이라면 당연히 응원한다.

언젠가 시부모님들의 마음도 편안해지고 며느리도 이해심을 발휘해서 좋은 고부관계로 간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지만.

친구들끼리 만나면 그런다. 자식은 자식의 삶을 살고 우리는 우리의 삶을 살자고. 맞다.

적어도 불합리한 고부사이가 우리에게 있었다면 그런 고루한 유산은 다음세대에 물려줘서는 안된다. 나도 며느리였고 언젠가 시어머니가 될테니 이 다짐 잊지 말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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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잇 라이브러리 (25만 부 기념 퍼플 에디션)
매트 헤이그 지음, 노진선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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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도 사람처럼 인연이 있어야 만난다고 생각한다.

2021년이 엿새를 남긴 지금 내가 이 책을 만난것은 행운이었다.

꽤 오랫동안 베스트셀러로 알려진 책이라 기대가 컸지만 마치 어려서

가장 크림이 많은 빵의 중간 부분을 아껴 먹었던 것처럼 몇 달전 사놓은

이 책을 바라보면서 가장 마지막까지 아껴두었었다.

 


 

노라는 죽기로 결심했다. 자신이 살아온 삶은 그야말로 엉망진창이었다.

수영을 잘했었고 그래서 체육교사였던 아버지는 그녀가 올림픽 메달을 딸 것이라 기대했었는데 그녀는 그길을 포기했다. 이후 아버지는 갑작스런 죽음을 맞이했다.

그녀의 오빠인 조는 밴드활동을 열심히 하는 것 같았지만 게이였고 알콜중독자였다.

어느 순간부터 조와 노라는 멀어지고 말았다. 그녀 곁에는 이제 아무도 없었다.

이미 오래전 엄마도 암으로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피아노를 잘 쳐서 멋진 연주자가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저 돈벌이로 레슨을 하는 정도였다.

심지어 밥줄이었던 악기점에서 해고통지까지 들었다. 이제 그녀가 갈 곳은 단 하나. 죽음이었다.

항우울증약으로 버티던 삶을 이제는 끝내야 했다. 그렇게 노라는 하루가 저물어가는 23시22분 약을 털어 넣었다. 그리고 노라는 초록색 책들이 가득한 자정의 라이브러리에 도착한다.

 


 

노라는 도서관에 가려던게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가 도착한 곳에는 오래전 학교 도서관의 사서였던 엘름 부인이 기다리고 있었다.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 있다는 자정의 도서관이라니.

노라는 죽음마저도 자신을 거부한 것 같아 분노가 치밀었다.

엘름부인은 도서관에 가득 꽂힌 책이 그녀의 다른 길이었다고 했다.

그녀가 살아보지 못했던 삶, 포기했던 어떤 길. 노라는 죽기 전 그 길을 가보기로 한다.

 


 

수영선수가 되어 올림픽 금메달을 따고 강연을 하기 위해 전세계를 여행하는 삶.

빙하학자가 되어 지구온난화와 환경을 연구하는 연구원.

심지어 어마어마한 락스타가 되어 전세계를 순회하는 대스타의 삶.

와이너리 대표, 때론 아이를 둔 엄마가 되어보기도 했다. 하지만 잠시 머무를 뿐 다시

라이브러리로 돌아오기를 반복한다. 잠시 매력적으로 보이던 그런 삶도 그녀에게

행복을 주진 못했기 때문에.

 

책을 읽는 내내 내가 어려서부터 가장 좋아했던 프러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란 시가

생각났다. 그런데 책 중반에 엘름부인이 바로 그 시를 노라에게 들려주는 장면이 등장한다.

그렇다. 우리는 가지 못한 길에 대한 그리움이 있다. 혹시 그 길을 갔더라면 내 삶은

달라졌을까.

 

모두 자신의 곁을 떠나버렸다고 생각했던 노라가 죽음을 선택했을 때 도착한 도서관에서 가보지 못한 삶에 들어가보는 장면은 정말 흥미로웠고 나도 이런 경험을 해봤으면 싶었다.

나도 노라처럼 그 많은 길들에서도 행복을 발견할 수 없었을지도 모르지만.

 

살고 싶은 의지를 찾아가는 노라의 여정은 눈물겹다. 그리고 결국 사랑만이 희망이라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정말 연말에 읽기 딱 좋은 소설이다.

소설처럼 저 어마어마한 우주속 어딘가에 내가 여러명 존재하고 다양한 삶을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은 정말 가슴을 설레게 한다. 책을 덮고 나서야 나는 저자가 남자라는 것을 알고 놀랐다. 이렇게 섬세한 글을 쓰는 남자라니...다음 작품에는 어떤 기적을 선물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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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혼을 다독이는 관계 심리학 - 나르시시즘과 외로움
우즈훙 지음, 박나영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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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사회적 동물이다. 이 말을 들으면 나는 영화 '캐스트어웨이'가 떠오른다.

무인도에 난파되어 절대 고독속에서 연명하는 톰 행크스는 배구공을 의인화해서

윌슨이라고 이름짓고 대화를 나눈다. 물론 자신만 얘기하는 것이지만.

 


 

때로 정신없이 살아가야 하는 현실이 싫어 도피하고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어디 조용한 섬 같은 곳으로 도망가서 한 달 정도만 살아보면 어떨까.

물론 집도 있어야 하고 음식도 있어야 하고 인터넷도 있어야 한다는 말도 안되는

상상을 하면서 말이다. 그건 도망이 아니고 장소만 바뀐 것일 뿐이지만.

 


 

우리는 결국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섞여 살아야 한다. 서로 기대고 때로는 반목하고 살아가는 인간관계가 때로 버겁지만 결국 내가 섞이지 않으면 고립되고 만다. 삶에서 난파당하는 것이다.

겉으로는 잘 섞여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도 사실은 관계의 어려움을 억지로 견디고 있을지도 모른다. 물과 기름이 잘 섞이기 힘든 것처럼 혹시 내 내면에 뭔가가 나를 겉돌게 하지는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결국 어느 순간 모든 문제는 나에게 있다는 것으로 귀결되면서 극심한 우울감을 느끼기도 한다.

현실로부터 도망치고 싶고 나는 성숙하지 못한 인간이구나 하는 자괴감에 빠지는 것이다.

사실 이런 외로움과 고립감은 심각한 결과를 낳기도 한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데이트폭력이나 살인사건을 보면 이런 자괴감을 극복하지 못한 인간이 벌이는 범죄라고 생각한다. 자기를 부정하고 상대방에 몰입을 넘어서 집착을 가지기 때문에.

 


 

인간은 어차피 외로운 존재라고 생각한다. 곁에 가족이 있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도

어느 순간 외로움이 밀려온다. 그럴 때 과연 나르시시즘이 도움이 될까.

이 책은 바로 이 나르시시즘과 외로움에 대한 주제를 담고 있다.

내 안에 나를 마주보고 터놓고 대화하는 것.

이게 바로 문제를 해결하는 첫 번째 걸음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바깥세상으로 나가야 한다!'

세상은 풍요로운데 정신은 공허한 사람들이 많아진 세상이다.

은둔형 인간들이 넘쳐나고 결국 소통부재는 스스로 자신을 멸하거나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그런 사람들에게 이 책은 처방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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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름 돋는 수학의 재미 : 상편 - 공부 욕심이 절로 생기는 기발한 수학 이야기 소름 돋는 수학의 재미
천융밍 지음, 김지혜 옮김 / 미디어숲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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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도 가장 싫어하는 과목을 꼽으라면 단연코 수학이다.

공부를 못한 편은 아니었는데 산수시절은 그럭저럭 해볼만 했었는데 '수학'이 되면서

성적은 늘 바닥권이었던 것 같다. 오죽하면 대학입시에 수학은 아예 제껴놓고 찍었을까.

지금은 어쩐지 모르겠지만 당시에는 사지선다형의 예시에서 고르면 되던 시절이라 그나마 가능했던 일이다. 그만큼 수학은 내게 참 어려운 학문으로 느껴진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 '멜랑꼬리아'에는 수학을 좋아하고 인정받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대단한 수학자이며 교수였던 남자가 수학은 천진하고 순수한 학문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또 다른 남자는 수학의 매력에 대해 '참은 참이고 거짓은 거짓이다'라고 말한다.

수학은 거짓을 참이라고 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만큼 수학은 투명하고 거짓이 없는 학문이라는 뜻일텐데 어쨌든 나는 어렵다.

 


 

그나마 이렇게 수학을 재미로 이끄는 책이 있어 그나마 펼쳐볼 용기가 생긴다.

'피타고라스의 정리', '파이'...뭐 이런 용어만 들어도 골이 아파지는데 이 책은 일단

나를 유인하는데 성공했다. 어두운 동굴에 끌어들이기 위해 맛있는 파이를 동굴앞에

놓아둔 것만 같다. ㅎㅎ

하버드 박사 학위식에 등장한 앳된 소년의 나이를 맞추는 이런 문제라면 당연히 결과가 궁금하니 쫓아갈 수밖에 없다. 아하..이 문제는 정답은? 그리고 이 예시는 실화였다.

 


 

수호지니 삼국지 같은 책에 등장하는 중국은 전쟁과 계략에 능한 민족처럼 다가온다.

그런데 그 계략에도 수학이 숨어있다니 놀랍다.

첫 정거장에서 3명이 타고 1명이 내렸다. 다음 정거장에서는 2명이 타고 3명이 내렸다...

사람들은 나처럼 덧셈과 뺄셈을 열심히 하겠지...하지만 문제는 과연 버스가 닿은 정거장 수는? 이었다. 속았다. 역시 수학은 방심하면 안된다. 암.

 


 

가끔은 생활에도 아주 유용한 예시도 등장한다. 실제 이런 조건으로 집을 사야한다면

어떤 방식을 선택해야 실리적으로 집을 살 수 있을까.

일시불로 5%로 할인? 아님 첫해에 40만원을 지불하고 나머지 돈은 매년 10만원씩

내는 방식이 실리적일까. 요런 예시는 말려들수밖에 없다.

 

물론 10년 사이에 돈의 가치까지를 고려한다면 첫 번째 방식이 나을지도 모른다.

정답은 두 번째 방식이 훨씬 이득이라는데 그 과정을 가만히 따라가보면 이해가 된다.

 

수학이 왜 우리의 삶에 필요한지는 수학자들이나 과학자들이 더 잘알겠지만 알게 모르게 우리의 삶에 수학은 존재한다. 그러니 싫더라도 공부좀 해야겠다.

공부 욕심이 절로 생기는 기발한 수학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제법 수학도 할만 하다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바로 이 책의 매력이 그렇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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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예술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정윤희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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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0년대 초 미국시대상이 담긴 경쾌한 추리물. 마치 연극을 보는 듯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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