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여우눈 에디션) - 박완서 에세이 결정판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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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리운 사람이 있다. 문장도 있다. 박완서의 글을 보면 진실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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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여우눈 에디션) - 박완서 에세이 결정판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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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 사람이 있다. 문장도 있다.

바로 박완서와 그의 작품들이다.

가장 굴곡진 시절에 태어나 오롯이 풍파를 견디고 여성차별의 시선에서도

꿋꿋이 살아남아 자신을 지킨 멋진 사람.

 


 

치욕적인 일제강점기에 태어난 것도 비극적인 한국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것도

작가의 선택이 아니었다. 그 시절 그녀가 할 수 있었던 것은 견디고 기다리는 일들 뿐.

사랑하는 가족들과 헤어지고 하나 둘 그녀곁을 떠나가는 일들을 지켜보면서 한 때는

그녀가 그렇게 사랑했던 신마저 등지고 싶어했었다.

 


 

대한민국이 올림픽 열기로 뜨거웠던 그 시기에 사랑하던 남편과 아들을 떠나보내고

마음둘 곳이 없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다행히 부산에 베네딕도 수녀원이 그녀를

보듬어 주었다니 다행이지 않은가. 가뜩이나 자리 바꾸는 일을 버거워하는 그녀이기에

그나마 그녀가 믿었던 신이 잠시나마 그녀를 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도 천성이 워낙 한 번 맺히면 변하지 않는지라 견디라고 견디라고 숙제만 주신 신께

감사한 마음으로 살다가 사랑하는 이들에게로 돌아간 것은 아쉽지만 위안도 된다.

그녀가 돌아가기 1년여전 쯤 사인회겸 시사회에서 그녀를 보았을 때에도 병증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는데 그리 홀연히 돌아간 것이 한동안 믿어지지 않았었다.

 

개성사람답게 생활력도 강하고 허튼 소리 안하는 그녀의 글들에서는 늘 진심이 느껴진다.

폐끼치는 일을 싫어하다보니 다소 까탈스럽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언중유골같은 일갈에서

그녀의 뚝심이 전해진다.

 

사는동안 아픈 기억들은 다 잊고 그곳에서는 부디 좋은 기억만 간직하기를...

그립다. 그녀도 그녀의 작품도.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북트레일러 : 박완서 작가를 기억하며 - YouTube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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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살아 있습니다 오늘의 젊은 문학 1
나푸름 지음 / 다산책방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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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언젠가 과거 영화에서나 보던 장면이 현실이 되는 시대가 올 것이라 믿는다.

예를 들면 터미네이터에서 나오는 인간보다 더 지능화된 로봇들이 전쟁을 하는

모습이라거나 나를 닮은 더미가 나를 대신해서 직장생활을 한다거나 하는 모습들.

 


 

박대리가 죽었다. 분명히. 그래서 상가집까지 다녀왔다. 그런데 직장에 있던 그의 더미는 여전히 살아있다.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열심히 일만한다.

하긴 어떤 더미들은 오류가 발생하여 쓰러지기도 하고 인지기능이 떨어지기도 한다.

박대리의 오류를 고쳐 그가 떠나도록 해야하는데 정말 이러다가 언젠가 더미들이 산사람대신 삶을 이어가는 날들도 오지 않을까.

 


 

잘린 왼손이 살아있다고 믿는 윌슨. 실제 손이 잘렸어도 어떤 사람들은 가렵고 아픈 증상을 느낀다지 않은가. 윌슨의 왼손은 살아남아서 온갖 짓들을 저지르기 시작한다.

이제 윌슨은 이미 잘린 왼손을 죽이기 위해 고심한다.

 


 

'목요일 사교클럽의 여자'는 늙어가는 일을 몹시 두려워한다.

과거 결혼생활을 했을 때에는 출산후 몸매가 망가지는게 싫어서 낙태를 하기도 했다.

새로 만난 남자 장과 기분좋은 데이트를 즐기고 침대까지 갔건만 여자는 충격을

받는다. 왜? 장이 너무 일찍 불을 껐기 때문이다. 여자는 생각한다. 아 내몸이 너무

늙어서 보고 싶어하지 않는구나. 정말 그랬을까.

 

문득 이 글을 쓰는 서재방의 책들을 둘러본다.

왜 남자의 아버지는 자신의 화려한 서재에 꽂힌 책을 아들이 읽지 못하도록 했을까.

책을 읽지 않고 전시만 했던 아버지가 자신보다 더 지혜로워질 아들이 두려웠던 것일까. 알 수 없다.

 

다소 난해한 단편들을 보면서 미래의 어느 시대를 갔다온 것도 같고 잠깐 꿈을 꾼 것도 같은 경험을 했다. 어쨌든 2022년 첫 달, 이 책을 읽음으로써 나는 아직 살아있음이

증명이 된 셈이다. 내일은 알 수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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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치밀하고 친밀한 적에 대하여 - 나를 잃어버리게 하는 가스라이팅의 모든 것
신고은 지음 / 샘터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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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전쟁이다. 문밖으로 나가는 순간 사람이든 상황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전투를 시작해야한다. 그런데 과연 적은 누구일까.

늘 나를 잘 챙겨주는 상사나 선배? 아님 늘 못마땅하게 뒷담화를 즐기는 옆부서의

여직원? 사실 보이는 적은 대응하기도 쉽고 이길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세상에는 보이지 않는 적들이 너무 많다는게 문제이다.

 


 

나를 사랑하는 가족이나 친한 친구이외에는 늘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예전에 보면 그렇게나 많았던 곗돈 사기나 보증사고같은 것을 보면 모두 아주

친한 사람들이었고 배신이라고는 생각해볼 수 없는 상대들이었다.

애초부터 나를 갈구고 험담하고 괴롭히는 적들은 오히려 진짜 적이 아닐지도 모른다.

 

 

살다보면 '틈'이 생긴다. 그 틈을 파고드는 친절한 상대들이 있다. 위안도 되고 도움도

받는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이 돌변하여 나를 가스라이팅한다면?

요즘 하루 걸러 일어나고 있는 데이트폭력이나 살인같은 경우를 보면 더 할수 없이

사랑했던 사람들이었다. 무슨이유로 헤어지자는 말에 갑자기 돌변하여 적이 된다.

주변을 돌면서 스토킹을 하고 극단적으로 살인까지 저지른다. 분명 그들도 예전에는

상대를 몹시 사랑했을 것이다. 자신만의 사랑. 이미 어긋난 사랑.

 

 

마음이 허할 때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상대에게는 방패를 두들 수 없다.

판단력도 흐려진다. 친절에 눈물겹고 그래서 서서히 스며드는 악의 기운을 감지하지

못한다. 만날 때부터 폭력을 행사하고 욕을 하던 사람이라면 판단하기가 쉽지만

마치 초코릿처럼 알싸하게 달콤하게 다가온다면 알아챌 수가 없다.

더구나 최초의 폭력이 아주 미미했다면 그리고 서서히 조금씩 수위가 높아졌다면

나도 모르게 길들여질지도 모른다.

 

 

스톡홀름 증후군처럼 언젠가 가스라이팅하는 상대에게 애정을 느낄 수도 있다.

금이 간 배안에 스며드는 한 방울의 물은 처음에는 위험해보이지 않기 때문에

대처하기가 쉽지 않다. '나의 행복을 당연하게 여길 때 타인의 희생 또한 당연하게

여기는 치명적인 오류'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심리학을 공부한 저자는 아주 일목요연하게 '폭력'에 대해 정리해놓았다.

이 책을 읽는 독자중 누군가는 자신이 가스라이팅을 당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만큼 치밀하다. 상대는.

너무 가까이 있는 적을 알아보고 벗어나는 방법에 대해 솔직하고 대범한 해법을 제시한다.

그동안 몰라서, 익숙해서, 상대가 안스러워서 당하고만 있었다면 이 책을 디딤돌 삼아

악으로 부터 부디 벗어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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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아이와 함께 출근합니다 연시리즈 에세이 7
장새라 지음 / 행복우물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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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오래전 내가 아이를 낳고 기르던 시간들이 떠올랐다.

당시에는 결혼이나 출산은 당연하다고 생각되었고 사회생활과 병행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여겼다. 심지어 결혼을 하면 퇴사를 하겠다는 각서를 받고서야

입사를 하던 시절이었다. 돌이켜보니 말도 안되는 일이었는데 말이다.

 


 

대학을 나와서도 전문직보다는 보조역할을 하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아침에 출근해서

보리차를 끓여 직원들 책상에 올려주는 일이며 사무실 청소같은 일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서인지 청소며 커피심부름 같은 것은 상상할 수도 없었던 외국인 회사에 입사를

했을 때 신세계를 만난 기분이었다. 결혼을 해도 당연히 회사는 다닐 수 있었던 그 회사는 세계적 IT회사로 본사에서 적용했던 근무조건이 한국에서도 유효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다른 회사보다 퇴근시간도 빨랐고 당시에도 이미 주5일 근무를 하고 있어서인지

좋은 대학을 나온 좋은 여자 인재들이 선호하는 그런 회사였는데 아직도 이런 근무조건에 도달한 회사가 없다는 말인가. 이 책을 읽으면서 거의 40여 년전의 환경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현실이 답답하게만 다가왔다.

 


 

요즘은 대기업중에서도 사내어린이집을 갖추고 직원들의 고충을 해결해주는 회사도 많고 보육비에 교육비까지 지원해주는 곳이 많다는데 현실은 그게 아닌 모양이다.

나도 아이를 낳고 회사를 그만두고 한동안 참 많이 방황했던 것 같다. 집에서 아이만 키우고 사는 일이 내가 갈 길이 아니라고 여겼다. 하지만 사회에서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거의 없었다.  이유는 능력보다는 경력단절, 육아등으로 이미 갈 길이 막혀버린 탓이었다.

 


 

아이릏 낳고 어린이집으로 데려다주고 회식조차 편하게 참석하지 못하고 동동거리는 모습들이 너무 안타깝게 다가온다. 분명 힘들게 돈을 벌어 공부시킨 저자의 엄마역시 자신의 딸이 더 당당하게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도대체 언제까지 여자들에게만 불리한 구조들이 개선될 것인가.

 

북유럽국가들은 복지환경이 좋아서 임신, 출산에 대한 지원은 물론 휴가며 재택근무까지 그야말로 서로 잘 살아가는 이상적인 제도들을 운영하고 있는데 말이다.

둘째 아이를 임신하고도 진급에 떨어질까봐 힘든 입덧을 감추고 고군분투했다는 말에

가슴이 아파온다. 임신이 죄야? 저출산국가라 많이 낳으라며.

 

국가에서 운영하는 어린이집에 보내려고 며칠 전부터 텐트까지 치며 대기줄을 선다는

보도에 기가막히고 코가 막혔다. 하나 낳으면 얼마, 둘 낳으면 얼마 그런거 하지말고

아이를 맘편히 맡길 수 있는 가정보다 더 좋은 보육시설들을 만들면 되지 않은가.

시설이용료도 무료로하고 나이별로 재능교육, 예술교육까지 더한다면 아마 많은 여성들이 아이를 낳게 될 것이다. 집도 마련하기 힘든데다 아이를 돌봐줄 환경도 안되는데 누가 아이를 낳겠는가.

 

그래도 다행히 자신의 꿈을 잃지 않고 책을 읽고 필사를 하며 이렇게 책까지 쓸 수 있으니 감사한 마음이다. 나쁜 엄마는 없다. 바쁜 엄마만 있을 뿐이란 말에 나도 마음을 보탠다.

못해주는게 많은것 같아도 키워보니 당당한 엄마가 더 좋더라는 얘기를 분명 듣게 된다.

둘째까지 잘 돌볼 수 있는 환경이 되어 마음고생없이 사회생활에서도 당당한 사람이 되길 멀리서 응원의 마음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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