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만나는 일본 문화 이야기
최수진 지음 / 세나북스 / 202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표현되는 일본! 참 친해지기 어려운 나라라고 생각한다.

일제강점기를 경험한 우리에게 일본은 친밀한 이웃이기 보다는 아픔을 준 이웃이라는

사고가 더 많은게 사실이다.

한국전쟁을 겪지 않은 세대이지만 현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보면서 전쟁의

폭력성을 목격하고 있어서일까. 여러나라를 침략하고 식민지화했던 일본을 좋아하기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몇 년전까지만 해도 일본을 보면 10년 후 우리나라의 미래가 보인다고 했었다.

분명 우리보다 앞선 나라이기도 했고 정서상으로도 동질성이 있기 때문이었다.

초고령화사회로 향하는 모습같은 것은 상당히 비슷할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어떤 면에서 우리나라가 일본에 앞서고 있다고 생각한다.

 


 

일본에서 공부를 하고 일본문화를 경험한 저자는 우리가 막연하게 생각했던 일본을

생생하게 경험했을 것이다. 일본 문화의 독특하고 좋은 점을 많이 동경하는 것 같다.

분명 좋은 점도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잘살고 있지만 절약을 하는 정신이라든지

남에게 폐를 끼치는 않으려고 하는 문화같은 것은 배웠으면 하는 점이다.

 


 

미국에서 공부했을 때 만난 일본친구들도 친절하고 깔끔하고 그랬던 것 같다.

하지만 좀처럼 마음을 여는게 쉽지 않았던 것 같다. 일본가정에 초대받는 일이 쉽지

않다는걸 보면 자신을 드러내는 일이 쉬운 민족은 아닌 듯 싶다.

그럼에도 가업을 이은 백년가게가 많다든가 오래된 료칸의 특별한 여행같은 것은

많이 부럽다. 전통한옥체험같은 여행이 있긴 하지만 저자의 말처럼 한국만의 독특한

여행문화가 있었으면 좋겠다.

 


 

특히 일본의 맛을 소개할 때에는 나도 즐기고 싶다는 생각이 절실했다.

일본의 정식요리는 참 맛있었다는 기억이 있고 카레같은 단순한 음식도 좋았다는

기억이 있는데 일본은 외국의 다른 요리를 자신들만의 식으로 맛있게 탄생시키는

능력이 있는 것 같다. 돈가스며 라멘 같은 것이 그렇게 탄생된 것으로 알고 있다.

 

소개된 일드도 언젠가 꼭 봐야겠다고 생각한다. 친절한 택시기사의 이야기며

이미 일본을 경험하고 쓴 다른 저자들의 이야기까지 곁들여 간접적이긴 하지만

일본에 대해 조금 더 알아가는 좋은 시간이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금파 - 조선의 마지막 소리
김해숙 지음 / 다산책방 / 202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조선에서 예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천하고 지난한 삶을 지고 살아야 한다는 뜻이다.

혼을 울리는 재능을 알아보는 이를 만나면 때로는 귀한 대접을 받기도 하지만 소리꾼은

그저 남의 집 잔치에나 불려다니고 전국을 떠도는 유랑민 같은 존재였다.

더구나 여자 소리꾼은 관기나 후처 정도의 신분으로 여기고 누구나 따 먹을 수 있는

쉬운 꽃같이 여기기도 했으니 자신이 지닌 재능을 원망스럽게 여기지 않았을까.

 

허금파! 조선 후기 금기를 깬 최초의 명창 진채선 이후 두 번째로 명창의 반열에 오른

여인. 멀건 호박죽으로 연명할 정도로 가난한 산골에서 태어난 금파는 소리에 재능을

지녔던 아버지의 피를 받아 세상에 나가 소리를 하고 싶었다.

일제가 조선을 삼키고 역병이 창궐하던 뒤숭숭한 시절에 여자 소리꾼의 삶은 불을

보듯 뻔했다. 아버지의 극심한 반대를 무릅쓰고 명창 신채호가 만든 동리정사로

무작정 찾아든 금파. 동리정사의 주인 김세종은 금파의 재능을 알아보았지만

불같은 금파의 열정을 조금쯤은 식어야 한다고 판단하고 내친다.

 

하지만 금파는 아랑곳 하지 않고 동리정사에서 버틴다. 이미 동리정사에 들어와 있던

남자 승윤과는 인연이 있음을 느꼈지만 이미 약조한 남자가 있어 모른 척 한다.

관기로 들어가 허송세월을 보내던 때, 금파의 재능을 알아본 노인이 그녀를 들이게 되고

평생 다른 남자에게 가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던 터였다.

하지만 금파의 소리에 대한 열정은 노인에게 머물지 못하게 했고 그녀는 제대로 된

소리를 배우고 세상에 자신을 새기고 싶어 동리정사로 쳐들어온 것이다.

 

당시 연회에서 빠질 수 없는 예인들었지만 늘 가난했고 누군가의 후원이 필요했었다.

돈 많은 노인네의 수작에 맞섰던 금파는 동리정사를 어렵게 만들게 된다.

자신을 억압하는 누구에게도 고개를 숙이지 않고 당찼던 금파. 어려운 고비마다 승윤이

그녀를 토닥이고 구해낸다. 어렵게 한성에 올라와 국립연회극장 협률사의 무대에

오르지만 남성 중심의 소리판에서 좌절을 맛보기도 한다.

 

이미 삼십대의 중반에 접어든 금파는 소리판에서 주역을 맡아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는다.

하지만 소리꾼의 시간들은 이제 저무는 시대가 된다.

돈많은 남자들이 끊임없이 그녀를 취하려 하지만 모든 걸 거부하고 그녀만의 길을 가는데..

 

사실 금파에 대한 기록은 많지 않았다고 한다.

소설에서는 당시 그녀에게 추파를 던졌던 경시총감에 의해 기록이 삭제된 것으로 나오지만

진실은 알 수 없다.

 

그저 김천에서 나고 고창 동리정사로 들어왔다는 금파의 일생을 오롯이 살려낸 저자의

글에는 소리를 즐겼던 아버지에 대한 추억이 깃들어 있다.

사랑했던 남자 승윤과는 끝내 맺어지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아니 진정 사랑했던 남자가

있긴 했을까. 그저 꺾으려는 뭍남자들을 물리치고 평생 진정한 사랑 하나쯤 있었으면

좋았겠다. 저자가 아니었다면 이름조차 몰랐을 금파의 삶이 지금이라도 빛났으면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더 파이브 - 잭 더 리퍼에게 희생된 다섯 여자 이야기
핼리 루벤홀드 지음, 오윤성 옮김 / 북트리거 / 202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800년대 연쇄살인마 잭더리퍼에게 희생된 다섯여자의 삶을 살려낸 저자의 역량이 놀랍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더 파이브 - 잭 더 리퍼에게 희생된 다섯 여자 이야기
핼리 루벤홀드 지음, 오윤성 옮김 / 북트리거 / 202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기 등장하는 다섯 여자가 살았던 영국의 1800년도 중반을 연상해보면

산업혁명으로 돈을 벌러 도시로 온 사람들로 넘쳐나고 급격한 인구의 증가로

빈민가는 더럽고 길에는 미처 잘곳을 구하지 못한 노숙자가 넘치는 모습이다.

하지만 가부장적인 사회구조는 여전해서 여성의 지위는 형편없고 노동력의

가치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불안정한 사회였다.

 

길은 쓰레기와 오물로 넘쳐나고 공기는 오염되었으며 가뜩이나 우중충한 런던의 날씨까지

더해 을씨년스런 그런 분위기가 이어지던 시대 '잭 더 리퍼'라고 불렸던 연쇄살인마가

등장한다.

 


 

대장장이의 딸이었던 폴리나 군인의 딸이었던 애니는 그나마 조금쯤은 좋은 환경에서

자랄 수 있었다. 교통이 원할하지 않았던 당시에 배우자를 고를 수 있는 기회는 적어서

여자가 유일하게 일할 수 있었던 공장이나 가정부로 일하던 집안에서 같이 일하던

동료와 결혼할 확률이 높았던 시절이었다.

폴리는 그나마 당시 부족한 집을 개선하고 싶은 자선가가 지은 건물을 임대할 수

있어 더럽고 좁은 셋방 신세를 면할 수 있었다.

 

문제는 당시 도덕성의 타락이었다. 미혼모와 사생아가 흔했고 남녀 사이의 성관계가

자유로웠다. 하지만 유부녀에 대한 잣대는 높아서 남편이 간통을 하는 것은 대체로

용인 되었지만 아내의 간통은 적대적이었다.

폴리의 남편이 바로 옆집에 살던 여자와 바람을 피웠고 그 일로 괴로웠던 폴리는

술로 자신의 불행을 잊으려고 했다. 애니 역시 그랬다.

전염병으로 연이어 4명의 자식을 잃은 아버지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죽자 그 트라우마가

애니의 인생을 어둠으로 물들인다. 당시 안정적인 직업으로 수입이 좋았던 마부의 아내가

된 애니는 아이들을 좋은 학교에 보내고 저축을 할 정도로 여유가 있었지만 결국 그 트라우마가 술을 불렀다. 결국 가정은 파탄이 나고 두 여자는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었다.

 

스웨덴에서 영국으로 이주했던 엘리자베스의 불행은 당시 여자하인들을 쉽게 정복했던

남자 주인이나 그 가족들의 성착취와 관련이 있어보인다.

엘리자베스의 첫 남자는 기록에 없지만 임신을 했고 심지어 매독까지 감염되어 거리의

여자로 등록된 것부터 불행의 시작이었다.

 

이렇듯 여기 '잭 더 리퍼'에게 살해당한 것으로 짐작되는 다섯 여자의 삶을 들여다보면

'시대'를 잘못 만난 힘없는 여자들의 불행이 있다.

교육의 기회도 가질 수 없었고 너무 쉽게 만난 남자와 관계를 맺어 아이를 임신하고

결혼하고 연이어 아이들을 낳을 수밖에 없었던 사회구조가 희생양을 만들었다.

전염병으로 부모나 자식을 너무 쉽게 잃고 임신을 막을 수 있는 피임의 방법도 몰랐던

시절 극심한 가난과 노동으로 몸과 마음이 피폐해진 여자들이 쉽게 알콜중독에 빠졌던 것

같다. 결국 가정이 파탄이 나는 결과였고 세기의 살인마에게 그것도 아주 끔찍한 모습으로

살해된 여자들의 삶을 이렇게나 세세하게 따라간 저자의 노력이 감동스럽다.

 

당시 희생된 다섯 여자는 매춘부로 간주되었다.

누구에게도 보살핌을 받지 못해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었지만 저자는 그녀들이 결코

거리의 여자, 즉 매춘부는 아니었다고 항변한다.

하룻밤 묵을 수 있는 숙박비를 벌기위해 구걸을 하기도 했지만 그녀들은 당시 사회구조상

돈을 벌 수 있는 힘이 없었다. 너무 값싸게 취급되었던 노동력과 그마저도 기회를 가질 수

없었던 안타까운 상황들이 가슴아팠다.

 

그저 '잭 더 리퍼'의 희생자로 거리의 여자로 기억될 뻔한 여자들의 삶을 되살린 저자의

노고가 너무도 감동스럽다. 불행한 삶을 살았고 끔찍한 결말을 맞았지만 자신의 삶을 이렇게

살려낸 저자에게 감사하지 않을까.

그 시대, 그 거리에 태어나지 않았던 것이 감사할 뿐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관계를 망치는 사람들을 위한 심리 처방전 - 심리학자가 알려주는 상처받은 사람이 친밀한 관계를 맺는 법
후션즈 지음, 정은지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람 인(人)자는 서로가 기대어 살아가는 존재를 뜻한다고 한다.

인생을 살다보면 만나게 되는 어려움이야 한둘이 아니다.

하지만 인간끼리의 관계가 무엇보다 쉽지 않다는걸 깨닫게 된다.

상대가 특별히 나쁜 사람도 아니고 나 역시 진심이 아니었던 적이 없음에도 말이다.

 

무엇이 문제인지 조언도 구해보고 책도 읽어보고 하지만 진짜 원인을 발견해내는 일이

너무 어려웠다. 이 책도 큰 기대없이 들쳐보다가 인간관계에서 작용하는 심리 요인은

그 출발점이 부모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는 말에 잠시 눈길이 멈추었다.

자랄 때 부모의 관심과 사랑으로 존중을 받았는지, 의견을 무시당하고 인정받지 못했는지가

자녀의 인생에서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내가 지금도 결혼적령기를 지나고 있는 딸아이에게 늘 말하는 것이 남편 될 사람이

부자이거나 큰 지위를 가진 것보다 좋은 부모밑에서 사랑받고 큰 사람이면 좋겠다는 말을

한다. 아마도 나도 모르게 내가 만난 '좋은 사람들'은 바로 이런 환경에서 성장했다는 경험치가 쌓였던 것 같다. 실제로 문제가 있는 부모밑에서 자란 사람들에게 문제가 많았던 것을 알고 있다.  아주 드물게 그럼에도 불구하고가 있긴 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자신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지 잘 모른다. 특히 자신의 부모때문에

인간관계가 어렵다는 사실은 전혀 알지 못한다. 뭐든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고 여기든지

아예 자신은 아무 문제가 없다고 인식한다. 그게 문제이다.

일단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고 시작해야만 처방도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불화했던 부모, 우울증으로 아이를 돌보지 못한 엄마, 가부장적이고 이기적인 아버지.

이 모든 요소가 아이에게 문제적 요인을 만드는 것이라는 사실이 너무 안타깝게 다가온다.

특히 이런 아이들일수록 자존감이 부족하고 모든 문제를 자신에게 돌리려는 경향이 있고

소외받지 않으려고 상대방의 비위를 맞추려고 노력하거나 그 반대로 이기적인 성격으로

상대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손을 내밀지 않는 사람에게 먼저 손을 내미는 일은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일단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고 인식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상대에게 도움을 청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된다. '나를 사랑하는 것이 먼저다!'

저자의 이 한마디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상처를 가진 사람이라면 깨닫게 될 것이다.

이 세상을 살아가려면 '관계'가 없인 불가능하다. 아무 문제없이 잘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이 책이 필요없을 것이다. 하지만 힘들다면, 나는 잘한다고 하지만 상대가 나를 힘들어 한다면

꼭 읽어봐야 할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