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파는 상점 (10주년 한정특별판) - 제1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김선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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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세상에서 가장 길기도 하며 가장 짧기도 하고

누구에겐가 귀한 보물처럼 쓰이기도 하고 누구에겐가는 한 푼짜리도 안되게

쓰이기도 한다는 그 것은 바로 시간이다.

얼핏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늘려서도 쓰고 줄여서도 쓰게되는

시간을 파는 상점이라니...정말 이런 상점이 있다는 것일까.

시간을 훔치는 도둑이 있다는 소설도 있고 타임머신에 대한 인간의 욕망을 그린 작품들도 많은 걸 보면 우리 인간에게 시간은 무상으로 주어졌지만 누리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변화무쌍한 존재임에 틀림없겠다.

참으로 맹랑하지 않은가. 이제 겨우 열여덟의 소녀가 그것도 눈에 보이지도 않는 시간을 파는 상점을 열다니.

하긴 우리는 때때로 지나간 시간들의 어느 순간을 붙들어 두고 싶고 되돌리고 싶기도 한 순간들이 있다.

 


 

그 때 내가 다른 선택을 했다면...다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삶이 달라질 수도 있었을텐데.

그런 아쉬움이 있기에 지금 이 순간이 과거의 시간이 되기전에 최선을 다하라고 하는 모양이다.

암튼 소방사였던 아버지를 중학교 입학무렵 잃게 된 온조는 매사 긍정적이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아이이다. 가끔 울컥하는 다혈질의 성깔이 나오기도 하지만 요즘 보기드문 오지랖을 가진 아이이기도 하다.

환경단체에서 일하는 엄마와는 친구처럼 다정하게 지내지만 얄팍한 수입때문에 온조는 알바를 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못된 사장을 만나거나 체력이 딸리다 보니 알바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개점한 것이 '시간을 파는 상점'!

쉽게 말하자면 누군가의 일을 대행해 주는 상점이다. 기발하다. 의뢰인의 모든 것은 비밀로 보장되니 특히 은밀한 사건을 맡기기에는 제격이겠다. 하지만 열 여덟의 소녀가 과연 이 일을 제대로 해낼 수 있을까. 없어진 PMP를 되돌려 놓거나 한 주에 한통씩 편지를 배달해 달라거나 손주를 만나고 싶어하는 할아버지와 맛있는 식사를 한다거나 하는 아주 의외의 일들을 맡은 온조는 제법 잘 해내는 듯 싶다.

그러나 PMP를 훔쳤던 아이는 다시 전자수첩을 훔쳐 사라지고 만다.

 

예기치 못한 이별을 겪은 온조는 자신의 아픔을 승화시켜 상처깊은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상점의 주인이 된다. 그리고 엄마의 새로운 사랑을 받아들이는 성숙한 딸아이의 모습을 보여준다.

교실이라는 감옥에 갇혀 단절된 삶을 살아야 하는 아이들의 아픔과 소통하지 못하고 외로움에 빠진 아이들의 현실을 잘 살려낸 작품이다.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않고 세상에 맞서는 캔디같은 아이 온조의 씩씩한 기운이 내게도 전해지는 것 같다.

어차피 울퉁불퉁한 삶, 이렇게 유쾌하게 맞서도 좋지 않겠는가.

서로가 서로를 기대 아픔을 극복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못난 어른들은 부끄러움을 느껴야 한다.

전형화된 삶에 물들지 않고 외롭고 아픈 친구의 손을 잡아 주는 아이들이 기특하기만 하다.

소외된 아이들이 옥상에서 뛰어내릴 때마다 우리는 그 아이들이 내지르는 소리를 듣지 못했음을 부끄러워 해야한다.

 

'살고 싶다, 살고 싶다, 더 살고 싶다 뭐 그렇게 들리더라. 그 아이도 분명 살고 싶다고 말한 걸 거야.

바닥을 친 거지. 참는데까지 숨을 참다가 더 이상 견딜 수 없다고 생각할 때 물 위로 올라와 살고 싶다고 말한 걸 거야.' -197p

여리고 아픈 꽃잎이 지기 전에 우리는 그 아이들의 손을 잡아 주어야만 했었다.

문득 어른임이 부끄러워지는 시간들...온조야 그 시간들을 어쩌니. 미안하구나.

자기 몸에 꼭 맞는 청소년 소설을 쓰는 일이 행복했다는 작가에게 감사의 말이라도 전해야 할 것 같다.

외로운 아이들의 시간들을 들여다 봐줘서 고맙다고. 못난 어른들의 얼굴을 조금이라도 세워져서 고마웠노라고.

작가님 다음 작품에는 또 어떤 아이들을 만나게 될지 두렵지만 기다리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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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 - 2022 한경신춘문예 당선작
최설 지음 / 마시멜로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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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천상병은 삶을 소풍에 비유했다. 그저 잠깐 이승에 다니온 소풍같은 삶.

아버지와 같은 불치병에 걸린 중학교 2학년 건수역시 자신이 머물고 있는 이 시간들이

'방학'이라고 생각한다.

 


 

엄마와 이혼하고 새엄마와 재혼한 아버지가 입원한 병원을 찾아온 건수.

자식을 그저 잘 아는 이웃정도라고 여기는 아버지에 대해 건수는 그다지 서운한 기색도 없다.

보름 후 새엄마는 돈 몇푼을 쥐어주고 아버지의 시신을 데리고 떠난다.

이제 건수 역시 새로운 약이 나오지 않는다면 아버지와 같은 운명이 될 것이다.

 


 

어느 날 장례식장에서 상복을 입은 소녀를 만나게 된다. 자신과 같은 병을 앓고 있는 강희.

병원에 모인 사람들의 사연은 다르지만 절망의 모습을 비슷하다.

병원 옆 성당에서 환자들을 위해 매주 성당에 오면 6만원을 주겠다고 한다.

돈 보다 아직 뭔가 할 일이 있다는게 의미있다.

 


 

그러던 중 한 알에 6만원이나 한다는 신약이 개발되고 건수는 임상실험에 뽑혀 약을 복용하게 된다. 뽑히지 못한 강희를 위해 약을 숨기기도 하고 나눠먹기도 한다.

어쩌면 건수는 죽음에 대한 공포보다 이제 막 시작된 사랑이 사라지는 것이 더 두려운지도 모르겠다.

 


 

같은 병을 앓다가 떠난 작가의 책을 읽는 것으로 소일했던 아버지는 그들에게서 어떤 위안을 느꼈던 것일까. 이런 병을 가진 환자임에도 대작가가 될 수도 있다는 존재감 같은거.

김유정은 목숨이 꺼져가는 절박함에 친구에게 돈을 빌려달라는 편지를 보내면서

돈을 벌어 닭도 고아먹고 기운을 차리고 싶다고 했다. 아 생명에 대한 그 갈급함이라니.

 

 

건수는 불치병 환자임에도 의외로 담담하게 현실을 받아들인다.

병을 고쳐 언젠가 엄마와 함께 살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은 채.

어딘가에 매달려 희망을 놓치 않는 사람들. 더구나 이제 막 꽃피우기 시작한 소년과 소녀의 삶.

작가의 실제 상황을 모티브로 했다는 이 소설을 보면서 전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은 코로나와 불치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떠올랐다.

이 등단작품이 그에게 불치를 치유하는 신약이 되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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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어떻게 어른이 될까 - 페르세우스 신화가 들려주는 나만의 길 찾기 아우름 53
이주향 지음 / 샘터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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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풍노도의 시간, 누구나 지나가게 되는 그 시간을 지나고 있는 소년이 있다면

붙잡아 앉혀놓고 이 책을 읽히고 싶다.

어른이 되어가는 그 길목에서 나는 아주 많은 질문들이 생겼었다.

왜 인생은 행복하지만은 아닌건지, 신이 있다면 왜 인간을 고통스럽게 하는건지.

누구나 부모를 선택해서 태어날 수 없는데 부자이면서 친절한 부모를 갖는 것은

내 몫은 아니었는지...세상은 왜 이리 불공평한 일들이 많은지..

 


 

아마도 많은 소년들이 나와 같은 의문을 가졌을 것이고 어쩌면 더 심오하고 다양한

질문들과 만났을 것이다.

여기 완벽한 답에 이르지 못할 수도 있지만 가장 최선의 답을 풀어놓은 책이 있다고

말하고 싶다.

 


 

페르세우스라는 신화속 인물을 통해 그가 어떻게 성장하고 꿈을 찾아 떠났는지

미션을 어떻게 해결하는지에 대한 여정을 통해 인생이 가야할 길을 아주 실감나게

전해주기 때문에 따분하다고 책을 읽지 않는 소년들이라도 쉽게 다가올 수 있어 더욱

추천하고픈 책이다.

 


 

아니 꼭 소년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인생에 고비에서 한 번쯤 누군가에게 길을 묻고

싶은 사람이라면 아주 가볍지만 묵직한 이 책을 건네주고 싶은 것이다.

핍박 받는 어머니를 위해 메두사의 머리를 베어와야 하는 페르세우스. 아 내게도 아들이 있지만 과연 내 아들은 나를 위해 메두사를 머리를 잘라올 수 있을까.

어디로 가는지 길도 모르고 괴물과는 또 어떻게 싸워야하나.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데.

 

가는 동안 페르세우스를 돕는 신들이 있어 다행이었다.

인생도 그렇다. 결코 홀로 갈 수가 없는 길이다. 어느 순간 간절할 때 내 손을 잡아주는

사람이 반드시 생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어떤 마음으로 성장해가야할지를 미리

준비하고 만들어가야하지 않을까.

 

메두사의 머리를 베어 어머니를 구하지만 더 이상의 욕심을 내려놓고 소박한 삶을

선택하는 페르세우스의 모습이 영웅보다 위대하게 다가온다.

꿈이 없는 인간은 죽은 영혼이다. 많이 노력하고 준비하고 싸워야 하는 것도 맞다.

하지만 어느 순간 욕심을 내려놓고 순응하는 법도 배워야 한다.

과한 욕심으로 묵숨을 잃거나 많을 것을 놓친 수많은 선배들의 모습을 봐왔기에 아직은 여린 소년들이 그 길을 걷지 않기를 바라기에 이 책이 더욱 많은 소년들에게 가 닿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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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의 무게 - 사랑은 은유로 시작된다
최인호 지음 / 마인드큐브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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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 와닿는 작품속 명문장에 인생에 무게감이 느껴진다. 이 문장을 골라낸 작가의 열정에 감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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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의 무게 - 사랑은 은유로 시작된다
최인호 지음 / 마인드큐브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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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보면 가슴을 확 치는 문장이 있다.

이 책의 색을 한마디로 정의하는 글이기도 하고 인생의 무게를 드러내는 문장이기도 하다.  그런 글들은 아주 오랫동안 마음에 남는다.

 


 

특히 우리가 꼭 읽어야 하는 고전중에 이런 명문장이 많다.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에 우물이 숨어있기 때문이야'같은 문장들.

어린왕자의 철학이 그대로 다가오지 않는가.



 

톨스토이의 명작 '안타 카레니나'의 첫문장도 그렇다.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이 한 문장에 이 소설의 어두운 그림자가 확 다가오지 않는가.

 


 


'자유를 잃어버린 인간 그들은 이미 사형당한 존재들이다'

'그리스인 조르바'의 주인공 조르바의 자유분망함이 그대로 느껴지지 않는가.

 


 

'여기라는 섬은 어디에나 존재하는 법이니까'

왜 작가는 '여기'를 섬으로 표현했을까. 아마도 인생을 바다로 비유한다면 내가 있는 바로 이순간이 바로 '섬'이란 표현이 아닐까. 심오한 작가의 심중을 다 이해하기 어렵지만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막연하게라도 다가오는 묵직함. 그거면 족하다.

 


 

내 인생위에 언제나 하늘 한 조각은 지니고 있을까.

문득 하늘을 자주 올려다 보지 않고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내 위에 하늘이 존재하는데 난 느끼지 못한다. 살다보면 잊고 지나가는 무수한 것들. 그걸 한번씩 끄집어 내는 순간을 가지라는 뜻은 아닌지. 아님 우리말로 '하늘 무서운'걸 늘 잊지 말라는 조언일지도.

 

이미 읽은 책도 있지만 아직 읽지 못한 명작들이 많다는 것이 아쉽다.

작가는 이미 떠났지만 문장은 남아서 언제나 나를 기다리는데 나는 너무 게으르다.

이렇게 아름답고 가슴을 치는 명문장을 고르기 위해 저자는 또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내야했을지 짐작이 간다. 덕분에 오래전 나를 일으켰던 문장도 만나고 꼭 만나고 싶은 문장을 향해 위시리스트도 만들어본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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