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자라는 방 : 제7회 CJ도너스캠프 꿈키움 문예공모 작품집
강수진 외 133명 지음, 꿈이 자라는 방을 만드는 사람들 엮음 / 샘터사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려서 나의 꿈은 무엇이었을까. 책을 펼치면서 든 생각이다.

내가 커서 무엇이 되겠다는 생각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도 가지지 못했던 것 같다.

막연히 가난이 싫어서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정도였나.

여기 100명이 넘는 아이들의 꿈 얘기를 듣여다보다가 슬며시 웃음이 떠올랐다.

 


 

어쩌면 이렇게 다양한 꿈들이 있을까. 미용사, 우주비행사, 의사, 화가, 운동선수에

인공지능로봇요리사와 대결하는 세프까지 아롱다롱 총천연색 꿈들이다.

어떤 친구는 꿈이 하도 여러번 바뀌어서 말하기가 그렇다고도 하고 아직 뭐가 되고

싶다는 꿈이 없는데 그러면 어떠냐고 당당히 말하는 친구도 있었다.

 


 

그중에서 내 눈을 반짝거리게 만드는 글은 내 아들과 성과 이름이 같은 아이의

'내 이름으로 된 별을 갖고 싶어요'였다. 아하 이런 꿈을 가질 수도 있구나.

하긴 별을 최초로 발견하면 자신의 이름을 붙일 수오 있으니 충분히 가능한 꿈이다.

 

 

생각도 깊고 솔직한 글도 가슴에 팍팍 와 닿지만 그림 솜씨 또한 보통들이 아니다.

우리 아이들 정말 재능이 다양하구나. 그림을 잘 볼줄은 모르지만 아티스트 수준의

능력을 가진 아이들도 보인다. 확실히 우리 아이들보다 더 많은 것들을 접하고 능력을

개발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구나. 그러니 꼭 꿈을 이루도록 해라.

 


 

다문화가정이 많아져서 국적이 다른 부모를 둔 아이들도 많아졌겠다.

통역사가 되어 엄마의 나라를 방문하고 싶다는 꿈은 또 어찌나 기특하던지.

할머니에 대한 사랑, 반려견에 대한 사랑, 아빠에 대한 사랑...

또 너희는 어쩌면 그렇게 사랑이 넘치는건지. 삭막한 가슴으로 살고 있는 어른들을

부끄럽게 하는구나.

 

코로나 시대에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하고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도 못했을텐데

그 안에서도 여물게 자라고 있었구나.

잘 여문 초록의 콩깍지 안에 신록으로 반짝거리는 완두콩들을 보는 느낌이다.

너희 모두는 각자의 별을 가진 반짝거리는 그런 존재라는걸 스스로 알았으면 한다.

마음속에 자라고 있는 '꿈방'이 언젠가 꼭 이루어질 수 있음을 믿을게. 자랑스럽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후 3시, 오잔호텔로 오세요
후루우치 가즈에 지음, 남궁가윤 옮김 / 놀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딱 이 시간쯤이면 벚꽃이 흐드러진, 아니면 단풍이 화려한 오잔호텔에 에프터눈티를

즐기러 오는 사람들이 있다. 도쿄 시내 한복판이지만 자연경관을 맘껏 즐길 수 있는 그런 곳에 향긋한 차와 달콤한 디저트가 있는 오잔 호텔의 정겨운 모습이 그려진다.

 


 

서른을 앞둔 스즈네는 접객부문 콘테스트에서 일등을 할만큼 서비스정신이 투철한 직원이다.

호텔라운지의 대선배 가오리의 출산휴가로 그 자리를 대신하게된 스즈네는 반년 정도 앞선 시즌 에프터눈티 개발을 위해 검색을 하고 자료를 만드는 등 최선을 다한다.

 


 

기획회의, 하지만 조리반 팀장인 다쓰야는 스즈네의 기획에 심드렁한 표현만 하고 사라진다.

스즈네는 냉담한 다쓰야의 태도에 상처를 입고 그를 까다로운 사람이라고 평가한다.

하지만 후에 다쓰야가 난독증이 있어 두툼한 기획서에 두려움을 가진 것이란 사실을 알게된다.

다쓰야는 과자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었고 유명 대회에 니가 상도 받았지만 인터뷰 도중 그가 난독증이 있다는 걸 캐묻자 회의장을 박차고 나온 과거가 있다.

 


 

다쓰야는 난독증이 있다는 사실을 들킬까 노심초사중이었고 스즈네가 그걸 아는 척하자 필요이상 화를 내기도 한다. 스즈네는 그게 비정상이라고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에프터눈티 개발문제로 둘은 서먹한 사이가 되고 만다.

오잔호텔에 에프터눈티를 즐기러 오는 사람들의 다양한 사연도 드러난다.

인생은 고생스러운 법이고 그럴 수록 더 단것이 필요하다는 스즈네 할어버지의 말처럼 단게 필요한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과자는 스스로에게 주는 상'

그 과자를 열심히 만드는 다쓰야. 그런 과자를 손님들에게 주고 싶어 최선을 다해 기획하는 스즈네. 열심히 살았지만 고령출산으로 우울에 빠진 가오리.

능력은 최고이지만 국적문제로 정직원이 되지 못하는 우스이린.

과자의 장인이었지만 이기적이고 고집스런 가부장적 사고로 아내를 떠나보낸 히데오.

 

모두 각자의 사연들이 있다. 인생이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런 사람들에게 단맛의 과자는 스스로에게 주는 상.

다쓰야는 좀 더 밝은 미래를 위해 프랑스로 떠난다. 스즈네의 진심을 알게 되어 조금씩

피어나는 애틋한 감정들.

 

봄날 흐드러진 벚꽃을 보는 느낌이다.

어느 날, 지치고 힘들어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은 그런 날, 오잔호텔로 가고싶다.

다쓰야가 만든 정성스런 과자와 스즈네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차를 마시고 나면

다시 살아갈 힘을 얻을 것만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자책] 세기의 책 : 문학 편 1
디오니소스 지음 / 다반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이라는 표현이 있다.

인류의 역사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역대 작품들이 어디 한둘일까마는 그나마

책좀 읽어본 사람들이 추천하는 100권의 책을 꼽으라면 과연 어떤 작품들이

올라올까. 그걸 골라내는 능력이 있다는게 일단 놀랍다.

 


 

이 책에서는 우선 문학편으로 29편이 실려있다.

그중 나는 몇 편이나 읽었으려나. 10편이 채 되지 않는다.

제목으로는 너무 많이 알려진 작품이라 간혹 읽었을 것이란 착각을 했었다.

막상 저자의 설명을 들어보니 줄거리는 대충 알겠는데 정작 제대로 읽은 기억이 없었다.

 


 

인류가 어느 정도 이성을 가지게 된 시대 즈음에 가장 필요했던 건 법이었을 것이다.

인간은 일단 너무 방임하면 엉망진창인 존재라 '법'으로 좀 묶어 둘 필요가 있었을테니까.

역사시간에 배웠다. 함무라비 법전이 어쩌구. 암튼 우리는 일단 법 무서워서 하지 못하는게 많아졌다. 그정도는 눌러줘야 세상이 바로 돌아간다. 하지만 그 '법'이란게 아주 완벽한 것은 아니어서 억울한 사람들도 늘어났다. 그래서 탄생한 말이 '법보다 주먹' 아니겠는가.

우리같이 법잘모르는 사람은 법이 두렵다. 법에 얽히지 않고 숨죽여 사는 것이 그저 최선.

'변신'의 작가 프란츠 카프카가 법을 전공했다는 것도 처음 알았지만 그가 '소송'이란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했던 것이 바로 이 법의 맹점이다. 인간위에 군림하는 어리석은 법.

 


 

법보다 어쩌면 더 위험한 요소가 바로 '언론'이 아닐까. 우리 인간은 대체로 귀가 약해서 소문이나 뉴스나 뭐 이런거에 휘둘린다.

'하인리히 뵐'이란 작가의 이름도 처음이고 그의 작품'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라는 작품도 당연히 몰랐다. 여기 등장하는 주인공 카타리나 블룸은 그저 평범한 가정부이다.

그런데 어느 날 파티에서 만난 남자와 뜨거운 밤을 보내고 탈영을 했다는 그의 피신을 돕는다.

사실 그는 강도 살인범이었다. 그래서 언론들이 난리가 났다. 범법자의 피신을 도운 그녀를 도마위에 올려놓고 난자질을 한다. 과거의 일, 가족,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들이 각색되어 그녀를 음탕한 여인으로 범죄자를 도피시킨 범법자로 낙인찍는다. 언론이.

그저 소설속에서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우리는 입으로 영상으로 거짓 소문에 휘둘리고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그렇게 또 다른 살인(?)이 저질러지는 세상에 살고 있다.

 


 

유진 오닐이라는 작가의 이름은 아주 낯이 익다. 그의 작품을 진득이 읽어본 기억은 없다.

다만 모든 작품들이 그렇듯이 그 시대의 자화상을 담거나 작가 자신의 경험이 담겨있다는 점에서 '밤으로의 긴 여로'는 유진 자신의 자서전같은 작품인 것 같다.

온 가족이 떠돌이 생활로 살아가는 현실. 자신의 탄생으로 지병을 얻게 된 엄마.

그렇게 약에 중독된 엄마를 보면서 아예 태어나지 않는 게 좋을 뻔 했다는 자조적인 대사는 가슴을 친다.

'나쁜 말은 언제나 좋은 말보다 생명력이 길다.'

 

작품을 골라내는 능력도 탁월하지만 작품을 해석하고 전달하려는 노력 또한 새로운

작품이 된다. '결코 진실이 아닌 걸 알면서도, 진실 여부에 상관없이 비수가 되어 영원히 마음속에 남는다.'와 같은 명문장이 그러하다.

 

100권의 책중에 29편이 소개되었고 분야별로 남은 나머지 작품들이 몹시 궁금하다.

또한 그의 해석은 더 궁금하다. 이 책 자체가 '세기의 책'이 될테니까.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자책] 세기의 책 : 문학 편 1
디오니소스 지음 / 다반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개된 명작중에 나는 과연 몇 권이나 읽었는지 목록을 세어보고 위시리스트를 만들게 되는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가장 질긴 족쇄, 가장 지긋지긋한 족속, 가족 새소설 11
류현재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부터 한숨이 나왔다. 마치 내 얘기를 하려고 하는 것 같아서.

나는 분명 내 가족을 선택해서 태어나지 않았는데 뭔가 억울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했다. 자기 하고 싶은대로만 살아온 부모와 밑으로 주르르 있었던 동생들.

 


 

퇴직후 스위스로 여행을 꿈꿨던 부모에게 4남매는 자랑이었고 행복이었다.

오십 언저리가 된 큰 아들은 제일 좋은 의대를 나와 의사가 되었고 큰 딸은 초등학교

교사, 제일 정많고 착한 세째 딸은 보육교사, 막내는 공무원 시험 공부중이었다.

큰아들과 큰딸은 나름 잘 살고 있는데 어느 날 세째 딸이 이혼을 했고 막내 아들놈은

여전히 고시준비생으로 제 몫을 하고 살지 답답했다.

 


 

그래도 이만하면 잘 살았다 생각하고 있던 중에 엄마가 쓰러졌다.

갑작스런 뇌경색으로 몸마저 부자연스러워졌고 고아였던 남편을 잘 내조했던

아내를 사랑했던 남편은 그런 아내를 극진하게 돌본다. 하지만 남편도 늙은 몸.

이제는 더 이상 아내를 돌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이혼하고 아들 하나와 지하셋방에

살던 세째 딸을 불러들인다. 다른 형제들도 부모를 돌볼 형편이 안되니 할 수 없이

세째인 은희가 그 짐을 대신 짊어지게 된다.

 

자기 하나만 희생하면 남은 가족들이 다 행복해질 줄 알았다. 하지만 자신에게만 짐을

지우고 편하게 살아가는 것 같은 다른 형제들 때문에 은희는 서서히 지쳐간다.

잔소리를 해대는 아버지와 이제 배설물까지 받아내야 하는 자신이 서글퍼진다.

그래서 술을 시작했다. 동생 친구인 광수와도 친해졌다. 어려서 캠코더를 훔쳐갔다고

어울리지 말라고 했던 세탁소집 아들 광수. 그도 이혼을 하고 아버지 집에 얹혀 사는 중이니

동병상련이라고나 할까.

 


 

그러던 어느 날 엄마 아버지가 같은 날 죽음을 맞는다. 막내 아들 현기가 자신이 죽였다고

자수를 했다. 돌이켜보니 모두 조금씩은 수상했다.

의사인 아들은 불편한 부모를 돌보지 않는 큰아들을 원망하는 잔소리에 질려 가능하면

멀리하고 싶어했고 큰 딸 역시 음주운전으로 임산부를 친 아들 때문에 부모를 돌볼

여유가 없었다. 더구나 가장역할까지 떠맡았기에 아들의 합의금이 필요했었다.

 


 

부모의 눈에는 자식 잘 키웠고 나름 잘 산다고 생각했지만 부모에게 말을 못해서

그렇지 다들 삶의 고난이 있었다. 이제는 짐이 되어버린 부모가 지긋지긋 해졌다.

그래서 형제들이 합심해서 부모를 죽였을까.

 

안방가면 시어머니 말이 맞고 건너방에 가면 며느리 말이 맞더라고 몸도 마음도

불편한 부모를 제대로 돌보지 않는 자식들이 원망스럽다가도 각자의 사연을

보면 비난을 할 수도 없다.

나도 그랬다. 내가 자식에게 짐을 되는 순간 스스로 삶을 마감하겠다고.

하지만 그럴 힘도 없고 정신도 없어진다면 어쩌나.

 

가장 질긴 족쇄, 가장 지긋지긋한 족속, 가족에 대해 이렇게 까지 리얼하게 그려내다니.

마음이 답답해진다. 내 사연도 이 소설 한 권을 될텐데.

술로 세월을 보내던 아버지가 그나마 속 썩이지 않고 7순 되던 해 돌아가신게 그나마

다행이었고 이제 치매끼가 있는 엄마가 걱정스럽다.

 

나는 부모처럼 살지 않겠다고 이를 악물었는데 입찬 소리 못한다고 내가 자식에게

짐이 되는 순간이 오지 않는다는 법이 있나.

핏줄이라는 이유로 서로에게 기대던 순간도 있으련만 어느 순간 남보다 못한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아주 생생히 그려낸 수작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