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은 축복이었습니다
현혜 박혜정 지음 / 굿웰스북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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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련'이 '축복'이 되려면 엄청난 노력과 인내심이 필요할 것이다.

최근 사회이슈가 될 정도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보면

장애를 가진 사람이 사회에서 자리를 잡고 제몫을 해내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알게 된다. 대한민국 최고의 대학을 1등으로 졸업한 변호사지만 어디에서도 받아주겠다는 로펌이 없었다.

 


 

'장애'를 가진 채 태어나는 사람도 있고 이 책의 저자처럼 후천적으로 장애를 가지게 된 사람도 있다. 정상적인 신체를 가지고 있다가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적응하기가 더 힘들다고 한다. 장애가 없던 시절의 편리함을 기억하기 때문일 것이다.

무심코 걸어다니는 길에 수많은 '장애물'이 있다고 느끼지 못한던 때의 기억들을.

 


 

하필 엄청난 무게의 간판이 어린 여고생의 몸을 덮치다니 운명이 이리 가혹할 수가 있을까 싶다.

척추신경이 끊어져 허리 아래로 마비를 지닌 채 살아가야 하는 운명을 맞이한 어린소녀의 심정을 어찌 짐작할 수 있을까. 그 좌절과 고통의 시간들을 난 이겨낼 수 있었을까.

그런데 혜정은 해낸다. 재활운동을 하고 검정고시를 보고 대학까지 입학해서 불편한 몸이지만 불가능해 보이는 일들을 해냈다.

 


 

혜정이 마비가 된 신체를 넘어서 자유로움을 누릴 수 있게 된 것은 어느 날 짜증을 내고 있는 자신을 돌아보게 된 이후 삶의 자세를 바꾼 이후였다. 달라진 것은 환경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이었다.

인간의 능력은 이렇게 위대하다. 배변의 낌새도 알 수 없고 아픔도 느끼지 못하는 신체를 이끌고 여행가방을 밀면서 해외여행을 다니다니, 정말 정신의 승리가 아닐 수 없다.

 


 

때로는 무모하다 싶은 여정도 수두룩 했다. 아니 저 몸으로 더운 나라를 여행하다니.

무게를 이기지 못하는 선물을 사고 휠체어를 실을 수 없는 버스를 기다리고...

요즘처럼 폭염이 계속되는 이런 날 내가 거리에서 혜정처럼 위기를 맞고 있다면...

생각하고 싶지 않다.

 

인간은 위대하지만 또한 연약한 존재이다. 힘든 길은 피하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럼에도 시련에 굴복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온 혜정에게 존경의 마음이 절로 든다.

하늘을 날고 있는 혜정의 표정을 보라. 누가 장애를 지닌 아픔이 있다고 생각하겠는가.

정말 감사하게도 좋은 남편을 만나 아이를 낳고 잘 살아가고 있다니 신이 내려준 축복이 아니라 스스로 만든 축복이라고 해야겠다.

신은 인간이 극복할 수 있을만큼의 고통을 주신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많은 인간들이 시련에 굴복하고 미리 포기하고 많은 것을 누리지 못하는 선택을 하게 된다. 하지만 빛나는 미래로의 여행을 계속하고 있는 혜정의 미래는 '맑음', '밝음'이 아닐까. 혜정의 말대로 죽을만큼 힘들어도 아직은 살아있는게 행복이라는 말이 자살1위국의 수많은 절망자들에게 저자가 보내는 메시지라는걸 더 많이 알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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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피니트 게임 - 세상에 없던 판도를 만든 사람들의 5가지 무한 원칙
사이먼 시넥 지음, 윤혜리 옮김 / 세계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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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게임과 같다. 가끔은 이기기도 하지만 대체로는 지는 것 같은.

태어나 한참동안 누군가의 보살핌을 받고 자라다가 언젠가는 누군가를 돌봐야

하는 자리에 이른다. 그 때 깨닫는다. 아 누군가를 이끈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리더'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애초부터 운명적으로 타고난 사람이 아닐까 생각했다.

공부를 잘한다고 해서 좋은 대학을 나온다고 해서 누구든 리더가 될 수 있는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때론 내가 누군가를 이끄는 것보다 이끌려 가는게 편하다고 생각해버리는 소심함도 있기 때문에 총알맞기 가장 좋은 선두보다는 그의 뒤편에 서는 일을 선택했었다.

 


 

저기 끝이 보이는 경쟁이 있다면 그건 차라리 행복한 전쟁이다.

'유한전쟁'이 그렇다. 하지만 결승전도 보이지 않고 경쟁자도 누구인지 알 수 없는

'무한경쟁'의 시대라면 그야말로 눈을 가리고 절벽앞에 선 기분이 아닐까. 하지만

멈출 수 없고 기어이 저편으로 옮겨가야하는 미션이라면 말이다.

 


 

'무한게임'의 시대에서 '유한게임'의 시대로 변화하면서 살아남은 기업의 예를 보면

한편으론 시류를 파악한 지혜도 느껴지지만 운명처럼 감각적으로 캐치해낸 '위인'들이

있었음을 알게된다. 기업의 입장에선 그야말로 구세주인 셈이다.

시대착오적으로 그동안 늘 승리해왔던 전략에만 매달렸던 기업들은 고배를 마실 수밖에 없었다. 우리 인생도 그렇지 아니한가.

 


 

같은 처지에 놓인 사람들의 어떤 선택은 많은 사람들의 운명을 갈라놓기도 한다.

이솝의 우화 '햇빛과 바람'처럼 때로 상대의 옷을 벗기기 위해서는 강한 바람보다는

따스한 햇살이 필요하기도 한 것이다. 한 경찰서의 예에서 우리는 그런 지혜를 보았다.

이미 낙오자처럼 보였던 한 경찰은 새로운 서장의 기회로 기사회생할 수 있었다.

그냥 잘라버리는 편이 훨씬 편했을지도 모르지만 다른 선택으로 서장은 든든한 우군

하나를 얻게 된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성공과 성취로 가는 길에 대한 답이 아주 뜻밖에 있을 수 있음을 주목하게 된다. 가장 높은 곳으로 오르는 길이 때로는 직진이기도 하지만 우회일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이건 오랜시간 경험과 지혜를 쌓은 사람이 아니면 알 수 없는 해답이다.

 

자 이제 출발선에 선 사람들, 혹은 이미 결승점을 향해 달리기를 시작한 사람들에게

성공과 성취의 기쁨을 어떻게 획득할 수 있는 해답서이기에 '나만 알고 싶은 책'이라는 추천사처럼 혼자만 알고 싶은 책이라면 너무 이기적인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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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쿠다 사진관
허태연 지음 / 놀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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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관에 가본적이 언제였던가. 오래전 여권사진을 찍기위해 갔던 것을 빼면

확실히 예전보다 사진관에 갈 일이 없어진걸 깨달았다.

휴대폰사진이 일상화된 요즘 폴더에는 수백장의 사진이 들어있지만 정작 인화를

한 사진도 거의 없다. 동네마다 하나 둘 있었던 사진관들도 점차 사라지는 것 같다.

 


 

제주도 한적한 마을에 사진관이라니. 정말 어울리지 않을 풍경이 그려진다.

사진작가로 제법 이름을 날렸던 석영은 조용한 삶을 원했고 제주토박이처럼 살고 싶어 사진관을 열었다. 하쿠다 사진관. 하쿠다는 제주사투리로 뭔가를 하겠다, 할 것입니다, 라는 뜻이란다. 이름은 상당히 긍정적이지만 글쎄 이 외진곳까지 찾아와 사진을 찍을 사람이 있을까.

 


 

제비는 아이를 좋아해서 유아교육과까지 나왔지만 사진에 매료되어 사진관에 취업했다.

하지만 상사의 갑질로 사표를 던지고 제주에 휴가차 내려온 참이다.

어느 새 한달이 넘어가고 돈도 떨어져가던 참에 우연히 '하쿠다 사진관'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 사진관에서 일하게 된다. 그나저나 자기 월급이나 줄 수 있을지 걱정이다.

첫 손님은 외지에서 들어온 유나의 백일사진. 유나네는 빵집 개업을 준비중이다.

 


 

우연히 라이더들이 이 사진관에 오게되고 멋진 사진을 찍게 된다. 그렇게 하나 둘 소문이 나면서 하쿠다사진관은 사연있는 사람들의 의뢰가 들어오는데..

눈이 없는 아이와 함께 가족여행을 온 부부, 오래전 사라진 아이의 시신을 묻고 실종으로 남겨둔 퇴직형사, 까탈스런 신혼부부등...

일반적인 사진이 아닌 마음이 담긴 사진을 보면서 고객들은 만족한다.

 

제비에게도 비밀이 있다. 스무살에 낳은 아이. 그 아이를 키우지 못해 입양을 보냈다.

사진관 주인 석영은 어려서 죽은 여동생에 대한 죄책감을 가지고 있다.

제비가 하쿠다사진관에 온 이후 많은 사람들이 행복을 찾아간다. 잠깐 머물기로 했던

대왕물꾸럭마을은 이제 관광명소가 되었다. 그리고 하쿠다사진관을 찾는 사람들은

마음까지 찍어내는 하쿠다사진관에 푹 빠지게 된다.

제주 물꾸럭마을이 어디일까 나도 가고 싶다. 문어빵도 먹고 사진도 찍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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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별클럽연대기 - 조용한 우리들의 인생 1963~2019
고원정 지음 / 파람북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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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쯤이면 이런 소설 한편쯤 나와야 할 시기가 되었다.

유독 다사다난의 역사속 소용돌이에서 숨차게 살아왔던 그들의 이야기를.

아마 저자는 자신이 지나온 그 길들에 대해, 그 사람들에 대해 쓰고 싶었던 것 같다.

 


 

전쟁 직후 아직은 막막하고 가난하고 불안정한 시대에 태어난 아이들이 있었다.

55년생 전후로 태어난 아이들. 소설속 주인공 인호는 시청 공무원인 아버지가 사랑했던

여자의 아들이었다. 이른 바 첩의 아들. 그래서일까 평생 그는 그늘 밑에 숨는것이 더 편했다.

 


 

문창이라는 소도시에서 같은 학교를 다녔던 소년 소녀들. 누군가는 종이었다가 재벌이 된

할아버지를 둔 아이였고 술집을 해서 크게 돈을 번 집안의 아들도 있었다.

그리고 유독 전교에서 일,이들을 다투던 장윤태와 한요섭은 각기 다른 길을 선택했고

세월이 지나 공안검사가 된 윤태와 학창시절 이미 등단을 한 요섭은 그저 그런 대필작가로

살아간다. 그리고 일본에 밀항했다 돈을 벌어 돌아온 창기와 아주 일찌감치 주먹세계로

빠진 광춘, 후일 광춘의 아내가 된 영란과 인호의 짝사랑이었던 미혜.

 


 

 

4.19와 5.16을 거쳐 독재시대를 맞은 아이들은 각기 선택한 길에 따라 삶을 살아간다.

미선이란 소녀는 아예 어려서 폐병으로 죽었고 광춘이는 건달들을 잡아들인 삼청교육대에서

의문의 죽음을 맞는다. 반공소년이었던 윤태는 공안검사가 되어 한 때 친구라고 여겼던

민주투사들을 잡아들인다. 결국 각자 자신의 소신대로 살아가고 있을 뿐.

누가 옳고 누가 그른가의 대한 답은 후일 역사가 판단하겠지.

 

이 소설의 주인공 인호는 태생부터가 어두워서 인지 늘 그림자같은 삶을 살게 된다.

아이들은 그런 그를 얘기 잘 들어주는 친구라고 생각했고 모두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곤 했다.

그럴수록 인호의 삶은 더 무거워졌다. 그저 평범한 삶을 살고자 했기에 사랑했던 여자도

붙잡지 않았고 이러저러한 소용돌이에서 살아남았다.

누군가는 찬란하다고 할 삶을 살았고 누군가는 이름없이 떠난 이 이야기는 내가 지나온

시간과 겹친다. 내가 굳이 누군가를 나와 닮았다고 생각한다면 인호였을 것이다.

제주출신 고대룡이 누구인지는 짐작되는 인물이 있다. 누구든 그를 떠올릴 것이다.

조금쯤은 우울했고 가끔은 추억에 젖었으며 먼저 떠난 친구들을 위한 서사시 한 편이

큰 위안이 되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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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위의 산책자 나와 잘 지내는 시간 1
양철주 지음 / 구름의시간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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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보니 연필을 쥐고 폭신한 종이위에 내 생각을 적어내려갔던게 언제인가 싶다.

물론 다이어리에 일정을 적거나 메모를 하지만 그건 깜박하는 내 정신을 수습하기 위한 일일뿐. 말하자면 내가 거기에 없는 마른 글일 뿐이다.

내가 들어가 있는 글을 쓴게 언제일까. 이렇게 자판으로 두드리는 버릇을 들이고 나서는 거의 기억에 없다. 하 필사가 주업(?)인 저자가 보기엔 꽤 애석한 일일 것이다.

 


 

필사를 즐겨하는 사람들이 있다고는 들었는데 이렇게까지 열중하는 사람이라니.

마치 수도승을 보는 기분이랄까. 신께 공양을 드리는 제사장의 심정을 보는 기분이랄까. 암튼 범상치 않은 필사의 모습이다.

 


 

그저 따라 쓰는 정도가 아니라 그 안에 들어가 주인공이 되는 기분은 어떠할까.

글쓴이의 모습이 되기도 하고 눈으로 읽는 것과 글로 새기는 것은

많이 다를 것이다. 오래전 시험을 볼 때 외웠던 문장을 떠올려보면 눈으로 읽었던 문장보다 종이위에 따라썼던 그 문자이 훨씬 선명했다는 기억이 떠올랐다. 필사라는건 차원을 높이는 지혜로운 일인 것 같다. 이차원에서 삼차원으로 삼차원에서 더 높은 어떤 차원으로.

 


 

나는 절대 책에 줄을 긋지 않는다. 메모도 하지 않는다. 하얀눈이 펼쳐진 순결한 평원에 지저분한 발자욱을 남기는 기분이 들어서다. 저자도 그러했다가 지금은 밑줄파가 되었다고 했다. 누가 옳다는 문제보다 취향의 문제일 뿐이지만 상상만으로도 끔찍해진다.

하긴 내가 그 글위를 걸었다는 흔적이 나쁘지는 않은 것도 같다. 너의 그 문장을 나는 기억한다 같은 시그널일수도 있으니까.

 


 

어떤 향기가 가장 좋으냐고 물으면 나도 갓지은 밥냄새라고 할 것 같다.

생명을 살리는 그 구수하고 거룩한 향. 그러고 보니 저자가 사랑한다는 냄새들은

내가 아직 건재하고 살아있다는 메세지를 담은 향인 듯 하다.

햇볕에 잘 마른 빨래의 냄새를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좋은 연필에서도 냄새가

났던가. 언젠가부터 연필을 물리치고 더 유연한 볼펜을 쓰면서 그 냄새를 잊었다.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오랫동안 필사했다는 저자의 집요함은

절대 따라갈 수가 없다. 다만 나는 이 책을 통해 '잃어버린 시간을' 찾은 것 같다.

오래전 읽었던 책, 좋은 종이의 질감, 잘 깎은 연필의 사각거림...

그리고 바람속에 흩어졌던 수많은 냄새들....그래서 수선스러웠던 마음이 조금

잦아졌다. 들끓었던 쌀이 몸을 불리고 결국은 뜸으로 부드러워지는 것처럼.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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