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론 저택의 비밀 클래식 추리소설의 잃어버린 보석, 잊혀진 미스터리 작가 시리즈 2
해리에트 애쉬브룩 지음, 최호정 옮김 / 키멜리움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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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탐정물은 시대를 막론하고 재미있다. 특히 이 작품은 거의 80여 년전 쓰여진

작품이지만 고루하다거나 지루하다는 느낌없이 플릇이 아주 담백하면서도 섬세하다.

 


 

다소 불량기가 있어 보이는 남자 스파이크는 홀로 자동차여행을 즐기던 중

어느 숲길 저택 근처에서 한 여자와 마주친다. 고장난 차를 맡기기 위해 공중전화

위치를 찾던 스파이크는 다급하게 자신을 태워달라는 여자 질을 만난다.

고장난 차를 고쳐주겠다며 자신의 집으로 안내한 질은 적극적이고 섹시한 매력을

지녔다. 하지만 질이 살고 있는 저택의 주인 샤론과 그를 돌보는 간호사 미스 윌슨,

집사이면서 운전기사인 헨리와 그의 아내인 덴마크여자는 그의 등장에 불편한 티를 낸다.

 


 

아무래도 낯선이를 집안으로 들이는 것이 께름직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질은 당당하게

스파이크를 저택에 묵어가라고 붙잡는다. 그렇게 차가 고쳐지기까지 저택에 묵게 되는데 다음 날 저녁 한밤중에 저택근처를 서성이는 그는 창넘어 거실안에서 저택의 별채에 살고 있는 남자 페더스톤과 미스 윌슨, 그리고 질이 함께 서성이는 모습을 보게된다.

뭔가 큰일이 생겼다고 판단한 스파이크가 저택안으로 들어서고 샤론의 침실에서 그의

시체를 발견한다.

 


 

일흔이 훨씬 넘어 지병이 있었던 샤론은 살았더라도 몇 달을 넘기기 힘든 환자였다.

사건의 현장에 우연히 묵게 된 스파이크는 마을의 보안관인 실콕스와 함께 사건을

쫓게된다. 샤론의 서재에서 발견된 쪽지를 단서로 저택의 비밀을 하나씩 파헤쳐 나가는데 질과 쌍둥이인 메리는 몸이 허약하여 돌봄을 받고 있었고 질과는 다르게 조용한 성품이다.

그러던 중 페더스톤이 자신이 범인임을 밝히는 편지를 쓰고샤론의 서재에서 책을 훔쳐내어 달아난다. 과연 페더스톤이 샤론을 죽인 범인일까. 그렇다면 왜 샤론을 죽였을까.

 


 

스파이크는 앞서 뉴욕에서 자신의 형이 맡았던 사건을 해결한 경험이 있다. 말하자면

초급 탐정쯤이랄까. 저택의 모든 사람들과 면담을 하고 보기 힘들었던 메리와도 면담을 하던중 발작을 일으켜 그녀를 돌보던 의사 카맥이 불려온다.

스파이크는 범인이라고 의심되는 페더스톤이 훔쳐간 책의 목록을 따라 뉴욕도서관까지 가서 책을 읽게 된다. 그리고 하나씩 밝혀지는 저택 사람들의 비밀들...

 

사실 읽어가면서 질과 메리에 대한 의심이 생겼고 결론적으로 난 그 의심을 확인했다.

그렇지만 샤론의 죽음에는 그가 남길 유산과 욕망이 섞여 벌어진 일임이 밝혀진다.

범인을 유추해나가는 장면은 여느 탐정물과 다르지 않지만 앞서 무심히 넘겼던 어떤

장면이 결정적 증거가 되는 것은 아주 놀라운 반전이었다. 그리고 더 충격적인 반전은

범인임을 밝혀내고도 체포하기는 커녕 그냥 보내준다는 것이었다.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 알게되면 독자들은 스파이크의 선택에 박수를 보낼 것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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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 여행하는 수렵채집인을 위한 안내서 - 지나치게 새롭고 지나치게 불안한
헤더 헤잉.브렛 웨인스타인 지음, 김한영 옮김, 이정모 감수 / 와이즈베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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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지금 행복한가? 이 책을 읽으면서 든 첫 번째 질문이었다.

우리가 아무 위험없이 번영만 누리고 모두 행복했다면 이 책은 결코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문제가 없는데 처방전은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월드컵이 시작된 지구촌은 열기로 뜨겁다. 현장에 가지 않아도 따뜻한 거실에서, 혹은 시원한 안방에서 큼직한 TV로 생생하게 즐길 수 있다. 형편만 된다면 현장에 가는 일도 어렵지 않다.

우리나라와 정반대에 있는 남미도 하루 정도면 닿을 수 있다.

인류가 베링기아를 건너 다른 대륙으로 흩어질 때를 생각하면 물론 시간이 엄청 필요했지만 이동에 대한 것만큼은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이동수단이나 시간뿐이랴. 그동안 인류를 괴롭혀왔던 수많은 질병들도 웬만하니

이겨왔고-물론 코로나처럼 또 다른 적이 늘 나타나겠지만-수명역시 원시시대에

비해 몇 배나 늘었다. 몸을 많이 쓰지 않아도 먹을 것을 얻을 수 있고 바다 건너에

있는 물건도 며칠 정도면 우리집 현관에 도착한다. 그러니 인류 역사상 가장 번영된

시간에 이르렀을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우리는 과연 지금 행복한가.

문제는 늘 있어왔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다만 그 문제가 수렵시대 우리 조상이

느꼈던 위협이나 스트레스보다 더 위험하다는데 있다.

 


 

'생물학에서는 진화에 비추어보지 않으면 어떤 걸로 이해할 수가 없다'는 유전학자의

말처럼 지금 우리가 느끼는 위협적 문제는 인간의 진화에서부터 시작하면 그 해답이

보인다고 한다. 자연에서 멀어지면서 인간은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오히려 더 약화

되었고 발달된 의학은 인류의 면역을 오히려 더 약화시켰다는 주장에 동감한다.

 


 

지금 우리가 느끼는 문제점들에 대한 완벽한 처방전은 아니겠지만 구성별로 나온

처방전은 전혀 낯선 해답이 아니었다.

몸을 매일 움직이고-과거 우리 조상에 비해 확실히 덜 움직이는건 맞으니까-

자연에서 시간을 보내고 최대한 자주 맨발로 지내라.-맨발로 다니다가 발을 다치면 어쩌지-.

몇 년전부터 수면장애를 겪고 있는 나는 제법 많은 사람들이 이런 문제를 겪고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수면제를 먹어야하나. 술을 먹어야하나.

'일찍 잠자리에 들어라', 매일 야외에서 시간을 보내라', '자는 동안 침실을 어둡게 하라'. 참 단순한 처방이다.

 

지금 인류에게 닥친 '기후변화'의 위협도 어쩌면 자연으로 되돌아가는 과정을 역으로

행하면 회복될지도 모른다. 이 책은 우리를 저 먼 과거로 돌려 인간의 본성을 되돌아

보게한다. 그 속에 해답이 있고 미래의 길이 있다.

저명한 진화생물학자인 저자 부부의 이 처방전은 그야말로 '유레카'이다.

확실히 진화에 그 해답이 있었다. 스스로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문제가

있다고 느끼는 사람에게 꼭 필요한 처방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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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라이터
앨러산드라 토레 지음, 김진희 옮김 / 미래지향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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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자마자 컴퓨터를 켜고 '헬레라 로스'를 검색했다. 분명 그녀는 책속에만 있는

인물이 아니고 실제했던 인물이었다고 믿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냥 책속 인물로만 남겨두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녀를 실제했던 인물로 되살려 그녀가 겪었던 끔찍한 고통이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고

확인하는 일이 너무 무서웠기 때문이다.

 


 

죽음이 다가오기엔 너무 이른 나이, 서른 둘의 헬레나는 잘나가는 작가이다.

그녀의 작품들은 베스트셀러에 올랐었고 많은 돈을 벌었다. 돈을 벌기 위해 글을 썼던 것은

아니었다. 쓰지 않으면 배겨날 수 가 없어 썼을 뿐이다.

그녀에겐 꼭 지켜할 규칙들이 있었고 띠끌 하나도 없이 완벽한 환경을 가져야 했다.

때문에 그녀 곁의 사람들은 그녀를 힘들어했고 누군가는 경멸하기도 했다.

 


 

암이 그녀를 찾아오기전 이미 그녀는 이 세상을 떠난 존재였다. 한 때는 사랑했던 남자, 남편과 죽어서도 사랑할 수밖에 없었던 하나뿐인 딸이 세상을 떠난 그 순간 그녀는 죽었다.

이미 4년 전 일이었지만 그녀는 그들의 죽음은 잊지 못했고 자신을 용서하지도 못했다.

고작 3개월이 남았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그녀는 쓰던 작품을 중단하고 자신의 마지막 작품을 남기기 위해 대리작가를 구하기로 마음먹는다. 그 작품을 쓰기까지 시간이 얼마 없었고

순전히 자신이 그 글을 써내려갈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자신을 작품을 넘어서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마르카 반틀리 그녀가 헬레나의 대리작가여야 했다.

 


 

서로가 적대적 메일을 주고받을만큼 증오스러운 경쟁자에게 마지막 글을 맡기겠다고? 왜?

사실 헬레나는 그녀의 글을 추앙했다. 비록 감각을 자극하는 외설적인 작품이지만 그녀의

작품에는 생명이 느껴졌다. 그래서 헬레나의 마지막 작품은 그녀가 써야한다.

하지만 그녀가 강적인 헬레나의 요청을 수락할까? 자신의 요청을 멋지게 거절해주기 위해

그녀, 아니 그가 직접 헬레나를 찾아왔다. 마르카 반틀리는 남자였다. 여성작가로 위장하여

작품을 써왔던.

 


 

오십 초반의 추레한 남자. 헬레나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지만 자신의 마지막 글을

완성해줄 이 남자를 붙잡을 수밖에 없다. 마르카 반틀리, 아니 마크는 헬레나의 간절함을

알아봤다. 멋지게 거절해줄 심산에서 어떻게든 그녀의 마지막 이야기를 완성해주고 싶은

작가의 마음이 되었다. 물론 헬레나가 3개월의 시한부 생명을 지녔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리고 남기지 않으면 안되는 헬레나의 고통 가득한 마지막 글이 있음을 알아봤기 때문에.

 

정신과 의사인 엄마를 두었지만 반목하던 어린 헬레나는 글을 써야만 했었다.

자신에게 가득 고인 뭔가를 쓰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만큼 글에 대한 재능이 뛰어났다.

하지만 인간관계에도 결벽증이 있을만큼 고독했던 헬레나에게 나타난 사이먼이란 남자.

그녀의 괴팍함까지 사랑한다던 남자와 결혼하고 생각지 못했던 딸까지 얻게된 헬레나.

하지만 그녀는 육아가 두렵고 귀찮았다. 자신은 조용하게 글을 써야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사이먼은 그런 그녀를 경멸하기 시작하고 둘 사이는 위태로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사건이 일어났다. 그 일을 써야만 헬레나는 진짜 죽을 수 있을 것이다.

 

책을 읽어나갈수록 과연 그 사건이 무엇이었는지 궁금해 견딜 수가 없었다.

하지만 실체에 다가갈수록 두려웠다. 어떤 사건이기에 냉정하고 이성적인 헬레나를

고통속에 가두었을까. 그리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재능을 가진 라이벌에게 마지막

작업을 맡길 수밖에 없었는지 알게 될수록 헬레나의 마지막이 다가오는 것 같아

책을 넘기는 일이 두려웠다. 하지만 난 결국 마크가 헬레나의 마지막 글을 완성시킨 것처럼

책의 마지막 장을 읽어내렸다. 헬레나 로스 (1984~2017)

안녕 헬레나 당신의 고통이 끝나고 사랑하는 딸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누리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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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셰프 서유구의 만두 이야기 임원경제지 전통음식 복원 및 현대화 시리즈 10
우석대학교 전통생활문화연구소 외 지음, 임원경제연구소.이윤호 옮김, 곽미경 감수 / 자연경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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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구'란 이름이 낯설지 않아 기억을 떠올려보니 언젠가 빙허각 이씨가 소개되면서

시동생이었던 서유구의 이름이 나왔었다. 서유구 자신이 실학자이고 빙허각 이씨 또한

조선의 여성실학자로 이름을 남긴 인물이다. 그 유명한 '임원경제지'를 지은 저자가

바로 서유구인데 그가 지은 저서 '정조지'에 조선의 음식에 대해 재료나 조리법등이

소개되었다고 한다.

 


 

당시 서유구는 조선 농민을 애틋하게 여겨 종자를 개량하거나 소개하는 저서를

남겼다고 하는데 남자임에도 요리의 재료나 레시피를 남겼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형수인 빙허각 이씨와 상당히 닮은 사상을 가졌다고 봐야하겠다.

 

 

이북이 고향이신 부모님 덕에 어려서부터 만두를 즐겨왔다. 충청도 남자와 결혼을 한

여동생을 보니 제부는 우리 가족이 되면서 처음 만두를 먹어봤다고 한다.

물론 길에서 파는 그런 만두가 아니고 이북식 만두가 처음이었고 흔한 만두역시 그닥

즐기지 않았다고 한다. 뒤에 만두가 주로 이남보다는 이북쪽에서 많이 즐기는 요리라고

알게되었다.

 


 

돼지고기와 두부, 숙주나물과 김치를 잘게 썰어 속을 넣는 만두가 가장 일반적이고 많이 먹는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많은 만두피와 소가 있다는 것에 놀라게 된다.

밀가루가 귀하던 시절에는 메밀가루가 만두피가 되었고 생선껍질이나 채소등이 피가 되기도 했다.  만두소의 다양함을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꿩이나 닭같은 가금류부터 소고기, 돼지고기, 채소, 생선등등 뭐든 식성에 맞는 것을 소로 썼다.

심지어 게의 살을 발라내어 소를 만들었다니 조선시대에 만두가 얼마나 귀한 음식이었는지를

짐작하게 된다.

 


 

만두의 기원이야 어떻든 중국쪽의 만두나 홍콩의 딤섬종류를 봐도 그 다양함을 알수가 있다.

재료, 피, 모양까지 그야말로 다채로운 요리가 바로 만두가 아닐까.

이 책의 저자 말대로 만두야 말로 완전식품이라고 생각한다.

고기와 야채등 다양한 재료를 섞어 넣어 만두 하나만으로도 다양한 식감과 영양을 누릴 수

있으니 말이다.

 

그저 단순한 만두요리책이 아니라 우리 조상들이 얼마나 지혜로운 요리감각을 지녔는지를

알게된 감사한 책이다. 밀가루의 글루텐 성분에 콩가루를 넣어 소화능력을 업시켰다는

지혜는 누가 발견했을까.

지금보다 훨씬 단순한 요리재료를 가지고 이렇게 다양한 만두를 지닌 조상들의 지혜가

놀라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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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만 모르는 진실 특서 청소년문학 29
김하연 지음 / 특별한서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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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아 왜 그런 선택을 해야만 했니? 그길 밖에 없었니?

 


 

고2 윤은 옥상위에서 몸을 던졌다. 엄마가 세상을 떠나고 몇 달 후의 일이다.

정말 너무 어이없는 죽음이었다. 그 날 학원버스를 타고 학원을 갔더라면, 아파트 후문으로 나가지 않았더라면, 엄마는 죽지 않았을까.

하필 그 날 엄마가 쉬는 날이라 학원버스대신 차로 데려다 주려고 했다. 정문보다 후문이 빨라 그 곳으로 향했는데 택시가 앞을 막고 있는 바람에 지체가 됐다. 그리고 만취한 승객이 내리고 경적을 울렸다고 화를 내기 시작했다. 지각이 염려되었던 엄마는 남자를 말리기 위해 차에서 내렸고 남자의 떠밀림에 넘어져 즉사했다. 그렇게 쉽게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는걸 나오 윤이도 알지 못했다.

 


 

엄마와 이혼한 아빠는 지방에 있고 홀로남은 윤은 많이 힘들었다. 그렇지만 그 외로움으로 죽음을 선택한 것은 아니었다. 엔지 시네마라는 동아리 활동을 같이했던 아이들의 괴롭힘이 문제였다. 부모님이 외국여행을 떠났다고 자신의 집으로 모이자고 한건 성규였다.

그렇게 아이들이 모였고 술을 마셨고 술에 취한 윤의 사진이 학교 아이들에게 돌려지기 시작했다.

누가 그런 사진을 찍고 돌렸을까. 그리고 동아리 멤버이면서 어린시절부터 친했던 소영이도 비밀이 있었다. 그 날, 윤의 엄마가 죽던 날, 윤이가 탔던 차 뒤에 소영엄마의 차가 있었고 소영이 있었다. 경적은 윤의 엄마가 울린게 아니고 성질급한 소영이었다. 그 일로 윤의 엄마가 죽었음을 알게 된 후 소영은 입을 닫았다. 물론 소영엄마의 단도리 때문이기도 했다.

그 사실이 알려져 살인자라는 오명을 쓸 수는 없었기 때문에.

 


 

신생 카톨릭계 나경 고등학교는 신도시에 가장 아름다운 건물로 지어졌다. 수녀님이 교장이었고 아이들은 엄격한 통제를 견뎌야 했다. 그런 학교에서 윤의 자살은 엄청난 사건이었다.

절대 있어서는 안되는. 교장은 엔지 시네마 동아리를 담당했었고 윤의 담이이도 했던 현진선생에게 사건의 전말을 조사하라는 명을 내린다. 그렇게 시작된 사건의 진실들.

동아리 멤버였던 성규, 우진, 동호, 소영은 윤의 죽음 이후 윤에게서 편지를 받았다.

'나는 너희가 한 모든 일을 알고 있다'.

이 일을 조사해서 학교 본관 게시판에 올리고 처벌하지 않으면 교육청에 고발하겠다는 협박편지가 교장에게도 날아왔다.

 


 

동아리 아이 모두 현의 죽음에 책임이 있었다. 사진을 찍은 아이, 그 사실을 함구한 아이, 그 날 경적을 울린 아이, 그 현장을 보고 나중에 현에게 사실을 알린 아이.

현이 옥상에 오르던 날 마주쳤던 교장선생과 현이 죽기 전 날 할 말이 있다고 찾와왔지만 급한 회의 때문에 말을 들어주지 못했던 현진선생.

사진을 찍지 않았더라면, 그 사진을 학교아이들에게 유포하지 않았더라면, 그 사실을

못본척하지 않았다면, 경적을 울리지 않았다면, 아이를 만나 얘기를 들어줬더라면...

우리는 현이가 죽음을 선택하지 않았을 수도 있는 수많은 경우를 생각한다.

 

현의 죽음이후 날아온 편지, 그 사실을 교육청에 고발하겠다는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혹시 현이 죽기 전 누구에겐가 편지를 맡기고 뒷일을 부탁한 것은 아닐까.

 

가슴 아픈 소설이다. 읽는 내내 김려령의 '우아한 거짓말'이 떠올랐다.

사는게 힘들어 죽음을 선택하는 많은 아이들. 그리고 남겨진 사람들의 상처와 고통들.

내가 말을 들어주었더라면, 관심을 가졌더라면....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라는 후회와 고통이 사는내내 따라다닌다는걸 난 누구보다 잘 안다.

안녕 동생, 누나가 좀더 너에게 관심을 가졌더라면 넌 거기 가지 않았을테지?

읽는 내내 고통스러웠고 후회와 그리움이 밀려왔다. 이런 고통과 후회의 시간이 없도록 조그만 더 다정해지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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