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메랄드 그린 시간을 여행하는 소녀
케르스틴 기어 지음, 문항심 옮김 / 영림카디널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시간을 여행하는 소녀'라. 상상만으로도 흥분이 된다.

런던의 성 레녹스학교에 다니는 열 여섯의 그웬돌린은 시간여행자의 피를 물려받은

소녀다. 이종사촌인 샬럿이 물려 받을 수도 있었던 특별한 혈통을 물려받은 그웬돌린은

하루에 한 번 반드시 시간여행을 해야하는 숙제가 있다.

 

시간여행자들은 크로노그래프라는 일종의 '타임머신'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오간다.

대를 이어 '시간여행자'가 되는 사람은 열 두명이다.

이 시간여행자들의 목적은 열 두명의 피를 얻은 최후의 날 인류를 질병으로 부터 구원할 수

있다는 예언을 지키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이 예언은 시간여행자들을 지키는 파수꾼들의 제왕 생제르맹백작의 거짓이라는 것이

밝혀진다.

같은 시간여행자인 기디언을 사랑하게 된 그웬돌린은 기디언을 냉정함에 상처를 받고 그를

잊고자 하지만 그를 향한 마음을 어쩌지 못한다.

 

자신에게 올 수도 있었던 시간여행자의 운명을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샬럿과 그의 엄마 글렌다이모의

질투로 그웬돌린은 곤란에 빠지고 한 때 파수꾼 그룹의 마스터였던 외할아버지의 가방을 발견하고

한 대 인줄만 알았던 크로노그래프를 보게 된다.

과거를 오갈 수 있는 크로노그래프가 한 대 더 있다는 것은 '시간여행자'들의 최후의 목적을 이루는데

걸림돌이 되기에 샬럿을 비롯한 파수꾼들의 표적이 되어 그웬돌린은 몰래 크로노그래프를 숨긴다.

자유롭게 과거를 오가게 된 그웬돌린은 이미 돌아가긴 외할버지를 만나고 생제르맹백작의 음모를 추적한다.

 

기디언과의 과거여행에서 그웬돌린은 출생의 비밀을 알게되고 결국 사촌일줄만 알았던 루시와 폴을 만난다.

그동안 자신을 멀리한다고 생각했던 기디언은 사실 생제르맹백작을 위해 일을 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의 비밀을 캐기위해 일부러 그웬돌린과 거리를 두었다는 것도 알게된다.

 

불사(不死)의 비밀을 캐기위한 '시간여행자'들의 활약과 한창 사랑을 시작할 풋풋한 십대들의 이야기가

가슴을 설레게 한다.

 

 

유령을 볼 수있는 능력을 가진 그웬돌린의 유령친구 제메리우스의 돌직구 발언도 유쾌하다.

원래 제임스의 집터였던 성 레녹스학교에 나타나곤 했던 제임스 유령은 오래전 천연두로

목숨을 잃었었다. 그웬돌린은 시간여행중에 기디언의 도움을 받아 과거의 제임스에게

백신을 투여한다. 과연 과거여행중에 미래에 죽을 사람을 위해 예방을 한다면 미래의 역사는

어떻게 달라질까. 물론 이 책에서 제임스는 죽을 운명을 극복하고 멋진 여성과 결혼하는 것으로

해피엔딩이 되었지만 시간여행자들의 어떤 행동들은 미래의 역사를 암흑으로 바꿀 수도 있다는

것이 조금 섬뜩하게 다가온다.

 

이미 불사의 기적을 쟁취한 생제르맹백작이 현재 어떤 모습으로 기디언과 그웬돌린의 주변을

맴돌고 있었는지 밝혀지는 마지막 부분은 압권이다.

 

'시간여행자'가 된다면 나는 어떤 과거로 돌아가고 싶을까.

책을 읽는 내내 그웬돌린의 특별한 핏줄이 부럽기도 했다. 하지만 선택이 아닌 필수라면 조금

피곤하겠지만.

그래도 우리 인간들은 '타임머신'에 대한 열망을 가지고 있다. 살아보지 못한 어떤 시대에 대한

호기심을 넘어 역사의 한 획을 그을 '어떤 것'에 대한 희망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보다 어린 할머니나 부모님을 만난다면 엄청 당황스럽긴 하겠다.

오랫만에 달콤한 첫사랑과 과거를 넘다드는 상상에 빠져 더위를 잊게해준 재미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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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책으로 당신을 말하라 - 삶의 전환점이 필요한 이들을 위한 책쓰기 가이드
이임복 지음 / 영진미디어 / 2013년 5월
평점 :
품절


'책쓰기는 종합예술이다'

 연극도 무용도 종합예술이라고 한다. 심지어 요리도 종합예술이라고 주장한다.

책쓰기가 종합예술이라니. 좋은 글감이란 재료로 맛있게 버무려내는 작가는 요리사와도

같다는데 동감한다. 우리는 싱싱한 재료로 정성들인 음식을 좋아한다.

그렇다면 좋은 글감으로 맛있는 글을 쓴 책이나 작가를 좋아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단순한 부러움을 넘어 글을 쓰고 작가가 되고 싶다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놀랐었다.

나역시 욕망만 주시고 재능을 주시지 않은 신을 원망했으므로.

 

 

왜 책을 쓰고 싶을 것일까. 저자는 한마디로 자신을 알리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하긴 어떤 내용의 책이든 저자는 그 안에 늘 있으므로 우리는 저자의 자서전이 아니더라도

저자를 알 수밖에 없게 된다.

하지만 일기조차 제대로 써보지 않았던 사람들에게 책쓰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미 6권의 책을 집필했던 저자의 가르침으로 과연 나도 책쓰기란 과제를 완성할 수 있을까.

 

우선 책쓰기를 시작하려면 돋보기와 스마트폰은 필수이다 싶다.

어떤 소재의 글을 쓰던간에 자료를 모으는 일은 중요하다. 이러이러한 책을 쓰겠다고 맘먹고

그 때부터 자료를 수집한다면 너무 많은 시간이 필요하거나 완벽한 자료를 모으기가 힘들 수도 있다.

생활하면서 보고 듣고 맛보고 즐기는 그 모든 순간이 바로 자료를 모을 수 있는 기회라는 것에

크게 공감한다. 우리의 기억력이란 것은 생각보다 부실한 편이니 '이것이다'싶은 아이디어가 떠오르거나

언젠가 글쓰기에 필요할지 모르는 자료는 눈을 크게 뜨고 짚어내거나 메모를 해야만 한다.

심지어 스파이가 되어야 한다. 모든 것에 귀를 열고 보고 수집해야 한다.

 

특히 타타타기법이 맘에 들어온다.

타이밍, 타깃팅, 타이틀.

아무리 원대한 꿈을 품고 어렵게 글을 쓴들 아무도 읽어주지 않는다면 소용이 없을 것이다.

'결국 책을 쓰는 일도 하나의 상품을 판매하는 일이다.' -172p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읽힐 좋은 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 세가지 타타타를

잊지 말아야겠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해피 베르베르 콘서트>에 당첨되지 못했으면서도 무작정

행사장까지 돌진한 저자의 도전정신이 오늘의 그를 있게한 것이 아닐까.

 

"계속 쓰세요. 뒤돌아보지 말고 쓰세요. 끝날 때까지는 앞에서부터 다시 읽어보지 않습니다.

주변의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말고 끝까지 쓰세요."

 

베르베르의 이 말이 멈칫거렸던 작가로서의 꿈을 이끄는 도화선이 되었을 것이다.

나도 이 책이 도화선이 될 수 있으려나.

 

 

하긴 밤새 써내려간 글귀를 아침에 만나는 순간 부끄러워 지워버렸던 기억이 왜 없었겠나.

그런 글들을 주변사람들에게 보여주었다가 '지적질'이라도 당한다면 기껏 올라온 새순이

잘리는 것같은 아픔이 기다릴지도 모를 일이다.

 

아무리 맛있게 버무려 낸 글이라도 진심이 없다면 그 글은 죽은 글이 될 것이다.

남의 일인 듯 지어낸 이야기속에도 '나'는 숨쉬고 있기에 민낯을 대중들에게 보여줄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

 

어떤 마음가짐으롤 책상에 앉아야 하는지 소재는 어떻게 수집할 것인지, 출판사에 의뢰하고

계약하는 것까지를 꼼꼼한 가르침에 조금이나마 용기가 생기는 것같다.

 

다양한 방면의 책을 낼만큼 박학다식한 그의 글쓰기 교본은 어린시절부터 도서관과 교보문고를

휘젓고 다녔던 다독의 결과가 아닐까. 잘 쓰려면 잘 읽어라..책을 덮으면서 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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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의 목적
다나베 세이코 지음, 조찬희 옮김 / 단숨 / 2013년 7월
평점 :
품절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라는 카피에 덧붙여 '침대는 희망입니다'라고 말하는 작품이다.

아카리는 서른 한 살의 싱글로 그동안 꿈꿨던 독립을 이루기 위해 원룸 맨션을 얻어 이사를 한다.

그녀의 대학동창인 요시코는 여전히 통금시간이 있을만큼 고루한 가정의 외동딸로 언감생심

독립은 꿈도 꾸지 못한다.

그동안 다다미방에서 요를 깔고 지내왔던 아카리에게 멋진 침대는 언젠가 종말을 고할

싱글시대의 마지막 깃발이며 호시탐탐 자신을 노리는 남자들을 위한 에로틱한 목적을 위한

성역이다.성역(城域)?, 성역(性域)?

 

 

요즘 시대에 서른 한 살의 여성을 노처녀라고 부르기에는 이른 감이 없지 않지만 아카리와

요시코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소망을 넘어 결혼에 대한 열망으로 조바심을 갖고 있다.

아카리는 그동안 몇 몇 남자와 연애도 하고 섹스도 즐겼지만 사실 남성들의 본능이나 심리에

관해서는 제대로 아는 것이 없다.

여전히 처녀를 간직하고 있는 요시코는 결혼할 남자에게 자신의 처녀를 선물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과연 요시코와 같은 여성이 몇이나 남아있을지 불가능한 일이긴 하지만.

 

아카리에게 몇 년전 가볍게 사귀었던 후미오에게 연락이 오고 혹시나 싶어 나간 자리에게

조금은 세련되어지고 성적인 면으로는 더 조급해진 후미오의 모습에 실망을 느끼게 된다.

아직은 순결함을 간직한 아카리의 침대에 후미오를 끌어들이기에 그는 너무 속물이기 때문이다.

헛물만 켜고 돌아가는 후미오.

 

같은 회사 동료인 우메모토는 성실한 사람이긴 하지만 '남자냄새'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요시코를 소개시켜주기 위해 두 사람을 초대한 아카리는 자상하고 깔끔한 우메모토에게 호감을 느끼게 된다.

조금쯤 수다스럽기까지한 우메모토는 '와다씨는 너무나 편한 사람'이라고 말하면서 희한한 여성관을 내어 놓는다.

연상일 것. 이혼한 여자일 것. 처녀는 안됨.

하긴 우리나라도 이혼한 연상의 여자가 연하의 총각과 결혼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지만 요즘 젊은 사람들의

결혼관이나 연애관은 종잡을 수가 없다.

다만 '자신이 뭘하고 싶은지 잘 모르고 남성에게 종속적이면서 기대하는 바가 큰 덜 여문 처녀'

보다는 '자신이 극복할 수 없는 일을 인정하고 화끈하게 이혼해버린 주장이 명료한 이혼녀'가 더 매력을 느낀다는

점에 조금은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한다.

 

 

 

큰 희망을 품고 독립을 감행했던 아카리의 '성욕의 공간'이 사이 사이에 '차분한 공간'으로 쓰는 건 좋지만

매일같이 '차분한 공간'이기만 해서 우울해하는 장면에서는 웃음이 절로 나온다.

이런 아카리의 모습에서 나는 오래전 나의 모습을 발견한다.

누구나 나의 소탈함과 씩씩함이 좋고 말이 통해서 편하다고 했었다.

하지만 아무도 나를 '갈까'하고 손을 끌지는 않았던 것같다.

여성적인 매력이 없어서? 아님 빈틈이 없어서?

 

젊은 커플들의 연애와 결혼관을 재미있게 풀어쓴 작가의 나이가 사실은 여든이 넘었다니...그렇다면 이 발랄하고

젊은 필력은 그녀의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세대를 뛰어넘은 작가의 유머는 '섹스 엔 더 시티'의 명성을 뛰어넘을 듯하다.

오늘도 뜨거운 '성욕'을 기다리는 '침대'의 진짜 목적은 무엇인지 자꾸 상상이 가는 것은 내 탓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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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스무살엔 몰랐던 내한민국
이숲 지음 / 예옥 / 2013년 6월
평점 :
판매중지


'대한민국을 키운 힘은 바로 '한국정신'이다. 싸움을 할 만한 이유가 없으면 싸우지 않는

순박한 사람들....한국은 정신력 하나로 버텨온 나라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부처의 눈에는 부처만 보이고 돼지의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라는 말이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한국전쟁이후 불과 수십년만에 번영을 가져온 우리민족의 내면에는 어떤 힘이 흐르고 있을까.

바다 건너 북유럽의 숲, 웁살라 대학에서 대한민국의 잃어버린 100년을 찾아낸 저자의 열정은

내가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이었는지를 확인해 주었다.

 

 

우물안 개구리는 우물이 이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한다. 한 때 우물안 개구리처럼 살았던

우리 민족을 바깓세상의 사람들은 어떻게 바라보았을까.

호시탐탐 한국을 차지하기 위해 늑대의 비열함을 감추고 우리를 배회하고 있던 일본이

서서히 마각을 드러냈던 시기에 선했던 우리 민족의 모습은 어떻게 비쳐졌을까.

 

물론 의도치 않게 우리나라를 다녀갔던 외국인들이 있었다.

하멜은 일본으로 향하던 배가 난파되어 제주도에 도착한다. 전라도 지역에 유배되어 13년 후

한국을 탈출하여 '하멜 표류기'를 쓰게 된다.

그가 본 우리의 모습은 우왕좌왕 정확치가 않다. 자신을 고국으로 돌려보내주지 않고 유배시킨

나라의 사람들을 고운 시선으로 보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도 기독교인인 유럽인을 부끄럽게

만들 정도로 선한 사람들 이란 표현이 있는 걸보면 내면에 우리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지는 않았던 것같다.

 

세계에 가장 많은 식민지를 갖고 있던 대영제국의 국민들에게 한국은 미개국처럼 보였을지도 모른다.

자신들과 비슷한 기질을 가진 일본을 우월시하고 미개한 한국을 교화시켜 일본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한

드레이크같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일본에 판화공부를 하며 몇 년간 머물렀던 엘리자베스 키스는 우리의

전통이 사라져가는 것을 안타까워하면서 일본의 만행을 세계에 전하려는 여인도 있었다.

 

당시 새롭게 부상하는미국의 제국주의의 눈으로 바라본 샌즈는 약한 나라였던 한국을 조금 더 사랑하긴

했지만 미국이 한국에 대해 무관심하다는 것을 알고 미련없이 라틴 아메리카로 눈길을 돌렸다.

 

한국을 한국사람들보다 더 이해했던 외국인은 매켄지가 아닌가 싶다.

 

 

매켄지는 '대한 제국의 비극' 서문에서 '이 고통스럽고 버림받은 민족을 변호한다는 것이 공 없는 것.

희망 없는 일'이라고 쓰고 있지만 "내가 반일적이라고 한다면 기꺼이 반일의 피고가 되고자 한다"면서

일본 군국주의의 위험과 잔인함을 경고하고 있다.

또한 한국인에게 기회가 주어지면 무서운 잠재력을 발휘할 거라고 확신했던 사람이었다.

그의 경고는 수년 후 세계대전을 일으킨 일본의 광분성으로 나타났고 연약한 토끼처럼 떨고있던

한국은 그가 보았던 잠재력을 발휘하여 멋지게 일어났다.

그의 통찰력은 참으로 놀랍고 누가 보아도 미개한 민족처럼 보았던 우리를 제대로 봐주어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저승에 가있을 그를 불러다가 지금 우리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을 정도이다.

 

자신을 제대로 바라본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한강의 기적'을 이룬 우리 민족은 어제의 배고픔을 잊고 살아가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누군가는 '희망이 없는 민족'이라고도 했던 우리는 그렇게 말했던 이들의 코를 납작하게 할만큼

크게 일어섰다. 하지만 풍요한 삶속에서 어딘가를 곪는 구석이 없는지 느슨해진 삶을 돌아다 봐야 한다.

냉정한 외국인의 눈으로 바라본 100년간의 대한민국의 모습속에서 저자는 '한국정신'을 끌어냈다.

깡으로 버티고 오기로 일어선 우리민족의 자긍심을 다시 일깨우는 소중한 책이 틀림없다.

하지만 저자의 우려 역시 어딘가 비틀리고 썩어가는 곳은 없는지 되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경화에 미친 일본은 여전히 우리를 놔주고 있지 않다. 그 가엾은 나라 일본에게 과거의 치욕을 당하지

않으려면 우리의 자긍심과 더불어 경계를 늦추면 안될 것이다.

태어나 살면서도 알지 못했던 '대한민국'의 소중함과 가능성을 일깨워준 멋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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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의 기생충 열전 - 착하거나 나쁘거나 이상하거나
서민 지음 / 을유문화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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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이라는 이름은 말 그대로 수수하고 얼굴은 더 수수하며 이 책은 수수(秀秀)하다.

'기생충'이란 이름에서 선뜻 책을 집어들기가 망설여졌지만 띠지에 있는 저자의 방실방실한

얼굴을 보니 이런 사람이 쓴 글이라면 징그러운 내용만 있지는 않겠다 싶었다.

호오 역시 내 기대를 져버리지 않는 기가 막힌 책이다.

"어떻게 된 게 일반인이 읽을 만한 기생충책이 세 권밖에 없냐?"

저널리스트 칼 짐머가 쓴 '기생충 제국'과 다른 두권은 모두 이 서민씨의 책이란다.

그야말로 한국의 기생충계를 휘어잡은 인물인 셈이다.

 

 

서울대 의대 4학년 때 하고 많은 과목중에 왜 기생충학을 선택했는지 모르지만 그의 남다른

소신이 '기생충 열전'이라는 '사기열전'에 못지않은 명저의 탄생이라는 열매를 맺은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기생충학'을 재미있게 배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만큼 아주 잘 쓴 책이다.

어려서 대변을 채집하여 기생충검사를 할만큼 '기생충 창궐'의 시대를 지나온 사람으로서

기생충과는 깊은 인연이 있는 셈이니 한 번쯤 읽어볼만 하지 않겠는가..했던 생각은

기생충이 여전히 현재 진행형의 인연이라는 사실을 확인 시켜주었다.

 

매년 기생충약을 먹고는 있지만 내 몸 어디에선가 기생충이 없다고 확신할 자신이 없어진다.

회충이나 요충, 간디스토마, 폐디스토마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그 외 이렇게 많은 기생충이

있다니 어느 학자의 말대로 인간이 과연 만물의 영장이라는 말이 맞기는 할 것인가.

기생충이 인류보다 훨씬 더 유구한 역사를 가졌을 뿐아니라 개체수도 훨씬 많다는데 말이다.

 

 

말라리아가 무서운 병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기생충이라는 것은 놀랍기만 하다.

모기가 옮기는 질병이어서 바이러스같은 것이 인간의 몸에 침투하는 것인줄 알았다.

하지만 모기의 침에 기생하는 충이 들어가 병을 유발한다니..

'바람의 딸 한비야'는 자신의 책에서 말라리아 약의 독성을 얘기한 적이 있었다.

얼마나 오래 먹었던지 간에 이상이 올만큼 약 자체가 상당히 독하는 얘기다.

그러나 그 말라리아 예방약도 100% 막아주지는 못한단다.

오죽하면 100% 예방백신을 개발하면 노벨상은 따놓은 당상이라니 말라리아 퇴치가

인류에게 얼마나 큰 과제인지를 알게된다.

 

흔히 조는 사람들을 보면서 '체체파리에 물렸냐'는 말을 하곤 했는데 이 체체파리가

'감비아파동편모충'이 몸안으로 들어와 수면병을 유발한단다.

희한하게도 얼룩말에는 잘 달려들지 않는다는데 언젠가 쓰레기처리장에 이상이 생겨

파리떼가 창궐했던 그 때, 세로 줄무늬 헝겊이라도 집을 감쌌더라면 파리가 덜 꼬였을지도

모르겠다.

TV에 나와 입담을 자랑하기도 할 만큼 재치가 있는 저자인지라 그의 기생충강의는 위트가

있고 이제는 사라지지 않았을까 싶었던 기생충을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

얼른 기생충약을 종류별로 사다 먹어야 겠다는 위기감마저 느껴진다.

촘촘한 모기장도 하나 더 구입해야 겠고.

이 책이 여러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것을 보니 조만간 기생충예방약을 만드는 제약회사의

주식이 오를 것만 같다.

 

인기 과목을 마다하고 기생충학을 선택했다는 것은 이 저자가 참 특별하다는 증거일텐데

이 책을 내게 된 인연도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

'을유문화사'야 늘 묵직한 작품을 출판하는 회사로 유명하지만 그런 이유보다는 그 출판사

마당에서 키우고 있는 유기견을 보고 결정을 했단다.

'이렇게 버려진 생명을 소중하게 거두어 키워 주는 회사라면..'하는 생각에서.

마음 따뜻한 회사와 기생충을 사랑(?)하는 학자가 만나 세상에 나온 이 책이 어찌 특별하지

않겠는가. 기생충들이 여전히 내 몸에서, 혹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몸에서 안락하게 살고

있을지 모를 일이니 '다시보자 기생충'이라는 표어라도 걸어놓고 살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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