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만리 2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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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문명의 발상지이기도 한 황화(黃河)의 이름은 미국의 그랜드캐넌을 닮은 황토고원에서

비롯 되었다. 황토로 이루어진 사선 절벽들이 장대하게 이어진 고원을 개간하여 농사를 지었던

중국의 농부들을 위대함을 떠올리며 전대광은 시안으로 향하는 비행기안에서 상사원의 삶이란

어쩌면 농부의 삶보다 더 허망한 것임을 깨닫는다.

일본상사의 방해로 철강남품을 놓쳤던 김현곤을 만나기 위해 시안에 온 전대광은 상하이에

초대형 종합병원이 들어서는 프로젝트에 철강 10만톤 납품을 제안한다.

납품 좌절로 시안으로 좌천되었던 김현곤을 잊지 않고 시안까지 날아와준 전대광의 의리에

김현곤은 울음이 복받힐만큼 큰 고마움을 느끼게 된다.

이제는 변방이 된 시안을 둘러보며 전대광과 김현곤은 중국의 거대한 역사 스케일에 감동을 받지만

그 거대함속에 숨겨진 중국 역사의 3대 폭군이었던 수나라 양제의 대운하와 당나라 현종의 아방궁,

불로장생을 꿈꾸며 만리장성을 쌓았던 진시황이 중국 역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생각해본다.

적어도 진시황제는 미래의 후손들에게 관광지를 열어 먹고 살 길을 마련해준 것만은 확실했다.

 

 

미국으로 이주하여 부를 축척한 양아버지 왕이싼의 도움으로 중국의 비지니스 시장에 뛰어든 왕링링은

양아버지가 갑작스럽게 쓰러져 위독하다는 전갈을 받는다. 배고픔을 이기기 위해 미국으로 이주한

중국 이민자의 후손인 왕이싼은 중국인들만의 결집력과 끈기로 부를 축척하여 미국내의 또다른 중국이라

불리는 샌프란시스코의 차이나타운을 건설한 대표적인 중국 화상이다.

양녀이지만 그녀의 영민함을 알아본 그의 보살핌으로 최고의 교육과 민족정신으로 무장한 왕링링은

권력자라면 첩인 얼라이를 몇 명이고 두는 것이 관례가 되어버린 중국사회에서 미인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중국의 고위관료를 미인계와 뇌물을 이용하여 새로운 부호로 떠오르게 된다.

세계경제를 쥐고 흔든다는 유대인들에 못지않은 중국인들의 지독한 상술이 그들 모녀에 통해 그려진다.

하수구에 빠진 10센트를 건지기 위해 더러운 하수구를 뒤져 기어이 쟁취하며 왕이싼은 어린 왕링링에게

손을 씻으면 그만이라며 100달러 지폐를 상으로 주었었다. 그 것이 바로 중국인의 참모습이었다.

 

쌀알에도 정교한 조각을 새기는 중국인들의 손재주와 거대한 옥석을 만나 신비한 예술품을 만들어 팔아

부를 쌓은 리완싱은 중국의 졸부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중국인들의 교묘한 상술과 그렇게 획득한

부를 이용하여 수많은 얼라이를 축첩하고 마구 돈을 뿌리며 부를 과시하는 그들의 막강함은 중국 경제의

또다른 축이 된다. 돈을 벌어들이기만 한다면 웬만한 불법은 중국정부에서도 눈감아 버리는 것이다.

그들의 이 이상한 잣대는 북경올림픽 당시 세계의 정상들이 짝퉁시장을 방문하여 쇼핑을 할 정도로

기이한 모습을 연출한다. 한 마디로 눈가리고 아웅하는 중국의 비 정상적인 행태는 중국에 오래살면

살수록 중국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짐작케한다.

한마디로 그들을 이야기하지 못할만큼 땅도 사람도 이해불가의 나라 중국!

이런 중국을 우리는 얼마나 알고 얼마나 대처하면서 살고 있는 것인가.

 

'영어를 잘하기 위해서 자기네 역사 시간을 대폭 줄여버리고, 필수 아닌 선택과목으로

바꿔서 커나가는 아이들을 영혼이 없는 바보로 만들고 있는 나라...' -361p

'3.1절'을 '삼 점 일 점'이라고, '8.15'를 원주율 이야기하듯 '팔 점 일 오'라고 읽는 아이들을

탓할 수 있을까.

얼마전 수능시험에 역사과목이 필수로 된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할까.

이런 빈곤한 역사의식을 가진 아이들이 왜곡된 동북아공정을 내세우는 중국을 상대하여 진실된 역사를

지킬 수 있을지 한숨이 절로 나온다.

 

송재형을 사랑하는 리옌링은 세계의 중심이라는 중화정신의 골수분자인 아버지가 혈통이 다른 사위를

인정할 것인지 자신이 없다. 얼라이들 사이에 아들을 낳아 호적에 올렸다는 사실을 알게된 리옌링은

외동딸의 지위가 흔들리는 것을 느끼고 이혼당한 엄마와 함께 아버지를 부를 누리는 것으로 복수를 대신한다.

아들선호사상을 버리지 못한 사람들에게서 출생한 아이들에게 벌금을 물리면서까지 인구억제정책을 펼쳤던

중국은 이제 이런 아이들이 얼마나 되는지 정확한 통계조차 없다고 한다. 어쩌면 몽골의 인구보다도 더 많다고

추정하지만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 이 인구들의 미래는 어떻게 감당될 수 있을까.

아마도 문제를 만들지만 않으면 문제가 되지 않는 중국 특유의 잣대로라면 역시 그들도 문제가 되지 않고

6.25당시 북한을 도와 인해전술을 펼쳤던 것처럼 거대 중국의 인적자원으로 활용될 것이다.

 

 

'차라리 목숨을 버릴지언정 돈을 놓치지 말아라'

유목민이라고 불리는 종합상자의 주재원들이 의뭉스럽고 때로는 만만디하게 때로는

콰이콰이하게 움직이는 중국인들을 상대로 한 정글의 싸움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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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만리 1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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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억 인구만큼 13억의 일들이 일어날 수 있는 곳' 중국!

'죽의 장막'을 거두고 세계인들 속에 섞이기 시작한지 불과 몇 십년 만에 G2의 강국으로 부상한 나라.

하지만 몇 몇 중국을 알았던 이들은 오래전 비상하는 용, 중국의 가치를 알아보았었다.

마치 정글숲에서 길을 찾듯 돈을 쫓아 중국으로 몰려든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종합상사의 중국 상하이 주재원 전대광은 의료사고후 모든 것을 잃고 실의에 빠진 성형외과 의사

서하원을 마중하기 위해 공항에 나온다.

이미 포화상태가 되어버린 한국의 성형시장은 더 이상 돈밭이 아니었고 양악수술후 죽어버린 환자

보상금으로 빈털털이가 되어버린 서하원에게 중국은 미래가 보이는 돈밭이었다.

 

전대광은 국내 유수의 대학을 졸업하고 중국 지사에 온지 십년이 넘은 베테랑으로 중국인들 못지 않은

중국어 실력을 자랑하는 실력파 주재원이다.

주재원 초기 시절 중국의 경제 심장인 상하이 세관 주임인 샹신원과의 각별한 인연으로 '꽌시'를 맺은

상생의 관계이다.

속 깊기가 삼천 척 바다속같고 만만디 정신이 만연한 중국사회에서 꽌시를 맺기란 날아가는 새를 떨어뜨릴만큼

어려운 일이다.

서하원을 중국으로 부른 것도 샹신원의 사촌의 일은 은밀하게 전대광에게 부탁하여 이루어진 것이었다.

 

 

철광회사 상하이 주재원 김현곤은 전대광의 소개로 샹신원과 철광수입을 도모하지만 일본기업의 방해로

좌절되고 만다. 이 일로 김현곤은 변방이라고 할 수도 있는 시안으로 좌천된다.

하지만 김현곤은 시안(옛장안)의 유서깊은 문화에 매료되고 상하이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도시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시안의 미래가 자신의 길을 열어 줄 것이라 예감한다.

 

한편 전대광의 조카 송재형은 명문 베이징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있지만 중국역사로 전과하기 위해

삼촌인 전대광의 누나이며 자신의 엄마인 전재숙을 설득해달라는 부탁을 한다.

하지만 전도 유망한 경영학의 길을 포기하고 고리타분한 역사학을 공부하겠다는 아들을 말리기 위해

전대숙은 베이징까지 오지만 송재광은 애인인 리예린의 오피스텔에 숨어 나타나지 않는다.

결국 아들을 만나는 것을 포기한 채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게 된다.

 

송재형은 중국의 역사에서 중국의 미래를 어렴풋이 예측한 것 같다.

부족한 영어실력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기자에게 당당하게 중국의 가능성과 대담성을 외치는 베이징대 학생들에게

큰 충격을 받고 시원치 않은 영어실력으로 강대국 미국과 견주지 못하고 우물쭈물하던 한국의 대학생을 떠올린다.

과연 중국의 젊은이들의 이 당당함과 자신감은 어디서 오는 것인가.

 

우리도 60~70년대 산업화초기 농사를 짓던 인력들이 대거 도시로 유입되어 도약의 발판이 되었듯이

중국 역시 대도시에 대거 유입된 농민공들은 비싼 집세로 인해 수십명씩 한 집에 세를 들어 생활을 하고

저렴한 노동력을 제공하고 착취당하는 빈민생활을 하고 있다.

전대광의 집 파출부인 쑨칭은 하루 두집을 돌며 3000위안(60만원)을 벌고 남편은 공사장을 돌며 2000위안을 벌지만

어느 날 추락사고로 불구가 되었지만 회사에서는 보상은 커녕 조폭들을 동원하여 협박하기에 이른다.

마흔도 되지 않은 남편은 불구가 되어 돈도 벌지 못하는 신세를 비관하여 자신의 몸에 불을 붙이고 투신자살하고 만다.

하지만 다음 날, 어디에서도 그가 죽었다는 보도는 보이지 않는다.

 

이렇듯 예전에 우리가 지나왔던 길을 지나 어느 면에서 앞서고 있는 중국의 화려한 부상과 그 뒤에 숨겨진

어두운 일면을 교차하며 돈을 향해 달려들고 있는 중국인들의 욕망은 무서우리만큼 집요하다.

 

일본 역시 비슷한 시간들을 지나 이제는 지는 해가 되었지만 돈이 될만한 시장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

수백명씩 깃발을 들고 날아와 섹스관광을 즐기고 아무렇게나 몸을 파는 중국여자들에게 침을 흘리는 일본 상사의

주재원 도요토미와 이토는 일본을 제치고 부상하는 중국이 고깝기만 하다.

심지어 중국말을 배울 생각도 없다.

 

상하이에서 펼쳐지는 중국인들과 적응 잘하는 한국인, 그리고 여전히 오만한 일본인들의 또다른 전쟁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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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고 차가운 오늘의 젊은 작가 2
오현종 지음 / 민음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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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lling me softly with his song~~

그는 손가락으로 나의 고통을 연주하고 있었답니다.

그는 노래로 나를 부드럽게 사로잡았죠.'

 

아이팟 터치의 볼륨을 높혀 이어폰을 통해 이 노래를 즐겨 듣던 재수생 지용은

학원옥상에서 한 여자를 만났다.

마치 야동에서 남자의 성기를 빨던 소녀처럼 가늘고 긴 원기둥 모양의 아이스바를

돌려 가며 쪽쪽 빨아먹던 그녀의 이름은 신혜였다.

학원에 등록된 이보니라는 친구대신 강의를 듣고 있다는 신혜는 술장사를 하는 엄마와

얼마전 교통사고로 죽은 새아빠와 함께 들어온 여동생과 함께 살고 있다고 했다.

 

 

영어유치원을 경영하는 엄마와 의대를 다니는 형, 유학중인 누나를 둔 지용은 한 마디로

집안의 골칫거리이다. 서울시안에 있는 대학은 모두 서울대라는데 웬만한 사립대에 합격을

했지만 양에 차지 않았던 엄마는 재수를 강요하며 학원을 골라주었었다.

 

새아빠가 남기고 간 열 한살짜리 여동생이 자신이 그랬던 것 처럼 엄마한테 성매매를 강요당한다며

김치냉장고에 숨겨둔 돈을 훔쳐 동생과 숨어버리고 싶다는 신혜를 대신해 지용은 신혜의 엄마를

살해하고 누나가 있는 미국으로 떠난다.

 

지용은 부드러운 것이 필요했었다. 온몸이 잠길만큼 부드럽고 따뜻한 신혜의 몸에 안기면 비로소

안정감이 찾아오곤 했던 지용은 신혜가 행복해지기를 바랬을 뿐이었다.

마녀같은 신혜의 엄마의 목을 아이폰 줄로 휘감아 죽이는 동안 지용은 집에 있는 익숙한 얼굴 하나를

떠올린다. 엄마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목을 조르고 있던 한 여자를.

 

메일과 트윗같은 은밀한 방법으로만 연락을 하고 자신의 흔적을 남기지 않았던 지용은 어느 날부터

연락이 되지 않는 신혜를 찾아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그녀의 자취는 어디에도 없고 자신이 살아가는 힘이라고 믿던 신혜를 찾아 나선다.

 

서서히 밝혀지는 신혜의 비밀들. 죽었다는 새아빠와 살림을 차려 이국으로 도망갔던 신혜.

지용은 복수를 하기 위해 신혜를 찾아가 마음속으로 외친다.

'나는 다만 부드러운 것을 원했을 뿐이야.' 하지만 더 이상 부드럽지 않은 그녀를 두고 발길을 돌린다.

 

사랑이라는게 그렇다. 내가 죽더라고 상대가 행복해질 수 있다면 다 줄 수 있는 것.

 

집안에 못난이 막내아들 지용은 신혜를 통해 숨을 쉬고 그녀의 부드러운 몸에 위안을 느꼈지만

신혜의 삐뚤어진 사랑은 지용에게 죄를 짓게 하고 엄청난 상처를 주었다.

하지만 신혜는 자신의 사랑과 선택이 옳았다고 믿는다.

설사 지용이 자신의 엄마를 죽이고 미래마저 죽여버렸지만 조금의 후회도 없을 만큼 자신의 사랑은

순결했고 아름답다고.

 

사랑이란게 그렇다. 모든 오염도 죄악도 느껴지지 않는 직진의 방향으로만 치닫는 브레이크 없는 일방성.

 

순수한 사랑을 이용하여 죄악으로 이끄는 신혜의 사랑도 사랑이다.

악을 악으로 갚는 것이 옳다고 믿어 살인을 저지른 지용의 사랑도 사랑이다.

함께 살던 여인의 딸을 범하고 급기야 지용까지 끌어들이게 하여 살인을 교사한 새아빠의 사랑도 사랑일까.

사랑은 이렇게 누군가의 눈을 멀게 하고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하는 무형의 폭탄같은 것.

 

맹목의 사랑으로 달려갔던 두 남녀의 사랑이야기에 반전까지 가미된 멋진 소설이다.

인생이란 달고 차갑기만 한 것은 아니야. 때로는 맵고 짜고 뜨겁고 달콤하고..그렇게 오묘한 것이지.

홍콩의 구룡반도 끝에서 신혜를 두고 발길을 돌리던 지용은 신혜와 함께 평생 지옥에 살 것임을

예감하며 이렇게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거짓말과 살인과 복수가 난무한 이야기속에서도 사랑은 위대했노라고 눈을 반짝거리며 내게 말을 하는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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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레스테롤은 살인자가 아니다 - 그들이 감추려 했던 콜레스테롤의 비밀
우페 라븐스코프, MD, PhD 지음, 김지원 옮김 / 애플북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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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충격적인 내용의 책이었다. 어머니에 이어 고지혈을 앓고 있는 내게는 그동안

알고 있던 콜레스테롤의 진실이 허구라는 주장에 어떤 판단을 해야할지 혼란스럽다.

콜레스테롤은 HDL(High Density Lipoprotein)이라고 부르는 고밀도 지질 단백질은 흔히 좋은 콜레스테롤로

불리고 있으며 LDL(Low Density Lipoprotein), 즉 저밀도 지질 단백질은 나쁜 콜레스테롤로 알려져 있다.

흔히 LDL은 혈전을 만들어 동맥경화증이나 심장마비를 일으킨다고 한다.

HDL은 잉여 콜레스테롤을 간으로 이송하여 대사에 이용케함으로써 혈중 콜레스테롤의 농도를 조절하기 때문에

좋은 콜레스테롤로 알려져있다.

실제로 혈액검사를 하면 HDL과 LDL의 수치가 나오며 HDL량이 높으면 LDL의 량은 낮다고 한다.

10여년 전 LDL의 수치가 200이 넘어가면서 고지혈 진단을 받은 후 십 여년을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약을 복용하고

있는 내가 콜레스테롤의 수치를 억지로 낮출경우 사망할 확률이 더 많다는 주장에 어찌 경악하지 않겠는가.

 

 

지방성 음식을 많이 섭취하지 않고 체중도 정상인 어머니에게도 고지혈이 있다.

오랫동안 고지혈약을 먹었던 엄마를 보면서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가족성 고콜레스테롤 혈증을 의심했었다.

만성 성인병인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고지혈 진단을 받은 환자는 평생 약을 복용해야 한다.

하지만 저자의 주장대로라면 고지혈 환자라는 말은 성립이 되지 않는다.

물론 가족력으로 인해 고지혈이 내림 되긴 했어도 일반인들처럼 긴 수명을 누리고 건강하게 살았다는 주장에

안심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고콜레스테롤이 심지어 더 이롭다는 주장도 있다. 과거에 전염병이 인류를 위협하던 시대에는 전염병을 예방해

주는 것으로 알려진 콜레스테롤이 많았던 사람들이 더 살아남을 확률이 높았다는 것이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은 사람들은 위와 장, 폐에 일어나는 질병으로 죽을 위험이 훨씬 높다.' -43p

 

하지만 위생적으로 더 안전해지고 영양적으로 과잉의 시대인 지금 과연 고콜레스테롤이 더 이롭기만 할까.

고콜레스테롤이 원인이라고 알려진 심근경색은 음식을 통한 과도한 지방 섭취 때문에 유발 된다고 주장한

안셀키즈의 주장은 가장 일반적이고 믿을 만한 의학상식으로 알려져왔다.

회식 메뉴를 고르기 위해 나는 늘 저지방식을 찾아야했고 간혹 삼겹살이나 등심을 먹는 날은 잊지 않고

고지혈약을 먹음으로써 위안을 얻곤 했기 때문에 동물성 지방이 콜레스테롤의 증가를 유도한다는 것이

심각한 오류라는 저자의 주장에 혼란스러운 것은 당연하다.

 

 

심지어 '고콜레스테롤은 여성들에게 위험 요인이 아니다'라는 단호한 주장에 대해서는

믿고싶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동안 많은 질병을 완치시켰거나 늦추는 의학계의 업적은 인류를 발전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으나

거대제약업체와 의학계의 잘못된 커넥션이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켰다는 것은 알고 있다.

과연 콜레스테롤의 수치를 낮추는 처방이 이런 커넥셕의 일종이라면 정말 심각한 일이 아닐 수없다.

어쩌면 이런 행동이 동맥경화나 심근경색보다 더 심각한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는 주장 때문이다.

 

어디에서도 후원을 받지 못해 스스로 연구를 계속해야 했고 어떤 논문들은 읽혀지지도 않은 채

되돌려지는 일이 빈번했다는 '왕따' 의학박사 우페 라븐스코프가 이미 수십년이상 굳어진 학설을

뒤집는 것은 불가능해 보이기도 한다.

 

심정적으로 그의 주장에 손을 들어주고 싶지만 -고지혈약을 처방받고 있는 환자로서-

선뜻 약을 끊을 용기가 없는 것은 여전히 그의 주장이 기존의 학설을 뒤집기에는 열세라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이 감추려고 했던 콜레스테롤의 비밀'이 과연 제약업체와 기존학설을 신봉하는

권력들의 합작품이라면 인류의 건강한 미래를 위해 반드시 밝혀져야만 할 것이다.

책을 덮고 나니 테이블위에 평생 자리를 차지하고 나를 노려보고 있는 고지혈 약병을 어째야 할지

혼란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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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섬옥수
이나미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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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땅끝섬 사람들 마음속에는 고립감이 뿌리 깊어 스스로를 유폐시키며 마음의 감옥에 갇혀 산다.

섬이라는 단절되고 폐쇄된 공간에서 거친 바다와 싸우고 또 순응하면서 체득된 오랜 정서 탓인지도

모른다.' -263p

 

그렇다. 섬은 그 자체가 수인을 가두는 천연의 요새인지도 모른다.

그 안에 갇힌 사람들은 애초에 자신의 선택과는 상관없이 그 곳에 떨구어진 사람들이었다.

빗물로 갈증을 달래고 척박한 땅에 고구마를 심어 먹어도 모든 세상이 다 그러하다고 생각하면서

나름의 안분지족을 습득했던 사람들이었다.

섬들 중에서도 쳐질대로 쳐졌던 땅끝섬은 대한민국 최남단이라는 화려한 수식어가 붙으면서 요란하게

탈바꿈을 시작했다.

섬에 사람들이 몰려 들어오면서 척박을 운명처럼 받아들였던 사람들은 돈맛을 알아갔다.

손바닥만한 섬에 골프차 수십대가 으르렁거리고 뜬금없는 짜장면 열풍으로 몸살을 앓는다.

한집안처럼 화목했던 사람들은 서로를 물어 뜯으면서 뭍의것, 육지것보다 더 그악스러워졌다.

 

 

섬을 찾아드는 사람들은 '대한민국 최남단'이라는 푯말앞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들어오는 관광객이

많아지기 전에는 인생의 끝자락에 서있던 사람들이 많았었다.

한가락 하시던 조폭아저씨도 간암판정을 받고 찾아든 곳이 이 섬이었으며,

분식집으로 모은 돈을 아는 언니한테 사기당하고 죽음으로 몰리던 여인도 있었다.

타고난 역마병을 껴안고 방황하던 사나이는 섬에 있는 절로 들어와 결국 주지가 된다.

떠돌만큼 떠돌다가 들어온 땅끝에서 더 이상 갈 곳이 없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10년 넘게 보따리 강사생활을 하던 여인은 알량한 그 자리를 내어놓기 위해 땅끝까지 내려와 결심을

굳힌다. 어디로 여행을 떠났는지 묻지 않았던 남편과의 사이에 아이가 있었다면 조금 더 행복했을까.

 

 

'부부관계도 마찬가지다. 틈이 있으므로 오히려 안전하고 견고하다.'

서로 빈틈이 없었기 때문에 불편했었는지도 모른다. 섬을 다녀간 후 그녀는 조금 느슨해지기로 한다.

섬이란 치밀하지 않아야만 살아가기가 편한 곳이다. 그녀는 섬의 지혜를 나누어 가져간 모양이었다.

 

대책도 없이 너도 나도 들여놨던 개들이며 골프차들은 인간의 탐욕이 부른 재앙의 상징이었다.

관광객이 던져주는 과자로 연명하는 개들은 눈치만 빤해졌고 개주인들은 사육의 책임에서 벗어나

있다가 결국에 잡아먹는 것으로 자신들의 욕망을 지워버렸다.

 

애기업개당의 슬픈 전설을 지닌 섬은 여전히 할망당의 위력이 존재한다.

거친 바다와 마주한 사람들에게 귀신은 섬겨야 할 조상이고 달래야 할 업인것을.

 

섬에 들어와 살고 있는 내게 이 소설은 지금 내가 겪고 있는 막막함과 너무도 닮아있어 놀랍기만 하다.

평생 두통에 시달리는 잠녀들의 늙은 모습과 질긴 생활력, 그리고 이제 더 이상 젊은 잠녀가 없다는 것도.

그렇게 키워낸 자식들은 모두 뭍으로 떠나고 늙은 몸뚱이만 붙들은 잠녀들은 오늘도 힘겨운 발자욱을

떼어 좀 더 자유로운 바다속으로 물질을 간다.

 

짜장면 한 그릇을 더 팔기위해 반목하고 뒤늦게 들어온 뭍의 것들을 무참하게 공격하는 모습.

10년이 넘게 살아야 겨우 주민으로 인정하겠다는 극렬한 텃세.

 

나는 이 소설이 허구가 아님을 안다.

도시의 각박함과 처세가 싫어 들어온 섬은 내게 자유를 준 것이 아니고 스스로 수인이 되어 갇혔다는 것을 알았다.

눈빛 하나에도 싸늘함을 걷어내지 못한 원주민들의 텃세보다 이제는 뭍의 것들이 점령해버린 섬사람들의

비겁함과 집요한 욕망을 알기에 상상만으로 이 글은 나올 수가 없다는 것을.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육지와 섬사람들이 어찌어찌 섞여서 살아가는 섬의 모습들은 대체로 비슷한 모양이다.

마치 내가 살고 있는 섬의 모습을 그린 듯 생생하여 내가 소설속에 녹아있는 느낌이다.

뱅어돔을 낚는 낚시꾼들의 모습속에서는 작가의 모습이 보였다. 분명 그녀는 굉장한 낚시꾼일 것이다.

아니면 세상 모든 것에서 글감을 낚아올리는 리얼 낚시꾼이거나.

더구나 그 어렵다는 제주도 방언을 이리도 실감나게 살려내다니. 물론 해석하는데 무척 힘들었던 것은 사실이다.

투박하고 난해스럽게 느껴지던 그 말들은 태초의 숨결이 녹아진 것 같은 신비감이 숨어 있었다.

섬 특유의 방언은 여전히 외지인을 밀어내는 듯한 단담함과 함께.

 

여름이 끝나고 가을이 시작될 무렵이면 태풍이 올라오고 풍랑주의보가 수시로 내릴 것이다.

방파제에서 건져올린 뱅어돔이라도 썰어놓고 작가와 마주앉아 소주한잔 기울이고 싶어진다.

다음번엔 우리 섬 얘기도 좀 써주실라요. 여그도 심란한 야그가 만당케요.

섬, 섬옥수 2편 쓰고도 남는당께. 우째 생각있음 연락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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