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에도 전략이 필요해 - 프러포즈 기다리다 지친 그녀에게
김범준.이수빈.임회선 지음 / 이지북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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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지금까지 사랑받는 책들을 보면 '손자병법'이나 '오륜서', '전쟁사'와 같은

병법책들이다. 그 옛날 다른 나라를 차지하기 위해 수 많은 전쟁들이 있었고 어떻게 하면 '땅따먹기'를

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책들이 현대에 이르기까지도 중요한 안내서가 되고 있는 것을 본다.

아마 예전의 전쟁서들이 새로운 시대에서도 또다른 의미의 전쟁에 지혜를 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예로부터 '결혼'에 관한 전략서들이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어찌보면 결혼은 또 다른 의미의 전쟁일 수도 있고 '땅따먹기'에 버금가는 인륜지대사이거늘 어찌 이런

'결혼병법서'들이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오랜 옛날에 전략적인 차원이 결혼이 존재하긴 했었다. 원나라의 공주들과 결혼했던 고려의 왕조라든가.

태조왕건이 지방호족들의 딸들과 결혼을 했다거나 유럽의 왕족들이 서로의 자식들을 결합시킴으로써

전쟁을 피하고 이익을 취하는 형태같은 것들 말이다.

그런 결혼이 과연 행복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얼굴도 보지 못하고 첫날밤에 처음 만났던 예전의 결혼풍습으로도

그럭저럭 결혼생활을 유지했던 시절은 그야말로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의 옛날이야기가 되었다.

정보가 부족한 시대이다 보니 이 사람이 저 사람보다 잘났는지 못났는지 비교하기도 어려웠을 것이고 참을성이

미덕이던 시절이라 웬만하면 참고 살지..했던 선조들의 인내심이 이혼을 막아주지 않았을까 싶다.

 

 

오랫동안 결혼정보회사에서 수많은 커플들의 결혼을 성사시키던 매니저들의 경험담을 토대로 제대로 된 결혼전략은

무엇인지를 오목조목 짚어낸 책이 바로 여기있다.

일단 아주 괜찮은 남자들 판별하는 10가지 항목을 살펴보니 겨우 한 두가지정도가 일치할까 싶을만큼 레벨이 상당한

수준이다. 다행히 옆페이지에 만약 이런 남자가 실제한다면 그건 남신(男神)이지 사람이 아니다라는 말에 안도감이 밀려온다.

이미 내가 선택한 남자(무를수도 없는)는 도무지 한 가지도 일치하는 점이 없으니 가뜩이나 큰 눈이 더 크게 떠졌던 참이었다.

 

 

아마 내가 다시 미혼으로 돌아가 꼼꼼하게 결혼전략을 세운다해도 똑같은 실패를 할 것같은 예감이 든다.

특히 이런 프로필을 가진 남자를 만난다면 '옳닸구나'싶어 먼저 프로포즈를 할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이런 '킹카'의 프로필을 가진 남자들중에 '날라리족'이 많단다. 그저 자신같은 프로필을 가진 사람이면

어떤 수준의 여자를 만날 수 있는지 재미삼아 가입한 경우가 많단다. 이런...결혼이 무슨 장난이냐?

 

 

조선시대에 왕비를 간택할 때는 처녀인지를 가늠하는 비법이 있다고 한다. 비단 우리나라나 동양뿐만이 아니라

서양에서도 왕족이나 귀족집안으로 시집을 오는 여자들의 처녀성을 감별하는 제도가 있었다고 한다.

우스개 소리로 첫날 밤 남자가 아무리 꼬셔도 절대 과거는 털어놓으면 안된다는 이야기가 내가 결혼하던 시대에는

제법 심각하게 오가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에도 이런 남자가 있다면 두고 볼 것도 없이 종치고 막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했건만 여전히 신나게 연애하는 여자는 상관없지만 자신의 아내라면 달라야 한다는 고루한 인식이라니.

그럼 자신을 거쳐간 수 많은 여자들의 순결은 어쩌고?

 

 

제법 똑똑하다는 얘기를 들었던 나 역시 결혼상대는 절대 킹카가 아니었음을 고백하면서 그렇게 고르고 싶다면

'너 자신부터' 상대에게 멋진 사람이 되라는 충고에 겸허함이 밀려온다. 나는 상대에게 '퀸카'인가?

'사랑받는 사람이 되는 가장 정확한 방법은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맞다. 인간은 나보다는 상대방을 보려는 심리가 더 큰 법이라 자신의 흠은 절대 알지 못하거나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그나마 상대방을 보는 것이라도 잘하면 좋으련만 고르고 골라 결혼을 해도 이혼률은 점점 높아만 가니 이렇게 제대로

된 '결혼병법서'라도 하나 장만해서 안목을 높히는 방법밖에는 없다.

 

사실 요즘 이런 책들이 많이 나온다. 그 만큼 사람을 고르고 선택하는 일들이 어렵다는 이야기이다.

기준은 높아졌는데 안목은 그저 그렇고 제법 똑똑했던 사람들도 결혼만큼은 마음대로 안되더라는 얘기다.

이 책을 읽기전 그래도 결혼선배의 입장에서 미혼인 후배들에게 몇 가지 당부했던 말이 있다.

'세 가지를 해봐라, 일단 고스톱을 쳐보고 술을 왕창 먹여보고 잠자리를 해봐라.'

인간성 체크를 하는 조금은 단수가 낮은 나 만의 방법이긴 하지만 그래도 안 해보는 것보다는 낫다.

시대가 시대인 만큼 머리를 싸매고 결혼전략에 대해 고민해보길 권한다. 그래도 성공율을 보장하기 어려운게 결혼이다.

퇴근시간이 되면 칼같이 들어오는 묵은 나이 먹은 딸들을 보면 이 책이라도 쥐어주면서 눈이 트여지기를 바라지만

혹여라도 결혼하고 산다 못산다 할까봐 우격다짐으로 권하지도 못하겠다.

'결혼은 해도 후회 안해도 후회'에 이어 '결혼권유는 해도 후회 안해도 후회'라는 말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가능하면 '잘 한 결혼'을 위해 딸들에게 강력히 이 책을 읽어보라고 강권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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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14.4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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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잔인하다는 4월이라니..쏜화살같이 시간은 참 잘도 간다. 이제 천지에 꽃이 피고 잎새가 돋는 4월이다.

작은 듯 하면서도 늘 풍성한 샘터 4월호에는 우리네 삶의 이야기가 길가에  핀 꽃처럼 올망졸망 펼쳐져 있다.

 

 

나는 이 샘터를 받아들면 마치 맛있는 케잌을 두고 두고 아껴 먹듯이 하루에 서너 장씩 읽으며 되새김질을 한다.

하루에 다 읽어버리기에는 한 장 한 장의 사연이며 정보가 너무나 소중하기 때문이다.

 

 

그런 샘터가 어느새 창간 44주년을 맞이 한단다. 사람의 나이로 보면 불혹을 넘어 곰삭아가는 진국의 나이쯤이다.

어느 종가집의 씨간장처럼 맛은 짙어지고 향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그런 '샘터'가 될 것임을 나는 믿는다.

샘터를 거쳐 우리에게 온 책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그 중 베스트셀러 1위를 맞혀달라는 이벤트를 보니 잠시 기억을

더듬게 된다. 다섯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는 에미 마음처럼 한 권을 뽑는 것보다 네 권을 내쳐야 하는 일이

어렵게 느껴진다. 혹시 읽어보신 분들이라면 이벤트에 참여하여 44명을 뽑는 행운에 도전해보시길!

 

 

번드르한 맛집보다 골목 맛집을 좋아하는 내눈을 사로잡는 小곤小곤 '불변의 밥상'에 소개된 아담집.

사직공원을 끼고 배화대학을 올라가는 골목에 오래된 맛집을 자주 찾아가는데 '아담집'은 보지 못했었다.

백반, 칼국수, 비빔국수. 가격은 모두 4천원이란다. 국수 좋아하는 내가 2인분 같은 1인분의 비빔국수를

반드시 먹어보리라 주소를 저장한다.

 

카드 3사의 정보유출에 이어 KT의 정보유출까지 당하고 만 내가 이런 법률정보에 눈이 안갈 수 없다.

엄청나게 늘어난 스팸문자에 또다른 피해가 있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피해자에게 겨우 10~20만 정도의

위로금이라니 정말 화가난다. 집단 소송을 고려해보라는 조언에 조금 위안이 된다.

 

 

내가 샘터를 좋아하는 이유중에 하나는 바로 이런 그림 때문이다. 이제는 저 시골 어디쯤에서나 볼법한

이런 밥상을 요즘 아이들은 알기나 할까? 스텐레스 그릇도 아니고 더 오래된 자기 그릇에 밥과 국을 담고

소반에 올려진 소박한 밥상. 전기밥솥이 없던 시절에 이불사이로 아버지의 밥그릇을 수건에 싸서 끼워넣던

어머니의 모습이 겹쳐진다. 저 밥상위에는 기다림과 사랑이 함께 올려져 있을 것이다.

 

 

이번 달 '할머니의 부엌수업'은 72살의 나이임에도 전혀 할머니같지 않은 김현실 할머니(?)의 해산물 스파게티가

소개되었다. 고운 외모와 너무도 어울리는 요리이다. 그림을 그리고 두 아이를 키우고 숨가쁘게 살아왔다는 세월에

전혀 주눅들지 않은 고운 모습이 스파게티보다 더 마음에 와 닿는다. 나도 저렇게 곱게 늙어 갔으면..

 

어제 정수기를 설치했더니 하필이면 정수물에 물고기를 넣었더니 죽었더라는 글이 올라와있다. 가슴이 덜컥한다.

이런...전기세도 장난이 아니란다. 다시 무를수도 없으니 그저 밤사이에라도 전기코드를 빼놓는 수밖에.

 

하나도 허트루 버릴 수 없는 좋은 글들과 정보가 가득한 샘터 4월호에 벚꽃잎이 하얗게 내려 않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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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받아들여졌다 - 영혼의 소리에 귀 기울이게 하는 51편의 묵상 잠언
류해욱 지음, 남인근 사진 / 샘터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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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책에서 수많은 작가와 시와 음악을 만났다.

이런 책을 읽을 때 나는 작가의 안목과 지식과 더불어 기가막힌 기억력에 탄복하곤 한다.

수많은 책을 읽으면서 순간 순간 가슴을 치는 언어가 있지만 따로 메모를 해놓지 않는 한

기억하는 것은 힘들다. 아마 카톨릭 사제이자 시인이며 번역가인 작가는 아주 오래전의 시간들을

찾아가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소통하고 그 일들을 잊지 않았으리라.

 

 

좋은 것을 먹고 좋은 것을 보고 좋은 사람들과 살면서도 내 삶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가당치도 않은

욕망에 들떠 있을 때 이 책은 바람 한 줄기에도 길가에 핀 이름모를 꽃 하나에도 얼마나 소중한 의미가

있는지 문득 깨닫게 한다.

조용히, 하지만 강직하게 느슨해진 삶을 토닥토닥 다독여 주는 것만 같은 다정한 오빠와 같은 책이다.

 

 

살면서 내가 신에게 느꼈던 갈증들..도대체 이 세상에 왜 불행한 사람들을 만드시는 겁니까..했던 그 물음들.

캄보디아 난민촌에서 오랜 내전으로 팔다리를 잃은 사람들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는 연민과 동시에 분노가

일었다는 인간다운 고백에 가슴이 저렸다. 아무리 신을 대신하는 사제라고 해도 뭔가 부당하게 일어나고 있는

이 세상의 일에 인간다운 분노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말이 안된다.

'하느님! 제발 저들의 마음을 좀 어떻게 해보세요.'....아 얼마나 답답하고 화가 났을까.

신들조차 어쩌지 못하는 사악한 인간들의 악행에 얼마나 치를 떨었을까.

 

 

우리에게 사랑을 잔뜩 남기도 떠난 장영희 교수를 그리워 하는 글에서는 눈시울이 시큰해진다.

'이별은 예기치 않게 찾아옵니다. 아무리 사랑해도 누군가는 먼저 떠나고 누군가는 남게 됩니다. 그러니

함께 살아 있을 때, 그 사람이 내 곁에 있을 때 정성껏 사랑하십시오.' -31p

아 사제이신 분도 이런 회한이 있을 수 있구나...어머니를, 친구를 그리며 가슴 아픈 것은 마찬가지구나.

나 역시 동생 둘을 먼저 하늘나라로 떠나 보내면서 '있을 때 넘칠만큼 사랑하십시오.'를 외치고 싶었다.

 

 

헤르만 헷세의 글에서 지금 이 시간 이 곳에 살고 있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깨닫는다.

'삶에서 지켜야 할 의무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다만 행복해야 할 하나의 의무가 있을 뿐입니다.'

누구든 행복하기 위해서 이 세상에 왔을 것이다. 불행하고 싶은 사람은 하나도 없다.

하지만 당당하게 자신은 정말 행복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 것인가.

어쩌면 행복과 불행의 차이는 종이 한장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우리는 이 세상에 행복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왔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내 자신이 몹시도 소중하다는 느낌이 든다.

 

생명의 찬란한 향연이 시작되는 요즘, 산다는 일이, 내가 이 세상에 왔다는 사실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나는 이 세상에 이렇게 소중하게 받아들여졌으니 아름답게 의무를 다하고 떠나라는

말씀이 아닐까. 내 마음에 꽃이 가득 핀 것만 같이 환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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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신령 학교 2 - 변신왕 대회 샘터어린이문고 44
류은 지음, 안재선 그림 / 샘터사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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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에서는 어린 산신령들의 좌충우돌 만남기가 그려졌다면 2편은 '변신왕' 뽑기 대회를 그렸다.

해마다 산신령학교에서는 변신왕 대회를 열어 '변신왕'을 뽑아 호랑이 한쌍을 준단다.

 

 

산신령은 당연히 산에서 살아야 하니 산동물과는 친해야 할 것이다. 동물의 왕인 호랑이 눈썹을 뽑아야 한다니

왠지 으스스한데 아직 어리긴 해도 산에 사는 동물들이 무서워하는 산신령이니 위험하지는 않겠지.

 

전편에서는 몰랐는데 현재 산신령 학교는 일제의 침략이 시작되려는 때인 모양이다.

전편에서 세오녀를 찾아 일본에 갔던 꼬마 산신령들이 마주쳤던 무사신들이 다시 등장한다.

세오녀의 선물과 복숭아 열매를 따먹은 도둑을 잡겠다고 왔다는데..정말 도둑놈은 누군데..정말 심보가 고약해!!

 

 

나무꾼과 선녀사이에서 태어난 두레와 달봉이 장군이는 '변신왕'이 되기 위해 지난 변신왕 대회에서 1등을

하 잠보 형님이 있는 산으로 떠난다.

하지만 산에서는 산신령인 잠보형님도 동물들도 보이지 않고 새들만 아는 척을 하는데..

 

뭔가 불길한 기운을 느낀 세 꼬마 산신령들은 무사신들과 사악한 검은 기운을 가진 사냥꾼 야마모토가

호랑이를 잡기 위해 온 산을 뒤지고 다니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조선의 신령 교육 방식을 훔치고 우리나라의 땅을 상징하는 호랑이를 잡아 없애려는 이들의 음모가 무섭게

다가온다.

 

 

변신왕이 되기 위해 호랑이 눈썹을 구하려고 산에 갔던 세 산신령들은 두려움에 빠져 산을 떠난 호랑이들을

찾아 헤매고 달봉의 할아버지와 친구인 갓밝이 산신령의 도움으로 하늘나라에 올라 천마를 얻게 된다.

파리와 모기 쥐로 변신해서 미션을 수행하고 호랑이 한 쌍을 얻게된 세 꼬마 산신령은 5학년 때 나가게 되는

산신령 실습을 올해부터  4학년 때부터 나가게 된다는 통보를 받는다.

이제 꼬마 산신령들은 장군이는 아름답기로 유명한 칠보산으로 두레는 높고 큰 태백산으로 달봉이는 자신의

이름인 달봉산으로 실습을 나가야 한다.

 

불길한 무사신들의 등장과 1학년부터 3학년까지의 어린 산신령들을 안전한 곳으로 보내야 하는 위기가 닥친

산신령 학교!

하지만 어린 산신령들은 직접 부딪혀보기로 한다.

"우리는 하나도 안 무서워! 친구가 있으니까! 세상아 우리가 간다!"

다음편에는 호랑이를 잡기 위해 설치는 무사신들과 싸우는 꼬마 산신령들의 활약이 그려질 것 같다.

꼬마 산신령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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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술래
김선재 지음 / 한겨레출판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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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살 때 죽임을 당했던 소녀가 우주에서 가장 사랑하는 단 한 사람 아빠를 찾아왔다.

인간이 죽음을 맞이하면 사랑하는 사람 곁을 맴돌다가 49일이 지나면 저들이 가야할 세상으로 간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이 죽음을 맞이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고 한다.

아직은 너무도 어린 여덟 살 소녀가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는데 3년의 시간이 걸린다.

 

일찍 아빠가 되어버린 술래의 아빠는 지하철을 돌아다니며 LED손전등을 파는 일을 한다.

오래전에는 인형탈을 쓰고 행사장을 뛰는 일을 했다는데 그 덕에 평생 무좀을 달고 살아야 했다.

술래는 아빠가 일을 나가면 혼자 남는다. 그러다가 아파트 복도에서 누군가 내어놓은 짜장면 그릇을

뒤지고 있는 영복을 만난다. 영복이는 아버지와 함께 탈북을 한 소년으로 술래보다 두 살이 많지만 남한으로

와서 나이를 두 살 낮춰 신고를 했단다. 그래서 아빠에게 2년 만에 돌아온 술래와는 동갑이 되었다.

 

 

" 왜 내이름은 이래요?"

"숨바꼭질해본적 있지? 거기서 술래는 언제나 한 명이잖아. 이미 특별한 사람인 거지. 그 특별한 술래가

해야 하는 일도 특별한 거고."

어느 날 술래는 자신의 특별한 이름에 대해 아빠에게 묻는다.

"술래는 숨은 걸 찾는 사람이잖아 그러기 위해서는 잘 안들리는 소리나 잘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보고 들을 수

있어야 해. 아빠는 네가 세상에 태어났을 때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이름을 지어주고 싶었는데 말이야. 그게 술래였어."

 

 

세상의 모든 부모가 꼭 그런건 아니지만 술래아빠에게 술래는 특별한 딸이었다.

아빠의 바람대로 술래는 잘 들리지 않고 잘 보이지 않는 특별한 것들을 찾아내는 그런 아이가 되었다.

오랫동안 아빠 곁에 있었다면 더 특별한 아이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술래는 짧은 시간동안 아빠 곁에 있다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다. 오직 술래를 알아보는 이는 아빠와 영복이 뿐이다.

'고향을 떠나온 사람은 천해진다'라는 열 살 답지 않은 말을 하는 영복이는 탈북을 하는 동안 수많은 죽음과 맞닥뜨려서일까.

조로(早老)해 버렸다. 생과 사의 경계를 보는 특별한 아이가 되어버렸다.

 

이제 할 일이라고는 죽음을 기다리는 것밖에 없는 노인이 있다.

하지에 태어나 가난을 끼고 살았던 그는 베트남 참전 용사였고 총상으로 튀어져 나온 내장을 집어 넣으며 살아남은

용사였지만 살아남기 위해 아이들을 죽여야 했던 아픈 상처를 숨기고 살고 있다.

그의 곁에 어느 날 어눌해 보이지만 한편으로 도통해보이는 광식이가 찾아온다. 그가 몇 십년동안 자신을 가두고 살았던 담을 넘어.

썩어가는 육신이 발견되지 못할까봐 한 달에 두번 피자배달을 예약한 그에게 광식은 처음에 자신이 돌봐줘야 하는 불쌍한 늙은이처럼

보였다. 하지만 광식은 이제 꺼져가는 그의 삶을 정리하는데 도움을 주는 도우미 같은 사람이다.

 

 

누구나 외롭다. 다만 그걸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차이일 뿐.

자신의 죽음을 모른 채 아빠 곁을 떠나지 못하는 술래와 엄마와 누이를 잃고 남한으로 내려온 영복.

자신이 살다 갔다는 흔적조차 지우고 싶은 노인과 무슨 이유인지 정신줄을 놓아버린 또 하나의 노인.

 

각각의 삶 혹은 죽음에 상관없을 것 같은 네 사람이 어느 날 만나게 된다.

술래는 자신을 낳아준 엄마를 찾기위해 노인을 찾아오고 노인은 어느 누구의 일에도 무심했던 마음을 바꿔

술래의 엄마찾기에 동행한다. 꿈인듯 생시인듯 찾아와 자신의 눈물을 닦아주었던 술래에 대한 고마움 때문이었을까.

 

이 년만에 자신을 찾아온 딸 술래가 언제가 제가 가야 할 길을 가리라는 걸 아는 아빠는 그 시간을 견딘다.

술래는 결국 누군가를 찾아내 술래의 자리를 물려주고 훌훌 제 갈길을 가리라는 걸 아빠는 안다.

굳이 재촉할 이유는 없다. 어쩌면 영원히 곁에 붙잡아 두고 싶었겠지만.

 

맑고 순수한 술래가 만난 외로운 사람들의 이야기.

문득 천지에 혼자인 것 같은 외로운 어느 날 찾아온 사람들에 의해 자신이 어느 순간은 특별한 존재였다는 걸

알게되는 쓸쓸하지만 조용히 차오르는 마지막 장면이 조금은 위안이 된다.

모두들 밥먹고 출근하고 사랑하고 그렇게 사는 동안 자신도 모르는 채 죽음으로 끌려간 술래같은 아이가 혹

우리곁을 맴돌고 있지는 않은지...제발 잘들 가라고 인사를 건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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