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내 인생의 가장 젊은 날입니다
이근후 지음 / 샘터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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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하루 24시간이 누구에게는 너무 길고 누구에게는 너무 짧게 느껴지는 것은 시간의 소중함을 느끼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 때문일 것이다.

어제도 주어졌으니 오늘도 당연하고 아마 내일도 틀림없이 주어질 것이란 막연한 믿음 때문에 우리들은

시간의 소중함을 잘 깨닫지 못하고 사는 것 같다.

언젠가 TV에서 '사랑'이란 주제로 다큐가 방송된 적이 있었다. 싱글맘으로 붕어빵을 팔면서 두 아이를 열심히 키우던 엄마는 말기암 환자였다. 큰 딸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것을 보는 것이 소원이라던 붕어빵엄마는 결국 그 소망을 이루지 못한 채 저세상으로 떠났다. 그녀에게 오늘 이 하루가 얼마나 소중했을까.

오늘이 바로 내 인생의 가장 젊은 날이라는 제목이 마음에 확 와 닿는다. 내일은 오늘보다 분명 더 나이들어 있을테니 말이다.



100세시대라니 여든이란 나이는 계절로 치면 가을의 끝무렵일테지만 분명 적은 나이는 아니다.

오랫동안 정신과의사로 환자를 돌보던 작가는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로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더니 이렇게 또 기막힌 제목의 책으로 우리의 마음을 두드리고 있다.

적어도 인생의 희노애락과 오욕칠정의 이치를 알만한 나이인지라 그의 한마디 한마디는 인생의 후배들에게 귀감이 될 수 밖에 없다. 흔히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바로 딱 이분에게 해당되는 말이지싶다.

잊힐만한 나이라고 생각했던 76세의 나이에 사이버대학 문화학과를 그것도 수석으로 졸업하다니 그의 열정은 나를 넘어서 이십대의 젊은이 못지 않았다.



우리나라 격변의 역사를 몸소 체험하며 살아온 그가 전하는 메세지는 고루하거나 억지스럽지 않아서 좋다.

나는 여전히 누군가가 '이렇게 살아라'라고 다그치면 은근히 꼬라지가 나는 못된 근성이 숨어있어서이기도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사람 역시 자기 인생을 잘 살았는지 되묻고 싶어진다.

누군들 흠하나 없는 사람이 있겠느냐는 얄팍한 기만때문에 그 흔한 자기계발서들을 잘 읽지 않는다.

하지만 질곡을 겪어온 할아버지의 조근조근한 가르침마저 내칠 만큼 모자란 사람은 아닌지라 전쟁같은 인생에서 사계절을 보내고 있는 우리에게 전하는 다정한 목소리가 참 따뜻하게 느껴진다.

'내가 만나고 관계를 맺는 사람들이 내가 사는 세상입니다....그리고 나 또한 상대방의 세상인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이기적이기만 한 나에게 이 말은 가슴을 철렁하게 만든다.

나는 늘 상대방이 나에게 좋은 사람이길 바라고 원하는 것을 들어주기를 바라는 이기적인 사람이었는데 나 역시 상대에게 그런 사람이라는 것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살아왔구나..

문장은 부드럽지만 따끔한 매같은 가르침이 들어있다.



세상 온갖 성서와 종교의 가르침에는 용서에 대한 수 많은 말들이 전해진다. 그만큼 용서한다는 일이 어렵기 때문이 아닐까.

'정말 용서는 간단하지 않습니다. 용서의 대상은 상대뿐 아니라 나를 향하기도 합니다. 용서는 하되 용서한 일은 잊지 말아야겠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잊어야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나를 용서할 수 있어야 남을 용서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본문중에서

내 평생 돈을 버는 일 보다도 더 어려웠던 것은 바로 '용서'였다. 용서는 커녕 잊지 않고 기억했다가 꼭 되갚아 주겠다고 다짐했던 일들만 가득했다. 실제로 그렇게 복수했던 일도 많았고.

그런 내게 나를 용서할 수 있어야 남을 용서할 수 있다니..참 어렵고 무거운 가르침이다.

돌아보니 나도 남에게 수많은 비수를 꽂았었을 것이다. 하지만 기억도 못하는 그 수많은 죄들을 누군가 용서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내가 이렇게 살아갈 수 있었을까...곰곰 생각해본다.

내가 기억할 수도 없는 수많은 용서를 나는 전혀 인지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었다.

이런 내가 누구를 용서하고 우쭐거릴 수 있겠는가. 스스로 나 자신을 용서하고 내 인생의 끝까지 나를 끌고 갈 사람은 나뿐이란 말에 마음이 저릿해진다. 내가 잊지 못하는 기억이 있다면 용서가 어려운 사람이 있다면...아마 내 남은 삶의 마지막 미션은 '용서'가 아닐까한다.


거울속에서 이미 젊음을 잃고 찌들어가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아무리 노력해도 육체는 젊어지지 않습니다...마음으로 젊게 산다는 것은 눈에 보이는 외모처럼 바로 드러나기 힘듭니다.

....젊은 마음으로 살아온 사람과 젊어 보이는 데만 애쓰고 살아온 사람. 이미 삶 자체가 달라져 있습니다.'

그의 이 말이 위안이 된다. 거울 속 내 모습이 참이 아니고 내면의 마음이 진정한 젊음이라니..하지만 나는 과연 오늘 내 인생의 가장 젊은 날..가장 젊은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나보다 더 젊은 마음으로 인생의 늦가을을 만끽하고 있는 그 앞에서 문득 부끄러워지는 이유이다.

나는 언제가 그가 지금 서있는 시간쯤에 도달하면 이런 글들을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남은 생의 가장 젊은 오늘을 소중하게 기억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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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녀들 소설 조선 연애사 1
조현경 지음 / 사람in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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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의 왕조가 기울고 정도전과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하고 도읍을 한양으로 옮겨 어수선하던 시절,

왕위의 장자세습의 전통을 지키려했지만 자신이 사랑하던 후처의 아들 방석에게 왕위를 물려주고자

했던 이성계는 이방원의 난으로 태상왕으로 밀려난 후 함흥에 칩거하게 된다.

고려 왕손의 후손인 왕휘는 아비에 의해 산속에 은거하던중 상처를 입고 죽어가는 여인을 발견한다.

여인은 아들을 낳은 후 아비의 이름을 가르쳐주고 숨을 거둔다.

왕휘는 아비의 이름을 듣는 순간 언젠가 이 아이가 자신의 야망에 도움이 되리라는 것을 알고 출생의

비밀을 숨긴채 고려의 복권을 꿈꾸는 잔당들의 모임 만월당의 무사로 키워진다.

후에 이름이 없다는 뜻인 무명으로 불리던 아이는 병판인 허응참의 가노로 들어가 비밀임무를 수행한다.

이 무명의 출생의 비밀이 이 소설의 키워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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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계와 함께 조선건국의 공을 세운 부원군 국유는 이방원의 피바람을 용케 피하였지만 이성계를 다시 환도시키는

어명을 받고 함흥으로 향한다. 이방원에 대한 분노로 자신을 찾아오는 차사를 모두 베어버려 '함흥차사'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던 그 무렵 차사로 이성계를 찾아간다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한다.

국유의 외동딸은 인엽은 고집스러운 아이로 아쉬울 것 없이 곱게만 자란 여식이었다. 어린시절 바로 이웃인

김치권의 아들 윤서와 오가며 오누이같은 정을 나누었고 결국 혼인을 약속한 사이가 된다.

하지만 국유의 함흥행으로 집안이 멸문에 이를 지경이 되자 인엽은 아비를 살리기 위해 함흥으로 간다.

직접 머리를 깍아 비구니로 만든 경순공주의 아픔을 이용하여 아비를 살렸지만 국유는 다시 이성계의 밀지를 받고

환궁한다. 하지만 목적을 이루지 못한채 반란을 도모했다는 죄명으로 참수를 당하고 만다.

아비가 잡히던 날 혼례식을 치르던 인엽은 첫날밤도 치르지 못한채 끌려가게 된다.

이 사건의 배후에는 이성계와 이방원의 화해를 원치 않았던 만월당이 있었다.

그렇게 인엽은 나락으로 떨어지고 연적이었던 윤옥의 집인 김치권의 가노도 들어가게 된다.

 

인엽의 몸종이었던 사월이와 어렵게 재회를 한 인엽은 가혹한 하녀생활을 견뎌야 했다.

자신을 버리고 후처로 떠난 어미처럼 지긋지긋한 하녀생활을 접고 싶은 단지와 사랑하는 이와 마지막을 함께하기위해

하녀들의 수장으로 들어온 전왕조의 상궁이었던 마마님의 사연도 가슴아프게 다가온다.

높은 신분에서 가장 낮은 신분으로 내려와야했던 인엽과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알게되어 낮은 신분에서 높은 신분으로

거듭나는 무명, 그를 사랑하게 되는 인엽과 윤옥의 엇갈린 사랑.

 

사랑하는 이를 위해 모든 것을 내어주고 떠나야하는 여인과 사랑과 권력중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가하는

스토리는 마지막 순간까지 책을 덮지 못할만큼 초조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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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JTBC에서 방영되는 '하녀들'과는 약간 다른 전개이기는 하지만 기본 줄거리는 같다.

과연 두남녀의 사랑은 어떻게 될 것인지...드라마는 중반에 접어들고 있지만 원작의 짜임새있는 스토리를

따라잡으려면 상당히 노력해야 할 것같다. 오랜만에 가슴찡한 연애소설이 나를 행복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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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 실리콘밸리의 자유로운 업무 방식 - 구글 애플 페이스북 어떻게 자유로운 업무 스타일로 운영하는가
아마노 마사하루 지음, 홍성민 옮김 / 이지북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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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시대에서는 태어난 모국에서만 생활하는 것이 조금 답답할 수도 있겠다.

불황이 길어지지만 지난 설연휴에도 해외로 나간 사람들이 어마어마했다고 하는 걸 보면 이제 지구촌이

하나의 나라이고 각각의 나라는 지방의 도시처럼 느껴질만큼 현대인들의 움직임은 커졌다.

백수니 백조니 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는 현실에서 이제 눈을 돌려 좀 더 자유로운 환경에서 일을 할 수 있는 직장이나 직업을 찾아보면 어떨까. 세계 IT의 산실이라고 할 수있는 실리콘밸리는 평범한 사람들이 넘볼 수없는 성역처럼 느껴지기도한다. 하지만 아주 의외의 능력을 가진 인재들이 실리콘밸리에서 자유롭게 신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부러운 생각마저 든다.

 

 

이 책을 쓴 저자는 결코 젊다고 할 수 없는 나이지만 일찌감치 실리콘밸리의 가치를 알아본 사람이다.

일본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으로 유학을 가서 학위를 취득한 뒤, 실리콘밸리를 거점으로 한 회사를 설립한 사람이다.

그가 말하는 실리콘밸리의 매력은 젊은 사람들뿐만 아니라 나이가 든 기존세대들 조차 도전해보고싶을 정도이다.

나 역시 미국에서 공부를 하면서 샌프란시스코의 실리콘밸리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하지만 감히 넘볼수 없는 곳이라는 고정관념때문에 도전조차 해보지 못한 것이 너무 아쉬운 생각이 든다.

 

 

실리콘밸리의 가장 매력적인 점은 작은 지구촌이라는 점이다.

인구의 35%가 미국 국적을 갖지 않은 외국인이라는 것은 그 만큼 다양한 인종들에게 문을 열려있다는 뜻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컴퓨터회사는 물론 야후나 구글같은 글로벌회사들이 자리잡고 있는 실리콘밸리는 위치 자체가 인재들이 모여들 수 밖에 없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연중 평균 온도가 일정하고 에어콘이나 난방이 거의 필요없다니 땅 그 자체만으로도 파라다이스가 아닌가.

 

 

실리콘밸리는 고유의 지명이 아니다. 캘리포니아의 샌프란시스코와 서니베일, 산호세같은 지역을 아우르는 지역을 이렇게 부르게 되었는데 미국내에 있는 세계 제일의 '벤처 성지'의 고유명사쯤으로 이해하면 되겠다.

높은 벽처럼 느껴지는 실리콘밸리에 입성을 한 인물들을 보면 분명 남다른 개성과 재능이 있는 사람들이다.

재활치료전문가가 되기 위해 공부하던 여성이 우연히 듣게된 다른 분야의 강의에서 진정한 매력을 느끼고 학부를 바꿔 자신이 가야할 길을 발견했다든가 동료의 휴가로 빈 자리를 잠시 대신했다가 의외의 성과로 인정받아 매니저가 되었다는 사례는 언제든지 준비된 사람들에게 행운이 함께 한다는 것을 알게된다.

 

실리콘밸리의 업무방식에서 우리가 본받아야 할 점은 우리사회에 깊이 자리잡고 있는 학연이나 스펙중심의 선택에서 벗어나 재능과 창조적인 사고를 지닌 인재를 제 자리에 앉혀야 한다는 점이다.

이 책을 쓴 저자도 동양적인 사고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동양사회의 종적인 인간관계에서 벗어나 수평적 인간관계를 이루는 실리콘밸리의 업무방식을 본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얼마전 소개된 실리콘밸리의 모습은 참으로 일하는 사람들의 천국이다 싶었다.

출퇴근시간도 자유롭게 정하고 일터가 아닌 놀이터같은 장면이 펼쳐져 있었다. 인간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한 자유로운 분위기는 고정되고 경직된 우리 사회가 본받아야 할 방식이 아닐까.

머리좋고 성실한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이 이런 실리콘밸리의 사고를 지향한다면 대한민국의 위력은 더 빛이 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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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만을 보았다
그레구아르 들라쿠르 지음, 이선민 옮김 / 문학테라피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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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나에게 가장 상처를 줄 수 있는 대상은 누구일까? 책을 읽는내내 가슴이 아팠다.

자신과 피를 나눈 가족이 주는 상처는 엄청난 고통이 따른다.

우리는 가족을 선택해서 태어난 존재가 아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따뜻하고 안락한 가정에서

태어나고 싶을 것이다. 인간이 추구하는 모든 행복한 요소를 갖춘 그런 가정말이다.

근엄하지만 따뜻하고 능력있는 아버지와 아이를 사랑하고 보살펴주는 인자한 어머니가 있고

누릴 수 있는 것들을 해결해줄 경제적인 것들과 조금 더 바란다면 그 모든 것들을 같이 공유하고 나눌 수 있는 다정한 이웃들이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는 삶이 될 것이다.

하지만 태어나고 보니 원하던 가정의 모습이 아니었다면...다시 되돌릴 수도 없는 삶을 어째야 할까.

 

 

 

자동차 보험사에서 능력있는 손해사정사로 인정받았던 앙투안은 단 한번 임산부가 벌인 교통사기를 조사하면서 그녀의 불쌍한 삶에 보상이라도 해주듯이 거짓 조사서를 올려 보상을 받도록 도와준다.

하지만 그 사건으로 해고통지를 받는다. 그 시기 이미 아내인 나탈리와의 부부사이는 벌어지고 있었다.

말하자면 엎친데 덮친격으로 앙투안의 삶은 아래로 곤두박질하기 시작한다. 아니 벌써 추락은 시작되고 있었다.

화학을 전공하고 약국에 약사로 근무하던 앙투안의 아버지는 약사로서는 유능했지만 남편이나 아버지로서는 무능한 가장이었다. 어린나이에 어머니를 만나 잠깐 불같은 사랑을 했다고 믿었던 아버지는 그 뒤 타고난 재처럼 온기없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하긴 영원한 사랑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 나에게 이런 결말은 예상이 되었지만 어린 앙투안은 부모의 건조한 결혼생활이 이해되지 못했다.

앙투안의 뒤를 이어 태어난 쌍동이 여동생 안과 안나는 너무도 아름다운 아이들이었다.

하지만 어느 날 아침 쌍둥이중에 안이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게 되자 간신히 가정의 형태를 유지하던 앙투안의 울타리는 무너져 내린다. 쌍둥이를 낳은 후 각방을 쓰던 부모에게는 사랑의 흔적조차 남아있지 않았었다.

어머니는 간단한 짐만을 챙겨 집을 떠났고 남겨진 가족들은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까지 너무도 고통스런 댓가를 지불해야만 했다. 잠시 아버지는 떠나버린 엄마의 자리도 채우려고 했지만 가장으로서의 능력마저도 부족했던 아버지는 새어머니를 들이는 것으로 그자리를 채우고 만다.

여동생과 어머니의 갑작스런 부재로 충격에 빠진 앙투안과 안나는 정신과 치료를 받을만큼 고통에 빠지고 둘이 서로 의지하면서 고통을 견디게 된다.

너무도 어린 나이에 어머니가 되어버려 자식에 대한 애정이 없었던 것일까.

인기있는 약사로 여자들에게 인기있었던 아버지에게 소외감을 느껴서였을까.

굳이 앙투안의 엄마가 자식들마저 버린 채 집을 떠난 것이 이해가 되질 않는다. 사실 집을 떠나서도 그녀의 삶은 결코 행복하지 않았으므로...몇 몇 남자들과 동거를 하기도 했지만 청소부로 근근히 살아가야 할만큼 어려움에 빠지면서도 왜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식어버린 남편과의 사랑은 그렇다쳐도 자식에 대한 사랑이나 의무는?

 

 

충격으로 언어장애를 가지게 된 안나와 앙투안은 슬픔에 젖은채 성장한다.

안나는 자신과 비슷한 운명을 가진 남자와 만나 이상적인 사랑을 나누게 되지만 앙투안은 마치 부모의 운명을 그대로 물려받은 것처럼 거의 같은 결혼생활을 하게 된다.

한때는 뜨거웠지만 사랑은 식어가고 아내인 나탈리는 바람을 피운다가 결국 그의 곁을 떠나버린다.

바로 그무렵 해고까지 당한 앙투안은 남겨진 아이들과 예전에 자신이 안나와 그랬던 것처럼 슬픔에 젖은 채 황량한 삶을 살아가게 된다. 하지만 왜 앙투안은 권총으로 자신의 딸을 쏴야만 했을까.

자신에게 닥친 절망을 극복하지 못해 아이들을 쏴죽이고 자신도 자살을 하려 했던 것일까.

하지만 딸 조세핀의 턱을 향해 총알을 발사한 후 정신을 차린 앙투안은 권총을 내려놓고 경찰에 투항한다.

심각한 정신장애로 판단되어 철창이 아닌 정신병원에 입원한 앙투안.

아이들은 엄마인 나탈리와 그의 연인이 함께 살고 있는 집으로 보내진다.

 

이제 앙투안의 곁에는 암으로 죽어가고 있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부재로 대신 어머니의 자리를 차지한 새어머니만이 있을 뿐이다. 그들 조차도 자신의 아이들을 총으로 쏜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리라고 생각한다.

앙투안은 멀리 멕시코로 떠난다.

나탈리의 집으로 갔던 딸 조세핀은 엄마도 그의 연인도 사랑하지 않는다.

다만 아들인 레옹은 엄마의 남자의 보살핌을 받으며 끓어오르는 분노를 잘 누르며 살아간다.

 

 

 

왜 우리들은 곁에 있을 때 소중한 것을 알지 못할까.

자신에게 어른이 되는 법을 가르쳐주지 못하고 집밖에서만 맴돌던 아버지처럼 앙투안 역시 그의 아버지의 삶을 닮아간다.

그런 이기심때문에 외로웠던 앙투안이 좀 더 다른 삶을 살았더라면...자신의 딸을 총으로 쏘는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슬픔이 배어있는 프랑스 특유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우울한 느낌이다. 어둔 하늘 아래 비가 내리는 장면같다고나 할까.

앙투안의 아버지역시 좀더 다정하게 아이들에게 사랑을 나누어줬더라면...

어린시절의 트라우마는 물려받기 싫은 운명을 대물림하는 뿌리가 되어버렸다.

다만 총으로 찢겨진 상처로 가장 고통스러웠던 조세핀이 인간이 아니라고 여겼던 아버지를 찾아 떠나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그래도 가족이 마지막 희망이라는 메시지를 남긴 채.

혹시라도 자신을 표현하지 못하고 사랑을 나누지 못하는 가족들이 있다면 이런 불행한 가족사를 대물림하지 않기 위해 꼭 읽어봐야 할 책으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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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모른다
카린 지에벨 지음, 이승재 옮김 / 밝은세상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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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선택한 독자라면 우선 이 책을 읽기전 따뜻한 담요와 간단하게 요기를 할 샌드위치와 커피를

준비해두도록 조언하고 싶다.

유럽의 겨울날씨는 우리나라보다 더욱 춥고 음산하다고 알고 있다. 하필 꽃샘추위가 기승인 요즘 이 소설의 무대는 12월의 추운 겨울인데다 난방도 되지 않는 지하실이다보니 읽는내내 추위가 느껴져 혼이났다.

서른 다섯 살의 매력적인 경찰 브누아 경감은 자신의 매력을 백분 이용하여 자유로운 연애를 즐기는 바람둥이 사내이다. 문제는 그가 아들 하나를 둔 유부남이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아내인 가엘을 사랑하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동서양을 넘어 사내들의 속성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인지. 결국 그 바람끼 때문에 브누아는 불행에 빠지고 만다.

 

 

출장에서 돌아오던 브누아는 고장난 차가 세워져 있는 것을 보고 도와주기 위해 차에서 내린다. 여기까지는 경찰로서의 친절이라고 해두자. 하지만 차주인인 미모의 여자 리디아의 유혹에 넘어가 그녀의 집으로 간 것이 불행의 시작이었다.

그녀가 건네준 술을 마시고 정신을 잃은 브누아는 어두운 지하실 쇠창살안에서 눈을 뜬다.

리디아가 의도적으로 자신을 끌어들여 지하실에 가둔 것을 알게된다. 하지만 왜 리디아는 브누아를 가둔 것일까.

일란성 쌍둥이 동생인 오델리아는 15년전 누군가에게 납치되어 살해되었지만 시신을 발견되지 않았다.

오랜동안 정신과 치료를 받을만큼 고통속에서 살아온 리디아는 범인에 대한 단서를 적은 편지를 받게 되고 범인으로 지목된 브누아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그를 납치하여 가둔 것이었다.

하지만 타고난 바람끼 때문에 수많은 여자를 전전하기는 했지만 브누아는 누군가를 납치하여 살해한 기억은 없었다.

브누아가 범인임을 확신하고 있는 리디아는 그가 범행을 자백하고 오델리아 묻혀있는 곳을 알아내기 위해 고문을 하고 서서히 그를 죽이려 한다. 독자들은 분명 브누아가 범인이 아님을 알고 있다. 하지만 누군가 그에게 범인의 누명을 씌웠고 리디아는 그에 의해 조종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리디아의 확신으로 브누아는 점차 죽음으로 향하게 된다.

과연 브누아를 범인으로 몰아가게 한 진짜 범인은 누구일까.

정신병을 앓고 있는 그녀를 조종할 수 있는 인물이 떠오르긴 한다. 하지만 그가 왜 브누아에게 칼을 겨눈 것일까.

 

작가는 곳곳에 부비트랩을 장치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남편의 바람끼를 알고 있으면서도 부부사이를 유지하고 있는 아내 가렐에게는 남편을 죽일 의도가 없었을까? 혹은 동료사이면서도 한때는 연인사이였던 자밀라 형사 역시 진짜 범인일 가능성은?

남편의 실종에 충격을 받았을 가렐의 의심스러운 행동은 아주 의도치 않았던 사건의 실마리가 된다.

동료이면서 상사인 경찰의 부정한 행동은 인간의 욕망이 얼마나 더러운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실제 우리는 이런 포장된 인간들 사이에서 교묘함을 알지 못한 채 상생을 하고 있는 것이다. 과연 철창안에 갇힌 죄수만이 죄인이라는 증표가 될까? 우리곁에 같이 숨어 살고 있는 고도의 죄인들의 존재를 생각하면 숨이 막힌다.

 

 

대부분의 추리물들은 범인이 밝혀지고 잡히든 죽음을 맞게 된다. 하지만 이 책의 결말은 생각지 않은 반전이 기다린다.

독자만이 범인을 알 뿐이다. 진짜 범인이 브누아가 갇혀있던 지하실에 남겨두었던 마지막 사인!

'넌 절대로 그 이유를 알 수 없어'

납치된 브누아도 그를 납치하여 고통에 빠지게 한 리디아도 진짜 범인은 끝내 모르게 된다.

브누아는 마지막까지도 자신이 왜 이런 불행에 빠지게 되었는지 알지 못한 채 소설은 막을 내린다.

'너는 모른다'라는 제목이 이 소설에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를 독자들은 마지막에 가서야 공감하게 될 것이다.

인간이 인간에게 얼마나 큰 고통을 줄 수 있는지 브누아의 불행을 보면서 절감하게 된다.

과연 브누아가 겪은 고통은 적절했던 것일까? 그 판단은 독자들의 몫이다. 과거의 어떤 행동이 분명 그를 불행으로 몰게 되었으니까 당연하다고 해야할지 모르지만 마지막까지 자신은 결백하다고 믿었던 브누아에게는 부당한 일이다.

불행의 당사자가 피해자이면서 가해자이기도 한 것과 끝내 자신이 왜 불행해졌는지 모른 채 결말을 맞은 것이 이 소설의 포인트가 아닌가싶다. 추위와 배고픔에 지쳐 죽어가는 브누아의 삶을 보면서 바람둥이 남자들이 정신이 번쩍 나지 않을까.

혹시 남편이나 애인이 바람끼가 있다면 반드시 읽어보라고 챙겨줘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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