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을 열다 - 당신의 잠재된 운을 끌어올리는 개운법과 인생 솔루션
하늘산 지음 / 힐링스쿨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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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제법 어려웠던 책들을 읽으면서 과연 '운명'이 있는 것인지 의문이 생겼었다.

태어나는 순간 우주의 기운이 모여 마치 바코드처럼 인간의 일생에 '운명'이 각인되는 것인지 알고 싶었다.

그렇다면 인간은 이미 예정된 프로그램속에서 스스로의 선택이나 노력, 혹은 포기없이 예정된 길을 가기만 하면 되는 것일까? 어디에도 정답이 없었다. 그렇다면 '숙명'은 어떠한 것일까.

이 책에는 '운명'은 어느정도 인간의 힘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것으로 정의하고 숙명은 도저히 어쩔 수 없이 피하지 못하고 고스란히 맞아야만 하는 처지를 말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인간게게 부여된 운명은 어느만큼 달라지게 할 수 있을까.

내가 이 책을 선택한 이유였다.

 

 

흔히 사주팔자라고 하는 데이터로 운세를 점치는 주역을 나는  통계학이라고 본다.

삼라만상의 기운이 한 인간이 태어나는 순간 각인되고 어느 정도 예정된 프로그램으로 살아가게 되는 것을 수치처럼 표를 만들어 놓은 것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보면 '같은 시각에 태어난 사람들의 운명은 모두 같은가'하는 의문이 생긴다.

언젠가 다큐에서도 같은 사주를 가진 사람들의 운명은 어떠한지 추적하는 것을 본적이 있었다.

하지만 전혀 같지 않은 삶을 사는 것을 보면 사주로만 운명을 점칠 수 없다는 것을 알게된다.

이 책은 사주로 운명을 풀어주는 책이 아니라 얼마든지 운명을 변화시킬 수 있는 여러가지 요소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예를 들면 아무리 좋은 사주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이라고 해도 아무 노력이 없다거나 누군가를 증오하고 해한다거나 덕을 쌓지 않으면 좋은 복을 누릴 수 없다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일생동안 자신의 주변에서 함께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의 관계도 운명을 변화시키는 요소라고 말한다.

흔히 이웃을 잘 만나야 한다는 말일 것이다. 살면서 좋은 인연만을 만나면서 살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상대가 좋은 인연인지 나쁜 인연인지를 판단하는 일과 나쁜 인연이라면 무쪽 자르듯이 과감하게 절연하는 '코드뽑기'같은 일을 할 수 있어야만 좋은 운명을 이어갈 수 있다는 말이다.

 

 

심지어 '숙면'도 개운하는 방법이라니 전혀 생각지 못한 이야기였다.

잘 자고 잘 먹고 하는 일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알았지만 운명과도 상관이 있다니 놀라운 일이 아닌가.

하긴 잠이 부족하여 늘 피곤하면 만사가 짜증스럽고 정확한 판단을 하는게 어려울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좋은 운명이란 결국 어느 사주를 갖고 태어났든 좋은 인연들과 좋은 덕을 쌓으면서 업을 짓지 말라는 것이었다.

현세의 업을 닦지 못하고 다시 윤회의 수레바퀴에 갇히면 어떤 사주로도 운명을 바꿀 수 없다는 뜻이다.

좋은 시간에 기도하고 있는 것들을 서로 나누고 걱정없이 기쁜 마음으로 살아가면 저절로 운명은 좋아지게 된다는 말인데 사실 쉬운듯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그만큼 절실하지 않은 것인지 이 말을 믿지 못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한 치도 안되는 마음하나를 다스리지 못하니 내게 각인된 나쁜 기운을 떨쳐내는 일이 어디 쉬운가 말이다.

 

새해가 오면 올해 운수는 어떨지 보고 싶어지고 미래에 희망을 걸게 된다. 하지만 내 자신이 변화하지 않고 나무밑에서 열매가 떨어기지만을 기대한다면 좋은 운명이란 없다는 말로 이해하기로 했다.

주역을 해석하는 책이라기 보다 운명을 개선시키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안내해주는 책이라고 보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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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 사랑한 꽃들 - 33편의 한국문학 속 야생화이야기
김민철 지음 / 샘터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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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고은의 시 '그 꽃'이 떠오른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참으로 간결하면서도 인간의 무심에 대한 성찰이 보이는 싯귀이다.

창밖으로 보이는 마른 정원의 나뭇가지에도 어느 새 꽃송이들이 자리를 잡고 봄을 노래하는 계절이 왔다.

한 겨울 앙상한 저 가지에 생명이 깃들 수 있을까 낌새도 없더니 봄은 잔인하지만 위대하다.

내가 읽었던 수많은 문학속에 기억나는 꽃들이 있었을까...기억해보면 전혀 떠오른 것이 없었다.

나는 올라갈 때 보지 못했던 꽃을 내려 오면서도 보지 못했던 모양이다.

 

 

원래 빵집하는 사람은 지나가다 빵집만 보이고 옷집 하는 사람은 옷집만 보이기 마련이다.

그럼 길가에 핀 꽃들이 보이는 사람들은 어떤 마음을 지닌 사람일까.

더불어 읽고 있는 책 속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꽃들을 지나치지 못하는 사람들은 어떤 심성을 가진 사람일까.

자연을 들여다보고 생명을 느끼고 사연을 느끼고 시간을 떠올리는 사람들은 그 어떤 작가들보다 뛰어난 감성을 지닌 사람들이라고 생각된다.

조선일보 사회정책부 차장으로 근무하고 있다는 이 책의 저자에게서 깊은 문학적인 감성과 작가 못지 않은 재능을 보았다.

잡초하나에서도 우주를 보았다는 말처럼 풀 한포기에도 나름의 세계가 있을 것이다.

그런 꽃과 풀 나무들이 문학에서는 어떻게 그려졌을까.

나처럼 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들에게 꽃은 그저 꽃집이나 인공적으로 꾸민 정원에서가 다이다.

어린 시절 자연과 함께 성장한 사람들이라면 이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꽃들과의 만남이 더 정겨울 것만 같다.

 

 

문순태의 '생오지 가는 길'에서 박태기 나무꽃이 결혼 이주여성의 부푼꿈을 보여주고 있다면 박완서의 '친절한 복희씨'에서 박태기나무는 처음으로 이성에 대한 떨림을 느낀 처녀의 환희를 상징하고 있다는 말에 분명 나도 그 작품을 읽었던 기억이 있건만 박태기 나무가 등장했다는 기억은 없었다.

 

 

 

'나는 내 몸이 한 그루의 박태기나무가 된 것 같았다...(중략)나는 내 몸에 그런 황홀한 감각이 숨어 있는 줄은 몰랐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 박완서는 어린 시절 개성에서의 추억속에 수많은 꽃들이 함께 했던 것같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같은 작품에서도 늘그막에 자리잡은 구리의 집에서 정원을 가꾸며 그렸던 글들에서 그녀와 꽃들에 얽힌 추억을 그렸었다. 생명에 대한 찬탄과 표현이 놀랍기만 하다. 역시 작가의 말처럼 박완서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내가 서울과 오가며 살고 있는 섬에도 풍란이 지천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누군가 다 캐어가서 귀해졌다는데 예전에 집에서 키웠던 난에서도 난  그윽한 난향을 맡은 기억이 없다.

너무나 재미있게 보았던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의 원작에서 액받이 무녀인 월에게서 난향이 베어있었다고 한다.

사실 어린시절 마주쳤던 연우인 월에게서 풍겼던 난향은 여성의 성적인 환상을 드러내는 것이라 했다.

 

 

난이 가장 청초하지만 음흉한 식물이라니...거실에 놓인 난의 모습이 새롭게 다가온다.

더구나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과 '규장각 각신들의 나달'까지 베스트셀러로 올린 정은권작가는 이름도 필명인데다 '이름 없는 작가'로 비밀에 쌓인 인물이라니 더욱 궁금해진다.

 

이 글을 쓰기 위해서는 수 많은 꽃들과 책들의 만남이 있었을 것이다. 더구나 글을 쓴 작가와의 만남도.

김연수며 윤대녕 양귀자같은 작가들을 다시 만날 수 있어 행복했다.

그리고 무심한 내 안목에 대해서 부끄러웠다.

앞으로 읽을 책은 무심해지지 않을 것 같다. 분명 작가들이 불러낸 꽃들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므로. '문학이 사랑한 꽃들'은 봄 날 꽃처럼 내게 온 소중한 책이 될 것같다.

그리고 길가에 핀 민들레 한포기 제비꽃 한송이에도 무심해지 않을 것만 같아 감사한 마음이 든다.

살수록 배워야 할 것이 많다는 것을 또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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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15.4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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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은 잔인한 달이라는 TS 엘리엇의 싯귀가 생각나는 계절입니다.

모든 것을 소생하는 봄을 역설적으로 잔인하다는 표현이 나이가 들어보니 마음에 더 와닿네요.

마음의 봄은 이미 와 있는데 엊그제에도 꽃샘추위로 겨울코트를 다시 꺼내 입었습니다.

아파트 정원의 나무들은 이제나 저제나 꽃을 피우기 위해 망울이 맺혀있으니 곧 꽃잔치가 시작되겠네요.

이 달의 샘터는 화려하기 보다는 청초하고 고고한 수선화의 느낌입니다.

 

 

 

 

제가 살고 있는 섬에는 지금 수선화가 이렇게 화사하게 군락을 이루며 피기 시작했습니다.

 

 

 

올초에 관객몰이를 한 '국제시장'을 보면서 주인공의 집이 참 궁금했습니다. 아마도 부산 앞바다가 저렇게 내려다 보이는 곳이라면 산동네의 중간쯤이 아닐까 싶었죠. 역시 초장동의 산복도로를 따라 위로 한참 올라가야 닿는 곳에 있다네요.

눈물까지 흘리며 감동을 느끼며 보았던 영화가 떠올랐습니다. 언제부터인지 부산은 우리나라 영화의 산실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꼭 영화가 아니더라도 볼만한 곳이 너무 많은 곳인데요. 이 봄 부산으로 여행을 가고 싶어집니다.

 

 

 

이번호에 실린 할머니의 부엌수업 요리는 아주 화사한 장미꽃이 떠오르는 처음보는 요리네요.

일본에서 오래 살다 부산에 정착하신 할머니의 니쿠다다키는 만들기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일단 육회가 가능할 만큼 신선한 소고기가 있어야 하고 만드는 법도 아주 까다로워서 자신이 없습니다만 처음 보는 이 요리 도전해보고 싶어지네요.

 

 

 

새 컴퓨터를 사면 속도가 빨라서 참 좋은데 갈수록 처지는 이유가 있었네요.

지금도 컴퓨터에 글을 올리고 있지만 기계는 영 젬병인 제 눈이 번쩍 떠지는 정보가 있습니다.

매번 도도한 아들녀석에게 부탁하지 말고 스스로 해보는 자랑스러운 어른이 되고 싶네요.

 

 

 

 

아주 오랜만에 '청자'라는 이름을 보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올 해 담배값이 오르면서 금연바람이 불긴 했지만 여간 해서는 담배를 끊기가 어렵다고 하죠. 저도 남편에게 협박도 해보고 사정도 해보지만 요지부동입니다. 그리고 담배는 참 여러가지 해악이 있지요. 특히 냄새는 정말 싫은데요. 이 달의 특집 '담배이야기'의 글을 읽어보니 저도 아련하게 아버지의 담배 냄새가 떠오릅니다. '청자'라는 담배는 그 시절 다른 담배보다 조금 쌌던 기억이 나는데요. 그래서인지 좀 독하다고 했습니다.

금빛 담배값에 그려진 청자 모양이 그려져 있던 그 담배에 이 분도 아버지의 추억이 실려 있었네요.

그래도 여전히 저는 담배냄새가 싫습니다. 간접흡연만으로도 암에 걸릴 수 있다니 말입니다.

다음 호에는 담배 끊는 법 같은 걸 실어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서민 교수의 기생충이야기도 재미있고 오랜만에 들어보는 작가 이병주의 이름도 반가웠습니다.

굶어 죽을 관상이라고 내침을 당했던 소년이 나라에 등용되고 좋은 벼슬을 얻어 금의환향했다는 이야기도 재미있습니다.

'얼굴 읽는 남자'에 나오는 관상이야기와 겹쳐집니다. 옛 이야기에는 관상은 얼마든지 달라진다고 했습니다.

관상보다는 심상이 먼저라죠. 그래도 호기심 많은 저는 이 관상이야기가 늘 기다려집니다.

관상을 보면서 마음을 읽어내는 능력이 생기지 않을까 기대하는 건 아닐까요.

꽃소식처럼 다가온 샘터 4월호에는 이런 기대가 가득 실려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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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03-26 0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황무지 가 떠오르며..제 눈을 괴롭게 하는
초 미세먼지를 동시에 생각합니다.
여러모로 잔인한 달이 아닐 수 없습니다.
청자.듣는 사람..인가 했더니..담배이야기.
아버지도 청자를 태우곤 하셨는데..비오는 날 가끔 고소했다고 기억합니다.
유독 그 냄새가 싫은곳이 버스입니다.

저는 가끔 피우기도 해서 끓어라 마라 입장은 못됩니다.

자주는 아니고.
울고싶거나..울음을 그치고 싶을때..씁니다.

샘터는 가끔 누가 줍니다.
엄마일 때도있고..
친구일때도 있고...

 
인연이 모여 인생이 된다 - 내가 먼저 좋은 친구가 되는 법 아우름 4
주철환 지음 / 샘터사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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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먼저 좋은 친구가 되는 법'이란 소제목에 문득 부끄러움이 밀려온다.

진정 좋은 친구를 가지려면 내가 먼저 좋은 친구가 되라는 이야기일 것이다.

과연 나는 좋은 친구일까.

 

 

인디언 속담에 친구란 '내 슬픔을 등에 지고 가는 자'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흔히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는 말도 있다. 기쁨은 나누기 쉽지만 슬픔을 나누기란 쉬운일이 아니다. 하물며 내 슬픔을 등에 지고 가는 친구라니...정말 진정한 친구의 귀감이 아니겠는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스타PD 주철환이 말하는 좋은 친구가 되는 법은 무엇일까.

자신은 남의 눈치를 많이 보고 인기를 즐긴다고 고백하는 솔직함에 우선 마음이 끌린다.

오래전 인기프로였던 '우정의 무대'를 같이 연출하던 PD와는 경쟁 상대였기 때문에 정작 자신은 우정을 나누지 못했노라고도 했다. 참 인간적인 감정이 아닌가.

 

 

환갑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만큼 동안인 그의 내면에는 젊음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왼쪽의 무표정한 얼굴은 바로 나의 얼굴이기도 하다. 웃음 하나가 저렇게 달라진 표정을 만들 수 있다는걸 알면서도 나도 그저 왼쪽의 얼굴을 지닌 채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내게 있어 친구란 그저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동무이상의 대상이다.

늘 외로웠고 그 공허를 채워주었던 친구는 앞으로 남은 생을 반드시 같이 해야하는 동반자이기도 하다.

그런 친구에게 나는 받기만 하고 주지 못한 것은 아니었을까. 아니 아낌없이 주고 툴툴 털어버렸던 쿨한 친구이긴 했었을까.

'친구에게 주었을 때 당신은 이미 충분히 행복했습니다.'

맞는 말이다. 섬에서 생전 따보지 못한 생선의 배를 따고 해풍에 깨끗하게 건조된 생선을 들려보내면서 난 행복했다.

그 생선의 깊은 맛을 음미할 친구의 행복이 내 행복이었다. 하지만 은근 무언가를 기대했던 것은 아니었는지..되물어본다.

 

소풍처럼 살다가는 짧은 생애 동안 내게 찾아온 소중한 인연들. 그 인연들과 얽히고 섞여 살아가는 것이 곧 인생이다.

내 삶에 선물처럼 행운처럼 깃든 수많은 인연들로 나는 참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그들에게도 내가 행복한 선물이었는지 돌아보게 하는 얇지만 묵직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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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 패밀리
고은규 지음 / 작가정신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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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가 참 서글프다. 언제부터인가 TV광고에 알바XX 같은 광고가 부쩍 늘어났다는 것을 간파한

사람이라면 알바인생이 엄청나게 늘어났다는 것을 짐작했을 것이다.

정규보다는 비정규 그것도 아니면 하루살이 알바인생이 지천인 세상이 되었다.

고용이 불안하니 삶자체도 불안하기만 하다.

가족중에 한 사람도 아니고 온통 알바로 뭉쳐있다니 알바노조라도 결성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아버지는 몰락한 자영업자, 엄마는 마트 계산원, 아들인 로민은 휴먼마케팅학과에 다니는 대학생

한 살 차이의 여동생 로라는 이른바 파워블로거로 리뷰왕이다. 학생이 본업인지 블로거가 본업인지

헷갈리긴 하지만.

로민과 로라는 기울어진 가졍형편때문에 학자금 대출을 받아 등록금을 내고 이자를 갚기 위해 알바에 뛰어든다. 한 때 로라는 '세일즈 프로모션'이라는 값비싼 수입의류나 핸드백, 지갑등의 사용후기를 공유하는 패션 정보 사이트에서 명절이면 갈비선물을 보낼만큼 대단했던 리뷰왕이었지만 백화점이며 온라인에 블랙리스트에 오르는 바람에 웬만한 월급과 맞먹었던 수입이 없어져 버렸다.

수입만 없어진 것이 아니라 미처 반품하지 못한 핸드백대금이며 그동안 빌려썼던 엄마의 카드대금도

밀린 상황이다.

 

 

오랜 장인정신으로 호두가구를 운영했던 아버지는 쓰러져가는 공장의 운명을 붙잡고 고군분투중이고

마트 계산원으로 허둥지둥 야단만 맞는 엄마의 스트레스는 제 용돈도 못벌어쓰는 로민에게 매타작이 되어 돌아온다.

이미 제작해 납품했던 책장셋트가 경쟁업체의 원플러스 원 행사에 밀려 반품이 밀려오는 현장을 목격한 로민은 본격적으로 알바를 시작한다. 로라는 수영장에서 수질 관리 요원으로 알바를 시작하는데 난 수영장을 청소하거나 락스라도 왕창 붓는 알바인줄 알았다. 하지만 매물로 내놓은 수영장에 손님이 북적거리는 것을 연출하기 위한 손님 1, 손님 2 같은 단역이었다는 것을 알게된다. 하지만 그마저도 수영장이 팔리는 바람에 짤리게 되고.

 

 

한창 개발이 왕성한 애드밸리에 위치한 편의점에서 다시 알바를 시작한 로라.

하지만 밀려드는 전단지 쓰레기로 정신이 없다. 미숙한 계산으로 마트에서 짤린 엄마는 로민과 함께 전단지 알바를 하고 있었고 로라는 그 전단지를 쓰레기통에 쑤셔넣어야 했다.

더구나 앞뒤에 샌드위치 광고판을 붙이고 애드밸리를 돌아다니는 아버지까지.

 

가슴아픈 가족사인데 여기저기 부비트랩처럼 유머가 숨어있다. 밀린 관리비며 학자금대출이자까지 현실은 참담하지만 마치 지구를 구하기 위해 뭉친 독수리 5형제처럼 이 가족들의 전투력은 비장하기만 하다.

요즘 이런 현실을 '웃프다'라고 표현한다던가.

길을 나서면 어디론가 분주히 오가는 인파를 보게 된다. 얼핏 평범하고 안온하게 보이는 그들의 삶에는 피곤과 참담이 숨어있다. 마치 우아하게 헤엄치는 오리의 발처럼.

삶의 불꽃이 사그러지지 않도록 죽을 힘을 다해 풀무질을 하고 있는 우리들의 삶.

몇 달의 월급을 모아야 명품 블라우스 한 벌값이 된다는데..사실 그 블라우스는 가치를 지키기위해 소각장에서 사라지곤 한단다. 소각장에서 불태워지는 브라우스 한 장 값도 못되는 인생들을 위해, 그리고 갑질의 고통을 감수하는 을들의 고군분투를 위해 작가는 이 책을 헌정하고 있다. 이 시대의 수많은 알바족들을 위해 오늘 술 한잔 하고 싶다.

"이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게 호두 껍데기 인가요?"

가장 단단한 가구를 만들기 위해 '호두가구'라고 이름 지은 아버지를 향해 로민이 물었었다.

"작정하고 부수려고 하면 망가지지 않는 건 없지. 하지만 호두 알맹이한테는 호두 껍데기가 가장 강한 법이다.

그리고 그 것을 깨뜨리기 전에는 어쨌든 알맹이를 보호해주잖니."

반품으로 쌓인 책장을 보며 로민의 아버지는 말했다.

속에 있는 알맹이를 보호해주기 위해 가장 단단한 껍데기로 무장하고 있는 수많은 가장을 위해 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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