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 여행 - 아무 계획 없이 목적 없이 무작정 떠나는
배드맨 지음 / 큰나무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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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아무 생각없이 아무 준비없이 훌쩍 떠나는 여행이 가능할까.

나만 해도 일단 갈곳이 정해지면 차편부터 숙박지 맛집 검색은 물론 짐꾸리는 법까지

빼곡하게 머릿속에 집어넣어야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렇게 아무 계획없이 심지어 무모하다고 할만한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진짜 있다니.

더구나 이 여행자에 자신의 혼을 실어 함께하는 추적자들이 가득하다니..정말 이상한 여행서이다.


 


몸은 달랑 하나인데 그의 뒤를 따르는 이들은 표지의 그림처럼 어마어마하다. 마치 자신들이 여행을 떠나는 것처럼 온통 들썩이고 설레이고 정말 숨차는 것까지 전해지는 살아있는 여행서라고나 할까.

부천에서 시작된 무대뽀 여행은 무안을 향했고 이어 목포에 제주까지 그야말로 정처없이 떠나는

여행치고는 거리가 장난이 아니다.


 


배낭하나 달랑메고-그것도 갈아입을 속옷도 양말도 없이 도대체 그 배낭안에는 뭐가 들었는지 궁금하다-

터미널로 향하더니 김밥 한줄 사가지고 차를 탄다. 그리고 그의 가장 중요한 동반자는 바로 스마트폰!

말하자면 실시간으로 그의 여행과정이 올라오는데 그의 여정을 함께하는 동반자들은 그의 아바타가 되는 셈이다.

그냥 눈팅만 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누군가는 기프트콘을 선물하면서 힘내라고 격려하고 더한 추적자들은 그가 지나는 길목에서 그를 납치하기도 한다. 물론 합법적인 납치이긴 하지만.


얼핏보면 오래전 무전여행을 떠오르기도 하는 이 여정은 절대 가난한 여행이 아니다.

그의 아바타들이 보내오는 수많은 선물들과 환호가 함께하고 가끔은 납치되어 밥과 차를 사주고 차를 태워주기도 한다.

어찌보면 황제여행에 더 가깝다고나 할까. 아마도 이 여행자의 몸에 자신이 실렸다고 생각하고 어찌나 위해주던지 책을 보는내내 부럽다는 생각을 들었다. 어떻게 이런 여행이 가능할까.

확실히 SNS시대에 어울리는 여행법이다. 그의 여정에 배표와 비행기표, 심지어 호텔비까지 지불하는 수많은 아바타들을 보면서 훌쩍 어디론가 계획없이 떠나고픈 인생들이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끼의 밥을 벌기 위해 이런 여행조차 꿈꾸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간접 자유를 선사한 여행자의 여정이 참 좋았다.

여행서를 보면 늘 설렌다. 결국 떠나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았던 나로서는 이 여행서가 또다른 여정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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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남자의 세상이다
천명관 지음 / 예담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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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스펙터클한 남자들의 삶을 다룬 소설이다. 다소 찌질한 구석도 좀 있는.

등장인물에 등장하는 여자는 딱 두명이다. 사채업자에게 마이킹을 땡겨 도망친 나가요 언니 지니와 똘만이 종식이 밑에서 가끔 건달일을 하는 울트라의 기센 엄마!

그리고 모두 남자들이다. 어려서 유흥업소 삐끼로 잔뼈가 굵은 장다리, 악덕사채업자를 하다 영화사 하나를 꿀꺽하고 에로감독으로 거듭난 박감독, 흙속에 파묻혔다가 기적적으로 살아난 전설의 양사장,

마떼기판에서 한몫 잡아 고깃집 사장이 된 원봉이, 동물원을 지어 동네에서 인정받고 국회의원이

되려는 영암의 남회장, 부산 손회장은 조폭계에서는 이름이 짜르르한 거인이고.

그외, 조폭1, 조폭2, 조폭3, 조폭4.....찌질이1, 찌질이2, 찌질이 3......가 아주 많이 등장한다.


 


오십 중반의 양사장은 어부였던 아버지에게 죽을정도의 폭력에 시달렸던 트라우마가 있다. 그 덕분에 고통을 이기는 법을 배워 인천뿐만이 아니라 나름 전국에서도 알아주는 거물이 된다. 물론 조폭계에서.

그가 유일하게 인정하는 형근도 나름 그 계통에서는 알아주는 위인인데 빵에 갔을 때 만난 루돌프와 깊은 관계이다.

루돌프가 남자란게 문제다. 몸에 칼자국과 문신이 그득한 조폭이 동성애자라니...누가 알까 겁나지만 끌리는 마음은 어쩌지 못한다.


죄다 어린시절부터 화려한 이력을 가진 남자들이다. 지저분한 과거를 지나 나름 어깨짓을 하는 남자들인데 문제는 먹이를 보면 하이에나처럼 물불 안가리고 달려든다는게 문제다. 돈이든, 여자든.

세계주얼리전시회에 들어온 다이아를 훔치기 위해 남자들이 몰려든다.  다이아는 계획했던 남자들의 손에 들어가지 못하고 아주 엉뚱한 삼 대리-찌질이 대리운전1,2,3-에게 들어간다.

다이아를 차지하기 위해 벌어지는 남자들의 싸움이 살벌하다. 야구방망이, 망치, 까끌이에 회칼에 권총까지.  피가 튀고 뼈가 부러지고 심지어 동물원에 납품가던 호랑이 밥이 되기도 한다.


천명관은 영화시나리오작가로 오랫동안 작업을 했다더니 소설이 그냥 영화 그 자체다.

하정우도 보이고 황정민도 보이고, 이병헌도 보이고 천만요정 오달수에 지니역에는 조여정 정도가 어떨지.

나는 감독도 아니고 작가도 아닌데 자꾸 캐스팅을 한다.

클라이맥스 장면인 양사장 사무실에 모인 전라도 건달과 경상도 건달의 싸움에는 웃다가 죽을 뻔했다.

도대체 지들끼리 왜 싸워야 하는지도 모른 채 피가 튀고 뼈가 갈리는 싸움질이라니.


그래도 훔쳐온 씨말 울트라를 데리고 머나먼 섬으로 떠나는 울트라와 지니의 마지막 장면은 아름답다.

조폭이든 나가요 언니든 아직 순정은 남아있어 다행이다.

나름 성공한 조폭들이 서로 물고 뜯고 얽히는 플릇이 아주 매력있다.  손가락이 잘리고 권총자살을 하고 호랑이한테 먹히는 살벌함속에서도 자꾸 웃음이 난다. 오랫만에 아주 큰 소리로 웃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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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밤의 눈 - 제6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박주영 지음 / 다산책방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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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거대한 음모의 힘으로 돌아가고 있단다. 세상의 90%를 이끄는 10%, 또 그 10%의 1%의

세력이 끌고가는 세상!  그런 존재를 모르고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과 그 사이에 섞여 살고 있는

스파이들의 이야기! 쉬운 소재는 아니다. 알파벳으로 표기되는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따라 가는

일도 쉽지 않다. 드러나지 않는 인물들의 이야기!

세상에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은밀하고 어둡고 축축하고 막연하다.

일란성 쌍동이를 태어났지만 기록에는 없는 D, 그녀의 언니는 어느 날 사라지고 만다.

언니가 환자들과 상담을 했던 진료소역시 음침하다. 정말 D의 언니는 존재하기는 했던 인물일까.


 


X는 계절이 두 번 바뀌는 시간동안 잠들어 있다가 15년이 기억이 지워진채 의식이 돌아온다.

그리고 자신이 잘나가는 애널리스트이면서 또한 스파이였다는 사실을 전해듣는다. 그리고 그가 의식이 없는 동안 보호자 역할을 했던 Y란 대학동창은 자신이 X를 감시하는 스파이임을 고백한다.

Y의 상사인 B는 서른 한 살때 스스로 스파이의 길을 선택했고 지금은 중간 보스로 성장했다.


 


오래전 그의 보스였던 남자는 홀연히 사라졌고 이제는 책방 주인이 되어 은밀하게 살아간다.

때로 스파이들은 스스로 사라지거나 없어지거나 했다. 여기서 말하는 스파이는 적국의 정보를 빼내는 스파이하고는 조금 다르다.


 


때로는 자신이 스파이임을 모르는 사람도 있다. 윗선에서 위험한 인물로 판단되는 인물을 찍으면 스파이들은 그들을 감시한다. 그리고 세상의 흐름을 교묘하게 바꾸는 역할을 한다. 경제적으로, 정치적으로...

서로가 스파이임을 숨겨서 서로가 스파이임을 모르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스파이 엄마를 둔 스파이 딸도.



 


자신의 밥벌이도 제대로 못하는 가난한 소설가 Z!

겨우 타낸 창작지원금의 사용처를 치밀하게 추적하는 당국의 처사가 못마땅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런 그에게 은퇴한 스파이가 전한다. 당신의 글이 세상을 바꿀수도 있다고.

정작 작가 자신은 자신의 글의 힘을 모른다.  이 세상의 은밀함들을 글로 남기는 것이 작가들의 운명이라고,  그래서 Z는 글을 멈출 수 없다.


퍼즐을 하나씩 주워모으지만 어떤 그림이 그려질지 전혀 감이 안잡히는 다소 난해한 작품같기도 하다.

피카소의 그림을 보듯 뭔가 보일 듯, 느껴질 듯 형이상학적인 이미지가 떠오른다.

세상은 정말 이런 스파이들이 존재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나도 그 스파이들중 하나일지도.

그들을 움직이는 거대한 조직이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나는 1%, 혹은 10%의 권력을 위한 도구일지도.

눈이 내리는 밤은 더 고요하다. 아우성까지도 묻어버리는 눈처럼. 눈속에 묻힌 진실을 누군가는 써야한다.  그리고 우리는 읽어야 한다. 이 책을 읽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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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임당 - 그리운 조선여인
이수광 지음 / 스타리치북스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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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모양처'의 대명사 '사임당'은 흔적은 그리 많지 않다고 한다. 조선의 여인으로 예인으로서

살다간 그녀지만 남성중심의 조선시대에 흔적을 남기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필이면 그런 시대에 조선의 여인으로 태어나 불꽃같은 삶을 살다 갔으니 행운이었을까.

불행이었을까.


 


그나마 다행인것은 가난 걱정없이 딸임에도 재능을 키워준 외조부모와 부모를 만나 재능을 꽃피웠다는 것이다.

왜 그녀는 자신이 남긴 작품을 모두 불태워 없앴을까. 자식보다 뛰어난 재능을 가진 부모가 자식을 앞날을 막는다라는 생각때문이었을까. 어떤 이유에서든 그녀의 많은 작품이 후대에 남겨지지 않은 것은 실로 유감이 아닐 수 없다. 그나마 남은 작품은 정말로 놀랍기만 하다. 그녀의 '조충도'를 보면서 그녀가 세상을 보는 눈이 얼마나 섬세했는지 그리고 붓끝을 놀리는 재주가 얼마나 비상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저자가 그린 인선(사임당)은 시서화뿐 아니라 학문에도 능통해서 그녀의 고향인 강릉은 물론 한양에서까지 명성이 자자해지고 수많은 학자, 사상가들의 인정을 받는 장면이 그려졌다.

실제 그러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렇게하도 세상에 그녀를 드러내고픈 저자의 열망이 아니었을까.

인선이 정말 사내로 태어났더라면 그 재능을 다 꽃피우고 인정받고 행복한 삶을 살았을지는 알 수 없다.

그녀가 살았던 시대는 결코 평등하지 않았고 폭군와 소심한 왕들이 살았던 터라 그 시절 수많은 인재들이 목숨을 잃고 스러져갔듯 결코 녹록한 삶을 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차라리 이원수의 아내로 율곡이이의 어미로 살았음이 더 행복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밤이 짙을 수록 불꽃은 더 강렬해지듯 여인으로 살기엔 암담했던 그 시절 그녀의 재능을 더 열렬했을 것이다.

여러 작가들이 그린 사임당의 일생을 보면서 분명 그녀는 삶은 위대했음을 알게된다.

그리운 그녀의 자취가 곧 드라마로 나온다니 또한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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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길을 누구에게 묻는가? - 건강한 나를 위한 따뜻한 철학 아우름 14
백승영 지음 / 샘터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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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나그네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이런 노래 가사가 있다. 2016년 노벨 문학상 역시 노래하는 음유시인인 밥 딜런이 수상했으니

노래가사라고해서 무시할 일이 아니다.  나그네길 같은 인생은 너무 외로워 우리들은 동반자를

찾고 스승을 찾는지도 모른다. 누군가 이 쓸쓸한 인생길에 동반자도 되어주고 조언도 해주고

혹시나 잘못된 길을 선택하지는 않았는지 검증해주었으면 하는 심정이 왜 없겠는가.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말한다.

'인생은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어떤 재료를 선택하고 어떤 색채를 입힐지는 온전히 자신의

몫이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스스로 인생을 설계하는 일은 결코 쉬운일이 아니다.


 


건강한 삶을 위한 저자의 조언은 참 따뜻하다. 사실 모든 학문은 이런 삶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고 믿는다.

'나에게만 관대하고 남에게는 엄격해서는 안된다.'내가 하기 싫은 일은 남에게도 강요해서는 안된다'와 같이 잘 아는 것 같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과제들도 있다.

'웃으면 복이 온다'는데 쉽게 웃어지지 않는 시대가 문제이기도하다.  늘 사건 사고가 끊이질 않고 애꿎은 생명들이 덧없이 사라지기도 하는 현실을 보면서 어찌 웃을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스스로를 사랑해야 남도 사랑할 수 있다며 등을 두드려 준다.

'인생은 곡선이다' 라는 말이 가슴에 콕 박힌다. 가다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기도 하고 길이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가야하고 그러다가 결국 돌아가야 하는 경우도 있고 가다가다 쉬기도 하는 것이 인생이라는 말이 위안이 된다. 인생을 직진으로만 달려왔던 우리세대들에게 지치면 잠시 원기가 회복될 때까지 쉬어가면 어떤가하는 말이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남이 나를 좋아하게 만드는 방법에 앞서 내가 나를 좋아하는 방법을 말할 때는 아차 싶기도 하다.

조금 적게 가지고 게끔을 게을러져도 괜찮다고, 나이가 들어도 살아 있는 것 그 자체가 행복이라고 말해줘서 참 고맙다.  내 삶은 내 스스로 선택하고 채색하는 것. 그 명제에 다가가는데 좋은 지침서가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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