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의 불시착 1 - 진짜 백석의 재발견
홍찬선 지음 / 스타북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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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하면 떠오르는 시가 바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이다.

백석이 태어난 해로 역산하면 그의 스물 여섯에 썼을 것이다.

평생 그가 사랑한 여자가 한 둘이 아니었으니 그 시에 등장하는 나타샤는 이소설속 그가 만난 여자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우리가 사랑한 윤동주역시 백석과 같은 학교 출신이었고 비슷한 시대를 살았으니 어쩌면 시대가 천재를 만드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법정스님에게 대원각을 시주했던 김영한은 자신의 에세이에서 백석이 사랑한 여자가 자신이었다고 하였지만 이후 많은 자료나 증언에서 사실이 아닌 것으로 짐작된다.

김영한이 실제 백석과 교류도 있었고 당시 백석은 잘 생긴 미남인데다 모던보이로서 추앙받았기에 백석이 김영한을 사랑했다기 보다는 김영한이 추앙한 것이라고 보는게 맞을 것 같다.


백석이 지인의 결혼식에서 만난 여자(이 소설에서는 연이)를 평생 사랑했던 것은 맞는 것 같다.

인연이 안되려고 했는지 우연한 만남이후 자꾸 엇갈리기만 했고 결국 연이를 소개한 친구의 아내가 되어버리는 드라마같은 현실이 펼쳐지기도 한다.

원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더 애틋한 법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이 백 년도 전의 사람인 것을 생각하면 당시에도 이렇게 뜨겁고 애틋한 사랑이 있었다는 것이 믿기 힘들 정도이다.

문학을 하는 사람들은 감수성이 예민해서인지 쉽게 사랑에 빠지고 그래서 작품이 더 빛날 수 있었던게 아닌가 싶다.




백석이 사랑했던 연이로 인해, 나사랑으로 인해 그의 작품은 더 절절해졌고 삶은 드라마틱해졌다.

일제강점기의 어둡던 시절로 인해, 이후 남북분단으로 인해 사상적으로 의심을 받았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저 한 남자로, 시인으로 그를 본다면 아름답고 섬세했던 사람으로 기억하고 싶어진다.

시를 잘 모르는 사람이 보더라도, 특히 가장 유명한 시집 '사슴'에 실린 시만 보더라도 그의 시어는 정말 탁월하다는 생각이 든다. 시와 더불어 그의 사랑에 잠시 옛추억에 잠겨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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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넘어 도망친 엄마 - 요양원을 탈출한 엄마와 K-장녀의 우당탕 간병 분투기
유미 지음 / 샘터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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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긴 병에 효자없다'는 말이 딱 맞는다고 생각한다. 구순이 낼 모레인 엄마는 젊어서 그리 총기가 좋았다. 자존심도 강했고 잠시도 집에 있지 못하고 전국팔도를 돌아다니며 구경하는 것도 좋아했다. 하지만 재작년부터인가 우울증 증세가 시작되고 경도치매진단을

받았다.


100세시대에 65세라고 하면 아직 청춘(?)이다. 내가 65세라서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작년부터 부쩍 세월에 장사가 없구나 싶게 여기저기 고장난 곳이 느껴진다.

계단을 오르내릴 때 무릎이 아프고 눈도 침침해지고 마흔 중반부터 먹기 시작한 고혈압에 고지혈약을 더해 요즘에는 당뇨전단계라는 진단이 나와서 당뇨에 좋다는 건강식품까지 챙겨먹게 되었다. 정말 당뇨병까지는 가지 말아햐 하는데...



일단 이 에세이에 등장하는 65세 엄마는 오래전부터 암진단을 받고 수술도 여러번 받은 상황이었다. 수술후유증이었을까. 암이 뇌까지 전이가 되었던 것일까. 치매증상이 나오면서

뇌종양진단을 받는다. 아마도 뇌의 이상으로 치매증상이 온게 아닌가 싶다.

어찌되었든 섬망이나 망상같은 증세가 나오기에는 너무 이른 나이인 듯 싶어 안타까웠다.

죽는건 순서가 없다지만 죽음으로 가기까지의 질이 문제가 아니겠는가.



하필 코로나팬데믹 시절이라 병원 진료자체가 어려웠던 현실을 더해서 그야말로 전쟁같은 병원투쟁기가 남의 일 같지 않아서 속상했다. 나도 몇 번의 수술을 겪고 입원을 경험하면서 병원 진료진이나 직원들의 불친절함을 넘어서 오만함에 질렸던 기억이 떠올랐다.

나이하고 상관없이 '선생님'이라고 떠받들어 주니 세상이 다 자기 발밑에 있다고 여기는 것인가.

함부로 반말이라니...더구나 몸과 마음이 아픈 환자고 그런 환자를 돌봐야하는 힘든 보호자들이 아닌가. 제발 수술만 잘하려고 하지말고 인성부터 정비하자. 그래놓고 의대생 늘리는건 싫다며.



아들 하나와 딸 하나를 둔 오미실여사를 그나마 살뜰하게 돌봤던 것은 딸인 저자였다.

내가 병원에 입원해있으면서 느낀 것은 환자를 돌보는 자식들이 대부분 딸이라는 것이었다.

아들이나 며느리는 그냥 손님이었다. 간병인이나 붙여주고 가끔 얼굴이나 들이미는.

받아주는 병원이 없어 헤매고 진찰을 위해 병원을 뺑뺑돌고 불친절한 병원하고 싸워야 하는 현실에서 살아남아서 다행이다. 창문넘어 탈출하다가 큰일이라도 당했으면 자식에게 대못을 박는 일이었을텐데 정성이 하늘에 통했던지, 병원들의 폭력에 정신이 번쩍 들었는지 오미실여사는 일상을 되찾았다고 한다. 다 살았다.

저자의 말마따나 실버세대의 폭발적 증가로 의료비의 증가도 문제이지만 요즘 자식들이 누가 저자처럼 알뜰하게 부모를 챙길 수 있을까. 저자의 남편처럼 자신의 부모는 절대 요양병원에 보내지 않겠다고 결심하지만 큰소리칠 수 없는 현실이다. 읽는 내내 동갑 오미실여사에서 내모습이 겹쳐져서 불안하고 겁나고 화가났었다. 그래도 직시해야 할 현실임을 안다.

제발 나는 자식들 고생시키지 말고 곱게 딱 한달만 병원에 있다가 죽어야 할텐데.

간밤에 죽어버리면 더 좋겠지만 남은 자식들 말에 의하면 그런 죽음도 너무 힘들단다.

자식들과 이별할 시간정도는 주고 가야 아쉬움이 덜하다니 큰일이다. 오는 것도 옵션이 없더만 가는 것도 옵션이 없다. 쩝. 미션이라도 잘 완수하고 떠나야 할텐데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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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꿈
김민정 지음 / 팩토리나인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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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쉽게 원하는 모양으로 가공할 수 있는 물질, 그게 바로 플라스틱이다. 인류의 역사에서 대단한 발명들이 등장했지만 플라스틱 역시 인류에게 편리를 안겨준 물질이 분명하다. 하지만 지금은 과도한 생산으로, 썩지않는 플라스틱으로 쓰레기 과다의 주인공이 되어버렸다.



분명 꼭 필요한 물질이기는 하지만 더이상 필요가 없어지면 폐기해야 하는 쓰레기.

더구나 영원히 썩지않는 쓰레기로 지구는 몸살을 앓고 있다. 아마 미래의 어느 날, 고치루라는 회사는 썩는 플라스틱을 개발하여 인간의 성형에 이용하게 된다.

잘못만들어지거나 폐기해야 할 플라스특들은 땅속에 묻고 그 위에 꽃을 심어 꽃밭도 만들었다.


서천꽃밭으로 명명된 곳을 찾아와 뭔가를 찾는 밀렵꾼들이 있다.

사고로 팔을 잃거나 신체 일부가 사라진 사람들은 플라스틱을 이용하여 재건수술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정식으로 출시한 플라스틱으로 수술을 받기 위한 대기자들이 너무 많다.

그 서천꽃밭을 청소하고 지키는 로봇을 지휘하고 책임지는 가람은 밀렵꾼들을 잡아내고 평화롭게 유지시키지만 자신의 삶은 늘 긴장과 우울의 연속인 것처럼 보인다.



수중에서 춤을 추는 치아루는 댄서로서는 유망하지만 발의 기능이 서서히 퇴화하는 병을 앓고 있다. 유일한 방법은 플라스틱으로 대체수술을 해야하는데 시간이 너무 없다.

우연히 치아루의 춤을 보게된 가람은 자신의 고향이었던 섬을 떠올리곤 한다.

육지의 쓰레기들을 받아주고 돈을 받았던 섬은 결국 과도한 쓰레기로 침수되고 말았다.

그리고 정작 자신이 어떤 꿈을 꾸는지조차 알지 못했던 지빈은 가람과 치아루의 꿈을 위해 도와주기로 결심한다.



플라스틱이 살아있는 생물이었다면 그래서 좀 더 나은 꿈을 꿀 수 있는 존재였다면 아마도 누군가의 삶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지 않았을까.

태생이 어떠했든 플라스틱은 잠시 그 꿈을 이루어주었고 이제는 쓰레기로도 버려지기 힘든 애물단지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가끔 이런 상상을 해본다. 지구에 잔뜩 쌓인 쓰레기들, 오물따위들을 싣고 우주 저 먼 어느 곳에다 쏟아버리는 생각. 그래서 지구가 뽀송뽀송 깨끗해지는 생각.

물론 이루어질 수 없는 상상이지만 그렇게라도 답답함을 풀고싶어졌다.

지구가 지금 겪고 있는 재앙은 인간의 탐욕에서 비롯되었다.

물에 잠긴 고향을 떠나야 했던 가람과 꿈을 이루기 위해 위험한 소각장사이를 헤집어야 하는 치아루. 뭔가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자신이 무엇을 해야하는지 고민하는 지빈을 통해 미래의 젊음이 겪어야할 아픔같은 것들이 느껴지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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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년의 질문, 베스트셀러 필사노트 (양장) - 필사로부터의 질문, 나를 알아가는 시간
김태현 지음 / 리텍콘텐츠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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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어수선하다. 뿌연 창밖 공기만큼이나 마음이 선명하지 못하고 자꾸 서성이게 된다.

'세상이 왜 이럴까'하는 생각만들고 이 나라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답답하기만 하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책도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이 책에도 있는 글귀처럼 마음에 담을 여유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눈으로는 글귀를 따라가지만 마음은 저만치에서 요지부동이다.

그럼에도 여기 잘 골라놓은 문장들이 내 마음을 자꾸만 흔드는 것 같다.

고요하기만 한 호수에 돌은 던지는 것 같은 파장이 밀려오는 것같은 느낌들. 도무지 고요하게 머물수만 없게 마음의 문이 열리게 된다.



우리는 뭐든 이겨야 한다고 배웠다. 살아남으려면 남을 누르고 이겨야 한다고.

그래서 조금의 실패가 닥치면 절망하고 약해서 그런거라고 나자신을 탓하게 된다.

'질 수 있는 능력' 정확하게 말하면 내가 틀렸다고 인정할 수 있는 힘.

이게 진정한 어른의 자세가 아닐까. 이 문장을 읽는 순간 코끝이 찡해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힘들 때 펴보라는 편지'라는 제목부터가 목이 메인다.

나, 지금 힘든데..



지팔지꼰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지금의 내 상황은 남이 만들었다고 탓하고 있지는 않은가.

내 인생은 하나의 실이란 말이 그렇게 와 닿을 수가 없다. 내 실이 약하거나 끊기면 뭘 만들수가 없다. 남의 탓만 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내 탓으로만 여기고 멈추는 것도 문제가 아닐까.

내 실은 온전한지 되돌아보게 된다. 내 인생은 내가 만든 실로 만들어진다...




어려서는 인문학이 어렵다고만 여겼다. 그리고 왜 인문학을 공부하고 읽어야 하는지 자꾸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인문학을 한다는 것은 인류의 문명을 건설한 천재의 생각과 만난다는 의미'란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정말 어느 한 문장만 꼽기 어려울 정도로 이 책이 골라놓은 문장들은 하나같이 반짝거린다.

눈으로, 마음으로만 읽지말고 이 문장을 직접 적으면서 황폐해진 마음을 채우고 싶어진다.

하나씩 필사를 하다보면 현실의 어둠이 잊혀지고 새로운 희망이 자리잡는 행복한 시간을 경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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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너머 우리가 되찾을 것들 - 외도 상처에서 회복하기, 이혼 아닌 새로운 관계를 여는 방법
권다미 지음 / 메이드인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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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혼이 한 집 걸러 있을 만큼 흉이 아닌 시대가 왔다.

사랑해서, 필요에 의해서 결혼을 했지만 함께 살아갈 이유가 사라진다면 당연히 이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이유로 한 이혼이든 상처가 없을 수 없다. 흔히 '성격차이'라고 말하는 이유가 가장 흔한편인데 적어도 몇 십년 이상 자유롭게 살아왔다가 결혼으로 함께 살아가며 누리는 것들도 있지만 포기해야 할 것들도 많다는 사실을 결혼전에 미처 알지 못한다.



저자 자신이 아버지의 술과 폭력으로 상처받은 과거가 있었고 자신의 결혼역시 상처로 막을 내렸기에 누구보다 상처받은 이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저자가 상담한 사연들을 보면 뒷목 잡을 일들이 너무 많아서 놀랍기만 하다.

여러 이혼의 이유중 상대의 불륜, 외도로 인한 것이 가장 상처가 깊지 않을까.



배우자의 외도는 나를 더 비참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내가 매력이 없어서? 성적인 문제가 있어서? 과거에 많은 여자들은 남편의 외도를 잘 참아주고 자식때문에 이혼하지 못하고 살았던 시간들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어떤 아내, 어떤 배우자가 상대의 외도를 이해하고 받아줄 수 있을까.

하지만 요즘은 남편의 외도 못지않게 아내들의 외도가 많아졌다는 사실이 놀랍다.

남자만 바람을 피우라는 법은 없지만 외도후에도 당당한 아내들의 태도가 세대탓인 걸까.



처음 상담일을 시작할 때에는 이혼을 많이 권했지만 지금은 이해와 용서, 치유를 돕는 상담자로 거듭났다는 것에 결혼생활에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떤 처방이 필요한지에 대한 답이 들어있는 것 같다.

아버지의 죽음이 자신의 탓이었다고 생각했던 것을 잘 극복했으면 싶다.

나 역시 그런 시간을 겪었고 평생 트라우마로 괴롭힘을 받고 있기에 세상의 모든 상처받은 이들이 잘 치유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 책은 결혼생활뿐만이 아니라 삶에서 만나는 문제들에 대해 많은 위로를 건네는 책이다.

상처없는 영혼이 어디 있으랴. 그럼에도 살아내야 하는 것이 또 삶이 아니겠는가.

분노하고 아픈시간속에 허우적 거리지 말고 이 책에 소개된 수많은 사례와 조언을 읽으며 상처가 잘 회복되기를 기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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