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 풍경들
이국현 지음 / 등(도서출판)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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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떠날 결심'을 해야할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의 이유는 다양하다. 출장도 있을 수 있고 정말 닿지 못했던 곳에 대한 호기심, 지인의 초대, 그리고 여기 저자처럼 떠나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만큼 힘든 현실도 이유가 될 것이다.



오랜 교직생활을 정리하고 헛헛했을 마음이 발원이었을지도 모른다.

오래전 우리에게 스승은-그 때는 스승이었다, 교사가 아니고-신성 불가침같은 존재였다.

물론 뒤로 수근거리며 별명으로 흉도 보고 만만해보이는 여교사의 경우는 대드는 경우도 없진 않았지만 스승은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까지는 아니어도 두려운 존재라고 여겼다.

지금은 결코 아니다. 그래서 요즘 정신나간 선생도 나오고 교권침해로 교직을 떠나는 사람도 많아졌다고 한다.



쓰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것이 마치 무병(巫病)을 앓는 것 같다고 했던 유명 작가의 말처럼 아마 저자는 떠나지 않으면 견딜 수 없었던 뭔가가 있었던 것 같다.

나름 사람마다 여행을 즐기는 스타일이 있는데 가이드가 있는 단체여행, 혹은 철저하게 홀로 즐기는 배낭여행, 이 둘을 잘 섞은 합리적 여행등등...

몸이 오싹해질 정도의 밀림을 홀로 걸으면서 공포감을 느꼈다는 장면에서 읽는 나도 찬기운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이래서 나는 배낭여행이 두렵다.

엊그제 봤던 유튜브에서도 일본으로 등산을 떠났던 한국 남성의 실종사건이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다고 했고 홀로여행객들의 사건들이 의외로 많아서 씩씩하게 홀로 떠나는건 못할 것 같다.



초라한 행색으로 가이드를 하거나 관광객을 위한 음식을 팔고, 심지어 1달러를 외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때로는 가장의 무거움을, 자본주의의 씁쓸함을 느끼는 장면은 삶을 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 같았다. 너무 사랑하지만 두고 온 딸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가족에 대한 책임감으로 평생 고생하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추억하는 장면에서 마음이 짠해왔다.

그게 바로 사랑인데...늘 더 해주지 못한 것들만 생각나게 하는게 가족인데.



라오스나 캄보디아같은 곳들이 여행지로 널리 알져지긴 했지만 쾌적한 여행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최근의 여행이 아니었다면 더욱 그랬을 것이다.

그럼에도 화구를 챙겨 이런 작품들을 남길 수 있었다니 그것만으로도 저자의 여행은 값어치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카메라를 잃어버려 스케치를 했다는 그림들과는 다르게 휙휙 힘차게 터치한 유화를 보니 왜 고흐가 생각났을까. 까마귀가 날아오르던 황금들판의 모습과 이상하게 겹치는 느낌이었다.

늘 고독했던 화가 고흐의 여운이 그림에 덧해졌기 때문일까.

그래도 사랑하는 가족의 품으로 다시 돌아와 이렇게 튼실한 여행책을 탄생시켰으니 당시의 절박함이 나빴던 것만은 아니었다고 위안하시길...

프로필을 보니 나와 동갑이어서 그랬을까. 유독 그의 여정이 마음에 깊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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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도 컨티뉴 - 직장을 잃고 이혼도 했는데 저승사자를 만나 부자가 되었다
최해직(권영신) 지음 / 노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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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직장을 잃고 이혼도 하고 죽음까지 맞이할 인생이라면 끝이라는 얘기다.

명상이라도 하면서 치유를 해보려던 해직은 결국 죽어서 저승사자를 만난다.

아직 죽어보지 않아서 모르지만 수많은 드라마나, 소설을 보면 죽으면 저승사자가 나온다고 하니 나중에 확인해볼 예정이다.



일단 죽고나서 저승사자를 만나면 대개의 혼들은 자신의 죽음을 인정하지 못한다고 한다.

왜 아니겠는가. 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고들 하는데 저승의 좋은 점이 있던가.

해직은 거대한 낫을 든 저승사자를 만나도 여전히 정신 못차리고 징징거린다.

자신이 살아온 삶을 뉘우치기는 커녕 변명으로 합리화하고 자꾸 억울하다고 주장한다.



저승사자는 해직에게 과거의 모습들을 보여준다. 첫 아내와 싸우던 순간들 그리고 다시 만난 연인과도 다시 싸우던 모습들. 그렇게 거울속 자신의 모습을 보며 그제서야 조금 후회의 마음이 드는 해직. 저승사자는 인간들은 죽음이 끝이라고 생각하지만 죽음은 새로운 시작이라고 말한다.

몸의 형태는 사라지지만 에너지는 남아 우주의 순환속에 존재한다고.

마치 불경을 읽는 느낌이라고 할까. 죽음. 윤회, 순환, 인과같은 단어는 삶을 숙연하게 만든다.



인과 없이 결과가 없다고 생각한다. 직장에서 해고를 당한 것도 사실 해직의 무능함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억울하다고만 생각하면 발전이 있을 수 있을까.

남의 탓만 하고 있는 해직의 모습을 보면서 내가 저승사자라고 해도 낫을 휘두르고 싶을 것 같다.

그나마 해직은 자신이 지나온 삶을 지켜보면서 후회의 시간이라고 가질 수 있어서 다행이 아닌가.



나는 윤회를 믿는다. 죽기전 어떤 삶을 살았는가에 따라 환생의 모습이 결정된다고.

불교에서 말하는 것처럼 윤회는 업보이다. 업을 다 닦으면 윤회의 사슬도 끊을 수 있다고 믿는데 살아온 시간들을 돌아보니 나는 해탈하긴 틀렸다. 해직처럼.



인간의 거의 모두 욕망을 지니고 있다. 왜 나에겐 주어지지 않는게 많은 건지 그토록 원하는 돈은 왜 오지 않는지, 자신의 그릇은 생각하지 않고 운명을 탓한다.

해직은 저자 자신이다. 저승사자를 통해 자신을 성찰한 저자는 마음 그릇이 적은데 무엇이 담기겠냐고 반문한다. 자신이 큰 아픔을 겪었기에 터득한 지혜이니 믿지 않을 수가

없다. 내 마음그릇의 크기는 어떤지 되돌아본 소중한 시간이었다.

철학서나 종교서적같은 느낌이 드는 묵직한 자기계발서여서 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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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밀도
제임스 리 지음 / 등(도서출판)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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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버킷리스트에는 세계의 멋진 도시에서 한달 씩 살아보기가 있다.

이미 오래전 소망했지만 이젠 거의 포기해야하는게 아닌가 싶다.

경제적인 여건도 그렇고 체력도 그렇게 이러저러 마음속으로만 배낭을 꾸리고 있다.



100여개국을 여행했다니 정말 부럽기만 하다. 나는 고작 4개국쯤 여행했던 것 같다.

공부하기 위해 미국, 출장으로 일본, 태국, 프랑스에 다녀온 것이 전부이다.

다행인것은 출장의 목적이 휴양지를 둘러보는 일이라 조금 한가하면서도 지친 일상에 나름 휴가를 즐기는 것 같았다는 것이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외모나 체력의 변화뿐만이 아니라 마음속에 굳은 살이 박힌다는 표현에 너무 공감이 되었다. 웬만해선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이 아니라 무뎌지는 감정들.

어찌보면 그래서 삶이 고요해지는 장점도 있겠지만 열정 역시 식어감을 숨길 수 없다.

그래서 저자는 여행을 떠나라고 권유하는 것 같다. 신선한 자극을 위해, 지친 삶을 위해.



'나를 왕처럼 대접할 후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

아 그렇지. 나는 나를 잘 대접해왔는가 되돌아본다. 그저 열심히는 살았는데..

알아주지 않는 세상을 원망만 하고 정작 나는 나를 홀대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런 면에서 저자는 자신을 정말 잘 대접해온 사람인 것 같아 존경스럽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프러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을 좋아하는 이유는 내가 가지 못했던 길, 내가 선택하지 못한 길에 대한 아쉬움이 크기 때문일까.

저자가 말하는 여행의 기쁨, 설레임, 생각지 못한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를 보면서 여행은 인생을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런던으로 가는 비행기안에서 겪었던 일을 나도 비슷하게 경험한 적이 있었다.

그 순간 내가 죽음을 많이 두려워한다는 것을, 사랑하는 이에게 전하지 못한 것들이 너무 많았다는 생각에 후회의 감정이 밀려왔던 기억이 떠올랐다.

저자는 여행은 '출발'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했다. 거기에 덧붙여 나는 다시 돌아오기 위한 출발이라고 적고 싶다. 여행이 잦은 저자에게 돌아온 집이 낯설기도 하겠지만 나는 늘 더 반가웠었다. 이렇게라도 짧은 여행을 다녀올 수 있어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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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랜드 엘레지
아야드 악타르 지음, 민승남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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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컬처블룸리뷰단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미국은 위대한 나라이다. 원주민을 쫓아내고 땅을 차지하더니 거대한 땅덩어리를 일굴 일꾼들을 아프리카에서 실어와 부려먹고, 흑인뿐만이 아니라 초창기 신대륙에 이주했던 조상들-거의 죄수들이었겠지만-을 대신할 인력을 여러국가에서 수급해놓고 이제 필요없다고 내쫓는 국가! 불과 240여년의 역사를 지녔음에도 전세계를 쥐락펴락하는 나라가 되었으니 위대하다할밖에!




이 소설은 저자의 자전적 스토리이다. 파키스탄 이민자인 부모님을 둔 아야드!

파키스탄은 한 때 인도와 같은 땅덩어리에 공존했던 나라였지만 인도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가지된 나라! 지금 중국과 타이완의 관계라고나 할까.

인도와는 결코 좋은 감정을 지니지 못한 파키스탄은 종교적으로도 너무나 다르기에 대립할 수밖에 없었다. 가난을 숙명처럼 짊어지게 된 조국을 떠나 미국으로 이민을 떠난 파키스탄인들의 삶.




이슬람국가이면서도 살육과 폭력이 멈추지 않는 조국을 떠났지만 아야드의 엄마는 파키스탄을 그리워한다. 아버지는 한 때 트럼프의 주치의를 할만큼 실력있는 의사였지만 엉뚱한 부캐로 인해 파산직전에 이르고 평생 술과 도박으로 아내를 힘들게 했다. 사생아를 둔 부도덕함까지.

외동아들 아야드는 미국에서 태어났다. 그럼에도 늘 무슬림이라는 편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테러가 일어날 때마다 움츠러드는 경험을 하게 된다.




글을 써서 먹고 산다는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고있었지만 좋은 멘토의 도움으로 용기를 얻어 극작가로 성공하게 된다. 그럼에도 그의 삶에는 무슬림과 부모님의 고향 파키스탄의 유전적 사고가

존재하고 있다. 방탕한 성생활에서도 그는 백인여자를 더 선호할만큼 그 방면에서라도 우위에 서고 싶었던 것일까. 하지만 진정 그의 일생에서 유일하게 결혼하고 싶었던 여자는 같은 무슬림 여자 아샤였다. 같은 종족이라는 끌림이 그를 이끌었던 것일까.




미국을 추앙했던 그의 아버지는 평생 벌었던 돈을 도박으로 고이 반납하고 고향 파키스탄으로 떠난다. 그동안 방탕한 아버지를 돌봤던 아야드는 아버지가 그리웠지만 한 편 고향에서 남은 삶을 편안하게 보내는 모습을 보면 안도하게 된다.

아야드가 9.11테러 당시 느꼈던 두려움과 공포, 그리고 슬픔같은 것들이 너무 잘 표현되었다.

다른 누구의 감정도 아니고 자신의 경험이었기에.

그리고 자신들도 이민자의 후손이면서 무슬림을 업신여기는 미국인들의 '그렇게 힘들어 하면서 왜 미국을 떠나지 않느냐'는 물음에 '나는 여기에서 태어났고, 자랐고, 고향이기 때문'이라는 대답을 건네는 장면에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미국은 위대한 나라이다! 평생 부동산 장사와 스캔들과 뇌물로 얼룩진 삶을 살았던 인물이 대통령이 되는 나라! 독일 이민자의 후손이면서 불법이민자를 무지막지 때려잡는 나라이지만 민주주의의 선봉처럼 전세계를 휘두르는 위대한 나라!

이민자의 후손중에서도 가장 주목받고 있는 무슬림의 후손인 저자의 자선적 스토리가 남의 일 같지 않았다. 과연 아야드의 진정한 조국은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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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쓰러지셨다 - 아버지에겐 끝까지 비밀로 남겨둘 아들의 간병 이야기
설민 지음 / 바른북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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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대로 초대받는 곳이 달라진다. 20중반부터 결혼식이나 아이 돌잔치같은 곳에 초대를 받다가 50~60대가 되면 부고가 날아오기 시작한다.

지인들의 아버지를 시작으로 이제 80~90대의 어머니들의 부고가 뜬다.



팔팔하게 잘 살다가 삼일 정도만 앓다가 죽는게 소망이라는 말도 있는데 이런 소망이 다 이루어지면 얼마나 좋겠는가. 지금의 우리들도 이 책을 쓴 저자의 아버지처럼 어느 날 쓰러져 가족들의 짐이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왜 예전의 아버지들은 거의 다 이기적이었을까. 가부장적인 제도에서 성장한 탓인지 가정을 살뜰하게 이끈다는 생각보다는 군림한다는 생각으로 자기 하고 싶은대로 살았던 아버지들이 많았다.

무슨 사업을 한답시고 돈을 날려먹든지, 도박을 하든지, 술을 먹든지 하다 하다 폭력이 일상이었던 아버지들도 흔했다.




그나마 헌신적이고 희생적인 어머니들 덕에 자식들이 잘 성장했는데 이렇게 어느 날 젊은 시절부터 찌질하게 살던 아버지가 쓰러져 가족들의 도움 없이는 살아가는 힘든 상황이 온다면...나는 정말 견디지 못하고 사라져버릴 것만 같다.

저자의 아버지 역시 그렇게 이기적인 삶을 살다가 택시운전을 시작하며 비로소 가정의 소중함을 알아가고 있었는데 덕컥 뇌졸중이 덮친다.

차라리 돌아가시는게 낫지 싶지만 그건 남이라 가능한 얘기일지 모른다.



섬망이 생기고 엉뚱한 요구가 많아지는 아버지를 간호하는 어머니와 아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이 아버지는 참 복이 많은 사람이구나 싶었다.

글을 잘쓰는 아들은 그런 아버지를 애처로운 눈으로 지켜보며 간병을 하고 데면데면했던 부자관계를 이렇게라도 반성할 수 있게 되어 감사하다고 했다. 이런 효자같으니라구.

긴병에 효자 없다는데 가끔은 미칠듯한 현실에 힘들어하기도 하지만 정말 기특한 아들이 아닐 수 없다.

이제 부모님만 돌아가시는 나이가 아니고 친구중에도 쓰러져 요양병원에 있다가 죽었다는 소식이 들린다.

나라고 그럴 일이 없겠는가. 구순이 가까운 엄마는 치매가 와서 자식들이 걱정을 하고 있다.

70이 넘어서까지 총명했던 어머니였는데...세월에 장사는 없는 모양이다.

쓰러진 아버지와의 5년의 시간을 치열하게 살아온 기록을 보면서 저자와 그 어머니에게 존경의 마음이 솟아올랐다. 아버지가 많이 좋아지셨다니 정성이 헛되지 않아 감사한 일 아니겠는가.

더 이상 아내와 자식에게 짐이 되지 않고 잘 버티시다가 고통없이 하늘나라에 돌아가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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