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수업 - 삶에서 무엇을 지켜낼 것인가 스토아철학 4부작
라이언 홀리데이 지음, 이경희 옮김 / 다산초당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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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도 딱 이틀이 남은 오늘, 세상은 어수선하기만 하다.

해마다 연말은 한 해를 결산하면서 조용히 보내는게 좋겠지만 시국도 그렇고 연이은 사고도 그렇고 도대체 살기 좋아졌다고 하는 세상에 왜이리 골은 아픈 것일까.




지금도 거리곳곳에서는 '정의'를 외치는 군중들이 넘쳐나고 가진 것 없던 나라에서 이만큼이나 우뚝 서게된 대한민국의 위상은 바람앞에 낙엽처럼 처량하기만 하다.

이럴 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여전히 자신의 잘못을 모르거나, 혹은 포장하거나 묵살하는 인간들이 꼭 읽어봤으면 하는 것이었다. 저자가 특히 예를 많이 든 미국의 트루먼 대통령의 일대기를 보면 '정의'가 무엇인지, 어떤 힘을 가졌는지 절로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정직'은 삶에 있어 중요한 선의 요소이긴 하지만 정직이 모두에게 환영받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좋은 거짓말도 필요한 순간들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정직'은 '악'을 누르는 거대한 힘이다. 대부분의 권력자들, 특히 정치인들은 정직하기가 힘들다.

정직했던 사람들도 정치계로 들어가면 거짓말장이가 되거나 비겁자가 되는 일이 허다하다.



인간이 가진 요소중에는 원초적 욕망에 충실하려는 부정적인 것들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인류는 그런 욕망들을 때로는 누르고 때로는 선하게 변형시키고 해서 이만큼이나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어온 것이 아니겠는가.

'정의'란 대단한 명제이고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는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내는 사람들, 친절을 베푸는 소박한 일을 하고 불의에 침묵하지 않는 일부터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



2024년 대미를 장식하는 책이 하필 이 '정의 수업'이었던 것은 필연인 듯 싶다.

이미 세상을 먼저 살다간 수많은 정의의 사도들이 행했던 의로운 일들을 해야한다고, 간절한 순간이라고 운명처럼 찾아온 것은 아닐까.

내가 잊었던 것은 없었는지, 좀더 친절하지 않아 누구에게 상처가 된 일은 없었는지, 어쩌면 너무 늦은 것은 아닌지 이틀후면 해가 바뀌는 바로 지금 내 곁에서 이 책은 조용히 대답을 기다리는 것만 같다. 제발 세상을 어지럽게 하는 인간들에게 이 책의 메시지가 크게 전해지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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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과 페어링 슬기로운 방구석 와인 생활 2
임승수 지음 / 수오서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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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주불사의 고사성어의 주인공이 마치 나라도 되는양 술을 즐기는 나로서는 일단 술에 대한 책은 반갑다. 다만 내가 먹지 않는 술이 있는데 그게 와인이라는 점이 못내 아쉽다.



몇 년전부터 와인붐이 불어 나도 한 때 즐겨보려고 한 적이 있었는데 맛도 잘 모르겠고 다음 날 주취가 너무 심해 포기해버렸다. 고기를 먹을 때는 레드와인이라는 둥, 그 정도의 지식만 있었는데 더 이상 와인에 대한 정보를 알 기회는 놓친 셈이다.

사실 이 책은 와인자체의 정보도 아주 풍부하지만 이상하게 풍경이 그려지는 매력이 있다.



수없이 등장하는 배달음식이 그려지고 거기에 맞는 와인을 음미하는 등장인물들이 그려지면서 상상력을 마구 자극하는 맛이 일품이다. 사실 저자의 고백으로 보면 그토록 예찬하는 와인을 많이 즐길 정도의 재력은 없는 것 같다.

흔히 와인을 좋아하다 말아먹는 말이 있을 정도로 와인가격은 싸지 않은 편이다.

그럼에도 형편에 맞는 와인을 골라 즐기는 모습에서 고수의 느낌마저 풍긴다.



그나마 가족들도 와인예찬자들이라 다행이다 싶다. 아내의 입맛역시 고수 못지 않은 듯 하다.

도란도란 음식을 나누고 와인평가를 하는 모습에서는 돈 잘 못버는 가난한 작가의 삶이 느껴지지 않는다. 돈이 많다고 해서 삶의 질도 고급일 것이라는 선입견을 깨부순다.

이 말은 돈이 좀 없다고 해서 와인을 즐기지 못하라는 법은 없다는 얘기다.

다만 낮술을 즐기는 고수답게 날씨와 기분의 변화에 따른 술의 선택지가 너무 다양하다는 점이랄까. 그냥 뭐 일상이 다 술 즐기기에 좋다는 뜻이니 술값 지출이 만만치 않으리라.



고급와인 시음회에서 병째로 바닥을 훑는 장면은 익살맞으면서도 그 집요함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아 어떤걸 정열적으로 좋아하게 되면 이렇게도 되는구나.

가뜩이나 시국도 어지럽고 경제도 엉망이란다. 이 와중에 안팔린다는 책까지 냈으니 더욱 술이 땡길지도 모를일이다.

그럼에도 이런 현실이라는 전투에 참여하는 작가와 출판사의 전우애에 박수를 보낸다. 좋아하는 와인을 더 자주 즐기려면 책이 잘 팔여야 할텐데. 내가 왜 걱정이 되는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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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일의 레시피
이부키 유키 지음, 김윤수 옮김 / 모모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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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죽은 후 제사대신 연회를 열어달라고 남긴 49일의 레시피는 유쾌하고 감동스럽다. 나도 이런 장례식으로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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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일의 레시피
이부키 유키 지음, 김윤수 옮김 / 모모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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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사람이 죽으면 이승에 49일을 머문다고 한다. 그렇게 49일이 지나면 제사를 지내고 진정한 이별식을 하는 것이 동양의 관습이다.

일흔 한 살의 오토미가 세상을 떠났다. 33년 전 다섯 살 이었던 유리코에게 온 새엄마. 자신의 친자식을 낳지 않고 친자식이상으로 유리코를 키운 새엄마였다.



오토미는 그림을 잘 그렸고 음식솜씨가 뛰어나 강의를 다니기도 했다.

그런 오토미가 남긴 49일의 레시피. 집안일에는 관심이 없었던 남편 료헤이를 위한 레시피였다. 청소와 정리, 요리를 하는 레시피외에도 자신이 죽은 후 49일동안 자신을 추억하면서 연회를 해달라고 했다. 스님을 불러 경을 외우는 제사가 아닌 연회를.



료헤이는 오토미와의 마지막 장면을 떠올린다. 도시락 소스가 묻었다고 타박을 했던 자신의 모습이 얼마나 한심했던가. 이렇게 갑작스럽게 떠나버릴 줄 몰랐다.

죽음이란게 그렇다. 예고없이, 준비없이 다가오는 죽음 아니던가.

그런 죽음앞에서도 슬퍼하지 말고 잔치를 해달라던 오토미의 소원은 이루어질까.



나도 이런 장례식을 해보고 싶다. 뭐 대단한 삶이라고 슬퍼하고 위로받을 것인가.

자신의 장례식날 장송곡 말고 행진곡을 틀어달라고 유언했다는 사람과 같은 심정이랄까.

오토미가 가르쳤던 제자 이모토가 집에 들어와 청소와 정리, 요리를 도와준다.

낙심해있던 료헤이도 정신을 차리고 일상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도쿄에서 결혼생활중이었던 유리코는 남편의 바람으로 이혼도장을 찍은 후 친정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아이를 낳기 위해 노력도 했고 강아지도 키워보려고 했지만 유리코는 그런 남편의 제안도 거절하고 아픈 시어머니를 돌보다가 남편이 같은 직장에 있던 여자와 바람을

피우고 임신까지 시키자 유리코는 더 이상의 결혼생활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렇게 돌아온 친정에서는 새엄마 오토미의 장례레시피로 떠들썩 하기만 하다.

심신이 지친 유리코도 오토미의 바람처럼 즐거운 49일의 레시피를 해낼 수 있을까.

한 사람이 세상을 떠난다는 것은 많은 것들이 사라진다는 뜻이다.

몸도, 마음도, 하지만 추억은 가져갈 수가 없다.

오토미는 남은 사람들을 위해 40일의 레시피를 남겼다.

슬퍼하지 말고 자신을 보낼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멋진 할머니다.

나도 언젠가 닥칠 내 죽음이 이런 모습이었으면 한다. 감동스럽고 위안을 주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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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에 읽는 재클린의 가르침 - 다시 태어나고 싶은 당신을 위한 지적인 대화
임하연 지음 / 블레어하우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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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니 스물에서 서른을 넘어갈 때, 서른에서 마흔으로 넘어갈 때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왜그랬을까. 한 뼘씩 성장통을 앓았던 것일까. 나에게 서른은 제법 어른같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의 서른은 아직 덜 여문 세대인 것도 같고 가능성은 더 무한한 나이인 것 같아 부럽기도 하다.



대체로 자기계발서나 인문학서에 등장하는 실존인물들은 대단한 철학자이거나 종교학자이거나 경제학자, 작가이거나 강사등 쟁쟁한 인물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뜬금없이 재클린이라니.

그녀가 쟁쟁한 인물이 아니어서가 아니고 우리가 아는 재클린의 모습은 화려한 퍼스트레이디의 모습뿐이었기 때문이다. 너무나 갑작스럽게 미망인이 되고 세계의 거부 오나시스와 재혼한 당당한 여자의 모습!



물론 그녀는 세계 대국 미국의 대통령 케네디의 부인이었고 패셔니스트와 자유로운 모습에서 보수적인 시대에 태어난 여성치고는 참 멋지게 살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에 삶에 대해서는 거의 알지도 못했고 실제 저자의 말을 들어보면 사생활이 노출되는 것을 극히 싫어한데다 자신의 자서전 한 권쯤이라도 남겼을법 하건만 저서 한 권조차 남기지 않았단다. 말그대로 비밀스런 삶을 살았던 여성인 것일까.



재클린과 가깝게 지내는 지인들외에 그녀의 삶에 대해 자세히 알려진 것이 없었던 것 같다.

실제 가십을 몰고 다니는 위치에 살았던 여성치고는 참 의외이긴 하다.

저자 역시 그런 그녀에 대해 많은 자료를 얻으려고 노력을 많이 했던 것 같다.

구술 녹음, 비공개 문서, 경매에 나온 편지에 이르기까지. 저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재클린의 삶은 무엇이었는지 읽을 수록 경탄과 존경의 마음이 솟아올랐다.

흔히 요즘 말하는 수저계급론에 휘둘리지 않고 당당하려했던 재클린은 부자부모를 만나 어린시절을 지냈지만 가세가 기울고 부모가 이혼하는등 상처가 많은 어린시절을 보냈다.

당시 보수적 사회에서 대접받는 계층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운명에 휘둘리지 않고 주인이 되려고 노력했던 진보적 여성, 아니 한 인간이었음은 감동스럽기까지 하다.



재클린이 겪었던 불행한 시간을 넘어서 주체적인 삶을 살았던 일대기도 감동스럽지만 무엇보다 이 책의 매력은 학생과 상속자가 대화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어 전혀 지루하지 않다는 점이다. 그저 이렇게 살아야 한다식의 주입식이 아닌 공감력을 이끄는

힘이 느껴진다. 그리고 상속자의 가르침에서는 재클린을 향한 저자의 모습이 겹쳐져 보인다.

결혼도, 이혼도 주체적으로 선택하기 힘들었던 시절, 불행을 넘어서 자신의 삶을 스스로 이끌었던 재클린의 가르침은 시대를 넘어서 모든 여성, 모든 사람들에게 등대불이 될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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