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시간 오후 4시
이주형 지음 / 모모북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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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리뷰입니다.


인생을 시계에 비유한다면 지금의 나는 어느 시간에 와 있는 것일까. 아마 오후 6시는 넘어있을 것이다.

저자의 말처럼 오후 4시란 시간은 새로운 무엇인가를 시작하기엔 너무 늦은 것 같고 하루를 마무리 하기엔 아직 이른 시간이다.

애매한 오후 4시란 시간에 다다른 삶이라면 아직 희망을 포기하지 말고 뭔가를 시작할 수도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인생은 등산과 닮아있다. 왜 꼭 저 산을 올라야 하는지 모르지만 태어나는 순간부터 우리는 산을 올라야 한다. 등산하는 사람들 하나같이 하는 얘기, 조금만 더 가면 정상이에요.

처음엔 그 말을 믿었고 나중에 그 말을 믿고 싶어졌다.

'이제 얼마 안 남았어. 조금만 힘을내자'고 자신을 다독거려본다.



억만금을 가진 부자도 누구에게나 존경을 받는 사람에게도 아픔은 있다.

다 가질 수는 없는게 인생이란걸 안다. 웃기만 하는 인생도 없고 울기만 하는 인생도 없다.

최근 유명인들의 자살 소식을 들으면서 아 조금만 참아보지 언젠가 옛말하는 날이 올 수도 있는데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잔뜩 구름이 낀 저 뒤에는 푸른 하늘이 있음을 왜 몰랐을까. 하늘을 보지 않고 땅만 보고 정신없이 살다보면 그 사실을 잊는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하게 된다.



다들 힘들다는 요즘, 특히 청춘들의 현실을 보면서 가슴이 저릿해진다.

평생 돈을 모아도 살 수 없는 집, 희망이 보이지 않는 미래를 포기하고 로또를 사는 심정이 오죽하겠는가.

행복과 행운은 생각의 차이라는 말에 조금 귀기울여보면 어떨까.

천만금을 가져도 불행한 사람이 있는가하면 최선을 다해 일해서 받은 작은 월급으로도 행복해하는 사람도 있으니 말이다.

해가 살짝 기운 지금 이 시간, 분명 밤이 뒤이어 달려올 이 시간은 누구에게나 다가온다.

내가 살아가는 길이 로또이고 생각의 차이로 행복한 인생이 될 수 있다는 저자의 말이 위로가 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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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성을 지휘하라 - 지속 가능한 창조와 혁신을 이끄는 힘, 확장판
에드 캣멀.에이미 월러스 지음, 윤태경.조기준 옮김 / 와이즈베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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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번영을 이끈 역사적 인물들이 있다. 그들이 있었기에 지금 우리들의 삶이 훨씬 풍요로워졌음을 알고 있다.

위대한 발명가나 경영자들! 에디슨이나 오펜 하우머, 그리고 스티브 잡스나 이 책의 저자인 픽사의 지휘자 에드 캣멀같은 인물들이 있어 인류의 삶이 달라졌다고 믿는다.



에드 캣멀은 그림에 관심이 많았다. 그리고 그의 삶에 희망을 준 계기는 바로 윌트 디즈니였다.

나역시 일요일 아침 방영되는 월트디즈니의 에니메이션을 기다렸고 행복했던 기억이 있다.

에드 캣멀역시 월트 디즈니로 해서 미래의 길이 정해진 것은 아닐까.

캣멀은 그림을 그리고 싶었지만 물리학과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게 된다. 하지만 그가 결국 가야할 길은 역시 그림, 에니메이션이었다. 공학자의 에니메이션이 컴퓨터로 탄생하게 된 계기가 바로 캣멀의 꿈이 시작이었던 셈이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에니메이션을 구현하겠다는 발상자체가 너무 신선하다.

물론 초창기의 기술로는 에니메이터들의 욕망을 충족하기엔 부족했다. 물방울을 표현해낼 수 있을정도의 기술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픽사의 탄생은 획기적이었지만 새로운 길에 걸림돌은 많았다. 월트 디즈니에서 시작된 에니메이션이 루카스 감독이 만든 루카스필름으로 이어졌지만 루카스는 픽사를 매각하려고 한다.

인수 협상과정은 지단했고 여기에 스티브 잡스의 등장은 운명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그는 자신이 만든 애플사에서 쫓겨나는 풍파를 겪고 자신이 직접 컴퓨터를 만드는 회사를 건립한다.

그리고 픽사의 매각소식에 관심을 갖고 결국 픽사를 인수한 후 그답지 않게 운영에는 거의 관여하지 않은 것 같다.



이후 픽사는 에드 캣멀과 그가 발견한 재능있는 직원들에 의해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수많은 실수와 실패와 선택의 순간들이 있었다.

바로 이 책이 픽사의 성장과정에서 겪었던 절망과 희망의 시간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재능있는 사람들이 모여있으니 당연히 성공을 할 것이라고 믿게 된다.

하지만 아무리 훌륭한 연주자들이 있어도 지휘자가 없다면 균형있는 연주는 나오지 않는 것처럼 픽사는 제대로 된 지휘자를 만나 기가막힌 작품들을 만들어낸 것이다.

지금 세계는 요동치고 있다. 새로운 대통령이 휘두르는 정책으로 인해 앞으로 벌어질 미래가 걱정스럽기도 하다. 더구나 지금 대한민국은 정치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위기를 맞고 있다.

자영업자들이 무너지고 물가는 치솟고 있으며 환율도 이율도 너무 불안하기만 하다.

현상유지만 해도 다행이다 싶지만 위기가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희망을 발견하고 싶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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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범죄조직의 시나리오 작가다
린팅이 지음, 허유영 옮김 / 반타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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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리뷰입니다.


밤이 오면 범죄조직의 시나리오 작가가 되는 허징청.

어둠의 고사리란 뜻을 가진 '다크펀'은 빼앗긴 재산을 찾아 주는 일, 기밀 정보를 빼내 전달하는 일, 심지어 법으로 처벌할 수 없는 없는 악당을 응징하는 일등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일들을 의뢰받아 처리해주는 조직이다.



타이베이 작은 이자카야 후보쿠가 다크펀의 작업실이다.

서른 다섯의 우팅강이 주인이지만 식당 위 다락에 감독이 있고 허징청이 쓴 시나리오를 완성해주는 샤오후이는 스물 여덟살로 다크펀조직에서는 미술감독을 맡고 있다.

미국 MIT 대학에 진학했던 수재 청년 케빈역시 같은 조직원으로 촬영감독을 맡고 있다.

이렇게 각자의 역할을 맡아 의뢰인의 요청을 들어주는 다크펀은 세 가지 원칙을 지켜야한다.



첫째, 의뢰인은 자신의 전재산을 의뢰비로 지불해야 한다.

둘째, 새로운 인생 시나리오를 쓸 때 참고할 대상이 있어야 한다.

셋째, 남의 인생을 어느 정도 훔치는 것이므로 그 인생의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모두 받아들여야 한다.

그런 원칙을 약속하고 감독이 있는 다락방으로 들어가는 의뢰인들.

절친의 삶을 동경하던 여자는 친구의 삶처럼 살기를 원하지만 원치 않은 삶을 맞닥뜨리고 품위있게 보이는 영어교사인 남자 역시 어린시절 겪었던 가난과 왕따의 기억을 지우고 동경하던 사람의 삶을 살아보겠다고 하지만 원한 것을 얻는 대신 끔찍한 댓가가 기다리고 있었다.



허징청에게는 가슴아픈 과거가 있었다. 사랑하던 연인과 어머니를 교통사고로 잃은 것이다.

연기에 재능이 있었던 연인 징즈의 죽음은 그에게 깊은 상처가 되었고 그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한 허징청은 펀즈조직의 감독에게 시나리오 작가가 되어달라는 부탁을 받은 것이다.

그렇게 밤에는 인터넷에 소설을 연재하고 다크펀의 의뢰인들에게 부여될 새로운 삶을 시나리오로 쓰게 된 것이다.



과연 자신의 삶에 만족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깊숙한 내면을 알지 못하면서도 타인의 삶을 동경하고 그의 삶을 뺏어 살고 싶어하는 경우도 있다.

이 소설은 바로 그런 사람들의 소망을 이루어주는 조직의 이야기이다.

자신의 모든 재산을 내어놓을만큼 간절한 새삶에 대한 소망. 하지만 누군가는 새로운 삶으로 인해 또 다른 불행을 맞게 된다. 어쩌면 내 삶은 누군가가 동경하는 그런 삶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곁에 있는 파랑새를 찾아 헤매는 틸틸과 미틸남매의 방황처럼 어리석은 꿈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환상으로만 존재할 것 같은 다크펀하우스가 실제한다면 나는 그곳을 찾아가 새 삶을 살아보겠다고 의뢰했을까.

아니면 꽃길만은 아니었던 내 삶을 조금 더 사랑하려고 노력할까.

잠깐이지만 꿈같은 환상여행에 몰입되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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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은 내현적 나르시시스트입니다 - 수동적으로 공격하는, 보이지 않는 악인들에 대하여
데비 미르자 지음, 김미덕 옮김 / 수오서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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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를 모르는데 누가 나를 알겠는가?'하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나조차도 나를 모르는데 상대를 모르는건 당연하다는 뜻도 있다고 생각한다.

다 안다고 생각했던 남편이, 혹은 아내가, 지인이 사실은 내가 모르는 자기애성자였다면 얼마나 충격을 받을 것인가.



외현적 자기애성자들은 드러나기 싶지만 내현적 나르시시스트들은 감별해내기가 정말 힘들다고 한다.

겉으로는 친절하고 배려가 있으며 심지어 이타적 행동까지 한다니 정말 알아내기 쉽지 않을 것 같다.



내현적 나르시시스트들의 인상적인 직업을 보면 우리가 얼마나 속고 있는지 깨닫게 된다.

목회자, 영적지도자, 상담사, 비영리 단체의 대표등등.

아마도 우리가 쉽게 믿고 따르는 존재중에 이런 인물들이 자신을 잘 속이고 살고 있을 것이다.

과대한 자의식, 지배력에 대한 환상이 있지만 겸손함을 보여야 한다는 것을 알고 상대를 조종하는 기술이 뛰어난 자들. 끔직하지 않은가. 심지어 사이코패스중에도 이런 인간들이 있다고 한다.



교묘하게 가스라이팅을 하고 신뢰를 주는 사람중 내현적 나르시시스트가 많다니 아마 내 곁에도 이런 인물들이 필히 있을 것이다.

어쩌면 자신들도 인정하지 않는 그런 자기애성자들.

자신의 존재가 들키거나 상대가 자신을 존중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벌을 주기도 한다니 아마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전세계 독재자들중 상당수가 내현적 나르시시스트였을 것이다.

문제는 이런 인물들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고 바로 내곁에 있다는 점이다.

배우자, 동료, 이웃, 친구의 형태로 말이다.

자신이 학대당하는 것조차 모르는 채 그냥 불행을 천형처럼 안고사는 사람들에게 이 책이 처방전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교묘하게 나를 조종하는 연인'등등 너무도 가까이 있지만 보이지 않는 악인들을 내 곁에서 몰아낼 방법이 잘 설명된 처방전이기에 내현적 나르시시스트들에게 일격을 가할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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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보의 푸른 책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27
마논 스테판 로스 지음, 강나은 옮김 / 다산책방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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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종말의 조짐은 이미 시작되었을지도 모른다. 몇 번의 시도가 있었고 다행히 살아남았을 뿐.

인간은 종말을 맞을 준비를 급진적으로 해왔다. 탄소를 너무 낭비했고 환경을 파괴했고 자연을 거스렸다. 그래서 결국 종말이 왔다.



36의 로웨나는 미용사로 일하던 어느 날, 종말을 맞았다. 아니 종말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차를 빌려서 수퍼마켓을 돌며 먹을 것을 살 수 있을만큼 샀고 철물점에서는 잡다한 공구를 사들인 다음 아들인 덜란을 데리러 학교로 향했다.

로웨나는 외롭게 자란 여자였다. 아마 지나온 모든 삶이 희망보다는 절망에 가까워 종말의 조짐을 가장 먼저 눈치챘는지도 모르겠다.



미용실의 주인인 게이노르가 아니었다면 미혼모였던 자신을 고용해주고 돌봐주지 않았을 것이다. 종말 이후 덜란과 함께 견디어냈던 외딴집도 게이노르의 주선으로 얻은 집이었다. 네보의 다른 집들은 파괴되지 않았지만 사람들은 사라져버렸다.

로웨나와 덜란은 온실을 짓고 식물의 씨를 심고 길러 종말 이후를 살아갔다.



로웨나의 외딴집 앞에 유일한 이웃이었던 소프부부도 떠나버렸다. 로웨나는 종말 이후 생긴 딸 모나를 낳았는데 덜란에게 아이들의 아버지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해주지 않았다.

덜란은 궁금해서 물어본 적이 있었지만 엄마의 굳은 얼굴을 보고 답을 얻지 못할 것임을 알아챘다. 두 모자는 소피의 창고에서 공구를 빌려오고 네보의 다른 집에서 쓸만한 것들을 찾아내 생활했다. 도둑질을 하는게 괴로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로웨나는 종말 이후 자신이 다니던 미용실을 찾아갔다가 친하지는 않았지만 학교를 같이 다녔던 남자와 자전거를 타고 다니던 남자, 이렇게 둘을 만난적이 있었다. 그중 모나 아버지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핵발전소의 폭발, 혹은 어디선가 날아온 핵폭탄이 터져 종말이 왔을수도 있다.

이상한 구름이 네보를 휩쓸고 지나가고 사람들이 사라지고 로웨나와 덜란 역시 죽을 고비를 넘기지만 살아남는다. 모나가 태어나기도 했다. 그리고 세상은 조용해진다.

로웨나의 기억속 과거는 사람들이 너무 바빴고 넘치도록 많은 것들을 가졌었다.

덜란은 사람들이 대화를 어떻게 나누는지, 어떻게 인사를 하는지 알지 못한다.

종말이라는것은 모든 것을 멈추게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어딘가에는, 로웨나와 덜란처럼 살아남은 사람들이 존재할 것이다. 그래서 기어이 다시 인류의 역사가 이어지는 그런 미래가 올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어떤 형태의 종말이 오든 난 로웨나나 덜란처럼 살아남기를 거부하고 싶다.

그냥 사라지고 싶다. 홀로 남겨져, 더구나 자식까지 딸린 채 살아가야 한다는 건 정말 최악이기 때문이다. 로웨나와 덜란이 '네보의 책'에 자신들의 이야기를 남긴 것은 정말 잘한 일이다.

그리고 결국 어떤 종말이든, 가장 위대한 승리자는 자연임을 다시 깨닫게 된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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