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빛이 따사로운 토요일 젊은이들의 거리인 신촌에서 '거룩한 속물들'들의 오현종작가와의 만남이 있었습니다.
남성스런 이름하고는 다르게 깔끔하고 우아하게 생긴 작가를 보니 또 부러움이 뭉글뭉글 솟아납니다. 왜 이렇게 우리나라 여자작가들은 모두 예쁘고 재능도 많으신지... 향좋은 커피를 마시면서 작가와의 솔직하고 재미있는 대화에 시간가는 줄 몰랐습니다. 질문: 인터넷연재를 통한 집필이 어떠셨는지와 특별히 염두에 두신점이 있으신지요? 대답: 알라딘인터넷에서 연재를 했는데 세대가 세대인 만큼 종이책이 더 익숙한 사람이라 많이 부담이 되었습니다. '과연 잘 할수 있을까' '읽을 사람이 있을까' 처음 시작했을때는 가독성에 대한 고민이 있었구요. 읽어주시는 분들 에 대한 책임감, 하루 11~13매정도의 분량을 올렸는데 삽화를 그려주신 안태영작가님께 늦어질까 조마조마했었고 찾아들어와 읽어주시는 분들에게 시간이 아깝지 않았으면 좋겠다, 한회 한회 실수없이 해야겠다 작가로서는 품이 많은든 작업이었습니다. 5달동안 오자가 딱하나 있었는데요. 그날바로 댓글이 올라오는데..의도적인 건가요? 하는 질문이 많았어요 실수였다고 제가 댓글올린 기억이 떠오르네요. 즉각적인 반응들이 인터넷연재의 장점이고 부담이기도 했습니다. 질문: 하필 '속물'을 이야기한 이유는? 대답: 웬지 자기자신을 고백해만 할 것 같은데..자기를 괴롭히는 문제에 대해 이야기 할 수 밖에 없는데요. 작가 역시 이슬만 먹고 사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스스로 속물성에 대한 고민이 있을수 있습니다. 작년 봄에 대학내에 있는 카페를 가게 되었는데..제가 학교를 다닐적에는 교내에 이런것들이 공격적으로 들어오진 않았어요. 교문바깓에 있었고 돈도 많지 않았기때문에 많이 즐기지 못했는데..요즘은 안그런것 같더라고요. 수많은 아이들이 그곳에서 즐기는 모습을 보면서..'돈이 없는 아이들은 어떡하지?' 젊은 세대들이 돈이 있고 없고에 따라 누릴 수 있는 것들이 너무 다르구나..삶의 질이 달라질수도 있구나..어쩌면 속물성에 가장 극심하게 노출되는 나이 로구나..하는 생각을 하다가 이작품에 대한 구상을 하게 되었습니다. 땅에 발을 딛고 사는 사람이다 보니까..불쑥 불쑥 저도 그런 욕심이 생길 때도 있습니다.
질문: 최고의 속물은 누구라고 생각하세요? 대답: 세상은 부유한자와 가난한 사람들이라는 이분법이 아니라 회의하는자와 회의하지 않는자로 나뉘는것 같습니다. 차라리 완전한 속물이라면 다행일텐데..불완전한 속물이기때문에 삶이 더 외롭고 힘든것 같습니다. 자기 삶에 대해 반성할수 있느냐..최소한의 회의하는자에 의해 세상이 비루하고 이기적이긴 하지만 세상은 변화하고 진보하는 것 같습니다. 최고의 속물은 이런 최소한의 책임도 회의 없는 사람인것 같습니다. 질문: 제목을 '거룩한 속물들'이라고 하신 이유는? 그리고 책에서 말하지 못한 또다른 메세지가 있다면? 대답: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기도 한데요. 속물이라는 말앞에 거룩한을 붙임으로써 역설적인 의미가 될수도 있구요. 그냥 문장 그대로 속물자체가 거룩하다는 의미로 이해하시면 될것 같습니다. 거룩하다는 의미는 종교적으로 숭고하다는 뜻인데요. 속물성의 입장에서 본다면 속물성에 몸을 던져버리고 욕망을 따라가는것..자체가 거룩하다는 것이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대답은 작가도 가지지 못합니다. 우리는 속물에서 벗어나기가 힘듭니다. 개미굴속에 개미를 들여다보듯 온갖 군상들을 들여다 보고 싶었어요. 비판도 동조도 하라는것이 아니고 정말 원하는 것을 잃어버리고 타인들의 흐름에 따라가는것이 나쁘다는 것이죠. 자기가 진정으로 원하는것이 무엇인지를 찾으라는 것이죠. 질문: 다음작품은 언제가 될지..해보고 싶은 작품이 있으신지요? 대답: 정신적 육체적으로 지쳤어요. 작가도 채워야 잉여가 있고 그게 작품이 되는 건데요. 지금 당장은 쉬면서 채워나가고 싶어요. 다음 작품은 퓨전+리얼리즘이 병행된 작품을 써보고 싶어요. '거룩한 속물들' 속편을 얘기하시는분들도 있는데 영화든 책이든 속편은 다 별로인것 같아요. 마흔넘어서는 역사소설을 써보고 싶은데요. 잠깐 역사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곳에서 일한적이 있는데...공부를 많이 해야하겠지만 꼭 해보고 싶은 작업입니다. 저는 책은 매일 읽고 글은 가끔 씁니다. (일동웃음) 미친듯이 몰아서 쓰는편인데...소설은 노동이구나..실감이 납니다. 등단하기 전에 원주 토지문학관에서 지낸적이 있는데 매일 세끼 밥이 나와요. 저는 밀가루 음식을 좋아하는데.. 한번도 안나오는거에요. 밥해주시는 아주머니한테 국수가 먹고 싶다고..투정도 부렸는데요. 박경리선생님이 작가는 밥심으로 글쓰는 거라고 꼭 밥을 해주라고 하셔서 국수는 안한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때는 그의미를 몰랐는데 지금은 이해가 갑니다. 독자들의 질문지에 일일이 성의껏 대답도 해주시고 사인도 해주신 작가님..많이 채우시고 많이 쌓으셔서 담에 좋은작품으로 탄생되길 바라겠습니다.
피부색으로만 억압받고 멸시받는 시대가 완전히 끝난것은 아니었다. 세계인구의 반인 여자의 불평등도 아직 여전하다. 하물며 흑인여성으로서 1928년에 태어나 자아를 잃지 않고 당당히 살아간다는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처럼 보였다. 세살 때 부모의 이혼으로 인종차별이 심한 아칸소 주 스탬프스의 친할머니집에서 자라야 했던 흑인 여자아이의 삶은 생각만으로도 암울해진다. 왜 못된 남자들은 여린 꽃잎을 짓밟듯이 어린아이를 성폭행하고 평생 가슴에 멍에를 안고 살아가게 하는 것일까. 오프라 윈프리가 그러했고 저자인 마야 안젤루가 그러했으며 지금까지도 많은 여자아이들이 희생되고 있다. 순간의 쾌락을 위해 저지른 죄가 한사람과 그의 가족들에게 평생 어떤 굴레가 되는지..그들은 알기나 할까. 이책은 아들 하나만 낳은 저자가 세상의 모든 딸에게 보내는 메세지이다. 비록 이혼의 상처는 있었지만 훌륭한 사업가로 부를 일군 어머니에게 기댈수도 있었다. 그녀는 이미 열여덟살에 아들을 얻은 어리고 가난한 미혼모였고 자신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때문에 힘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독립적으로 살겠다고 결심했고 실제로 성공했다. 열정이 넘쳐 요리사, 댄서, 가수로 전세계를 떠돌며 살게 된 그녀의 아킬레스건은 바로 할머니에게 맡겨진 자신의 아들이었다. 무엇때문에 이렇게 바쁘게 살아야 할까 정작 사랑하는 아들은 보살피지도 못하는데...그녀는 낙담했고 공황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대제국 미국은 소심하기가 이를데 없어 자신들의 편의를 위해 끌고간 흑인들에게 인색했고 1920년이 되어서야 선거권을 부여했으며 흑인들에게 좀더 보수적이었던 남부에서는 1960년대에서야 참여할 수 있었을만큼 흑인의 인권은 형편없었다. 자유의 나라라는 미국은 오히려 교육의 기회도 지배계급으로 진입할 수 있는 기회도 주지 않으려 했다. 그런 와중에 당당히 자신의 존재를 확인시키고 찾아가는 그녀의 여정은 아름답고 씩씩하다. 결국 웨이크포리스트 대학의 종신교수로 수많은 분야에서 빛을 발했던 그녀가 지구의 모든 딸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 적극적으로 사랑하고 솔직하게 나를 드러내되 천박하지 말아라. 어디에 누구와 있든 주눅들지 말고 친구로 만들어라. 물론 세상은 여자들에게 친절한척 하지만 결코 자신들의 영역을 다 내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푸념은 하지 말아라. 푸념은 가까운 데 먹이가 있다는 걸 사나운 짐승한테 알려주는 것 밖에 안되거든. 죽기 전에 이세상을 위해 뭔가 근사한 일을 하는 것도 잊지 말고. -11p 그녀가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말은 이것이었을 것이다. 부당하고 억울한 시대를 온몸으로 헤쳐온 그녀가 하는 말이기에 더 가슴에 와 닿는다. 코와 젖꼭지와 혀에 피어싱을 한 실험정신이 강한 세대들에게 자식들이 어쩌다 거기에 구멍이 생겼냐고 물어보면 변명할 거리를 미리 준비하라는 어쩔 수 없는 7순의 할머니의 꾸짖음이 느껴져 슬며시 미소짓게 된다. 늙어가는 그녀의 말이 여전히 반짝거리는 것은 아무 장식없이도 스스로 빛났던 그녀의 삶때문이다.
중국(中國)의 공식 명칭은 중화인민공화국이다. 거대한 땅덩어리와 세계최고의 인구를 가진,세계의 중심이 되겠다는 야심찬 나라이름처럼 세계의 중심에 우뚝선 나라가 되었다. 삼국지는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의 호걸영웅들의 이야기이며 수많은 나라들이 흥망성쇠의 역사서이다. 이 수많은 나라와 영웅들이 사실은 중국이라는 거대한 울타리에 있었다고 생각하면 중국은 동양최고의 나라이며 지금은 전 세계의 자원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여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는 그야말로 거대한 용의 나라가 되었다. 단순히 자원을 소비하는 나라가 아닌 지구촌의 필요물자를 생산하는 공장이기도 하다. 과거에 우리나라가 담당했던 역할이 중국으로 넘어가면서 값싼 노동력과 효율높은 생산력으로 급격하게 부(富)를 쌓아가고 있는 무서운 나라로 자리잡고 있다. 현재 세계의 판도를 장악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지도자라면 결국 거대한 지구촌의 촌장과도 같은 의미가 된다. 과거 치열한 권력다툼과 혁명의 피비린내를 풍기고 모택동이 중국의 기틀을 세우고 등소평이 과도기의 중국을 명분과 실리로 잘 이끌어 왔다면 지금의 후진타오는 공산당이라는 집약적이고 보수적인 정신과 중화민족의 자부심을 살리면서 자본 주의의 번영을 교묘하게 버무려 번영으로 이끄는 지도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아마 후대의 역사가들은 후진타오를 도약을 기틀을 만들어 비상의 날개를 달아준 지도자라고 평가하지 않을까. 마치 우리가 70년대 새마을운동을 통해 번영의 기틀을 이루었듯이말이다. 노력하는 사람과 운좋은 사람중에 누가 우선이냐고 묻는다면 단연코 운좋은 사람이라고 대답할 만큼 타고난 운수는 한사람의 운명뿐아니라 자신이 속한 나라와 전세계에 이르기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그동안의 역사를 통해 너무도 잘알고 있다. 하지만 후진타오는 타고난 운도 좋았지만 끊임없이 노력하고 인내하는 양수겹장의 명장이다. 중국뿐만 아니라 세계의 명문대인 칭화대의 수리학과를 졸업하고 엔지니어로서의 꿈을 이루고자 했으나 자신과의 뜻과는 다르게 문화혁명의 소용돌이속에서 자연스럽게 공산당에 입문하고 정치가의 길로 들어선 과정을 보면 마치 예정된 시나리오가 있어 마침 품성좋고 능력있고 노력하는 한 사나이가 차곡차곡 길을 밟아온것과 같은 여정이 잘 그려져 있다. 권력을 차지하고 유지하기 위해서 한때는 억압과 폭력이 용인되고 어쩌면 더 효과적으로 느껴지던 시절이 있었다. 물론 지금은 겸손과 미덕의 후진타오같은 지도자가 각광받는 시대가 되었다. 당연히 그시대가 필요로 했던 인물들이 나라를 이끌어 왔으며 그 순리를 따르지 못한 나라들은 멸망하거나 후진국으로 낙오해야 했다. 우리의 역사를 되짚어 생각해보면 지금의 중국과 많이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면에서 중국의 몇백분의 일의 자원으로 성공한 우리나라가 새삼 자랑스럽기도 하다. 이웃을 잘만나야 한다는 말처럼 바로 이웃한 중국의 상황은 우리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칠수 있으므로 단순히 중국의 지도가가 누군지가 남의 나라의 먼산보기일수가 없는것이다. 어린나이에 최고의 학부만을 이수한 명석한 두뇌와 어머니를 대신하여 가정을 이끄는 성숙함에 항상 먼저 생각하고 신중하게 행동하는 지혜와 늘 겸손하고 대중과 함께 호흡하는 그의 리더십에 감명받았고...정치가로서 티벳의 독립 시위를 무력으로 진압한 악역을 맡기도 했다는 그의 과거에...안타깝고 씁쓸한 마음이 들면서도 세계최고의 지도자를 향한 그의 야심이 느껴져서 환하게 웃고 있는 그의 얼굴이 새삼 무섭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단순히 겸손과 미덕으로만 세계최고가 될수는 없었을것이다. 자신의 야망을 위해 고유의 품성을 포기하였든 숨겨진 냉혹함이 발현되었든 그가 중국의 지도자가 되기위해 준비하고 기다린 시간들은 절대 낮게 평가할수 없다. ’미래 중국의 지도자로 커나갈 청년 간부라면 언제나 반듯한 삶의 태도를 가져야 합니다. 명예욕에 들뜨지 않으며, 간부라는 폼을 잡지 않고 인민대중과 눈높이를 맞춰 마음을 나눌수 있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실속있는 성과를 추구하고 인민대중에게 헌신하며 언제나 현실을 이해하는 것을 기본 자세로 삼아야 합니다.’-202~203p 아마 자신이 이렇게 살아왔기 때문에 당당히 말할수 있었을 이말은 그를 가장 잘 표현한 말이기도 하다. 그렇게 그는 원만하면서도 치밀하게 준비해온 대단한 야망가라는걸 알수 있다. 자신이 쌓아온 성을 잘 지켜주기를 바라는 성주의 마음처럼 차기의 후계자를 키우고 있다는 후진타오는 저자의 말처럼 재능인 칼과 겸손의 칼집을 가진 지도자임은 틀림이 없다. 제나라의 역사와 정치도 골치아파하는 요즘사람들에게 부상하고 있는 중국의 역사와 정치가 에 대한 이야기를 재미있고 이해하기 쉽게 풀어놓은 이책은 청소년뿐만 아니라 리더가 되고자 하는 모든사람들과 현재를 살고 있는 세계인 모두가 주목해야 할 책이다. 더구나 세계를 휘어잡고 있는 정,제계의 리더들의 육성이 담긴 '명연설 베스트 6'의 CD까지 들어있으니 때때로 느슨해진 삶을 이연설을 들으며 단단히 조여봐야겠다.
누구나 가슴속에 사막이 있다. 한때는 커다란 산이었을지도 모를 모래가루가 쌓여 다시 산이되는 그런 사막! 세상 어떤 문명의 이기로도 손쉽게 건널수 없는 그곳에는 오로지 낙타만이 어떻게 사막을 건너야 하는지 알고있다. 사나운 바람으로 길이 묻혀도 그네들은 바람의 냄새만으로 혹은 태고적 기억으로 용케 내가 건너야 할 그고비를 묵묵히 건너게 해주는 안내자이다. 자신의 몸과 혼을 나누어 태어난 아들에게 몽고의 사막땅을 건너 흉노가 그렸다는 암각화를 보여주겠다고 약속한 아버지가 열여섯해를 살다 하늘도 떠나버린 아들과 함께 떠난 기행문이다. 아니 치유되지 못한 아픔을 이기고 보내지 못한 아들을 떠나보내는 진혼굿이고 씻김굿이다. 다른 아버지보다 달랐던게 있었다면 밥이 안되는 글을 쓰고 상금 5천원을 걸고 어린 아들과 국토대장정을 감행했던 무모하고 용감했다는것 밖에...그의 아내의 말처럼 철이 덜난 남자였을 뿐이다. 오히려 다른 어떤 아버지들보다 아들과 소통한다고 믿었고 그녀석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자상한 아버지였다. 그런 그에게 어느날 끔찍하게 지하철에 몸을 던진 아들의 소행은 그의 옆구리에 높은 절벽을 만들었다. 때로는 유체이탈을 하듯 공중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일들이 생겼고 끊임없이 그 절벽에서 몸을 던지는 상상에 빠졌다. 그리고 손톱을 세워서라도 절벽을 긁으며 다시 올라오기위해 테비시로 향한다. 미술을 하고자 했던 아들녀석과 꼭 함께 가겠다고...녀석이 죽기 열흘전 약속했던 그곳으로 말이다. 어린왕자는 사막이 아름답다고 했지. 우물이 숨어 있어서...하지만 몸밖의 사막이든 몸안의 사막이든 결코 아름답지만은 않다. 노을지는 어느 한때 별이 쏟아질것 같은 깜깜한 밤에 잠깐 아름답다고도 생각했지만 뜨거운 한낮의 태양앞에서는 낙타보다도 못한 인간임을 뼈저리게 느끼게 하는 가혹한 땅이었다. 가지 않으면 도저히 평생 아이를 놓아주지 못할것 같아서 아비는 죽은 아들녀석을 불러내어 같이 사막을 건넜다. 분명 존재하는데 존재하지 않는 그아이는 여전히 아비를 시시하게 여기고 MP3에 몸을 흔들거리는 보통의 아이이건만 제나이에 비해 허영이 너무 컸어. 윤활유같은 허영정도였다면 지금쯤 너는 밤늦게까지 학원으로 뺑뺑이를 도는 여느 아이들과 다르지 않게 아비의 곁에 있었을 것을...아비역시 목숨걸고 건넜던 그 황량한 사막땅을 뒤로하고 결국 너를 만났잖니...너도 언젠가 너를 닮은 아들녀석을 가질 수도 있었을텐데.. 너무 무심했을까. 꼭 그길이어야만 했을까. 아비는 듣고 싶었다. 왜그랬냐고. 후회스럽지 않았냐고. 너를 사랑했던 가족들과 헤어져 그곳에 가니 더 행복하냐고...하지만 아비는 많이 묻지 못했고 아이는 적은물음에도 대답이 없었다. '이 고비를 넘으면 바람에 날려가는 모래먼지처럼 내 생의 모든 기억이 사라졌으면 좋겠다.'-175p 나역시 시간이 모든 기억들을 지우고 아비와 아이의 소망처럼 생을 리셋하고 싶다. 아비가 살았던 역사의 소용돌이가 할퀴고 지나간 상처가 너무 깊었다. 허무하게 보내버린 사람들에 대한 기억도 버려졌던 어린시절의 슬픈 기억도 낙타를 불러 하늘도 떠난 아이와 함께 그렇게 사라졌으면 좋겠다. 입속에서 서걱거리는 모래를 내 뱉으며 이제는 단단한 땅위에 서서 이렇게 외쳐주었으면 좋겠다. '초원에선 그 누구도 미래를 알 수 없어. 그저 현재를 열심히 사는거지. 우리는 언제나 불안한 시간 속에서 살지. 죽음은 삶처럼 흔하니까. 그게 자연이고.'-38p 죽음처럼 깊었던 어제로는 떠나지 못한다는 걸 깨달은 아비가 정신을 차려 이렇게 큰소리로 외쳐 주었으면 좋겠다. '개찬타 개찬타 개찬타..' 그의 황량한 영혼을 치유해주는 주문을 외우면서 그를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