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모든 것을
시오타 타케시 지음, 이현주 옮김 / 리드비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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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리뷰입니다.



초등학교 6학년인 아쓰유키 소년이 납치되었다. 범인들은 아침까지 2천만엔을 준비하라는 전화를 걸어왔다. 수입가구점을 운영하는 아버지 히로유키의 수중엔 그만한 현금이 없었다. 경찰이 두입되었고 요구하는 돈보다 적긴하지만 소년의 어머니는 경찰의 지도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순간 또 다른 곳에서 4살의 료라는 소년이 납치된 것이다.

소년의 어머니는 아이를 방임한 채 제멋대로 사는 여성으로 건강식품회사를 창립하여 운영중인 아버지 기지마 시게루는 연간 매출 1천억앤을 이상을 자랑하며 진두지휘중이었지만 딸인 히토미와은 절연중이었다.

시게루의 신고로 경찰이 투입되었지만 아동동시유괴라는 전대미문의 현실앞에서 피해자들도 경찰들도 당황하기 시작한다.



경찰들은 둘로 나뉘어 각자 돈을 준비한 보호자들을 범인이 지정한 곳으로 갈 수 있도록 보호하며 뒤쫓지만 결국 실패하고 만다.

6학년 아쓰유키군은 찾았지만 류군은 나타나지 않았고 돈도 가져가지 못했다.

경찰들과 기자들은 낙담하고 사건은 묻혀졌다. 하지만 유괴사건 이후 3년만에 류군이 나타났다. 7살이 되어 자신의 조부모댁에 나타나 자신을 키워달라고 말하면서.



이 이중유괴사건은 담당경찰이나 기자들에게 큰 아픔을 준 채 묻혀있다가 당시 담당 형사였던 나카자와의 죽음으로 다시 물밖으로 존재를 드러낸다.

30년동안 나카자와는 그 사건을 잊지 않았던 것이다. 일부러 시간을 내어 그 사건의 조각들을 수집했고 죽기전 자신의 상사였던 형사에게 자신의 노트를 전한다. 그리고 건담모으는 취미가 같았던 기자 몬덴은 장례식장에서 만난 나카자와의 동료, 후배형사들에게 뜻밖에 이야기를 듣게 된다.



최근에 발간된 사진 주간지 '프리덤'에 등장한 수수께끼 화가의 기사에 유괴되었던 소년 '류'가 소개된 것이다. 류는 조부모와 함께 살다가 조부모가 죽자 이후 사라졌었다.

그런 류가 다른 이름의 화가로 활동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류가 조부모의 집에 돌아온 후 엄마 히토미와 살던 때보다 훨씬 예의바르고 건강하게 자란 모습을 보고 '아이는 낳은 정보다 기르는 정이다'라는 말을 했었고 그 말을 기억하는 여형사의 말이 있었다. 과연 류는 유괴범에게 유괴된 후 어디에서 자란 것일까.

히토미같은 엄마를 만나 어린시절을 고통속에 보내던 류는 유괴이후 오히려 더 바르게 잘 자란 소년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능력이 보였던 그림으로 수집상과 갤러리쪽에서는 이름난 화가로 알려졌었다. 다만 이름을 바꾸고 숨어살다시피 한 것이었다. 왜 그런 삶을 선택했을까.

사실 두 아이의 동시유괴는 경찰의 수사를 호트리려는 범인들의 작전이었다.

우연히 이 사건에 휘말린 선한 사람들과 소년들의 시간들이 서서히 밝혀지고 이 사건을 쫓던 몬덴은 과연 이 진실을 기사화할지 어떨지 고민하게 된다.

내용이 긴 편이라 긴 호흡을 준비하고 책을 펼쳐야한다.

그럼에도 두 유괴사건을 쫓는 과정에는 당시 재능이 있음에도 고개를 숙이지 않으면 빛을 발하기 어려운 미술시장의 권력과 비리가 들어있기도 하다.

류가 중학교때부터 사랑했던 리호와 재회하고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장면에서는 코끝이 찡해진다. 소설이지만 류와 리호의 사랑이 모든 아픔을 덮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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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틈새
마치다 소노코 지음, 이은혜 옮김 / 하빌리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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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리뷰입니다.



인간의 삶은 스스로의 선택이 아니다. 운명처럼 이승에 왔다가 공평하게 다시 돌아가는 것이 죽음이 아닌가. 스스로 마지막을 선택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그것 또한 선택이 아니다.

예정되어있던 수명대로 살다가는 것이 아닐까.

이 소설은 가족장을 전문으로 하는 게시미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우리나라와는 장례문화가 많이 달라서 낯설기는 했지만 고인에 대한 마지막 인사는 더욱 애틋한 것 같아 이런 장례식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시미안 장례지도사중 막내인 미나는 스물 둘에 시작하여 이제 9년차에 접어들었다.

어떤 죽음도 슬프지 않은 것은 없겠지만 가장 친한 친구의 죽음을 맡는다는 것은 슬픔을 넘어서 두려움까지 들 것이다. 미나는 신인상까지 받았지만 이후 이렇다할 작품을 쓰지 못했던 작가 나쓰메의 자살로 그 두려운 일을 맡게 된다.



나쓰메가 신인작품상을 받았던 소설 '섬광에 그을린 여름'은 성매매 업소에서 일하는 여성의 이야기였다. 가공적인 이야기가 아니고 실제 나쓰메의 이모가 겪어던 실화!

수상이후 작품에 별 진전이 없었던 나쓰메는 그녀의 이모처럼 성매매업소에서 일했고 어느 날 단골고객과 함께 자살해버리고 만다.

그 마지막을 제일 친한 마나에게 부탁하다니. 마나는 충격과 슬픔에 절망했지만 나쓰메의 부탁처럼 나쓰메의 마지막을 잘 지켜준다.



마나에게는 사랑하는 남자친구가 있지만 마나의 직업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결혼하려면 회사를 그만두라고 한다. 하긴 시체를 다루는 일을 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마나는 자신의 직업에 자부심을 느낀다.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을 하려면 그 일을 그만둬야 한다. 과연 마나의 선택은 무엇일까.



결혼과 출산이후 섹스리스 부부가 된 여자, 보잘 것 없는 부모밑에 태어나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한채 학교폭력까지 당했던 비운의 남자.

게시미안 장례식장의 사람들은 모두 각자의 아픔을 지니고 있다.

손님들 역시 사랑하는 사람의 마지막을 지켜야하고 누군가는 과거로부터의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불행을 견디고 있다.

우리는 모든 것을 다 얻을 수는 없다. 놓치고 싶지 않은 것들을 빼앗기거나 잃는 일이 더 많다. 그런 현실을 가장 극렬하게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장례식장이 아닐까.

게시미안에서 벌어지는 삶과 죽음의 모습에서 가슴속에 파장이 일어나는 것이 느껴졌다.

때로 감동스럽고 때로 아픈 그런 파장들...새해가 시작되면서 삶과 죽음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들게했던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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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추리소설 필독서 50 - 셜록 홈즈부터 히가시노 게이고까지, 추리소설의 정수를 한 권에 필독서 시리즈 26
무경 외 지음 / 센시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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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문학이라는 신세계를 접한 계기는 바로 추리소설이었던 것 같다.

그 시절에는 책이 귀했었고 아이들은 주로 만화책을 즐겨 읽었었다.

특히 소년중앙, 소년동아같은 잡지책들이 특이 인기가 있었는데 그 속에 연재되었던 소설들이 거의 추리소설이었던 것이다.



가장 나를 휘어잡았던 탐정물은 바로 홈즈와 왓슨, 뤼팽이었고

아주 나중에 아가사 크리스티의 작품들을 읽었다. 그리고 중학교무렵이었나 우리나라 작가인 김종성의 작품들을 만나면서 추리물의 선진국이라고 생각했던 일본작품들은 능가하는 기분이 들어서 무척 행복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베이커가 221B 2층'이라는 주소는 지금도 내 머릭속에 각인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영국에 분명 그 주소가 있을 것이란 믿음도 여전하다.

그 하숙집의 여주인도 떠오르고 홈즈의 파트너 왓슨의 무던함도 또렷하게 기억한다.

내가 가장 사랑했던 추리물의 주인공은 바로 홈즈였다.



그리고 드문 추리물 세계에서 압도적 존재로 나를 흥분시켰던 아가사 크리스티!

그녀가 남편과 불화하고 세상에서 사라져버린 사실을 알고는 뼈속까지 미스터리작가란 생각이 들었다. 빛나는 그녀의 작품을 먼저 만나고 그녀의 사진을 만나면 너무 평범해서 조금 실망스러울 정도였다. 이후 내 추리물 사랑은 자연스럽게 일본작품으로 넘어갔다.

미야베 미유키, 마스모토 세이초, 히가시노 게이고, 오쿠다 히데오등등..



노벨문학상을 탄 일본작가는 2명이나 나왔지만 우리나라는 작년에서야 한강작가가 수상의 영광을 가졌다. 정말 너무 행복했다. 문학의 수준은 사실 우리가 훨씬 앞선다고 자부하는데 다만 추리소설부문은 아쉬웠던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김성종작가가 있어 너무 든든했는데 작품이 더 이상 나오지 않고 있어 아쉽다.

해운대 달맞이고개 부근에 추리문학관을 세우고 여전히 건재하다는 사실에 감사한 마음이다.

그래도 추리소설은 제법 읽었다고 자부했는데 여기 소개된 필독서중 내가 읽은 것은 3분의 1도 되지 않아서 놀라웠다. 그리고 처음 들어본 작가도 있었다.

자주 가는 도서관으로 달려가 놓친 필독서를 꼭 읽어볼 예정이다.

2025년 새해 초, 새로운 미션이 생긴 것 같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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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행복일지도
왕고래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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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행복을 꿈꾼다. 하지만 자신이 지금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아마 행복보다는 불행, 혹은 아픔, 고통 같은 부정적인 감정에 더 휩싸여있지는 않은가.

그래서 행복은 내가 잡을 수 없는 저 건너편 무지개처럼 아련하기만 하다.



비슷한 환경에 살면서도 유독 민감하고 혹은 둔감한 사람이 있다.

불평, 불만에 감정을 소모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저자가 말한 것처럼 심각한 문제가 생겼는데도 하면 되겠지 하면서 잘 넘어가는 사람이 있다.

'회복탄력성'이 좋은 사람이라는데 나는 이 감정은 어느정도 타고난 천성이라고 생각한다. 같은 문제를 두고도 서로 다르게 반응하는 성격이 행복과 불행을 가르는 잣대가 되기도 하지 않을까.



예전에 비해 유쾌한 일이 적어졌다. 세상일이 다 시들하고 하다못해 입맛까지 변해버린 것 같아 서글퍼졌다. 그저 노화겠거니 생각했더니 건강상의 문제일지 모른다는 말에 정신이 번쩍 든다.

단순히 기분의 문제가 아니고 몸 어디가 고장나고 있는 것인가.

만약 몸뚱아리 어디가 문제가 생기고 있다면 검진을 받으면 알아질테지만 정신적인 문제라면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가. 극복하려고 하는 의지는 아직 남아있는걸까.



저자는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가져보라고 권한다.

하긴 그동안의 삶속에 온전히 나만 위하는 시간을 가져본적이 있었던가.

지나온 내 삶이 덧없이 느껴진다. 외롭다는 감정은 누구에게나 있는 감정이고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외로움'을 '고독'으로 승화시켜 생각해보라는 말에 눈이 번쩍 뜨이는 느낌이었다.

고독은 고상하지 않은가. 확실히 외로움보다 차원이 높은 멍때리기같은 것.



굶어 죽는 사람은 점점 줄어들고 있고-과거보다 풍성해졌고-

몸을 많이 쓰지 않아도 대신해줄 기계들은 넘쳐나고 있고

버튼 몇 번만 누르면 알고자 하는 지식도 금방 내 것이 되는 세상이다.

너무 편해서 극복해야할 문제들이 너무 없어서 나는 행복하지 않은지도 모르겠다.

'이따금 몸에 힘을 빼고 눈에 보이는 대로 감각이 느끼는 대로 바라보면 어떨까' 하는 조언에 마음이 좀 무뎌지는 것 같다.

눈을 감고 힘을 빼고 무념의 시간으로 빠져볼까나. 정말 어쩌면 조금은 다른 것들이 보일지 모르겠다고 기대해본다. 내 마음을 어루만지는 어떤 것. 이 마지막 말이 찐 아닌가. 작지만 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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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더 귀하다 - 아픔의 최전선에서 어느 소방관이 마주한 것들
백경 지음 / 다산북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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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가입도 안해준다는 직업, 소방관! 너무 감사한 분들이지만 내 가족중에 소방관이 있다면 나는 매일 매일 불안한 마음으로 살아갈 것 같다.

미국에서는 가장 존경받는 직업이라는데 어찌 보면 가장 힘든 일을 하는 소방관들은 몸뿐만이 아니라 마음도 많이 힘들 것 같다.



불이 나거나 생명이 위급한 현장에 출동해야 하는 소방관들중에는 정신적인 장애를 겪는 분들이 많다고 한다. 어찌 안그렇겠는가. 주로 참혹한 현장에서 맞닥뜨려야 하는 소방관들이 없었더라면 우리 사회는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소방관을 폭행하고 막말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보도를 보면서 생각없는 인간들에게 화가 치밀어오르기도 한다.



그중에서도 주취자의 만행이 너무 많아서 기가 막힌다.

소방출동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고 수시로 전화를 하고 사적인 일들을 시키려는 한심한 인간부터 혼자서도 충분히 움직일 수 있음에도 자가용처럼 부리려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니 정말 소방관이란 직업은 간, 쓸개 다 빼놓고 일해야만 버틸 수 있을 것 같아 너무 안쓰러웠다.



특히 위급한 상황을 맞아 가장 많이 출동하는 곳이 어렵게 사는 노인들이란 말에는 우리 사회의 잘못된 구조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누군가는 잘못을 하고도 너무 당당해서 누군가는 잘못을 하지 않았음에도 너무 주눅이 들어서 저자 자신도 때로 울분이 치솟고 때로는 후회의 시간을 가졌다는 고백에 절로 공감의 마음이 들었다.



구하지 못한 사람들에 대해 너무 마음의 짐을 만들지 않았으면 한다.

최선을 다했고 당신때문에 구한 생명에 대한 감사함이 더 크니 어둔 기억을 지워버리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꼭 안아주고 싶다.

출동현장에서 느끼는 착잡한 심정들이 혹여나 마음의 병으로 남을까 걱정이다.

실제 출동현장에서 생명을 잃거나 다치는 소방관이 얼마나 많은가.

몸도 조심하고 마음속 부담감도 덜어내길...간곡하게 맘을 전해본다.

당신들이 있어 우리가 좀더 안심하고 살아가는 것이라고, 당신이 얼마나 귀한 사람인지 우리곁에 있어서 너무 감사하다고 인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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