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퍼
고정욱 지음 / 생각학교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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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 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역시 타임슬립의 소설은 재미있다. 내게도 이런 기적같은 기회가 와준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아 물론 이 소설의 주인공 창식이가 도착한 일제 강점기라면 생각이 좀 다르긴 하다.



중3 창식이는 부모님의 이혼으로 할머니와 함께 지내는 결손가정의 청소년이다.

내부고발자가 되어 회사에서 쫓겨난 아버지는 괴로움을 이기지 못하고 알콜중독자가 되어 가출을 밥먹듯 하고 있고 엄마는 집을 나갔다.

웹툰 그림 그리기가 취미인 창식이지만 이것도 흥이 나질 않는다. 친구인 민식이가 미술 축제에 걸 걸개그림을 그려달라고 부탁하지만 관심이 없다.



폐지를 주워 겨우 생활하고 있는 상황에 집세를 받으러온 주인아주머니의 성화까지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창식은 술먹고 집에 들어온 아버지에게 소리를 지르고 집을

나온다. 그리고 정신을 잃고 도착한 곳이 바로 소월과 중섭과 백석이 살고 있는 시대였다.



평안도 정주에 세워진 오산학교는 현실의 창식이가 다니던 학교였다. 창식은 소월이 숙모가 하는 하숙집에서 소월과 함께 지내는 중이었다.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과거로의 여행이지만 창식이는

시를 잘 쓰는 소월과 백석, 그리고 소 그림을 특히 잘 그리는 중섭과의 만남이 좋았다.

이웃학교인 중앙여고보 학교 여학생과의 만남에서 만난 말순이와 친해지게 되었다.

시나 그림이 조선의 독립과 무슨상관인가 싶었던 창식이에게 예술활동이 대중들과의 정보공유에 큰 도움이 될거란 얘기에 생각을 달리하게 된다.



소월과 백석, 중섭과 창식은 힘을 모아 시화문화제를 기획하고 준비하던 중 말순이 아버지의 부상 전보를 받고 함께 평양으로 향한다. 말순 아버지는 의열단

단원이었고 고문을 당해 입원을 하게 된다. 이후 말순은 다시 정주로 와서 아버지가 하려던 독립운동을 돕던 중 체포되고 만다.

창식과 친구들은 문화제를 하는 날 만세운동을 하기로 결의한다.

왜 하필 창식이는 일제강점기 소월이 살던 시대로 타임스립을 했을까.

현실에서는 살아갈 의미를 느끼지 못했던 창식은 나라잃은 조국에서 살아야 했던 같은 또래의 소월과 백석, 중섭과 말순이를 보면서 많은 것을 느끼게 된다.

현실은 힘들지만 그래도 내 나라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를..

과연 창식은 과거에서 다시 현실로 돌아올 수 있을까.

비록 내가 선택한 곳으로의 여행은 아니었지만 역시 타임슬립의 소설은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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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로 보고 그림으로 듣는 음악인류학 - 불교와 세계종교
윤소희 지음 / 민족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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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에게 음악이 없었더라면 얼마나 삭막한 삶이었을지 상상만으로도 마음이 어두워진다.

아마 인류 최초의 음악은 자연의 소리들이었을 것이다.

바람이 나무를 흔드는 소리, 동물들의 울음소리...그런 것들을 들으면서 자신들의 소리를 내기 시작하지 않았을까.




어디에서 처음 파생되었든 음악은 인류의 여정을 따라 옮겨오고 퍼져나가게 되어 지금의 여러장르의 음악으로 발전되어왔다고 생각한다.

음악 인류학이라는 학문적 입장에서의 해석을 보면 인간에게 있어 음악은 신께 제사를 드리는 종교적 행사나 전쟁을 치를 때 용기를 북돋을 때에 가장 많이 발전한 것 같다.

전쟁을 치룬 이후 위령제에 다시 음악이 필요해지고 먼 타향에서 전쟁을 치뤄야 하는 병사들에게는 고향을 그리는 음악도 필요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 음악의 영향이 가장 많이 필요했던 분야는 아마도 불교였던것 같다.

중국에서 유래된 음악이 고려 때 국교였던 불교에서 부처나 중생을 위한 음악으로 발전되었고 이후 조선에서 큰 꽃을 피웠던 것 같다. 불교를 멀리하던 조선에서 고려가 숭상하던 불교음악 그대로 발전하긴 어려워겠지만 이후 민속음악으로 발전하면서 조금 다른 색으로 이어진 것같다.



어쨌든 인간의 힘, 능력은 위대하다고 다시금 느낀다.

그저 인간의 몸에서 나오는 소리만으로 음악을 느끼는 시대를 거쳐 나름 체계를 가지고 음율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을 보면 곡식의 낱알로 그 음의 길이를 정하였다니 참으로 놀랍지 아니한가.

이 음율의 길이가 여러 나라를 거쳐 나름의 색으로 발전하게 된다.



인도의 음악이 중국의 음악에 영향을 끼치고 중앙아시아, 튀르키예, 이스람 문화에 색을 더한다. 지금까지도 인간들은 서로를 죽이는 전쟁을 계속하고 있다.

그럼에도 서로의 뿌리에는 서로에게 영향을 준 문화가 있음에도 말이다.

단순히 신을 찬양하는 소리와는 다르게 '붓다'의 소리는 깨달음이고 진리의 소리라는 것을 저자는 세계의 종교음악과 불교를 인류학적 관점에서 설명하고 있다.

'음'을 좋아하고 열광하게된 우리나라 사람들의 '소리'에는 이런 뿌리가 있음을 다시 자각하게 된 좋은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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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에서 남편들이 내려와
홀리 그라마치오 지음, 김은영 옮김 / 북폴리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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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살고 있는 남편이 아닌 다른 남편을 만났더라면 나는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될까?

정말 호기심이 팍 당기는 주제이다.

친구 엘레나의 결혼축하모임을 즐기고 집으로 돌아온 로렌은 현관문 계단앞에서 낯선 남자와 마주친다. 전혀 본적이 없는 남자인데 자신의 남편이란다.



그로부터 로렌은 다락방에서 내려오는 새로운 남편들과의 만남이 시작된다.

할머니가 물려준 로렌의 집은 언니와 공동명의였고 결혼후 독립해나간 언니의 지분이 반이었다. 그 집에는 작은 다락방이 있었고 그 다락방에서 첫번 째 남편이 나타난 이후 그 남자들이 다시 다락방에 올라가기만 하면 사라지고 새로운 남편이 내려오곤 했다.

오랜 연인이었던 아모스는 이미 헤어진 후였고 결혼은 한 적이 없었던 로렌은 어쩐 일인지 새로운 남편들이 나타나면 그 남자와의 결혼식이나 에피소드들이 만들어지곤 했다.



그 때마다 집안의 인테리어도 바뀌었고 언니 나탈리나 아래층에 사는 절친 부부 토비와 마리암도 새로운 남편과의 관계를 자연스럽게 인정하고 있었다. 오로지 로렌만 새로운 남편에 대해서 몰랐다. 로렌은 그 때마다 새남편의 정보를 얻기위해 언니나 토비부부,

엘레나, 심지어 엄마나 검색을 통해 정보를 알아내야만 했다.

그렇게 이어지는 새로운 남편들과의 결혼생활. 찌질하거나 변태이거나 도무지 성격이 맞지 않는 남편들은 일찌감치 다락방으로 올려보냈다.



어떤 때에는 두 번 나타난 남편도 있었다. 그러던 중 만났던 미국인 카터와는 정말 잘 맞았다.

하지만 의도치 않게 다락방으로 올라가 사라져버린 카터. 로렌은 오랫동안 카터를 그리워하게 된다.

새로운 남편들이 계속 바뀔 때마다 카터의 SNS를 검색해보면 카터 역시 여자친구가 바뀌었고 행복하게 지내는 모습들이 올라와있곤 했다.




재벌인 남편을 만나 호사도 누려보고 무능한 남편때문에 마이너스 통장을 써야할 때도 있었다.

섹스역시 잘 맞는 남자도 있었다. 하지만 계속 붙들어두고 싶은 남편은 나타나지 않았다.

로렌은 이제 새로운 남편을 만나는 일에 지쳐갔지만 혹시 다음 남편이 더 괜찮은 남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다락방으로 남자들을 올려보내곤 한다.

그중 다락방에서 내려오다 굴러떨어진 젝은 치료때문에 일찍 돌려보내지 못했다.

특별히 나쁘지는 않았지만 사랑하는 마음이 생기지도 않았다.

절대 다락방에 올라가지 않겠다는 젝 때문에 로렌은 공기총까지 난사하게 된다.

거의 1년에 걸친 새로운 남편과의 여정을 이제 끝내야 한다고 로렌은 생각한다.

과연 로렌이 선택하게 될 가장 마지막 남편은 누가될까.

그렇게 결정된 남편을 다락방에 올려보내는 일이 없도록 하려면 어떤 방법을 써야하나.

정말 재미있는 소설이다. 가끔 전혀 다른 남자와의 결혼생활을 꿈꿔왔던 여자들이라면 이 소설로 대리만족해보면 어떨까. 하지만 가끔은 폭력적이거나 무능하거나 변태를 만날 각오도 해야한다. 불행하게 연쇄살인범을 만나게 될 수도 있지 않겠는가.

그래도 로렌의 이런 여정 부럽기도 하다. 가끔은 행복하고 자주 불행한 로렌의 여정을 마음 단단히 먹고 함께 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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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비밀 강령회
사라 페너 지음, 이미정 옮김 / 하빌리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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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이 있다고 믿는가? 나는 믿는다. 실제 많은 사람들이 신이나 영혼의 존재를 믿는다. 미국에서는 영혼을 불러내는 심령술사라는 직업이 인기가 있다고 한다.

마치 우리나라의 무속인처럼 영혼이 사는 세계과 인간이 사는 세상을 연결해주는 존재, 이 소설에서는 보델린이라는 여자가 강령술사로 나온다.



1873년 파리의 어느 음산한 주택에서 강령회가 열린다. 당대 최고의 강령술사로 알려진 보델린과 그녀의 제자인 영국인 레나가 주최자이다.

살인사건으로 살해된 딸을 불러내기 위해 부모가 연 강령회였다.

하지만 강령회가 시작되기전 런던에서 보낸 편지로 인해 보델린은 충격에 빠진다.


보델린은 파리에 오기전 런던에서 활동을 했었고 런던 강령술 협회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강령활동을 했었다. 하지만 협회에 이상한 소문이 돌면서 협회장인 볼크먼의 권유로 급하게 파리로 떠나온 참이었다. 하지만 편지에는 볼크먼이 살해되었고 범인을 밝히기 위한 강령술을 열어줄 것을 부탁하는 협회부회장 몰리의 글이 적혀있었다.

보델린과 레나는 살인자를 찾기위한 강령술을 열기위해 런던으로 떠난다.

볼크먼은 만성절 전야에 살해되었고 하필 레나의 동생인 에비 역시 그 날 살해되었다.


보델린은 볼크먼을 위한 강령회를 연 이후 에비를 위한 강령술을 해주겠다고 레나에게

약속한다. 그렇게 런던에 도착한 두 여자는 몰리의 안내로 런던 강령술협회 옆 건물에

있는 몰리의 창고에 비밀리에 묵게된다. 강령회를 열려고 하는 사람들은 많았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먼저 떠난 보낸 사람들이 영혼을 불러내어 만나고자 하는 열망이 강했다. 특히 돈이 많은 사람들은 비용도 아끼지 않았다. 덕분에 런던 강령협회의 수입은 짭짤했다. 레나의 동생 에비 역시 신비한 영혼의 세상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실제 여자의 출입이 제한된 강령협회 모임에 남장을 하고 참석하고 부회장인 몰리를 유혹하여 강령협회에서 벌어지는 수상한 흔적들을 모은다. 그러다가 살해되었다.



레나는 처음 영혼의 존재에 대해 부정했었다. 하지만 에비의 죽음이후 여동생의 영혼이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했고 당대 최고의 강령술사인 보델린을 찾아가 제자로 받아달라고 부탁했었다.

보델린은 흔쾌히 레나를 제자로 받아들여 다른 제자보다 더 빠르고 강하게 훈련을 시킨다. 보델린은 레나가 강령술사의 능력이 탁월함을 알아본 것이다.

보델린과 레나는 두 사람의 죽음을 밝히기 위해 조사를 하던 중 실제 런던 강령술 협회의 사기극이 존재함을 알게되고 누군가 더 큰 사고를 일으키고 그걸 숨기기 위해 살인을 저질렀다고 믿는다.

그런 그녀들에게 위협이 다가오는데...

'강령회'라는 단어자체가 이미 신비롭지 않은가. 한 때 많은 사람들이 이런 강령회나 심령회에 빠졌던 시절이 있었다고 한다. 과연 죽은 영혼을 불러내어 살인자를 밝혀낼 수 있을 것인가. 살인자를 찾아가는 추리 상황도 흥미롭지만 정말 영혼의 세계가 있는지를

따라가는 여정도 너무 재미있었다. 저자는 아마도 많은 공부와 검색을 했을 것이다.

마치 과거 런던에서 벌어지는 강령회에 참석한 것처럼 생생한 느낌이었다.

추리물이나 영혼을 믿는 사람들이라면 꼭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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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도 가족에게 휘둘린다
비에나 패러온 지음, 문희경 옮김 / 김영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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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가 없다면 꽃도 열매도 없다. '피'로 맺어진 혈연의 관계라는건 운명이었기에 어떤 뿌리로 내가 태어났나 하는 것은 나의 선택이나 잘못은 아니다.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한 사람의 인생은 어떤 혈연으로 맺어졌나가 결정하는 것같다.




만약 선택이 가능했다면 나는 지금의 내 부모를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내 아이들은 어떤 선택을 했을까. 많은 사람들이 가족에 의해 상처를 받고 평생

트라우마에 시달린다는 사실을 보면서 저자처럼 힘들었던 내 어린시절이 떠올랐다.

불화한 부모사이에 껴서 '착한 아이 증후군'에 괴로웠던 어린 아이!




스스로 안전을 구축하고 그 속에 숨었던 아이, 그리고 불행해 보이는 부모를 위해 착한아이역할을 성실하게 수행했던 아이. 아이는 자라서 자신이 삶이 온전히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비슷한 고통에 빠진 사람들을 돕는 상담사가 된다.

그러고 보면 세상이 아무리 바뀌어도, 환경이나 언어가 달라도 살아가는 모습들은 참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가족이 아니었다면 고통도 덜했을텐데...혈연으로 맺어진 가족간에 상처는 너무 아프다.



심지어 세상을 살아가면서 순간순간 자신을 잃거나 고통에 빠지는 순간들이 자신의 어린시절 트라우마로 인한 것조차 모르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

아니 어쩌면 인정하기 싫어서였을 수도 있다. 저자는 자신의 상처와 아픔을 똑바로 마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게 가장 첫번째 할 수 있는 일이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평생 그속에 갇혀 피를 흘리며 살아가야 한다고...



'이름 붙이기', '목격하기', '애도하기', '방향 전환하기'등 단계별로 트라우마와 마주서는 방법을 조언한다.

저자 자신이 가족으로 인한 트라우마로 고통받은 경험이 있었기에 더욱 와 닿는 조언이다.

누군가는 숨기고, 누군가는 자신의 고통의 원인조차 모르면서 불안하고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다. 자신에게 상처를 준 가족은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모를 수도 있다.

내 부모, 내 아이, 내 형제들에 의해 여전히 휘둘리고 힘들어 하는 사람들에게 큰 힘을 주는 책이다. 저자의 조언대로 일단 자신의 상처부터 마주보자. 그리고 하나 하나 꺼내어 부수어 버리자. 그리고 나도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 일은 없는지 되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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