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러브 홍콩
신서희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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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일국양제(一國兩制) 한나라안에 두가지 체제가 존재하는 중국안의 또다른 나라 홍콩은

동양과 서양이 만나고 구(舊)와 신(新)이 만나고 자유와 보수가 만나는 아주 독특한 도시이다.

아니 도시라고 하기에는 아쉬울만큼 온세상사람들이 다 모여들만큼 울타리도 넓어서

동화속 네버랜드처럼 환상과 마술이 녹아있는 이상향과도 같은 나라이다.

아편전쟁의 아픔속에 영국의 식민지가 되었던 과거의 역사가 오히려 독특한 문화를 이끌어낸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저자의 설명대로라면 미묘한 변화가 곳곳에서 감지되긴 하지만

전세계인의 사랑을 받았던 홍콩의 독특한 색깔만은 잃지 않고 있는 모양이다.

 



 

100년도 살지 못하는 시간동안 지구곳곳을 둘러본다는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직업상 여행을 해야하는 사람들조차도 구석구석 여유있게 다른나라를 이렇게 느껴본다는것은 정말

힘든일이다. 주만간산격인 패키지여행의 기회도 많이 갖지 못한 나로서는 이렇게 제동네 골목길마냥

섬세하게 안내해놓은 여행서를 보면 단지 그 도시를 좋아한다는 이유만이 아닌 사물을 보고 느끼고

찾아내고 제집 안마당처럼 옮겨놓을만한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따로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같은 사물을 봐도 읽어내는 능력이 남다른 작가의 친절한 안내는 가방을 꾸리고픈 열망에 달뜨게 한다.

다만 볼거리 먹을거리가 지천인 홍콩에서 혹시 뚱뚱해진 여인이 쇼핑에 열중하다가 파산직전에 몰렸다는

이야기가 나올까봐 걱정이긴 하지만 말이다.

느긋하게 일주일쯤 즐길수 있다면 좋겠지만 4박5일정도의 현실적인 일정으로 이정도면 결코 틈이 보이지

않을것 같다. 베낭하나 달랑메고 나설만큼 이제 체력도 열정도 사그러진 겁많은 여행자인 나에게 치안도

걱정없고 우리나라에서도 멀지 않으니 어찌 매력적인 여행지가 아닐수 있겠는가.

더구나 저자는 어찌나 꼼꼼하고 알뜰하기까지 한지 호텔에서 무료셔틀버스를 타는 방법에 항공사 할인

쿠폰이용법까지 내 얄팍한 지갑사정까지 챙겨주니 말이다.

 



 

 

향항(香港)이란 이름처럼 이책에서도 아주 독특한 냄새가 솔솔 풍기는것 같다.

맛있는 딤섬의 향기도 즐겨마시는 차의 향기도 그리고 비릿한 바다의 내음도 코끝을 간지르는것 같다.

여자가 행복한 도시...심지어 여자를 섬기는처럼 느껴지는 도시 홍콩에서 뒤늦은 연애라도 시작해보고

싶은것은 혼을 빼앗을만큼 멋있다는 홍콩의 야경만큼이나 강렬한 유혹이 된다.

저자처럼 홍콩사람들의 깊은 정을 느낄만큼의 시간은 가질수 없겠지만 그녀가 안내해준 발맛사지집에서

피곤한 발을 풀어가면서도라도 홍콩을 샅샅이 훓어보고 싶다.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길치라고 겁먹지 말자. 이책 한권이면 돌아올때즈음 뿌듯한 포만감이 느껴질테니까.

그녀의 예언처럼 나도 이책의 마지막장을 넘길 때즘 당장 홍콩행 비행기를 예약하고 싶어 한참동안 몸살을

앓아야 할것 같다. 아 떠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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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보내지 마 민음사 모던 클래식 3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김남주 옮김 / 민음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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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내내 한번도 들은적이 없었던 주디 브릿지워터의 '송스 애프터 다크'의 베이비, 베이비, 네버 렛 미 고우~

애절한 노래가 귓가에 들리는것 같은 환상에 빠졌었다. 나를 보내지 말라고 애절하게 외치는 루스와 토미와 캐시의

음성이 그대로 전해지는것 같았다. 흡사 영화 '아일랜드'를 연상케하는 인간의 장기이식을 목적으로 복제되어온

존재, 클론들의 사랑과 성...그리고 슬픈운명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런류의 영화나 소설을 보면서 인간이 얼마나 이기적이고 끔찍할 수 있는지 자신의 생명을 위해 숭고한 다른 생명을

희생양을 삼는 비열함에 분노가 느껴진다. 생로병사는 인간이 사는동안 누구나 한번은 거쳐야 하는 순리임에도

불구하고 영생을 살기위해 불로초를 찾아 헤맸던 진시황처럼 인간의 끝없는 욕심에 진저리가 나기도 한다.

하지만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가 생명이 다해갈때 이런 방법으로라도 붙잡고 싶어지지 않을수 있는 초연함이

내게 있을까 싶어 비난만 할수는 없는 노릇이다. 죽음이란 인간에게 있어 가장 큰 공포가 아니겠는가.

자신들의 이런 슬픈운명을 알면서 살아가는 또다른 인간들에게 마치 자신들에게 제공될 몸뚱아리만 있고

영혼은 없는 존재인것처럼...어둔 그림자속에 숨겨놓고 싶은 마음은 차마 자신의 잔인성을 인정할수 없었던

인간들의 비겁한 회피일것이다.

퍼즐을 맞춰나가듯 한조각씩 완성되는 결말부분에 다다를때까지도 헤일셤의 존재는 잘 길들여진 복제인간을

생산하는곳쯤으로 여겼었다. 실제 존재가치도 인정받지 못한 복제인간들에게 그나마 '보호'와 '가치'를 부여해주기

위한 공간이었다는것은...교장이었던 에밀리와 마담에 의해 인간으로서의 마지막 양심이 지켜졌다는것은 그나마

큰 위안이 되었다. 그렇게 라도 자신들의 학생을 지켜주고 싶었던 순수한 인간들의 마음이 그들에 의해 확인이

되었으니 말이다. 결국 소문으로 들렸던 몇년간의 집행연기-장기기증집행- 같은건 없다는 절망적인 결과가

마음아팠지만 그들의 기억이 시작된 과거의 어느순간부터 내내 떠나지 않았던 의문들이 그렇게 밝혀진것은

무거운 짐하나를 내려놓은것 같은 홀가분함도 있었다.  이성적이고 성실한 캐시가 '헤일셤'에 대한 환상을

버리지 못하고 혹 그비슷한 곳을 그리워하는 것도 사실 '고향'같은 헤일셤이 그나마 그들을 보듬어 주던 곳이었다는걸

알았기 때문일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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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아무리 이기적인 인간들에 의해 버려진 존재라 하더라도 그들의 세계는 우리와 다를바 없는 숭고한 인격체임을

말하고 싶었을것이다. 아무리 힘으로 눌러도 다른곳에서 솟아오르는 풍선처럼 그렇게 허무하게 사라져 버리는 존재만은

아니라는 것을....그런의미에서 기증자들의 죽음과 고독속에서도 간병사의 일을 훌륭하게 해내는 캐시를 끝까지 지켜주고

싶었던것이 아니었을까. 난 캐시마저 기증자가 되어 무의미한 죽임을 당할까 내내 조바심이 났다.

왠지 그녀만큼은 끝까지 남아서 '나도 당신들과 똑같이 영혼이 있는 사람이라구요'라고 외쳐주기를 진심으로 바랬다.

숙명처럼 죽어가지 말고 적어도 몇명쯤은 그 굴레에서 벗어나 당당한 빛의 세계로 나와주기를 바랬었다.

루스와 토미도 성공할뻔하지 않았을까. 무대인 영국의 날씨만큼이나 어둡고 을씨년스러운 소재였지만

지금도 어디에선가 비열한 인간들에게 무참히 짓밟히고 있을 그들에게도 따뜻한 심장과 심오한 영혼이 존재한다는 것을

기억하게 해준 저자의 연민의 마음이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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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탐 - 넘쳐도 되는 욕심
김경집 지음 / 나무수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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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식은 몸에 해롭다. 또한 과식이나 영양결핍도 몸에 해롭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무조건적인 책읽기가 과연 좋은 일인지
어느 평론가는 문학으로 포장된 지식과 사상과 수많은 언어들에 대한
위험성과 교묘함을 경계하라고도 했다.
책은 탐할수록 좋다 혹은 그렇지 않다? 삶을 세등분으로 나눠 지금은
원했던대로 글쓰며 살고 있는 꿈꾸는 인문학자 김경집의 책사랑에 대한
고백서이기도 하다.
보통 책을 다 읽고나면 뿌듯한 성취감과 숙제를 끝낸후에 개운함이 느껴지는것이
보통이련만 이책을 덮는순간...나는 이제부터 해야 할 숙제가 산더미같은 부담감이
확 느껴졌다. 책을 사랑하는 그가 이야기하고 싶은 책이 어디 이뿐일까마는
소개된 52권의 책중에 읽은것이라곤 고작 두어권뿐이라니..
책이 꽂혀있는 내 책장이 문득 부끄러워진다. 소개된 책을 읽지 못했다는 아쉬움만이
아니라 서점에 보란듯이 누워있는 책들에만 시선을 더 주고 베스트셀러만 읽기에도
헉헉거렸던 내가 저자처럼 변방에 소리없이 꽂혀있는 보석같은 책들을 골라내지 
못했다는 자괴감이 밀려왔기 때문이다.  어느책이든 작가나 출판사의 입장에서 보면
보석같지 않은 작품이 있겠는가. 그 무수한 책밭에서 자신에게 맞는 참보석을 고르는
안목이 내게 있었던가. 아니 그러겠다고 생각이나 한적이 있었던가.

이정도의 안목과 관심을 가지려면 수많은 독서와 자기성찰과 시간들이 필요했으리라.
그가 염려한것은 무조건적인 책탐과 다독이 아니라 할일은 많고 시간은 모자란 
현대인에게 영혼의 속도가 삶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삶이 피폐해지는 일이 없도록
우리의 삶의 속도를 처지지 않게 도와주는 책을 더 많이 느끼고 행복한 책탐이 될수
있도록 가이드 해주기 위해 이책을 쓴듯하다.

’생각이 멈추면 삶도 멈춘다’-299p

책의 궁극적인 목적은 지식이나 즐거움이외에도 결국은 ’자기성찰’이 아니겠는가.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고 즐거움에만 빠지고 끝나는 독서가 아닌 더 큰목적에 도달
할수 있도록 네비게이션이 아닌 지도가 되고싶은 저자의 바램이 그대로 녹아있다.
책을 통해 노래와 듣고 그림도 읽으며 동서양의 문화의 폭도 줄일수 있다.
이 넒은 세상의 모든것을 다 경험할수는 없다. 인생은 그만큼 길지 않기 때문이다.
책을 지도삼아 더듬듯이 찾아나가는 그 과정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무작정 
목적지만을 알려주는 네비게이션으로 전락시키지 말라는 간절한 그의 목소리가
들리는것 같기만 하다.

좀더 빨랐다면 좋았겠지만 더 늦지 않았음을 다행으로 여기며 이제부터 책을 바라보는
내시각이 좀더 깊어지기를...수많은 책밭에서 보석같은 작품을 고르는 시선이 더 
섬세해지기를 되돌아보는 좋은 길라잡이였다.
오늘부터 나는 저자가 그래도 최신작순으로 꼽아놓은-혹시 너무 오래되어 절판이 
되었거나 접근하기 힘들까봐 배려를 하신덕으로- 이책에 소개된 목록만이라도
제대로 읽어볼 참이다. 근데 숙제를 내주신 선생님에게 어떻게 확인도장을 받아야
할지...그것 역시 내몫의 또다른 숙제가 될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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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 피크닉 민음 경장편 2
이홍 지음 / 민음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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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은 21C 한국인들의 욕망이 뒤섞여 도가니처럼 들끓고 있는 상징적인 곳이라고

한작가가 말했었다. 그저 스쳐지나가는 이방인이 아닌 영주인이 되기위해선 입국비자 말고도

깐깐한 필요충분조건이 만만치 않은 대한민국안에 있는 또다른 왕국처럼 견고하기만 하다.

벼락에 맞아죽을 확률보다 더하다는 로또에나 당첨되어야 겨우 입국비자를 받을수 있는곳!

같은 에리어 안에 살고 있다해도 자격미달이면 물과 기름처럼 섞일수 없는 그곳에 기적처럼

진입한 한가족의 '강남인처럼 살아보기 고군분투기'이다.

모범생 큰딸 은영과 로데오거리에 가면 흔히 만나는 신나게 막 살아보기의 전형 둘째 딸 은비와

자신의 정체성조차 알지못하고 방황하는 막내아들 은재의 고독과 방황이 그대로 전해진다.

복권당첨자의 거의 대부분이 거지로 전락한다는 함정에 빠지지 않고 낡긴 했지만 압구정

'한양아파트'에 눌러 앉은것은 그나마 다행인것처럼 보인다.

이혼하고 다른여자와 복권당첨금의 20분의 1일 챙겨 떠난 아버지가 결국 그 덫을 벗어나진

못했지만 성탄절에 토막낸 시체를 나누어 담은 가방을 들고 집을 나선 세남매는 덫에서

벗어나긴 한걸까? 명문대를 졸업하게될 은영은 바늘구멍보다 더 좁은 취업의 문을 통과하지

못했고 건들건들 자신의 젊음을 팔고 사는 방탕녀 은비의 명품가방도 그녀의 빈삶을 빛나게

해주지 못했고 왕따로 자신의 방에 갇혀있는 은재역시 8학군의 혜택과는 거리가 멀다.

국산차보다 외제차가 더 많이 보이고 세계적인 불경기와는 아무 상관없이 흥청거리는

로데오거리에는 마치 바리케이트가 쳐진것처럼 이방인을 밀쳐내고 자신들만의 성처럼

성벽이 완고하다. 차라리 성남에서 로또당첨시간만 기다리고 살았더라면 그들의 삶이

이처럼 피폐해지지 않았으려나. 잡힐지도 모를 장미빛 미래가 실낱처럼 남아있더라면

좀더 자신의 삶이 진지해지지 않았으려나...안타까운 마음에 자꾸 만약에를 생각케한다.

성실하게 한푼 두푼 모아서 이룬 '富'와는 엄연히 다른 '富'를 누리는 사람들에 둘러쌓인

이방인들에게 압구정동은 굴레이고 사냥감을 보고 침을 흘리는 사냥꾼들에게는 그저

'먹잇감'일 뿐이다. 사랑없이 몸을 섞는일이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 되고 코를 높히고 눈을

째는 허구의 공간에서 어찌 삶이 진지하고 풍요로울것인가.

진창에 빠지지 않으려고 발끝을 들고 걷는 사람처럼 어쩌다 스쳐가게 되는 그곳에서

나는 편하게 발끝을 내려놓을수가 없었다. 그들이 막아놓은 바리케이트를 넘을 용기도

없었거니와 넘고 싶은 의지도 이미 상실한채 다리하나를 두고 압구정동의 불빛이 빠꼼히

바라다 보이는 이곳에 자리를 잡은 이유는 혹시나 하는 기대였을까 아님 고고한 선비정신

이었을까. 뻘겋게 숨을 토해내는 수돗물을 마시기 보다 사람냄새나는 강북이 난 편하다.

황량한 성탄절의 밤거리로 나선 세남매의 피크닉이 즐겁지 않은건 아직은 남아있는

그들의 순수와 젊음이 안타깝기 때문이다. 어디에도 숨을수 없는 범죄의 기억을 떨구고

차라리 강을 건너 제몸에 맞는 따뜻한 옷을 입고 이제는 어깨를 펴고 살아주기를 간절히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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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날의 파스타 - 이탈리아에서 훔쳐 온 진짜 파스타 이야기
박찬일 지음 / 나무수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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