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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동전
이서규 지음 / 창해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악마의 존재를 믿는가? 얼마전 상영된 '영화'파라노말 엑티비티'에서는 설명할 수 없는
이상한 현상을 비디오로 촬영하고 악마의 존재가 느껴지는 주인공에게 엑소시즘을
행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과학이 발달하여 우주를 여행하고 인간과 닮은 로봇들이
만들어 지는 문명의 세상에서도 과학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기현상들은 존재한다.
스페인어과를 전공하고 7개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한다는 기자출신의 저자의 작품이어서
그런지 스케일이 크고 세계곳곳의 역사를 넘나드는 정보가 박식하다.
6.25당시 한국은행에서 없어진 은화 15톤에 대한 미스터리를 풀어나가는 과정이
섬찟하기도 하고 진짜 악마는 바로 인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쟁은 인간의 몸과 마음을 황폐화시키고 목숨을 앗아가는 비극의 역사이다.
전후 일본이 그러했듯이 이 비극의 역사속에서도 부를 챙기고 신분상승을 하는
사람들은 있는 모양이다. 전후의 어수선한 틈을 이용하여 고철과 부동산을 사들이고
되파는 전략을 구사하여 부를 축척하는 행위야 무슨 죄가 될까마는..
이과정속에서 벌어지는 범죄의 음모와 억울하게 희생된 사람들이 있다면 그렇게
빼앗은 '부'를 가지고 평생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을까?
'죄는 죄대로 가고 악은 악으로 망한다'라고 어르신들이 말하는 이유를 이책에서 고스란히
알수 있었다. 가장 친한 고향친구를 죽이고 그의 미망인과 결혼하여 서자의 신분에서
해방된 한남자의 욕심과 죄악이 만천하에 밝혀지고 지나간 과거의 죄값을 자신이 아닌
자식과 손녀가 짊어지게 되고 결국 자신의 기억을 어둠속으로 가둔 채 무너져 간다.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인간을 고문하고 살인을 서슴치 않는 인간의 탈을 쓴 악마가
결국 자신이 했던 방법으로 죽음을 맞는 장면에서는 결코 애도의 마음을 가질 수 없었다.
한인간의 잘못된 사상과 욕심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고통과 절망을 주는지
극명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악마의 동전'이나 '복희여왜도'의 그림은 혹시 방사능 물질이 묻어있는 작품이 아니었을까?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기현상들을 보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보았다. 방사능에 노출되면
치명적인 질병과 죽음을 겪는다니..조금은 설명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마지막 부분에 과학적으로 설명이 되는 장면에서도 김수진의 발병과 치유의 과정만큼은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다. 어쩌면 악마가 떠난것이 아니라 더욱 단단히 자리잡고 잠시 정상적인
모습으로 보여지게끔 장난을 하는것일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이 들었다.
인간의 탐욕이 부른 비극적인 역사와 그를 쫒는 의사와 신부...
전쟁의 뒤편에 묻혀진 수많은 죽음과 비리와 인간의 다양한 모습들..
이작품은 피가 흘러 끈적끈적한 '악마의 동전'이 문제가 아니라 언제든지 '악마'로 변할 수 있는
인간의 잔인성을 제대로 파헤친 작품이다. 지금 부를 누리고 살고 있거나 그런 사람들의 후손으로
어려움 없이 부를 누리는 사람들의 과거속에는 어떤 기억들이 존재할까. 혹시 이작품의
주인공들처럼 비극이 숨어있는것이 아닌지... 자신이 누리는 행복속에 희생자는 없었을지 다시한번
되돌아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차라리 이럴때는 가난하지만 소박했던 내 조상들이
오히려 더 감사한 마음이 든다.
반전의 반전이 숨어있는 글의 스토리도 훌륭하고 금과 은의 가치와 화폐로서의 가치..
잔인한 범죄를 저지른 인간들의 내면까지 섬세하게 파헤친 저자의 박식함과 다양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제는 어둠속으로 기억을 묻어버린 할아버지를 바라보며
"그래요? 영혼도 죽은 모양이죠?"-340p
말하며 냉소적인 웃음을 내비치던 김수진의 모습에서 아직 사라지지 않은 악마의 모습과
피가 섞이지 않았음에도 묘하게 닮은 두사람이 또다른 비밀이 있는것은 아닌지..
묘한 뉘앙스를 풍기며 끝을 맺고 있다. 언젠가는 자신의 손으로 악마의 존재를 밝히겠다는
조인철의 마지막 다짐은 이 작품이 끝이 아님을 암시하는 것은 아닌지..또다른 궁금증을
불러 일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