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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미치 앨봄 지음, 공경희 옮김 / 살림 / 201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어려서 느꼈던 의문점의 하나는 삶은 어디에서 왔으며 죽으면 우리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삶은 선택이 아니었지만 죽음은 선택될 수 있을까...하는 것이었다.
생명이 있는 모든 것들중에 인간으로 태어날 수 있었다는 것은 분명 축복이다.
비록 환경이나 부모를 선택해서 태어날 수는 없었지만 누구나 공평하다고 믿는 죽음만큼은
준비할 수 있을거라고 막연히 생각해왔다.
과연 죽음은 공평한것일까? 평생 의미있는 삶을 살아온 사람일지라도 내가 원하는 죽음을 맞는다는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모리 슈워츠교수를 만나기 전까지 이 믿음은 흔들리지 않았었다.
물론 모리도 자신의 마지막이 그런모습이 되긴 싫었을것이다.
하지만 원하지 않았던 마지막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모리는 적어도 자신의 죽음을 준비할수 있었다는 것에
대해 감사하고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지킬수 없는 가혹한 병으로 온몸이 무너지는 고통속에서도 마지막 강의를
훌륭하게 끝낸 모리교수에게 인간으로서, 스승으로서 완벽한 삶을 살다간 것에 경의의 마음을 보낸다.
우리는 학교를 졸업하는 동안 많은 선생님을 만나게 된다. 아직 여물지 못한 어린싹에게 물을 주고 거름을
주면서 탄탄하게 세상에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애쓰는 스승이란 존재는 단순히 지식의 전달자라기 보다
한사람의 삶에 있어 멘토와 같은 존재인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가 존경하고 기억하는 스승은 사실
많지 않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순간부터 대학을 향해 달려야 하는 모순적 교육형태에 휘둘려 정작 스승과 제자가
정신적으로 교감하고 성장하는 기회는 거의 갖지 못한 채 '꼰대'라는 비아냥속에 묻히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저자인 미치 앨봄이 대학시절 만난 모리교수역시 자신의 학창시절에 흔히 만날 수 있는 그런 스승으로만 남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졸업식에는 서로가 친구가 되었음을 알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 모두 그러했듯이 세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거친 세파속에서 한때는 멘토라고 생각했던 노교수의 존재는 쉽게 잊혀질수 밖에 없었다.
어느날 갑자기 사형선고를 받는다면? 아니 차라리 사형선고가 나을지도 몰랐다. 서서히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잃으면서
몸이 굳어지고 서서히 꺼져가는 촛불같은 루게릭 병이라는 선고가 내려진다면 과연 나는 어떨것인가?
미칠듯이 억울하고 빠져나오려고 몸부림을 칠것이다. 왜 하필이면 나에게 이런일이 생겼는지 하늘을 원망하고
온갖 방법을 동원하여 죽음의 늪에서 빠져나오려고 안깐힘을 쓸것이다.
물론 치료약이 없는 병이니 그렇게 허망하게 삶의 욕망에만 허우적 거리다가 아주 비인간적인 최후를 맞을것이다.
모리교수역시 무척 억울하고 고통스러웠다. 가난으로 교육의 기회조차 가질 수 없는 환경에서, 가족들의 따뜻한
보살핌을 받지도 못하고 성장한 그에게 자신의 자식에게 되물림 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역경을 헤쳐나오고 남을 배려하며
살아온 그의 생은 훌륭하게 마무리될 수도 있었다. 망할놈의 그병만 아니었다면..
어차피 인생은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죽음을 향하여 한걸음씩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공평한듯이..
하지만 아름다운 죽음을 맞는다는것은 우리가 선택할 수가 없다.
모리교수의 말처럼 준비할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할수 있겠는가.
명예와 성공을 향해 치닫던 미치 앨봄은 어느날 모리교수의 발병을 알고 다시금 그를 방문한다.
매주 화요일 그들의 새로운 프로젝트를 완성하기 위하여...마지막 논문을 완성하기 위하여..
사랑하는 사람이 서서히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본다는 것은 참으로 고통스런 일일것이다.
세상을 떠나기전 마지막 불꽃이 피어오르듯 자신의 모든것을 전하고 싶어한 모리교수는 무서운 죽음마저도
어쩌지 못할 인간으로서의 고귀함을 많은 사람들에게 전한채 평화로운 죽음을 맞는다.
결혼을 해야하는지 자식은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지혜와 살면서 현재 자신의 인생에서 무엇이 좋고 진실하며
아름다운지 발견하라고..나이를 먹는다는 일은 내 지나온 시간에 대한 추억이 모두 녹아있으므로..어떤 나이든
될수 있다는 것은 아주 기쁜일이라며 늙어감에 대한 두려움을 갖지 말라는 말에는 큰 위안이 되었다.
인간의 마지막이 어떻게 아름다울수 있는지...스승으로서 많은 사람들에게 어떤 정신적 유산을 남겨야 하는지..
절망에 굴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맞서는 법에 대해서...모리교수는 마지막 논문을 훌륭히 마치고 자신의 능력을
120% 완수하고 우리의 마음속에 잠이 들었다.
인생은 예측할 수없는 수많은 복병들이 도처에 널려있다. 끊임없이 시험하고 위협한다.
하지만 모리교수처럼 이런 멘토가 내손을 잡아준다면 나는 힘을 내어 열심히 세상을 살아낼수 있을것 같다.
성실했던 삶과 아름다운 마지막을 준비하는 모리교수의 그 모든 과정이 살아있는 지침서였으므로..
화요일마다 진지하게 진행되었던 그의 강의는 내 가슴속에 영원히 각인되어 삶의 지침서가 될것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