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방 부인 정탐기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1
정명섭 지음 / 언더라인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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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다행이다 싶은 일중에 가장 으뜸은 내가 조선시대에 태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혈질인데다 지기 싫어하는 내가 조선의 여인으로 태어났다면 아마도 허난설헌이나

황진이같이 홧병으로 죽었을지도 모를일이다.

 

 

조선시대 여인의 사회적 위치는 미약했다. 양반가의 여인이라도 삼종지도의 예를

지켜야했고 중인이나 천민의 위치야 말해서 무엇하랴.

시대를 불문하고 빛나고 아까운 재능을 지닌 인물들이 핍박받는 경우가 많았다.

하물며 고루한 조선시대에 태어난 재능있는 여자들의 운명은 어떠했을까.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재혼한 새어머니밑에서 설움을 당했던 은월은 빨리 혼인을 해서 현실을 피하고 싶었다. 하지만 혼수가 아까운 새어머니가 차일피일 혼인을 미루자 큰아버지에게 달려가 하소연을 한다. 처음에는 모른척했던 큰아버지가 어느 날 갑작스럽게 혼인을 서둘러 혼인을 했지만 남편의 부임지로 가던 중 사라지고 만다.

우포도청 다모인 박순애가 사건을 조사하러 아산 역참으로 향한다.

하지만 어린시절부터 은월과 함께한 여종도 은월의 행방을 몰랐다. 다만 새어머니의 아들이 은월을 호시탐탐 노렸다는 증언이 나왔다.

 

 

하지만 갑자기 사라진 은월을 찾을 수 없던 박순애는 자신을 다모의 길로 이끈 스승을

찾아간다. 그녀는 오랜 다모생활을 접고 은퇴했지만 비상한 두뇌와 무술을 여전했다.

그녀가 가보라고 한 삼호정으로 향한 박순애는 전직 기생들의 모임인 삼호정 시사의

현장을 보게 된다. 미천한 집안에 태어난 죄로 기생이 된 여인들.

어찌어찌 양반이나 권력가의 소실로 기생호적에서는 빠졌지만 언젠가 다시 기생의

신분으로 되돌아갈 수도 있는 불안한 신분을 가진 여인들은 한 달에 두 번 용산에

있는 삼호정에서 회포를 푸는 모임을 갖고 있었다.

 

 

그녀들의 도움으로 새로운 시각으로 사건을 수사하던 중 은월에게 끔찍한 사건이

일어났고 그 일로 도망을 쳤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그리고 밝혀지는 진실들. 그 일에 관여한 범인들은 참형에 이르고 은월은 관비를

삼으라는 처벌을 받고 순천으로 향한다.

은월에게 삼호정 시사들이 건넨 노잣돈을 건넨 박순애는 착잡한 심정으로 지켜본다.

 

저자는 이 책에 실린 세 건의 사건들이 조선시대 실제 일어난 일이라고 말한다.

당시 여성으로 당할수밖에 없었던 억울한 사건과 더불어 실제 존재했던 삼호정 시사들에 대한 얘기며 당시 사회적인 체계와 신분들에 대한 이야기가 리얼하게 그려져 있다.

많은 조사와 추적이 없었다면 쓰지못했을 소설이다.

미천한 신분을 지닌 여성들이 힘을 모아 사건을 추적하고 해결하는 일에 통쾌함이

밀려온다. 우리의 과거모습과 재미가 한곳에 녹아난 수작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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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독서법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99
김선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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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파는 상점'으로 널리 이름을 알린 김선영 작가의 단편모음집이다.

어느 한 편을 딱 꼽으라고 하면 고르기가 어려운 작품집이다.

 


 

집에서 한시간 가까이 걸리는 고등학교에 배정받은 인서는 학교를 그만두고 싶었다.

엄마와 둘이 살고 있는 집은 늘 외로웠고 초등학교6학년때 단짝이었던 유라를

고등학교 같은 반에서 만났을 때 더욱 그만두고 싶어졌다.

부잣집딸에다 공부도 잘하고 예뻤던 유라. 인서는 그저 평범하다 못해 티도 안나는

그런 아이였는데 유라랑 단짝이 되고서야 자신감이 생겼는데 자신이 정성껏 보낸

편지를 유라가 다른 아이들에게 돌려보여주고 찢어 버렸다는 얘기를 다른 아이를

통해 들었을 때 엄청난 마음의 상처를 남기고 홀로 동굴속에 숨어버렸다.

 

 

하필 남편없이 가장역할을 하던 엄마마저 우울증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걸 보면서

인서는 동굴속에 더 숨게 되고 등교조차 하지 않는다. 그런 인서에게 상담센터를

소개해준 엄마. 그곳에서 차츰 마음의 안정을 찾아가는데 오래전 유라와 있었던

사건이 진실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게되면서 동굴에서 빠져나오려고 한다.

'바깓은 준비됐어'.

 

 

부모님의 불화로 싸늘한 집. 점차 공부를 하지 않고 흔히 말하는 일진소속이 된 채원은

지난 가을학기에 부임해온 담임선생, 난타 샘의 부름으로 억지로 난타반에 들어간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난타반 일원이 된 채원은 불만이다. 하지만 난타반에서 나가러면

자신과 같은 아이를 데려다놓고 나가란다.

이런 무지막지한 샘을 보았나. 하지만 점차 난타의 매력에 빠져들고 기대되는 무대에 서는 날

부모님을 초대하는 편지를 보낸다.

 

 

과연 부모님은 한 송이의 장미를 들고 올 것인가. 한 묶음의 장미를 들고 올것인가.

 

길지 않은 각각의 단편은 묵직해서 한 편을 읽고 나면 머리속에 그 뒤를 이어갈

이야기들이 죽 들어선다. 그래서 장편같은 소설들이다.

공부잘하는 아이들만 대접받는 사회에서 살짝 어긋난 길을 가는 아이들에게 조금만

보듬어 주면 얼마든 열정을 가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작가의 따뜻한 마음이

그대로 전해진다.

한파가 몰아쳐 창밖에선 우뢰같은 바람소리에 몸과 마음이 쪼그라드는 것같은 이 밤.

작가가 전하는 이야기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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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석봉 평전 - 석봉 한호의 천자문 이야기
박종민.다니엘 최 지음 / 행복우물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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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인간의 삶을 책으로 엮는다는 것은 또다른 역사의 기록이고 이미 죽었다면

다시 살아 일으키는 마법같은 일이다.

거기다 남아있는 자료도 많지 않았다면 몹시 힘이 드는 그런 일.

그럼에도 하지 않으면 안되는 뭔가가 이 책의 저자들을 이끌어 또 하나의 세상을

만든 것이다.

 


 

조선시대, 아니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글씨를 잘쓰는 명필로 이름난 한석봉의 일생은

노력과 인내와 시류를 거스르지 않는 겸손으로 채워진 것이었다.

우리는 때로 상대의 글씨체를 보면서 성격이나 인간성등을 평가하기도 한다.

지금이야 나처럼 워드나 문자로 글을 쓰지만 과거 연필에 침을 묻혀가며 글을 쓰는

시대에는 예쁘게 글을 쓰기 위해 무척 노력했었다. 의외로 예쁜글씨를 쓰기가 쉽지

않았다. 하물며 연필이나 볼펜도 아니고 먹을 갈아 붓으로 쓰는 글을 잘 쓴다는 것은

더 어려웠을 것이다.

 


 

심상치 않은 태몽을 꾸고 태어난 아이 한호!

몰락한 양반가문의 후손으로 황해도 땅에서 태어난 호는 몸이 약한 아버지의 이른 죽음과 가난으로 떡장사를 하면서 생계를 책임진 어머니, 어린 호의 재능을 알아보고 아낌없이 이끌었던 할아버지의 정성으로 재능을 키워나간다.

낙양의 종이값이 올라갈 만큼 이 세상에 명필로 이름을 떨칠아니는 거저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양반가의 딸이었지만 생계를 위해 떡장사를 했던 어머니는 어린 호를 스승들에게

보내고 그리움을 달래며 살아간다. 성공하여 떳떳하게 어머니를 만나고 싶었던

호가 서법대회에서 장원을 하고 달려갔건만 어머니는 호에게 뜻밖의 제안을 한다.

바로 우리가 잘 알고 있던 그 일화. 불을 끄고 떡을 썰테니 너는 글을 쓰거라.

어머니의 그런 훈육이 자칫 자만에 빠질지도 모를 아들을 다시 일으켜세운다.

 

 

그런 노력으로 조선제일의 명필로 이름을 떨치고 멀리 중국에까지 그의 글씨를 얻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났지만 정작 한석봉의 삶은 그리 화려하지 않았던 것 같다.

조선시대 역대 왕들중 가장 모양빠지는 왕으로 기록되었던 선조와 인조.

그중 선조의 총애를 듬뿍 받았다는 것이 그나마 위안이랄까.

지방수령을 전전하면서도 청렴한 관료가 되고자 노력했던 한석봉이지만 어느시대나

시기와 질투는 가장 큰 걸림돌이 된다.

그럼에도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가장 최선의 길을 선택했던 한석봉의 일생이 존경스럽다.

 

책의 말미에는 한석봉의 일대기를 써보겠다고 의기투합했지만 부족한 자료때문에

힘들었다는 하소연이 있다. 왜 한석봉의 자료가 많지 않았는지 모르지만 언젠가

고산자 김정호의 일대기를 쓰면서도 같은 어려움을 토로했던 작가의 말이 떠올랐다.

이순신 장군처럼 일기라도 써서 남겼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느껴진다.

그리 남들을 위한 글은 많이 남겼지만 정작 자신에 대한 기록이 거의 없다니 말이다.

그럼에도 세상에 다시 그를 일으켜세운 두 저자와 도움을 주신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올리고 싶다.

이 책은 어른 뿐만이 아니라 어린 세댸들에게 꼭 추천하고픈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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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스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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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사 크리스티'만이 여류 미스터리 소설계의 대가라고 생각했는데 뜻밖의

작가를 만났다.

 


 

백 년전에 태어난 여성작가의 작품은 생각보다 너무 좋아서 금방 읽고 말았다.

'에드거 앨런 포'상이나 '오 헨리'상, 미국 추리작가협회 특별상을 받을 정도로

유명한 작가였다는데 왜 난 지금에서야 그녀의 작품을 만났던 걸까.

 


 

여자들만이 살고 있는 수녀원에 한 남자아이가 들어오게된다. 길에서 주워온 남자아이.

단 한번도 남자의 출입이 없었던 수녀원에서는 여자아이친척 위장한채 아이를 기르게 된다.

메리라는 이름으로 키워진 아이는 수녀원의 도서관을 섭렵하고 자신의 정체에 대해

알게되는데 자신을 내보내주지 않으면 수녀원을 폭파하겠다고 위협한 후 수녀원을 나선다.

그가 나갔지만 수녀원은 알수없는 폭발로 사라진다. 정말 그 아이가 폭파시킨 것일까.

 

 

뉴욕의 택시운전자였던 남자는 돈버는 일에만 열중했던 삶이 지겨워 한적한 시골로

여행을 떠난다. 차를 타고 지나면서 마음에 드는 시골에서 하차한후 집을 얻어

새로운 삶을 살게 되는데 마을 사람들은 새로운 남자의 출현에 다들 호기심을 느낀다.

처음에는 친절하게 일자리를 알아보주겠다고 했지만 언제부터인가 진짜 모습들을

내보인다. 바로 텃세! 신선하고 아름답게 보였던 시골마을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폭력적인 남편을 죽이고 도망치는 아내나 외도하는 여자의 일상을 엿보게 된 젊은 주부의

시선등 아주 다양한 시선의 단편들이 너무 흥미롭다.

미스터리물을 넘어서 심리물이라고 느껴질만큼 주인공들의 심리가 섬세하게 그려져있다.

오래전 쓰여진 작품이지만 지금 읽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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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한 하루 - 두 심리학자가 초대하는 365일 마음챙김 안내서
아리아 캠벨 다네시.세스 J. 길리한 지음, 이진 옮김 / 수오서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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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올해도 20여일이 남았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세월의 속도는 빠르다.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몸과 마음이 다 알고 있는 것 같다.

 

 

한해를 되돌아보면서 우연히 내 손에 들어온 이 책이 퍽 위안이 되었다.

소중한 누군가가 다독다독 매일 나의 등을 두드려주는 기분이랄까.

두 심리학자가 그동안 경험했던 수많은 상담들을 정리해 독자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편안함'이다.

삶의 고통을 잠재우고 불안을 누르는 언어들은 평안함으로 인도한다.

 

 

'상처없는 영혼이 어디 있으랴' 돈이 많든 적든 고통없는 삶이란 있을 수 없다.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떠나보낸 상처 역시 누구나 있다.

그러다보니 그와 비슷한 상황을 보거나 하면 문득 그 때의 아픔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잊지 못하면 떠나가지 못한다는 말에 잠시 잊어보기도 하지만 나 또한 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고통은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다시 일어날 힘이 되는건 저자의 말마따나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이다.

나를 일으켜세우기도 하고 내가 살아가는 이유가 되기도 하는 소중한 사람들.

 

 

'매일이 또 한 번의 기회'라는 말에 누군가가 간절히 바랬던 하루가 오늘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태어난 것도 선택이 아니지만 죽음 역시 선택이 아니다.

갑작스런 죽음으로 사랑하는 사람들 곁을 떠난 누군가에게 오늘 하루는 간절한

소망이 아니었을까. 그런 하루를 난 오늘 어떻게 보낼 것인지 다져보게 된다.

 

 

그렇다면 나도 누군가에게 소중한 사람인지, 이었는지 되돌아본다.

나에게도 다가올 죽음. 그 이후 남은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기억할까.

내 삶이 어떻게 각인되었을지 궁금해진다.

그러니 오늘 하루 대충 살기가 아쉽다. 이 책은 무한한 시간앞에 영원할 것

같은 삶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그리고 느슨한 마음을 단단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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