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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함께하는 우리 동네 한바퀴 - 우리의 시작은 북촌에서
중앙중학교 1학년 학생들과 이한솔 교사 지음 / 마음의숲 / 2022년 12월
평점 :
오래된 동네의 골목길을 걷고 있노라면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의 여행을
떠나는 것만 같다. 적어도 몇 십년씩은 되었을 낡은 간판들과 또 함께 오래된
주인장들. 그래서 북촌 한옥마을이나 가회동, 계동같은 곳을 가면 시대를
되돌려 간 것 같은 경험을 하게 된다.
![](http://image.yes24.com/blogimage/blog/h/y/hyunho0305/IMG_20221223_123259.jpg)
서울에서 태어나 아주 오래 서울에서 살았던 나도 이제는 너무 변해버린 서울 거리에서
어릴 적 추억이나 서울의 옛모습을 만나는 일은 쉽지 않다.
하지만 서울의 가장 중심지이면서도 묘하게 변함이 적은 안국동 입구에서 가회동이나
계동으로 이어지는 돌길을 걷다보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행복해진다.
![](http://image.yes24.com/blogimage/blog/h/y/hyunho0305/IMG_20221223_123917.jpg)
풍문여고를 지나 정독도서관에 이르는 길도 좋고 한옥들이 즐비한 북촌길도 좋다.
그저 지나가는 사람으로서가 아니라 그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진짜 모습은 어떨까.
계동 한 가운데 자리잡은 중앙중학교 1학년 학생들의 이색 이벤트를 보면서 이런
아이디어를 생각해낸 이한솔교사에게 존경의 마음이 솟는다.
![](http://image.yes24.com/blogimage/blog/h/y/hyunho0305/IMG_20221223_123808.jpg)
책도 그닥 읽지 않고 핸드폰만 들여다보는 아이들에게 잠시 눈을 돌려 내가
살고 있는 이 동네, 주변을 돌아보라고 시작한 일이었을 것이다.
더구나 시를 써보다니...시는 시인들만 쓰는 것이라고 생각했을 아이들이 처음에는
좀 황당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냥 시만 쓰는 것이 아니라 시의 대상이 되는
주인공들과 인터뷰도 하고 제대로 사고를 친 셈이다.
![](http://image.yes24.com/blogimage/blog/h/y/hyunho0305/IMG_20221223_123842.jpg)
그저 스처 지나가는 정도의 가게들을 직접 방문하고 체험하고 주인장들과
역사를 따라가는 인터뷰를 하고 나서는 계동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
그 안에 사람들이 보이고 시간이 보인 것이겠지.
아마 아이들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이 프로젝트를 오래오래 기억할 것이다.
그리고 추억처럼 이 길을 다시 찾을 것이다.
나름 시어를 고르느라 얘쓴 흔적들이 보인다.
누군가는 좀 서툴기도 하지만 이제 겨우 중학교1학년생들의 작품이라고 보면
상당히 잘 썼다. 마음을 담으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리라.
덕분에 나도 그저 스쳐지나가는 그 길들이 다르게 보였다.
어떤 가게는 일부러 검색을 하고 언젠가 꼭 들러보고 싶다고 마음먹기도 했다.
계동 한 군데에서 시작한 동네 한바퀴가 우리나라 곳곳에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 조상들이 살아온 것, 내가 살아가는 곳, 내 아이들이 살아갈 이땅에
대해 깊은 눈으로 살펴보는 일이 얼마나 행복하고 중요한 일인지 이 책을 보며서
다시금 깨닫는다. 선생님도, 아이들도 너무 수고 많았어요.
그리고 북촌길을 지키는 주인장님들 오래오래 그 길에 계셔주시기를...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