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산의 미화원
장수정 지음 / 로에스미디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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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흔하디 흔한 이야기일 수도 있고 막장 드라마에서나 볼듯한 얘기일 수도 있다.

멀쩡한 남편을 두고 불륜을 저지르는 여자들이 한둘이겠나마는 딸 하나를 둔 가정주부 한주의 일탈은 좀 이해하기 어렵다.

 

 

경찰인 남편은 성실하고 가정적이며 아내인 한주를 사랑한다.

나도 한주처럼 그렇게 특별한 몸을 가지고 태어난 여자를 알고 있다.

정신과는 별개로 몸이 뜨거운 여자. 한주는 상대를 사랑해서 몸을 섞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뜨거운 몸을 식히기 위해 다른 남자가 필요한 것 뿐이다.

바람도 문제지만 다른 남자와 몸을 섞는 일이 한주에게는 그저 너무 아무렇지도

않다는데 있다. 두어번 들켜 문제가 생긴게 겁이 날뿐이다.

 


 

첫 번째 들켰을 때는 잘 넘어가줬다. 사실 처음 핀 바람도 아니었지만 암튼 첨 들켰을 땐 손이 발이 되도록 빌어서 남편은 용서를 해줬다. 그런데 한주의 몸은 자꾸 뜨거워졌다.

다른 남자와 자지 않으면 해소가 되지 않는게 문제지 살림 잘하고 국밥집 알바도 해서

용돈이라도 벌어다 쓰는 알뜰한 한주가 무슨 죄라고 그러는지 한주는 이해가 안된다.

 

 

결국 두 번재 들켰을 때 남편은 한주의 머리에 총을 겨누고 죽이려고 했다.

입은 몸만 가지고 도망쳐 나온 한주는 국밥집 친구 영주에게서 돈을 조금 얻어

도망다니다가 죽기위해 산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만난 남자에게서 산에 있는 화장실 청소를 할 미화원자리가 있다는 말을

듣고 산의 미화원으로 일하게 된다.

똥과 구토물이 뒤범벅이 된 화장실이지만 한주는 청소를 하는 일이 즐겁다.

마치 의식을 거행하듯 성스러운 마음으로 변기를 껴안다시피 하면서 광을 낸다.

하지만 제버릇 개 못준다고 그곳에서도 이 남자 저남자 흘깃거리고 몸을 섞는다.

 

 

한주가 그러는 동안 남편은 포기하지 않고 한주를 쫓는다. 그리고 그곳을 떠나지

않으면 죽일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가 말한 시한이 다가오자 한주는 떠날 준비를 한다. 아니 죽을 준비를 한다.

 

산이란 아름답고 신비한 곳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등산객이 늘었고 사고 또한 늘었다고 한다.

대단한 장비 없이도 즐길 수 있는 등산이지만 언제든 위험한 곳이기도 하다.

그곳에서 삶을 마감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았다.

사로고, 자살로....그래서 그 산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한주처럼 막차를 탄 기분으로 산으로 향한 사람들까지.

한주란 여자는 영악한 듯 보이지만 단순하고 쾌락을 쫒는 사람이다. 그 끝을

알 필요도 없다. 그저 몸이 원하는대로 살 뿐이다.

그러려면 차라리 결혼을 하지말고 혼자서 실컷 즐기기만 하면서 살았으면 좋으련만.

한주의 리얼한 몸섞기가 민망하게 다가온다. 저자의 사진을 보니 엄청 참하게 생기셨던데 이런 리얼한 글을 경험없이 쓰셨을라나...괜한 의문이 들었다.

몸이 아프든 마음이 아프든 산은 모든걸 품어주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임무를 마치고 산을 떠난 한주는 어디로 향했을지 궁금해진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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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배송 하시겠습니까 네오픽션 ON시리즈 6
이세라 지음 / 네오픽션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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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는 이제 우리 삶에 깊숙이 자리잡은 업종이다. 지금 이순간도 택배기사들은

거리 곳곳에서 택배상자들을 들고 뛰고 있을 것이다.

절친인 민호의 소개로 어니스트 택배사에서 일하게 된 용재는 건 바이 건으로

돈을 버는 택배일이 다소 힘들긴 했지만 벼랑에 몰려있는 형편이라 그 일이

감사할 지경이다.

 

 

민호역시 아내와 김밥집을 하면서 택배일을 하는 투잡맨이었다.

어느 구역에 지정되는지에 따라 일이 힘들거나 돈이 많이 되거나 하는 택배일.

그러던 어느 날 택배사 사장인 태수가 민호에게 특별배송일을 하지 않겠냐고

제안한다. 일은 적으면서도 건당 일당이 수십만원이라고 했다.

민호는 빨리 빚을 갚을 수 있겠다는 기대로 수락한다. 하지만 그게 덫이었다.

 

 

이상한 배송이었다. 집앞 현관까지의 배송이 아니라 집 근처 은밀한 곳에서 만나

물건을 전하면 바로 결제를 받아오는 이상한 시스템.

민호는 점차 특별배송이 의심스러워진다. 더구나 강력계 형사라는 사람들이

민호에게 위험한 특송에 대해 수사중이라는 말을 한다. 민호는 특송물건을 뜯어보고

정체를 확인한후 갈들에 빠진다. 이제 특송팀에서 빠져나갈 방법이 없었다.

 

 

벌이가 좋은 일이지만 범죄에 연루되고 있다는 사실에 괴로워하던 민호는 어느날

오토바이에 탄 남자의 습격을 받아 죽고만다. 용재는 민호의 죽음에 의혹을 품고

있다가 태수의 부름으로 특송팀에 합류한다. 그리고 서서히 특송의 비밀에 다가가는데..

 

 

어니스트의 택배 직원들은 어느정도 시간이 흐르면 하나 둘 사라지고 그 틈은

어느새 채워진다. 어려서부터 악행을 일삼던 태수 형제의 사업은 날로 번창하고

돈을 벌어보겠다고 열심히 살았던 사람들은 하나 둘 희생된다.

 

이게 과연 소설속 허구의 이야기이기만 할까.

실제 마약청정국이었던 한국은 사라지고 마약으로 인한 범죄가 엄청난 속도로

늘어가고 있다. 마약을 하는 사람부터 배달하는 사람, 그리고 그렇게 돈을 버는 사람들.

흔히 던지기 수법으로 서로가 서로를 모른 채 마약이 퍼져나가고 SNS로 얼마든지

구입이 가능한 시대에 살고 있다.

민호처럼, 용재처럼 열심히 사는 사람들에게 악마들은 언제든지 덫을 놓고 기다리는

시대가 된 것이다.

다만 미란의 계략으로 갑작스럽게 마무리되는 장면은 살짝 아쉽다.

태수란 인간이 그렇게 쉽게 당할 인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약이 점차

우리 삶을 파고드는 현실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범죄소설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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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다섯에 곰이라니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15
추정경 지음 / 다산책방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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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남한을 쳐들어오지 못하는 이유중에 무서운 중2들 때문이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그곳에서도 분명 중2는 있을텐데 우리보다는 덜한가는 모르겠지만.

암튼 나도 무서운 중2병때문에 마음고생 심하게 한 엄마라 '동물화'가 된 아이들을

지켜봐야 했을 부모들의 마음이 짠하다. 물론 소설이긴 하지만.

 

 

먹을걸 좋아하는 태웅은 시험점수가 형편없다고 놀리는 누나때문에 마음이 상해

식사도중 제방으로 향한다. 식구들이 모두 잠든 뒤 냉장고를 뒤져 고픈 배를 채우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다음 날 곰이 되어 깨어난다.

원래 덩치가 컸던 태웅이라 그랬나 엄청난 덩치의 곰이라니.

 

 

꿈일까? 곰으로 변한 태웅을 알아본건 얄미운 동생 영웅이 덕분이었다.

동물로 변한 아이는 태웅만이 아니었다. 온갖 동물들로 변하는 아이들이 늘어나자

정부는 변한 아이들을 모아 가두기 시작하는데 태웅이도 끌려갈 처지에 놓이자

엄마는 등뒤 털을 밀고 '사람'이라는 표시를 남기는데.

어디론가 끌려간 태웅은 온갖 실험에 휘둘리다가 곰농장으로 향한다.

 

 

다행스럽게 태웅을 찾아나선 가족들 덕분에 집에 돌아왔지만 곰의 모습은 여전하다.

어떤 아이는 원숭이가 되고 비둘기가 되고 기린도 되었다.

아마도 사람이었을 적에 비슷한 성격을 가진 동물로 변한 모양이다.

그렇게 변한 아이들은 다시 사람들이 사는 세상으로 돌아와 전처럼 생활하려 하지만

본성이 악해서 하이에나로 변한 상욱은 제버릇 개못준다고 하이에나가 되어서도

아이들에게 돈을 갈취한다. 오히려 송곳니를 드러내고 겁을 주는 하이에나로 변한 것이 너무 좋았다.

 

 

그렇게 동물로 살던 아이들이 하나 둘 다시 사람으로 돌아오지만 여전히 동물의 모습으로 악행을 일삼던 아이들은 영원히 사람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란 말을 듣는다.

다른 생명을 죽이면 평생 동물의 몸으로 살아야 한다니..

선한 마음을 가졌던 아이는 악행을 일삼는 아이들과 대결을 벌이고 이제 동물화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사회가 된다.

 

소재가 참신하다. 질풍노도의 시간을 헤매는 아이들이 동물이 되다니.

것도 사람의 성격을 닮은 동물들로 변해 지난 시간을 후회하거나 가족들의 사랑을

확인하는 과정을 보니 어쩌면 지금 사춘기의 시간을 치열하게 보내는 아이들도

어쩌면 '동물화'가 된 것은 아닌지 생각해본다. 다만 사람의 모습으로 살고 있지만.

청소년들이 읽으면 참 좋을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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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에 감사해
김혜자 지음 / 수오서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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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궂어서 비가 오다 눈이 오다 그랬습니다.

바쁜 일들이 있어 책을 펼치고 한꺼번에 다 읽어내리지 못했습니다.

삼일에 걸쳐 아끼는 빵을 요리 베어물고 저리 베어 물듯 그렇게 읽었습니다.

 

 

'국민배우'김혜자의 에세이라니까 일단 소중하게 다가온 책입니다.

책을 읽는 첫날인가 마침 '유퀴즈'에 김혜자씨가 나온다고 해서 이상한 우연이다

그랬습니다. 그래서 그 프로그램을 보고 난후 다시 처음부터 읽기 시작한 내용들이

더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스스로도 말씀하셨듯이 참 소녀같은 사람이었습니다.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화면에

나온 그 모습에서도 그런게 느껴지는 참배우였습니다.

 

 

여든이 넘었다는게 믿어지지 않을만큼 맑고 건강하고 선량한 사람이라 더 좋았습니다.

그동안 살아온 시간들을 담담하게 때로는 열정적으로 말하는게 다 진심이어서 부럽게

느껴졌습니다. 부잣집 양념딸로 태어나 사랑받았고 좋은 남편 만나 보살핌 받고 살아온

어찌보면 팔자 편한 사람같아 보입니다. '우리들의 브루스'에서의 강옥동처럼 기구하지

않아서 다행이었습니다. 하지만 난 박완서선생님처럼, 김혜자선생님처럼-이제서야

선생님이라고 표현합니다. 그저 나에겐 여배우였던 분이 책을 덮으면서 선생님이라고

불러드려도 되겠구나 했습니다-

쓰지 않고는 연기하지 않고는 배겨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신끼'라는게 있는 거

같습니다.

 

 

간간히 들어간 멋진 사진들을 보면서 왜 자꾸 '오드리 헵번'이 떠오르는지 모르겠습니다.

선생님보다 나이가 많았던 헵번은 빛나는 작품속 멋진 배우이기도 했지만 소외받은 사람들을

보듬었던 아름다운 사람으로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그녀 역시 선생님처럼 연기에

재능을 타고났고 세상에 빛나는 곳 바로 옆 어둔 그림자도 들여다보는 눈이 있었나봅니다.

아프리카 어느곳이던가 깡마른 아이를 안고 슬픈 표정으로 바라보던 모습에서 닮았습니다.

 

 


 

 

저도 책읽기를 좋아하고 글쓰기를 즐기는 사람으로 선생님이 세상살이에 좀 바보같은

구석이 있지만 '촉'이 있다는 말씀처럼 저 역시 누군가의 글을 보면 촉이 오는 편이랍니다.

아 이 사람 영이 참 맑구나, 가슴속안에 화산같은 걸 품고 사는 사람이구나...

나도 적지 않은 나이에 이르고 보니 인생이란게 참 쉽지는 않지만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 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않아야 한다'는건 압니다.

수상소감에서 그 말을 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그 드라마도 그렇지만 그 대사를 다시

들을 수 있어서, 그 말을 많은 사람들에게 다시 각인시켜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때로는 따뜻한 작가와 때로는 실랄한 작가와, 그럼에도 모두 자신을 빛나게 해준 사람들과

일할 수 있어서 신께 감사하다는 말씀이 또 어찌 좋던지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지는 해를 바라보면서 '그래도 생에 감사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당신이 한 만큼 관객들에게 사랑받았고 또 어떨때는 넘칠만큼 받은 것이 많았다니 참

축복받은 생을 잘 살아오신 것 같아, 그리고 그런 분과 같은 시대를 살아왔다는 사실이

참 감사한 시간들이었습니다.

 

진솔한 얘기에 때로는 웃다가 때로는 울다가 그렇게 며칠 연극 몇 편과 영화 몇 편,

그리고 김혜자 극본, 김혜자 연출, 김혜자 주연의 모노드라마를 감동스럽게 잘 봤습니다.

이 책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져 삶의 또다른 등대가 되기를 바라고, 정신나간 정치인들이

서로 물어뜯고 싸우느라고 이 책을 볼 가능성이 거의 없긴 하겠지만 국회의사당 현관에

펼쳐놓고 읽혔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맑은 눈을 가진 사람에게도 당신들은 곱게 보이지

않더라고. 제발 할 일들을 좀 하라고. 어느 작가의 말처럼 아흔 셋에도 연기하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저는 신과 별로 친하지 않아 기도를 들어주실지는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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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 식당 4 : 구미호 카페 특서 청소년문학 30
박현숙 지음 / 특별한서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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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뜨면 문을 여는 카페라니, 현실세계에서 존재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죽은 이의 물건을 파는 카페는 왠지 좀 꺼림직하다.

어느 날 우연히 보름달, 초승달, 그믐달, 낮달이 뜨는 날에만 연다는 카페에

들어선 성우. 메뉴도 단순하지만 이름도 이상하다.

 


 

중고거래가 대세이긴 하지만 죽은 사람의 물건을 팔다니 오싹하지 않은가.

값이 얼마인지도 알려주지 않고 꼭 사겠다는 사람에게만 알려준단다.

이상한 거래다. 그래서 성우는 몇 번이나 카페에 갔지만 자꾸 눈이가는 낡은

다이어리를 사지 않고 망설였다.

 

 

예전 사람들은 오래된 물건에 주인의 영이 깃들었다고 생각해서 잘 모셨거나 오히려

집안에 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혹시라도 좋지않은 기운이 함께 들어올 것 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미포카페에서 파는 물건을 사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니...

 

 

더구나 카페안에서 만난 사람을 알더라도 절대 아는 척 하지 말라니.

그곳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서도 말하지 말라니 정말 대단히 이상한 카페가 분명하다.

이상한 룰만 잘 지키면 자신이 간절히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있다는데 그만한 가치가

있는 일인지 모르겠다.

 

 

결국 성우는 망설이다 다이어리를 사고 만다. 꼭 사야만 할 것 같아서다.

성우는 간절히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까.

죽은 이가 누리지 못한 시간을 빌려 소원을 들어준다는 구미호 카페가 정말 있다면

나도 가서 소원을 성취하고 싶다.

 

 

다이어리를 사고 얻어낸 18일간의 시간동안 성우와 재후, 그리고 지레에게는 무슨 일들이 벌어질까. 우리 동네에도 이런 마법같은 카페가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이루지 못한 소원도 이루고 오래전 떠난 사랑하는 사람도 만나고 싶다.

박현숙 작가의 작품을 만나면 자꾸 어린시절 맑았던 마음이 다시 살아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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