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참 좋아
이은소 지음 / 새움 / 202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창밖에 날씨는 그야말로 참 좋다. 찬란한 봄이 펼쳐져 있고 이제 창문을 열어도

춥지 않다. 누군가는 이 날씨를 기꺼이 즐길 것이고 누군가는 어떤 날씨에도

여전히 추울 것이다.

 

 

어려서부터 같은 반 친구로 베스트 프렌드인 준영을 좋아하는 소주.

고등학생이 되어도 여전히 잘생기고 친절하고 따뜻한 준영이 좋다. 하지만 용기가

없어 망설이다 고백하지만 준영은 소주의 고백을 밀쳐낸다.

 

 

내년이면 고3이 되는 시기여서도 아니고 소주가 싫어서도 아니다. 준영은

여자의 사랑을 받아들일 수 없는 게이였기 때문이다.

준영은 교회 선배인 건우형을 사랑한다. 운동을 좋아하고 남성미가 물씬 풍기는 남자.

건우도 준영을 좋아한다. 하지만 자신을 좋아한다는 고백에, 게이라는 고백에 기겁하고 도망간다. 모두들 그랬다. 모르게 하고 싶었지만 결국 알게 된 가족들은 준영이 병이 든 것이라고 여겼다. 동성애는 병인걸까.

 

 

모든 사람들이 그렇다. 태어날 시기도 부모도, 심지어 자신의 성마저도 선택하지 못한다.

더구나 이렇게 같은 성을 좋아하는 동성애자가 될지도 모른 채 태어났고 축복받지 못한 존재로 살아가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준영도 그랬다. 사람들은 준영이 나쁜 병에 걸린 것처럼 피하고 욕하고 저주했다. 소주는 그런 준영을 이해해주는 단 한사람이다.

준영은 아픈 것도 아니고 저주받은 것도 아니다. 그저 그렇게 태어났고 자연스러운

성향일 뿐이다. 이렇게 쓰는 나부터도 동성애자가 곁에 있다면 자연스럽게 대할 수

있을까.

 

 

소주는 동성애자를 저주받은 존재로 여기는 사람들에게 외친다. 동성애는 죄가 아니라고.

그리고 신에게도 외친다. '그러시는거 아닙니다' 그렇게 손가락질 받을 존재로 만들

요량이면 태어나게도 하지 말았어야죠. 신도 실수 하시는 겁니까?

 

가슴아프고 아름다운 소설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 이 공간 어디에 준영과 같은

사람들이 숨죽여 살아간다. 간혹 커밍아웃을 하는 용기를 내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그림자처럼 말없이 살아간다. 그런 그들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정말 죄인일까.

많은 질문을 던지는 소설이다. 나부터도 편협한 편견을 버리고 그들을 바라봐야겠다.

 

 

* 본 포스팅은 네이버카페 문화충전 200%의 서평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대지와의 키스
케이시 지음 / 플랜비 / 202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얼핏 영웅처럼 보였던 노숙자의 정체를 알고 나면 경악을 넘어서 분노에 이른다. 마지막 반전에 정신 잃지 않기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대지와의 키스
케이시 지음 / 플랜비 / 202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범죄는 날로 진화한다. 인류의 진화속도를 넘어서는 빠른 속도로.

 

 

기업에게 인력을 연결해주는 헤드헌터 출신의 남자가 공금을 횡령하고 도망치다

공소시효가 지나기를 기다리며 노숙자로 위장한 채 살아간다.

비록 먹을 것이 부족하고 잠자리가 불편했지만 정체를 숨기기엔 안성맞춤이었다.

 

 

그런 그에게도 친절을 베푸는 사람들이 있었다. 가끔 들리는 마트안에서 청소를

하는 여자. 그 여자는 마트가 문을 여는 시간에 맞춰 화장실로 숨어들어 잠을 청하는

그를 보고도 눈을 감아준다거나 심지어 청소도구함에 편하게 지내도록 해준다.

우유를 듬뿍 넣은 라떼를 좋아하는 남자가 가끔 들리는 카페의 여자도 친절을

베풀었다. 간혹 시간을 넘긴 케잌을 주기도 하고 몰래 충전을 해도 눈을 감아줬다.

 

 

그렇게 숨죽여 살아가던 중 세상에 변종 바이러스가 창출되고 사회는 폐쇠된다.

남자는 자신에게 친절을 베풀었던 마트에 들어가 안식처로 삼고 청소부 여자와

카페에서 일하던 여자와 그 동생까지 마트로 불러들여 보호하게 된다.

마트는 먹을 것이 넘쳤고 외부와의 출입구는 단 두곳 뿐이라 침략자로부터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안전한 마트로 몰려드는 인간들이

생겨났고 남자는 중무장을 한 채 그들로 부터 여자들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그 곳에서 청소부 여자와 카페 여자와의 묘한 줄다리기를 하며 사랑놀음을 즐기기도

한다. 근처 교도소에 쥐를 닮은 남자를 만나 자신의 지혜와 성취물을 나누기도 한다.

마트 주변을 지키기 위해 들개들을 훈련시켜 사람들의 접근을 막으려고 했지만

결국 그의 마트를 지키는 일은 한계에 이른다.

 

노숙자 남자는 정의로운 남자였다. 과거 좋지 않은 일로 도망중이지만 그의 선함은

의심할 수가 없다. 그가 가진 돈도 어려운 곳에 나누어 주기도 했다.

더구나 힘든 시절 보호가 필요한 사람들을 지켜주지 않았는가.

 

하지만 마지막으로 향하는 말미에 드러난 그의 진짜 정체를 알고 나면 경악할 수

밖에 없다. 그는 진짜 자신이 어벤저스 영웅이라고 믿었던 것이다.

그가 울타리를 치고 보호하던 사람들은 사실 모두 그의 피해자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가 맞은 최후의 모습을 보면 진짜 정의가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먼 인 스펙트럼 안전가옥 FIC-PICK 5
배예람 외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느 시대 어느 공간에서든 담담하게 삶을 살아내는 멋진 여자들이 있다. 이 소설은 그런 여자들의 분투기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먼 인 스펙트럼 안전가옥 FIC-PICK 5
배예람 외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섯편의 단편을 읽다보면 저세상 어딘가에 여행을 떠난 것 같은 느낌이다.

환경오염으로 낮은 곳보다 높은 곳으로 향해야 했던 인류가 바벨탑같은 건물을

지어 높은 층을 향해 질주하는 '수직의 사랑'은 단순한 듯 하지만 어느 시대이건

층간 벽이 존재하는 인간의 욕망을 그린 것 같아 다소 씁쓸하기도 하다.

 

 

닿을 수 없는 높은 층에서 온갖 쾌락과 여유를 누리는 사람들과 아래층에서 허덕이며

살아야 하는 사람들. 이런 모습은 인류의 역사이래 늘 그래왔던 우리들의 모습아닌가.

 

 

아마도 지금 현존하는 인류가 다 소멸하고 다른 인류가 등장한다 해도 벌어질 일들이다.

일단 인간들은 평등하기를 거부한다. 누군가를 짓밟고 위에 서야 행복해하는 족속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 안에서도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 도약하고자 하는, 정의롭고자 하는

이들은 또 늘 존재할 것이다. 그게 또 인류의 장점이기도 하니까.

 

 

우주 어딘가 존재한다는 라뮈스 성이란 별. 무성의 쌍동이를 태어나 청소년기에 들어서면 분화하여 남자나 여자가 된다는 요상한 별이다.

하긴 인간도 그렇다고 한다. 처음 난자와 정자가 만났을 때는 무성이었다가 어느 시기가 되면 호르몬 배분에 따라 성이 결정된다고 하니 별반 다르지 않을 것도 같다.

그곳에서도 자신의 성정체성으로 고민하는 존재는 있었다. 시대가 지나다 못해 별을 넘어서도 이런 일들이 있다니 저 먼 별나라로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접는다.

 

 

무림의 여고수라. 그것도 불혹을 넘긴 퇴물 고수라. 고수가 등장하는 영화를 보면서도

늙은 퇴물 고수는 어떻게 살아가는지 생각해보지 않았네. 동방불패에 등장한 여고수들,

마치 여기 등장하는 미모의 천후는 임청하의 모습과 겹친다.

천제의 아내가 된 무림의 고수가 어린시절 따르던 사매를 찾아 천제의 불륜을 조사해

달라니 소설의 발상자체가 맹랑하다. 하지만 단숨에 몰입시키는 재주가 뛰어나다.

시대가 변해도 남의 스캔들은 재미있으니까. 더구나 퇴물 무림고수 탐정과 최대 권력자 부부의 스캔들이라...

 

인간의 형상으로 변할 수 있는 여우의 항변도 재미있다.

사람의 간을 빼먹었다느니, 구슬을 뱉는다느니...그건 다 인간이 지어낸 얘기란다.

하긴 역사상 여우가 자신의 얘기를 스스로 고백하는 저서가 없으니 인간이 지어낸

말은 맞다. 인간이든 요괴든 경계를 넘어선 사랑은 어디에든 존재한다는게 중요하다.

 

시대를 넘어, 차원을 넘어 어느 공간에서든 고군분투하는 여자들이 있다.

역사는 남자들이 바꿔놓은 것 같지만 그 뒤에 영리한 여자들이 있다는걸 기억하길.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