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과거시제
배명훈 지음 / 북하우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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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기다리지 않아도 온다. 물론 과거도 원하지 않아도 차곡차곡 쌓이고.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과거가 축적되는 시간은 빨라지고 미래 역시 그렇다는

것이다. 100년 걸리는 일들이 10년안에 이루어지는 그런 빠름빠름빠름.

 

 

아날로그 시대인 내가 받아들이려면 신발끈 질끈 묶고 따라가도 잡힐까 말까 힘든

시대이지만 아마도 10년 후면, 30년 후면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일들이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 아니 분명 그렇게 될 것이고 이미 진행중인 일들도 있다.

 

 

지구에서 가장 가깝고 사람이 살 수도 있을 행성이 화성이라고 했던가.

이미 인간의 일반적인 우주여행이 시작되었고 머지 않을 미래에 우주호텔을 짓는다고

하니 지구와 우주를 오가는 정기우주선이 생길 날도 반드시 올 것이다.

다만 우주선도 급행과 완행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못했다.

지구에서 멀어질 수록 별에 닿는 시간도 오래걸리겠지. 그 완행우주선에서 우연히 만난 두 여자. 과거 학교 동창이었고 공부에는 관심이 없었던 여자는 종이접기에 달인이

되었다. 그런데 그 종이접기가 예사 종이접기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게 지어올린 롯데타워에 불시에 들이닥친 우주선 하나!

화성에 가려다가 지구에 왔다는데 그것도 대한민국 잠실이라니. 좀 더 높은 건물을

들자면 저기 중동 두바이쯤이 더 눈에 띄었을텐데. 암튼 그 우주선을 끌고 온 우주인은

실제 우주인이 아니라 앞서 한 여자가 접었다는 종이처럼 차원을 넘어서 온 복사 우주인이다.

그런데 이 우주인에게 민원을 넣거나 문의할 일이 많은 지구인들이 몰려드는데..

맘먹고 민원을 신청한 대한민국 우주군 은수는 어렵게 만난 우주인에게 민원을 넣는데...

그게 참, 수능일에 우주선을 운항하거나 떠나거나 하는 일이 없게 해달라는 것이다.

대한민국 수능일에 듣기 평가시간엔 모든 비행기가 운행을 중단하니 우주선도 예외는 없다.

 

 

지금도 인간은 소실된 몸의 일부를 로봇처럼 대체한다. 발이나 팔같은 부위에.

하지만 비행사고로 상반실이 소실된 인간에게 로봇 상반신을 붙여 재탄생시킨다?

그 반대라면 모를까. 과연 살아있을 때 그 사람의 기억까지 집어 넣을 수 있을까.

그럼에도 사랑하는 가족을 잃기보다 그렇게 살려내고 싶은 소망은 기형적인

생명을 탄생시킨다. 어느게 맞는 일인지 모르겠다. 아마도 법이 제정되겠지.

 

우주선 안 우주인은 다리가 셋, 머리가 하나, 눈이 세 개에 팔이 여섯.

키는 한국 여자 평균 키보다 조금 큰 정도.

음 난 우주에 인간과 비슷하거나 우월하거나 조금 저급할 수도 있는 생명체가

있다고 믿는다. 물론 모습들은 조금씩 다를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러니 그 어느 행성에서 온 우주인의 모습은 저자가 생각하는 그런 모습일 수도

있겠다. 내 살아생전 우주인을 만날 가망은 없지만 미래에 살 인간들이 만날

우주인의 모습이 무척이나 궁금해진다.

 

9편의 단편들은 미래 인류가 만날 어떤 모습들이다. 아마 몇 편은 실제 모습일 수도

있겠다. 그 어떤 미래든 지구가 멸망하지 않고 살아남아 이런 현실들이 계속 펼쳐질 수

있기를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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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부 - 소금이 빚어낸 시대의 사랑, 제2회 고창신재효문학상 수상작
박이선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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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 사등이라는 곳은 자염을 만드는 염부들의 마을이다.

바닷물을 염전으로 끌어올려 햇살로 말려 만드는 천일염만 알다가 더 힘든

작업으로 소금을 만드는 염부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인류에게 소금은 금보다도 귀하고 쌀보다도 귀한 재료이다.

영어 샐러리(salary)가 솔트(salt)에서 왔다. 과거 군인들의 급료를 소금으로 지급해서

전래가 된 언어라고 한다. 그만큼 환금성이 뛰어난 소금을 만드는 염부는 가장 극한

직업이라고 알고 있다.

그런 염부의 자식으로 태어난 염길은 뛰어난 머리와 능력으로 고창고보를 나와

전주사범으로 진학하여 교사가 된다. 염부의 집에서 선생이 나오다니 경사가 났다.

 

 

당시 조선은 일제의 식민지로 제대로 된 교육이나 능력을 펼칠 기회가 많지 않았다.

더구나 가난한 염부의 자식이었던 염길은 우수한 성적으로 선생의 추천을 받아

일본사람이 운영하던 고창시내에 있던 국일여관의 가정교사로 들어가게 된다.

어린 아들 마사토를 돌보며 숙식까지 해결하던 염길은 여관집 큰딸 아케미를

만나게 된다. 방학이라 광주에서 여고를 다니다 집으로 돌아온 것이다.

열 일곱의 염길과 열 여섯의 아케미의 운명같은 만남과 사랑은 그렇게 시작된다.

 

 

전쟁 막바지에 이른 일본은 조선을 더 압박하고 징용이나 위안부까지 끌고가는 상황이

되고 아케미의 외삼촌 카이토는 본국에서 유곽집을 전전하던 솜씨로 고창에서 요릿집을

열고 게이샤와 기생을 끌어들여 돈을 번다. 자고로 고창은 신재효의 고향이 아니던가.

그 사이 염길은 사범학교를 나와 남원 운봉국민학교로 아케미는 경성사범을 나와 전주

풍남국민학교에 교사가 된다. 우연히 전주에서 만나 사랑을 키워가는 두 사람.

하지만 둘은 일본제국과 식민지 조선의 국민이라는 벽이 가로막고 있었다.

 

 


 

 

그럼에도 둘은 여수여행을 하면서 깊은 관계를 갖게된다. 하지만 둘의 사랑은 결국

파국으로 치닫는다. 패색이 짙어진 일본은 결국 항복을 하고 조선에 있던 일본인들은

급하게 본국으로 돌아가게 되는데 아케미 가족들 역시 일본으로 향한다.

아케미는 이미 염길의 아이를 임신하였고 조선에 남아 그의 여자가 되고 싶었지만.

 

 

어쩌면 조선의 광복이 둘의 사랑을 갈라놓고 만 사건이 되고 말았다.

일본이 떠난 조선은 좌우 대립으로 어수선했고 그 와중에 좌익이었던 사범학교

동창으로 인해 염길은 좌익으로 의심받게 되고 결국 도망치는 신세가 된다.

 

대단한 사랑 이야기도 아니고 그저 시대를 잘못 만난 선남선녀의 아름다운 사랑이

비극으로 치닫는 장면을 보면서 전쟁과 사상이 과연 무엇인가 생각케된다.

운명은 때로 내가 선택하지 않은 길로 데려가고 둘은 결국 비극적인 이별을 한다.

이후 아케미가 낳은 딸은 어머니의 고향 고창으로 돌아와 아버지의 흔적을 찾는다.

하지만 지척에 둔 인연을 몰라보고 다시 일본으로 향한다.

 

고창의 아름다운 산과 바다가 그대로 다가온다. 저자의 노력이 아주 돋보이는

소설이었다. 마치 고창이 고향인 것처럼 그 시대 고창과 전주의 모습들을 잘 담아냈다.

더구나 내가 살고 있는 여수의 모습까지 제대로 그려낸 것을 보면 인연이 있었던지

자료를 섬세하게 모았던 것 같다.

고창 신재효 문학상 수상작답게 고창과 역사를 잘 담아낸 아름다운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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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까리, 전학생, 쭈쭈바, 로댕, 신가리 - 제5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57
신설 지음 / 자음과모음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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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명부터가 파노라마처럼 화려하다.

따까리라는건 요즘으로 치면 빵셔틀맨정도가 될 것이고 전학생이야 말 그대로

전학온 아이고, 쭈쭈바나 로댕, 소말리아등 정말 누가 별명을 이렇게 꼭 집어 냈는지

얼굴을 보지 않아도 상상이 된다.

 

 

그 지역에서도 알아주는 똥통학교 감영고. 어디에서나 그렇듯이 일진같은 놈들이 있고

그 밑에 따까리역할을 하는 아이도 당연히 있다. 감영도 따까리는 자신에게 빵셔틀을

시키는 까마귀에게 복종하면서 죽은 듯 지낸다. 그래야 맘이 편하니까.

그러다가 전학생이 왔다. 그런데 이 놈 완전 꼴통이다. 친일발언을 한 선생을 향해

'이 새끼야'라니. 감히 하늘같은 선생에게? 하긴 요즘은 선생을 패는 애들도 있긴 하지만.

 

 

나름 소신있게 대들었지만 돌아오는건 무지막지한 매타작. 자신에게 새끼라고 욕한 학생을 그냥 둘 수는 없겠지만 예전에 이렇게 애들을 개패듯이 하는 인간들이 많았다.

그러니 학교폭력이 아무렇지도 않게 벌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암튼 그 뒤 전학생은 또 다른 별명이 붙는다. 미친놈.

 

 

그런 전학생이 학교회장 선거에 나가겠단다. 통학 친구인 따까리를 부회장으로 할테니

도와달란다. 이게 가능한 이야긴가? 완전 꼴통 전학생이 동원한 선거원 아이들도 대개

다 비슷한 꼴통들이다. 더구나 강력한 후보로 나선 피제이는 유학파 출신에다 주먹도

장난이 아닌데. 이 감영고 학생회장 선거 피바람이 몰아치겠구나.

 

 

그나마 여학교와의 단체 학교팅을 해주겠다, 매점의 음료수 값을 반으로 낮추겠다는

당치도 않은 공약을 전학생은 절대 하지 않았다. 이루지 못할 약속은 하는 것이 아니란다.

나름 양심은 좀 있다.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선거운동은 치열해진다.

신비한 능력을 지녔다고 생각되는 문제아 신가리까지 전학생의 선거운동원에 들어오면서 후보들간의 전쟁은 뜨거워진다.

게임기를 줄테니 사퇴하라는 압력이 들어오기도 하고 말을 안들으면 폭력까지 동원된다.  과연 이런 막장 학생회장 선거에 승리자는 누구일까.

 

감영고 문제아들의 선거운동 일지를 보노라니 그 때나 지금이나 주먹꽤나 쓰는 애들은 꼭 있었고 지금도 '학폭'은 심각하게 이어져 오고 있다.

'더 글로리'가 인기몰이중인데 학폭의 트라우마가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 심각하게

생각해보게 된다.

다소 코믹하지만 아직은 어린 학생들도 나름 계급이 있고 층층히 하부조직이 있는 또 하나의 사회가 존재한다는 것이 안타깝다. 인간은 늘 그렇다. 일단 모이면 힘센 놈이 나오고 그 밑에서 따까리하는 하는 층이 절로 구성된다.

 

폭력적이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나름 코믹하기도 한 청소년소설이다.

저자의 어린 시절 추억이지 싶은 소설인데 따까리, 전학생, 쭈쭈바, 신가리...

애들 커서 뭐가 되었는지 너무 궁금하다. 작가님 이 글 보시면 좀 알려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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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세계를 좋아합니다 - 거침없이 떠난 자연 여행
이은지 지음 / 자음과모음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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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를 짐작하기도 어려운 우주에서 아주 작은 별 지구에서 태어나 아주 작은 반도에

살고 있는 나의 존재는 우주의 먼지만도 못할지도 모른다.

 

 

내가 저자가 처음 세계여행을 시작한 나이에는 세계여행, 아니 국내여행도 그리 쉽지 않은 시절이었다. 일단 먹고 살기가 힘든 시기이기도 했고 지금처럼 교통편도 좋은 편이 아니었다.

처음 해외여행을 간 것도 출장이었고 몇 번의 해외여행도 크게 불편하지 않은 판에 박힌 패키지였던 것 같다. 유학시절 머물렀던 미국에서도 다시 한국으로 들어오기전 주마간산격인 샌프란시스코 여행이 전부였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왜 좀 더 젊었을 때 여행을 많이 해보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늘 따라다녔다.

 

 

이제는 너무 늙으신 엄마는 건강이 좋았을 때 참 많은 곳을 쏘다니셨다. 그러면서 아직 다리가 성할 때 많이 다니라고 했는데 일하느라 전국을 출장다니면서도 진정한 여행은 누리지 못했다.

그런데 아직은 어리게만 여겨지는 스물 여섯 살 여자가 첫 여행을 히말라야로 했다니..

무모하달까 용감하달까. 사회생활을 그닥 많이 한 것 같지도 않은데 왜 많이 힘들었는지 현실을 떠나 멀리 도망가고픈 심정이 히말라야로 향했던 것 같다.

 

 

고산병으로 죽는 사람도 있다는 그 트래킹의 길을 고산병약도 챙기지 않은 채 올라가다니.

나로서는 상상하기 힘들다. 일단 나는 완벽주의자처럼 여행전 아주 꼼꼼하게 일정을 짜고 조금의 지체도 허락하지 않고 모든 걸 담겠다는 욕심꾸러기이다.

미국에서 살았던 경험상 외국에서 의약품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도 알았으니 비상약도 아주 세밀하게 준비했을 것이다. 역시 젊다는 것 좋은 것이구나 했다.

 

 

그리고 몇 주 지나지 않아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었다고? 와우 대단한 여행가 탄생이다.

저자가 감행했던 여행길에 가장 힘들었던 것이 체력조절 실패나 건강이상이었던 것 같다.

약한 몸탓도 있지만 무모하게 욕심 낸것이 더 화근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맘이 잘 맞을 것 같은 동행자와의 갈등으로 힘든 경우도 그렇다.

우리인생길이 그런 것처럼 앞으로 일어날 일도 모르겠고 같은 동반자와의 갈등도 예상할 수 없다. 그래서 여행은 인생을 닮은 것이라고도 하는 모양이다.

 

그럼에도 난 이 용감한 여행자가 참 기특하고 부럽다.

미국을 자전거로 횡단했다는 모험담은 상상만으로도 나는 도저히 할 수 없을 것 같은

여정이었다. 물론 캠핑카를 타고 미국일주를 하는 것이 꿈이긴 하지만 자전거라니.

그래도 견디기 힘든 현실과 맞서 용감하게 감행한 여행에서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은

인생의 해답을 어느정도 찾은 것 같아 다행스럽다.

그래서 귀한 자식일수록 여행을 보내라는 말이 있는 모양이다.

그녀가 걸었던 수많은 발자욱이 인생의 디딤돌이 되어 멋진 미래가 맞아줄 것 같아

응원의 토닥임을 보낸다.

다만 아주 멋진 사진에 장소가 써있지 않아 조금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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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패
미아우 지음 / 마카롱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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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정조의 비밀편지'라는 책을 본 적 있었다. 조선은 알다시피 당파싸움에 멍든

국가였다. 군주가 대신들의 권력에 힘을 쓰지 못하고 휘둘리거나 가끔 정신차려 정리를 하려다보면 쫓겨나기도 하는 그런 나라! 건국초기에는 왕의 힘이 강했지만 갈 수록

어지러웠다. 강력했다는 영조대에도 그랬고 결국 사도세자의 죽음으로 이어졌다.

 

 

사도세자의 아들로 조선시대의 르네상스를 이끌었다는 정조역시 이 당파의 물결을

이겨내기 힘들었을 것이다. 자신을 휘두르려는 노론벽파의 지도자 심환지와 나눈

편지가 발견되어 세간에 화제가 되었다. 이 책에서도 언급이 되었지만 당시 정조는

적을 끌어들여 이용하려고 했던 것 같다. 그 편지는 불태워지거나 세초되어 없어져야

했지만 어쩐 일인지 발견되어 정조의 또 다른 모습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비밀편지를 전하고 답장을 받기 위한 인물이 있음은 당연하다. 이른바 '팽례'라고 부르는 인물이 된 재겸. 그는 개성상단의 사환이었던 재겸은 대행수 길평의 명으로 청나라로 보낼 인삼의 수송을 맡았지만 어인일인지 인삼은 가짜였고 그 일로 되돌아온 재겸은 단주내외와 함께 도륙된다. 하지만 의형제인 서조에 의해 구조된 재겸. 하지만 그는

단주내외를 죽인 범인으로 수배되고 만다. 길평의 음모였다.

그리하여 재겸은 사조와 함께 전국을 돌며 사라진 길평을 찾아 헤매는데..

 

 

재겸은 상대의 얼굴표정을 읽어 심리를 파악하는 재능이 있었다. 전국 투전판을 돌며

투전꾼들의 얼굴을 읽어 돈을 따내고 길평의 흔적을 찾아보지만 아직 오리무중이다.

어느 날 투전판을 덮친 군졸에게 체포되어 끌려오게 된 길평은 한 남자의 제안을

받게 된다. 우리가 익히 알고있던 천재 정약용. 그는 재겸의 능력을 필요로하는 정조에게 그를 인도하는데...

 

 

정조는 자신을 압박하는 벽파의 수장 심환지와 비밀편지를 교환하고 있었고 그 일을

재겸에게 맡기려 한다. 과연 심환지는 진실을 말하고 있는 것인지 파악하기 위해.

하지만 심환지는 늙은여우처럼 자신의 심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더구나 재겸이 상대의 표정을 읽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고 과거 재겸의 사건을 내세워 재겸을 압박한다. 일에 성공하면 과거 자신의 사건을 재조사해주겠다는 정조를 따를 것인지 약점을 쥐고 압박하는 심환지를 따를 것인지 낭패지경에 이른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길평, 그는 재겸을 알아보고 그를 제거하려한다.

사방팔방 도망갈 구멍이 없던 재겸은 덫을 놓아 사건을 해결하려 한다.

 

낭패란 단어에 이런 뜻이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재겸의 능력은 축복이 아닌 저주가

아니었을까. 권력을 쥐고자 하는 자들에 의해 운명이 좌지우지 되는 사건을 맞이한

재겸은 과연 무고를 밝히고 평범한 삶을 살 수 있을까.

 

무심코 집어 들어 읽다가 오호 하는 찬탄이 터져나왔던 소설이었다.

정조의 비밀편지를 읽고 이런 스토리를 구상하다니 정말 놀랍지 않은가.

팽례라는 인물을 등장시켜 당시 권력의 피바람을 그리며 역사의 시간을 되돌린

작품이다. 더구나 정조의 마지막 비밀편지의 반전은 해피엔딩을 기대했던 독자들의

뒤통수를 친다. 상대를 읽어내는 능력을 표현하기 위해 많은 연구를 했을 것 같다.

저자의 노고와 필체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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