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가의 수첩 - 맛 평론의 원류 언론인 홍승면의 백미백상
홍승면 지음 / 대부등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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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방이 대세이다 보니 TV프로그램에 온통 맛집이 등장한다.

언제든 꼭 가보고 말리라 작정하고 킵해둔 리스트만해도 엄청나다.

요즘에야 TV든 유투브든 매체가 다양하니 어디가 맛있더라 하면 금방 퍼지게 된다.

하지만 해방후, 한국전쟁이후 어수선했던 시대부터 경제발전기로 들어서기 시작한

시대의 맛집이며 요리는 어떤 모습이었을지 궁금해진다.

 

 

1927년생인 저자가 살았던 시대는 우리민족이 어려움을 겪었던 시절이었다.

일제강점기를 거쳐 한국전쟁을 겪고 이후 몇 번의 혁명이 일어났으니 가장 고단한

시절을 겪은 셈이다. 이 책에서는 어린시절 가난하고 먹을거리가 없었던 어려움도

등장한다. 이후 방방곡곡에 퍼져있던 온갖 식자재며 요리법이 등장하니 맛컬럼리스트의

원조가 아닐까 싶다.

 

 

작년, 재작년에는 가뭄이 들어 송이수확이 시원치 않았다고 한다. 송이는

소나무군락이 있는 조금 습한 기운이 있는 곳에서 잘 자란다고 하는데 먹어본 사람을

손에 꼽을 정도로 귀한 식자재이다. 나도 30여년 전 속리산 근처에서 수확한 송이를

대접받아본 적이 있으나 이후 사먹는 것은 마음먹을 수가 없었다. 그만큼 귀하기도

하고 비싸기도 했기 때문이다. 송이는 그 전에도 무척 귀하고 비쌌던 모양이다.

저자 일행들이 두릅이며 더덕, 송이에 왕위를 매기는 장면이 퍽 재미있다.

 

 

먹방이 대세인데다 더불어 맵방이 또한 대세다. 특히 K요리가 인기를 끌면서 맵디매운

라면들이 불티나게 수출이 된다고 한다. 우리도 먹기 힘든 매운 요리들에 외국인들이

왜 그리 환호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 요리의 중심에 있는 고추가 임진왜란때 들어왔다고

하는 것을 보면 매운음식을 먹어왔던 역사가 그리 깊지 않은데 민족의 유전자속에 왜그리

매운것에 대한 부심이 있는지 궁금하기만 하다.

 

 

나라가 두동강이 되다보니 저 위쪽의 요리가 무척이나 궁금해진다.

이북이 고향이신 부모님덕에 냉면이며 만두에 녹두지짐같은 것을 맛보기는 했지만

예전 그맛이기야 할까. 육당 최남선이 골라놓은 지방적으로 유명한 음식들을 보면

지금과는 사뭇 다른 것을 느끼게 된다.

엿과 제육이 개성의 유명음식이라는 것도 생소하거니와 해주의 승가기는 또 무엇이란

말인가. 저자의 해석대로라면 서울의 도미국수와 비슷하다고 한다.

예전의 유명요리들도 세월이 흘러 없어지기도 하고 또 새롭게 등장하기도 하는 모양이다.

 

 

이런 칼럼들은 세월이 흘러도 참 재미있다. 특히 이 책은 우리 민족의 요리가 진화하는

과정이 잘 담겨있는 것 같다. 고전들에서 언급된 요리며 식자재들의 등장도 새롭고

예전에 있었던 요리들의 사라짐은 또한 아쉽기도 했다.

해학이 곁들인 저자의 맛평론속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이 '술안주'가 아닌가.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난 이유가 혹시 술이 아닌가 싶어 안타까운 마음도 든다.

두툼한 책이었던데다 한꺼번에 읽어치우기가 아까워 야금야금 아껴 꺼내 읽게 되는

책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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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에 가면 마트에 가면 새소설 12
김종연 지음 / 자음과모음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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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를 겪는 지구는 몸살을 앓고 있고 가뭄과 홍수와 지진이 이어지고 있다.

과학이 아무리 발달했다고 해도 자연을 이길 수는 없는 일이다.

지친 지구는 몸을 떨었고 그위에 집을 짓고 살던 인간들은 떨어져 죽거나 묻혔다.

 

 

일단 집을 잃고 갈 곳이 없는 사람들은 여기저기 구호소로 흩어졌다.

서른이었던 성결 역시 구호소중 하나인 마트에 터를 잡았다. 그 전에 있었던 교회는

이재민들과 교인들간의 다툼이 이어지자 구호소를 폐쇄시켰기 때문이다.

인간은 어디를 가든 편을 가르고 싸움질을 하는 것을 멈추지 못하는 족속인 것이다.

 


 

 

부모님과 남동생은 삼촌이 살았던 한적한 집으로 피신을 했다. 성결은 마트가 편했다.

같은 처지였던 사람들이어서 그랬을까. 그동안 굽실거리며 살았던 과거를 아는 사람이

없어서인지도 모르겠다. 자기만의 쉘터를 만들고 보니 성안의 성주처럼도 느껴졌다.

아무리 혼자 사는 것이 좋아도 인간은 혼자 살아갈 수는 없는 법.

몇 몇 마음맞는 이웃도 사귀었다. 부부처럼 보이던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재희라는

여자. 헬스사장이었던 아저씨에 마트 화장실에 버려진 아기까지.

 

 

세월이 흐르면서 공공주택이 지어졌고 입주자를 모집한다는 공지가 떴다.

성결이 당첨되었다. 홀로 사는 남자에게 공공주택 입주 당첨은 기적이나 마찬가지였다.

성결은 잠시 재희와 아기가 한 집에 살면 좋겠다는 상상을 했다. 잠깐 행복해졌다.

하지만 자신이 입주하기로 했던 집은 자신의 허락도 없이 부모가 신청한 것임을 알게

되고 늘 겉돌던 자신을 이용한 것같아 분노가 치밀었다.

 

 

그러면 그렇지. 그런 행복이 내 몫일리가 없다. 성결은 모든 걸 끝내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그 마저도 뜻대로 되지 않았다. 내가 하는 일이 다 그렇지 뭐.

 

 

재앙을 겪은 인간들이 모인 마트라는 곳을 통해 인간사회의 다사다난을 그려보고

싶었던 모양이다. 결국 인간의 사는 모습은 어디에 데려다놔도 같은 모습이 된다.

편을 가르고 완장을 쫓고 게중에 누군가는 저편이 되고 내 편이 아니면 씹어댄다.

한창 꿈을 쫓아야 하는 나이의 성결은 꿈이 없다. 지진은 그런 성결에게 잠시 다른

삶을 살고 싶은 꿈을 주었다. 하지만 미래는 어차피 정해져 있을지도 모른다.

 

결국 삶을 끝내기로 한 성결의 선택은 당황스럽다. 불씨같은 사랑이라도 한 번

도전해보지 않고서. 생각지도 못한 결말이 많이 아쉬운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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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로 보는 은밀한 세계사 - 흥미로운 역사가 담긴 16통의 가장 사적인 기록, 편지 세계사
송영심 지음 / 팜파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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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나 톡이 대세인 요즘에 손글씨로 쓴 편지는 거의 볼 수가 없다.

과거 통신이 여의치 않았던 시절에는 편지가 유일한 수단이었고 내용에 담긴

절절한 사연을 보니 과거 편지의 주인공들의 삶이 그려진다.

 


 

이 책에 담긴 편지의 주인공들은 그래도 인류사에 자신의 흔적 하나쯤은 남겼던

인물들이니 나름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대부분 자신의 소신을 위해 목숨을 바치고 최후의 편지들이 가장 많았던 것 같다.

죽음을 앞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메시지가 편지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그 편지엔 거젓이 담길 수 없고 가슴에 고인 가장 하고픈 말이 담겼다.

 

 

중국의 역사서 '사기'를 쓴 사마천의 일생을 보면 참 위대한 사학자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아버지의 유업을 받들기 위해 목숨 보전을 택하고 궁형을 당한

그 치욕을 어찌 견딜 수 있었을까. 사람들의 놀림을 받으면서도 책을 완성할 수밖에

없었던 사마천의 선택을 어찌 위대하다고 하지 않겠는가.

그런 그도 사적인 편지에서 자신의 결정과 처지에 대한 이해를 구하는 장면은 가슴이

아프게 다가온다. 이처럼 글에서는 자신의 색이 그대로 녹아들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청나라의 옹정제의 일생과 편지를 보면 조선의 왕, 정조가 떠오른다.

둘다 워커홀릭인데다 편지를 통한 정치를 했다는 점에서 상당히 유사했던 것 같다.

이런 왕들만 있었다면 인류사는 좀더 발전했을 것이고 백성들은 행복하지 않았을까.

 

 

다소 욱하는 성격까지도 닮은 듯하다.

어떻게 편지를 통해 적을 친구로 만들 수 있었는지 두 왕의 지혜가 놀랍기만 하다.

편지를 통해 정치를 한 왕이 있었는가 하면 자신의 소신에 대한 변명을 담은 편지도

있다. 흑인노예해방을 위해 전쟁까지 불사했다던 링컨의 속마음이 담긴 편지를

보면 그를 다시 평가하게 된다. 역시 정치인들의 마음은 알 수가 없다.

 

죽음을 앞두고 자신의 아이들을 염려했던 마리앙투와네트나 윤봉길의사.

무능의 소치로 자신의 왕국을 멸망으로 이끈 니콜라이 2세가 가폰 신부의

진정 어린 편지를 받아들였다면 러시아의 운명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역사속 사연많은 편지를 보면서 인류의 다양한 삶을 다시 느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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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보러 가실까요? - ‘구인’하는 집과 ‘구집’하는 사람을 이어주는, 공인중개사 일하는 사람 13
양정아 지음 / 문학수첩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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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집을 연결해주는 공인중개일뿐만이 아니라 마음을 들여다보는 중개사의 글을 보니 인생사가 그대로 펼쳐져있는 집합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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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보러 가실까요? - ‘구인’하는 집과 ‘구집’하는 사람을 이어주는, 공인중개사 일하는 사람 13
양정아 지음 / 문학수첩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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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이사를 하게 되고 당연히 공인중개사를 만날 일들이 생긴다.

그동안 만났던 공인중개사들은 다들 친절했고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 근처

쪼르륵 있는 공인중개사 사무실중 한 곳과는 친하게 지내고 있다.

 

 

단순히 공인중개사와 고객의 사이를 넘어서 친구처럼 허물을 나누기도 하고

먹거리를 나누기도 한다. 지방에서 지내는 내가 세입자를 구할 때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래서인지 부동산 시세가 들쑥날쑥 할 때면 살짝 걱정이 되기도 한다.

혹시 손님이 너무 없어서 힘들면 어쩌나 하는.

 

 

단순하게 친절함을 넘어서 꼼꼼하게 프로답게 일을 처리하는 모습에 반하기도 했다.

이글을 쓴 저자도 그런 것 같다. 생각보다 공인중개사의 일들이 많아서 놀라기도 했다.

하긴 큰 돈이 오가는 거래에서 자칫 실수라도 하게되면 큰 손해가 날테니 처리해야

할 일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법도 좀 알아야 하고 저자처럼 사람 마음까지 헤아려야하니

그저 중개비만 벌겠다는 마인드라면 고객들에게 각인되기 어려울 것 같다.

 


 

 

책상 두어개가 놓인 중개사무실에 이렇게 많은 사연들이 쌓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다. 사겠다는 사람과 팔겠다는 사람을 연결해주는 어찌보면 단순한 거래관계라고만

생각했는데 저자의 말처럼 두 마음을 연결해주는 시선으로 보면 보이지 않는 것까지

보이고 알게되는 것 같다. 꼭 이 중개사무실을 통해 거래를 하겠다는 고객중에는 저자에게

늘 음료수를 얻어먹는 택배청년의 어머니도 있고 사무실앞에서 나물이나 채소를 말리던

할머니의 딸도 있었다. 그런 소소한 나눔과 배려가 결국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되어 돌아온 것이다. 참 다정한 중개사가 아닌가.

 

 

사채까지 얻어쓰면서 병을 치료하고자 했던 청년이 결국 집을 내놓고 그 돈으로

빚을 갚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사연은 정말 마음이 아팠다.

아마 저자에게도 평생 잊혀지지 않을 아픔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의 가련한

운명을 어떻게 돌릴 것인가. 할 수 없는 일도 있다는 것을 알지만 아픈 기억까지는

어쩔 수 없다.

 

서울은 아닌 것 같고 근처 도시에서 운영을 할 것 같은 저자의 공인중개 사무실이

궁금해졌다. 감사의 마음으로 두고 같 꽃화분에서 여전히 꽃은 잘 피어나는지

그녀에게 집을 구한 사람들 역시 다들 잘 살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방송작가까지 했던 사람이라 역시 글솜씨가 깔끔하다. 일도 하고 글도 쓰는 멋진

나날들이 이어지길. 그녀가 중개해준 집들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행복이

가득하길...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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