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노트에 나를 쓰다
이희정 지음, 히로시 모토아키 옮김 / 이젠미디어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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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아십니까?'

마치 길에서 듣던 '도를 아십니까?'처럼 불쑥 이렇게 물어온다면..나는 무엇이라고 대답할 것인가.

나만큼 나를 잘아는 사람이 어디있어. 당연히 나는 나를 잘압니다. 과연 그럴까요?

바로 이책에 해답이 있습니다. 일단 첫장을 열기 전에 펜을 준비해야 합니다.

약간의 그림솜씨가 있다면 더욱 좋겠지만 화가가 될 재능을 보는것이 아니니까 크게 중요하지는

않습니다. 자 그럼 시작해 볼까요?

 

자기 주장을 내세우는가? 참고 마는가? 하는 섹션에 첫질문은

1. '친구의 오해나 잘못된 행동을 알게 되면 충고하고 싶어진다.'입니다.

대답란에 하나하나 O,X로 표기를 하고 다음장에 데스트 결과보기를 보기만 하면 됩니다.

정답고 없고 물론 커닝도 필요없습니다. 자 이렇게 시작된 테스트는 '내가 모르는 나를 찾아서'가는

첫 여정입니다.

 


 

 

X가 많다고 부정적인 인간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솔직하게 대답란을 뒷장에 결과를 찾아보면..

세상에 그동안 나를 가장 잘 알았다고 생각했던 나를 새삼스럽게 발견하는 순간이 됩니다.

신중한 편이라고 생각했건만 충동적인 편이라는군요. 저런...

어디서나 남을 즐겁게 하고 잠시도 가만 있지 못하는 내가 내성적이라니..정말 의외입니다.

책임감이 강하고 야심가에..리더쉽이 있으며 창조적 소질도 있답니다. 이건 맞습니다.

강박관념이 있고 상대방을 고를 때 조건이 너무 까다롭고 감정의 표출정도가 너무 심하다네요.

이것도 맞는 것 같습니다.

 


 

얼마전 품절남이 된 배우 장동건을 좋아하냐구요? 물론 좋아합니다. 그것도 아주 많이...

하지만 이 글은 장동건을 그리워해서 쓴 편지가 아니고 글씨체에서 발견하는 독특한 나의 개성을

찾아보는 테스트입니다. 남에게 지적 당하는걸 싫어하고 신중하고 작은일에도 신경쓰는 면이 있다.

하긴 대범한 척 해도 소심한 구석이 있긴합니다. 물론 꼼꼼하고 다른사람을 잘 챙기는 것도 맞습니다.

도대체 이 저자는 어디에서 이런 자료를 모아 이런 책을 낼 수 있었을까요.

그저 상대를 잘 들여다 보는 것만으로 이런 쪽집게 책을 낼수 있는건지..너무 궁금해집니다.

아 심리학자 시군요. 그의 또다른 저서중 <왜 전철 좌석은 끝자리가 인기 있을까>는 꼭 보고 싶은 책입니다.

저도 전철의 끝자리를 좋아하거든요.

 

이렇듯 심리학 박사가 만든 진정한 '나'를 진단해 볼수 있는 이책으로 진단한 나는 내성적이고 충동적이고

조울형인간이라는 의외의 결과를 빼면 정확하게 나를 스캔해냈습니다.

그래서 이책은 몰래 내방에서 문을 잠그고 메모를 한후 결과를 없애버려야 할 책입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다.' 혹시 압니까. 누군가 나를 염탐하여 허를 찌를지..

혹시 이기고 싶은 상대가 있다면..평생의 라이벌이 있다면 웃으면서...꼭 웃어야 합니다. 상대방이

긴장하지 않고 즐거운 마음으로 펜을 들고 참여할 수 있도록...이책을 건네 주는 겁니다.

도와주는 척 하면서 그의 내면을 모조리 머리속에 담으면 됩니다. 이제 그를 이기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상상력도 필요합니다. 저위의 그림 어디엔가 나를 세운다면...그리고 저 산자락 어디에 다리를 세운다면..

리더쉽과 과거, 현재, 미래중 어느시기를 중시하는지를 알수 있습니다. 나는 바로 지금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일부러 쪽집게 도사를 찿아다닐 필요가 없습니다. 그동안 알아왔던 '나'에 대한 생각이 맞았는지..확인하고

잘못된 성격이나 사고가 있다면 수정하고 긍정적인 미래를 위해 나를 변화시켜야 합니다.

 

'너자신을 알라'라는 말이 있습니다. 나를 모르고 어찌 남을 이길수 있겠습니까.

물론 꼭 남을 이기고 원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만이 성공한 인생은 아닐 겁니다. 하지만 적어도 잘못된 '나'로

인해 상처받는 누군가가 있었다면..잘 다듬어진 곧은 길을 두고 자갈투성이의 산길로만 걸어온 인생이라면

이 책으로 제대로 된 길을 안내받아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요? 작지만 큰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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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날의 깨달음 - 하버드에서의 출가 그 후 10년
혜민 (慧敏) 지음 / 클리어마인드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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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에서 슬쩍 옷깃만을 스치는 인연이라도 몇백겁 전생의 인연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미리 작정한 일도 아니었건만 부처님 오신날 빼어든 책이 바로 이책이다.

혹 전생에 혜민스님과 나의 맘남은 테벳의 린포체스님과 혜민의 인연처럼 예정된 일들은 아니었을까.

우연히 미국의 버클리대학 교정에서 마주친 인연으로만 불가에 귀의했으랴 싶지만 린포체 스님은

일부러 그곳에서 혜민을 기다리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전생으로부터 부처님의 가르침과 인연이 깊다 했으니 혜안이 밝으신 큰스님이 그의 인생 길목에서

당연한듯 그를 맞으셨을거라고 믿어지는 것이다.

 

책의 제목에 하버드가 붙는 것 만으로도 학력 지상주의의 위선처럼 느껴져 부끄러웠다는 서문처럼

부처를 모시는 승가의 사람이 떡허니 뉴욕의 성베드로 성당안에서 찍은 사진을 표지로 삼은 것만으로

이책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 그대로 전해진다.

위선적이고 공격적이고 포장되어진 종교가 아닌 날 그대로 순수의 말씀을 전하고픈 간절함.

아마 그것이었을게다. 귀여운 담쟁이 아이비가 한국에서는 지상최대의 목표가 되는 미국대학의 상징이

되었고 쉬운듯 말하지만 한때는 그곳에 적을 두었던 스님이 절로 들어간 까닭은?

 

'한 생을 끝없이 분투만 하다가 죽음을 맞이하기 싫어서였다. 무조건 성공만을 위해서 끝없는 경쟁만

하다가 나중에 죽음을 맞게 되면 얼마나 허탈할까 하는 깨달음 때문이었다. 다른 사람들에 의해서

만들어진 성공의 잣대에 올라가 다른 사람들에게 비칠 나의 모습을 염려하면서 그들의 기준점과

기대치를 만족시키기 위해 왜 그래야 하는지도 모르고 평생을 헐떡거리며 살다가 죽음을 맞이하고

싶지 않았다' -40p

 

그가 성공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하버드와 버클리를 떨치고 승복을 입은 이유이다.

 

우리는 미욱하여 평생 죽지않고 살것처럼 오만하고 흔하게 말하는 성공을 위해 정신없이 뛰고 때로는

약자를 짓밟고 올라서는 일을 서슴치 않는다. 이세상에 태어난 이상 최고의 자리에 올라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온갖것들을 누리고 간다는 것이 죄가 될 수는 없다. 그리고 그렇게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행복하고 아무 문제없이 잘 살아가고 있다고 믿으면서 살고 있는데...스님은 우리가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고 어쩌면 생각할 필요조차 없는 것들을 너무 많이 보고 느끼신게 아닐까.

그렇다고 속가에 살고 있는 우리가 모두 속물은 아니잖는가.

별반 성공한 인생이라고 말할 수도 없는 나는 고민없었던 삶이 문득 부끄러워 이렇게 항변해본다.

 

스님은 그길로 가기까지 지었던 죄업에 대해...말로..또는 마음으로 지은 업보를 끄집어 내신다.

어느 날 문득 스님의 방에 찾아든 낯선 벌레처럼 우리곁에 있지만 알려고 하지 않았던 수많은 존재들과

그들에게 무관심으로..혹은 오만으로 지었던 죄를 더이상 반복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미국인들이 세상의 중심이라고 믿는 뉴욕 한복판에서 회색의 승복을 입고 주눅들기는 커녕 환한

웃음으로 거리를 밝히고 있는 스님의 모습에서 평화가 느껴진다.

어디에든 천국이 있고 지옥이 있고 지천이 친구이고 적(適)인 세상에서 극락으로 가는 열쇠는 모두

내안에 있다는 것을 스님은 조용히 일깨워 주신다.

마음을 열어 상대를 보면 그역시 나를 그렇게 봐줄것임을 믿고 때로는 한 발자욱 떨어져 자신을 보라고

타일러 주신다. 스님의 미소속에는 산위에 절이 있고 풍경소리가 있고 깨달음이 있다.

 

때로는 인간의 마음으로 속가의 동생을 떠올리고 말도 없이 떠나간 보살님의 무책임에 화가 난 모습을

보이는 장면에서는 오히려 내곁에 있는 보통의 이웃같아서 친근하기만 할 뿐 스님의 솔직함이 티끌도

되지 못한다. 어려서 담임선생님이 해주셨다는 그말씀에 내맘도 따뜻한 물결이 밀려든다.

 

'얘들아, 너희들이 어른이 되면 정해진 규칙만 보고 사람을 보지 못하는 실수를 범하지 마라. 그리고

사람이 실수를 했어도 때에 따라서는 큰 아량을 베풀 줄 아는 사람이 되거라.'

'너는 앞으로 공부도 잘하고 다른 친구들에게 모범이 되며, 나중에는 훌륭한 사람이 될 것이라는 것을

선생님은 믿는다' -139p, 143p

 


 
내삶에도 누군가 인생을 바꿔줄 한마디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미욱한 내가 알아차리지 못했을수도..

선생님의 말한마디를 양분삼아 이렇듯 크게 성장하신 스님의 일대기가 바로 내인생의 싸인(sign)일지도

모르겠다. 진흙탕 같았던 삶에서도 고귀한 연꽃이 피어날 수 있음을 바로 오늘 부처가 오신날 내게

전하려고 오신지도 모를 일이다. 전생에 내게 지신 전생의 빚을 갚으시려고. 오늘 스님이 내마음에 등을 켜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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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인의 행복한 책읽기 - 독서의 즐거움
정제원 지음 / 베이직북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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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책이 좋았다. 학교 도서실이며 청계천 헌책방을 들락거리면서 막연히

’이담에 서점을 하면서 책을 실컷 읽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했었다.

다른 욕심은 크지 않은데 서점에서 만나는 책을 보면 지금도 맘이 설레고 마치

백화점에서 명품가방을 보면서 침을 흘리는 젊은 여자들처럼 자꾸 욕심이 난다.

저자의 말처럼 두번 읽을 가치가 없는 책들은 과감히 덜어내야 하는데 꾸역꾸역

모아놓은 책으로 집이 비좁기만 하다. 그래도 그책을 보고 있노라면 배가 부르다.

 



 

이런 나에게 ’책 제대로 읽기’를 가르치는 참고서가 등장했다.

’’독서법’이 얼마나 딱딱한 테마인가? 세상에 독서법이 도대체 어디 있단 말인가?

멋대로 읽어도 좋으니 그저 행복하게 읽는 것이 최고의 독서법이 아니겠는가?’ -157p

 

그러게 많이 읽고 행복하면 될일이지 무슨 지침서가 필요해...하는 나에게 또 한마디 한다.

’다만 더 행복하게 읽는 데 새끼손톱만큼이라도 도움이 될까 해서 이 책을 쓰고 있는 것이다.’

라고 슬쩍 이책의 필요성을 흘린다. 교묘하다고 할까. 하긴 제대로 읽는 법을 안다면 점점 책을

읽고 행복할 시간이 줄어드는 요즘에 시간도 아끼면서 행복은 배가되는 기쁨을 누릴 수도 있겠다.

 

참으로 책을 좋아하고 이책을 쓸만큼 똑똑하기도  한 저자의 ’책 읽는 법’을 펼쳐보니,

 

일부러 ’책읽는 시간’을 정하지 말고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라. 출판사의 색깔을 주목하라.

그리고 번역자를 선택하라...등등...얼핏 내가 필요하거나 이미 행하고 있는 방법들을 제시한다.

책을 읽는 시간이 늘어나는 만큼 출판사들만의 색깔이 보이기 시작했었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좋아하는 출판사가 생겼고 번역서의 경우에는 번역자가 누군지를 보기 시작했다.

흠..이쯤이면 입문은 한셈인가보다.

두껍고 난해한 책에도 도전하라..이부분은 지금도 내게 어려운 주문이다. 들고다니면서 책을 읽는편인

나에게 두꺼운 책은 부담스럽고 어려운 내용은 더욱...피하고픈 얄팍함 때문일 것이다.

어려운 책에 양서가 많다는데..스스로 고도의 사유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나는 놓치고 있는것이 분명하다.

 



 

반드시 독서노트에 정리하여 단순히 모래성이 될 지식을 붙들어 두어야 한다. 물론 이말에는 100%

동감이다. 자신의 기억이 무한대라고 믿는 사람만 빼면 책을 읽는 모든이들에게 권할만한 일이다.

 

이렇듯 저자는 느긋히 즐기던 책을 좀더 깊이 바라보고 느낄수 있는 법은 물론이거니와

애초에 내몸에 맞는 책을 고르는 법부터 아직 읽지 못했다면 반드시 읽어봐야 할 독서목록까지

세심하게 알려준다. 아쉽게도 그중에 내가 읽은 책은...두어권 뿐이다. 그동안의 책 선택에 문제가

있었던 것일까. 그렇더라도 난 후회는 없다. 이곳까지 와서 이책을 만나게 되었으니 그만하면

성공한 셈일테니까. 물론 나는 저자가 골라놓은 책들을 읽을 것이다.

그리고 저자의 말처럼 혜안이 밝아지는지 반드시 확인을 해볼일이다.

 

’책읽기는 글쓰기와 함께 발전하거나 함께 망한다. 글쓰기에 도전하자. 그렇지 않으면

글쓰기와 독서가 동반 자살한다.’ -150p

 

편하게 읽고 느긋이 잊어버렸던 그동안의 독서는 이제 틀린것 같다. 독자의 리뷰를 유심히 보고

책을 골라보라던 말에  내 리뷰가 성실해질것만 같은 예감도 들지만 ’동반자살’이라는 저말에 어찌

가슴이 뜨끔하지 않겠는가. 아마 저자도 이책에 올라온 독자들의 리뷰를 매일 들여다 볼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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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명대사 일본탐정기
박덕규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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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세에 영웅난다'라는 말이 있다.

반도의 길목에 자리잡은 우리민족의 땅덩어리는 무수히도 짓밟혔고 다행히도 살아남았다.

그중 가장 참혹했던 임진왜란중에 빛났던 영웅들이 있었으니 이순신과 권율과 같은 장수 뿐아니라

마땅히 산에서 성불하고자 했던 승려들도 칼고 창을 들고 싸웠음을 잊지 말아야 할것이다.

하긴 살아있는 것을 귀하게 여기고 살생을 금하는 승려가 전장에 뛰쳐나와야 했던 현실을

이해못하고 더욱 산으로 들어갔던 승력도 있었음을 탓할 수는 없을것이다.

 



 스승인 서산대사와 함께 왜구를 물리친 유정 사명대사가 왜란이 끝나고 6년후에 벌인 또다른

전쟁에 관한 기록이다. 얼핏 제목으로만 보면 대승이신 사명대사가 무슨 사심이라도 있어 정탐을

벌인것이 아닌가 싶지만 이이의 10만양병설까지 묵살하고 느긋했던 선조와 조선의 조정으로서는

된통 혼이난 후에 혹시나 하는 염려는 떨쳐버리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앞서 계속된 정쟁에 인재들이 모두 떨어져 나가고 왜구의 침입으로 인해 그나마의 인물들도 별로

남지 않은 조선으로서는 비록 산으로 내쫓긴 승려이기는 하나 큰스님 유정만한 사신이 없었을것이다.

얼핏 생각하면 정치와는 무관하게 덕을 쌓은 승려인데다 왜구를 벌벌 떨게했던 승군대장으로서의

유정이라면 일본으로서도 딱히 시비를 걸 이유가 없는 인물이었을테니 말이다.

 

과연 산속에서 정토의 세계를 추구해야 옳았다고 믿는 사람들도 있을것이다.

하지만 나라와 민족이 없는 정토가 무슨의미이겠는가. 나는 유정의 이런 합리성이 좋다.

어려서 불을 때는 방안에서도 이불을 쓰고 덜덜 떨고 있었다는 신비한 이야기의 주인공이어서가

아니고 큰스님으로서 법문으로 대중을 감화시켜서도 아니고...불(佛)을 억압한 유(儒)까지도 섭렵하고

껴안고 교류하고 터득해버린 그의 영민함과 인간의 마음과 시대를 뒤흔드는 그어떤 사상에도 휩쓸리지

않는 담대함이 좋았다. 물론 그의 이런 담대함은 자신을 극복하고 최고의 경지에 오른 인물만이 가능한

이야기일테지만.

 

'유학이 칼로 세운 일본의 죄를 씻어줄 학문이기는 하나, 생각이 다른 사람을 억압하는 도구가 되면

그역시 칼의 학문이 되고 만다는 사실을.'-323p

 

성리학을 숭상했던 유교국가 조선이 끝없는 당쟁의 피바람속에서 서로를 할퀴고 죽어간 인물들이 진즉

이 말을 새겼더라면 조선의 역사는 달라지지 않았을까.

 

참으로 한심한 왕들로 인해 우리민족들은 억울한 일을 수없이 당했다. 인조도 그러했고 선조도 그러했고..

그나마 훌륭한 참모들로 인해 나라를 구했건만 여전히 정신 못차리고 그들에게 질투를 느끼고 내치는

군주의 모습에서는 한숨이 절로 나온다. 전후의 비참한 상황에서 제대로 챙기지도 못한 채 적국으로 향해야

했던 노구의 유정의 심정이 어떠했을까. 과연 일본이 더이상 조선을 침범치 않겠다는 약조는 받아낼 수 있을까.

전과에 대한 뉘우침보다 얼른 교류나 해보자고 달려드는 일본의 영약함을 어떻게 깨닫게 하고 해답을 얻을 것인가.

 

'일본인들은 우선 겉으로는 상대를 받아들이고 또 자기 뜻도 분명하게 밝힙니다. 일본 사람들이 말을 아끼고

한 번 뱉은 말은 끝까지 지키려는 습성이 붙은 것도 이 때문입니다.'

'진짜 서로 마음을 터놓은 사이가 아니면 섣불리 본심을 드러내지 않지요. 이점 일본인들을 상대할 때 반드시

알고 계셔야 합니다.' -180p

 

일본인의 근성을 제대로 설명한 말이다. 절대 그들의 친절에 맘을 놓아서는 안되는 것임을 우리는 안다.

결국 그들의 야욕은 후대에 이빨을 드러냈으니 말이다.

왜구에게 끌려간 백성들을 구하기 위해 쇼군인 도쿠카와 이에야스와 담판을 벌이는 장면에서는 침략국

일본을 질책하고 그에 합당한 해법을 제시한 큰스님의 위엄이 그대로 느껴진다.

글을 아는 인물도 드물었다는 왜국에게 남겼다는 그의 글은 지금도 우리 삶의 지표가 되어 마땅하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취해 있어도 홀로 깬 사람이 되어라!'

 

명명백백한 역사적 사실마저도 인정하지 않는 일본의 근원을 파헤치기 위해, 전쟁을 일으켜 남의 나라에

쳐들어와 우리의 무고한 백성과 무수한 재물을 빼앗아간 침략국의 지휘자들을 설득해서 포로 3천의

송환을 약속받아온 유정을 존재를 깨우기 위해 수년간 자료를 모으고 살려낸 저자에게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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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편의 수상한 여자들
브리짓 애셔 지음, 권상미 옮김 / 창해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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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우리의 문화와는 다른 색채의 결혼과 가족문화를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사랑에는 국경이 없다하니 열여덟살의 나이차이야 요즘에는 문제가 될수도 없다고 쳐도

4년간의 결혼생활중 세 번의 바람을 피웠고 화가나 별거에 들어간지 6개월여 만에

죽어간다는 소식이라니..이건 정말 해도 너무한 악재뿐이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싹싹빌어도 다시는 만나지않으리라 결심했건만...죽어간다니..

물론 6개월전에 내손으로 죽여버리고 싶었던 분노는 잠시 접어두고 임종을 맞는 남편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은 끔찍하기만 하다.

 

하지만 콕사키바이러스로 유발된 급성 신근염으로 산소호흡기를 꽂은 채 죽음과 마주한

남편을 그대로 보낸다는건 한때는 사랑했었고 아직은 아내라는 자리에 있는 루시에게는

삼킬수도 없고 뱉을수도 없는 쓴약과도 같은 현실이다.

 

어렵게 맘먹고 바쁜 회사일도 접은 채 돌아왔더니..남편은 한장의 리스트를 내민다.

남편의 옛여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죽어간다는 사실을 알려달란다.

그리고 사실은 결혼하지 않았지만 옛여자와의 사이에 아내와 비슷한 또래의 아들도 있단다.

처음에는 연약해보였던 고구마 열매를 막상 캐어보니 쉴새없이 줄줄이 엮어나오듯이..

죽어간다는 이유로 이렇게 막나가도 되는거야?

 

결국 술한잔을 걸치고서야 리스트에 나온 여자들에게 전화를 건다.

'지옥에나 가라'는 여자들이 더 많다. 은근히 고소해진다. 어떻게 살았기에 이모양이야.

루시와 비슷한 또래의 아들은 아버지를 만나는것을 거절한다.

역시 유산을 일부 주기로 하고 만날 약속을 받아낸다.

아니 이렇게 착해도 되는거야?

드디어 여자들이 도착하고 남편의 과거가 하나씩 드러난다.

전화를 받았던 과거의 여자들도 막상 죽음의 문턱에 선 옛남자를 그렇게 보낼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동병상련이라는 말이 이럴때 써먹으라고 있는말이 아니어야 했는데..

그녀들은 죽어가는 남편과 옛애인을 위해 장례를 준비하고 과거에 청산하지 못했던 감정의 정리까지

손을 걷어 부치고 해결해 나간다. 어쨌든 그남자가 죽어간다잖아...

동지애를 멋있게 발휘하면서...결국 그남자는 떠났다. 물론 장례식에는 남편의 아내였던 루시와

옛여자들의 들어차 발 디딜틈이 없다. 흠..가는 사람이 눈이나 제대로 감았는지 모르겠네.

꽃밭을 두고 가려니 발이 떨어졌을까.

 

요즘 우리나라도 막장드라마가 인기이긴 하지만 우리의 정서로는 도무지 이해될 수 없는 '내남편or

옛애인 편안하게 저승보내기 프로젝트'는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빌어먹을...도대체 미국여자들은 죄다 쿨하기로 약속을 한거야? 한번도 아니고 두번도 아니고 세번이나

바람핀 남편을 그렇게 어여삐 옛여자들까지 불러서 죽음의 길을 갈수 있게 하다니..

아티! 당신 대단해. 그곳에 가서도 그버릇 못버리겠지? 하지만 당신의 안목은 높이 사주겠어.

어찌 그리 착한여자들만 골랐던거야. 그러게 너무 힘을 빼니까 일찍 갔잖아. 반성해!

 

'죽음은 어떤것도 용서된다'는 선례가 남겨질까봐...우리나라 남편들이 볼까봐 숨겨둬야 할 책이다.

대한민국 남편들 바람? 국물도 없어. 이건 미국에서나 있는 아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무리들'이라구.

헹여나 우리나라에서 어찌해보겠다는 생각같은건 꿈도 꾸지 말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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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해요 2010-05-18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 감사합니다.